Monday, March 12, 2018

특허의 어원, 특허라고 계속 써야하나?

"특허"라는 명칭은 영문 Patent를 일본이 '特許`라고 번역한 것을 그대로 받아 들인 것입니다. 중국은 專利(전리)라고 부릅니다 (전리를 글자 그대로 풀면 전속이익?).

특허란 한자 뜻에서 발명에 대한 특혜를 국가가 특별히 허락했다는 의미가 더 강조된 느낌이 듭니다.

반면 영문 Patent의 어원은 라틴어 "patere"라고 합니다. patere(파테레)는 open(공개)란 뜻으로 patent 란 "open letter or document from some authority" (어떤 기관의 공개문서)를 의미한 것이라고 합니다. Patent는 "공개"에 더 무게중심이 있는 단어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정보의 공개를 통한 산업발전의 도모!
지식공유를 통한 기술발전의 촉진!
이것이 특허의 목표라는 것을 Patent라는 원어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그 공개를 촉진하기 위해 고안된 수단이 바로 발명자에게 독점배타권을 주는 것이었고 누구든지 발명자의 허락없이 특허된 발명을 사용할 수 없게 한 것입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발명자의 권리는 천부인권 중 하나로 당연히 국가가 보장한다는 것이 더 맞을 것이지만 그 보장의 수단이 특허권이고 공개와 심사가 요건이라는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 발명이나 특허권을 허락해주지는 않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고대 그리스시대부터 귀금속의 발견이나 새로운 정제법을 발명한 사람에게 그 이익을 향유할 특허권을 허락하였다는군요.

오늘은 특허의 역사와 어원을 찾아보고 간단히 몇자 적었습니다.

이제 묻고 싶습니다. 현행 특허제도는 미국 18세기 말에 정착된 모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허이론은 미국 19세기에 판례를 통해 확립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미국에서 Patent는 기술발전 및 산업발전 촉진의 수단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는 점 역시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럼 Patent를 계속 '특허'로 쓰는 것이 맞을까요?


특허법 제1조와 헌법


우리나라 특허법에는 법 목적 규정이 있습니다. 이렇게 법 목적 규정을 두고 있는 국가는 일본과 중국뿐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은 물론 미국도 특허법에 이러한 법 목적 조항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또한 발명가의 권리를 직접적으로 헌법에 규정한 국가는 우리나라와 미국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국가는 헌법에서 학문의 자유만 명시하고 있습니다.

어느 방식으로 법조문을 구성하고 헌법에 어떤 권리 등을 규정하느냐는 각 국가별로 처한 상황과 국민적 합의 정도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먼저 우리나라 특허법 제1조(목적)는 “이 법은 발명을 보호·장려하고 그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여 산업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나라는 특허법 제1조는 산업발전과 기술발전을 목적으로 정하고, 발명의 보호·장려· 이용을 수단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일본 특허법 역시 우리나라와 완전히 동일합니다. 반면 중국은 법 목적 만을 나열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중국 전리법(우리나라 특허법에 해당) 제1조 특허권의 보호, 발명창조장려, 발명창조의 관리, 응용의 홍보, 자주창조능력의 제고, 과학기술의 진보 및 경제사회발전의 촉진, 창조형 국가의 건설을 위해 본 법을 제정한다.

이번에는 헌법을 비교해보겠습니다. 의회에서 제정되는 모든 법은 최상위 규범인 헌법의 지배아래 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헌법은 특허법과 관련하여 대한민국 헌법 제22조 제2항에서 “저작자·발명가·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왜 보호하여야 하는지, 어떻게 보호하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습니다. 마치 하위 법령에서 왜 보호하여야 하는지, 어떻게 보호하여야 하는지를 정해보라고 명령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왜 보호하여야 하는지를 그대로 위임하는 것은 선뜻 동의하기 힘듭니다. 아마 실무에서도 그렇게 해석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특허제도와 관련하여 직접적으로 헌법에서 언급하고 있는 미국은 연방 의회에 부여된 권한으로 조금 더 구체적으로 헌법(U.S. Constitution Art I, Sec 8)에 아래와 같이 정하고 있습니다.
“제 8 절. (연방 의회에 부여된 권한) <8항> 저작자와 발명자에게 그들의 저술과 발명에 대한 배타적인 권리를 일정 기간 확보해 줌으로써 과학과 유용한 기술의 발달을 촉진시킨다.”

미국은 18세기 들어서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고 연방국가로 탄생하였으나 당시 미국은 다른 유럽국가에 비하여 낙후된 후진 국가이었습니다. 이에 18세기 후반에 미국은 헌법에 특허제도를 명기하면서까지 특허제도를 통해 과학기술개발을 장려하였고, 결국 그 제도는 미국을 선진국가로 발 돋움하게 하는 중요한 기반 제도가 되었습니다. 미국은 2013년 출원주의를 택한 AIA 개정 있기 전까지만 해도 발명주의와 발명자 우선주의를 택하면서 발명자의 권리를 천부인권적 권리로 보는 경향이 강하였습니다.

제가 항상 고민하는 부분은 이것입니다.
우리나라 헌법에서 발명가의 권리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특허법에서 정한 배타권과 보상권 등으로 보고, 그 발명가의 권리가 천부인권적 권리인가? 아니면 기술발전촉진과 산업발전을 위하여 주어지는 수단인가? 라는 것입니다. 

물론 저작권과 달리 특허권은 정부의 심사를 거쳐 등록을 허락해주는 권리이므로 창작만으로 보호대상이 되는 저작권과 달리 특허권은 천부인권적인 권리가 아니다라고 주장할 수도 있으나 발명에 대한 특허 받을 권리를 생각해보면 그리 간단한 답은 아닙니다. 실무가로서 저의 고민은 사실 언젠가는 헌법학 교수님 들이나 특허법 교수님 들이 학문적으로 정립하여 글이나 책을 통해 속 시원하게 알려주실 것이라 기대합니다.

개헌이야기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지식재산제도 역시 많은 논의와 고민이 담겨있기를 기대합니다.

산업화에 정신없이 달려온 우리나라 특허법은 일본법과 마찬가지로 무권리자출원이라는 포괄된 개념으로 inventorship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ownership 측면만을 강조한 경향이 컸습니다. ownership에 문제가 있다면 계약위반으로 다루고 inventorship에 문제가 있으면 특허의 무효이유로 다루는 미국등 서구 선진국과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고민과 치열한 논의를 통해 Inventorship과 ownership의 법적 취급과 구별에 대해서 깊은 고찰이 필요합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특허제도를 비롯한 다양한 지식재산제도를 다시 들여다 보면서 우리나라만의 헌법에서만 볼 수 있는 멋진 철학과 일관된 논리와 구체적 목적을 정하는 방향으로 개정되기를 희망합니다.

Wednesday, March 7, 2018

법률문서 A and/or B

법률문서에서 "A and/or B" 의 사용은 삼가하라는 권고를 자주 듣습니다. 특히 계약서 작성실무를 처음 배울때 미국증권거래소(SEC)에 등록된 계약서를 샘플로 초안을 작성하다가 많이 혼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계약서에서 "and/or"를 엄격히 금지하였다가 복잡해져가는 사회상황과 조건을 기술하기 위하여 19 세기 중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실제 국제상사관련 계약서에서 "and"나 "or"가 종종 분쟁의 소지가 있다보니 국제상업회의소 ICC International Standby Practices (“ISP 98”)에서는 and 나 or의 용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가이드 하고 있습니다.  “A or B” 은 “A or B or both"로 해석된다고...

1.10 – Redundant or otherwise undesirable terms
(b) A standby should not use the term “and/or” (if it does it means either or both).
1.11 – Interpretation of these rules
(c) Unless the context otherwise requires:
(iv)  “A or B” means “A or B or both”; “either A or B” means “A or B, but not both”; and “A and B” means “both A and B”;

"A and/or B"에서 슬래시 “ / ”는 어떤 의미일까요? 과거 한국에서는 슬래시(/)보다 가운뎃점(·)이 더 많이 사용되었으나 최근 슬래시도 자주 사용된 문서를 많이 봅니다. 원래 슬래시(/)는 고대 로마시절 쉼표(,)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합니다. 슬래시(/)는 원래 단순한 문장부호로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나 요즘은 'and (및)'으로 해석되기도 하고 'or(또는)'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문맥상 슬래시(/)는 'or(또는)'으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경우가 많습니다. "A and/or B"는 "A and 또는 or B" 로 말입니다.

특허법무에서도 "A and/or B" 는 이슈가 종종 되고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특허청구범위에서 구성요소의 결합을 "A and/or B" 로 기재하면 해당 특허출원발명은 불명료하다는 이유로 거절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2014년 USPTO PTAB(특허심판원)는 Ex Parte 심리에서 "A and/or B" 가 'A 단독' 또는, 'B 단독' 또는 'A와 B 모두'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A and/or B" 의 사용이 유효하다는 결정을 한 적이 있습니다. 다만 바람직하게는 "at least one of A and B" 라고 기재하라는 권고와 함께 말입니다. 실제 등록된 미국특허청구범위에 "A and/or B" 로 기재된 사례는 많습니다. 일반적인 심사실무에서는 "A and/or B" 기재만으로 청구범위가 불명료하다고 보기보다는 명세서에 기재된 내용이 청구항의 그 구성요소의 결합관계를 적절하게 뒷받침하는지 아닌지가 판단의 기준이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심사실무나 판례에서도 "및/또는"의 기재만으로 특허청구항이 불명료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Superguide v. DirecTV, 2004년 CFAC 케이스를 보면,  “at least one of A, B, C, and D”는 at least one of each of A, B, C, and D 로 해석되고 따라서 단지 A, B, C로 결합된 경우에는 청구범위에 속하지 아니한다는 판결을 하였습니다. 이때 판사는 “at least one of A, B, or C”를 only A, only B, only C, or any combination of the three로 해석한 Brown v. 3M, 2001 CAFC 판결을 인용하고 그 차이에 주목한 바 있습니다. 즉 CAFC는 침해분쟁 단계에서 청구항을 해석함에 있어서 and 를 사용한 “at least one of A, B, C, and D”를 A, B, C, D 모두가 존재하는 일련의 구성 중에 적어도 하나 (“at least one of a series of possible elements")로 해석하였고, PTAB은 무효나 거절결정불복심리에서 청구항을 해석함에  있어서 “at least one of A, B, C, and D”에서 'and'를 'or'로 해석한 것입니다. 이 차이점은 기술적으로 하나의 카데고리내에서 대체 성분의 리스트를 청구하느냐 아니면 대체 카데고리 또는 대체 구성의 리스트를 청구하느냐의 차이이기도 합니다. 청구항의 해석이라는 법률적인 사안의 판단에 기술적인 이해, 즉 사실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이 특허등록을 받기 위한 심사/분쟁 실무에만 정통하다보면 특허침해실무를 등한시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특허침해실무에만 정통하다보면 특허 심사나 분쟁 실무를 등한시 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처음 출원하여 심사대응하고 등록 받아 권리를 행사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공부를 게을리해서는 아니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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