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August 29, 2026

미국 특허소송은 어디에서 승패가 갈리는가 — 한국 기업이 알아야 할 7단계와 단계별 승소 전략

미국 특허소송 7단계와 한국 기업의 단계별 대응전략
미국 특허소송은 단순히 “우리 제품이 상대방 특허와 다르다”는 사실을 법정에서 설명하는 싸움이 아닙니다. 청구항 해석, Discovery, Summary Judgment, 균등론, 배심재판, JMOL과 항소심까지 각 절차에서 확보한 결과가 다음 단계의 선택지를 결정합니다. 결국 미국 특허소송은 기술의 싸움인 동시에 절차적 전략의 싸움입니다.

미국 특허소송은 한국 기업에 유난히 낯설게 느껴집니다. 이유는 단순히 소송비용이 비싸거나 영어로 재판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누가 무엇을 판단하는지, 어떤 쟁점을 어느 단계에서 제기해야 하는지, 한 번 놓친 절차적 기회가 이후 배심재판과 항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한국의 소송절차와 상당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국의 특허침해소송에서는 판사와 배심원의 역할이 나뉩니다. 특허청구항의 의미를 확정하는 Claim Construction은 판사가 담당하지만, 그렇게 해석된 청구항을 피고 제품에 적용하여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문제는 사실판단 문제로 배심원이 개입합니다.[1]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한국 기업은 미국 특허소송을 “우리 제품이 상대방 특허와 기술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잘 설명하면 되는 싸움”으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실제 소송에서는 어떤 청구항 해석을 확보할 것인지, 어떤 내부문서가 Discovery를 통해 상대방에게 넘어갈 것인지, 어떤 쟁점을 배심원에게 보내지 않고 법률문제로 먼저 처리할 것인지, 그리고 Rule 50(a) motion을 언제 제기하여 항소심까지 쟁점을 보존할 것인지가 서로 연결되어 움직입니다.

먼저 영상으로 보는 가상 특허침해사건

아래 설명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가상의 미국 특허침해소송을 하나 설정했습니다.

A사는 미국 특허권자이고, B사는 미국 시장에 제품을 판매하는 한국 기업입니다.

A사는 B사의 제품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B사는 해당 특허를 검토한 후 기존 구조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전혀 다른 물리적 작동원리를 채택한 제품을 개발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개발과정에서 B사의 한 엔지니어가 시험보고서에 특정 부품에서 “미세 회전(micro-rotation)이 발생한다”는 표현을 남겼습니다.

A사의 주장:
“피고도 자신의 제품에서 회전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했습니다. 결국 특허기술을 조금 변형하여 사용한 것에 불과합니다.”
B사의 주장:
“문제의 미세 움직임은 특허가 요구하는 회전작동과 물리적 원리도, 기능도, 결과도 다릅니다. 당사의 제품은 특허기술을 모방한 것이 아니라 별개의 설계원리에 따라 개발된 제품입니다.”

이 가상사례를 영상으로 먼저 보시면 아래에서 설명하는 미국 특허소송의 각 절차가 훨씬 쉽게 이해됩니다.

미국 특허소송 실전공방 — 가상 특허침해소송 시나리오

영상이 표시되지 않는 경우 Google Drive에서 영상 열기

1. 소송 초기 전략 — 무엇을 먼저 구조화할 것인가

미국 특허소송은 원고가 연방법원에 Complaint를 제출하면서 시작합니다. 그러나 피고기업의 대응은 단순히 “침해하지 않았다”고 답변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소장을 받은 순간부터 관할과 venue, 청구항별 비침해 논리, 선행기술과 무효자료, prosecution history, PTAB 절차의 활용 가능성, 손해배상 및 고의침해 리스크 등을 동시에 살펴야 합니다.

이때 사건의 일부 쟁점을 분리하여 심리하는 FRCP Rule 42(b)의 Separate Trial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Rule 42(b)는 convenience, prejudice 회피, 신속성과 경제성을 위해 법원이 특정 issue나 claim을 별도로 심리하도록 할 수 있게 합니다.[2]

그러나 Bifurcation은 특허 피고가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권리도 아니고, 모든 사건에서 사용해야 할 필수전략도 아닙니다.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어떤 쟁점을 배심원에게 보내기 전에 판사의 법률판단으로 먼저 해결할 수 있는가?”

어떤 사건에서는 Rule 42(b)보다 Claim Construction이나 Partial Summary Judgment가 훨씬 강력할 수 있습니다.

2. Discovery — 소송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우리 회사의 과거 문서일 수 있습니다

한국 기업이 미국 특허소송에서 가장 큰 문화적 충격을 받는 절차 중 하나가 Discovery, 특히 전자정보개시(E-Discovery)입니다.

이메일, 메신저, 연구보고서, 실험자료, 회의록, 설계변경 기록, 사내 프레젠테이션 등이 증거개시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상대방이 요구하면 모든 문서를 무조건 제출해야 한다”는 설명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FRCP Rule 26(b)(1)은 Discovery의 범위를 claim 또는 defense와 관련되고(relevant), 사건의 필요에 비례하며(proportional), privilege로 보호되지 않는 사항으로 한정합니다.[3]

문제는 문서의 존재보다 그 문서에 어떤 표현이 남아 있는가입니다.

“경쟁사 특허와 거의 동일하지만 이 부분만 조금 변경했다.”

이러한 표현 하나가 곧바로 법적 침해를 확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상대방은 이를 모방의 정황, 제품개발 경위, 특허에 대한 인식 또는 고의침해 주장과 연결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개발 당시의 문서에 다음과 같은 기술적 기록이 남아 있다면 의미가 달라집니다.

“기존 회전식 체결구조와 달리 본 구조는 축방향 탄성변형으로 체결력을 발생시키며, 회전변위는 기능적 작동원리가 아니다.”

좋은 R&D 문서관리는 “침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설계목적, 작동원리, 대안검토와 시험결과를 객관적이고 기술적인 언어로 정확하게 기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3. Markman — 많은 특허소송의 실질적인 승부처

미국 특허소송에서 가장 특허소송다운 절차는 Claim Construction입니다.

1996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Markman v. Westview Instruments 판결은 특허청구항의 해석이 배심원이 아니라 법원이 판단하는 사항임을 확립했습니다.[4]

Claim Construction — 청구항의 의미는 무엇인가?

Infringement — 그렇게 해석된 각 limitation이 피고 제품에 존재하는가?

예를 들어 청구항에 “rotatably coupled”라는 문언이 있고, 법원이 이를 실질적인 회전운동을 허용하는 결합관계라고 해석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피고 제품이 구조적으로 회전하지 않고 축방향 변형만 일으킨다면 이후 침해분석의 지형은 피고에게 상당히 유리하게 변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rotatably”가 미세한 상대운동까지 포함하는 넓은 의미로 해석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Claim Construction은 단순한 용어 정의절차가 아니라 침해분석이 이루어질 법적 경계를 정하는 절차입니다.

4. Summary Judgment — 배심원에게 가기 전에 사건을 끝낼 수 있는가

충분한 factual record가 형성되면 중요한 절차가 등장합니다. FRCP Rule 56의 Summary Judgment입니다.

Rule 56(a)는 중요한 사실(material fact)에 genuine dispute가 없고 신청자가 법률상 판결을 받을 자격이 있다면 Summary Judgment를 허용합니다.[5]

특허침해 피고가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Missing Limitation입니다.

청구항이 A+B+C+D라는 네 개의 limitation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피고 제품이 A+B+C만 가지고 D를 충족하지 않는다면 문언침해(literal infringement)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분석을 끝내서는 안 됩니다. 특허권자는 Doctrine of Equivalents, 즉 균등론을 주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방대법원은 Warner-Jenkinson Co. v. Hilton Davis Chemical Co.에서 균등론을 청구항 전체가 아니라 각 청구항 요소별로 적용해야 한다는 element-by-element 원칙을 확인했습니다.[6]

Claim Construction

Literal Infringement

Doctrine of Equivalents

Prosecution History Estoppel / Ensnarement / 기타 DOE 제한

따라서 올바른 질문은 “한 요소가 없으므로 비침해인가?”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문언상 누락된 limitation을 특허권자가 균등론으로 다시 확보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어떤 법적 제한으로 이를 차단할 수 있는가?”

5. 균등론의 법적 한계 — Prosecution History Estoppel과 Ensnarement

5-1. Prosecution History Estoppel

특허권자가 특허를 받기 위해 청구항을 좁혔다면, 소송에서 균등론을 이용하여 자신이 포기한 영역을 다시 확보하는 데 제한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연방대법원은 Festo Corp. v. Shoketsu Kinzoku Kogyo Kabushiki Co.에서 이러한 prosecution history estoppel의 구조를 설명했습니다.[7]

다만 narrowing amendment가 있었다고 해서 모든 균등범위가 자동으로 소멸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prosecution history를 검토할 때는 왜 보정했는지, 무엇을 포기했는지, 주장되는 equivalent가 그 포기영역에 포함되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5-2. Ensnarement

특허권자는 균등론을 이용하여 자신이 애초에 특허로 받을 수도 없었던 선행기술 영역까지 독점할 수 없습니다.

Federal Circuit은 DePuy Spine v. Medtronic Sofamor Danek에서 ensnarement를 균등론에 대한 법적 제한으로 설명하고, 궁극적으로 법원이 판단할 문제라고 정리했습니다.[8]

이때 널리 사용되는 분석기법이 Hypothetical Claim Analysis입니다.

“피고 제품까지 문자 그대로 포함하도록 실제 청구항을 가상으로 넓혀 본다면, 그렇게 넓어진 청구항이 선행기술에 비해 특허받을 수 있었는가?”

답이 부정적이라면 특허권자는 균등론을 통해서도 그 범위를 확보할 수 없습니다.

Jang v. Boston Scientific Corp.는 hypothetical claim을 이용한 ensnarement 분석과 특허권자의 입증부담이 실제 사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9]

좋은 전략은 “배심원을 무조건 피하는 것”이 아닙니다.

배심원이 판단할 사실문제와 판사가 결정할 법률문제를 정확하게 구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6. Jury Trial과 Special Verdict — 기술만 설명해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Summary Judgment에서 사건이 종결되지 않으면 결국 Jury Trial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한국 기업이 흔히 하는 착각이 있습니다.

“우리 제품이 기술적으로 다른 이유를 전문가가 상세히 설명하면 배심원이 이해할 것이다.”

그러나 복잡한 기술적 차이를 배심원에게 그대로 쏟아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피고의 핵심 논리를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원고 특허는 “회전에 의해 잠금력을 발생시키는 구조”입니다.

피고 제품은 “축방향 탄성변형에 의해 잠금력을 발생시키는 구조”입니다.

외관상 작은 움직임이 비슷하게 보이더라도, 힘을 발생시키는 물리적 메커니즘이 다릅니다.

이것은 감성적인 서사가 아니라 복잡한 기술차이를 배심원이 검증할 수 있는 단순한 기술명제로 바꾸는 과정입니다.

Design-Around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경쟁사의 특허를 검토했다는 사실과 특허침해는 같은 것이 아닙니다.

특허의 권리범위를 검토하고 그 밖에서 별도의 기술적 해결방법을 개발하는 design-around는 특허제도가 예정하고 있는 경쟁의 한 형태입니다.

그러나 “설계회피를 의도했으므로 침해가 아니다”라는 주장 역시 잘못입니다. 최종 제품이 실제 claim limitation을 충족한다면 침해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결국 설계회피에서 중요한 것은 의도가 아니라 청구범위 밖의 실질적으로 다른 기술적 해결방법을 구현했는가입니다.

Special Verdict

FRCP Rule 49(a)는 법원이 배심원에게 각 사실쟁점에 대한 special written finding을 요구할 수 있게 합니다.[10]

복잡한 특허사건에서는 limitation별 판단이나 literal infringement와 equivalence를 구분하여 배심원의 사실판단을 기록에 남기는 것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Special Verdict의 목적은 배심원을 논리적 함정에 빠뜨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 진정한 가치는 배심원의 판단을 쟁점별로 명료하게 기록하여 verdict의 논리구조와 appellate record를 정교하게 만드는 데 있습니다.

7. Rule 50과 Federal Circuit — Trial이 끝나도 절차전략은 계속됩니다

배심원이 특허침해를 인정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렇다고 법적으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미국 민사소송에는 Judgment as a Matter of Law, JMOL이라는 중요한 장치가 있습니다.

Rule 50(a) JMOL

Jury Verdict

Rule 50(b) Renewed JMOL

Federal Circuit Appeal

Rule 50(b)는 완전히 새로운 motion이 아니라 선행한 Rule 50(a) motion을 갱신하는 구조입니다.[11]

따라서 Trial 중 Rule 50(a)를 제대로 제기하지 않으면 post-verdict 단계뿐 아니라 항소심에서 중요한 쟁점의 보존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미국 소송대리인에게 반드시 확인해야 할 질문:

“Federal Circuit 항소까지 필요한 grounds가 Rule 50(a) 단계에서 제대로 preservation되어 있는가?”

Rule 52는 어디에서 작동하는가

Rule 52를 배심원 평결을 뒤집기 위한 일반적인 post-verdict 수단으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Rule 52(a)는 기본적으로 jury 없이 사실을 심리한 사건이나 advisory jury 사건에서 법원이 findings of fact와 conclusions of law를 제시하는 구조입니다.[12]

Rule 52(a)(6)에 따르면 이러한 법원의 factual finding은 clearly erroneous하지 않는 한 항소심에서 존중됩니다.

특허법에서는 Teva Pharmaceuticals USA v. Sandoz가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연방대법원은 Claim Construction의 최종적인 법률적 해석과 그 과정에서 extrinsic evidence에 의존하여 이루어진 subsidiary factual findings를 구별했습니다.[13]

Federal Circuit에서의 Standard of Review

항소심에서는 모든 판단을 동일한 기준으로 다시 심사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다투는지에 따라 Standard of Review가 달라집니다.

Claim Construction의 최종 법률판단
→ De Novo

Claim Construction 과정의 subsidiary factual findings
→ Clear Error

Jury의 사실판단
→ 해당 평결을 지지하는 substantial evidence가 있는지가 핵심

재량적 결정
→ 사안에 따라 Abuse of Discretion

따라서 항소전략은 Trial이 끝난 뒤 처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Discovery, Claim Construction, Expert Testimony, Verdict Form과 Rule 50(a) 단계에서부터 이미 Federal Circuit을 위한 appellate record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좋은 Trial 전략은 배심원에게 이기는 것만 생각하지 않습니다.

Federal Circuit이 나중에 어떤 Standard of Review로 그 기록을 보게 될 것인지까지 생각하면서 Trial Record를 만들어야 합니다.

한국 기업이 기억해야 할 5가지 원칙

첫째. 청구항을 먼저 읽고 제품을 보십시오

“제품이 비슷하다” 또는 “기술적으로 다르다”는 직관만으로 특허침해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Claim → Limitation → Accused Product

둘째. Missing Limitation에서 분석을 끝내지 마십시오

문언상 하나의 limitation이 없다면 literal infringement는 부정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뒤에는 Doctrine of Equivalents가 있습니다.

Literal Infringement → DOE → PHE / Ensnarement 등 DOE 제한

셋째. R&D 문서는 숨기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남겨야 합니다

경쟁사 특허 검토, 대안설계, 설계변경 이유와 시험결과를 정확하고 객관적인 기술언어로 기록하십시오.

소송이 발생한 뒤 만들어낸 설명보다 개발 당시 작성된 정확한 기록이 훨씬 설득력 있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넷째. 판사가 판단할 문제와 배심원이 판단할 문제를 구별하십시오

Claim Construction, prosecution history estoppel, ensnarement과 같은 법적 문제와 실제 infringement 또는 equivalence에 관한 사실문제를 동일한 방식으로 다루어서는 안 됩니다.

다섯째. Trial과 Appeal을 별개의 사건이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오늘의 objection 하나, expert testimony 하나, verdict question 하나와 Rule 50(a) motion 하나가 수개월 뒤 Federal Circuit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카드의 범위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맺음말 — 미국 특허소송의 진짜 승부는 기술과 절차의 교차점에서 결정됩니다

한국 기업이 미국 특허소송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미국 배심원이 외국기업에 불리하다”는 막연한 공포가 아닙니다.

더 위험한 것은 미국 소송절차의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한국식 소송감각으로 대응하는 것입니다.

특허소송의 출발점은 결국 청구항입니다. 그러나 청구항만 잘 분석한다고 소송에서 이기는 것도 아닙니다.

Claim Construction에서 어떤 의미를 확보할 것인지, Discovery에서 어떤 객관적인 개발기록을 제시할 것인지, Summary Judgment에서 어떤 쟁점을 제거할 것인지, Jury에게 어떤 사실문제를 맡길 것인지, Rule 50에서 어떤 논점을 보존할 것인지가 서로 연결됩니다.

미국 특허소송은 하나의 거대한 Trial만으로 이루어진 싸움이 아닙니다. 작은 절차적 전투들이 연속되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각각의 절차에서 확보한 결과가 다음 단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선택지를 결정합니다.

결국 미국 특허소송에서 가장 강한 기업은 반드시 가장 좋은 기술을 가진 기업도,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한 기업도 아닙니다.

자신의 기술을 정확히 이해하고, 특허의 권리범위를 정확히 분석하며, 그 차이를 미국 절차법이 요구하는 시점과 형식에 맞추어 증거와 법리로 전환할 수 있는 기업이 가장 강합니다.

판례·FRCP 원문 및 참고자료

  1. Markman v. Westview Instruments, Inc., 517 U.S. 370 (1996). 특허 청구항 해석을 법원이 담당한다는 기본 판례. 원문 보기
  2. Fed. R. Civ. P. 42(b) — Separate Trials. 원문 보기
  3. Fed. R. Civ. P. 26(b)(1) — Discovery Scope and Limits. Relevance와 proportionality 기준. 원문 보기
  4. Markman v. Westview Instruments, Inc., 517 U.S. 370 (1996). 원문 보기
  5. Fed. R. Civ. P. 56(a) — Summary Judgment. 원문 보기
  6. Warner-Jenkinson Co. v. Hilton Davis Chemical Co., 520 U.S. 17 (1997). 균등론의 element-by-element 적용 원칙. 원문 보기
  7. Festo Corp. v. Shoketsu Kinzoku Kogyo Kabushiki Co., 535 U.S. 722 (2002). Prosecution History Estoppel과 균등론의 관계. 원문 보기
  8. DePuy Spine, Inc. v. Medtronic Sofamor Danek, Inc., 567 F.3d 1314 (Fed. Cir. 2009). Ensnarement의 법적 성격. Federal Circuit 원문
  9. Jang v. Boston Scientific Corp., 872 F.3d 1275 (Fed. Cir. 2017). Hypothetical Claim과 Ensnarement 분석. Federal Circuit 원문
  10. Fed. R. Civ. P. 49(a) — Special Verdict. 원문 보기
  11. Fed. R. Civ. P. 50(a), (b) — Judgment as a Matter of Law 및 Renewed JMOL. 원문 보기
  12. Fed. R. Civ. P. 52(a) — Findings and Conclusions by the Court. 원문 보기
  13. Teva Pharmaceuticals USA, Inc. v. Sandoz, Inc., 574 U.S. 318 (2015). Claim Construction 과정에서의 subsidiary factual findings와 clear-error review. 원문 보기
Disclaimer
이 글은 미국 특허침해소송의 전체적인 절차와 기업의 대응전략을 설명하기 위한 일반적인 연구·교육 자료입니다. 구체적인 사건에서는 관할 법원, Local Patent Rules, Scheduling Order, 청구항 문언, 명세서와 Prosecution History, 침해주장 및 증거관계에 따라 적용되는 절차와 전략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Friday, August 28, 2026

미국 특허 손해배상에서 협상력은 로열티를 어떻게 바꾸는가

미국 특허침해 손해배상에서 합리적 로열티는 단순한 평균 요율이 아니라, 특허권자의 최소 수락 의사(MWA)와 실시자의 최대 지불 의사(MWP) 사이에서 형성된다. 이 글은 Georgia-Pacific의 15개 요소를 잉여분배 원칙과 연결하여 비침해 대안, 시간적 압박, 특허 잔여기간, 기술 의존도 등이 당사자의 협상력을 어떻게 바꾸는지 살펴본다. 아울러 소송 결과의 불확실성과 막대한 소송비용이 실제 라이선스 가격을 할인하거나 합의 가능 범위를 넓히는 과정을 수치 시뮬레이션으로 설명하고, 실제 계약자료를 법적 가상 협상에 사용할 때 필요한 보정 문제를 검토한다.

미국 특허법상 합리적 로열티(Reasonable Royalty)를 산정할 때 확립된 시장 로열티가 없다면, 사실심리자(법원 또는 배심원)는 조지아-퍼시픽(Georgia-Pacific, GP) 체계의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적정 로열티를 추론한다. 이 과정에서 자의적 판단을 줄이려면 ‘잉여분배 원칙(Surplus-Division Principle)’에 비추어 당사자의 상대적 협상력(Bargaining Power)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협상력은 손해배상액이 협상 가능 범위의 어느 지점에서 정해지는지를 설명하는 핵심 변수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여러 차례의 라이선스 협상 경험을 보다 체계적인 분석 틀로 정리하기 위하여, Georgia-Pacific 판결이 제시한 15개 요소를 가상 협상 모형에 배치하고 J. Gregory Sidak 교수가 2015년 논문 「Bargaining Power and Patent Damages」에서 제시한 ‘잉여분배 원칙(Surplus-Division Principle)’을 적용하였다.1

1. 협상력에 의해 좌우되는 요소

가상 협상(Hypothetical Negotiation)에서 당사자의 상대적 협상력은 최종 배상액과 관련된 다음 두 사항에 영향을 미친다.

  • 합리적 로열티의 구체적 지점(포인트 로열티): 합리적 로열티는 특허권자(라이선서)의 하한인 최소 수락 의사(MWA)와 특허 사용자(라이선시)의 상한인 최대 지불 의사(MWP) 사이, 즉 ‘협상 범위(Bargaining Range)’ 안에서 정해진다.
  • 특허권자의 협상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경우: 최종 합의액은 침해자의 최대 지불 의사(MWP)에 가까운 수준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 침해자의 협상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경우: 반대로 최종 합의액은 특허권자의 최소 수락 의사(MWA)에 가까운 수준에서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 경제적 잉여(Surplus)의 분배 비율(s): 라이선스 합의로 생기는 총경제적 잉여(MWPMWA)를 어떻게 나눌지는 당사자의 상대적 협상력에 달려 있다. 여기서 s는 특허권자가 확보하는 잉여의 몫을 뜻한다.
MWA와 MWP 사이의 협상 범위와 협상력에 따른 로열티 결정 지점
그림 1. 협상 범위와 상대적 협상력에 따른 로열티 결정

2. 협상력을 좌우하는 요인

Georgia-Pacific 요소에 잉여분배 원칙을 적용하면, 가상 협상 시점의 상대적 협상력에 영향을 미치는 실무적 요인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외부 선택지(Outside Option)와 차선책의 실효성: 협상이 결렬되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유리할수록 당사자의 협상력은 강해진다.
  • 라이선시의 대안: 특허를 사용하지 않고도 유사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비침해 대안이 있거나 우회설계(Design-around)가 쉽다면, 라이선시는 협상을 중단할 수 있는 실질적 선택지를 갖는다. 그만큼 협상력도 강해진다.
  • 라이선서의 대안: 현재의 협상 상대방 외에 다른 잠재적 라이선시와 계약할 기회가 충분하다면, 특허권자는 특정 상대방과의 합의에 덜 의존하므로 협상력이 강해진다.
  • 인내심과 시간적 제약(할인율): 합의가 늦어져도 손실이 크지 않고 기다릴 여력이 있는 당사자가 일반적으로 협상에서 유리하다.
  • 지연 비용을 나타내는 경제적 지표가 할인율(Discount Rate)이다. 자본비용과 할인율이 낮은 당사자는 시간적 제약이 작아 협상을 오래 지속할 수 있다. 이를 비유하면, 충분한 재산과 저렴한 자금조달 수단을 가진 사람은 불리한 조건을 서둘러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반면 당장 생존에 필요한 자원이 부족한 사람은 미래의 더 큰 이익보다 현재의 작은 이익을 택할 수밖에 없어 높은 할인율을 보인다. 라이선스 협상도 마찬가지다. 제품 출시가 임박하여 즉시 특허 사용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사업에 중대한 차질이 생기는 당사자는 시간적 압박 때문에 불리한 조건을 수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 라이선스의 독점성(GP 요인 3): 독점 라이선스인지 비독점 라이선스인지에 따라 협상 구도가 달라진다. 독점 라이선스 협상에서 특허권자는 협상이 결렬되면 경쟁사에 독점권을 부여할 수 있다는 선택지를 갖기 때문에 협상력이 강해질 수 있다. Georgia-Pacific 요인 3은 라이선스의 독점성뿐 아니라 지역·고객 등 사용 범위에 관한 제한도 함께 평가한다.
  • 특허기술에 대한 의존도와 침해자의 사용 정도(GP 요인 11): 침해자가 특허발명을 제품이나 서비스에 얼마나 광범위하고 깊게 사용하였는지도 중요하다. 특허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이미 대규모로 실시하여 대체가 어렵다면, 가상 협상에서 특허권자에게 유리한 사정이 된다. 이미 고객에게 납품한 제품에 적용된 기술이거나 고객이 특별히 선호·요청한 기술이라는 사정도 높은 의존도를 뒷받침할 수 있다.
  • 특허의 잔여기간(GP 요인 7): 남은 특허 존속기간은 라이선시의 예상 비용과 최대 지불 의사에 영향을 준다. 존속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라이선시는 조만간 해당 기술을 적법하게 무상 사용할 수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유리한 협상 지위를 가질 수 있다.
  • 업계의 관행적 이익 비율(GP 요인 12): 해당 산업이나 유사 업종에서 기술 사용의 대가로 통상 인정해 온 이익 또는 가격 비율을 말한다. 이는 시장에서 형성된 라이선서와 라이선시 사이의 힘의 균형을 반영하므로, 상대적 협상력(s)을 판단하는 객관적 자료가 될 수 있다. 곧 요인 12는 가상 협상 당사자가 경제적 잉여를 어떤 비율로 나누었을지를 단순한 가정이 아니라 실제 시장 자료에 기초하여 설명하는 지표로 기능한다.
  • 합의로 얻는 기대이익의 크기: 합의에서 상대적으로 더 큰 경제적 가치를 얻는 당사자는 거래를 성사시킬 유인이 크다. 그 필요성이 상대방에게 드러나면 더 많이 양보할 수 있으므로, 기대이익의 크기가 반드시 협상력의 우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가상 협상에서의 상대적 협상력은 막연한 직관이나 일률적인 분할 비율에서 도출되어서는 안 된다. 비침해 대안, 시간적 제약, 특허의 잔여기간과 기술 의존도 등 사건에서 입증된 시장 자료를 Georgia-Pacific의 15개 요소와 연결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3. 경제적 잉여를 조정하는 특허소송의 영향

미국에서 특허소송이 제기된 뒤 비로소 협상이 본격화된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소송에 드는 막대한 비용과 배심재판 결과의 불확실성이 당사자의 협상력에 실제로 영향을 주고, 합의 과정에서 분배할 경제적 잉여(Surplus)의 규모와 배분 방식도 바꾸기 때문이다.

그 구체적인 작동 방식은 다음과 같다.

3.1. 소송 위험과 비용을 회피하려는 동기(Avoidance of Litigation Risks and Expenses)

  • 합의의 주요 동기: 미국 연방대법원의 Rude v. Westcott, 130 U.S. 152, 164 (1889) 판결이 지적하였듯이, 시장에서 체결되는 라이선스나 소송상 합의(Settlement)는 특허기술의 가치만을 반영하지 않는다. 법원은 소송의 위험과 비용을 피하려는 동기가 합의에 작용할 수 있음을 인정하였다. 따라서 소송비용의 회피는 거래를 성사시키는 중요한 유인이 된다.
  • 소송비용과 우회설계비용의 반영: 소송이 시작된 뒤 사후적(ex post)으로 체결된 라이선스에는 피고인 라이선시가 피하게 된 소송비용(avoided litigation costs)과 우회설계비용(design-around costs)이 반영될 수 있다. 이러한 비용은 협상으로 생기는 잉여와 그 분배에도 영향을 미친다.

3.2. 재판 결과의 불확실성에 따른 로열티 할인(Litigation Uncertainty and Discount)

  • 소송 불확실성에 따른 할인: Kalos와 Putnam의 경제학적 모형 등에 따르면, 사전적(ex ante) 라이선스의 가격에는 특허가 무효로 판단되거나 침해가 부정될 위험이 반영된다. 그 결과 실제 로열티는 승소를 전제로 한 가치보다 낮게 정해질 수 있다.2
  • 예를 들어 특허권자가 승소할 경우 예상되는 손해배상액이 1,000,000달러이고 특허가 유효로 판단될 확률이 80%, 침해가 인정될 확률이 70%라면, 두 사건이 독립적이라는 단순화된 가정 아래 기대가치는 560,000달러(1,000,000달러×0.8×0.7)가 된다. 라이선시로서는 무효자료와 비침해 논거를 충실히 준비하여 각 확률에 관한 평가를 낮추는 것이 협상 전략상 중요하다. 과거에는 라이선스 협상을 기술협상과 사업협상으로 나누어 이러한 쟁점을 기술협상 단계에서 충분히 논의하였으나, 최근에는 특허권자가 기술협상을 생략하고 곧바로 사업협상으로 진행하려는 사례도 적지 않다.
  • 패소 위험에 따른 협상력 약화: 연방법원 소송에서 특허권자가 패소할 가능성은 특허권자에게 상당한 하방 위험(significant downside risk)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위험은 특허권자의 지연 감내 능력을 떨어뜨리고 할인율을 높여, 현실의 협상에서 특허권자가 확보하는 잉여의 몫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실무에서는 추상적인 패소 확률보다 불확실한 결과를 얻기 위해 부담해야 하는 막대한 소송비용이 더 직접적인 압박 요인이 되기도 한다.

3.3. 법적 가상 협상(Hypothetical Negotiation)을 위한 데이터 조정

  • 가상 협상에서의 유효·침해 가정: 합리적 로열티를 산정하기 위한 Georgia-Pacific의 가상 협상과 이를 구조화한 잉여분배 원칙(SDP)은 대상 특허가 유효하고 집행 가능하며 침해되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이 법적 가정 아래에서는 무효나 비침해로 판단될 위험이 배제된다.
  • 비교 라이선스 자료의 조정 필요성: 실제 소송 중 체결된 합의 라이선스를 아무런 조정 없이 가상 협상에 대입하면 로열티가 과소 또는 과대 평가될 수 있다. 그 계약금액에는 소송비용을 피하려는 동기와 재판 결과의 불확실성에 따른 할인(Uncertainty Discount)이 이미 반영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 MWA의 재평가: 따라서 실제 시장 자료를 가상 협상에 활용할 때에는 불확실성 할인과 비용 절감 효과가 자료에 미친 영향을 구분하여야 한다. 필요한 경우 이를 조정해야 특허권자의 최소 수락 의사(MWA)를 가상 협상의 전제에 맞게 추정할 수 있다.

다음은 소송비용과 재판 결과의 불확실성, 즉 유효성과 침해가 인정될 확률의 변화가 잉여분배와 최종 로열티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로 살펴본 시뮬레이션이다.

[보고서] 특허소송의 수치 시뮬레이션과 법경제학적 분석: 잉여분배 원칙(SDP)과 소송 변수의 관계

1. 서론: 특허 손해배상 산정의 엄밀성과 Daubert 기준

현대 특허소송에서 합리적 로열티(Reasonable Royalty)의 산정은 단순한 산술적 추정을 넘어, 미 연방증거규칙(FRE) 제702조와 Daubert 기준이 요구하는 신뢰성을 갖추어야 한다. 전문가 의견이 배척되지 않으려면 주관적 직관이나 근거 없는 단정(ipse dixit)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자료와 방법론 사이의 ‘분석적 간극(Analytical Gap)’을 설명할 수 있는 재현 가능한 모형이 필요하다.

오랫동안 사용된 Georgia-Pacific 요인은 고려할 지표를 제시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요소별 가중치나 통합 방법을 정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받아 왔다. Randall Rader 판사는 이를 “세탁 목록(Laundry List)”에, Richard Posner 판사는 “허튼소리(Baloney)”에 빗대어 비판하였다. 이러한 비판은 각 요소가 최종 로열티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문제를 드러낸다.

VirnetX v. Cisco 사건에서 연방순회항소법원은 내시 협상해(Nash Bargaining Solution)의 50:50 분할 가정을 구체적 근거 없이 적용하는 것은 ‘25% Rule’과 같은 자의적 휴리스틱이 될 수 있다고 보아 배척하였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분석 틀로 J. Gregory Sidak의 잉여분배 원칙(Surplus-Division Principle, SDP)을 사용한다. SDP는 협상 범위의 상한과 하한을 정한 뒤 당사자의 경제적 유인을 반영하여 다음과 같이 로열티를 산출한다.

Royalty = MWA + s × (MWP - MWA)
  • MWA(Minimum Willingness to Accept): 라이선서의 최소 수락 의사(하한)
  • MWP(Maximum Willingness to Pay): 라이선시의 최대 지불 의사(상한)
  • s(Negotiation Power): 라이선서의 상대적 협상력, 즉 잉여 배분 비율(Surplus Share)
2. 기본 시뮬레이션의 설정과 위험 조정 전 균형가격

가상 협상의 기초가 되는 정량 변수는 당사자의 경제적 사정을 토대로 설정하였다. 이 모형의 MWA는 과거 라이선스 사례를 단순히 나열하여 얻은 값이 아니다. 광범위한 침해로 시장 로열티가 체계적으로 낮아졌다는 가정 아래 그 왜곡을 제거하고, 라이선서의 기회비용을 반영하여 조정한 수치이다.

시뮬레이션 기본 설정 데이터
변수 항목수치 (Value)경제적 근거와 의미
특허의 순수 기술 가치 (VEI)$1,000,000기술이 시장에서 창출하는 총증분가치
최소 수락 의사 (MWA)$200,000시장 왜곡을 제거한 라이선서의 기회비용과 상실이익
최대 지불 의사 (MWP)$800,000비침해 대안과 비교한 라이선시의 기대 영업이익 증가분
공동 잉여 (Surplus)$600,000합의로 창출되는 총경제적 이익(MWPMWA)
협상력 비율 (s)40% (0.4)당사자의 상대적 인내심(Patience)에 기초한 분배 비율
협상력(s)의 경제적 기초: 인내심과 할인율

이 모형에서 라이선서의 협상력 s=40%는 당사자의 상대적 할인율(Discount Rate)을 반영한 가정값이다. 할인율이 낮으면 합의 지연에 따른 손실이 작아 협상을 오래 지속할 수 있다. 이 시나리오의 s=40%는 라이선서가 제품 출시기한에 쫓기는 라이선시보다 상대적으로 큰 지연비용을 부담한다는 상황을 상정한다. 다만 실제 사건에서는 이 수치를 뒷받침하는 자료와 산정 과정이 별도로 제시되어야 한다.

위험 조정 전 가상 협상 로열티
  • 계산: $200,000 + 0.4 × ($800,000 - $200,000) = $200,000 + $240,000
  • 결과: $440,000
3. [차원 1] 재판 결과의 불확실성(승소 확률)과 경제적 가치

현실의 특허가치는 소송 위험 때문에 사전적(ex ante)으로 할인될 수 있다. Kalos와 Putnam(1997)의 모형은 이러한 법적 불확실성이 자산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살펴보는 틀을 제공한다.

확률 시뮬레이션과 가치 할인

소송에서 승소할 결합확률(P)은 아래 예시와 같이 개별 법적 판단의 확률을 곱하여 단순화하였다.

  • 결합 승소 확률(P): 특허 유효성(80%)×침해 인정(70%)=56%
  • 사전적 기대가치: $1,000,000(VEI)×56%=$560,000

이 예시에서는 44%의 불확실성 할인이 발생한다. 이는 실제 시장에서 관찰되는 로열티가 승소를 전제로 한 가치보다 낮게 형성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중 할인(Double Discounting)을 피하기 위한 조정

법적 가상 협상(ex post)은 특허가 유효하고 침해되었다는 전제를 둔다. 그러므로 불확실성이 이미 반영된 시장 자료를 다시 할인하면 같은 위험을 두 번 반영하는 오류가 생길 수 있다. 관찰된 로열티에 소송 위험 할인이 포함되었는지 확인하고, 포함되었다면 그 영향을 합리적으로 제거하는 조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분석은 MWA를 관찰된 시장가격보다 높게 산정할 수 있는 경제적 근거가 된다.

4. [차원 2] 소송비용 회피 동기와 위협점(Threat Point)의 변화

소송에는 상당한 비용이 든다. Rude v. Westcott(1889) 판결이 지적하였듯이, 비용 회피는 합의를 촉진하는 중요한 동기이다. 소송비용은 당사자의 위협점(Threat Point), 즉 협상이 결렬되었을 때의 이익(Disagreement Profits)을 변화시켜 협상 범위를 다시 형성한다.

위협점(Threat Point)의 정량적 재산정

양측의 소송비용을 각각 CPL=$150,000, CDF=$150,000으로 가정하면 실질적 유보가격은 다음과 같다.

  • 특허권자의 실질적 유보가격(MWAeff):
  • 기대가치($560,000)-소송비용($150,000)=$410,000
  • 침해자의 실질적 유보가격(MWPeff):
  • 기대가치($560,000)+소송비용($150,000)=$710,000
조정된 로열티의 산출

이 가정에서 소송비용은 합의 가능 범위(ZOPA)를 양측 비용의 합계인 $300,000만큼 넓힌다. 이는 당사자가 합의로 절감할 수 있는 비용, 이른바 ‘평화의 배당(Peace Dividend)’에 해당한다.

  • 조정된 공동잉여: $710,000-$410,000=$300,000
  • 최종 로열티: $410,000+0.4×$300,000=$530,000

이 계산에 따르면 특허권자는 자신의 위협점인 $410,000에 공동잉여의 40%인 $120,000을 더하여 최종적으로 $530,000을 확보한다. 이는 소송비용 회피에서 생긴 잉여를 가정된 협상력에 따라 배분한 결과이다.

5. 그래프 해설

시뮬레이션 그래프는 위 계산 결과를 두 측면에서 나타낸다.

승소 확률에 따른 기대가치 할인과 소송비용에 따른 MWA·MWP 변화 그래프
그림 2. 승소 확률과 소송비용이 기대가치 및 합의 범위에 미치는 영향
  • 왼쪽 패널(Probability Discount): 승소 확률(P)이 100%에서 56%로 낮아질 때 특허의 기대가치가 선형적으로 감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560,000은 소송비용을 반영하지 않은 확률적 기대가치이다.
  • 오른쪽 패널(Cost Divergence): 소송비용을 반영하면서 MWAMWP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여 위협점 사이의 간격이 커지는 모습을 나타낸다.
  • 잉여의 배분: 합의 가능 범위가 $300,000 넓어지는 것은 소송비용을 피하려는 경제적 유인이 합의에서 나눌 수 있는 잉여를 늘렸다는 뜻이다. 최종 합의점인 $530,000은 이 범위에서 라이선서의 협상력(s=0.4)을 반영한 값이다.
6. 결론과 법경제학적 시사점

이 시뮬레이션은 특허 손해배상 산정에서 Georgia-Pacific 요소의 정성적 검토뿐 아니라, 전제와 변수의 출처를 밝힌 수치 분석도 유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SDP의 의의: 잉여분배 원칙은 협상 범위와 분배 변수를 구분함으로써 일률적인 분할을 피하고, 시장 자료와 당사자의 지연 감내 능력이 최종 로열티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구조적으로 설명한다.
  • 보정 과정의 필요성: 관찰된 시장 자료에 불확실성 할인과 소송비용의 영향이 포함되었는지를 확인하고, 가상 협상의 법적 전제에 맞게 조정하여야 손해배상액의 객관성을 높일 수 있다.
  • 민감도 분석(Sensitivity Analysis): SDP 모형은 승소 확률(P)과 비용(C) 등의 변수를 바꾸어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검증 가능성(Testability)과 반증 가능성(Falsifiability)은 전문가 의견의 신뢰성을 평가할 때 고려할 수 있는 장점이다.

향후 특허소송에서는 직관적 결론에 의존하기보다, 전제와 자료의 출처를 공개하고 재현 가능한 수치 분석을 제시함으로써 손해배상 산정의 신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주석

  1. J. Gregory Sidak, Bargaining Power and Patent Damages, 19 STAN. TECH. L. REV. 1 (2015).
  2. S. Kalos & J. D. Putnam, On the Incomparability of “Comparable”: An Economic Interpretation of “Infringer’s Royalties,” 9(2) Journal of Proprietary Rights 2–5 (1997).

Thursday, August 20, 2026

청구항 해석에 합의했는데 왜 독이 되었나 — Allergan·AstraZeneca 판례로 읽는 합의의 명암

청구항 해석에 합의하고도 불명확성이나 비자명성 다툼은 남을 수 있다. 해석 문제가 모두 끝난 듯 보여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합의 문구가 침해 여부를 가리는 기준이 되고, 항소법원이 판단을 다시 살피는 범위까지 바꾸기 때문이다. 무엇을 끝냈는지만 보아서는 좋은 합의인지 알 수 없다. 어떤 문제를 남겼고, 그 문제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까지 따져야 한다.

1. 해석합의가 소송의 기준선을 정한다

특허소송에서 청구항 해석은 침해 여부를 가리기 전에 청구항의 법적 의미와 범위를 정하는 절차다. 미국에서는 이를 흔히 Markman 절차라고 부른다. 당사자가 모든 용어를 끝까지 다툴 필요는 없다. 중요하지 않은 용어에 합의하면 법원이 판단할 쟁점이 줄고, 전문가 조사와 재판을 핵심 문제에 집중할 수 있다. 기술용어의 뜻이 명세서에서 비교적 분명하거나 양쪽 모두 같은 기준이 필요한 경우에는 특히 유용하다.

해석합의는 동의어 하나를 다른 말로 바꾸는 작업이 아니다. 법원이 받아들인 해석은 청구항과 피고 제품을 비교하는 기준이 된다. 선행기술과 청구발명을 비교할 때도 같은 기준을 쓴다. 불명확성을 따질 때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해석 단계에서 유리해 보인 문구가 침해나 무효 단계에서는 상대방의 공격 수단으로 바뀌는 까닭이다.

당사자가 합의했다고 해서 법원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청구항의 법적 의미와 범위를 정하는 일은 법관의 몫이다. O2 Micro International Ltd. v. Beyond Innovation Technology Co.에 따르면 당사자 사이에 범위를 둘러싼 실질적인 다툼이 있으면 법원이 그 다툼을 풀어야 한다. ‘통상적인 의미에 따른다’고만 하거나 모호한 공통 문구를 받아들여, 배심원 또는 배심원 없는 재판의 법관에게 두 해석 중 하나를 고르게 해서는 안 된다.

법원이 합의 내용을 받아들이고 어느 당사자도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그 해석은 이후 침해와 유효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불명확성·침해·유효성의 결론까지 저절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합의가 정하는 것은 비교 기준이다. 어떤 증거를 그 기준과 비교할지, 비교한 결과가 무엇인지는 따로 판단한다.

절차용어부터 풀어 보기

이 글에서 ‘주장을 유지한다’는 말은 소송이 끝날 때까지 같은 말을 반복하라는 뜻이 아니다. 필요한 신청서·준비서면·재판 전 명령서에 쟁점을 분명히 적고, 법원에 실제 판단을 요청하며, 재판 단계에서도 그 주장을 철회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패소한 뒤 항소법원에 같은 문제를 심사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반대로 주장을 중간에 버리거나 판단을 구하지 않으면 항소법원은 ‘하급심에서 제대로 제기하지 않은 문제’라며 심사를 거절할 수 있다.

‘소송기록에 남긴다’는 표현도 단순히 메모를 남긴다는 뜻이 아니다. 청구항 해석서, 약식판결 신청서, 재판 전 명령서, 증거제출과 이의제기, 최종판결 형성 문서처럼 법원이 공식적으로 접수하거나 재판에서 다룬 자료에 쟁점과 당사자의 입장을 분명히 표시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기록만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법원에 판단을 구하는 일이다.

bench trial은 배심원 재판이 아니라 배심원 없이 법관이 증거를 듣고 사실까지 판단하는 재판이다. 이 글에서는 ‘배심원 없는 법관재판’이라고 부른다. 법관재판 뒤 항소법원은 법률 판단은 처음부터 다시 살피지만, 증언의 신빙성이나 제품의 속성 같은 사실인정은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확신할 정도가 아니면 그대로 둔다.

2. 합의 뒤에 남는 문제와 뒤늦게 생기는 불이익

청구항 해석에 합의한 뒤 생기는 위험은 두 갈래다. 하나는 해석만 끝났을 뿐 다른 법적 문제가 그대로 남는 경우다. MeadWestvaco에서는 용어의 뜻에 합의할 수 있어도 §112(b)의 불명확성 문제가 따로 남았다. Valeant에서도 안정성의 뜻은 정했지만 §103의 비자명성 판단까지 끝난 것은 아니었다. 합의는 무엇을 판단할지 분명하게 해 줄 뿐 결론을 대신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해석 문제가 끝난 듯 보였지만 합의가 나중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다. Allergan에서는 추상적인 유의어 합의가 실제 수치 경계를 정하지 못한 채 침해 여부를 증거에 따라 판단하는 단계로 넘겼다. 그 사실인정은 항소심에서 쉽게 뒤집을 수 없었다. AstraZeneca에서는 법원이 채택한 해석을 전제로 침해를 인정하면서도 그 해석이 잘못되었다는 주장을 철회하지 않았다. 그래서 항소법원이 해석을 바꾸자 그 해석을 전제로 한 침해판결도 취소될 수 있었다.

합의의 좋고 나쁨을 승패만으로 재단할 수는 없다. Valeant의 항소 결과를 합의가 직접 낳았다고 말하기 어렵다. AstraZeneca에서도 침해판결이 취소되었다고 비침해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합의 뒤 남은 문제의 종류, 판단할 사람, 항소심의 심사 범위, 하급심에서 실제로 다툰 내용을 함께 살펴야 한다.

3. 중심 사례 ① Allergan, 뜻은 맞췄지만 범위는 남았다

Allergan v. Sandoz, ‘about’을 ‘approximately’로 바꾼 대가

Allergan은 녹내장 치료제 Lumigan 0.01%에 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었다. Sandoz, Lupin, Hi-Tech 등은 미국 식품의약국에 복제약 허가신청인 ANDA를 내면서 특허 만료 전에 제품을 판매하려 했다. Allergan은 이 ANDA 제출이 특허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해 텍사스 동부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여러 청구항 중 일부는 안과용 수용액의 pH를 ‘about 7.3’으로 한정하고 있었다.

영어 about과 approximately는 모두 ‘약’, ‘대략’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about 7.3’을 ‘approximately 7.3’으로 바꾼 합의는 about에 새로 허용오차를 부여한 것이 아니다. about 자체가 이미 어느 정도의 폭을 전제한다. 문제는 그 폭이 측정오차만큼인지, 제조상 변동까지 포함하는지, 그리고 7.2가 들어가는지를 합의문이 말해 주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Hi-Tech의 ANDA에는 제품의 유효기간 중 pH가 6.8–7.2라고 적혀 있었다. 지방법원은 5일 동안 배심원 없는 법관재판을 열어 침해와 비자명성 등을 심리했다. 양쪽 전문가의 증언을 들은 뒤, Hi-Tech 제품이 ‘approximately 7.3’이라는 한정을 문언 그대로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균등론에 따른 침해도 예비적으로 인정했지만, CAFC는 문언침해 판단을 유지했으므로 균등론까지 판단할 필요가 없었다.

Hi-Tech는 항소심에서 ‘approximately 7.3’을 더 좁게 읽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CAFC는 Hi-Tech가 지방법원에서 수치 경계를 더 정해 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먼저 지적했다. 당사자가 제안하고 법원이 채택한 해석이 그대로 사건을 지배하므로, 항소심에서는 7.2가 그 해석에 들어간다고 본 사실인정이 명백히 잘못되었는지만 살폈다. 양쪽 전문가 증언이 있었던 만큼 CAFC는 지방법원의 판단을 뒤집지 않았다.

합의가 불리하게 작용한 지점은 분명하다. Hi-Tech는 해석 단계에서 ‘approximately 7.3’의 숫자상 한계가 무엇인지 다투지 않았고, 법원에 더 구체적인 해석도 요청하지 않았다. 그러자 쟁점은 ‘법적으로 어디까지가 약 7.3인가’에서 ‘이 제품의 7.2가 합의된 표현에 들어가는가’로 옮겨 갔다. 전자는 법률문제라서 항소법원이 새로 판단할 수 있지만, 후자는 전문가 증거를 평가한 사실문제여서 명백한 오류가 있어야 뒤집을 수 있다.

Allergan이 모든 about 표현의 허용오차를 정한 것은 아니다. CAFC는 pH 6.8–7.2라는 범위 전체가 언제나 ‘약 7.3’에 포함된다는 일반 규칙도 만들지 않았다. 이 사건의 ANDA 내용과 전문가 증언에 비추어 7.2를 포함한다고 본 판단을 유지했을 뿐이다. 수치 경계가 중요하다면 청구항 해석서와 해석심리에서 양쪽이 주장하는 경계를 제시하고, 법원에 그 차이를 판단해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 불리한 해석이 채택되었을 때 그 법률 판단을 항소심에서 다시 다툴 수 있다.

4. 보조 사례 Valeant, 합의 뒤에도 비자명성은 남는다

Valeant v. Mylan, 안정성의 뜻을 정한 뒤 시작된 자명성 다툼

Valeant의 특허는 오피오이드 진통제의 부작용인 변비를 치료하는 주사제 Relistor에 관한 것이었다. 청구항 1은 메틸날트렉손 용액의 pH를 약 3.0–4.0으로 정했고, 청구항 8은 같은 제제가 실온에서 24개월 동안 안정하다는 결과를 덧붙였다. Mylan은 복제약 ANDA를 제출한 뒤 청구항 8의 침해는 인정했지만, 그 청구항이 선행기술에 비추어 자명하므로 무효라고 다투었다.

당사자들은 ‘24개월 동안 안정하다’는 말을 그대로 두지 않았다. 분해 생성물이 전체 메틸날트렉손의 2.0%를 넘지 않고, 24개월 뒤에도 의약품으로 쓸 수 있는 상태라고 합의했다. 이 합의는 무엇을 측정해야 하는지를 구체화했다. 다만 항소의 중심은 2.0% 기준 자체가 아니라,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기술을 보고 메틸날트렉손 용액의 pH 3–4를 선택해 장기 안정성을 얻으려 했을 것인지였다.

Mylan은 날록손과 날트렉손 같은 유사한 오피오이드 길항제의 제제를 공개한 특허와 의약품 제제 교과서를 제시했다. 이 자료들은 pH가 안정성에 영향을 주며, 선행기술의 pH 범위가 청구항의 3–4와 겹친다는 점을 보여 주었다. Valeant는 선행기술이 다른 화합물에 관한 것이고, 24개월 안정성을 실제로 달성하거나 예측하지 못했다고 맞섰다.

뉴저지 연방지방법원은 정식 재판을 열기 전에 Valeant의 비자명성 약식판결 신청을 받아들였다. 약식판결은 중요한 사실을 둘러싼 진정한 다툼이 없을 때만 가능한 절차다. 지방법원은 다른 화합물의 제제가 메틸날트렉손 제제를 가르치지 않는다고 보았고, 안정성을 높이려고 먼저 조절할 변수로 pH를 택했을 것이라는 증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Mylan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청구항 8의 자명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지방법원의 ‘시도해 볼 만했다’는 주장에 관한 설명이 특히 논란이 되었다. KSR 판결에 따른 obvious-to-try 논리는 해결해야 할 기술적 문제가 있고, 통상의 기술자가 시도할 수 있는 확인된 해결책이 유한하며 결과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할 때 적용된다. 지방법원은 서로 다른 두 숫자 사이에는 수학적으로 무한히 많은 부분범위가 존재하므로 pH 선택지가 유한하지 않다고 보았다. 이 전제를 따르면 Mylan은 obvious-to-try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고, 특허권자에게 유리한 비자명성 결론이 나온다.

CAFC는 이런 ‘무한대’ 계산이 실제 제제 개발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pH 측정기에는 정밀도의 한계가 있고, 실무자가 시험하는 값도 일정한 간격을 갖는다. pH 3–4를 소수점 한 자리 단위로 시험하면 열 개, 두 자리 단위로 시험해도 백 개의 값이지 무한대가 아니다. pH가 반드시 기술자가 가장 먼저 바꿀 변수여야 한다는 법적 요건도 없다. 청구항 8에서 조절 가능한 핵심 변수로 적힌 것은 pH였고, 기록상 pH가 안정성에 영향을 준다는 증거도 있었다.

CAFC는 구조와 기능이 비슷한 화합물의 중첩 pH 범위가 일단 자명성을 추정할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지방법원이 약식판결 단계에서 Mylan의 전문가 증거를 법률상 배척한 것도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CAFC가 청구항 8을 곧바로 무효라고 선고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사실관계를 더 심리하도록 비자명성 약식판결을 뒤집어 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Valeant는 합의가 특허를 무효로 만든 사례가 아니다. 안정성의 합의된 뜻은 비교 대상을 분명히 했지만, 자명성 여부는 선행기술의 내용, 세 화합물의 구조와 기능이 얼마나 비슷한지, pH 3–4를 시험할 동기와 성공을 기대할 근거가 있었는지에 달려 있었다. 합의 전에는 그 정의가 선행기술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검토해야 하지만, 항소 결과를 합의문 하나의 탓으로 돌리면 판결의 핵심을 놓친다.

5. MeadWestvaco, 용어에 합의해도 불명확할 수 있다

MeadWestvaco v. Rexam, 뜻을 정할 수 있다는 사실과 청구범위가 명확하다는 결론

MeadWestvaco Corp. v. Rexam Beauty & Closures, Inc.에서는 투명한 액체 흡입관에 관한 특허의 ‘XRD crystallinity’와 ‘quenched’가 불명확한지가 문제 되었다. 지방법원은 당사자들이 두 용어의 뜻에 합의해 청구항을 해석할 수 있다는 사정을 들어 불명확성 주장을 배척했다.

CAFC는 각주에서 지방법원의 논리가 정확하지 않다고 짚었다. 어떤 용어를 말로 정의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불명확성 심사가 끝나지는 않는다. 정의를 읽고도 통상의 기술자가 청구범위의 경계를 충분히 알아낼 수 없다면 여전히 불명확할 수 있다. 오늘날에는 Nautilus, Inc. v. Biosig Instruments, Inc.에 따라 명세서와 출원경과를 읽은 통상의 기술자가 발명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확실하게 알 수 있는지를 묻는다.

MeadWestvaco의 결론은 좁게 읽어야 한다. CAFC는 해당 청구항이 실제로 불명확하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합의된 정의만으로 명확성이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은 각주에 있다. 정작 항소 결과를 좌우한 이유는 피고가 약식판결 단계에서 제기했던 불명확성 주장을 재판에서 더 이상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CAFC는 피고가 그 주장을 포기했다고 보고 실체를 심사하지 않았다.

따라서 특허권자가 합의된 정의를 얻었다고 해서 §112(b) 다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피고 역시 해석 문구에 동의했다는 이유만으로 불명확성 주장을 당연히 잃지 않는다. 다만 합의서에 불명확성 주장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적고, 약식판결 신청이나 재판 전 명령서에서 그 주장을 분명히 제시하며, 재판에서도 법원에 판단을 요청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항소법원은 쟁점을 검토하지 않을 수 있다.

6. 중심 사례 ② AstraZeneca, 조건부 합의로 위험을 줄이다

AstraZeneca v. Mylan, 침해를 인정한 전제가 항소심에서 바뀐 사건

AstraZeneca AB v. Mylan Pharmaceuticals Inc.에서는 흡입용 제제에 든 PVP의 농도 ‘0.001%’가 문제 되었다. 처음에는 두 당사자 모두 별도 해석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Mylan이 균등론에 따른 비침해 약식판결을 신청하면서 그 수치가 어디까지를 가리키는지를 놓고 다툼이 생겼다. 지방법원은 유효숫자 한 자리의 반올림 관례를 적용해 0.0005–0.0014%로 해석했다. Mylan은 모든 해석 아래에서 침해를 인정한 것이 아니다. 지방법원의 넓은 해석을 적용하는 경우 자사 제품이 그 범위에 들어간다고 인정하여 항소할 수 있는 최종판결이 내려지도록 했다.

CAFC 다수의견은 명세서의 실험자료와 출원경과가 PVP 농도의 미세한 차이를 중요하게 취급한다고 보았다. 출원인은 처음의 ‘about 0.0005% to about 0.05%’ 범위를 정확한 ‘0.001%’로 좁히고 ‘about’을 제거했으며, 그 농도의 임계성과 실험결과를 거듭 강조했다. 다수의견은 이 기록에 비추어 0.001%가 사실상 소수 넷째 자리까지 표시된 0.0010%에 가까운 정밀도를 갖는다고 보고, 반올림되는 범위를 0.00095–0.00104%로 한정했다. Taranto 판사는 이 접근이 명시된 0.001을 0.0010으로 다시 쓰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다수의견이 지배하며, 그 결과 종전 해석을 전제로 한 침해판결은 취소·환송되었다.

Mylan의 합의에는 전제가 있었다. 지방법원의 넓은 해석이 적용되는 한 자사 제품이 청구항에 들어간다고 인정했지만, 그 해석이 옳다는 데까지 동의하지는 않았다. Mylan은 해석의 잘못을 항소했고, CAFC가 범위를 좁히자 그 해석에 기대어 내려진 침해판결도 유지될 수 없었다. 그렇다고 CAFC가 Mylan 제품의 비침해를 확정한 것은 아니다. 지방법원이 새 해석에 따라 침해 여부를 다시 판단하도록 사건을 돌려보냈고, 비자명성 판단은 그대로 유지했다.

AstraZeneca를 출원경과상 권리포기의 요건을 전반적으로 낮춘 판례라고 읽어서는 안 된다. 다수의견은 명백한 권리포기가 성립하지 않더라도 출원인의 설명과 보정 내용을 청구항의 뜻을 밝히는 자료로 쓸 수 있다고 보았다. 출원인이 특정 범위를 명백히 포기했는지를 따지는 법리와, 출원기록 전체를 보고 문언의 뜻을 정하는 작업은 구별된다.

7. O2 Micro 이후 법관과 배심원이 나누어 맡는 일

판례들을 나란히 놓으면 합의가 불리해지는 경로가 보인다. 법관이 해결해야 할 범위 다툼을 추상적인 유의어 합의로 덮으면, 나중에는 채택된 문구를 제품에 적용하는 문제가 남는다. Allergan의 ‘about’을 ‘approximately’로 바꾼 합의가 그랬다. AstraZeneca에서는 Mylan이 지방법원의 해석을 전제로 침해를 인정하되 그 해석 자체는 계속 다투었다. CAFC가 해석을 바꾸자 전제에 기대고 있던 침해판결도 함께 취소되었다.

역할을 나누어 보면 이해하기 쉽다. 첫째, 청구항의 법적 의미와 범위를 정하는 일은 법관이 맡는다. 둘째, 확정된 범위와 피고 제품·공정을 비교해 실제로 한정을 충족하는지 가리는 일은 원칙적으로 사실판단이다. 배심원 재판이면 배심원이, 배심원 없는 법관재판이면 법관이 사실판단자 역할을 한다. 같은 법관이 판단하더라도 항소심에서는 법률 판단과 사실인정에 서로 다른 심사기준을 적용한다.

유효성을 따질 때 합의는 다른 방식으로 작용한다. Valeant에서 안정성의 합의된 뜻은 비교 대상을 구체화했다. 그래도 비자명성은 겹치는 pH 범위, 화합물 사이의 유사성, 그 범위를 시험할 동기와 성공을 예상할 근거를 모두 살펴야 했다. MeadWestvaco에서는 용어의 뜻을 정할 수 있어도 불명확성 심사가 끝나지 않았다. 다만 피고가 재판에서 그 주장을 더 다루지 않아 실체 판단을 받지 못했다.

O2 Micro가 모든 기술적 표현을 숫자로 바꾸라고 요구한 것은 아니다. 두 당사자가 청구범위에 관해 서로 다른 법적 기준을 제시한다면 법원이 그 차이를 풀어야 한다는 판결이다. 반대로 양쪽이 하나의 해석을 내고 더 구체적인 범위를 정해 달라고 요구하지 않으면, 법원은 그 문구를 채택한 다음 피고 제품이 이를 충족하는지를 사실판단에 맡길 수 있다. Allergan에서 일어난 일이 바로 이것이다.

해석 단계에서 양쪽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유연한 문구가 제품에 적용될 때 한쪽에 불리하게 구체화될 수 있다. 항소할 때도 차이가 생긴다. 법률문제라면 CAFC가 지방법원의 해석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 판단한다. 배심원 없는 법관재판의 사실인정은 명백한 오류가 있어야 뒤집고, 배심원 평결은 충분한 증거가 있는지를 중심으로 심사한다. 수치 경계를 합의하지 않는 선택은 나중에 누가 판단하고 항소법원이 얼마나 깊이 다시 살필지에도 영향을 준다.

8. 합의서에서 쟁점별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문안

다음 문안은 해석·불명확성·침해·항소권을 한 문장에 섞지 않고 따로 밝히는 예시다. 어느 주장을 계속할지, 어느 사실만 조건부로 인정할지, 어떤 결정을 항소할지를 법원 제출문서에 분명히 표시하려는 목적이다. 실제 문안은 사건의 명령서, 현지규칙, 최종판결의 형성 방식과 항소관할 요건에 맞추어 고쳐야 한다.

A. 해석만 합의하고 나머지 쟁점은 유보
Agreed Construction Only. Solely for purposes of this Action, the Parties agree that ‘[TERM]’ shall be construed as ‘[AGREED CONSTRUCTION].’ This stipulation resolves only the meaning and scope of that term. Except as expressly stated, neither Party admits any fact or legal conclusion concerning infringement, noninfringement, validity, invalidity, enforceability, damages, or any other issue.
한국어 참고 번역
해석에 한정된 합의. 당사자들은 오직 이 소송의 목적상 ‘[용어]’를 ‘[합의된 해석]’으로 해석하는 데 합의한다. 이 합의는 해당 용어의 의미와 범위만을 해결한다. 명시적으로 정한 경우를 제외하고 어느 당사자도 침해, 비침해, 유효, 무효, 권리행사 가능성, 손해배상 또는 그 밖의 사실이나 법적 결론을 인정하지 않는다.
B. §112(b) 불명확성 항변 유보
No Waiver of Indefiniteness. Defendant’s agreement to the foregoing construction does not waive, and expressly preserves, Defendant’s right to contend that the asserted claims, even as construed, fail to satisfy 35 U.S.C. § 112(b). Plaintiff preserves all responses. No Party may argue that entry into this stipulation constitutes a concession of definiteness.
한국어 참고 번역
불명확성 항변의 비포기. 피고가 위 해석에 동의하더라도, 그 해석에 따르더라도 주장 청구항이 미국 특허법 제112조 (b)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피고의 주장을 포기하지 않으며 이를 명시적으로 유보한다. 원고도 이에 대한 모든 반박을 유보한다. 어느 당사자도 이 합의의 체결이 명확성에 대한 양보라고 주장할 수 없다.
C. 특정 해석을 전제로 한 조건부 침해합의
Conditional Stipulation as to Infringement. If and only if the Court adopts [CONSTRUCTION], Defendant stipulates that [ACCUSED PRODUCT] satisfies [LIMITATION] solely to facilitate resolution of the remaining issues and, if otherwise permitted, appellate review. Defendant does not concede infringement under any other construction. If the construction is modified, vacated, or reversed, this stipulation shall have no effect unless the Parties otherwise agree in writing.
한국어 참고 번역
침해에 관한 조건부 합의. 법원이 [해석]을 채택하는 경우에만 피고는 남은 쟁점의 해결과 법이 허용하는 범위의 항소심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피고 제품]이 [청구항 한정]을 충족한다고 합의한다. 피고는 다른 해석 아래의 침해를 인정하지 않는다. 해당 해석이 변경·취소·파기되면 당사자들이 달리 서면 합의하지 않는 한 이 합의는 효력을 잃는다.
D. 재심리·항소심사를 요구할 권리의 유보
Preservation of Review. Each Party preserves, to the extent permitted by law, the right to seek reconsideration or appellate review of any claim-construction ruling identified in Exhibit A. Nothing in this stipulation creates appellate jurisdiction, waives a jurisdictional requirement, or preserves an issue not otherwise properly raised in the record.
한국어 참고 번역
심사를 요구할 권리의 유보. 각 당사자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별지 A에 적힌 청구항 해석 결정의 재검토 또는 항소심사를 요구할 권리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 합의만으로 항소관할이 생기거나 관할요건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하급심에서 적절한 시기에 제기하고 법원에 판단을 구하지 않은 문제까지 나중에 항소할 수 있게 되는 것도 아니다.
E. 법원의 해석권한과 조항의 가분성
Court Authority and Severability. The Parties acknowledge that claim construction remains a matter for the Court. If the Court rejects or materially modifies any agreed construction, the related stipulations shall be severable and shall not bind either Party unless reaffirmed in writing.
한국어 참고 번역
법원의 권한과 가분성. 당사자들은 청구항 해석이 법원의 판단사항으로 남는다는 점을 확인한다. 법원이 합의된 해석을 거부하거나 중대하게 변경하면 관련 합의 조항은 분리 가능하며, 당사자들이 서면으로 다시 확인하지 않는 한 어느 당사자도 구속하지 않는다.

예시 문구만으로 모든 권리가 생기지는 않는다. ‘항소할 권리를 유보한다’고 써도 항소관할이나 최종판결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항소할 수 없다. 불명확성 주장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적는 것만으로도 부족할 수 있다. MeadWestvaco에서 보듯 실제 절차에서 주장을 철회하지 않고, 증거를 내며, 법원에 판단을 구해야 한다. 합의문은 이미 적절하게 제기한 쟁점을 분명히 해 두는 문서이지, 제기하지 않은 권리를 새로 만드는 문서가 아니다.

9. 합의서에 서명하기 전에 답해야 할 질문

첫째, 합의문이 실제 범위 다툼을 끝내는가. ‘about’을 ‘approximately’로 바꾸는 데 그친다면 제품에 적용할 때 같은 문제가 다시 생긴다. 남은 문제를 누가 판단할지도 미리 확인해야 한다.

둘째, 다음 판단은 누가 맡는가. 합의된 문구의 법적 의미는 법관이 정한다. 그 문구를 제품에 적용해 침해 여부를 가리는 일은 배심원이나 배심원 없는 재판의 법관이 맡을 수 있다. 합의 때문에 법률문제가 사실문제로 바뀌는지 살펴야 한다.

셋째, 유효성 다툼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합의된 수치·기능·결과를 선행기술과 직접 비교해야 한다. 겹치는 범위가 있는지, 그 범위를 시험할 이유가 있었는지, 결과가 예상 밖이었는지도 합의 전에 검토한다.

넷째, 불명확성 주장을 계속할 것인가. 정의에 동의하는 것과 §112(b)상 합리적 확실성을 인정하는 것은 다르다. 합의서에 주장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쓰는 데 그치지 말고, 약식판결과 재판에서도 법원에 판단을 요청해야 한다.

다섯째, 합의의 전제가 된 해석을 항소심에서 다시 다툴 것인가. 조건부 침해합의와 최종판결 형성 방식은 사건별 절차와 관할법원의 요구에 맞춰야 한다. 무엇을 인정하고 무엇을 계속 다툴지 합의문에 분명히 적어야 한다.

10. 설명을 위한 분석틀과 실제 판례법은 다르다

한 단어가 여러 뜻을 갖는 경우와 한 뜻의 바깥 경계가 흐린 경우를 나누어 보면 합의가 왜 실패했는지 설명하기 쉽다. Allergan에서는 about과 approximately 가운데 어느 말을 쓸지는 정했지만 숫자상 경계는 정하지 못했다. MeadWestvaco도 용어를 정의할 수 있는지와 청구범위의 경계를 충분히 알 수 있는지는 서로 다른 질문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이는 이해를 돕기 위한 분석법이다. CAFC가 두 단계의 별도 심사방법으로 채택한 법리는 아니다. 법원은 청구항 문언과 명세서, 출원경과를 함께 읽어 범위를 정한다. 불명확성을 판단할 때는 Nautilus의 합리적 확실성 기준을 적용한다. ‘가짜 명확성’이나 ‘합의의 덫’도 설명을 위한 표현일 뿐 판례가 인정한 법리 명칭은 아니다.

판례가 판단하지 않은 결론을 덧붙여서도 안 된다. Valeant의 환송은 최종 무효판결이 아니며, AstraZeneca에서 침해판결을 취소한 것도 최종 비침해판결은 아니다. MeadWestvaco는 청구항이 실제로 불명확한지 판단하지 않았다. Finjan LLC v. ESET, LLC 역시 수정된 해석에 따른 최종 명확성이나 유효성을 확정하지 않았다. 환송은 잘못된 전제를 고치거나 더 심리하라는 뜻이다. 남은 쟁점의 승패를 미리 정한 결정이 아니다.

맺음말, 합의가 남긴 위험까지 살펴야 한다

청구항 해석합의는 특허소송의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유용한 도구다. 좋은 합의는 양쪽이 같은 문장에 서명한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실제 범위 다툼을 해결하고, 침해·유효성·불명확성에 미칠 영향을 따져야 한다. 계속 다툴 문제와 조건부로 인정할 사실, 나중에 항소할 결정을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

Allergan에서는 추상적인 유의어 합의가 피고에게 불리한 사실판단으로 이어졌다. Valeant에서는 구체적인 합의가 유효성 판단의 비교 대상을 밝혔지만 최종 결론까지 정하지는 않았다. MeadWestvaco에서는 합의된 정의가 명확성을 보장하지 않았고, 피고는 재판에서 주장을 이어 가지 않아 항소심의 실체 판단도 받지 못했다. AstraZeneca에서는 잘못된 해석을 전제로 한 조건부 침해합의가 있었지만, 해석을 계속 다툰 덕분에 그 해석이 바뀌자 침해판결도 취소되었다.

합의가 넓은지 좁은지만 보아서는 위험을 알 수 없다. 어떤 법률문제를 끝냈는지, 어떤 사실판단을 남겼는지, 무효와 불명확성을 계속 다툴지, 불리한 해석을 항소할 수 있도록 하급심에서 판단을 구했는지를 함께 보아야 한다. 해석심리에서 얻은 이익이 소송 마지막까지 유리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서명하기 전에 침해·무효·불명확성과 항소 절차까지 차례로 대입해 보아야 한다.

주요 판례와 공식 출처

아래 판례는 모두 구속력 있는 선례다. 다만 판결의 결론을 직접 뒷받침한 법리, 결론에 필요하지 않았던 설명, 환송 뒤 지방법원이 다시 판단할 문제를 구분해서 인용해야 한다.

  1. Markman v. Westview Instruments, Inc., 517 U.S. 370, 388–91 (1996). 청구항 해석이 법관의 역할임을 확립한 연방대법원 판결. 연방대법원 공식 판결집
  2. O2 Micro International Ltd. v. Beyond Innovation Technology Co., 521 F.3d 1351, 1360–63 (Fed. Cir. 2008). 당사자 사이에 실제 범위 분쟁이 있으면 법원이 이를 해결해야 함을 밝힌 CAFC 선례 판결. CAFC 공식 판결문
  3. MeadWestvaco Corp. v. Rexam Beauty & Closures, Inc., 731 F.3d 1258, 1270 n.8 (Fed. Cir. 2013). 정의 가능성만으로 불명확성 심사가 끝나지 않는다고 언급했으나, 해당 사건의 불명확성 쟁점은 포기로 종결. CAFC 공식 판결문
  4. Nautilus, Inc. v. Biosig Instruments, Inc., 572 U.S. 898, 910–11 (2014). §112(b) 불명확성에 관한 합리적 확실성 기준을 제시한 연방대법원 판결. 연방대법원 공식 판결집
  5. Allergan, Inc. v. Sandoz Inc., 796 F.3d 1293, 1311 (Fed. Cir. 2015). 합의된 ‘approximately 7.3’ 해석과 전문가 증거 아래 문언침해 사실인정을 유지한 CAFC 선례 판결. CAFC 공식 판결문
  6. Valeant Pharmaceuticals International, Inc. v. Mylan Pharmaceuticals Inc., 955 F.3d 25, 31–35 (Fed. Cir. 2020). 중첩 pH 범위와 obvious-to-try 분석을 근거로 비자명성 약식판결을 뒤집고 환송한 CAFC 선례 판결. CAFC 공식 판결문
  7. AstraZeneca AB v. Mylan Pharmaceuticals Inc., 19 F.4th 1325, 1328–35 (Fed. Cir. 2021). 0.001%를 내재적 기록에 따라 좁게 해석하고 종전 침해판결을 취소·환송한 CAFC 선례 판결. CAFC 공식 판결문
  8. Finjan LLC v. ESET, LLC, 51 F.4th 1377, 1380–84 (Fed. Cir. 2022). 잘못 추가된 크기 제한에 의존한 불명확성 약식판결을 취소·환송했으나 최종 명확성을 확정하지 않은 CAFC 선례 판결. CAFC 공식 판결문

[Patent Monetization Strategies] Understanding the 3G Patent Platform Through a Premium Department-Store Food Hall

SPECIAL COLUMN · Making Patent Monetization Structures Easier to Understand

Share the infrastructure; let each counter set its own menu and prices.

In the late 1990s, as third-generation mobile communications approached commercialization, building a single handset required access to a large number of patents owned by different companies. A manufacturer could not easily determine which patents were truly necessary, whom it had to pay, or whether the aggregate royalty burden could be absorbed in the product price. Patent owners faced the opposite side of the same problem: even a company with valuable technology might have to negotiate separately with dozens or hundreds of implementers. This was the familiar problem of fragmented intellectual-property rights.[1][4]

The proposed solution was the 3G Patent Platform Partnership, or 3G3P. Unlike 3GPP, which develops mobile-communications standards, 3G3P was a separate licensing initiative. Its objective was to evaluate 3G standard-essential patents and organize the licensing process without compromising the independence of competing 3G technologies and companies.[1][2]

1. Why a Food Hall Was Needed: One Meal May Depend on Many Recipes

Consider a single galbi set meal. If different chefs hold exclusive know-how covering meat preparation, marinade formulation, heat control, and storage, a restaurant may need permission from several of them before it can sell the finished dish. A mobile handset is no different in principle. Implementing a standard may require standard-essential patents owned by numerous patent holders.

If every patent owner locks its door and insists on separate negotiations, manufacturers incur substantial costs simply identifying the rights they need. Yet placing every patent and every pricing decision in one organization creates a different risk: price competition among rival technologies may disappear. The 3G platform sought to reduce both risks by adopting a structure in which shared facilities were centralized while menus and prices remained counter-specific.[1]

2. The Organization of the Premium Food Hall

Table 1 maps the division of functions in the 3G patent platform reviewed by competition authorities in 2002 onto the food-hall analogy.[1]

Food-hall participant 3G platform counterpart Actual function
Department-store operations office 3G Patents / common administrative functions Supports assessment and certification, training, general information, and shared administrative infrastructure
Independent councils for the Korean, Japanese, and other counters Technology-specific PlatformCo Independently sets royalty rates and licensing terms for the relevant 3G technology
Manager of each counter Licensing Administrator (LA) Provides contracting guidance and licensing administration, but generally does not collect and distribute royalties
Shared intake and administration desk Common Administrator (CA) Provides common administrative support for patent-assessment applications and the assessment process
Independent health and ingredient inspection service Evaluation Service Provider / IPEC Uses experts to assess whether submitted patents are actually essential to implementation of the standard
Chef with proprietary recipes and signature ingredients Patent owner / licensor Licenses certified essential patents on standard terms or through separate negotiations
Business using the menu to make products Licensee / manufacturer / network operator Obtains licenses to the necessary patents to provide 3G products and services

3. The Central Principle: Share the Dishwashing Facilities, Not the Menu Prices

When the department-store operator provides sanitation facilities, signage, common training, and market research, each counter need not duplicate the same infrastructure. The 3G platform likewise sought to reduce search and administrative costs by consolidating functions—such as essentiality assessment and general information services—that multiple technologies could use in common.

The analysis changes if the operator also sets prices for both the Korean and Japanese counters. Those counters are supposed to compete for customers. Centralizing their pricing decisions could weaken competition or facilitate the exchange of competitively sensitive information. That concern explains why the final 2002 design contemplated a separate PlatformCo, board, and Licensing Administrator for each of five 3G radio-access technologies. Each technology-specific counter would independently establish its royalties and license terms, while the shared organization would remain outside those decisions.[1][2]

4. How a Patent Reached the Menu

  1. Just as a chef might submit ingredients for inspection, a patent owner applied for an assessment of whether a particular patent was essential.
  2. The Common Administrator, or CA, provided administrative support for the application and assessment process.
  3. The independent Evaluation Service Provider, or ESP/IPEC, selected an expert, who compared the patent claims with the relevant 3G standard.
  4. A patent owner whose patent was found essential could qualify as a licensor member of the relevant technology-specific PlatformCo.
  5. The parties could use the standard terms established by the PlatformCo or pursue a separate bilateral negotiation between the patent owner and the implementer.

The applicant paid the assessment fee, but the patent owner did not directly retain the evaluator; the ESP selected the evaluator. That separation was intended to reduce any perception that the applicant could influence the inspector it was funding and to lower the risk that nonessential or substitutable patents would enter the platform.[1]

5. Ordering Became Easier, but There Was No Single Checkout Counter

A conventional patent pool often bundles multiple patents under a single license. The 3G platform’s basic design was different. Licenses were executed between individual patent owners and implementers. The Licensing Administrator functioned more like the manager of a food counter, assisting with ordering and contracting, than a central cashier that collected all royalties and distributed them to patent owners.[1]

An implementer could use a standard or interim license prepared by the PlatformCo. It could also negotiate bilaterally and independently with a patent owner outside the platform. The menu and ordering process were standardized, but the customer and chef remained free to negotiate a separate tasting menu or long-term supply arrangement.

If an implementer using the platform also owned patents essential to the same technology, it could be subject to a grant-back obligation requiring those patents to be made available on platform terms. The obligation, however, operated only within the relevant technology-specific PlatformCo and did not automatically extend to other 3G technology counters.[1]

6. Why Customers Did Not Vote on the Menu-Price Committee

The board that set royalties and licensing terms for a PlatformCo was composed primarily of licensors holding certified essential patents for that technology. In food-hall terms, the design guarded against customers taking over the pricing committee and forcing every dish to an artificially low price. It also addressed the risk that large purchasers who competed with one another might exchange sensitive business information.[1][2]

Licensees were not excluded from the platform altogether. Licensees and other industry participants could take part in shared administrative functions, and representatives of technology-specific PlatformCos were designed to participate in relevant common-organization committees in a nonvoting capacity. The platform thus preserved channels for oversight and communication without allowing a participant to control the assessment of its own patent or the pricing of another technology.[1]

Organizational firewalls were also needed to prevent sensitive information from passing between competing technology counters. Even a large company holding patents across several technologies could not commingle the decisions or internal information of different PlatformCos. The moment the food-hall operator tells the Japanese counter about the Korean counter’s pricing strategy, the premise of independent counters collapses.

7. An Advance Antitrust View of the Blueprint—not a Blanket License to Operate

In 2002, the U.S. Department of Justice concluded that the revised 3G platform could help identify essential patents, mitigate holdup, and reduce transaction costs. It also viewed the risk of competitive harm as limited because the arrangement separated technologies and used independent essentiality assessments. The European Commission likewise issued a favorable administrative view based on the limited scope of the common functions and the independence of the technology-specific structures.[1][2][3]

In the food-hall analogy, the authorities reviewed the building plans, counter layout, and information firewalls and indicated that, on the facts presented, they did not intend to challenge the arrangement. That did not make every later business practice automatically lawful. If the counters secretly coordinated prices, admitted nonessential patents without review, or imposed terms that excluded competitors, separate antitrust concerns could arise.

8. Five Counters on the Blueprint, but W-CDMA at the Center of Actual Operations

The 2002 blueprint contemplated separate PlatformCos for five 3G radio-access technologies. But drawing five counters on a floor plan did not mean that all five opened at the same time or operated at the same scale. 3G Patents Limited began its assessment and certification service in 2003, and the W-CDMA patent-licensing program launched in 2004. The technology-specific PlatformCo documented in UNIDO’s 2005 report was also the W-CDMA entity.[4]

The W-CDMA licensing program continued under successive administrators. A 2020 EU JRC study reports that administration moved from 3G Licensing to Sipro Labs Telecom and then to Via Licensing.[7] A patent platform is not a building whose organizational chart remains fixed forever. It is a commercial arrangement whose administrator may change with the participating patents and market conditions.

9. How Far Does the “£1 Merchants’ Association” Analogy Go?

A United Kingdom company limited by guarantee has guarantor members rather than shares and shareholders. On a winding up, each member is liable up to an amount agreed in advance. Because that amount is often a nominal sum such as £1, the organization can be described—within limits—as a merchants’ association operating with a small guarantee obligation.[5]

The £1 is not an initiation fee or annual subscription. It is the member’s agreed contribution on a winding up—what the member would owe if the food hall closed. Actual participation in the platform could involve separate annual dues, assessment charges, and service fees. Nor does the company-limited-by-guarantee form, standing alone, automatically prohibit every distribution of profit. The use of revenue, limits on member distributions, and disposition of residual assets depend on the company’s governing documents and any separate legal status.[5]

10. Advantages of the Premium Food-Hall Model

A Shared Inspection Service Reduces Search Costs

Instead of requiring every manufacturer to review thousands of patents from scratch, an independent assessment process and certification information can reduce the time and expense of identifying essential patents. Patent owners also avoid repeating the same technical explanation and negotiation with every implementer.

A Published Menu Improves Cost Predictability

Standard agreements, royalty-calculation methodologies, and technology-specific aggregate royalty caps help implementers forecast product costs. Longer-term certainty, however, comes from contract duration and renewal terms. It does not mean that a PlatformCo may change menu prices at will.[4]

Counter-Level Autonomy Preserves Competition Among Technologies

Just as Korean and Japanese counters attract customers with different menus and prices, each technology-specific PlatformCo can independently design the terms for its own technology. Patent owners and implementers may also choose bilateral negotiations outside the platform, leaving room for cross-licenses and other commercial terms that a uniform agreement may not accommodate.

11. A Food Hall Does Not Solve Every Problem

Not Every Celebrated Chef Will Join

If major patent owners do not participate, an implementer cannot secure every necessary right through the platform license alone. The continued need for bilateral negotiations places the arrangement well short of a complete one-stop license.

More Operators and Counters Mean More Complex Administration

Contracts and information barriers among the common organization, PlatformCos, Licensing Administrators, the Common Administrator, and the ESP require continuing administration. That complexity is also part of the price of preserving independence for antitrust purposes.

An Inspection Result Is Not a Court’s Final Judgment

Essentiality assessment is a useful expert-screening process, but it does not replace a court’s determination of patent validity, infringement, or FRAND terms. Delay in an assessment may affect a patent’s admission to the platform or the timing of a license. The assessment nevertheless does not certify a product’s compliance with the standard or authorize market entry.[7]

An Advance Enforcement View Does Not Replace Ongoing Compliance

Antitrust analysis may change as market position, participation, and contract terms change. The continuing independence of technology-specific pricing, protection of sensitive information, management of evaluator conflicts, and availability of bilateral licensing channels all require regular review.

Conclusion: A Good Food Hall Knows What to Share—and What to Keep Separate

The defining feature of the 3G patent platform was not the indiscriminate collection of patents in a single basket. The independent inspection function and common administrative network were shared, while competing technology counters set their own menus and prices. Standard agreements simplified ordering without eliminating the freedom of patent owners and implementers to negotiate separately.

The same principle applies to patent-monetization platforms today. The first task is to distinguish functions that become more efficient when shared from competitive functions that should remain independent. Independent patent assessment, transparent administration, protection of competitively sensitive information, and meaningful licensing alternatives must work together. Only then can patent owners obtain a legitimate path to monetization while manufacturers gain predictable access to technology.

A premium food hall does not succeed merely by assembling talented chefs. It also needs a credible inspection service, fair operating rules, independent counters, and a menu customers can understand. That is the most important lesson 3G3P leaves for today’s licensing of standard-essential patents.

References

  1. U.S. Department of Justice, Response to 3G Patent Platform Partnership's Request for Business Review Letter (Nov. 12, 2002)
  2. U.S. Department of Justice, Justice Department Clears Way for Formation of Wireless Telecommunications Patent Platforms (Nov. 12, 2002)
  3. European Commission CORDIS, 3G manufacturers to have better access to patents (Nov. 20, 2002)
  4. UNIDO, Industrial Development Report 2005, Annex 7.2: The 3G Patent Platform, pp. 104-107
  5. UK Companies House, Incorporation and names: company limited by guarantee
  6. WIPO Library, Larry M. Goldstein & Brian N. Kearsey, Technology Patent Licensing (2004)
  7. European Commission Joint Research Centre, Pilot Study for Essentiality Assessment of Standard Essential Patents (2020)

This article provides general information about the historical design of 3G3P and publicly available materials. It is not legal advice concerning any particular license agreement or antitrust matter.

[특허 수익화 전략] 프리미엄 백화점 푸드코트로 이해하는 3G 특허 플랫폼: 공동 인프라와 독립 가격결정의 설계

SPECIAL COLUMN · 특허수익화의 구조를 쉽게 읽다

공통 인프라는 함께 쓰되, 메뉴와 가격은 코너별로 정한다

3세대 이동통신이 상용화를 앞둔 1990년대 말, 휴대전화 한 대를 만들려면 여러 기업이 보유한 수많은 특허를 함께 써야 했다. 제조사로서는 어떤 특허가 꼭 필요한지, 누구에게 얼마를 지급해야 하는지, 전체 로열티를 제품 가격이 감당할 수 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특허권자 역시 좋은 기술을 보유하고도 수십·수백 개 기업과 일일이 협상해야 했다. 특허가 여러 주인에게 흩어진 ‘파편화된 지식재산권’ 문제였다.[1][4]

그 해법으로 등장한 구상이 3G Patent Platform Partnership, 즉 3G3P이다. 이동통신 표준을 만드는 3GPP와 달리, 3G3P는 라이선싱을 위한 별도 프로젝트다. 3G 표준필수특허를 평가하고 라이선싱 절차를 정리하면서도 서로 경쟁하는 3G 기술과 기업의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 목적이었다.[1][2]

1. 푸드코트가 필요한 이유: 한 끼에도 여러 조리법이 필요하다

푸드코트에서 갈비 정식 하나를 만든다고 해보자. 고기 손질법, 양념 제조법, 불 조절법, 보관법마다 서로 다른 요리사가 독점 비법을 갖고 있다면, 한 식당이 완성된 메뉴를 팔기까지 여러 요리사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동통신 단말기도 다르지 않다. 표준을 구현하려면 다수 특허권자의 표준필수특허가 함께 필요하다.

특허권자가 각자 문을 걸어 잠그고 개별 협상만 고집하면 제조사는 필요한 특허를 찾느라 큰 비용을 치른다. 그렇다고 모든 특허와 가격결정을 한 조직에 몰아주면 경쟁 기술 사이의 가격경쟁이 사라질 수 있다. 3G 플랫폼은 두 위험을 함께 줄이려고 ‘공동 시설은 함께 사용하되 메뉴와 가격은 코너별로 결정하는’ 구조를 택했다.[1]

2. 프리미엄 푸드코트의 조직도

표 1. 2002년 경쟁당국이 검토한 3G 특허 플랫폼의 기능 분담을 푸드코트에 빗대어 정리했다.[1]

푸드코트의 주체 3G 플랫폼의 대응 주체 실제 역할
백화점 통합 운영본부 3G Patents / 공통 관리 기능 평가·인증 지원, 교육, 일반 정보와 공통 행정 인프라 제공
한식·일식 등 독립 코너 자치회 기술별 PlatformCo 해당 3G 기술의 로열티율과 라이선스 조건을 독립적으로 결정
각 코너의 지점장 Licensing Administrator (LA) 계약 안내와 라이선싱 행정을 수행하되 통상 로열티 수납·분배는 담당하지 않음
공통 접수·행정 데스크 Common Administrator (CA) 특허 평가 신청과 평가 절차의 공통 행정 지원
독립 위생·식자재 검사소 Evaluation Service Provider / IPEC 제출된 특허가 표준 구현에 실제로 필수적인지 전문가를 통해 평가
비법과 핵심 재료를 가진 요리사 특허권자·라이선서 인증된 필수특허를 표준조건 또는 별도 협상을 통해 실시허락
메뉴를 이용해 제품을 만드는 사업자 라이선시·제조사·통신사업자 필요한 특허의 실시허락을 받아 3G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

3. 핵심 원칙: 식기세척기는 함께 쓰고, 메뉴 가격은 따로 정한다

백화점 운영본부가 위생시설, 안내판, 공통 교육과 시장조사를 한꺼번에 맡으면 각 코너는 같은 시설을 거듭 갖출 필요가 없다. 3G 플랫폼도 필수성 평가와 일반 정보 제공처럼 여러 기술이 함께 쓸 수 있는 기능을 모아 검색비용과 행정비용을 줄이려 했다.

한식 코너와 일식 코너의 메뉴 가격까지 운영본부가 함께 정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손님을 두고 경쟁해야 할 두 코너의 가격결정이 한곳에 모이면 경쟁이 약해지고 민감한 정보가 공유될 수 있다. 2002년 최종 설계가 5개 3G 무선접속 기술마다 별도의 PlatformCo와 이사회, LA를 둔 이유다. 각 코너는 자기 기술의 로열티와 라이선스 조건을 독립적으로 정하고, 공통 조직은 그 결정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다.[1][2]

4. 특허가 메뉴판에 오르는 과정

  1. 요리사가 식자재 검사를 신청하듯 특허권자가 특정 특허의 필수성 평가를 신청한다.
  2. 공통 행정 데스크인 CA가 신청 접수와 평가 절차를 지원한다.
  3. 독립 검사소인 ESP/IPEC가 전문가를 선정하고, 전문가는 청구항과 해당 3G 표준을 비교한다.
  4. 필수성을 인정받은 특허의 보유자는 해당 기술 PlatformCo의 라이선서 회원이 될 수 있다.
  5. PlatformCo가 정한 표준조건을 이용하거나 특허권자와 실시자가 별도로 양자 협상을 진행한다.

평가비용은 신청자가 부담한다. 다만 평가자를 특허권자가 직접 고용하지 않고 ESP가 선정한다. 자기 돈으로 검사관을 움직인다는 의심을 줄이는 동시에 비필수 특허나 대체 가능한 특허가 플랫폼에 들어올 가능성을 낮추는 장치다.[1]

5. 주문은 편해져도 하나의 계산대로 끝나지는 않는다

일반적인 특허풀은 여러 특허를 한데 묶어 한 번의 계약으로 제공하곤 한다. 3G 플랫폼의 기본 설계는 달랐다. 실제 라이선스는 개별 특허권자와 실시자 사이에 체결됐다. LA는 주문과 계약 절차를 돕는 지점장에 가까웠을 뿐, 통상 모든 로열티를 대신 받아 특허권자들에게 나누는 중앙 계산대는 아니었다.[1]

실시자는 PlatformCo가 마련한 표준 라이선스나 임시 라이선스를 쓸 수 있었다. 필요하면 플랫폼 밖에서 특허권자와 독립적으로 양자 협상도 할 수 있었다. 메뉴판과 주문절차는 표준화하면서도 고객과 요리사가 별도의 코스요리나 장기공급계약을 협상할 자유는 남겨 둔 셈이다.

플랫폼 절차를 이용하는 실시자가 해당 기술의 필수특허를 보유했다면, 그 특허도 플랫폼 조건으로 제공하도록 그랜트백 의무가 적용될 수 있었다. 다만 이 의무는 해당 기술의 PlatformCo 안에서만 작동했다. 다른 3G 기술 코너로 자동 확장되지 않도록 범위를 제한한 것이다.[1]

6. 손님은 왜 메뉴가격 자치위원회에 투표하지 못했을까

PlatformCo에서 로열티와 계약조건을 결정하는 이사회는 해당 기술의 인증된 필수특허를 가진 라이선서를 중심으로 꾸렸다. 푸드코트에 빗대면, 메뉴를 사는 손님들이 가격위원회를 장악해 모든 음식값을 터무니없이 낮게 묶는 상황을 막으려는 조치다. 경쟁관계인 대형 구매자들이 민감한 사업정보를 주고받는 상황도 경계했다.[1][2]

그렇다고 라이선시를 플랫폼 전체에서 밀어낸 것은 아니다. 라이선시와 다른 산업 참여자도 공통 관리 기능에 참여할 수 있었다. 기술별 PlatformCo 대표 역시 공통 조직의 관련 위원회에 비의결 방식으로 참여하도록 설계됐다. 감시와 소통의 통로는 열어 두되, 자기 특허의 평가나 다른 기술의 가격결정을 좌우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1]

경쟁하는 기술 코너 사이에는 민감정보가 넘어가지 않도록 조직적 차단벽도 세워야 했다. 여러 기술에 특허를 가진 대기업이라도 각 PlatformCo의 의사결정과 내부정보를 뒤섞어서는 안 된다. 푸드코트 운영본부가 한식 코너의 가격전략을 일식 코너에 알려주는 순간, 독립 코너라는 설계는 의미를 잃는다.

7. 경쟁당국의 ‘영업 허가’가 아닌 설계도에 대한 사전 의견

2002년 미국 법무부는 수정된 3G 플랫폼이 필수특허 식별, 홀드업 완화와 거래비용 절감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았다. 기술별 분리와 독립평가 장치를 갖춘 만큼 경쟁을 저해할 가능성도 낮다고 판단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역시 공통 기능을 제한하고 기술별 독립구조를 둔다는 전제에서 긍정적인 행정 의견을 제시했다.[1][2][3]

푸드코트에 빗대면 경쟁당국이 건물 설계도와 코너 배치, 정보차단 장치를 살펴본 뒤 ‘현재 제출된 방식이라면 제재에 나설 의사가 없다’고 밝힌 셈이다. 그렇다고 이후의 모든 영업행위가 자동으로 합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코너들이 몰래 가격을 맞추거나 검사 없이 비필수 특허를 끼워 넣고, 경쟁자를 배제하는 조건을 더한다면 별도의 경쟁법 문제가 생길 수 있다.

8. 설계도에는 다섯 코너, 실제 영업은 W-CDMA 중심이었다

2002년 설계도에는 5개 3G 무선접속 기술을 위한 독립 PlatformCo가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푸드코트 설계도에 다섯 코너가 그려졌다고 해서 모두 같은 시기에 문을 열어 같은 규모로 영업한 것은 아니다. 3G Patents Limited의 평가·인증 서비스는 2003년 시작됐고, W-CDMA 특허 라이선싱 프로그램은 2004년 가동됐다. 2005년 UNIDO 보고서가 기록한 실제 기술별 PlatformCo도 W-CDMA 법인이었다.[4]

W-CDMA 라이선싱 프로그램은 관리자를 바꾸면서 명맥을 이었다. 2020년 EU JRC 연구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의 라이선싱 관리는 3G Licensing, Sipro Labs Telecom을 거쳐 Via Licensing으로 옮겨 갔다.[7] 특허 플랫폼은 한번 세우면 조직도가 영원히 고정되는 건물이 아니다. 참여 특허와 시장 상황에 따라 운영주체가 바뀌는 상업적 제도다.

9. ‘£1짜리 상인조합’이라는 비유는 어디까지 맞을까

영국의 company limited by guarantee는 주식과 주주 대신 보증회원을 두는 회사다. 회원은 회사 청산 때 미리 약정한 금액의 범위에서 책임을 진다. 그 금액을 £1 같은 명목액으로 정하는 사례가 많다. 따라서 ‘적은 보증책임으로 운영되는 상인조합’이라는 비유는 제한적으로 쓸 수 있다.[5]

하지만 £1은 가입비나 연회비가 아니다. 푸드코트가 문을 닫을 때 회원이 부담하기로 한 청산상 보증책임액이다. 실제 플랫폼 가입에는 연회비, 평가비와 서비스 비용이 따로 들 수 있다. 보증유한회사라는 형식만으로 모든 이익분배가 자동 금지되는 것도 아니다. 수익의 사용, 회원분배 제한과 잔여재산 귀속은 해당 회사의 정관과 별도 법적 지위에 따라 판단한다.[5]

10. 프리미엄 푸드코트 모델이 주는 이점

공동 검사소는 검색비용을 줄인다

각 제조사가 수천 개의 특허를 처음부터 훑는 대신 독립 평가절차와 인증정보를 이용하면 필수특허를 찾는 시간과 비용이 줄어든다. 특허권자도 같은 설명과 협상을 되풀이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

메뉴판은 원가 예측을 돕는다

표준계약, 로열티 계산방식과 기술별 누적 로열티 한도는 실시자가 제품 원가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장기적인 확실성은 계약기간과 갱신조건으로 확보한다. PlatformCo가 메뉴가격을 언제든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4]

코너별 자율성이 기술경쟁을 보존한다

한식과 일식 코너가 저마다 다른 메뉴와 가격으로 손님을 끌듯, 기술별 PlatformCo도 자기 기술의 조건을 독립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개별 특허권자와 실시자는 플랫폼 밖의 양자 협상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면 획일적인 계약에 담기 어려운 크로스라이선스와 다양한 사업조건까지 반영할 여지가 생긴다.

11. 푸드코트도 모든 문제를 풀지는 못한다

모든 유명 셰프가 입점하지는 않는다

주요 특허권자가 플랫폼에 들어오지 않으면 실시자는 플랫폼 계약만으로 필요한 권리를 모두 확보할 수 없다. 별도의 양자 협상이 남는 만큼 완전한 원스톱 라이선스와는 거리가 있다.

운영본부와 코너가 늘수록 관리도 복잡해진다

공통 조직, PlatformCo, LA, CA와 ESP 사이의 계약과 정보차단은 계속 관리해야 한다. 복잡한 구조는 경쟁법상 독립성을 확보하려 치르는 비용이기도 하다.

위생검사 결과는 법원의 최종판결이 아니다

필수성 평가는 유용한 전문적 선별절차다. 그러나 특허 유효성·침해·FRAND 조건에 관한 법원의 판단을 대신하지 않는다. 평가 지연이 특정 특허의 플랫폼 편입이나 계약 확정에 영향을 줄 수는 있다. 그렇더라도 이 평가는 제품의 표준 적합성이나 시장 출시를 승인하는 절차가 아니다.[7]

사전 의견만으로 지속적인 준법관리를 대신할 수 없다

시장지위, 참가자와 계약조건이 달라지면 경쟁법상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 기술별 가격결정의 독립성, 민감정보 차단, 평가자의 이해상충 관리와 양자 협상 경로가 실제로 유지되는지 꾸준히 점검해야 한다.

맺음말: 좋은 푸드코트는 함께할 것과 따로 할 것을 가려낸다

3G 특허 플랫폼의 핵심은 특허를 무조건 한 바구니에 모으는 데 있지 않았다. 독립 위생검사소와 공통 행정망은 함께 쓰되, 경쟁하는 기술 코너의 메뉴와 가격은 따로 정했다. 표준계약으로 주문을 쉽게 만들면서도 특허권자와 실시자가 별도 협상을 고를 자유를 남겼다.

특허수익화 플랫폼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공동화할수록 효율적인 기능과 공동화해서는 안 될 경쟁 기능을 먼저 가려야 한다. 독립적인 특허평가와 투명한 행정, 민감정보 차단, 선택 가능한 계약경로가 맞물려야 특허권자는 정당한 수익화 기회를 얻고 제조사는 예측 가능한 경로로 기술에 접근한다.

프리미엄 푸드코트는 좋은 요리사만 모은다고 성공하지 않는다. 믿을 수 있는 검사소, 공정한 운영규칙, 독립적인 코너, 손님이 이해할 수 있는 메뉴판이 모두 필요하다. 3G3P가 오늘의 표준필수특허 라이선싱에 남긴 가장 중요한 교훈도 여기에 있다.

참고문헌

  1. U.S. Department of Justice, Response to 3G Patent Platform Partnership's Request for Business Review Letter (Nov. 12, 2002)
  2. U.S. Department of Justice, Justice Department Clears Way for Formation of Wireless Telecommunications Patent Platforms (Nov. 12, 2002)
  3. European Commission CORDIS, 3G manufacturers to have better access to patents (Nov. 20, 2002)
  4. UNIDO, Industrial Development Report 2005, Annex 7.2: The 3G Patent Platform, pp. 104-107
  5. UK Companies House, Incorporation and names: company limited by guarantee
  6. WIPO Library, Larry M. Goldstein & Brian N. Kearsey, Technology Patent Licensing (2004)
  7. European Commission Joint Research Centre, Pilot Study for Essentiality Assessment of Standard Essential Patents (2020)

※ 이 글은 3G3P의 역사적 설계와 공개자료를 설명하는 일반적 정보이며, 개별 라이선스 계약이나 경쟁법 사안에 대한 법률의견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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