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개시는 문을 여는 절차이고, 위반판정은 그 문을 통과하는 증명의 문제이며, 배제명령 뒤의 집행은 별도의 전장이다. 미국 시장을 지키거나 경쟁사의 수입을 막으려는 기업이라면 이 세 단계를 한 장의 전략도로 보아야 한다.
1. ITC는 ‘빠른 특허법원’이 아니라 수입을 통제하는 무역구제기관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의 관세법 제337조 조사는 연방법원 소송과 출발점부터 다르다. ITC가 내릴 수 있는 중심 구제는 손해배상이 아니라 침해·불공정 물품의 미국 수입을 막는 배제명령(exclusion order)이다. 미국 내 재고의 판매를 중지시키는 중지명령(cease and desist order)도 가능하지만, 과거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은 할 수 없다. 손해배상이 필요하면 연방법원 소송을 병행해야 한다.
따라서 ITC 활용 여부는 “권리가 침해되었는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문제의 물품이 미국으로 수입되는지, 제소자가 법이 요구하는 미국 국내산업을 보유하는지, 그리고 승소 후 명령을 관세청(CBP)이 실제 제품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제품·공급망을 식별할 수 있는지가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반대로 피제소 기업은 본안 방어와 동시에 변경제품(design-around), 수입자·품번 관리, 통관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핵심 구분 조사 개시(institution)는 소장이 규칙상 충분한지에 관한 문턱 심사다. 위반판정(violation determination)은 수입, 불공정행위·침해, 국내산업, 필요한 경우 산업피해를 기록에 의해 입증하는 본안 판단이다. 개시되었다고 위반 가능성이 예비 인정된 것은 아니다.
2. 조사 개시: 주장만 많아서는 부족하고, 제품과 거래가 특정되어야 한다
제소자는 19 C.F.R. § 210.12에 맞춘 선서 소장을 제출해야 한다. 소장에는 불공정행위의 사실, 구체적인 수입 또는 수입을 위한 판매 사례, 피제소자, 미국 관세품목번호, 피침해 권리, 관련 미국 국내산업, 그리고 평이한 언어로 표현한 피고 제품군을 담아야 한다. 특허 사건이라면 대표 청구항별 침해 설명과 국내산업 제품의 실시 설명이 필요하고, 영업비밀 사건이라면 비밀정보의 구체성, 비밀관리, 취득·사용 경위 및 미국 산업에 대한 피해 논리가 필요하다.
위원회는 통상 적정하게 접수된 소장을 기준으로 30일 안에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다만 보완, 과도한 비밀표시, 예외적 사정 등이 있으면 기간이 달라질 수 있다. 개시는 연방관보에 조사개시통지가 게재될 때 이루어지고, 통지에 적힌 제품과 쟁점이 조사의 외곽선을 형성한다. 그러므로 제품군을 지나치게 추상적으로 쓰는 것도, 현재 증거보다 과도하게 넓히는 것도 위험하다.
개시 단계의 질문
제소자가 제시할 자료
피제소자가 즉시 확인할 사항
수입 연결고리가 있는가
선하증권, 통관자료, 주문서, 미국향 판매자료, 시험구매
수입자, 제조자, 제품번호와 실제 거래주체가 맞는가
무슨 행위가 불공정한가
청구항 대비표 또는 영업비밀 목록과 도용 경위
권리범위, 무효·비침해, 적법 취득·독자개발 항변
미국 산업이 존재하는가
미국 내 제품·설비·인력·R&D·라이선싱 자료와 합리적 배분
해외 지출 혼입, 일반 판매비, 제품·권리와의 결련성
어떤 구제를 원하는가
LEO·GEO·CDO 요청의 대상과 근거, 공익·보증금 자료
명령 문언의 과잉범위와 공급망·소비자 영향
불공정수입조사국(OUII)은 개시 전 사실확인 활동을 할 수 있고, 개시 후 위원회 조사변호사가 당사자로 참여하는지는 사건별로 달라질 수 있다. OUII가 매우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으나 모든 사건에서 소장의 타당성을 판정하거나 본안에 반드시 참여한다고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3. 최종 위반판정: 등록 지식재산권 사건과 영업비밀 사건은 같은 공식이 아니다
제337조는 크게 두 갈래다. 특허·저작권·등록상표·반도체 배치설계·선박선체디자인 등 열거된 권리는 § 1337(a)(1)(B)~(E)가 중심이다. 이 사건에서는 수입행위, 권리침해, 그리고 해당 권리에 관련된 미국 국내산업의 존재 또는 형성과정을 입증한다. 1988년 개정 뒤에는 별도의 산업피해 입증이 요구되지 않는다.
영업비밀 도용과 그 밖의 불공정경쟁은 일반조항인 § 1337(a)(1)(A)에 놓인다. 여기서는 불공정행위와 수입 연결고리에 더하여 미국 산업을 파괴·실질적으로 침해하거나 그 위협이 있거나, 산업의 성립을 방해하는 효과 또는 경향을 입증해야 한다. 특허 사건에서 사용하는 ‘국내산업의 기술적 요건·경제적 요건’을 영업비밀 사건에 그대로 옮겨 적는 대신, 보호되는 영업비밀, 부정취득·사용, 관련 수입품, 미국 산업과 피해의 인과관계를 중심으로 구성해야 한다.
쟁점
등록 지식재산권 사건
영업비밀 등 § 1337(a)(1)(A) 사건
수입
수입, 수입을 위한 판매 또는 수입 후 미국 내 판매와 대상 물품의 연결
위법행위
유효·집행 가능한 미국 권리의 침해. 특허는 직접침해뿐 아니라 사건의 사실관계에 따라 유도·기여침해도 문제될 수 있음
식별 가능한 영업비밀, 합리적 비밀관리, 부정취득·사용·공개 등 도용의 입증
미국 산업
권리를 실시하는 물품이라는 기술적 요건과 § 1337(a)(3)의 경제적 요건
보호대상인 미국 산업의 존재·성립 가능성과 불공정 수입으로 인한 법정 산업피해
피해
별도 요건 아님
산업 파괴·실질적 침해·그 위협 또는 산업 성립 방해
국내산업의 기술적 요건과 경제적 요건
특허 사건의 기술적 요건은 제소자 또는 라이선시의 국내산업 물품이 주장 특허의 적어도 하나의 청구항을 실시한다는 증명이다. 경제적 요건은 미국 내에서 ① 설비·장비에 대한 상당한 투자, ② 노동 또는 자본의 상당한 고용, 또는 ③ 엔지니어링·연구개발·라이선싱을 포함한 권리 활용에 대한 실질적 투자 중 하나를 충족하는지 묻는다. ‘상당한’ 또는 ‘실질적’이라는 평가는 절대금액만이 아니라 산업의 규모, 투자 성격, 미국 내 활동과 대상 물품·권리의 관련성을 함께 본다.
기업이 자주 실패하는 대목은 배분(allocation)이다. 전사 인건비나 세계 매출 비율을 기계적으로 곱한 숫자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누구의 어떤 업무가 어느 제품·기술에 얼마만큼 쓰였는지, 미국 내 활동인지, 일반적인 판매관리비와 권리 활용 투자를 어떻게 구분했는지를 일관된 원자료로 설명해야 한다.
4. 판례가 보여준 경계선: 역외 도용, 유도침해, 비제조 활동
TianRui Group Co. v. ITC, 661 F.3d 1322 (Fed. Cir. 2011)
중국에서 이루어진 철도차륜 제조공정 영업비밀 도용이 문제 된 사건이다.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제337조가 외국에서의 행위 그 자체를 일반적으로 규율한다고 본 것이 아니라, 도용으로 생산된 물품의 미국 수입과 그로 인한 미국 산업의 피해를 규율한다는 구조에 주목했다. 따라서 이 판결을 ‘ITC의 무제한 역외관할’로 요약하면 지나치다. 핵심은 해외 도용, 대상 물품, 미국 수입, 국내산업 피해가 하나의 증거사슬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데 있다.
Suprema, Inc. v. ITC, 796 F.3d 1338 (Fed. Cir. 2015) (en banc)
수입 시점에는 비침해 용도로도 쓸 수 있는 물품이 미국에서 소프트웨어와 결합되어 유도침해에 사용된 사안에서, 전원합의체는 위원회가 그러한 물품의 수입을 제337조상 다룰 수 있다고 보았다. 모든 특허 사건에서 간접침해를 입증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미국 내 설치·결합·활성화가 침해를 완성하는 제품이라면 수입 전후의 행위와 의도를 처음부터 조사설계에 포함해야 한다.
Lashify, Inc. v. ITC, 130 F.4th 948 (Fed. Cir. 2025)
연방순회항소법원은 § 1337(a)(3)(B)의 ‘노동 또는 자본’에서 미국 내 판매·마케팅·창고·품질관리·유통 활동을 제조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범주적으로 제외한 위원회의 접근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비용이 자동으로 모두 인정된다는 판결은 아니다. 제소자는 대상 물품과의 연결, 미국 내 지출, 규모의 상당성을 여전히 입증해야 한다. 제조시설이 없는 기업에는 문이 넓어졌지만, 증명책임까지 낮아진 것은 아니다.
Certain Crawler Cranes, Inv. No. 337-TA-887
영업비밀 구제기간은 특허처럼 법정 만료일이 정해져 있지 않다. 이 조사에서 위원회는 도용 없이 독자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기간, 즉 부당한 선행이익(head start)을 제거하는 관점에서 10년의 구제기간을 정했다. 다만 독자개발기간은 모든 영업비밀 사건의 고정 공식이 아니며, 비밀의 수명·경쟁상 이익·기록상 증거에 따라 달라진다.
5. 승소 뒤에도 구제범위·공익·대통령 심사가 남는다
행정법판사(ALJ)는 증거심리 후 초기결정(initial determination)을 내리고, 위원회는 당사자의 재심청구와 자체 판단에 따라 쟁점을 심사한 뒤 최종 결정을 한다. 위반이 인정되면 보통 피제소자의 침해품을 대상으로 하는 한정배제명령(LEO)이 논의된다. 출처를 알기 어렵거나 우회가 예상되는 침해품까지 막는 일반배제명령(GEO)은 더 넓고 강한 구제이므로, 법이 정한 별도 기준—우회 방지의 필요성 또는 침해 유형이 존재하면서 출처 식별이 곤란하다는 점—을 기록으로 충족해야 한다.
중지명령(CDO)은 특정인의 미국 내 상업적으로 유의미한 재고와 활동을 겨냥하는 대인적 명령이다. ‘LEO는 국경, CDO는 미국 내 재고’라는 설명은 유용한 출발점이지만, 실제 적용범위는 각 명령의 문언을 확인해야 한다.
위원회는 구제 여부를 정할 때 공중보건·복지, 미국 경제의 경쟁여건, 미국 내 동종·직접경쟁 물품의 생산, 미국 소비자를 고려한다. 최종 구제명령은 대통령에게 전달되고 60일의 정책심사를 거친다. 그 기간에도 명령은 원칙적으로 효력이 있으나, 위원회가 정한 보증금을 제공하면 대상 물품을 반입할 수 있다. 대통령이 정책상 이유로 거부하지 않으면 심사기간 만료 후 확정적으로 효력이 계속된다.
실무상 오해 ITC에서 특허 무효가 판단될 수 있지만 그 판단은 조사상 위반 여부를 위한 것이다. 연방법원의 무효판결과 동일한 대세적 효력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또한 ITC 명령의 정확한 범위는 사건명이나 보도자료가 아니라 최종 명령문과 위원회 의견을 기준으로 읽어야 한다.
6. 집행의 핵심은 ‘옛 제품과 새 제품이 무엇이 다른가’를 행정기록으로 만드는 일이다
배제명령은 관세청(CBP)이 국경에서 집행한다. 명령이 내려진 뒤 수입자는 제품명만 바꾸어 통관할 수 없다. 반대로 모든 후속 제품이 자동으로 배제되는 것도 아니다. 주문 문언, 위반판정의 근거, 새 제품의 구조·기능과 침해 여부를 대조해야 한다. 그래서 본안 중에 변경설계를 시작하고, 설계변경의 목적·시점·범위와 양산품의 동일성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 중요하다.
세 갈래의 사후 절차
절차
주된 질문
효과와 주의점
CBP 사전 행정결정 (19 C.F.R. Part 177)
특정 변경제품이 배제명령의 적용대상인지, 수입을 허용할지
통관 예측가능성을 높이지만 제출된 사실과 제품에 의존한다. Exclusion Order Enforcement Branch의 당사자 참여형 절차가 활용될 수 있다.
ITC 자문의견 (19 C.F.R. § 210.79)
제안된 행위·제품이 위원회 명령을 위반하는지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보는 조사를 거쳐 의견을 낸다. ‘모든 기관과 법원을 구속하는 상급판정’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ITC 변경·취소 (19 C.F.R. § 210.76)
사실·법률·공익 사정의 변화로 기존 명령 자체를 바꿀 것인지
기존 위반자가 비위반 상태를 주장하며 청구하면 원칙적으로 그 신청자에게 입증책임이 있다.
ITC 집행절차 (19 C.F.R. § 210.75)
기존 명령을 위반했는지, 어떤 제재가 필요한지
형식·비형식 집행절차가 가능하고, CDO 위반에는 민사제재가 문제될 수 있다.
“관세청(CBP) 1~3개월, ITC 자문의견 4~6개월”과 같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고정 처리기간은 법정 보장이 아니므로 의사결정 기준에서 제외하는 편이 안전하다. 사건의 복잡성, 비밀자료, 상대방 참여, 제품시험에 따라 달라진다. 과거의 신속심리 시범운영도 현재 모든 사건에서 이용 가능한 상시 절차로 전제해서는 안 된다.
변경제품 증거 패키지
구 청구항 대비표와 신제품 대비표를 나란히 둔 비침해 분석
회로도·CAD·BOM·소스코드·펌웨어 버전과 변경승인 기록
설계변경 전후의 기능시험, 샘플 보관, 제조공정·공급자 확인서
품번·모델명·포장·송장·HTS 번호를 잇는 수입자 식별표
양산품이 심사받은 샘플과 같다는 구성관리(configuration control)
필요한 경우 독립 전문가 보고서와 미국 변호사의 법률분석
Git 로그, 파일 해시, 외부 법률의견은 신뢰성을 높이는 좋은 수단이지만 법령상 모든 사건의 필수요건은 아니다. 자가확인서도 해당 배제명령이나 관세청(CBP) 지시에 근거가 있을 때 사용해야 한다. 압류·몰수, 배제, 재수출 통지는 각각 절차와 불복기한이 다르므로 Part 171 청원이나 Part 174 protest가 언제나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일반화하지 말고, 통지서와 처분의 법적 성격부터 확인해야 한다.
7. 기업을 위한 통합 실행계획
미국 수입지도를 먼저 그린다. 제조자, 수출자, 수입자, 유통사, SKU, 통관항, 미국향 판매계약을 연결한다. 수입요건이 약하면 ITC 전략 전체가 흔들린다.
권리와 제품을 증거 단위로 쪼갠다. 특허는 청구항·제품 버전별로, 영업비밀은 비밀항목·보유자·비밀관리·취득·사용·수입품별로 표를 만든다. ‘노하우 일체’ 같은 포괄적 표현은 피한다.
국내산업 감사를 소 제기 전에 끝낸다. 미국 내 인력·시설·R&D·물류·라이선싱 비용의 원장을 확보하고, 대상 물품과 권리에 귀속시키는 배분 원칙을 문서화한다.
본안과 변경설계를 동시에 운영한다. 피제소자는 방어가 끝난 뒤 재설계를 시작하면 늦다. 제소자는 예상되는 회피설계를 명령 문언과 침해이론에 미리 반영하되, 비침해품까지 포괄하는 과잉명령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승소일이 아니라 첫 통관일을 목표일로 삼는다. 관세청(CBP)와 국제무역위원회(ITC) 중 어느 절차를 택할지, 어떤 샘플과 비밀자료를 제출할지, 수입중단 기간을 어떻게 버틸지까지 일정·재고·현금흐름 계획에 넣는다.
ITC 사건의 힘은 신속성이라는 추상적 이미지보다 ‘수입을 멈출 수 있다’는 현실성에서 나온다. 그만큼 제소 기업은 미국 국내산업과 피해를 숫자와 문서로 설명해야 하고, 피제소 기업은 새 제품이 왜 명령 밖에 있는지를 제품 수명주기 전체의 기록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조사 개시, 본안판정, 구제명령, 통관집행을 분리해 이해하되 하나의 사업계획으로 묶는 기업이 ITC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우리나라 무역위원회는 덤핑, 보조금, 지식재산권 침해와 같은 불공정한 수입으로부터 국내산업을 보호하는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기업의 시장 진입과 퇴출, 투자와 고용, 첨단기술의 경쟁질서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다. 그런데 그 결정을 떠받치는 조직과 절차는 권한의 무게만큼 충분히 성장했는가. 때로는 아직 성장 단계에 있는 기관에 성인이 감당할 무거운 판단을 맡겨 놓은 듯한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이 비유는 무역위원회가 전문성이 없거나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뜻이 아니다. 1987년 설립 이후 우리나라 무역구제제도의 중심기관으로 자리 잡았고, 반덤핑·상계관세·세이프가드·불공정무역행위 사건을 처리해 왔다. 문제는 사건의 기술적·경제적 복잡성과 결정의 파급력이 빠르게 커진 반면, 기관의 독립성, 상임 심판인력, 전문조사 조직, 절차적 축적은 그 속도를 충분히 따라가고 있는가에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의 역사가 주는 가장 큰 교훈은 강한 권한 자체가 아니다. 객관적인 조사기관으로 출발한 뒤, 전문인력과 독립성을 축적하고, 심리와 조사 기능을 분리하며, 공개된 절차와 판정례를 쌓은 다음에야 오늘날의 준사법기관이 되었다는 점이다. 한국 무역위원회에 필요한 것도 미국 제도의 복제가 아니라 이러한 성장의 순서다.
1. 미국 ITC도 처음부터 강한 심판기관은 아니었다
USITC의 전신인 미국 관세위원회(U.S. Tariff Commission)는 1916년 세입법(Revenue Act of 1916)에 따라 설립되었다. 당시의 주된 임무는 관세율과 무역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대립 속에서 의회와 대통령에게 통계와 경제분석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오늘날처럼 특허침해 여부를 심리하고 수입배제명령을 내리는 기관으로 출발한 것이 아니다.
이는 의미 있는 출발이었다. 관세정책을 정치적 주장이나 이해집단의 자료만으로 결정하지 않고, 독립된 전문가 조직이 사실과 데이터를 축적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가 처음 만든 것은 강력한 제재기관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지식기반이었다. USITC가 발간한 100년사도 1916년의 창설, 기관의 진화, 법정 임무의 수행을 별도의 축으로 다룬다.
1922년 관세법은 불공정한 수입방법과 행위를 다루는 제316조를 두었고, 1930년 관세법은 이를 오늘날의 Section 337로 재편했다. 그러나 초기 절차는 현재의 소송형 조사와 거리가 있었다. 관세위원회가 조사하여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최종적인 조치에는 대통령의 역할이 컸다. 오랫동안 이 제도는 지식재산 분쟁의 주된 무대라기보다 무역정책상 보조수단에 가까웠다.
2. 권한 확대보다 먼저 쌓인 것은 조사역량이었다
관세위원회의 성장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업무가 한꺼번에 확장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1922년과 1930년의 관세법을 통해 가변관세, 불공정수입, 일반무역조사와 같은 기능이 단계적으로 더해졌다. 1954년에는 덤핑수입으로 인한 국내산업 피해 판정 기능이 재무부에서 관세위원회로 이관되었다. 관세와 무역에 관한 통계·산업·경제분석을 축적해 온 조직에 새로운 판단기능을 얹은 것이다.
이러한 축적은 오늘날 USITC의 조직에서도 확인된다. USITC는 스스로를 독립적·비당파적·준사법적 연방기관으로 설명한다. 기관의 임무도 재판적 판단(adjudication), 연구·분석, 미국 관세율표 관리라는 세 축으로 나뉜다. 경제학자, 산업분석가, 회계·재무분석가, 통계전문가, 변호사와 조사관이 하나의 기관 안에서 장기간 전문성을 축적한다.
무역구제사건은 법률가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덤핑과 산업피해 사건에서는 가격, 수입량, 시장점유율, 생산능력과 인과관계를 분석해야 한다. 특허·영업비밀 사건에서는 청구항과 기술자료, 소스코드, 제조공정, 공급망과 수입경로를 함께 보아야 한다. USITC의 경쟁력은 강한 배제명령만이 아니라, 그러한 결정을 지탱하는 다학제 조사역량에서 나온다.
3. 1974년은 명칭 변경보다 절차의 전환점이었다
1974년 무역법은 관세위원회의 명칭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로 바꾸고 Section 337 절차를 크게 개편했다. 중요한 변화는 대통령에게 조치를 권고하던 구조에서 위원회가 위반 여부와 구제조치를 결정하는 구조로 중심이 옮겨간 것이다. 대통령은 일정 기간 안에 정책적 이유로 위원회의 구제명령을 승인하지 않을 권한을 보유했지만, 사건의 심리와 판단은 위원회가 담당하게 되었다.
또한 Section 337 조사에 미국 행정절차법(Administrative Procedure Act)의 정식 심리절차가 적용되면서, 당사자 대립구조와 증거에 기초한 기록이 중요해졌다. 행정법판사(Administrative Law Judge, ALJ)가 증거개시, 청문과 초기판정을 담당하고, 위원회가 이를 재검토하여 최종 결정을 내리는 구조가 정착했다. 이러한 변화가 하루아침에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1974년 개정은 자문형 조사기관이 준사법적 심판기관으로 이동하는 결정적 계기였다.
1970년대 중반 이후에는 조사·심리·최종판정의 역할이 점차 분화되었다. 현재 Section 337 사건에서는 ALJ가 재판에 가까운 절차를 진행하고, 위원들은 기록에 기초하여 최종판단을 내린다. 조사참여 변호사와 기술·경제 전문인력도 각자의 기능을 수행한다. 강한 처분을 내릴수록 그 처분을 만드는 과정은 더 세밀하게 분리되어야 한다는 제도적 학습의 결과다.
4. 1988년과 1994년 개정이 만든 현대적 Section 337
1988년 종합무역경쟁력법은 특허·등록상표·저작권·마스크워크 등 법률이 열거한 지식재산권 침해 사건에서 국내산업의 실질적 피해를 별도로 입증해야 했던 부담을 없앴다. 대신 미국 내에서 해당 지식재산권과 관련된 국내산업이 존재하거나 형성 중이어야 한다. 설비와 장비에 대한 상당한 투자, 노동·자본의 상당한 고용뿐 아니라 연구개발·엔지니어링 또는 라이선싱을 포함한 활용에 대한 상당한 투자도 국내산업의 근거가 될 수 있도록 법문이 정비되었다.
다만 이를 ‘제품이 없는 권리자에게 무조건 ITC 문호를 열었다’고 설명해서는 정확하지 않다. 라이선싱 활동을 근거로 경제적 요건을 주장할 수 있지만, 투자와 주장된 권리 사이의 관련성, 투자 규모와 성격, 그 권리를 실시하는 물품의 존재 등은 계속 다투어져 왔다. InterDigital Communications, LLC v. ITC를 비롯한 판례와 위원회 결정은 이 요건을 구체화했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협정 이행법은 GATT 패널의 지적을 반영하여 과도하게 경직된 법정 처리기한을 목표일(target date) 체계로 바꾸고, ITC 조사와 연방법원 소송이 병행될 때의 조정장치를 마련했다. 오늘날 Section 337은 신속한 국경구제라는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증거개시·청문·위원회 재검토·연방순회항소법원 항소가 결합된 독자적인 절차법 체계가 되었다.
5. 한국 무역위원회는 어떤 성장단계에 있는가
우리나라 무역위원회는 1987년에 설립된 합의제 행정기관이다. 현재 법률상 위원장 1명을 포함한 9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되고, 일부 위원은 상임으로 둔다. 덤핑·보조금·세이프가드에 관한 산업피해를 조사·판정하며, 지식재산권 침해물품의 수출입 등 불공정무역행위를 조사한다.
권한의 성격은 사건에 따라 다르다. 반덤핑 사건에서는 덤핑과 국내산업 피해를 판정하고 관계 장관에게 덤핑방지관세 부과를 건의한다. 반면 불공정무역행위 사건에서는 수출·수입·판매·제조의 중지, 반입배제·폐기처분, 정정광고 등 시정조치와 과징금을 직접 명할 수 있다. 따라서 무역위원회는 단순한 정책자문기관이라고 할 수 없다. 이미 기업의 사업활동과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준사법적 결정을 담당한다.
다만 조직의 외형과 절차는 그 책임의 무게에 비해 충분히 성숙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위원회의 사무는 중앙행정기관 내부의 무역조사 조직이 지원하고, 위원 다수는 비상임이다. 미국처럼 독립기관의 상임 위원, 전문 사무조직과 ALJ가 장기간 판정례를 축적하는 구조와는 차이가 있다. 사건의 기술적 복잡성이 높아질수록 소수 상임인력과 순환보직형 행정조직에 대한 의존은 제도적 한계로 나타날 수 있다.
비교축
USITC의 축적
한국 무역위원회의 과제
기관 위상
독립적·비당파적 준사법 연방기관, 대통령 지명·상원 인준의 6인 위원회
부처 소속 합의제 기관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판단의 실질적 독립성을 강화할 장치 검토
심리 구조
ALJ의 증거개시·청문·초기판정과 위원회의 최종 재검토가 분리
조사, 당사자 심리, 위원회 최종판정의 기능적 분리와 전문 심판인력 확충
전문성
법률·기술·경제·산업·통계 전문인력의 장기적 축적
순환보직을 보완할 전문직 경력경로와 기술심리·경제분석 역량의 상설화
절차와 기록
정식 증거기록, 판정문, 위원회 재검토, 항소를 통한 규범 축적
쟁점정리·증거규칙·기술설명회·공청회·판정이유 공개의 체계화
구제 집행
배제명령과 중지명령, 관세국경보호청과의 집행 연계
시정조치의 통관·유통단계 집행력과 관계기관 협업을 사건종결 후까지 관리
6. 한국 무역위원회가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다섯 가지 조건
첫째 판단기관의 독립성을 조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위원 개인의 양심과 전문성만으로 독립성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임기, 상임성, 예산, 인사, 조사조직과의 관계가 판단의 독립성을 지지해야 한다. 당장 별도의 독립기관으로 전환할 것인지와는 별개로, 위원회의 사건판단 기능을 정책집행 조직으로부터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제도설계가 필요하다.
둘째 조사와 심판을 기능적으로 분리해야 한다
조사관이 사실을 수집하고 쟁점을 제시하는 기능과, 당사자의 주장·증거를 중립적으로 심리하여 판단하는 기능은 구별되어야 한다. 기술적·경제적 쟁점이 복잡한 사건일수록 전담 심판관 또는 이에 준하는 상임 전문인력이 절차를 지휘하고, 위원회가 정리된 기록을 토대로 최종판정을 내리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셋째 전문인력이 머물며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소프트웨어, 영업비밀 사건은 일반 행정경험만으로 다루기 어렵다. 기술·법률·경제 전문가가 사건을 거치며 지식을 축적하고 후속 사건에 전수할 수 있는 경력체계가 필요하다. 외부 전문가의 일회성 자문만으로는 기관의 기억이 남지 않는다.
넷째 판정이유와 절차기준을 축적해야 한다
준사법기관의 권위는 결론의 강도보다 이유의 설득력에서 나온다. 영업비밀 특정, 지식재산권 침해, 국내산업 피해, 인과관계, 공익, 시정조치의 비례성에 관한 판정기준이 사건을 거듭하며 예측 가능한 규범으로 발전해야 한다. 영업비밀을 보호하면서도 비밀이 아닌 판단구조와 법리는 충분히 공개할 수 있다.
다섯째 명령 이후의 집행까지 제도 안에 포함해야 한다
시정명령을 내리는 것과 시장에서 실제로 작동하게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세관, 수사기관, 관계 부처와의 정보연계, 우회수입과 변경제품에 대한 후속 판단, 명령이행 점검이 필요하다. 강한 구제수단은 정교한 집행체계와 결합될 때 비로소 기업의 행동을 바꾼다.
7. 미국 제도의 복제가 아니라 성장의 순서를 배워야 한다
USITC와 한국 무역위원회는 법체계와 행정구조가 다르다. 미국의 Section 337을 그대로 들여오거나 ALJ 제도를 형식적으로 복제한다고 같은 결과가 생기지는 않는다. 미국 제도 역시 대통령의 정책심사, 연방법원과의 관할관계, 강한 증거개시의 비용과 같은 논쟁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USITC의 100년사는 분명한 방향을 보여준다. 먼저 객관적인 자료와 분석능력을 축적하고, 그 위에 조사권한을 더하며, 강한 처분권을 부여할 때에는 심리의 독립성과 절차적 통제를 함께 강화했다. 이후 판례와 행정실무를 통해 국내산업, 공익, 구제범위를 계속 조정했다. 권한과 절차, 전문성과 책임이 함께 성장한 것이다.
우리나라 무역위원회는 더 이상 가벼운 결정을 내리는 작은 위원회가 아니다. 첨단기술 경쟁과 공급망 재편의 한복판에서 국내산업의 생존과 공정한 무역질서를 판단한다. 그렇다면 이제 기관의 몸도 결정의 무게에 맞게 성장해야 한다. 미국 ITC의 역사를 참고해야 하는 이유는 미국이어서가 아니라, 무거운 권한을 감당할 제도적 성숙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TianRui Group Co. v.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661 F.3d 1322 (Fed. Cir. 2011)는 미국 밖에서 도용된 영업비밀를 토대로 제조된 제품이 미국으로 수입될 때,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nited States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USITC 또는 ITC)가 관세법 제337조(Section 337)에 따라 수입을 차단할 수 있는지를 본격적으로 다룬 판결이다. 이 판결은 외국에서 벌어진 도용행위 자체를 일반적으로 처벌한 것이 아니라, 그 도용의 성과가 미국으로 유입되어 미국 산업에 피해를 주는 경우 국경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보았다.
최근에는 한국 기업 간에 한국 현지에서 발생한 영업비밀 침해를 근거로 미국 ITC에 조사를 신청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배터리 분쟁에서 한국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주장된 인력 이동과 영업비밀 취득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제품과 결부되어 Section 337 절차의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실무 흐름은 해외 도용과 미국 수입을 하나의 불공정 수입행위로 연결한 TianRui 판결의 법적 토대와 밀접하다.
핵심은 행위지가 아니라 연결고리다. 영업비밀을 어디에서 빼냈는지만으로 ITC 관할 여부가 결정되지는 않는다. 도용된 정보가 수입물품의 제조·개발에 사용되었는지, 해당 물품이 미국으로 수입되었는지, 그 수입이 미국 산업을 파괴하거나 실질적으로 침해했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지가 함께 문제 된다.
1. 사건의 출발점 철도 바퀴 제조공정의 해외 유출
미국 기업 Amsted Industries는 주강(鑄鋼) 철도 바퀴를 제조하면서 이른바 ABC 공정에 관한 영업비밀을 보유하고 있었다. Amsted는 미국 공장에서는 주로 Griffin 공정을 사용했지만, 중국의 Datong사에는 ABC 공정을 라이선스하여 사용하게 했다. Datong의 직원들은 해당 기술에 관한 비밀유지의무를 부담하고 있었다.
중국 기업 TianRui는 자체 철도 바퀴 제조기술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Datong 출신 직원들을 채용했다. ITC는 TianRui가 이들을 통하여 Amsted의 ABC 공정에 관한 비밀정보를 취득하고 이를 중국 내 제조에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생산된 철도 바퀴는 미국으로 수입되었다.
Amsted는 Section 337 위반을 주장하며 ITC에 조사를 신청했다. ITC는 영업비밀 도용을 인정하고 TianRui 등이 제조한 대상 제품의 미국 수입을 막는 한정배제명령(limited exclusion order)을 발령했다. TianRui는 도용행위가 중국에서 이루어졌으므로 미국법을 적용할 수 없고, Amsted가 미국에서 ABC 공정을 직접 사용하지 않으므로 보호할 국내산업도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연방순회항소법원은 다수의견으로 ITC의 판단을 유지했다.
2. TianRui 판결이 세운 세 가지 기준
2.1 역외적용 배제 추정만으로 ITC 권한을 막을 수 없다
미국법에는 의회가 명확히 달리 정하지 않은 한 연방법률은 미국 영토 밖의 행위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역외적용 배제 추정(presumption against extraterritoriality)’이 있다. TianRui도 영업비밀 취득과 사용이 중국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을 들어 이 원칙을 원용했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Section 337의 초점이 외국에서 벌어진 행위를 그 자체로 제재하는 데 있지 않다고 보았다. 규율대상은 불공정한 방법으로 생산된 물품의 미국 수입과 그 수입이 미국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다. 외국에서의 도용은 미국 국경에서 수입을 배제할지를 판단하기 위한 선행사실 또는 전제사실로 고려된다. 법원이 Section 337의 문언·구조·목적과 오랜 행정실무를 종합하여 해외 도용을 고려할 수 있다고 본 이유다.
다만 이 결론을 ‘미국 영업비밀법이 전 세계 모든 도용행위에 적용된다’는 의미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Section 337에 따른 구제는 미국으로의 수입 또는 수입을 위한 판매, 수입 후 판매라는 관할사실과 미국 산업에 대한 법정 수준의 피해가 결합될 때 가능하다. Moore 판사의 반대의견도 역외적용 배제 추정을 더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 판결은 해외행위에 대한 무제한 관할을 선언한 것이 아니라, 불공정한 해외행위와 미국 수입 사이에 충분한 연결이 있는 사안을 다룬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2.2 영업비밀 도용에는 통일된 연방 기준을 적용한다
연방순회항소법원은 Section 337에 따른 영업비밀 도용 여부를 특정 주의 법만으로 판단하기보다 통일된 연방 보통법 기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 수입거래를 전국적으로 규율하는 Section 337의 성격상, 어느 주와 연결되는지에 따라 보호범위가 달라지면 제도의 통일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준은 영업비밀의 존재, 부정한 수단에 의한 취득, 비밀유지의무 위반, 무단 사용·공개와 같은 공통 요소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당시 ITC가 참고한 Illinois 영업비밀법과 일반적인 영업비밀 원칙 사이에 결과를 바꿀 정도의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법원은 판단을 뒤집지 않았다.
2.3 미국 내에서 바로 그 비밀공정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Section 337(a)(1)(B) 이하의 특허·저작권·상표 등 성문 지식재산권 사건에서는 흔히 해당 권리를 실시하는 국내산업의 기술적 요건과 경제적 요건이 문제 된다. 반면 영업비밀 도용과 같은 Section 337(a)(1)(A)의 불공정행위 사건에는 그 구조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TianRui 법원은 Amsted가 미국에서 ABC 공정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 국내산업을 부정하지 않았다. Amsted는 미국에서 다른 공정인 Griffin 공정으로 같은 종류의 철도 바퀴를 생산하고 있었고, TianRui의 수입품은 그 미국산 제품과 경쟁했다. 따라서 보호대상 국내산업은 반드시 도용된 영업비밀을 미국 내에서 직접 실시하는 사업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3. ITC 영업비밀 사건에서 실제로 입증해야 할 것
조사 개시 단계에서는 위반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충분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주장해야 하고, 최종적인 위반 판단 단계에서는 신청인이 다음 요소들을 증거로 입증해야 한다. 조사 개시와 최종 위반 판단의 문턱은 같지 않으므로, 두 단계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요소
주요 내용
실무상 핵심 증거
수입 연결
문제 물품의 미국 수입, 수입을 위한 판매 또는 수입 후 판매
통관·선적자료, 구매계약, 미국 판매자료, 공급망 문서
보호 가능한 영업비밀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고 비밀성에서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얻으며 합리적으로 비밀이 관리된 정보
영업비밀 특정목록, 접근권한, NDA, 보안규정, 기술·사업 자료
도용 및 사용
부정한 수단에 의한 취득 또는 비밀유지의무를 알면서 한 취득·사용·공개
퇴직자 자료반출, 접속기록, 이메일, 개발기간 단축, 소스·도면 비교
미국 국내산업
수입품의 불공정행위로 보호받을 현실의 미국 산업
미국 내 생산·고용·판매·시설·연구개발 및 시장활동 자료
피해 또는 위협
국내산업을 파괴하거나 실질적으로 침해하는 효과 또는 그러한 위협
가격하락, 판매·고객 상실, 시장점유율, 수입량, 생산능력, 대체가능성
특히 Section 337(a)(1)(A)는 특허침해 사건과 달리 피해 입증을 면제하지 않는다. 신청인은 불공정 수입행위가 미국 산업을 파괴하거나 실질적으로 침해하는 효과가 있거나, 그러한 위협이 있음을 보여야 한다. 단순히 영업비밀이 도용되었고 관련 제품이 미국에 들어왔다는 사실만으로 언제나 충분한 것은 아니다.
4. 직접 경쟁은 독립요건이 아니라 피해를 보여주는 강한 증거다
자칫‘직접 경쟁 관계’를 별도의 법정 판단 요건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보다 정확히 말하면 직접 경쟁과 대체가능성은 Section 337(a)(1)(A)의 피해 또는 피해위협을 입증하는 강력한 사실요소다. 사건마다 시장구조와 피해 양상이 다르므로, 직접 경쟁이 모든 영업비밀 사건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요구되는 독립요건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TianRui에서 두 제품은 제조공정이 달랐지만 미국 시장에서 같은 용도의 철도 바퀴로 경쟁했다. Amsted의 미국 내 제품은 Griffin 공정으로, TianRui의 수입품은 도용된 ABC 공정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구매자의 관점에서 서로 대체될 수 있었고, 신규 수입품은 Amsted가 보유하던 미국 시장의 지위와 판매에 현실적인 위협이 되었다. 이처럼 ITC는 공정 이름의 일치 여부보다 수입품이 미국 시장에서 누구의 매출·가격·고객관계를 잠식하는지를 본다.
실무상으로는 시장점유율, 가격압박, 고객 전환, 판매 감소, 수입량 증가, 생산능력, 납기와 품질, 제품 간 대체가능성을 종합하여 피해를 설명해야 한다. 기술 비교표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고, 경제자료와 시장증거를 함께 구성해야 하는 이유다.
5. 영업비밀 사건의 수입금지 기간은 어떻게 정해지는가
특허권은 법정 존속기간이 있지만 영업비밀은 비밀성이 유지되는 한 보호될 수 있다. 그렇다고 ITC의 수입금지명령이 언제나 무기한 내려지는 것은 아니다. 영업비밀 도용으로 얻은 부당한 선행이익을 제거하는 데 필요한 기간, 즉 피신청인이 영업비밀을 사용하지 않고 독자 개발이나 적법한 역설계로 같은 기술적 위치에 도달하는 데 걸렸을 기간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Certain Crawler Cranes and Components Thereof, Inv. No. 337-TA-887에서 ITC는 크레인 설계·제조와 관련된 영업비밀 도용을 인정하고 10년의 한정배제명령과 중지명령(cease and desist order)을 내렸다. 이 사건은 개발기간 단축이라는 부당한 이익을 제거하기 위해 장기간의 수입제한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구제기간은 영업비밀의 내용, 독자 개발에 필요한 시간, 이미 소멸한 비밀의 범위, 도용으로 얻은 경쟁상 이익에 관한 사건별 증거에 따라 정해진다.
한정배제명령은 통상 조사대상 피신청인과 관련된 물품의 수입을 막는다. 피신청인이 미국 내에 상당한 재고나 상업활동을 보유한 경우에는 수입 후 판매·유통을 금지하는 중지명령이 병행될 수 있다. ITC는 손해배상을 명하는 법원이 아니라, 불공정 수입물품을 국경과 미국 내 유통단계에서 차단하는 행정기관이라는 점이 제도의 핵심적 차이다.
6. DTSA 제정 이후에도 TianRui의 의미는 남아 있다
2016년 제정된 영업비밀방어법(Defend Trade Secrets Act, DTSA)은 연방 영업비밀보호법(Economic Espionage Act)을 개정하여 영업비밀 소유자가 연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연방 청구원인을 마련했다. 영업비밀과 도용의 정의, 금지명령·손해배상 등 연방 민사구제의 기본틀도 제공한다.
그러나 DTSA가 Section 337을 개정하거나 TianRui의 연방 보통법 기준을 그대로 성문화한 것은 아니다. ITC 영업비밀 조사의 직접적인 법적 근거는 여전히 19 U.S.C. § 1337(a)(1)(A)이고, ITC의 구제수단도 DTSA 소송의 손해배상·금지명령과 다르다. DTSA의 정의와 판례는 현대적인 연방 영업비밀법을 해석하는 중요한 참조점이 될 수 있지만, Section 337의 수입요건·국내산업·피해요건을 대체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해외 영업비밀 분쟁에서 DTSA 소송과 ITC 조사는 경쟁하는 단일 절차라기보다 목적과 구제수단이 다른 경로다. 연방법원 소송은 손해배상과 사법적 금지명령을 구할 수 있고, ITC 절차는 미국 수입을 신속하게 차단하는 데 초점이 있다. 사실관계에 따라 양 절차가 병행되기도 한다.
7. 한국 기업이 TianRui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TianRui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인력 스카우트, 서버 접근, 자료반출, 기술사용이 모두 한국에서 이루어졌더라도 그 결과물이 미국 시장으로 들어가면 미국 ITC 절차가 작동할 수 있다. 미국 법인이나 공장이 사건의 중심에 있지 않더라도, 미국 수입과 국내산업 피해라는 연결고리가 형성되면 조사대상이 될 수 있다.
신청인에게는 미국 시장과 국내산업의 피해를 구체화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영업비밀의 특정과 비밀관리 자료뿐 아니라 수입경로, 제품별 매출, 고객 대체, 가격효과, 미국 내 사업활동을 처음부터 하나의 증거체계로 묶어야 한다. 반대로 피신청인은 독자개발의 시간표와 기록, 정보차단 조치, 채용 전후의 자료관리, 제품과 주장된 비밀 사이의 비사용 관계, 피해 및 수입 연결의 단절을 조기에 확보해야 한다.
이번 글에서는 TianRui 판결을 중심으로 ITC 영업비밀 사건의 특이점을 살펴보았다. 다음 글부터는 Section 337이 어떠한 역사적 배경에서 출발하여 오늘날의 지식재산·불공정무역 구제수단으로 발전했는지를 짚고, 이어 미국 ITC와 우리나라 무역위원회의 관할, 조사절차, 국내산업 및 피해요건, 수입배제와 시정조치를 차례로 비교해 볼 예정이다.
검토 범위와 전제
이 글은 기업 특허법무 업무를 통해 얻는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미국 특허법
35 U.S.C. §103의 전체 판단 구조를 가상의 특허심사(OA)와 IPR에 적용한
실무 칼럼이다. 가상 특허·문헌·실험 수치는 설명을 위해 구성했으며 인용
판례의 사건명·판시 취지와 절차 법리는 공개된 판결문 및 USPTO 자료를
대조하였다. 실제 사건에서는 청구항
문언·명세서·출원경과·우선일·증거능력과 적용 절차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판례와 이론을 공부하다 보면 법리의 문장은 이해했는데도 실제 사건에서 어떻게 주장하고 반박해야 하는지는 선뜻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특히 미국 특허법 §103의 자명성 판단은 Analogous Art, 결합동기, Teaching Away, 성공의 합리적 기대, 사후고찰 배제와 객관적 징표가 서로 다른 단계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판례의 표현과 법리를 개념적으로만 따로 공부해서는 실제 사건에 적용할 정도로 구조와 예가 잘 잡히지 않는다.
이 글에서는 가상의 전기차 배터리 특허를 하나의 사건처럼 따라가면서, 심사관과 IPR 청구인이 어떤 논리로 공격하고 출원인과 특허권자는 어느 연결고리를 끊어 방어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추상적으로 배운 법리를 실제 사건의 언어로 옮겨 보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1.
§103은 ‘구성요소 찾기’가 아니라 ‘당시의 선택’을 재구성하는
법리다
미국의 비자명성(nonobviousness) 판단을 청구항의 구성요소와 선행문헌을
짝짓는 작업으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103이 묻는 것은 “지금 보니 A와
B를 합칠 수 있는가”가 아니다. 유효출원일 전에 통상의
기술자(POSITA)가 A에서 출발해 B의 가르침을 채택하고 청구된 방식으로
수정·결합할 이유가 있었으며 그 시도가 성공하리라는 합리적 기대까지
가졌는가가 진짜 질문이다.
미연방 대법원은 Graham v. John Deere Co., 383 U.S. 1
(1966)에서 ① 선행기술의 범위와 내용 ② 선행기술과 청구발명의 차이 ③ 관련
분야의 통상의 기술수준을 기초사실로 조사하고 상업적 성공·장기간 미해결
수요·타인의 실패 등 객관적 징표도 함께 고려하도록 하였다. KSR
International Co. v. Teleflex Inc., 550 U.S. 398 (2007)은 이 틀을
그대로 둔 채, 명시적인 결합동기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자명성을 부정하던
경직된 TSM 적용을 배척하였다. 익숙한 요소를 알려진 방법으로 결합해 예측
가능한 결과만 얻는다면 시장의 압력이나 설계상 필요, 기술상식도 결합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결론을 먼저 정한 뒤 ‘상식’이라는 말을
덧붙여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USPTO도 핵심 누락요소를 상식으로 보충할
때에는 증거와 이유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는 Arendi S.A.R.L. v. Apple
Inc., 832 F.3d 1355 (Fed. Cir. 2016)의 제한을 심사지침에 반영하고
있다.
판례 박스 | Graham과 KSR: 유연한 판단에도
근거와 논리는 필요하다
핵심 쟁점: 자명성 판단을 어떤 사실과 논리로 통제할
것인가. 판시 취지:Graham은 사실조사와 객관적 징표라는
기본 분석틀을 세웠고, KSR은 명시적인 TSM만을 요구하는 경직된
접근을 완화했다. 그러나 KSR이 자명성 판단을 근거 없는 직관에
맡긴 것은 아니다. 여전히 청구발명 전체를 기준으로, 발명 당시 POSITA가 왜
해당 선행기술을 선택하고 청구된 방식으로 수정·결합했을 것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실무 포인트: “단순 설계변경”, “통상의 최적화”,
“상식”이라는 결론만 제시해서는 부족하다. 어떤 선행기술에서 출발하는지,
어떤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려는지, 당시 어떤 대안이 알려져 있었는지, 그중
해당 방식을 선택할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어떤 결과가
예상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자료: USPTO
MPEP §2141, KSR판결
2. 가상
사례: ‘셀 사이에 끼우는 방화 카트리지’ 특허
가상의 VoltShield 사는 다음과 같은 ‘전기차 배터리
모듈’을 출원했다고 하자.
대표 청구항 1(요약)
복수의 파우치형 배터리 셀;
인접 셀 사이에 배치되는 교체형 열차단
카트리지;
카트리지 내부의 팽창성(intumescent)
복합재;
온도가 180°C에 도달하면 복합재가 셀 방향이 아니라 상부 배기통로
방향으로 팽창하도록 안내하는 비대칭 벤트;
정상 작동온도에서는 셀 간 열저항을 0.8 K/W
이하로 유지하고,열폭주 시에는 5초
이내에 열저항을 4 K/W 이상으로 증가시키는
구조.
명세서는 종래의 고정식 세라믹 격벽이 열폭주 전파는 늦추지만 평상시
냉각을 방해하고 손상될 경우 모듈 전체를 폐기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발명의
목표는 평상시 냉각성과 사고 시 열차단성 및 정비 시
교체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있다.
심사관과 IPR 청구인은 다음 문헌을 사용한다.
선행 문헌
가상 공개내용
기술적 대응점
A — EV 배터리 모듈
셀 사이의 탈착식 알루미늄 열확산판과 상부 배기통로
출발점·대부분의 구조
B — 데이터센터 방화패널
180°C에서 팽창하여 케이블 덕트를 봉쇄하는 팽창성 카트리지
팽창성 재료·교체성
C — 항공기 전자장비 격벽
압력 상승 시 가스를 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비대칭 벤트
방향성 팽창·배기
D — 반도체 열스위치 논문
상전이 재료로 정상 시 낮은 열저항과 과열 시 높은 열저항을 구현
기능적 수치·동작원리
같은 문헌도 어느 단계에서 어떤 사실과 연결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이하에서는 심사관·IPR 청구인과 출원인·특허권자의 논증을 같은
순서에 놓고 비교한다.
3. 첫
번째 관문: 그 선행 문헌은 Analogous Art인가
§102의 신규성 판단과 달리 §103에 사용하는 문헌은 청구발명에 대한
유사선행기술(analogous art)이어야 한다. 그 판단은 두 개의 대안적
테스트로 이루어진다.
문헌이 청구발명과 동일한 기술활동 분야(field of
endeavor) 에 속하는가.
그렇지 않더라도 문헌이 발명자가 직면한 특정 문제에
합리적으로 관련(reasonably pertinent) 되어 POSITA의 주의를
논리적으로 끌었을 것인가.
둘 중 하나만 충족하면 된다. 여기서 말하는 분야는 ‘자동차 산업’이나
‘건축 산업’ 같은 시장분류와 다르다. 청구항과 명세서에 나타난
구조·기능·용도·실시환경과 기술자의 훈련과 현실적 탐색범위를 함께 살핀다.
복수 문헌 A·B·C가 서로 같은 분야일 필요도 없다. 다만 각 문헌은
청구발명과의 관계에서 analogous art여야 한다.
3.1
공격 논리: 문제를 기저 작동원리 수준까지 추상화한다
심사관이나 IPR 청구인은 선행 B를 단순히 ‘건축 방화재’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제한된 공간에서 온도 임계값에 반응해 팽창하며 위험 구획 사이의
에너지·가스 전달을 억제하는 교체형 장벽”으로 설명할 가능성이 크다. 선행
C 역시 단지 ‘항공기 부품’이 아니라 “열·압력 사건에서 유동을 민감
부품으로부터 안전한 배기경로로 돌리는 격벽”으로 정의할 것이다. 이와 같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잡으면 B와 C가 배터리 산업 밖에 있더라도 열폭주
전파와 안전 배기라는 VoltShield의 과제에 합리적으로 관련된다는 주장이
가능해진다.
이를 뒷받침할 증거는 다음과 같다.
우선일 전 배터리 안전 표준이나 논문이 건축용 팽창성 재료를 배터리
팩에 적용할 가능성을 언급했는가.
배터리 열관리 기술자가 재료공학·화재공학 문헌을 통상
검색했는가.
IPC/CPC 분류 중첩이나 교과서 교차인용, 그리고 동일 공급업체가 두
산업에 재료를 판매한 사실이 있는가.
명세서 자체가 “fire barrier”, “intumescent”와 같은 분야횡단
용어를 사용했는가.
3.2
방어 논리: 해결과제를 청구발명의 구체적인 기술적 맥락에서
파악한다
출원인이나 특허권자가 청구발명이 해결하려는 문제를 단순히
“열을 차단하는 문제”라고 규정하면, 그 문제와 관련될 수
있는 선행기술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진다. 따라서 방어 측에서는 청구항과
명세서에 나타난 발명의 목적과 작동방식을 근거로 해결과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이 발명의 과제는 단순한 단열이
아니라, 정상 상태에서는 냉각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셀에 열폭주가
발생하면 짧은 시간 안에 열전달 경로를 바꾸고, 발생한 가스를 상부로
유도하며, 사고 후에는 카트리지만 교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선행 B와 청구발명의 차이도 보다 분명해진다. 선행 B는
건축물의 구획을 정적으로 봉쇄하는 기술로서, 배터리 모듈이 반복적으로
충·방전되는 동안 낮은 열저항을 유지해야 한다는 요구나 셀의 팽창과 진동,
전기절연과 같은 운용조건을 고려하지 않는다. 따라서 단순히 두 기술 모두
열이나 화재를 다룬다는 이유만으로 선행 B가 청구발명의 해결과제와
관련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배터리 모듈의 위와 같은 문제에 직면한
POSITA가 그 해결책을 찾기 위해 선행 B를 참고했을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따져야 한다.
다만 선행 B가 청구발명이 해결하려는 모든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비유사 선행기술(non-analogous art)이라고 주장해서는 부족하다.
Donner Technology, LLC v. Pro Stage Gear, LLC, 979 F.3d 1353
(Fed. Cir. 2020)은 선행문헌과 청구발명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더라도, 그
문헌이 청구발명이 다루는 하나 이상의 문제와 합리적으로 관련될 수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방어의 초점은 “선행 B는 청구발명의 모든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는 데 두기보다, 선행 B가 다루는 문제와 그
작동환경을 고려할 때, 배터리 모듈의 해당 문제에 직면한 POSITA가 해결책을
찾기 위해 선행 B를 합리적으로 참고했을 것이라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에 두는 것이 적절하다.
판례 박스 | In re Bigio: 청구항 해석이 분야의 크기를
바꾼다 핵심 쟁점: 헤어브러시 청구발명에 칫솔 문헌을 사용할 수
있는가. 판시 취지: Federal Circuit은 청구항의 넓은 의미,
브러시의 구조와 기능, 얼굴 털 등에 사용할 가능성을 고려하여 칫솔 문헌을
analogous art로 인정했다. 실무 포인트: 청구항을 넓게 작성하면 권리범위뿐 아니라
field of endeavor와 선행기술 풀도 넓어질 수 있다.
자료: In
re Bigio, 381 F.3d 1320 (Fed. Cir. 2004)
판례 박스 | Donner Technology: ‘전체 문제’ 일치가
필수는 아니다 핵심 쟁점: 기타 이펙터 보드 특허에 전기 릴레이 랙
문헌이 reasonably pertinent한가. 판시 취지: 문헌이 특허발명의 모든 문제나 목적을 공유할
필요는 없다. 문헌의 가르침이 발명이 다루는 관련 문제 중 하나 때문에
POSITA의 주의를 끌었는지를 적절한 사실기록으로 판단해야 한다. 실무 포인트: 공격자는 문제를 지나치게 일반화하지 말고
공유된 기술적 문제를 특정해야 하며 방어자는 단순한 제품 차이보다 탐색
동기의 부재를 입증해야 한다.
자료: Donner
Technology, 979 F.3d 1353
4.
산업이 달라도 같은 기술적 문제의 해결에 참고할 만한 문헌이라면
선행기술이 될 수 있다
Analogous Art 법리가 실무에서 까다로운 이유는 제품이나 산업
분야가 서로 다르더라도, 한 분야의 기술자가 자신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분야의 기술을 참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같은 산업에 속하는가”만으로 선행기술의 관련성을 판단할 수 없다. 미국
판례의 주요 사례를 살펴 보면, 법원은 제품의 명칭이나 산업분류 자체보다
각 기술의 구조와 기능, 그리고 발명자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해당 선행기술이 실질적으로 참고가 될 수 있었는지를 중요하게
보아 왔음을 알 수 있다.
4.1
마커펜의 고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힌지·패스너 기술을 참고하다 —
Pentec
Pentec, Inc. v. Graphic Controls Corp., 776 F.2d 309 (Fed.
Cir. 1985)에서 청구발명은 계측기용 마커펜을 펜 암에 고정하는 구조에 관한
것이었다. 완성된 제품만 비교하면 마커펜과 힌지·패스너는 서로 다른
기술분야에 속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발명자가 실제로 해결해야 했던
문제는 마커펜을 반복해서 쉽게 탈착할 수 있으면서도 사용 중에는
확실하게 고정할 수 있는 간단한 결합구조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Federal Circuit은 이러한 문제에 직면한 기술자라면 해결책을 찾기 위해
체결구나 힌지 분야의 기술을 참고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보았다.
본 글의 가상 사례, VoltShield 사건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용 방화 카트리지 B’가 자동차 산업의 기술이
아니라는 사실만으로 이를 곧바로 관련 없는 선행기술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예컨대 청구발명과 B가 모두 정상 사용 중에는 구성요소를
안정적으로 고정하면서도 사고나 유지보수 후에는 손쉽게 분리·교체할 수
있는 구조를 필요로 하고, 우선일 당시 배터리 분야의 POSITA가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교체형 방화구획 기술을 실제로 참고했을
것이라고 볼 만한 근거가 있다면, B가 청구발명의 문제에 합리적으로 관련된
선행기술(reasonably pertinent art)이라는 주장이 강해질 수 있다.
반대로 특허권자는 두 기술에서 단순히 “교체할 수 있다”는
공통점만 뽑아내어 문제를 지나치게 추상적으로 정의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교체 가능성이라는 일반적인
목적이 아니라, 선행 B가 다루는 결합·교체의 문제가 청구발명이 놓인
구체적인 기술적 환경에서도 실질적인 관련성을 갖는지이다. 따라서 배터리
모듈에서 요구되는 셀 압착력의 유지, 전기절연, 반복적인
열사이클과 진동에 대한 내구성 등의 제약까지 고려했을 때에도,
POSITA가 B의 기술을 문제 해결의 참고자료로 삼았을 것인지를 따져야
한다.
판례 박스 | Pentec: 제품 분야가 달라도 해결해야 할
결합 문제가 이어지면 참고할 수 있다
핵심 쟁점: 마커펜의 고정구조를 판단하면서 힌지·패스너 분야의
기술을 선행기술로 고려할 수 있는가. 판시 취지: 마커펜을 반복해서 쉽게 탈착하면서도 사용
중에는 확실하게 고정해야 한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당 기술자가
체결구와 힌지 분야의 기술을 참고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았다. 실무 포인트: 공격자는 단순히 두 제품의 기능이
비슷하다고 주장하기보다, 청구발명의 구체적인 문제에 직면한
POSITA가 왜 다른 분야의 선행기술까지 참고했을 것인지를 설명해야
한다. 반대로 방어자는 공격자가 공통점을 지나치게 추상화하여 청구발명의
실제 사용환경과 기술적 제약을 지워 버린 것은 아닌지 따져야 한다.
자료: USPTO
MPEP §2141.01(a)
4.2
압축기와 펌프는 명칭이 달라도 구조와 작동방식이 같다면 같은 기술분야에
속할 수 있다 — In re Deminski
In re Deminski, 796 F.2d 436 (Fed. Cir. 1986)는 선행기술이
청구발명과 같은 기술분야(field of endeavor)에 속하는지를 판단할 때,
제품의 명칭이나 구체적인 용도만으로 그 분야를 좁게 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 준다. 이 사건에서 가스 압축기와 펌프는 명칭과 용도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모두 복동식 피스톤·실린더·밸브를 이용하여 유체를 이동시키는
장치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법원은 이러한 구조와 작동방식의 공통성에
주목하여 펌프에 관한 선행기술도 청구발명과 같은 기술분야에 속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가상 문헌 D를 단순히 “반도체 분야의
문헌”이라고 분류하는 것만으로 청구발명과 다른 기술분야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D와 청구발명이 모두 온도 변화에 따라 열전달 경로를 바꾸는 수동형
열스위치를 다루고 있고, 그 구조와 작동원리도 상당 부분 공통된다면,
최종적으로 적용되는 제품이 각각 반도체와 배터리라는 차이만으로 서로 다른
기술 활동 분야(field of endeavor)라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
반대로 특허권자가 두 기술이 서로 다른 분야에 속한다고 주장하려면
단순히 “하나는 반도체이고 다른 하나는 배터리다”라고 구분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예컨대 두 장치가 처리해야 하는 열유속, 요구되는
접촉압력과 치수, 반복 작동주기, 사용환경 등의 차이 때문에 각
분야의 기술자가 통상적으로 다루는 설계조건과 기술적 고려사항이
실질적으로 달랐기 때문에 통상의 탐색 범위에서 벗어난다는 점을
보여 주는 편이 설득력이 높다.
판례 박스 | In re Deminski: 제품명이 달라도 구조와
작동방식이 같다면 같은 기술분야일 수 있다
핵심 쟁점: 복동식 피스톤 펌프에 관한 선행문헌을 고압 가스
압축기 발명과 같은 기술분야의 선행기술로 볼 수 있는가. 판시 취지: 펌프와 압축기는 구체적인 용도와 명칭에는
차이가 있지만, 유체를 이동시키는 기능과 복동식 피스톤·실린더·밸브라는
주요 구조 및 작동방식을 공유한다. 이러한 공통점을 고려하면 펌프에 관한
기술도 청구발명과 같은 field of endeavor에 속할 수 있다. 실무 포인트: 제품명이나 산업분류가 다르다는 사실만으로
기술분야가 곧바로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청구발명과 선행기술이
어떤 구조를 사용하고, 어떤 기능을 수행하며,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비교해야 한다. 반대로 서로 다른
분야임을 주장하려면 명칭상의 차이가 아니라 실제 설계조건과 작동환경의
차이가 각 분야의 기술적 범위를 실질적으로 구별한다는 점을 보여 주어야
한다.
자료: USPTO
MPEP §2141.01(a)
4.3
브레이크와 클러치 — 작용 원리가 공통되면 참고할 수 있다
Ex parte Goodyear Tire & Rubber Co., 230 USPQ 357
(B.P.A.I. 1985)에서는 브레이크 재료에 관한 발명을 판단하면서 클러치
분야의 문헌이 선행기술로 인용되었다. 브레이크와 클러치는 구체적인 용도는
다르지만, 서로 맞닿는 재료 사이의 마찰을 이용하여 힘을 전달하거나 운동을
제어한다는 점에서는 ‘공통된 기술적 원리’를 갖는다. Board는 이러한
공통점에 주목하여, 클러치에 관한 문헌도 브레이크 재료의 마찰 특성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참고할 만한 선행기술이라고 보았다.
본 글의 가상 사례에서 선행 C의 비대칭 벤트 구조를 청구발명과
연결하려는 경우에도 단순히 “두 장치 모두 구멍이나 통로를 갖는다”는
외형상의 공통점만으로는 부족하다. 중요한 것은 그 구조가 두 기술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가이다. 예컨대 두 기술 모두
열이나 압력이 급격히 상승하는 상황에서 발생한 유체를 민감한
구성요소로부터 떨어진 안전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비대칭 유로를
사용한다면, 선행 C가 청구발명의 문제와 합리적으로 관련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 즉 열·압력 사건에서 유동을 민감한 구성요소로부터
안전한 경로로 돌린다는 작용 원리가 공통되어야 한다.
반대로 특허권자는 겉으로 비슷한 유로 구조가 실제로는 서로
다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할 수 있다. 특허권자는
항공기 격벽의 유동이 정상 운전 중 지속되는 공기 흐름인지 아니면 열폭주
가스처럼 순간적이고 반응성 높은 유동인지 구별함으로써 공통 문제의 범위를
다툴 수 있다. 예컨대 항공기 격벽의 유로가 정상 운전 중 지속적으로 흐르는
공기의 방향이나 유량을 조절하기 위한 것인 반면, 청구발명의 벤트는 열폭주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분출되는 고온·고압의 반응성 가스를 안전하게 배출하기
위한 것이라면 두 기술이 놓인 작동조건과 해결과제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핵심은 유로의 외형이 비슷한지가 아니라,
청구발명의 문제에 직면한 POSITA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행 C의 유동
제어 원리를 실제로 참고했을 것인지에 있다.
4.4
재료가 달라도 같은 기술적 문제를 해결한다면 참고할 수 있다 —
Stratoflex
Stratoflex, Inc. v. Aeroquip Corp., 713 F.2d 1530 (Fed. Cir.
1983)은 청구발명과 선행기술이 서로 다른 재료를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선행기술의 관련성이 곧바로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준다. 이
사건의 발명은 탄화수소 연료가 PTFE 튜브를 흐르면서 발생하는 정전기를
억제하면서도 연료가 새지 않도록 하는 호스에 관한 것이었다. 인용된
선행문헌 가운데에는 고무호스에 관한 기술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PTFE
호스와 고무호스는 모두 연료와 같은 유체를 운반하는 호스로 사용되었고,
유체의 흐름으로 정전기가 발생한다는 공통된 기술적 문제도 안고 있었다.
법원은 이러한 기술적 관련성과 당시 업계의 사정을 고려할 때, PTFE 호스의
정전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술자가 고무호스 분야에서 사용되던 해결방법도
참고했을 것이라고 보았다.
이 사례는 “사용하는 재료가 다르다”는 사실만으로 선행문헌을
관련 없는 기술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점을 잘 보여 준다. 본 글의
가상 사례인 VoltShield가 사용하는 팽창성 복합재와 선행 B의
건축용 방화재가 화학조성에서 차이가 있더라도, 두 재료가 실제
산업현장에서 서로 인접한 분야에서 취급되고 열을 받았을 때 팽창하거나
탄화하여 열 또는 가스의 이동을 억제한다는 공통된 문제와 기능을 갖는다면,
배터리 분야의 POSITA가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B의 기술을 참고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할 수 있다.
반대로 재료의 차이가 단순한 조성상의 차이를 넘어 실제
작동방식과 적용 가능성을 크게 바꾼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예컨대 두 재료의 조성 차이로 인해 팽창속도, 열전도성이나 전기절연성,
고온에서 발생하는 가스의 종류와 양 등이 크게 달라지고, 그 때문에 건축용
방화재를 배터리 모듈에 적용하는 데 기술적 장애가 생긴다면, 즉 배터리
적용을 가로막는다면 이러한 차이는 법적 평가에서도 중요해진다.
이 경우 그 차이는 POSITA가 애초에 선행 B를 배터리의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참고자료로 고려했을 것인지라는
analogous-art 판단뿐 아니라, 실제로 B의 기술을 청구발명에 적용할
이유(동기)가 있었는지(reason to combine), 적용했을 때 원하는 결과를 얻을
것으로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었는지(reasonable expectation of
success)를 판단할 때에도 각각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판례 박스 | Stratoflex: 재료가 달라도 같은 문제의
해결에 참고할 수 있는지를 본다
핵심 쟁점: PTFE 연료호스에 관한 발명을 판단하면서 고무호스
분야의 정전기 방지기술을 선행기술로 고려할 수 있는가. 판시 취지: PTFE 호스와 고무호스는 재료에는 차이가
있지만, 모두 유체를 운반하는 호스로 사용되었고 유체의 흐름에 따른 정전기
발생이라는 공통된 문제를 안고 있었다. 당시 업계의 기술적 관련성까지
고려하면, PTFE 호스의 정전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술자가 고무호스 분야의
해결방법도 참고했을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실무 포인트: 재료의 명칭이나 화학조성이 다르다는
사실만으로 선행기술의 관련성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당시
POSITA가 같은 문제를 해결하면서 다른 재료 분야의 기술까지 실제로
참고했을 것인지를 살펴야 한다. 이때 관련 제품을 취급하는 업계의
범위, 기술문헌과 교과서, 업계 표준, 공급망의 중첩 등은 두 분야가 실제
기술현장에서 얼마나 가까웠는지를 보여 주는 자료가 될 수 있다.
자료: USPTO
MPEP §2141.01(a)
4.5
용도가 달라도 그 바탕에 있는 기술적 문제가 같을 수 있다 — In re
Mlot-Fijalkowski
In re Mlot-Fijalkowski, 676 F.2d 666 (C.C.P.A. 1982)에서
청구발명은 비파괴검사에 사용하는 염료 침투 시스템에 관한 것이었지만,
인용된 선행문헌에는 복사지 등에서 염료와 미세한 현상재를 이용하여 착색
이미지를 형성하는 기술도 포함되어 있었다. 비파괴검사와 복사지는 최종적인
용도만 보면 서로 상당히 다른 분야이다. 그러나 법원은 최종 제품의
용도에만 주목하지 않고, 염료로 형성된 표시를 더 뚜렷하게
나타내고 유지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기술적 문제에 주목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복사지 분야에서 사용되던 염료 관련 기술도
비파괴검사용 염료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술자가 참고할 만한
선행기술이 될 수 있었다.
이 사례에서 중요한 점은 청구발명이 해결하려는 문제를 어느
정도 일반화하여 파악하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라는 것이다. 서로
다른 제품이나 산업에서도 그 바탕에 같은 기술원리와 기술적 문제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파괴검사와 복사지처럼 최종 용도가 전혀 달라
보이더라도, 문제를 염료의 작용과 표시 형성이라는 기술적 수준에서
살펴보면 두 분야의 관련성이 드러날 수 있다.
다만 문제를 일반화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문제를
“효율을 높이는 것”, “성능을 개선하는
것”, “안전을 높이는 것”처럼 거의 모든 발명에 적용할 수 있는
일반 수준으로 넓혀 버리면, 어떤 선행기술이 왜 청구발명과 관련되는지를
구별할 기준이 사라진다. 반대로 청구항에 기재된 해결수단까지 문제의
정의에 집어넣으면 문제를 지나치게 좁혀 관련 선행기술을 처음부터 배제하는
결과가 생길 수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다른 분야의 기술자가 같은
문제를 다루고 있었는지를 식별할 수 있을 만큼 일반화하되, 청구발명이 놓인
구체적인 기술적 상황이 사라지지 않는 수준에서 문제를 정의하는
것이다.
본 글의 가상 사례에서도 문제를 단순히 “열관리”라고 정의하는 것은
지나치게 넓다. 그렇다고 청구항의 구체적인 구조를 그대로 옮겨 문제를
정의해서도 안 된다. 예컨대 “온도가 일정 수준을 넘는 상황에서 열의
전달경로를 바꾸고 발생한 가스를 민감한 구성요소와 다른 방향으로 유도하는
문제”와 같이 표현할 수 있다. 이렇게 문제를 설정하면 다른 산업의
선행문헌과 기술적 관련성을 비교할 여지를 남기면서도, 단순히 열을
다룬다는 이유만으로 냉각·단열·방화에 관한 모든 문헌이 관련 선행기술로
들어오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즉 관련 문헌을 설명하면서도 청구발명의
기술적 제약이 남아 있는 수준을 찾아야 한다.
4.6
적용제품이 달라도 같은 제어 문제를 다룬다면 참고할 수 있다 —
Medtronic v. Cardiac Pacemakers
Medtronic, Inc. v. Cardiac Pacemakers, Inc., 721 F.2d 1563
(Fed. Cir. 1983)는 심박조율기의 오작동으로 펄스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출력되는 것을 방지하는 runaway inhibitor에 관한 사건이다. 인용된
선행문헌은 심박조율기가 아니라 고출력·고주파 장치에서 비정상적인 펄스
발생을 억제하는 회로를 다루고 있었다. 두 기술이 적용되는 제품은
달랐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펄스 발생을 제한해야 한다는 기술적
문제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법원은 이러한 문제에 직면한 심박조율기
설계자라면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다른 전자장치에 사용되던 펄스
제한기술도 참고했을 것이라고 보았다.
이 사례는 전기·전자 분야에서 선행기술의 관련성을 판단할 때 그
기술이 어느 제품에 사용되었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회로나 신호가 실제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도 살펴야 한다는
점을 보여 준다. 서로 다른 제품에 사용된 회로라도 같은 종류의 이상상태를
감지하고 같은 방식으로 신호나 출력을 제한한다면, 한 분야의 기술자가 다른
분야의 회로기술을 참고했을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본 가상 사례인 VoltShield의 가상 산헹 문헌 D도 같은 관점에서 검토할
수 있다. D가 전기신호가 아니라 물질의 상전이를 이용하여 열전달 경로를
바꾸는 장치라면, 단순히 두 기술 모두 “임계점에서 상태를 전환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어떤 조건을 감지하여 무엇을
전환하는지, 전환 전후의 열전달 상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 과정에서
해결하려는 기술적 문제가 무엇인지까지 비교해야 한다. 이러한 구체적인
기능과 작동방식이 청구발명과 충분히 관련되어 있다면 POSITA가 D를
참고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 반대로 ‘임계점에서
전환한다’는 기능만 추상적으로 뽑아낸 것이라면 서로 다른 작동원리와
사용환경을 사후적으로 하나의 문제로 묶었다는 반박이 가능하다.
실무 박스 | 다른 산업의 선행문헌을 검토할 때 확인할 네 가지
질문
① 청구발명이 해결하려는 문제를 적절한 수준에서 정의했는가? 너무 넓게 정의하여 서로 무관한 기술까지 포함시키거나, 반대로 청구항의
해결수단을 문제 자체에 집어넣어 지나치게 좁힌 것은 아닌지 확인한다.
② 청구발명과 선행문헌 사이에 구조·기능·작동방식의 실질적인 관련성이
있는가? 단순히 하나의 구성요소나 일반적인 기능이 비슷하다는 정도를 넘어,
POSITA가 두 기술을 관련된 기술로 인식할 만한 구체적인 공통점이 있는지를
살펴본다.
③ 발명 당시 POSITA가 그 문제를 해결하면서 실제로 다른 분야의
기술까지 참고했을 것이라고 볼 근거가 있는가? 당시의 교과서, 논문, 특허문헌, 업계 표준, 공급망이나 기술교류 자료
등은 서로 다른 분야가 실제 기술현장에서 얼마나 가까웠는지를 보여 주는
근거가 될 수 있다.
④ 다른 분야의 해결방법을 청구발명에 적용할 이유가 있었고, 적용했을
때 원하는 결과를 얻을 것으로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었는가? 이 질문은 선행문헌이 analogous art인지와는 구별된다. 문헌을 참고할
만했다고 하더라도 그 기술을 실제로 청구발명에 적용할 이유가 없거나,
적용했을 때 제대로 작동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웠다면 §103의 결합 논증은
별도로 문제될 수 있다.
앞의 세 질문은 주로 해당 선행문헌을 청구발명의 자명성 판단에 고려할
수 있는지(analogous art)를 검토하는 데 사용된다. 네 번째 질문은 그
다음 단계인 결합이유(reason to combine)와 성공에 대한 합리적
기대(reasonable expectation of success)에 관한 것이다. 이 질문들을
구별하지 않고 한꺼번에 판단하면, 선행문헌을 참고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곧
그 기술을 실제로 적용했을 것이라는 결론으로 넘어가는 오류가 생길 수
있다.
4.7
공통점을 넓게 잡는다고 모든 문헌이 관련 선행기술이 되는 것은 아니다 —
In re Klein
서로 다른 기술 사이의 공통점을 넓게 찾아낼 수 있다고 해서 그 문헌이
언제나 analogous art가 되는 것은 아니다. In re Klein, 647 F.3d
1343 (Fed. Cir. 2011)의 청구발명은 서로 다른 동물용 넥타를 만들 수
있도록 설탕과 물의 비율을 조절하는 가동식 칸막이 용기에 관한 것이었다.
인용된 선행문헌 가운데 일부는 가동식 칸막이로 고체 물질을 나누는 용기를
보여 주었고, 다른 문헌들은 액체를 서로 분리하여 보관하기는 하지만
칸막이의 위치를 바꿀 수 없는 구조를 보여 주었다. Federal Circuit은
이러한 문헌들이 청구발명과 일부 구조적 특징을 공유한다는 이유만으로,
발명자가 해결하려던 문제와 합리적으로 관련된 선행기술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Klein의 의미는 청구발명이 해결하려는 문제를 지나치게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는 데 있다. 예컨대 문제를 단순히 “하나의 용기
안에서 물질을 나누는 문제”라고 정의하면 여러 종류의 칸막이 용기가
모두 관련되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청구발명이 실제로 다루는 것은 단순한
분리가 아니라, 칸막이의 위치를 바꾸어 두 성분의 양을 조절하고
그에 따라 서로 다른 혼합비의 액체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문제였다. 따라서 선행문헌이 칸막이나 용기라는 공통된 구성요소를
갖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그 문헌의 구조와 기능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POSITA에게 실제로 참고가 되었을지를 따져야 한다.
다만 Klein을 “선행문헌이 청구발명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만
analogous art가 된다”는 일반적인 법칙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뒤이은
Donner Technology, LLC v. Pro Stage Gear, LLC는 선행문헌과
청구발명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더라도, 그 문헌이 청구발명이 다루는
하나 이상의 문제와 합리적으로 관련되어 있다면
reasonably pertinent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선행문헌이
청구발명의 모든 목적을 달성하는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청구항과
명세서에서 파악되는 실제 기술적 문제에 비추어 볼 때 POSITA가 그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해당 문헌을 참고했을 것인지를 묻는 것이
핵심이다.
판례 박스 | In re Klein: 공통된 구성요소만으로
선행문헌의 관련성을 설명할 수는 없다
핵심 쟁점: 칸막이가 있는 여러 종류의 용기에 관한 선행문헌이,
성분의 양을 조절하여 서로 다른 혼합비의 액체를 만드는 가동식 칸막이
용기의 문제와 reasonably pertinent한가. 판시 취지: 청구발명과 선행문헌이 칸막이나 용기라는 일부
구성요소를 공유한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청구발명이 실제로 해결하려는
문제를 고려했을 때, POSITA가 그 해결책을 찾기 위해 해당 문헌을 참고했을
것이라고 볼 수 있어야 한다. 실무 포인트:Klein을 선행문헌이 청구발명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판례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핵심은
공통된 구성요소를 발견한 뒤 문제를 넓게 정의하여 문헌을
사후적으로 연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청구항과
명세서에 나타난 발명의 기술적 맥락에서 파악해야 하며, 그 문제에 직면한
POSITA가 실제로 해당 문헌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을 것인지를 따져야
한다.
자료: In
re Klein, 647 F.3d 1343 (Fed. Cir. 2011)
4.8
선행문헌끼리의 관련성이 아니라 각 문헌과 청구발명의 관련성을
따진다
여러 선행문헌을 결합하여 자명성을 주장할 때 빠지기 쉬운 오류가 있다.
예컨대 A가 B와 같은 기술분야에 속하고 B가 다시 C와 관련된다는 사실을
차례로 제시한 뒤, 이를 근거로 A·B·C 모두가 청구발명에 대한 analogous
art라고 결론짓는 방식이다. 그러나 한 선행문헌이 다른 선행문헌과
관련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 문헌이 청구발명과도 관련된다고 볼 수는
없다. A·B·C가 서로 같은 기술분야에 속할 필요는 없지만, 각
문헌은 개별적으로 청구발명과 같은 field of endeavor에 속하거나
청구발명이 다루는 문제와 reasonably pertinent해야 한다.
Sanofi-Aventis Deutschland GmbH v. Mylan Pharmaceuticals
Inc., 66 F.4th 1373 (Fed. Cir. 2023)와 Corephotonics, Ltd. v.
Apple Inc., 84 F.4th 990 (Fed. Cir. 2023)는 이러한 문헌별 분석의
중요성을 보여 준다. 여러 선행문헌을 하나의 조합으로 제시하더라도,
analogous-art 여부는 그 문헌들이 서로 얼마나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지가
아니라 각 문헌이 청구발명과 어떤 기술적 관련성을
갖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본 글의 가상 사례인 VoltShield IPR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선행 B와
C가 모두 방화설비에 사용되고 서로 함께 적용되는 기술이라는 사실만으로는
B와 C가 VoltShield 청구발명에 대한 analogous art라는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 B에 대해서는 B대로, C에 대해서는 C대로
VoltShield 청구발명과 같은 기술분야에 속하는지 먼저 살펴보고, 그렇지
않다면 청구발명이 다루는 구체적인 문제에 비추어 POSITA가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해당 문헌을 참고했을 것인지를 각각 따져야 한다.
판례 박스 | Sanofi-Aventis·Corephotonics:
각 선행문헌은 청구발명과 직접 비교한다
핵심 쟁점: 여러 선행문헌이 서로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각
문헌이 청구발명에 대한 analogous art라고 할 수 있는가. 판시 취지: 선행문헌들 사이의 관련성만으로는 부족하다.
자명성 판단에 사용되는 각 문헌이 청구발명과 같은 field of endeavor에
속하는지 또는 청구발명이 다루는 문제와 reasonably pertinent한지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실무 포인트: 여러 문헌을 결합하는 경우에도
analogous-art 분석을 조합 전체에 대해 한 번만 해서는 안 된다. 각
문헌별로 ① 청구발명과 같은 기술분야인지, ② 그렇지 않다면 청구발명의
문제에 직면한 POSITA가 그 문헌을 참고했을 것인지를 따로
검토하는 것이 안전하다. Petition이나 OA 대응에서도 이러한 구조로 문헌별
분석을 분리하면 논증의 누락 여부를 확인하기 쉽다.
KSR은 POSITA를 선행문헌에 명시된 지시만 그대로 따르는
수동적인 기술자로 보지 않았다. 통상의 기술자는 시장의 요구, 설계상의
필요, 해당 분야의 기술상식 등을 바탕으로 기존 기술을 활용하고 변형할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해결자이다. Wyers v. Master Lock Co., 616
F.3d 1231 (Fed. Cir. 2010)는 이러한 KSR의 관점을 analogous-art
판단에도 반영하였다.
그러나 KSR이 자명성 판단을 유연하게 만들었다고 해서
어떤 분야의 선행문헌이든 곧바로 §103 판단에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니다. 선행문헌이 청구발명과 같은 field of endeavor에
속하는지, 그렇지 않다면 청구발명이 다루는 문제와 reasonably
pertinent한지를 판단하는 두 가지 기준은 여전히 적용된다. 달라진 것은
POSITA를 자기 분야의 문헌만 기계적으로 살펴보는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른 분야의 기술이라도 자신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참고할
만한 것이라면 POSITA가 이를 검토했을 수 있지만, 왜 그 문제에
직면한 POSITA가 해당 문헌까지 참고했을 것인지는 여전히 설명되어야
한다.
본 글의 VoltShield의 가상 사례에서 공격자는 Wyers를 근거로
배터리 분야의 POSITA가 자동차 배터리에 관한 문헌에만 관심을 두었을
것이라고 전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할 수 있다. 당시 방화기술이나 유동제어
기술이 배터리 모듈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질적으로 참고가 될
수 있었다면, 다른 산업에서 사용되던 익숙한 기술도 검토했을 수 있다.
반대로 특허권자는 단순히 “POSITA는 유연한 문제해결자이므로 다른 분야도
살펴보았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반박할 수 있다.
청구발명이 실제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했는지, 그리고 그 문제에 직면한
배터리 분야의 POSITA가 왜 선행 B·C·D가 속한 기술분야까지 참고했을
것인지를 구체적인 기술적·산업적 근거를 들어 설명해야 한다.
참고 박스 | 디자인 특허의 LKQ: 판단방식은 유연해졌지만
선행디자인의 범위는 여전히 따져야 한다 2024년 en banc Federal Circuit은 LKQ Corp. v. GM Global Technology
Operations LLC, 102 F.4th 1280 (Fed. Cir. 2024)에서 디자인 특허의
자명성 판단에 적용되던 Rosen-Durling의 경직된 기준을 폐기하고,
Graham과 KSR에 부합하는 보다 유연한 판단방식을
채택하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모든 선행디자인을 자명성 판단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선행디자인이 청구된 디자인과 analogous art에
해당해야 한다는 기준을 유지하였다.
어떤 문헌이 analogous art에 해당한다는 것은 그 선행 문헌을 §103의
자명성 판단에 고려할 수 있다는 뜻일 뿐이다. 그것만으로 POSITA가 실제로
그 문헌의 기술을 채택했을 것이라는 결론까지 나오는 것은 아니다. 다음
단계에서는 발명 당시 POSITA가 왜 A의 알루미늄 열확산판을 B의
팽창성 카트리지로 바꾸거나, A에 C의 비대칭 벤트를 적용했을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인 이유(reason to combine or modify)가
제시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Analogous Art 단계의 질문이 “POSITA가 B 또는 C를 문제
해결에 참고할 만한 문헌으로 보았을 것인가”라면, 결합이유 단계의 질문은
“그 문헌을 참고한 POSITA가 왜 그 기술을 실제로 A에 적용했을
것인가”이다.
5.1
OA·IPR에서 자명성을 주장하는 논리의 구성
OA나 IPR에서 자명성을 주장하는 측은 단순히 여러 선행문헌에서 청구항의
구성요소를 하나씩 찾아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각 청구항에 대하여
출발점이 되는 선행기술에 어떤 문제가 있었고, 다른 선행기술이 그
문제에 어떤 해결방법을 제시하며, POSITA가 왜 그 해결방법을 채택했을
것인지를 일관된 흐름으로 설명해야 한다.
본 글의 가상 사례에서는 다음과 같은 논증을 구성할 수 있다. 이것이
특허를 거절하거나 무효를 주장하는 자가 제시할 스토리이자 시나리오이다.
이것이 없으면 일응의 논증은 성립되지 않고 반박할 책임이 넘어가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선행 A는 탈착식 판과 상부 배기통로를 개시한다.
선행 A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인접 셀로 열이 전파되는 것을 줄일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알루미늄 판은 열전도성이 높아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
선행 B는 급격한 온도상승이 발생하면 팽창하여 인접 구획으로
열에너지와 가스가 전달되는 것을 억제하는 교체형 카트리지를
제시한다.
따라서 POSITA는 A의 교체·정비가 쉬운 구조를 유지하면서 셀 사이의
열전파를 더욱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A의 알루미늄 판을 B의 팽창성
카트리지로 대체하거나 B의 기술을 그 위치에 적용할 이유가 있었다고 주장할
수 있다.
B의 팽창성 재료를 적용하면 팽창 과정에서 발생하는 압력과 가스의
배출방향을 제어할 필요가 생길 수 있다. 선행 C가 이러한 유동을 민감한
구성요소에서 떨어진 안전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비대칭 벤트 구조를
제시한다면, 공격자는 이를 A와 B의 결합구조에 적용할 추가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이러한 변경에도 각 구성요소가 종래에 알려진 기능을 그대로
수행하고, 구성요소 사이의 연결이나 조정도 당시의 통상적인 기술로 구현할
수 있었다면, 공격자는 KSR에 따라 그 결합이 예측 가능한 기술적
변경이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설득력 있는 자명성 논증은 단순히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결합했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A에서 개선할 필요가 있었던
구체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B 또는 C가 그 문제에 어떤 해결방법을
제시하는지, POSITA가 왜 그 해결방법을 A에 적용했을 것인지, 그리고 그렇게
변경했을 때 어떤 결과를 예상했을 것인지를 차례로 설명해야 한다. 비용
절감, 안전규정 준수, 부품 표준화와 같은 시장의 요구나 설계상의 필요도
결합이유를 뒷받침할 수 있다. 다만 그러한 일반적인 필요가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 청구항이 요구하는 특정한 구성요소의 배치나
수치범위까지 곧바로 자명해지는 것은 아니다. 왜 그 필요가 청구된
구체적인 구성으로 이어졌을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별도로 필요하다.
5.2
특허권자가 결합 논리를 검토할 세 가지 지점
첫째, 공격자가 제시한 기술적 문제가 발명 당시 선행기술
자체에서 확인되는 문제인지를 살펴야 한다. 예컨대 선행
A가 알루미늄 판을 이용한 빠른 열확산을 장점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청구발명을 본 뒤에야 비로소 “A의 열확산판을 열차단재로 바꿀
필요가 있었다”는 문제가 제시되었다면, 이는 청구발명을 알고 난 뒤
선행기술의 문제를 새롭게 구성한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 수 있다. 따라서 그
문제와 개선 필요성이 우선일 당시의 A나 다른 기술자료에서도 실제로
인식되고 있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둘째, 제안된 변경이 A가 본래 의도한 작동방식과
양립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선행 A의 핵심적인 작동방식이
정상상태와 비정상상태 모두에서 셀의 열을 공통 냉각판으로 빠르게
전달·분산하는 것이라면, 열전달을 차단하는 선행 B의 재료로 그
판을 대체하는 것은 단순한 재료 변경과는 성격이 다를 수 있다. 그 변경으로
선행 A가 본래 의도한 열관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된다면, POSITA가
왜 그러한 변경을 선택했을 것인지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셋째, 결합할 수 있다는 일반적인 가능성과 청구된 구체적인
결합방식을 구별해야 한다. 선행 B의 카트리지를 어떤 형태로든
선행 A에 설치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청구항이 요구하는 것처럼 선행 B가
셀 방향이 아니라 상부 방향으로 팽창하도록 하고 여기에 선행 C의 비대칭
벤트를 특정한 위치와 방향으로 배치할 이유까지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청구항이 특정한 배열이나 상호관계를 요구한다면, POSITA가 여러
가능한 구성 가운데 왜 바로 그 구성을 선택했을 것인지도 설명되어야
한다.
판례 박스 | KSR: 한번 시도해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언제나 자명한 것은 아니다
핵심 쟁점: 알려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알려진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시도하는 것이 언제 자명성을 뒷받침하는가. 판시 취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알려져 있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선택지가 한정되어 있으며 그 결과도 예측 가능하고, POSITA가
통상의 기술능력으로 그 선택지를 시도할 이유가 있었다면 ‘obvious to
try’라는 사정도 자명성을 뒷받침할 수 있다. 실무 포인트: 단순히 “시험해 볼 수 있었다”는
가능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당시 어떤 선택지들이 알려져 있었는지, 그
범위가 실제로 한정되어 있었는지, 그중 해당 방법을 선택할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어떤 결과가 예상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야
한다.
자료: KSR,
550 U.S. 398KSR International Co. v. Teleflex Inc.,
550 U.S. 398 (2007).
판례 박스 | Arendi: ‘상식’이라고 말하는 것만으로
누락된 핵심 구성을 채울 수는 없다
핵심 쟁점: 선행기술에 나타나지 않은 청구항의 구성을 통상의
기술상식(common sense)을 근거로 보충할 수 있는가. 판시 취지: 자명성 판단에서 통상의 기술상식을 고려할
수는 있다. 그러나 특히 선행기술에 나타나지 않은 중요한 청구요소를
상식으로 보충하려면, 단순한 결론에 그쳐서는 안 되고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와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실무 포인트: OA에서는 심사관이 무엇을 기술상식으로
인정했는지와 그것이 왜 해당 청구요소로 이어지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IPR에서도 전문가가 단순히 “POSITA라면 당연히 알았을 것이다”라고
진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당시의 기술자료와 기술적 이유를 제시하여
그 판단과정을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료: USPTO
MPEP §2141의Arendi인용Arendi
S.A.R.L. v. Apple Inc., 832 F.3d 1355 (Fed. Cir. 2016); USPTO MPEP
§2141.
6.
Teaching Away: 단순한 단점의 지적과 결합을 단념시키는 가르침을
구별한다
가상 문헌 B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고 하자.
“팽창성 재료는 열전도성이 낮으므로 지속적인 열제거가 필요한 배터리 셀
사이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문장은 특허권자에게 유리한 자료이지만, 이것만으로 곧바로 teaching
away가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선행문헌 전체를 읽은 POSITA가
공격자가 제시한 기술적 방향을 실제로 피하려 했을
것인지, 또는 그 방향으로 진행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인지를 살펴야 한다. In re Gurley가
설명하듯, 선행문헌이 특정 기술을 다소 열등하다고 평가하거나 다른 방식을
더 선호한다는 것만으로는 반드시 teaching away가 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문헌의 가르침이 POSITA로 하여금 청구발명으로
이어지는 기술적 방향을 단념하게 할 정도인지이다.
따라서 teaching away는 ‘좋은 방법과 덜 좋은 방법의 비교’와
‘그 방법을 사용하지 말라는 기술적 경고’를 구별하는 문제라고
이해하면 쉽다. 전자는 자명성 판단에서 고려할 수 있는 단점이나
trade-off에 그칠 수 있지만, 후자는 공격자가 주장하는 결합이유 자체를
약화시키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전자는 진보성 흠결을 주장하는 자의
증명책임이 가중될 뿐이지만, 후자는 진보성 흠결에 사용된 선행문헌이 힘을
완전히 잃게 될 수 있다.
6.1 특허권자의 주장
특허권자는 우선 B의 문구가 단순히 다른 재료를 선호한다는 정도가
아니라, 배터리 셀 사이에 팽창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명시적으로 경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다.
특히 선행 A가 정상 운전 중 셀에서 발생하는 열을 신속하게 제거하기
위해 낮은 열저항을 유지하는 것을 중요한 기능으로 삼고 있다면, 열전도성이
낮은 선행 B의 팽창성 재료를 선행 A의 열전달 경로에 배치하는 것은 선행
A가 의도한 열관리 방식과 충돌할 수 있다. 이 경우 선행 B의 단점은 단순히
비용이 증가하거나 성능이 조금 떨어지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공격자가 선행 A와 선행 B를 결합해야 한다고 제시한 이유와 직접
충돌하는 기술적 문제가 된다.
따라서 특허권자는 다음과 같이 주장할 수 있다. 선행 A는 정상상태에서
열을 신속하게 전달해야 하는데, 선행 B는 바로 그러한 환경에서 자신의
팽창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가르친다. 그렇다면
POSITA가 왜 B의 재료를 A에 적용했을 것인지에 의문이 생기고, 적용하더라도
A가 요구하는 정상상태의 열관리 기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지도
문제된다.
6.2 청구인의 반박
청구인은 선행 B의 경고가 적용되는 조건을 보다 좁게 해석할 수 있다.
선행 B가 경고하는 것은 팽창성 재료 자체를 배터리 시스템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열을 제거해야 하는 경로를 낮은
열전도성 재료가 계속 차단하는 구조일 수 있다.
그렇다면 선행 D의 열스위치를 함께 사용하여 정상 운전 중에는 낮은
열저항의 열전달 경로를 유지하고, 임계온도를 넘었을 때에만 선행 B의
팽창성 재료가 열전파를 차단하도록 설계하는 방안은 선행 B의 경고와 반드시
충돌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있다.
또한 선행 B가 어떤 실시형태를 다른 실시형태보다 덜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는 사실만으로 그 실시형태가 자명성 판단에서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선행기술에 더 나은 대안이 존재한다는 사실 역시 그보다 열등한
대안을 POSITA가 고려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결론으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따라서 청구인은 선행 B가 지적한 낮은 열전도성이라는 단점을
적용을 단념하게 하는 가르침이 아니라 설계 과정에서 관리해야 할
trade-off로 설명할 수 있다. 예컨대 선행 A의 얇은 열확산판과
선행 D의 상전이 구조를 이용하여 정상상태에서는 필요한 열전달 성능을
확보하고, 비정상적인 온도상승이 발생했을 때에만 B의 열차단 기능이
작동하도록 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 경우 쟁점은 결국 선행 B에 불리한 문구가 존재하는지 자체가 아니라,
그 문구를 전체 기술내용과 함께 읽은 POSITA가 청구인이 제시한
선행 A+B(+D)의 결합을 실제로 단념했을 것인지가 된다.
판례 박스 | In re Gurley: 불리한 평가가 있다고 모두
Teaching Away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핵심 쟁점: 선행문헌이 특정 재료를 다른 재료보다 열등하다고
평가한 경우, 그러한 평가가 해당 재료의 사용을 단념시키는 teaching away에
해당하는가. 판시 취지: 선행문헌을 읽은 POSITA가 해당 기술적 방향을
피하거나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유도된다면 teaching away가 문제될 수
있다. 그러나 알려진 재료나 기술이 다른 대안보다 어느 정도 열등하다고
평가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그 기술이 자명성 판단에서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Teaching away의 정도와 의미는 문헌의 가르침 전체를 구체적으로 살펴
판단해야 한다. 실무 포인트: 선행문헌의 부정적인 문장 하나만 떼어내어
제시하기보다, ① 무엇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는지, ② 그 문제점이 청구된
결합에서 실제로 발생하는지, ③ 그 문제점이 결합의 핵심 기능이나 성공
가능성을 얼마나 훼손하는지, ④ 다른 선행기술이 그 문제를 이미 해결하고
있었는지를 차례로 분석해야 한다.
자료: USPTO
MPEP §2145, X.AIn re Gurley, 27 F.3d 551 (Fed. Cir.
1994).
판례 박스 | DePuy Spine: 선행문헌의 경고가 제시된
결합이유 자체와 충돌하는가
핵심 쟁점: 선행문헌의 장치를 더 강성 있는 구조로 변경하자는
결합이유가 제시되었지만, 그 선행문헌 자체가 강성 증가로 인한 장치의 실패
위험을 경고하고 있었다면 POSITA가 그러한 변경을 했을 것이라고 볼 수
있는가. 판시 취지:DePuy Spine에서 선행문헌 Puno는
단순히 유연한 구조를 더 선호한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 강성이 증가하면
screw 또는 bone-screw interface의 failure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시하고 있었다. Federal Circuit은 이러한 가르침이 공격자가 제시한
결합이유, 즉 더 강성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두 문헌을 결합한다는 논리
자체를 약화시킨다는 점을 중요하게 보았다. 실무 포인트: “선행문헌이 결합을 반대한다”는 추상적인
주장보다 제안된 변경 → 선행문헌이 경고한 기술적 변화 → 그로 인한
기능 저하 또는 실패 위험이라는 인과관계를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 기계 분야에서는 힘과 하중의 전달경로, 열관리 분야에서는
열저항과 열전달 경로, 유체 분야에서는 압력과 유동경로를 변경 전후로
비교하면 이러한 주장을 보다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다.
자료: DePuy
Spine, Inc. v. Medtronic Sofamor Danek, Inc., 567 F.3d 1314 (Fed.
Cir. 2009)DePuy Spine, Inc. v. Medtronic Sofamor Danek,
Inc., 567 F.3d 1314, 1326–27 (Fed. Cir. 2009).
7.
Reasonable Expectation of Success: 시도할 이유와 성공을 예상할 근거는
다르다
어떤 기술을 적용해 볼 이유가 있었다는 것과, 실제로 적용했을 때 원하는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었다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이다. POSITA가 B의 재료를 A에 적용해 볼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반복적인 충·방전, 셀의 팽창, 진동, 전해액 노출과 같은 실제
배터리 환경에서 청구항이 요구하는 열저항의 전환과 5초 이내의
응답까지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합리적으로 기대했는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여기서 reasonable expectation of success는 성공이 확실하거나 실패
가능성이 전혀 없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반대로 단순히 “한번
시도해 볼 만했다”, “성공할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는
정도로도 충분하지 않다. 발명 당시의 기술수준과 선행자료에 비추어
POSITA가 제안된 변경이나 결합을 실제로 수행했을 때 청구발명이
요구하는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예상할 근거가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이 부분의 논증은 한국 특허 실무에서는 당사자들의 사실의 증명
활동이 아니라 상당부분 판단자의 재량에 맞겨져 있기 때문에 한국 실무에
익숙한 전문가들에게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주의하여야 한다.
7.1
IPR 청구인은 청구된 결과까지 이어지는 기술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IPR 청구인은 우선일 당시 이용할 수 있었던 자료를 바탕으로, 개별
선행기술의 성능이 실제 청구발명의 작동조건과 요구성능으로 이어질 수
있었음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본 글의 VoltShield의 가상 사례라면 다음과 같은 자료가 중요할 수
있다.
선행 B의 팽창 개시온도와 팽창속도가 배터리 열폭주 과정에서
문제되는 온도범위와 시간범위에 들어온다는 재료시험 자료
선행 C의 벤트 형상이 청구발명과 유사한 압력범위에서도 가스나
유체를 특정 방향으로 유도한다는 시험자료
선행 D의 열스위치가 셀의 압착력과 진동이 존재하는 조건에서도
요구되는 열전달 상태의 전환을 구현한다는 당시의 기술문헌
당시 알려진 제조공차와 재료특성의 범위 안에서 청구항이 요구하는
수치 또는 성능을 달성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계산, 모델 또는 대표적인
실험결과
따라서 전문가가 단순히 “POSITA라면 통상적인 최적화를 통해 청구된
성능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진술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되기 어렵다. 예컨대 후보 재료가 매우 많고, 각 재료의
팽창속도·전기절연성·발생가스의 특성·압축영구변형·내열사이클성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변한다면, 어떤 재료와 조건을 선택해야 청구된 결과에
도달하는지가 쉽게 예측되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문제는 단순한 조건
조정이라기보다 여러 변수를 탐색하고 검증해야 하는 연구과제에 가까워질 수
있다.
7.2
특허권자는 왜 당시에는 청구된 결과를 예상하기 어려웠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
특허권자도 단순히 “이 분야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우선일 당시 알려진 기술과 작동조건을 기준으로, 제안된
결합이 왜 청구된 결과에 도달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었는지를 구체적인
실패 원인과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제시할 수 있다.
팽창성 재료가 셀의 압착력 때문에 예정된 방향으로 팽창하지 못하고
측면으로 밀려나거나 누출되는 현상
반복적인 열사이클을 거치면서 재료에 균열이나 영구변형이 발생하여
180°C에 도달하기 전에 요구성능이 저하되는 현상
B의 재료가 충분히 팽창하는 데 수십 초가 필요하여 청구항의 5초
이내 응답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웠다는 당시의 시험자료
D의 성능이 평면 시험편(coupon) 수준에서만 확인되었고, 이를 팽창과
진동이 반복되는 파우치 셀의 동적 접촉열저항 환경에서도 구현할 수 있다고
볼 당시의 기술적 근거가 부족했다는 점
이러한 자료의 목적은 단순히 “결합이 어려웠다”는 것을 보여 주는 데
있지 않다. 보다 정확한 질문은 발명 당시 POSITA가 그 결합을 실제
배터리 환경에 적용했을 때 청구항이 요구하는 결과까지 얻을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었는가이다.
한국은 아직 이러한 합리적인 성공가능성 요건을 직접 도입하지
않고 결합의 곤란성 중심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미국과 한국의 법실무에서
논증과 전개 방식은 달라져야 한다는 점도 잊지 않기 바란다.
이때 사후적으로 확보된 자료의 사용에도 주의해야 한다. 특허 공개 후
개발된 고성능 재료나 개선된 시뮬레이션을 이용하여 나중에 청구된 성능을
구현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우선일 당시에도 POSITA가 그러한
성공을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었다는 것을 보여 주지는 않는다. 사후
자료를 사용하더라도 그것이 우선일 당시 존재했던 기술수준이나
재료특성을 설명하는 자료인지, 아니면 이후의 기술발전을
청구발명에 소급하여 적용하는 것인지를 구별해야 한다.
판례 박스 | Intelligent Bio-Systems v. Illumina:
결합할 이유와 성공을 예상할 근거를 구별한다
핵심 쟁점: 특정 sequencing chemistry를 결합할 이유가
있었는지와, 그러한 결합을 통해 청구된 방식이 성공할 것으로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었는지가 충분히 입증되었는가. 판시 취지: 결합동기(motivation to combine)와 성공에
대한 합리적 기대(reasonable expectation of success)는 구별하여 검토해야
한다. 어떤 연구방향을 추구할 이유가 있었다거나 기술적으로 시도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그 시도가 청구발명이 요구하는 결과에 성공할
것이라는 합리적 기대까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IPR 절차상 의미: 이 사건은 동시에 IPR 청구인이 자신의
자명성 이론을 Petition에서 충분히 제시해야 한다는 점도 보여 준다.
Reply를 이용하여 Patent Owner의 Response에 대응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Petition에 없던 새로운 자명성 이론이나 근거를 뒤늦게 구성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을 수 있다. 실무 포인트: Petition에서는 ① 왜 그 기술을
선택·결합했을 것인지와 ② 왜 그 결합이 청구된 결과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었는지를 별도의 논증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 특허권자는
결합이유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아무런 추가 설명 없이 성공기대의 근거로도
사용되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
자료: Intelligent
Bio-Systems, Inc. v. Illumina Cambridge Ltd., 821 F.3d 1359 (Fed.
Cir. 2016)Intelligent Bio-Systems, Inc. v. Illumina
Cambridge Ltd., 821 F.3d 1359 (Fed. Cir. 2016).
판례 박스 | OSI Pharmaceuticals v. Apotex: 유망한
연구대상이라는 것과 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르다
핵심 쟁점: 알려진 항암 후보물질이 특정 암의 치료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POSITA가 합리적으로 기대할 근거가 있었는가. 판시 취지: 어떤 물질이 유망한 연구대상으로 알려져
있었다거나 그 효과를 확인해 볼 이유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청구된 질환이나 용도에서 실제 치료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기술적 근거가 필요하다. 실무 포인트: 이 구별은 화학·바이오 분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복합재료나 배터리 열폭주와 같이 여러 변수가 서로 영향을 미치는
기술에서도 “시험할 만한 후보였다”는 사실과 “청구된 성능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구별해야 한다. 특히 온도,
시간, 압력, 재료 열화와 같이 청구된 성능을 좌우하는 변수가 여러 개라면
각 변수가 당시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는지를 구체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자료: OSI
Pharmaceuticals, LLC v. Apotex Inc., 939 F.3d 1375 (Fed. Cir.
2019)OSI Pharmaceuticals, LLC v. Apotex Inc., 939 F.3d
1375 (Fed. Cir. 2019).
8.
Hindsight: 사후적으로 구성된 자명성 논증을 찾아내는 다섯 가지
징후
사후고찰(hindsight)은 공격자가 실제로 특허를 읽고 선행기술을
조합했다는 주관적인 심리상태를 입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자명성
논증이 발명 당시 POSITA가 알고 있던 기술과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청구발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 아니면 완성된 청구발명을
먼저 본 뒤 그 구성요소를 설명할 수 있는 선행기술을 거꾸로 찾아 연결한
것인지를 검토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hindsight는 별도의 독립된 판단요건이라기보다, 문제의
정의, 선행문헌의 선택, 결합이유, obvious to try, 성공에 대한 합리적 기대
등 §103의 각 단계에서 논증이 사후적으로 구성되지 않았는지를 점검하는
관점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다음과 같은 징후가 나타난다면 그 논증이 우선일 당시의 기술적
사고과정을 제대로 재구성한 것인지 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격자가 제시한 문제가 청구발명을 본 뒤에야
등장한다.
출발문헌 A에는 그러한 문제가 나타나지 않고 당시의 다른 기술자료에서도
문제로 인식되지 않았는데, 청구발명의 명세서에서 문제를 가져온
뒤 이를 다시 A가 해결해야 했던 결함이라고 설명한다. 문제 자체가
청구발명을 알고 난 뒤 설정되었다면, 그 문제를 출발점으로 다른
선행문헌을 찾아가는 과정도 사후적인 논증일 가능성이 있다.
각 선행문헌에서 청구발명에 필요한 부분만 선택하고 불리한
가르침은 제외한다. 예컨대 A에서는 열확산판의 구조를 가져오면서 A가 그 구조를 채택한
이유인 신속한 열확산 기능은 무시하고, B에서는 팽창성 재료만 가져오면서
배터리 셀 사이에서 그 재료를 사용하는 데 대한 B의 경고는 고려하지 않는
경우이다. 선행문헌 전체의 가르침보다 청구항과 일치하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취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청구된 해결방법을 알고 난 뒤에야 선택지가 ‘유한하고 예측 가능한
선택지’로 정리된다. KSR의 obvious-to-try 논리를 적용하려면 발명 당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알려져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선택지가 실제로 어느 정도
한정되어 있었으며, POSITA가 그 선택지들을 검토할 이유가 있었다는 근거가
필요하다. 당시 존재했던 후보군과 선별기준은 제시하지 않은 채, 청구발명에
사용된 재료나 구조만을 사후적으로 골라 “몇 가지 선택지 가운데
하나였으므로 시도하는 것이 자명했다”고 설명한다면 그 논증을 주의해서
보아야 한다.
첫 번째 결합으로 새롭게 발생한 문제를 또 다른 선행문헌으로
당연히 해결할 수 있었다고 전제한다. 예컨대 A에 B의 팽창성 재료를 적용하면 정상상태의 냉각성능이 저하되는
새로운 문제가 생기는데, 공격자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D의 특정
열스위치 구조를 가져온다고 하자. 이때 왜 POSITA가 그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D를 선택했을 것인지, 그리고 D를
추가하면 실제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 것으로 합리적으로 기대했을
것인지는 별도로 설명되어야 한다. 청구발명의 완성된 구조를 알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결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마다 그에 맞는 문헌을
차례로 추가해서는 안 된다.
객관적 징표를 이미 내려진 결론에 덧붙이는 부수적인 자료처럼
취급한다. 상업적 성공(commercial success),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필요(long-felt but unsolved need), 타인의 실패(failure of others),
업계의 회의적 반응(skepticism), 예상하지 못한 결과(unexpected results)와
같은 객관적 징표(objective indicia)는 기술적 분석이 끝난 뒤 형식적으로
확인하는 자료가 아니다. 관련성이 인정되는 증거라면 자명성 여부를
판단하는 전체 증거의 일부로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히 기술적 논증만 보면
쉽게 해결할 수 있었던 것처럼 보이지만 당시 업계가 장기간 해결하지
못했거나 반복적으로 실패했다는 자료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사후적으로
발명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보고 있지는 않은지를 점검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실무에서는 이러한 징후를 “우선일 당시 확인되는 사실”과 “자명성 주장
과정에서 추가된 설명”으로 나누어 비교하면 유용하다.
예컨대 문제의 인식, 후보 기술의 범위, 특정 재료를 선택할 이유,
예상되는 기술적 장애, 성공 가능성에 관한 당시의 자료를 한쪽에 놓고,
Petition이나 OA가 제시하는 설명을 다른 쪽에 놓아 비교하는 것이다. 두
설명 사이의 간극이 클수록 그 간극을 우선일 당시의 증거가 실제로 메우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반대로 자명성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우선일 전에 공개된 리뷰 논문,
기술표준과 안전기준, 설계지침, 공급업체의 기술자료 등으로 문제
자체가 당시 이미 인식되어 있었고, POSITA가 해당 기술분야와 해결방법을
검토할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다는 점을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
IPR에서 내부 설계자료와 같이 공개되지 않은 자료를 사용할 때에는 그것이
선행기술 자체인지, POSITA의 지식수준이나 다른 사실을 뒷받침하기 위한
증거인지도 구별해야 한다.
판례 박스 | KSR: 사후고찰을 경계하되 POSITA를
수동적인 기술자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핵심 쟁점: 사후고찰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선행문헌에 명시적인
결합 지시가 있어야만 자명성을 인정할 수 있는가. 판시 취지: 자명성 판단에서는 청구발명을 알고 난 뒤
선행기술을 맞추어 보는 hindsight bias를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피한다는 이유로 POSITA가 통상의 창의성, 기술상식, 시장의 요구와 설계상의
필요를 활용할 수 있다는 현실까지 배제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명시적인
결합 지시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자명성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명시적 지시를
대신하는 결합이유 역시 발명 당시의 사실과 합리적인 설명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한다. 실무 포인트: 특허권자는 단순히 “선행문헌에 결합하라는
문장이 없다”고 주장하기보다, 공격자가 ① 문제를 어디에서 가져왔는지, ②
왜 그 문헌들을 선택했는지, ③ 불리한 가르침을 일관되게 고려했는지, ④
청구된 특정 구성을 선택할 당시의 이유가 있었는지, ⑤ 결합 과정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으로 예상했는지를 추적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반대로 공격자는 명시적인 결합문구가 없더라도 이러한 선택과
판단이 우선일 당시 POSITA에게 합리적이었음을 객관적인 기술자료와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
자료: USPTO
MPEP §2141: KSR International Co. v. Teleflex Inc., 550
U.S. 398 (2007); USPTO MPEP §2141.
9.
수치범위·통상적 최적화와 예측 가능한 변형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청구항이 임계온도 180°C, 열저항 0.8 K/W와 4 K/W, 응답시간 5초와 같은
구체적인 수치를 요구하지만 선행문헌에는 그 수치가 그대로 기재되어 있지
않다고 하자. 이 경우 자명성을 주장하는 측은 해당 수치가 발명 당시 알려진
변수의 값을 통상적인 실험을 통해 조정하면 얻을 수 있는 범위였다고 주장할
수 있다. 특히 선행기술이 어떤 변수가 원하는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고, POSITA가 그 변수의 값을 조절하면서 적절한 범위를
찾는 것이 통상적인 기술활동에 해당했다면 이른바 result-effective
variable에 대한 통상적 최적화 논리가 문제될 수 있다.
그러나 수치를 조정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청구된 수치가
곧바로 자명해지는 것은 아니다. 먼저 선행기술이 해당 변수를
원하는 결과와 관련된 변수로 인식하고 있었는지를 살펴야 한다. 또한 청구된
범위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실험의 성격과 규모, 변수 사이의 상호작용,
결과의 예측 가능성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예컨대 본 글의 가상 사례 VoltShield에서 임계온도를 낮추면 열폭주
차단은 빨라지지만 정상적인 고온 운전 중에도 장치가 작동할 위험이 커지고,
팽창속도를 높이면 5초 이내의 응답은 가능해지지만 셀 압착력이나 발생가스
때문에 원하는 방향의 팽창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고 하자. 이처럼
여러 성능요건이 서로 영향을 주어 하나의 변수를 개선하면 다른
성능이 악화되는 관계라면, 청구된 수치의 조합을 단순히
하나의 변수를 조정하여 얻는 통상적인 최적화라고 보기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특정 수치나 좁은 범위에서 성능이 단순히 조금 더 좋아지는 정도를
넘어 작동상태가 달라지거나 예상하지 못한 성능의 변화가
나타난다면, 이는 통상적 최적화라는 설명을 약화시키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출원인이나 특허권자는 단순히 “이 수치가
중요하다”고 주장하기보다, 왜 그 수치 또는 범위가 발명 당시 통상적으로
예상할 수 있었던 결과와 다른지를 객관적인 자료로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
출원인·특허권자가 준비할 자료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청구범위뿐 아니라 그 전후의 범위와 적절한 비교군까지 포함하여
변수와 성능 사이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시험설계
단순한 정도의 차이가 아니라 특정 지점이나 범위에서 성능 또는
작동상태가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 주는 그래프와 시험결과
청구발명과 가장 가까운 선행기술 또는 기술적으로 의미 있는
비교대상과의 비교자료
명세서가 설명하는 발명의 효과 및 실제 청구범위와 대응하는
시험조건과 데이터
발명자의 결론적 진술뿐 아니라 독립적인 시험자료, 당시의 연구노트,
실패 기록 등 결과의 신뢰성과 당시의 기술상황을 뒷받침하는 자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비교시험의 설계와 청구범위가 서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commensurate in scope)이다. 예컨대 청구항은 매우 넓은 종류의
팽창성 재료를 포함하는데 예상하지 못한 효과는 특정 재료 하나에서만
확인되었다면, 그 자료가 청구범위 전체의 비자명성을 얼마나 뒷받침하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반대로 청구된 범위의 기술적 특징을 대표하는 조건에서
효과가 일관되게 나타나고, 가장 가까운 선행기술과의 비교에서도 그 차이가
확인된다면 증거의 설득력은 높아질 수 있다.
심사단계에서는 37 C.F.R. §1.132에 따른 선언서 또는
선서진술서를 통해 예상하지 못한 결과(unexpected results), 당시의 기술적
편견이나 기타 관련 사실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선언서라는 형식 자체가
증명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비교대상을 사용했는지, 시험조건이
적절한지, 주장하는 효과가 청구된 기술적 특징에서 비롯된 것인지, 그리고
그 효과가 청구범위와 적절하게 대응하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IPR에서는 증거의 구성과 절차적 정합성도 중요하다.
전문가 선언이 원자료와 실제로 일치하는지, 시험방법과 결과가
반대신문에서 설명·검증될 수 있는지, 그리고 해당 증거가
Petition에서 제시된 자명성 이론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명확히 관리해야
한다. 특히 사후적으로 새로운 시험자료를 제출하더라도 그 자료가
우선일 당시 POSITA가 무엇을 알고 있었고 어떤 결과를 예상했을
것인지를 어떻게 뒷받침하는지는 별도로 설명되어야 한다.
결국 수치범위에 관한 자명성 판단에서는 단순히 “선행기술에 정확한
숫자가 있는가”만을 묻지 않는다. 보다 중요한 질문은 선행기술이
무엇을 조정해야 하는지를 알려 주고 있었는지, POSITA가 통상적인 실험으로
청구된 범위에 도달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 범위에서 나타나는 결과가
당시 예상할 수 있는 것이었는지이다. 청구된 수치가 여러 상충하는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키거나 특정 범위에서 예상하지 못한 작동상 변화가
나타난다면, 이러한 사정은 단순한 최적화라는 자명성 논증에 맞서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10.
객관적 징표: 제품이 성공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성공을
청구발명과 연결해야 한다
본 가상 사례에서, VoltShield 카트리지가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완성차 업체들이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열폭주와 정비성의 문제를
해결했으며, 경쟁사들이 그 기술을 모방했다고 하자.
이러한 사실은 상업적 성공(commercial success), 장기간 해결되지 않았던
필요(long-felt but unsolved need), 업계의 찬사(industry praise),
모방(copying), 타인의 실패(failure of others)와 같은 객관적
징표(objective indicia)를 뒷받침할 수 있다.
그러나 제품이 시장에서 성공했다는 사실만으로 청구발명의 비자명성이
곧바로 뒷받침되는 것은 아니다. 그 성공이나 업계의 반응이
청구발명의 기술적 특징 때문에 발생했다는 관련성, 즉 nexus가 있어야
한다. 제품의 성공이 강력한 브랜드, 낮은 가격, 정부 보조금,
독점적인 공급계약 또는 특허와 무관한 다른 기술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면,
그 성공이 청구발명의 비자명성을 뒷받침하는 정도는 약해질 수 있다.
따라서 특허권자는 단순히 제품의 전체 매출액이나 시장점유율을
제시하기보다, 객관적 징표가 청구발명의 어떤 특징과 연결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 VoltShield의 가상 사건이라면 다음과
같은 자료를 생각할 수 있다.
구매자가 VoltShield를 선택한 이유가 브랜드, 가격 또는 보조금이
아니라 청구된 열전환 구조와 방향성 벤트의 성능이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고객평가, 구매기준 또는 내부 선정자료
실제 판매제품이 청구항의 구성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며, 제품의
중요한 기술적 특징과 청구발명의 범위가 실질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요소별 분석
특허받지 않은 냉각제어 소프트웨어, 별도의 안전기능, 가격정책 또는
공급계약 등이 제품 성공의 주된 원인이 아니었음을 보여 주는 자료
경쟁사의 개발자료가 단순히 제품 전체를 참고한 것이 아니라
청구발명의 특정 기술적 특징을 분석하거나 구현하려 했음을 보여 주는
자료
발명 이전의 실패 사례가 청구발명과 무관한 다른 문제에 관한 것이
아니라,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유사한 기술적 문제와 제약조건 아래에서
발생한 실패였음을 보여 주는 자료
이때 모든 객관적 징표에 똑같은 방식으로 nexus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상업적 성공에서는 구매수요가 무엇 때문에
발생했는지가 중요하고, 업계의 찬사에서는 무엇을 높이
평가했는지, 모방에서는 경쟁사가 어떤 특징을 실제로 따라
했는지, 장기간의 미해결 수요와 타인의 실패에서는 과거의
기술자들이 청구발명과 실질적으로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다
실패했는지가 중요하다. 결국 공통된 질문은 객관적인 시장·산업
자료가 청구발명의 기술적 특징과 얼마나 구체적으로 연결되는가이다.
판례 박스 | WBIP v. Kohler: 객관적 징표는 자명성
판단의 부수적인 자료가 아니다
핵심 쟁점: 상업적 성공, 장기간 해결되지 않았던 필요, 업계의
회의적 반응 등 객관적 징표와 청구발명 사이의 nexus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판시 취지: 객관적 징표는 Graham에 따른 자명성
판단을 구성하는 증거이며, 사후고찰의 영향을 줄이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허권자의 제품이 청구된 특징을 구현하고 그 제품이 청구발명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범위에 대응하는 경우에는 객관적 징표와 청구발명 사이의
nexus가 추정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추정 역시 제품과 청구발명의 관계에
관한 사실적 근거를 필요로 한다. 실무 포인트: 객관적 징표를 기술적 자명성 분석이 끝난 뒤
부수적으로 덧붙이는 자료처럼 취급해서는 안 된다. 제품과 청구발명의
대응관계, 시장이 실제로 평가한 특징, 장기간 해결되지 않았던 문제 등을
초기에 확보하여 Graham 분석 전체에 함께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료: WBIP,
LLC v. Kohler Co., 829 F.3d 1317 (Fed. Cir. 2016):
WBIP, LLC v. Kohler Co., 829 F.3d 1317 (Fed. Cir. 2016).
판례 박스 | Fox Factory v. SRAM: 제품이 청구항을
실시한다는 사실만으로 nexus가 추정되는 것은 아니다
핵심 쟁점: 판매제품이 청구항을 실시하면서도 그 밖의 중요한
비청구 특징들을 함께 포함하고 있는 경우, 제품의 성공과 청구발명 사이의
nexus를 추정할 수 있는가. 판시 취지: 판매제품이 청구항의 모든 한정을 포함한다는
사실만으로 nexus가 자동으로 추정되는 것은 아니다. 추정을 받으려면 제품이
청구발명의 고유한 특징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범위에
대응(coextensive)한다는 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러한 추정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특허권자는 실제 시장의 수요나 업계의 평가가 청구발명의 특정
특징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직접 입증하여 nexus를 보여 줄 수
있다. 실무 포인트: 제품 전체의 매출액이나 시장점유율만
제시하기보다 “무엇이 팔렸는가”에서 “왜 팔렸는가”로 증거를
세분화해야 한다. 고객의 구매결정, 제품평가, 마케팅자료,
경쟁제품과의 비교자료 등을 이용하여 수요가 청구된 특징과 실제로
연결되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
자료: Fox
Factory, Inc. v. SRAM, LLC, 944 F.3d 1366 (Fed. Cir. 2019):
Fox Factory, Inc. v. SRAM, LLC, 944 F.3d 1366 (Fed. Cir.
2019).
객관적 징표의 핵심 질문은 결국 다음과 같다.
“이 제품이 성공했는가?”가 아니라 “이 제품의 성공 또는 업계의
반응이 청구발명의 기술적 특징 때문에 나타난 것인가?”
이 연결이 입증되어야 시장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 청구발명의
비자명성을 판단하는 증거로서 의미를 갖는다.
11.
심사단계의 가상 Office Action과 응답 전략
11.1 가상 OA의 요지
심사관은 청구항 1이 선행 A·B·C·D의 결합에 의해 자명하다고 거절한다.
A에는 셀, 탈착식 판, 상부 배기통로가 개시되어 있고, B에는 약 180°C에서
팽창하는 카트리지가, C에는 비대칭 벤트가, D에는 온도 변화에 따라
열저항이 달라지는 구조가 각각 제시되어 있다고 본다. 또한 안전성을 높이고
손상된 부품만 교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이미 알려진 설계목적이며,
청구항의 구체적인 수치도 통상적인 최적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범위라고
판단한다.
이와 같은 거절에 대응할 때에는 하나의 쟁점에만 의존하기보다,
청구항 대응관계 → 선행문헌의 관련성 → 결합이유 → 기술적 충돌 →
성공에 대한 합리적 기대 → 보정과 증거의 순서로 방어논리를 쌓는
것이 효과적이다.
11.2 출원인의 응답
순서
1단계 — 각 청구요소가 실제로 선행문헌에 개시되어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먼저 청구항의 각 구성요소가 어느 문헌의 어느 문장, 도면 또는 실시예에
대응하는지를 표로 정리한다. 이때 비슷해 보이는 표현을 곧바로 같은
구성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단순한 “팽창”과 “상부
방향으로의 팽창”, 일반적인 “열저항 변화”와 청구항이
요구하는 정상상태와 사고상태의 특정 열저항 값 사이의
전환은 서로 구별해야 한다.
청구항의 핵심구성이 실제로 문헌에 개시되어 있지 않다면, 그 이후의
결합이유나 성공기대에 관한 논의도 전제가 약해진다. 따라서 OA 대응의
출발점은 자명성 법리 이전에 심사관의 요소 대응 자체가
정확한지를 확인하는 데 있다.
2단계 — B와 C가 청구발명의 자명성 판단에 사용할 수 있는
유사영역의 선행문헌인지 각각 검토한다.
B와 C가 서로 관련된 기술이라는 사실이나 A와 함께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B에 대해서는 B대로, C에 대해서는 C대로
청구발명과 같은 field of endeavor에 속하는지, 그렇지 않다면 청구발명이
해결하려는 문제와 reasonably pertinent한지를 따로 검토해야 한다.
특히 심사관이 다른 산업의 문헌을 인용했다면 청구발명이 실제로
해결하려는 문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문제에 직면한 POSITA가 왜 해당
분야의 문헌까지 참고했을 것인지에 관한 근거가 제시되어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3단계 — 일반적인 개선 필요와 청구된 구체적인 결합방식을
구별한다.
심사관이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결합했을 것이다”라고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안전성 향상이라는 일반적인 목적이 왜
B의 특정 팽창성 재료를 선택하게 하고, 다시 C의 특정 방향의 벤트를
채택하게 하며, 나아가 D의 특정 열스위치까지 결합하게 하는지를 각각
설명해야 한다.
여러 문헌을 결합할수록 단순히 인용문헌의 수가 많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각 추가 문헌에서 특정 기술을 선택하여
기존 조합에 적용할 이유가 별도로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출원인은 A에서 B로, 다시 C와 D로 이어지는 각 단계의 이유가 우선일 당시의
기술자료에서 실제로 확인되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4단계 — 제안된 결합이 선행기술이 본래 의도한 기능과
충돌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
A가 정상상태에서 셀의 열을 빠르게 공통 냉각부로 전달·분산하는 것을
중요한 기능으로 삼는 반면, B의 재료는 열전달을 억제하는 단열기능을
가진다고 하자. 그렇다면 B를 A의 열확산판 위치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단순한 재료변경인지, 아니면 A가 본래 의도한 열관리 방식과 충돌하는
변경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때 추상적으로 “작동원리가 달라진다”고 주장하기보다, 변경 전후의
열전달 경로를 나타낸 열회로도, 정상상태에서의 열저항 변화, B를 적용했을
때의 냉각성능 저하자료 등으로 기술적 충돌을 구체화하는 편이 설득력이
높다. B가 배터리 적용에 부정적인 경고를 포함하고 있다면 그 경고가 바로
이 충돌과 관련되는지도 함께 설명할 수 있다.
5단계 — 성공에 대한 합리적 기대를 결합이유와 분리하여
다툰다.
설령 POSITA가 A에 B·C·D의 기술을 적용해 볼 이유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결합을 통해 실제로 청구항이 요구하는 결과를 얻을 것으로 합리적으로
기대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예를 들어 B의 팽창성 재료가 원하는 방향으로 팽창할 것인지, C의 벤트가
열폭주 가스를 실제로 상부로 유도할 것인지, D가 반복적인 열사이클과 셀
압착력이 존재하는 환경에서도 5초 이내에 필요한 열저항 전환을 구현할
것인지는 각각 기술적 검토가 필요하다. 구성요소들을 물리적으로
결합할 수 있다는 사실과, 결합 후 청구된 기능과 성능이 실제로 구현될
것이라는 합리적 기대는 같은 문제가 아니다.
6단계 — 보정은 남아 있는 법적·기술적 쟁점을 확인한 뒤
결정한다.
선행기술과의 차이를 분명히 하기 위해 보정이 필요하다면, 단순히 수치
하나를 더 좁히는 것보다 실제 발명의 기술적 결합관계를 청구항에 반영할 수
있는지를 먼저 검토하는 편이 좋다. 예컨대 명세서에 충분한 근거가 있다면
“카트리지가 정상상태에서는 셀과 열적으로 접촉하고, 임계온도에 도달하면
그 접촉을 해제하면서 상부 배기통로 방향으로 팽창한다”는 식으로
구성요소 사이의 작동관계를 보다 명확히 할 수 있다.
다만 보정은 단순히 현재의 선행기술을 피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보정내용이 원출원 명세서에 충분히 기재되어 있는지 §112(a)
관점에서 확인해야 하고, 향후 권리해석에 미칠 영향, prosecution history
estoppel의 가능성, 실제 제품에서 보정된 구성요소를 입증할 수 있는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수치범위를 좁히는 경우에도 그 범위에 기술적 의미가
있는지와 다른 선행문헌에 의해 다시 공격될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7단계 — 필요한 경우 선언서와 객관적 자료로 사실관계를
보강한다.
전문가 선언은 “이 발명은 비자명하다”는 법적 결론을 반복하는 데
사용하기보다, 우선일 당시 POSITA가 어떤 교육과 경험을 가지고 있었는지,
어떤 분야의 문헌을 통상 참고했는지, 제안된 결합에서 어떤 기술적 문제가
예상되었는지, 실제 비교시험에서 어떤 차이가 나타나는지를 설명하는 자료로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예상하지 못한 결과나 기술적 장애를 주장한다면 비교시험의 조건과
비교대상이 적절해야 하며, 가능하면 당시 연구노트, 실패기록, 독립적인
시험자료 등과 함께 제시하여 선언의 객관적인 근거를 보강하는 것이
좋다.
11.3
심사관이 다시 제기할 수 있는 논리와 그에 대한 대비
심사관은 특허권자의 반박에 대해, B가 지적한 정상 냉각의 문제는 D의
열스위치를 사용하면 해결할 수 있고, C의 비대칭 벤트 역시 압력이나 유동의
방향을 제어하는 알려진 설계수단에 불과하다고 재반박할 수 있다.
이에 대비하려면 출원인은 이에 대비해 D가 B의 팽창재와 함께
사용된 적이 없고 D의 상전이 온도·압력조건이 배터리 열폭주와
다르며 네 문헌 결합이 오히려 새로운 연구과제를 만든다는
점을 선제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출원인은 단순히 “B와 D는 함께 사용된 적이 없다”는 데 그치지 않고,
왜 그 결합이 우선일 당시 POSITA에게 자연스럽지 않았는지를 기술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예컨대 D의 상전이 온도와 작동압력이 B의 팽창조건이나
배터리 열폭주 환경과 맞지 않았는지, D가 B의 낮은 열전도성 문제를 실제로
해결할 수 있었는지, B와 D를 함께 사용하면 셀 압착력·가스배출·응답시간과
같은 새로운 설계문제가 발생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야 한다.
특히 네 문헌을 결합해야만 청구발명에 도달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조합이 단순히 알려진 구성요소를 예정된 방식으로 결합하는
것인지, 아니면 하나의 결합으로 생긴 문제를 다시 다른 문헌으로 해결해야
하는 연속적인 설계과정을 요구하는지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
후자의 경우에는 각 단계에서 왜 다음 기술을 선택했을 것인지와 그 선택이
성공할 것으로 왜 예상했을 것인지가 각각 설명되어야 한다.
결국 OA 대응의 핵심은 “선행문헌에 청구항의 부품이 모두
있는가”만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 우선일 당시 POSITA가 실제로 그 문헌들을
그 순서와 방식으로 선택·변경·결합하여 청구발명에 도달했을 것이라는
심사관의 설명이 충분한지를 단계별로 검증하는 것이다.
12.
IPR 단계의 가상 Petition: 청구인은 처음부터 완결된 자명성 이론을
제시해야 한다
OA와 IPR은 모두 §103의 자명성 법리를 적용하지만, 절차의 구조와 증거를
제시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IPR에서 청구인(Petitioner)은 특허청구항의
비특허성을 증거의 우월(preponderance of the evidence)에 따라 입증할
최종적인 설득책임을 부담한다. 민사소송에서 무효확인을 구한다면 이보다
높은 명백하고 확실한 설득 책임을 요구한다.
IPR이 개시되었다고 해서 그 부담이 특허권자에게 넘어가는 것은 아니며,
PTAB (심판부)가 청구인이 제시하지 않은 결합이유나 기술적 논리를 대신
구성하여 부족한 Petition을 보완해서도 안 된다.
따라서 IPR의 자명성 ground는 단순히 선행문헌과 청구요소를 나열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Petition 자체에서 어떤 선행기술에서 출발하여,
왜 다른 문헌의 특정 기술을 선택·결합하고, 그 결합으로 청구된 결과를 얻을
것으로 왜 합리적으로 기대했는지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12.1 Petition의 권장
구조
POSITA의 지식수준을 구체적으로 설정한다. 학위와 경력연수만 제시하기보다, 해당 기술자가 배터리 열관리, 안전설계,
방화재료, 유동제어와 같은 분야 중 어떤 지식과 경험을 통상적으로 갖고
있었는지를 설명한다. 이는 analogous-art 범위와 결합이유, 성공에 대한
합리적 기대를 판단하는 기초가 된다.
Ground의 판단에 필요한 청구용어를 일관되게 해석한다. 모든 용어에 대해 별도의 해석을 제시할 필요는 없지만, 선행문헌의
대응관계나 결합이유가 특정 용어의 의미에 의존한다면 그 의미를 명확히 해
두어야 한다. Ground별로 서로 다른 의미를 전제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각 선행문헌이 청구발명과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문헌별로
분석한다. B·C·D 각각에 대해 청구발명과 같은 field of endeavor에 속하는지, 그렇지
않다면 청구발명이 다루는 particular problem과 reasonably pertinent한지를
따로 설명한다. B가 A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이나 C가 B와 함께 사용된다는
사실만으로 각 문헌의 analogous-art 관계가 대신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청구항의 각 구성요소와 선행문헌의 대응관계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청구요소가 어느 문헌의 어느 문장, 도면 또는 실시예에 나타나는지
특정하고, 가능하면 도면부호와 인용부분을 함께 제시한다. Inherency나
POSITA의 일반지식에 의존하는 부분이 있다면 이를 명시하고, 왜 그러한
사실이 필연적으로 또는 통상적으로 인정되는지도 설명해야 한다.
출발문헌에서 무엇을 어떻게 변경하는지 명확히 한다. 단순히 “A와 B를 결합한다”고 하지 말고, A의 어느 구조를 유지하고 어느
부분을 B의 기술로 대체하거나 변경하는지 전후 관계를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좋다. 그래야 제안된 결합이 실제로 청구된 구성에 도달하는지도 검토할
수 있다.
왜 그 변경을 했을 것인지 결합이유를 구체적인 근거와
연결한다. 선행문헌의 명시적 가르침뿐 아니라 설계상의 필요, 당시의 기술표준,
시장의 요구, 알려진 기술적 문제 등도 결합이유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다만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와 같은
일반론에 그치지 않고, 왜 그 필요가 해당 문헌의 특정 기술을 선택하여
청구된 방식으로 적용하는 데까지 이어졌을 것인지를 설명해야
한다.
성공에 대한 합리적 기대를 결합이유와 구별하여 입증한다. 왜 그 조합을 시도했을 것인지뿐 아니라, 실제로 조합했을 때 청구항이
요구하는 기능과 성능을 얻을 것으로 POSITA가 합리적으로 기대했을 근거를
제시한다. 후보군의 규모, 구성요소 사이의 인터페이스, 예상되는 성능,
알려진 실패 위험 등이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불리한 선행기술의 가르침도 정면으로 다룬다. 인용문헌에 제안된 결합과 충돌하는 경고나 단점이 있다면 이를
생략하기보다, 왜 그 문구가 실제 teaching away에 해당하지 않는지 또는
다른 선행기술이나 통상적인 설계수단으로 그 우려를 해소할 수 있었는지를
설명하는 편이 안전하다.
예상되는 객관적 징표에 대해서도 필요한 범위에서 대응한다. 공개된 제품자료나 시장자료를 통해 Patent Owner가 상업적 성공, 업계
찬사, 장기간의 미해결 수요 등을 주장할 가능성이 명확하다면, 그러한
자료가 청구된 기술적 특징과 실제로 nexus를 갖는지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아직 기록에 없는 Patent Owner의 증거를 추측하여 과도하게 선제
대응하기보다는, 공개자료에 근거한 범위에서 논리를 구성하는 편이
적절하다.
각 Ground는 그 자체로 완결된 논증이 되도록 구성한다. 하나의 Ground에서 제시한 결합이유나 전문가 분석을 다른 Ground에도
당연히 적용되는 것처럼 암묵적으로 전제해서는 안 된다. 다른 부분을
원용하려면 무엇을 어떤 목적으로 원용하는지 명확히 밝혀, 각 Ground의
사실적·법적 근거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판례 박스 | In re Magnum Oil Tools: 최종적인
설득책임은 IPR 청구인에게 남는다
핵심 쟁점: IPR이 개시된 뒤 특허권자가 청구항의 비자명성을
입증해야 하는지, 또는 Board가 청구인의 부족한 자명성 논증을 보완할 수
있는지. 판시 취지: 청구항의 비특허성에 관한 최종적인 설득책임은
IPR 전 과정에서 Petitioner에게 남는다. IPR이 개시되었다는 이유만으로
Patent Owner가 비자명성을 입증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Board가
Petitioner가 충분히 제시하지 않은 결합이유를 새롭게 구성하여 그 부담을
대신할 수도 없다. 실무 포인트: Patent Owner는 Petition의 논리적·증거적
누락을 정확히 지적하는 동시에, 가능한 경우 그와 독립된 실체적 반증도
함께 제시하는 편이 안전하다. 즉 “Petitioner가 필요한 입증을 하지
못했다”는 주장과 “설령 그 이론을 전제로 하더라도 기술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병렬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 자료: In
re Magnum Oil Tools International, Ltd., 829 F.3d 1364 (Fed. Cir.
2016): In re Magnum Oil Tools International, Ltd., 829
F.3d 1364 (Fed. Cir. 2016).
12.2
Patent Owner는 Petition에 제시된 이론의 범위를 먼저
확정한다
Patent Owner는 Petition을 청구항별·Ground별로 나누어, 각 Ground에서
Petitioner가 실제로 어떤 논리와 증거를 제시했는지를 먼저 정리하는 것이
좋다. 이는 이후 Reply에서 Petitioner가 단순히 기존 주장을 보충한 것인지,
아니면 Petition에 없던 새로운 논리를 제시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예컨대 Petition이 선행 B의 analogous-art 관계를 단순히 “두 기술
모두 열차단 문제를 다룬다”는 한 문장으로 설명했다고 하자. Patent
Owner는 Preliminary Response 또는 이후의 적절한 절차에서, 청구발명이
해결하는 구체적인 문제와 B 사이의 관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는 점을
명확히 지적할 수 있다.
그런데 Institution 이후 Petitioner가 Reply에서
비로소 청구발명의 문제를 “정비가 가능한 위험구획에 사용하는 교체형
장벽의 문제”라고 새롭게 정의하고, 이를 근거로 선행 B와의
관련성을 상세히 설명한다면 쟁점이 달라진다. Petition은 청구인이
의존하는 증거와 비특허성의 근거를 충분히 특정해야 한다. Petitioner가
Reply에서 Petition에 충분히 제시하지 않았던 결합이유나 성공기대에 관한
새로운 이론을 추가할 수 없다.
이 경우 Patent Owner는 그것이 단순히 기존 이론에 대한 추가
설명인지, 아니면 Petition에서 제시하지 않았던 새로운 problem framing을
통해 부족했던 analogous-art 논증을 새롭게 구성하는 것인지
비교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증거가 제출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증거와 설명이 기존 Ground를 뒷받침하는 것인지 아니면
Ground의 핵심 논리를 바꾸는 것인지이다.
12.3
전문가 반대신문은 법리의 전제를 사실관계로 검증한다
전문가 반대신문에서도 전문가의 학력이나 경력을 일반적으로 공격하는
것보다, Petition의 각 법적 연결고리가 실제 기술적 근거를 갖는지를
확인하는 질문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우선일 전에 배터리 분야의 POSITA가 선행 B가 속한 기술분야를
실제로 참고했을 것이라는 근거로 어떤 문헌이나 산업자료를
사용했는가.
선행 A의 정상 열확산 기능을 유지하면서 선행 B를 적용한 구체적인
구조를 설명하거나 도식화할 수 있는가.
우선일 당시 후보로 고려할 수 있었던 재료는 몇 종류였으며, 그중
B의 재료를 선택하게 하는 기술적 기준은 무엇이었는가.
청구항이 요구하는 5초 이내의 응답을 예측하기 위해 사용한 계산이나
실험자료가 Petition 제출 당시 존재했는가.
선행 B에서 배터리 적용에 불리한 내용을 포함한 문단 전체를
검토했는가. 그렇다면 그 경고가 제안된 결합을 단념시키지 않는다고 판단한
기술적 이유는 무엇인가.
선행 D의 평면 시험편(coupon) 결과를 실제 셀 스택의 압력과
진동조건으로 확대 적용할 때 예상되는 오차나 한계를 분석했는가.
이러한 질문의 목적은 전문가가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Petition에서 제시한 자명성 이론의 각 단계가 우선일
당시의 기술적 사실에 의해 실제로 뒷받침되는지를 검증하는
것이다.
판례 박스 | Intelligent Bio-Systems: Reply는
Petition에 없던 새로운 비특허성 이론을 만드는 단계가 아니다
핵심 쟁점: Petitioner가 Reply에서 Petition에 충분히 제시하지
않았던 결합이유나 성공기대에 관한 새로운 이론을 추가할 수 있는가. 판시 취지: Petition은 청구인이 의존하는 증거와
비특허성의 근거를 충분히 특정해야 한다. Reply는 Patent Owner가 제기한
주장에 대응하고 기존 이론을 보충·설명하는 데 사용할 수 있지만,
Petition에서 제시하지 않았던 새로운 비특허성 이론을 처음으로
구성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실무 포인트: Patent Owner는 Reply에 새로운 자료가
포함되었다는 사실만을 문제 삼기보다, Petition과 Reply를 나란히
비교하여 ① 해결과제의 정의, ② 결합이유, ③ 선행문헌의 역할, ④ 성공기대에
관한 논리가 그대로 유지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새로운 자료가
기존 이론을 뒷받침하는 것인지, 아니면 기존에 없던 이유나 결합경로를 새로
만드는 것인지가 핵심이다.
자료: Intelligent
Bio-Systems, 821 F.3d 1359: Intelligent Bio-Systems,
Inc. v. Illumina Cambridge Ltd., 821 F.3d 1359 (Fed. Cir.
2016).
13. 공격과
방어를 한 장으로 정리한 실무 매트릭스
쟁점
OA 심사관·IPR 청구인의 강한 공격
출원인·특허권자의 강한 방어
청구항 해석
넓은 문언과 명세서 실시예로 기술분야를 설정
환경·관계·동작순서를 문언에 근거해 특정
Analogous Art
제품명이 아닌 underlying problem과 기술자의 탐색범위 제시
지나친 문제 추상화와 실제 탐색경로 부재 지적
결합동기
출발문헌의 결함 → 보조문헌의 해결수단 → 예상이득 연결
특허에서 역추출한 문제, 선택적 인용, 작동원리 훼손 지적
Teaching Away
단순 선호·trade-off이고 다른 문헌이 우려를 해소한다고 설명
공격경로를 직접 단념시키며 핵심 기능을 훼손함을 입증
성공기대
우선일 전 데이터·유사 조건·유한 후보군 제시
변동성·실패기전·외삽의 간극·연구 필요성 입증
수치범위
알려진 result-effective variable의 통상 최적화
임계효과, 다변수 충돌, 예기치 못한 결과 제시
Hindsight
우선일 전 표준·리뷰·시장압력으로 문제와 경로 입증
청구항을 따라 조각을 선별한 흔적을 단계별로 노출
객관적 징표
nexus 부재, 비청구 특징·가격·브랜드가 성공 원인
제품-청구항 대응과 구매동기를 구체적 자료로 입증
IPR 절차
Petition에서 ground와 증거를 완결
Reply의 새 이론, 입증책임 전환, Board의 논리 보충을 차단
14.
최종 체크리스트: §103 의견서에 반드시 답해야 할 15문항
유효출원일과 적용 가능한 §102 선행기술 범위를
확정했는가.
청구항을 ‘발명 개념’이 아니라 실제 limitation별로
해석했는가.
가장 합리적인 출발문헌과 그 선택 이유가 있는가.
각 문헌은 청구발명과 같은 field이거나 particular problem에
reasonably pertinent한가.
particular problem을 너무 넓거나 좁게 정의하지 않았는가.
각 누락요소가 정확히 어디에 개시되는가.
POSITA가 왜 그 요소를 선택하고 청구된 위치·순서로
결합하는가.
결합이 출발문헌의 principle of operation을 바꾸지
않는가.
문헌 전체에 공격경로를 단념시키는 teaching away가
있는가.
결합할 이유와 성공의 합리적 기대를 별도로 증명했는가.
obvious to try라면 후보가 실제로 유한하고 결과가 예측
가능했는가.
수치범위가 통상 최적화인지 임계적·예기치 못한 결과인지
검토했는가.
객관적 징표와 청구발명의 nexus를 분석했는가.
공격 논리가 청구항을 보고 난 뒤에만 성립하는 선택을 포함하지
않는가.
IPR이라면 모든 이론과 핵심 증거가 Petition에 들어 있고 Reply가 새
ground를 만들지 않는가.
맺음말:
좋은 §103 대응은 ‘비자명하다’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의사결정의 끊어진
고리를 찾는 일이다
§103 사건의 승패는 선행문헌의 수보다 논리 사슬이 얼마나 온전한지에
달려 있다. 공격자는 선행 A·B·C·D가 각각 존재했다는 사실을 넘어 당시
POSITA가 왜 선행 A에서 출발해 B와 C를 선택하고 D의 원리까지 채택했으며
그 결과의 성공을 기대했는지를 증거로 재구성해야 한다. 방어자 역시 “모두
다른 산업의 문헌”이라는 일괄 항변에 기대기보다 analogous-art 자격과
결합동기, teaching away, 성공기대, 수치범위, 객관적 징표 가운데 어느
연결고리가 끊겼는지를 짚어야 한다.
Analogous Art는 이 사슬의 첫 관문이다. 그 문을 통과했다고 결합까지
자명해지는 것은 아니며 다른 산업의 문헌이라는 이유만으로 문이 닫히는
것도 아니다. 실무에서 중요한 것은 제품명이나 산업분류가 아니라
우선일 당시 기술자가 마주한 문제와 탐색 영역, 해결책을 선택할
이유와 예상 결과를 사실기록 위에 올려놓는 일이다. 이 과정을
거쳐야 Graham의 구조와 KSR의 유연성을 함께 살리면서
hindsight의 함정을 통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