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사살 분대’를 향한 조용한 쿠데타: 미국 특허 시스템이 당신 모르게 바뀌는 4가지 방식
수억 원의 특허 무효 심판이 이유 통지 없이 기각된다? IPR 제도의 권한 집중과 투명성 약화가 한국 기업에 미치는 중대한 경제적, 법률적 함정을 분석합니다.
특허는 흔히 혁신에 대한 정당한 보상으로 인식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애초에 신규성이나 진보성이 부족하여 등록되어서는 안 되었던, 즉 무효 가능성이 높은 특허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무효 가능성은 일반 대중에게는 드러나지 않지만, 실제로는 경쟁자의 시선에서는 명확히 포착됩니다. 그 결과, 이러한 특허는 혁신의 보상이 아니라 오히려 정당한 경쟁과 후속 혁신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지난 10년간, 미국 특허상표청(USPTO)에는 이러한 무효 가능성이 높은 특허에 이의를 제기하는 강력하고 효율적인 행정 절차, 즉 ‘당사자계 무효심판(Inter Partes Review, IPR)’제도가 존재했습니다. IPR은 막대한 비용이 드는 법원 소송 대신, 특허 침해로 피소된 기업들이 선호하는 핵심적인 방어 수단이었습니다. 특허심판원(PTAB)의 전문가 심판관들이 사건을 다루기에, 복잡한 기술적 쟁점을 정확히 판단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인기 있던 제도는 지금 극적이고 논란 많은 변화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최근 USPTO가 단행한 일련의 조치들은 IPR 제도의 투명성을 약화시키고 특정 개인에게 권한을 집중시키며, 미국 특허 시스템의 힘의 균형을 완전히 뒤바꾸고 있습니다. 이제 여러분의 비즈니스가 미국 특허 소송에 휘말릴 위험이 있다면, 이 변화의 핵심을 반드시 이해하셔야 합니다! 😊
시사점 1: ‘특허 사살 분대’의 권한이 단 한 명에게 집중된다
IPR 절차를 담당하는 특허심판원(PTAB)은 특허 무효화에 매우 효과적이어서, 전직 연방순회항소법원장이었던 랜달 레이더(Randall Rader) 판사는 PTAB을 “재산권을 죽이는 사살 분대(death squads, killing property rights)”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PTAB은 무효 가능성이 높은 특허를 제거하는 데 강력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2025년 10월 17일, USPTO의 존 스콰이어스(John Squires) 청장은 IPR 개시 결정에 대한 모든 권한을 자신에게 귀속시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2012년 IPR 제도가 도입된 이래 3인의 PTAB 심판관 패널에 위임되었던 권한을 청장 개인이 회수하는 중대한 변화입니다.
스콰이어스 청장은 이러한 변화의 이유로, 기존의 위임 모델이 “미국발명법(AIA)의 설계, 명확한 언어, 그리고 의도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연방대법원도 특허청장만과 같이 청문회를 통과한 고위 공무원만이 재량 결정권이 있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또한 등록된 특허에 대한 ‘유효성 추정(presumption of validity)‘ 원칙을 복원하고, PTAB 패널이 스스로의 업무를 만들기 위해 무효심판(IPR)을 개시하는 것 아니냐는 ‘자기 인센티브에 대한 인식(perception of self-incentivization)‘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라고 밝혔습니다. 결과적으로, 이제 특허에 대한 도전을 시작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막강한 권한이 사법부가 아닌, 단 한 명의 정치적 임명직 관료의 손에 집중되었습니다.
시사점 2: 수억 원짜리 특허 이의신청이 이유 없이 기각될 수 있으며, 항소는 불가능하다
새로운 절차에 따르면, 청장은 “최소 세 명의 PTAB 심판관과의 협의”를 거쳐 IPR 개시 여부를 개인적으로 결정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가장 충격적인 변화는 대부분의 결정이 상세한 이유 없이 내려진다는 점입니다.
이제 청장은 대다수 사건에 대해 IPR 개시를 승인하거나 거부하는 ‘요약 통지(summary notice)‘만을 발행할 것입니다. 상세한 이유가 담긴 결정문은 오직 “새롭거나 중요한 사실적 또는 법적 쟁점”이 있는 사건에만 국한됩니다. 이는 청원인 입장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비용—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지만, 수십억 원이 소요될 수 있는 법원 소송 비용에 비하면 일부에 불과한—을 들여 상세한 증거와 함께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왜 기각되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짧은 통지서 한 장만 받게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기각 사유가 선행 기술의 설득력 부족인지, 청구항 해석의 차이 때문인지, 혹은 다른 재량적 요인 때문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정치적 임명직 관료가 아무런 설명 없이 내리는, 검토 불가능한 요약 거부가 새로운 표준이 될 가능성을 만듭니다.
미국 특허법(35 U.S.C. § 314(d))은 IPR 개시 결정이 “최종적이며 항소할 수 없다(final and nonappealable)”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Thryv, Inc. v. Click-to-Call Technologies, LP 사건 등에서 연방대법원이 확인한 바와 같이, 설명 없는 기각 결정에 대해 사법적으로 다툴 경로가 없음을 의미합니다.
시사점 3: 무효 쟁점이 있는 특허와의 싸움은 아무도 돈을 내고 싶어 하지 않는 공익 활동이다
당신이 ‘특허 무효 쟁점이 있는 특허’를 가진 대기업으로부터 소송을 당한 작은 기업이라고 상상해 보십시오. 당신에게는 두 가지 싸움의 길이 있습니다. 첫 번째 길은 당신의 제품이 상대방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개별 방어(Individualized Defense)입니다. 이 방어에서 이기면 당신은 자유로워지지만, 그 특허 자체는 그대로 남아 다른 기업들을 계속 위협할 것입니다.
두 번째 길은 그 특허가 애초에 자명한 기술이라 무효라고 주장하는 일반 방어(General Defense)입니다. 이 방어에서 승리하면 당신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혜택을 봅니다. 무효화된 특허 기술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일반 방어는 사회 전체에 이익을 주는 공익 활동과 같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치명적인 경제적 함정이 있습니다. ‘일반 방어’를 선택한 당신은 막대한 소송 비용을 100% 혼자 부담하지만, 그 승리로 발생하는 사회 전체의 이익 중 아주 작은 부분만을 가져갑니다. 이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긍정적 외부효과(positive externality)’ 문제입니다.
경제적 함정
개인의 비용: 소송 비용 100% 부담.
개인의 이익: 사회적 이익 중 작은 부분만을 획득.
→ 개인의 비용이 개인의 이익을 압도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기업이라면 무효 쟁점이 있는 특허와 싸우기보다 특허권자에게 합의금을 지불하는 편을 택하게 됩니다。차라리 특허권자와 한편이 되어 다른 경쟁자를 시장에서 배제하는 것이 더 이익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특허 무효 쟁점이 있는 특허가 시장에 계속 살아남아 혁신과 경쟁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더 나아가, 이는 특허권자들이 ‘일반 방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재정적으로 취약한 기업들을 전략적으로 표적 삼아, 특허가 무효일 때조차 합의금을 받아내는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시사점 4: 더 싸고 빠른 대안이 의도적으로 무력화되고 있다
미국발명법(America Invents Act, AIA)이 IPR 제도를 도입한 근본적인 이유는 연방 법원 소송보다 더 빠르고, 저렴하며, 효율적인 특허 이의신청 절차를 마련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침해 피고들이 IPR을 선호했던 이유는 명확합니다. 법원의 ‘비전문가 배심원단’보다 해당 기술 분야의 전문가인 PTAB 심판관들이 자명한 발명을 더 정확하게 판단하여 특허를 무효화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이는 특히 ‘특허 괴물(patent troll)’에 대항하는 강력한 무기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청장의 조치들은 이러한 효율적인 절차에 대한 접근을 의도적으로 제한하려는 정책적 전환으로 해석됩니다. 청장이 밝힌 대로, 등록된 특허에 대한 ‘조용한 소유권(quiet title)’과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목표는 사실상 특허권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무게추를 옮기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절차를 늦추는 것을 넘어, IPR을 탄생시킨 AIA의 핵심 철학을 뒤집는 것입니다. IPR 제도의 주된 목표였던, 특허 품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포럼을 제공한다는 개념 자체가 약화되고 있습니다. 결국 IPR 개시를 더 어렵고 예측 불가능하게 만듦으로써, 새로운 정책은 특허 분쟁을 다시 IPR이 피하고자 했던 그 무대, 즉 더 느리고, 더 비싸며,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는 연방 법원으로 되돌려 보내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10년간의 특허 개혁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것과 같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특허 분쟁 절차 비교: IPR 변화의 여파
| 구분 | 기존 IPR (PTAB 주도) | 연방 법원 소송 | 신규 IPR (청장 주도) | 
|---|---|---|---|
| 전문성 | 특허 전문가 심판관 | 비전문가 배심원단 가능성 | 여전히 높으나, 개시 결정은 정치적 | 
| 비용 및 속도 |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빠름 | 비용 막대하고 느림 | 개시 확률 낮고 예측 불확실 | 
| 결정 투명성 | 상세 결정문으로 명확함 | 비교적 명확함 | 대부분 ‘요약 통지’로 불투명 | 
IPR 개시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기업들은 IPR 청원 단계부터 법원 소송 방어 논리를 병행하고, 통합적이고 유연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생존에 필수적입니다.
실전 예시: IPR 기각 시의 경제적 충격파 분석
IPR 제도의 변화가 현실 기업의 재무 상태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인 비용 추정을 통해 분석해 보겠습니다. 이 예시는 시사점 3에서 언급한 ‘긍정적 외부효과’의 경제적 함정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를 보여줍니다.
사례 설정: 중소기업의 방어 비용
- 첫 번째 정보: 중소기업이 특허 무효 쟁점이 있는 특허에 피소되어, 일반 방어(IPR)를 통해 특허를 무효화하는 전략을 선택합니다.
 - 두 번째 정보: IPR 예상 총 비용은 4억 원입니다. 연방 법원 소송 예상 총 비용은 30억 원 이상입니다.
 
IPR 기각 시 경제적 충격파
1) 첫 번째 단계: 4억 원을 투입하여 IPR 청원을 했으나, 청장의 요약 통지로 기각됩니다. 이 4억 원은 회수할 수 없는 매몰 비용이 됩니다.
2) 두 번째 단계: IPR 기각 후, 기업은 남은 연방 법원 소송(최소 30억 원)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합니다.
최종 결론
- 결과 항목 1: IPR의 비용 절감 효과 상실. 4억 원을 잃고 30억 원 이상의 고비용 소송에 직면하여 기업의 재정적 부담이 극대화됩니다.
- 결과 항목 2: 합의금 압박 증가. IPR이라는 저렴한 방어 수단이 사라지면서, 특허권자의 합의금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는 취약성이 커집니다. (시사점 3의 경제적 함정 증폭)
이 사례를 통해 우리는 IPR 개시의 불확실성이 곧 재정적 리스크의 증가와 직결됨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게는 치명적인 위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제 초기 단계의 IPR 전략 수립은 단순한 무효화가 아닌, 다음 단계인 연방 법원 소송으로의 안전한 연착륙을 위한 교두보로서 설계되어야 합니다.
미국 IPR 제도 변화 핵심 요약
자주 묻는 질문 (F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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