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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October 18, 2025

효율성 vs 실질적 정의: 미국/한국 특허법원이 추구하는 상반된 철학 분석

 

특허 전쟁의 승패는 ‘절차’에 달려있다! 미국과 한국의 특허 소송은 ‘청구항 해석’ 기준은 같지만, 심판 단계 주장 포기 시 항소심에서 기각되는 미국 법리법원에서 새로운 주장/증거 제출이 폭넓게 허용되는 한국 법리라는 근본적인 절차적 차이를 보입니다. 양국이 추구하는 법철학(효율성 vs. 실질적 정의)을 심도 있게 비교 분석합니다.

글로벌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법률 시스템은 종종 비슷해 보입니다. 특히 특허법처럼 고도로 전문화된 분야는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제가 실무에서 경험해 보니, 겉모습 아래에는 각 나라의 역사와 법철학이 담긴 근본적인 차이가 숨어 있더라고요. 마치 같은 재료로 요리하지만, 레시피와 조리 방식이 전혀 다른 두 명의 셰프와 같습니다.

특히, 혁신의 성패를 가르는 특허 분쟁 분야에서 미국과 한국은 놀라울 정도로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합니다. 당신이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활동하는 기업가, 발명가, 또는 법률 전문가라면 이 차이를 아는 것은 단순한 지적 호기심을 넘어 비즈니스의 생존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미국과 한국 특허 소송의 핵심에 숨겨진, 양국 법리의 놀라운 차이점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1. 같은 답, 다른 풀이: 해석 기준은 같지만 주장 시점은 정반대

가장 놀라운 역설부터 시작해 볼까요? 특허의 권리 범위를 정하는 ‘청구항 해석(Claim Construction)’의 핵심 기준에서 미국과 한국은 사실상 같은 답에 도달했습니다. 양국 모두 특허 용어의 의미를 해당 기술 분야의 ‘통상의 기술자(POSITA)’가 이해하는 객관적 의미로 파악해야 한다고 봅니다. 즉,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라는 실체적 질문에는 같은 목소리를 내는 셈입니다.

하지만 극적인 반전이 일어나는 것은 바로 “그 해석에 관한 주장을 언제, 어떻게 할 수 있는가?”라는 절차적 질문입니다. 이 절차적 차이는 사소한 것이 아니라, 속도와 완결성을 추구하는 법률 세계와 유연성과 정확성을 추구하는 법률 세계로 이어지는 근본적인 갈림길입니다.

 

2.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미국의 엄격한 ‘실권 원칙’

미국 특허 소송은 ‘전방 집중형(Front-Loaded)’ 구조를 가집니다. 모든 화력을 초반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이며, 그 중심에는 ‘실권(Forfeiture) 원칙’이라는 가혹할 정도로 엄격한 규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특허심판원(PTAB) 절차에서 제기하지 않았던 새로운 주장은, 상급심인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에서 절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미국 법원이 이 엄격한 원칙을 고수하는 데에는 세 가지 중요한 정책적 이유가 있습니다:

  • 전문 기관 존중: 기술 전문성을 갖춘 PTAB이 1차적으로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기록을 형성하는 기관임을 보장합니다.
  • 사법 효율성: 항소심에서 새로운 주장을 금지하여 불필요한 재판 지연을 막고 분쟁을 신속하게 종결합니다.
  • ‘샌드배깅(Sandbagging)’ 방지: 당사자가 유리한 주장을 숨겨두었다가 항소심에서 기습적으로 제기하는 비겁한 전략을 차단합니다.

1.3 최근 판례 동향(2020-2025): 실무상 원칙의 적용

CAFC는 최근 5년간의 판례를 통해 실권 원칙을 단순히 선언적인 원칙이 아닌, 실제 사건에서 엄격하게 적용되는 규율임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2025년의 Case1Tech, LLC v. Squires 판결입니다. 이 사건에서 특허권자인 Case1Tech는 PTAB에서는 청구항의 ‘분석(analysis)’이라는 용어가 ‘소음 노출량의 계산(calculation of noise dosage)’을 의미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PTAB에서 패소하자, CAFC 항소심에서는 ‘분석’‘소음 노출량 계산을 포함하는(includes the calculation of noise dosage)’ 더 넓은 의미라고 주장을 변경했습니다.

주의하세요! (Case1Tech 판결)
CAFC는 이러한 주장 변경을 ‘실권’을 이유로 일축했습니다. PTAB에서 ‘분석은(~is) 계산이다’라고 주장했던 당사자가 항소심에서 ‘분석은 계산을 포함한다(~includes)’라고 말을 바꾸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는 주장의 미묘한 뉘앙스 변경조차도 새로운 주장으로 간주되어 실권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예시입니다.

또한, 2020년의 In re: Google Technology Holdings LLC 판결은 실권 원칙의 정책적 근거를 재확인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구글은 심사관의 거절결정에 불복하여 PTAB에 항소했으나, 청구항 해석에 대한 구체적인 주장은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CAFC 항소심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특정 용어의 해석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CAFC는 구글이 PTAB에 관련 주장을 제기하지 않음으로써 “전문 기관이 그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기회를 박탈했다”고 지적하며, 해당 주장은 실권되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러한 판례들은 CAFC가 절차적 규율을 유지하기 위해 실권 원칙을 적극적으로 집행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설령 그 결과가 항소인에게 가혹하게 작용하더라도, 절차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우선시하는 법원의 확고한 입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특히 AI나 바이오와 같이 기술 용어의 의미가 유동적이고 다의적인 첨단 기술 분야에서 심각한 도전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분야의 특허 소송 당사자들은 초기 단계에서 모든 가능한 해석의 갈래를 예측하고 대비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됩니다.

첨단 기술 분야의 딜레마

최선의 법률적 주장이 절차적 미비로 인해 아예 심리조차 받지 못하고 기각될 위험이 상존하는 것입니다. 이는 절차적 순수성을 실체적 정확성보다 우선시하는 미국 시스템이 첨단 기술 분야의 복잡성을 해결하는 데 적합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합니다.

미국 시스템에서 PTAB 단계는 단순한 예선전이 아니라,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결승전인 셈입니다.

 

3. 정의를 위해서라면 괜찮아: 한국의 유연한 ‘실질적 정의’ 추구

미국의 엄격함과 정반대편에 한국의 유연한 ‘후방 집중형(Back-Loaded)’ 시스템이 있습니다. 한국 특허법원에서 진행되는 심결취소소송에서는 심판 단계에서 주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주장이나 증거 제출을 매우 폭넓게 허용합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특허법원의 심결취소소송이 행정소송의 일종이기 때문입니다. 법원의 주된 임무는 특허청의 심판원 심결이라는 행정처분의 ‘위법성 전반’을 심사하는 것이며, 절차적 흠결을 넘어 ‘그 결론’이 실체적으로 올바른지를 다시 판단하는 데 핵심이 있습니다. 따라서 올바른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라면 새로운 주장이나 증거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실질적 정의 실현’이라는 가치를 최우선으로 둡니다.

💡 통계로 본 한국 법원의 역할
한국 특허법원이 특허심판원의 심결을 취소하는 비율은 약 25%에 달합니다. 이는 네 건 중 한 건은 법원에 가서 결과가 뒤집힌다는 의미로, 법원이 행정기관의 결정을 얼마나 철저하게 사법적으로 통제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물론 한국 시스템에도 단점은 있습니다. 분쟁 해결이 최종적으로 확정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고, 당사자들이 특허심판원 단계를 ‘예선전’처럼 가볍게 여기고 핵심 카드를 법원을 위해 아껴두는 샌드배깅과 유사한 전략을 취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4. 효율성 vs. 정확성: 법 시스템에 담긴 두 나라의 다른 철학

지금까지 살펴본 법리적 차이는 단순한 법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각국 사법 시스템이 어떤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지 보여주는 철학의 차이를 반영합니다. 이 두 나라의 시스템을 표로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특징 미국 (US) 대한민국 (KR)
핵심 법리 실권 원칙: PTAB에서 놓친 주장은 항소심에서 제기 불가. 한번 기회는 끝. 심리 범위 확대: 법원에서 새로운 주장/증거 제출 가능. 실체적 진실을 우선.
소송 전략 전방 집중형 (Front-Loaded): 모든 카드를 PTAB에 쏟아부어야 함. ‘샌드배깅’ 불가능. 후방 집중형 (Back-Loaded): 심판원은 예선전, 법원에서 본게임을 치르는 전략 가능.
정책 목표 법적 안정성 & 효율성: 신속한 분쟁 종결과 예측 가능성 중시. 실질적 정의 & 정확성: 행정기관의 오류를 바로잡고 올바른 결론 도출을 중시.

 

5. 조화롭고 견고한 제도를 위한 정책 제언

법적 안정성과 실질적 정의 사이의 최적의 균형점을 찾기 위해, 양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정책적 제언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1. 미국 실권 원칙에 대한 ‘정당한 사유(Good Cause)’ 예외 도입: 현재 엄격한 ‘예외적 상황’ 기준을 완화하여, 항소인이 PTAB에서 해당 주장을 제기하지 못한 데 ‘정당한 사유’가 있음을 입증하는 경우 CAFC가 예외적으로 새로운 청구항 해석 주장을 심리하도록 허용해야 합니다.
  2. CAFC의 적극적인 환송(Remand) 권한 활용: CAFC가 심리 중 잠재적으로 결정적이지만 당사자들이 주장하지 않은 청구항 해석 쟁점을 발견한 경우, 해당 쟁점에 대한 심리를 위해 사건을 PTAB으로 환송할 수 있는 권한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3. 대한민국 특허법원의 변론 준비 절차 강화: 한국 모델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법원이 변론 준비 절차를 강화하여 당사자들이 소송 초기에 새로운 주장이나 증거를 모두 제출하도록 강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합니다.
  4. 첨단 기술 분야 청구항 해석에 대한 양국 특허청의 공동 가이드라인 마련: AI, 바이오 등 신기술 분야에서 청구항 해석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USPTO와 KIPO가 협력하여 공동 가이드라인을 개발 및 발표해야 합니다.
  5. PTAB/특허심판원 절차 초기에 ‘쟁점 정리서’ 제출 의무화: 양국 모두 행정 심판 절차 초기에 당사자들이 합의 및 다툼이 있는 청구항 해석을 명시한 공동 ‘쟁점 정리서’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하여 심리 효율을 높여야 합니다.

핵심 요약: 시스템이 추구하는 가치

미국과 한국의 특허 소송 시스템이 추구하는 상반된 가치들을 한눈에 요약합니다.

⚖️

법철학 관점의 특허 소송 비교

미국 시스템: 법적 안정성 & 효율성 중시. 전방 집중형(Front-Loaded).
한국 시스템: 실질적 정의 & 정확성 중시. 후방 집중형(Back-Loaded).
미국 절차 특징: PTAB에서 놓친 주장은 CAFC에서 실권 처리. 예측 가능하지만 가혹함.
한국 절차 특징: 특허법원에서 새로운 주장/증거 제출 가능. 유연하지만 불확실성이 김.

자주 묻는 질문 (FAQ)

Q: 미국에서 ‘실권 원칙’이 적용되는 주장은 무엇입니까?
A: PTAB(특허심판원) 절차에서 제기하지 않았던 새로운 주장, 특히 청구항 해석에 관한 새로운 주장은 상급심인 CAFC에서 실권 원칙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Q: 한국 특허법원이 심판원 심결을 취소하는 비율은 왜 높습니까?
A: 한국 특허법원은 심결취소소송이 행정처분의 위법성 전반을 심사하는 것이므로, 실질적 정의 실현을 위해 심판 단계에서 제출되지 않은 새로운 주장이나 증거도 폭넓게 검토하기 때문입니다.
Q: 첨단 기술 특허 분쟁에서 이 법리 차이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A: AI, 바이오 등 첨단 기술 용어는 의미가 유동적이어서, 미국처럼 초기에 주장이 고정되면 이후 기술 변화를 반영할 수 없는 절차적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한국의 특허 소송 시스템은 결국 ‘법적 안정성’과 ‘실질적 정의’라는 두 가지 중요한 가치 사이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한 결과물입니다. 예측 가능하고 신속하지만 때로는 가혹한 미국과, 정확한 결론을 위해 시간과 유연성을 허락하지만 불확실성이 긴 한국. 어느 한쪽이 우월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의 비즈니스에는 어느 쪽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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