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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October 18, 2025

효율성 vs 실질적 정의: 미국/한국 특허법원이 추구하는 상반된 철학 분석

 

특허 전쟁의 승패는 ‘절차’에 달려있다! 미국과 한국의 특허 소송은 ‘청구항 해석’ 기준은 같지만, 심판 단계 주장 포기 시 항소심에서 기각되는 미국 법리법원에서 새로운 주장/증거 제출이 폭넓게 허용되는 한국 법리라는 근본적인 절차적 차이를 보입니다. 양국이 추구하는 법철학(효율성 vs. 실질적 정의)을 심도 있게 비교 분석합니다.

글로벌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법률 시스템은 종종 비슷해 보입니다. 특히 특허법처럼 고도로 전문화된 분야는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제가 실무에서 경험해 보니, 겉모습 아래에는 각 나라의 역사와 법철학이 담긴 근본적인 차이가 숨어 있더라고요. 마치 같은 재료로 요리하지만, 레시피와 조리 방식이 전혀 다른 두 명의 셰프와 같습니다.

특히, 혁신의 성패를 가르는 특허 분쟁 분야에서 미국과 한국은 놀라울 정도로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합니다. 당신이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활동하는 기업가, 발명가, 또는 법률 전문가라면 이 차이를 아는 것은 단순한 지적 호기심을 넘어 비즈니스의 생존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미국과 한국 특허 소송의 핵심에 숨겨진, 양국 법리의 놀라운 차이점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1. 같은 답, 다른 풀이: 해석 기준은 같지만 주장 시점은 정반대

가장 놀라운 역설부터 시작해 볼까요? 특허의 권리 범위를 정하는 ‘청구항 해석(Claim Construction)’의 핵심 기준에서 미국과 한국은 사실상 같은 답에 도달했습니다. 양국 모두 특허 용어의 의미를 해당 기술 분야의 ‘통상의 기술자(POSITA)’가 이해하는 객관적 의미로 파악해야 한다고 봅니다. 즉,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라는 실체적 질문에는 같은 목소리를 내는 셈입니다.

하지만 극적인 반전이 일어나는 것은 바로 “그 해석에 관한 주장을 언제, 어떻게 할 수 있는가?”라는 절차적 질문입니다. 이 절차적 차이는 사소한 것이 아니라, 속도와 완결성을 추구하는 법률 세계와 유연성과 정확성을 추구하는 법률 세계로 이어지는 근본적인 갈림길입니다.

 

2.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미국의 엄격한 ‘실권 원칙’

미국 특허 소송은 ‘전방 집중형(Front-Loaded)’ 구조를 가집니다. 모든 화력을 초반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이며, 그 중심에는 ‘실권(Forfeiture) 원칙’이라는 가혹할 정도로 엄격한 규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특허심판원(PTAB) 절차에서 제기하지 않았던 새로운 주장은, 상급심인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에서 절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미국 법원이 이 엄격한 원칙을 고수하는 데에는 세 가지 중요한 정책적 이유가 있습니다:

  • 전문 기관 존중: 기술 전문성을 갖춘 PTAB이 1차적으로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기록을 형성하는 기관임을 보장합니다.
  • 사법 효율성: 항소심에서 새로운 주장을 금지하여 불필요한 재판 지연을 막고 분쟁을 신속하게 종결합니다.
  • ‘샌드배깅(Sandbagging)’ 방지: 당사자가 유리한 주장을 숨겨두었다가 항소심에서 기습적으로 제기하는 비겁한 전략을 차단합니다.

1.3 최근 판례 동향(2020-2025): 실무상 원칙의 적용

CAFC는 최근 5년간의 판례를 통해 실권 원칙을 단순히 선언적인 원칙이 아닌, 실제 사건에서 엄격하게 적용되는 규율임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2025년의 Case1Tech, LLC v. Squires 판결입니다. 이 사건에서 특허권자인 Case1Tech는 PTAB에서는 청구항의 ‘분석(analysis)’이라는 용어가 ‘소음 노출량의 계산(calculation of noise dosage)’을 의미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PTAB에서 패소하자, CAFC 항소심에서는 ‘분석’‘소음 노출량 계산을 포함하는(includes the calculation of noise dosage)’ 더 넓은 의미라고 주장을 변경했습니다.

주의하세요! (Case1Tech 판결)
CAFC는 이러한 주장 변경을 ‘실권’을 이유로 일축했습니다. PTAB에서 ‘분석은(~is) 계산이다’라고 주장했던 당사자가 항소심에서 ‘분석은 계산을 포함한다(~includes)’라고 말을 바꾸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는 주장의 미묘한 뉘앙스 변경조차도 새로운 주장으로 간주되어 실권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예시입니다.

또한, 2020년의 In re: Google Technology Holdings LLC 판결은 실권 원칙의 정책적 근거를 재확인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구글은 심사관의 거절결정에 불복하여 PTAB에 항소했으나, 청구항 해석에 대한 구체적인 주장은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CAFC 항소심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특정 용어의 해석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CAFC는 구글이 PTAB에 관련 주장을 제기하지 않음으로써 “전문 기관이 그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기회를 박탈했다”고 지적하며, 해당 주장은 실권되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러한 판례들은 CAFC가 절차적 규율을 유지하기 위해 실권 원칙을 적극적으로 집행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설령 그 결과가 항소인에게 가혹하게 작용하더라도, 절차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우선시하는 법원의 확고한 입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특히 AI나 바이오와 같이 기술 용어의 의미가 유동적이고 다의적인 첨단 기술 분야에서 심각한 도전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분야의 특허 소송 당사자들은 초기 단계에서 모든 가능한 해석의 갈래를 예측하고 대비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됩니다.

첨단 기술 분야의 딜레마

최선의 법률적 주장이 절차적 미비로 인해 아예 심리조차 받지 못하고 기각될 위험이 상존하는 것입니다. 이는 절차적 순수성을 실체적 정확성보다 우선시하는 미국 시스템이 첨단 기술 분야의 복잡성을 해결하는 데 적합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합니다.

미국 시스템에서 PTAB 단계는 단순한 예선전이 아니라,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결승전인 셈입니다.

 

3. 정의를 위해서라면 괜찮아: 한국의 유연한 ‘실질적 정의’ 추구

미국의 엄격함과 정반대편에 한국의 유연한 ‘후방 집중형(Back-Loaded)’ 시스템이 있습니다. 한국 특허법원에서 진행되는 심결취소소송에서는 심판 단계에서 주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주장이나 증거 제출을 매우 폭넓게 허용합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특허법원의 심결취소소송이 행정소송의 일종이기 때문입니다. 법원의 주된 임무는 특허청의 심판원 심결이라는 행정처분의 ‘위법성 전반’을 심사하는 것이며, 절차적 흠결을 넘어 ‘그 결론’이 실체적으로 올바른지를 다시 판단하는 데 핵심이 있습니다. 따라서 올바른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라면 새로운 주장이나 증거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실질적 정의 실현’이라는 가치를 최우선으로 둡니다.

💡 통계로 본 한국 법원의 역할
한국 특허법원이 특허심판원의 심결을 취소하는 비율은 약 25%에 달합니다. 이는 네 건 중 한 건은 법원에 가서 결과가 뒤집힌다는 의미로, 법원이 행정기관의 결정을 얼마나 철저하게 사법적으로 통제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물론 한국 시스템에도 단점은 있습니다. 분쟁 해결이 최종적으로 확정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고, 당사자들이 특허심판원 단계를 ‘예선전’처럼 가볍게 여기고 핵심 카드를 법원을 위해 아껴두는 샌드배깅과 유사한 전략을 취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4. 효율성 vs. 정확성: 법 시스템에 담긴 두 나라의 다른 철학

지금까지 살펴본 법리적 차이는 단순한 법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각국 사법 시스템이 어떤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지 보여주는 철학의 차이를 반영합니다. 이 두 나라의 시스템을 표로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특징 미국 (US) 대한민국 (KR)
핵심 법리 실권 원칙: PTAB에서 놓친 주장은 항소심에서 제기 불가. 한번 기회는 끝. 심리 범위 확대: 법원에서 새로운 주장/증거 제출 가능. 실체적 진실을 우선.
소송 전략 전방 집중형 (Front-Loaded): 모든 카드를 PTAB에 쏟아부어야 함. ‘샌드배깅’ 불가능. 후방 집중형 (Back-Loaded): 심판원은 예선전, 법원에서 본게임을 치르는 전략 가능.
정책 목표 법적 안정성 & 효율성: 신속한 분쟁 종결과 예측 가능성 중시. 실질적 정의 & 정확성: 행정기관의 오류를 바로잡고 올바른 결론 도출을 중시.

 

5. 조화롭고 견고한 제도를 위한 정책 제언

법적 안정성과 실질적 정의 사이의 최적의 균형점을 찾기 위해, 양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정책적 제언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1. 미국 실권 원칙에 대한 ‘정당한 사유(Good Cause)’ 예외 도입: 현재 엄격한 ‘예외적 상황’ 기준을 완화하여, 항소인이 PTAB에서 해당 주장을 제기하지 못한 데 ‘정당한 사유’가 있음을 입증하는 경우 CAFC가 예외적으로 새로운 청구항 해석 주장을 심리하도록 허용해야 합니다.
  2. CAFC의 적극적인 환송(Remand) 권한 활용: CAFC가 심리 중 잠재적으로 결정적이지만 당사자들이 주장하지 않은 청구항 해석 쟁점을 발견한 경우, 해당 쟁점에 대한 심리를 위해 사건을 PTAB으로 환송할 수 있는 권한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3. 대한민국 특허법원의 변론 준비 절차 강화: 한국 모델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법원이 변론 준비 절차를 강화하여 당사자들이 소송 초기에 새로운 주장이나 증거를 모두 제출하도록 강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합니다.
  4. 첨단 기술 분야 청구항 해석에 대한 양국 특허청의 공동 가이드라인 마련: AI, 바이오 등 신기술 분야에서 청구항 해석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USPTO와 KIPO가 협력하여 공동 가이드라인을 개발 및 발표해야 합니다.
  5. PTAB/특허심판원 절차 초기에 ‘쟁점 정리서’ 제출 의무화: 양국 모두 행정 심판 절차 초기에 당사자들이 합의 및 다툼이 있는 청구항 해석을 명시한 공동 ‘쟁점 정리서’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하여 심리 효율을 높여야 합니다.

핵심 요약: 시스템이 추구하는 가치

미국과 한국의 특허 소송 시스템이 추구하는 상반된 가치들을 한눈에 요약합니다.

⚖️

법철학 관점의 특허 소송 비교

미국 시스템: 법적 안정성 & 효율성 중시. 전방 집중형(Front-Loaded).
한국 시스템: 실질적 정의 & 정확성 중시. 후방 집중형(Back-Loaded).
미국 절차 특징: PTAB에서 놓친 주장은 CAFC에서 실권 처리. 예측 가능하지만 가혹함.
한국 절차 특징: 특허법원에서 새로운 주장/증거 제출 가능. 유연하지만 불확실성이 김.

자주 묻는 질문 (FAQ)

Q: 미국에서 ‘실권 원칙’이 적용되는 주장은 무엇입니까?
A: PTAB(특허심판원) 절차에서 제기하지 않았던 새로운 주장, 특히 청구항 해석에 관한 새로운 주장은 상급심인 CAFC에서 실권 원칙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Q: 한국 특허법원이 심판원 심결을 취소하는 비율은 왜 높습니까?
A: 한국 특허법원은 심결취소소송이 행정처분의 위법성 전반을 심사하는 것이므로, 실질적 정의 실현을 위해 심판 단계에서 제출되지 않은 새로운 주장이나 증거도 폭넓게 검토하기 때문입니다.
Q: 첨단 기술 특허 분쟁에서 이 법리 차이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A: AI, 바이오 등 첨단 기술 용어는 의미가 유동적이어서, 미국처럼 초기에 주장이 고정되면 이후 기술 변화를 반영할 수 없는 절차적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한국의 특허 소송 시스템은 결국 ‘법적 안정성’과 ‘실질적 정의’라는 두 가지 중요한 가치 사이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한 결과물입니다. 예측 가능하고 신속하지만 때로는 가혹한 미국과, 정확한 결론을 위해 시간과 유연성을 허락하지만 불확실성이 긴 한국. 어느 한쪽이 우월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의 비즈니스에는 어느 쪽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 법적 고지 (Legal Notice) ※
본 블로그 포스트는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사안에 대한 법률적 자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개별적인 법률 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This blog post is for general informational purposes only and cannot substitute for legal advice on specific matters. Please be sure to consult with a professional regarding individual legal issues.

 

Thursday, September 25, 2025

특허 소송의 열쇠, 클레임 차트 작성법과 중요성

특허 소송의 열쇠, 클레임 차트

들어가며

특허 소송. 이름만 들어도 복잡해 보이지만, 이 세계를 이해하는 핵심 열쇠는 바로 클레임 차트(Claim Chart)다. 겉으로는 단순한 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소송의 방향과 결과까지 좌우할 수 있는 전략적 문서다.

특허업계에 처음 발을 들이면, 교과서에서 배운 적이 없는 Claim Chart 작성을 마주하게 된다. 정해진 양식도 없어 선배 변리사들이 남긴 서면이나 판결문을 참고하며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한다. Claim Chart 작성법은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거쳐 몸으로 익힐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특허발명의 용어를 그대로 가져와 비교대상 제품이나 선행기술과 대조하는 실수를 흔히 범한다. 발명의 용어로 통일하면 작성이 간단하고 주장이 강화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험이 쌓일수록, 오히려 이러한 방식은 설득력을 약화시킨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심사관, 심판관, 판사 모두 비교대상에서 실제 사용되는 기술 용어에 근거한 설명을 더 신뢰하기 때문이다.

클레임 차트란 무엇인가

클레임 차트는 특허 청구항을 잘게 나눈 뒤(구성요소, 제한요소), 이를 외부 증거와 조목조목 대비하는 문서다. 비교 대상은 침해 혐의 제품, 선행기술 문헌, 혹은 실물 장치까지 다양하다. 흔히 Infringement Contentions(ICS), Preliminary Infringement Contentions(PICs), Invalidity Contentions 등으로 불리며, 모두 본질은 동일하다. 즉, 특허 청구항과 외부 증거의 구조적·기능적 비교다.

해석 차트와의 차이

비슷한 용어로 클레임 해석 차트가 있다. 그러나 이는 특허 내부 증거(명세서, 도면 등)를 활용해 청구항 용어의 의미를 밝히는 것이고, 클레임 차트는 특허 외부 증거와 대조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미국 소송에서의 의무성과 구체성

미국 주요 연방법원(N.D. Cal., E.D. Tex.)은 모두 Local Patent Rules에 따라 클레임 차트(claim chart)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예컨대 북부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N.D. Cal.)의 Patent L.R. 3-1(a)는 초기 사건관리회의(Initial Case Management Conference) 후 14일 이내에 Infringement Contentions를 제출하도록 규정한다. 이 문서에는 청구항 각 요소(element)에 대응하는 피인용(product) 기능의 구조·동작 설명과 가능한 범위 내 핀포인트 인용(pinpoint citations)(예: 제품 매뉴얼의 특정 페이지, 소스코드 특정 라인, 선행기술 문헌의 특정 열) 지시가 포함되어야 한다. 법원이 요구하는 ‘구체성’은 단순 열거가 아니라 논리적으로 연결된 정확한 식별이다.

한국 실무와의 차이

반면 한국에서는 Claim Chart가 법적으로 의무화되지 않았다. 준비서면이나 증거부표로 활용될 뿐이며, 형식도 자유롭다. 따라서 초기 제출본이 추후 주장이나 증거방법을 구속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Claim Chart는 ‘참고자료’에 머무는 반면, 미국에서는 소송 전체를 구속하는 핵심 절차 문서로 기능한다. 예를 들어, 초기 Claim Chart에서 균등론에 대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를 밝히지 않으면 나중에 균등론 주장을 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을 수 있다.

높아진 제기 기준과의 연결성

소송 제기 단계에서 요구되는 사실적·논리적 구체성은 Twombly(2007)와 Iqbal(2009) 판결을 통해 FRCP 8(a)의 “가능성(possible)” 기준이 “개연성(plausible)” 기준으로 강화된 데 기인한다. 더욱이 2015년 연방규칙(FRCP) 개정으로 간이 침해양식(Form 18)이 폐지되면서, 특허소장도 최초 제출 시점부터 구체적 사실과 논리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클레임 차트는 단순한 절차적 형식요건이 아니라, 사건 이론(case theory)을 초기에 구체적·핀포인트 방식으로 확정(lock-down)하여 “증거는 나중에 찾자”는 전략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소송규칙 요약 (실무 체크리스트)

북부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 (N.D. Cal.) Patent Local Rules 3-1~3-4, 3-6

3-1 Infringement Contentions

  • (a) 주장 청구항 및 해당 35 U.S.C. §271 침해 형태(직접, 간접, 유도 등) 명시
  • (b) Accused Instrumentalities를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식별(제품명·모델, 공정명 등)
  • (c) 청구항 요소별 대응 차트 제시. §112(f) 주장 시 대응 구조·행위·재료를 핀포인트 인용(제품 매뉴얼 특정 페이지, 소스코드 특정 라인, 문헌 특정 절 등)으로 명확히 식별
  • (d) 간접침해(유도·공동) 주장 시 직접침해 주체·행위자를 명시하고, 유도 구체 행태 또는 각 주체의 역할을 설명
  • (e) 문언 침해와 균등론(DoE) 여부를 요소별로 구분 표시
  • (f) 우선권 주장 청구항별 우선일(priority date) 특정
  • (g) 자체 실시(또는 라이선시 실시)에 근거할 가능성이 있으면 해당 실시품·공정 식별
  • (h) 최초 침해 시점 및 손해배상 시작·종료 시점 제시
  • (i) 고의침해(willfulness) 근거가 있으면 개요 기재

3-2 Document Production (동시 문서 제출)

원고가 3-1 Infringement Contentions를 제출(serve)한 직후, 선행 공개·판매 문서, 발명완성 문서, 소유권·심사이력(file-wrapper) 문서, 자체 실시 운영 문서, 라이선스·유사라이선스 및 매출자료, FRAND 약정 관련 문서 등을 카테고리별로 식별하여 제출

3-3 Invalidity Contentions

제3자 인용 근거(references)·도표·조합·§101·§112 등 무효 근거 및 청구항별 무효 이론을 45일 이내 제출

3-4 Invalidity Document Production

3-3 제출과 동시에(또는 지체 없이), 무효 근거 문헌 사본·번역, 소스코드·구조 자료 등 방어 측 문서 제출

3-6 Amendment of Contentions

  • 법원 허가 및 good cause 요건 충족 시 가능
  • 허가 사유 예시: 법원의 claim construction order와 상이한 경우, 신규 중대한 인용 근거(c) 발견 시, 비공개 정보의 최근 입수 등
  • 보충의무는 amendment 허가 요건을 대체하지 않음

동부 텍사스 연방지방법원 (E.D. Tex.) Patent Rules 3-1~3-6 차이점

  • 제출 시점: Initial Case Management Conference 전 10일 전까지 3-1 제출(serve) 요구
  • 3-1(a)~(f): 요소별 차트, DoE 구분, 우선일, 자체 실시 식별 등 N.D. Cal.과 실질적으로 동일
  • 3-4 Source Code & Schematics: 피고는 무효주장과 함께 소스코드·스키매틱 등 구조 자료를 제공 (코드실사 절차에 따른 보호명령 아래)
  • 3-6 Amendment: claim construction order30일 이내 보정 가능, 그 외 보정은 good cause 필요
  • 소프트웨어 제한요소 초기 특정: 판사별 Discovery Order에 따라 소스코드 제공 후 세부 핀포인트 보완 허용. Infringement Contentions 최초 제출(serve) 시 추정은 불가; 보완 기한 준수 및 대표 제품 선정 중요

실무 요약: N.D. Cal.은 Initial CMC 후 14일 이내, E.D. Tex.은 Initial CMC 전 10일 전까지 Infringement Contentions를 제출(serve)해야 하며, 양 법원 모두 핀포인트 인용 수준의 구체성을 엄격히 요구합니다. 무효주장 및 문서제출 일정과 amendment 요건에도 차이가 있으므로, 각 지역 규칙별 제출 시점과 세부 요건을 철저히 준수해야 합니다.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

클레임 차트 작성이 어려운 이유는 텍스트와 비텍스트의 간극 때문이다. 청구항은 텍스트지만, 비교 대상은 기계 장치, 서비스 프로세스, 방대한 소스코드 등이다. 이는 마치 레시피(청구항)를 보고 완성된 케이크(제품)에서 각 단계가 어떻게 구현됐는지 하나하나 짚어내는 작업과 같다. 과학수사에서 망치자국과 망치를 비교하거나 필적을 감정하는 과정과도 닮았다.

더군다나, 소송 초기 단계, 즉 디스커버리 이전에는 원고가 피고의 내부 기밀 자료에 접근할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 그래서 초기 Claim Chart는 주로 제품 설명서, 기술 문서, 리버스 엔지니어링 결과 등 공개 정보에 의존한다. 일부 법원(E.D. Tex. 등)은 소프트웨어 특허 사건에서 원고가 처음에는 소프트웨어 클레임만 특정하고, 피고가 소스코드를 제공한 뒤 세부 위치를 특정하도록 허용하기도 한다.

Claim Chart의 구조와 형식

가장 기본적인 형식은 2단 표(Table)다.

  • 왼쪽 칸(LHC, Left-Hand Column): 청구항을 요소별로 나누어 기재
  • 오른쪽 칸(RHC, Right-Hand Column): 각 요소가 대응된다고 주장하는 외부 증거를 구체적으로 적시 (제품 부품 설명, 동작 방식, 소스코드 라인 번호, 선행기술 문헌의 특정 부분 등)

경우에 따라 3단 표 형식도 사용된다. 이때는 청구항 요소, 외부 증거, 그리고 해석·주장을 한눈에 보여준다. ITC 사건에서는 국내 산업 차트(DI Chart), 디자인 소송에서는 디자인 차트, 전문가 보고서에서는 전문가 차트 등 특수 목적 차트도 활용된다.

Claim Chart 작성법의 핵심

  • 요소 분해(Parsing): 청구항 문장을 기계적으로 끊는 것이 아니라, 권리범위를 실질적으로 한정하는 제한 요소를 찾아내야 한다.
  • 핀포인트 증거 제시: 막연한 설명이 아니라, 제품 매뉴얼의 특정 페이지, 소스코드의 특정 라인, 선행기술 문헌의 특정 단락 등 정확한 지점을 인용해야 한다.
  • 논리적 연결: 증거와 청구항 요소가 어떻게 대응되는지 논리적 사슬을 촘촘히 제시해야 한다. 단순 병렬 나열이 아니라, 왜 그 증거가 해당 요소를 만족하는지 설명하는 것이다.
  • 명명과 구별: 제품 부품, 코드 블록, 프로세스 단계 등을 혼동 없이 식별 가능한 이름으로 부여해야 한다.

샘플 Claim Chart

예시 청구항(발췌): Claim 1 — “(a) TSV를 포함하는 제1 기판; (b) 제1 기판과 하이브리드 본딩된 제2 기판(직접 Cu–Cu 및 절연체–절연체 본딩 포함); …”

잘못된 예 1: 요소 분해 없이 작성 BAD

청구항(요소화 없음)대응 증거 및 설명(모호함)
Claim 1 전체 문장 — “TSV 포함 제1 기판과 하이브리드 본딩된 제2 기판을 갖는 반도체 장치 …” “XYZ HBM4 제품은 당사 특허와 본질적으로 동일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제품 브로셔를 참고하십시오.”
“최신 공정이므로 하이브리드 본딩이 포함된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점: 요소 분해 부재, 근거의 구체 위치 부재, 추정·감정적 표현 남용 → 법원이 요구하는 “정확한 식별·핀포인트” 기준 미달.

잘못된 예 2: 요소는 분해했으나 핀포인트 부재 BAD

청구항 요소(LHC)대응 증거 및 설명(RHC)
(a) TSV를 포함하는 제1 기판“XYZ HBM4 브로셔에 TSV가 언급됩니다(브로셔 전반).” — 페이지·도면·단락 불특정
(b) 직결 Cu–Cu 및 절연체–절연체를 포함하는 하이브리드 본딩“홍보 영상에서 ‘첨단 본딩’이라 언급되므로 하이브리드 본딩일 것입니다.” — 자료 유형·타임스탬프 불특정, 용어 비약

문제점: 요소는 분해했으나 페이지·그림·라인 등 핀포인트 인용이 전무, 논리적 연결(why) 고리 부재.

올바른 예: 요소 분해 + 핀포인트 매핑 GOOD

청구항 요소(LHC)대응 증거 및 설명(RHC)
(a) TSV를 포함하는 제1 기판
  • XYZ HBM4 User Manual v1.2, p.34, Fig.3-2 “Through-Silicon Via (TSV) array”.
  • 단면 FIB 이미지 ID 2025-09-01-IMG12 — TSV 배치·빈도 확인.
  • 논리 연결: 위 근거는 (a) 요소를 문자적으로 충족.
(b) 직결 Cu–Cu 및 절연체–절연체를 포함하는 하이브리드 본딩
  • XYZ HBM4 Packaging Guide Rev.B, p.12–13, Fig.4-1; p.19, Table 4-3.
  • CSAM 로그 CSAM_2025-09-02.log, ln. 210–238 — Cu–Cu 인터페이스 패턴.
  • 논리 연결: 설계서+로그의 합치 → (b) 요소를 요소별로 충족.

핵심: (i) 요소 분해, (ii) 문서·이미지·로그의 핀포인트, (iii) “왜 충족하는가”에 대한 짧고 단단한 추론사슬.

대표제품(Representative Products) 선정 기준

  • 기능적 동일성: 피고 제품군 전반에 공통되는 피침해 기능 경로(예: 동일 IP 블록, 동일 펌웨어/커널 모듈, 동일 공정 스텝)를 식별하고, 대표제품이 그 경로를 그대로 구현함을 증거(도면·코드 브랜치·공정도)로 제시.
  • 구조적/소스코드 공통성: 동일 칩셋/패키지/보드 리비전, 동일 코드 브랜치/빌드 플래그/피처 토글 등 공통 구조·코드를 명시. Family Matrix(모델×제한요소×증거)로 차이를 표식.
  • 브리지 문구 제공: “대표제품 A에서 확인된 X 기능/코드 경로는 모델 B·C에서도 동일하게 활성화되며, 차이는 Y(외형/성능)로서 해당 제한요소 충족에 실질적 영향 없음”과 같이 확장 논리를 명시.
  • 표본 설계: 판매량·시장 비중·기술적 worst-case를 고려한 소수 대표선정 + 보충 의사 명시(코드/도면 접근 후 신속 보완).
  • 리스크 관리: 모델 간 실질 차이가 있으면 대표제품 전략이 제한될 수 있음 → 조기 이의 제기 대응, 필요 시 보정(amendment) 신청 준비.

균등론(DoE) 제시 방식: 기능·방법·결과(F/W/R) & Vitiation 회피

  • 요소별 제시 원칙: 문언적 불충족 각 제한요소에 한해 개별적으로 DoE를 주장(모든 요소 충족의 원칙, All-Elements Rule).
  • F/W/R 삼분법: 각 요소에 대하여 Function(기능)·Way(방법)·Result(결과)가 피고 제품과 실질적으로 동일함을 핀포인트 증거로 연결.
  • Vitiation 회피: 균등 주장이 해당 제한요소를 사실상 삭제·무력화하지 않도록, 요소의 의미 있는 한계(boundary)를 유지하는 차별점을 명시.
  • 심사이력/금반언 고려: 심사과정 축소·주장에 따른 estoppel 가능성 점검 → tangential·unforeseeable 등 예외 논리 사전 정비.
  • 증거 운용: 기능/방법/결과 각각에 대한 문헌·도면·실험·코드라인을 핀포인트로 배치하고, 요소별 소결론을 명확히 기재.
※ Doctrine of Equivalents 남용 방지, Vitiation 원칙 ※
Warner-Jenkinson 사건(1997)에서 연방대법원은 균등론이 청구항 개별 요소별로 대비 적용되어야 하며, 요소 자체를 무력화/제거(vitiate)하는 방식은 허용되지 않음을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Freedman Seating 사건(2005)에서 연방순회항소법원은 “slidably mounted(가변형)”을 “rotatably mounted(회전형)”과 동일시하면 한정어 자체가 사라지는 효과가 되므로 균등론 배척 원칙(Vitiation 원칙)을 적용했습니다. 한국 법원은 미국식“Vitiation 원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균등론 판단에서 과제해결원리의 동일성, 비본질적 부분 치환, 기술사상의 핵심 유지라는 요건을 설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청구항의 본질적 요소가 무력화되거나 특정 한정어가 무의미해지는 것을 방지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맺으며: 비교와 분석의 보편성

결국 클레임 차트는 특허 소송의 전략적 핵심일 뿐 아니라, 추상적 규범과 구체적 사실을 연결하는 정밀한 다리다. 단순히 법률 문서를 채우는 절차가 아니라, 복잡한 사실관계를 잘게 나누고, 이를 체계적으로 비교·분석하여 설득력 있는 논리를 구축하는 사고 방식 자체를 보여준다.

이러한 구조화된 비교·분석은 법률 실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경영 의사결정, 과학 연구의 데이터 분석, 공학적 설계 검증, 일상의 체크리스트까지—우리는 요소를 나누고, 대응 근거를 찾고, 연결 고리를 점검하는 ‘클레임 차트적 사고’를 자연스럽게 수행한다. 이는 인간의 합리적 사고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절차다.

더 나아가 클레임 차트는 제도적 건전성에도 기여한다. 초기부터 주장을 구체적 증거와 함께 고정하도록 강제함으로써 근거 없는 소송을 걸러내고, 당사자 모두가 명확한 쟁점 속에서 공정하게 다투도록 만든다. 이는 법원과 사회 전체가 지향하는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의 가치와 맞닿아 있다.

따라서 클레임 차트는 단지 “소송 문서”가 아니다. 복잡한 현실을 분해하고 비교하며 설득하는 지적 도구이자, 우리의 사고를 훈련시키는 분석 프레임워크다. 특허 소송에서 출발했지만, 그 원리는 다양한 영역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는 보편적 언어로 작동한다.

※ 본 포스팅의 예시는 설명 목적의 가상 자료를 사용했으며, 특정 사건·제품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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