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특허법상 자명성(Obviousness) 요건의 법리와 심리 체계
— 한국 진보성 법리와의 비교 분석
1. 자명성 요건의 의의와 입법 배경 (35 U.S.C. § 103)
자명성(Obviousness), 또는 그 역면인 비자명성(Nonobviousness)은 미국 특허법상 신규성(Novelty)과 구별되는 실체적 특허 요건이다. 출원된 발명이 단일 선행기술에 완벽히 개시되어 있지 않아 신규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선행기술의 변형이나 결합을 통해 통상의 기술자(PHOSITA: Person Having Ordinary Skill In The Art)가 쉽게 도출할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면 특허권은 부여되지 않는다.
1952년 특허법 개정 시 신설된 제103조(Section 103)는 이 원칙을 성문화하였다. 조항에 따르면, 청구항에 기재된 발명과 선행기술 간의 차이가 발명 시점에 해당 기술 분야에서 PHOSITA에게 발명 대상 "전체로서(as a whole)" 자명한 것이었다면 특허를 받을 수 없다. 또한, 발명이 달성된 구체적인 방식 — 장기적 실험의 결과인지 또는 우연한 영감에 의한 것인지 — 은 자명성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2. 역사적 전개와 법철학적 흐름
(1) Hotchkiss v. Greenwood (1850) — '발명의 요건'의 탄생
자명성 요건의 기원은 연방대법원의 Hotchkiss v. Greenwood (1850) 판결로 소급된다. 대법원은 금속제 손잡이를 도자기·점토 재질로 대체한 발명에 대해, 이는 당해 분야에서 일하는 통상의 장인(ordinary mechanic)의 기술 수준을 넘어서는 "인공적 기교 혹은 지적 창작(ingenuity and skill)"이 개입되지 않은 단순한 재질 변경에 불과하다고 보아 특허성을 부정하였다. 이로써 단순한 신규성을 넘어선 '발명의 요건(Requirement of Invention)'이라는 판례법상 기준이 수립되었다.
(2) 1952년 제103조 제정과 Giles Rich의 법철학
Hotchkiss 판결 이후 대법원은 "창조적 불꽃(Flash of creative genius)"과 같은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사법부의 예측 불가능한 특허 무효화 경향에 제동을 걸고 객관적 기준을 수립하고자, Giles Rich 판사 등의 주도로 1952년 특허법 개정 시 제103조 자명성 규정이 성문화되었다. 제103조는 주관적 '발명' 개념 대신, PHOSITA라는 객관적 가상의 인물을 기준으로 자명성 여부를 심리하도록 명문화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였다.
(3) Graham v. John Deere Co. (1966) — 랜드마크 판결
성문화된 제103조의 사법적 해석 기준을 최종적으로 확립한 것은 Graham v. John Deere Co. (1966) 판결이다. 대법원은 제103조가 기존 판례법상의 발명 기준을 대체하거나 완화한 것이 아니라 객관화한 것임을 명확히 하고, 자명성 판단을 위한 구체적인 사실심리 기준을 선언하였다.
3. Graham 판결에 따른 심리 원칙 (Graham Factual Inquiries)
자명성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은 법률적 판단(Question of Law)이지만, 사실심 법원은 반드시 다음의 3가지 기초적인 사실심리를 거쳐야 한다.
- 선행기술의 범위 및 내용(Scope and content of the prior art)의 확정
- 선행기술과 특허 청구항의 차이점(Differences between the prior art and the claims at issue) 분석
- 당해 분야 통상의 기술자(PHOSITA)의 기술 수준의 획정
이 세 가지 사실 확정을 배경으로 자명성 결론을 도출하되, 추가적으로 상업적 성공이나 오랜 기간 미해결된 과제 등 '객관적이고 이차적인 고려사항(Secondary Considerations)'을 가치 있는 간접 증거로 함께 검토해야 한다.
4. 통상의 기술자(PHOSITA) 수준 확정 기준
(1) 가상적 규범체로서의 성격
PHOSITA는 실재하는 특정 연구자나 전문가가 아니라, 특허법이 정책적으로 상정해 둔 객관적 의제 인물(Objective legal construct)이다. 이는 불법행위법상의 '합리적 인간(Reasonable person)'과 궤를 같이하는 가상의 개념이다. 이 인물은 출원 당시 공개된 관련 기술 분야의 모든 선행기술에 완벽하게 접근할 수 있고 인지하고 있는 상태(Presumed omniscience)로 의제되지만, 그의 독창성이나 창작적 역량은 지극히 평균적이고 보통인 수준(Ordinary skill)에 머무는 연구자이다.
(2) PHOSITA 수준 결정의 6가지 고려 요소
판례법(Environmental Designs v. Union Oil Co., 1983) 상 통상의 기술자의 구체적인 학력·실무 능력·기술 수준을 확정할 때는 다음의 6가지 지표를 참작한다.
- 당해 기술 분야에서 대면하는 기술적 문제의 유형(Types of problems encountered)
- 해당 문제에 대하여 이전에 제시되었던 선행기술들의 해결책(Prior art solutions)
- 기술 혁신 및 발전의 속도(Rapidity with which innovations are made)
- 관련 기술의 정교화 정도(Sophistication of the technology)
- 해당 분야에서 활동하는 기술자들의 평균적인 교육 수준(Educational level of active workers)
- 특허 발명자 본인의 교육 및 전문적 배경(Educational level of the inventor) — 다만 발명자의 사정이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최근 융복합 기술 분야의 고도화 경향을 고려할 때, 통상의 기술자는 단일한 개인뿐만 아니라 각기 다른 학문적 배경을 가진 전문가들의 집합인 '공동 연구 팀(Team)'으로 상정될 수도 있다.
5. 선행기술의 범위와 유사 기술 분야 (Analogous Art)
선행문헌이 자명성 판단의 기초자료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그 문헌이 당해 발명과 '유사 기술 분야(Analogous Art)'에 속해야 한다. 판례법(In re Clay, 1992; In re Deminski, 1986)은 이를 심리하기 위해 구체적인 2단계 테스트를 적용한다.
- 발명자의 탐구 영역 검토: 선행문헌이 발명가가 속한 구체적인 연구 영역 혹은 산업 영역(Field of the inventor's endeavor) 내에 속해 있는가?
- 합리적 관련성 검토: 선행문헌이 설령 발명자의 연구 영역 밖에 존재하더라도, 발명자가 직면한 특정 기술적 문제 해결에 합리적으로 관련(Reasonably pertinent to the particular problem)되어 통상의 기술자가 마땅히 참고할 수 있는 문헌인가?
만일 선행기술이 상기 요건을 전혀 충족하지 못해 유사성이 전면 부정된다면(Nonanalogous art), 이는 자명성 심리의 선행기술에서 원칙적으로 배제되어야 한다. 또한, 사후적 고찰(Hindsight)을 차단하기 위하여, 법원은 발명가가 도출한 기술적 해결안 자체를 기준으로 문제를 재정의하여 선행기술을 유사기술로 포섭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
6. 결합의 동기 및 KSR 판결의 유연화
(1) TSM 테스트의 태동과 엄격성
복수의 선행문헌을 조각조각 결합하여 특허 청구항의 구성을 재현하려는 결합발명 자명성 주장에 대해, 과거 연방순회항소법원(CAFC: Court of Appeals for the Federal Circuit)은 TSM(Teaching, Suggestion, or Motivation) 테스트를 엄격하게 부과했다. 즉, 선행문헌 결합의 타당성을 인정받으려면 문헌 자체의 교시(Teaching), 업계의 제안(Suggestion), 또는 해결하려는 문제의 성질(Motivation)로부터 통상의 기술자로 하여금 그 결합을 행하도록 유도하는 구체적인 동기가 선행기술 상에 기재되거나 명확한 증거로 제시되어야 했다.
(2) KSR Int'l Co. v. Teleflex Inc. (2007) — 패러다임의 전환
2007년 연방대법원은 KSR v. Teleflex 사건을 통해 기존 CAFC의 경직되고 형식적인 TSM 강제 적용을 배척하고, 보다 '유연한 접근방법(Flexible approach)'을 천명하였다.
- 유연한 결합 사유 인정: 결합의 동기는 특허 공보나 명시적인 서면 기록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시장의 역동적 수요, 디자인 유인(Design incentives), 주지관용기술의 성격, 통상의 기술자의 배경지식과 상식 등으로부터 합리적으로 유추 및 추론할 수 있다.
- 창작적 주체로서의 PHOSITA 의제: PHOSITA는 기계적으로 선행문헌만 읽는 자동인형(automaton)이 아니며, '보통의 수준에서 창의성과 상식 및 공통 지식을 결합해 적용할 수 있는 능동적 주체(ordinary creativity with common sense, common wisdom, and common knowledge)'로 보아야 한다.
- 알려진 기술(Known-Technique) 법리: 기존에 알려진 기술을 유사한 다른 장치에 결합하여 그와 동일한 방식으로 기술적 개량을 가져올 수 있음이 예상된다면, 통상의 기술자가 이를 그대로 수행한 것은 자명하다. 단, 결합의 실행이 통상의 기술 수준을 뛰어넘는 고도의 기술적 난제를 수반할 경우에는 비자명성이 인정된다.
7. "시도할 가치가 있음"(Obvious to Try) 법리의 경계
자명성 판단 과정에서 흔히 마주치는 오류 중 하나는 "시도할 가치가 있었다(Obvious to try)"는 사정만으로 성급하게 특허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법원은 다음 두 가지 요건에 해당할 경우 이에 입각한 특허 거절을 엄격하게 금지한다.
- 무수한 매개변수의 나열: 선행기술이 구체적인 연구 방향을 제시하지 않은 채 통상의 기술자로 하여금 무수히 많은 미지의 경로와 파라미터 조합 중에서 맹목적인 탐색을 유도하게 하는 경우
- 구체적인 방향성의 부재: 선행기술이 발명의 기술 분야를 단지 흥미로운 탐구 대상으로 기술해 '과학적 호기심'만을 동기 부여했을 뿐, 실제 청구항의 기술에 이를 수 있는 기술적 청사진을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
자명성이 유효하게 입증되려면, 단순히 시도해 볼 만했다는 가능성을 넘어 출원 당시의 선행기술로부터 발명에 이르게 될 "성공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Reasonable expectation of success)"가 명백히 도출되어야 한다. 단, 이것이 완벽한 성공 확률의 과학적 예측가능성(Absolute predictability)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8. 이차적·객관적 고려사항 (Secondary Considerations)
이차적 고려사항은 기술 중심적인 Graham 요소에 대응하여, 시장의 실제 반응과 사회·경제적 실상을 기초로 사후적 고찰(Hindsight)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객관적 지표들이다.
(1) 주요 지표군
- 상업적 성공(Commercial success): 청구된 발명이 시장에서 이룩한 상당한 매출과 이익은 특허성의 증거가 된다.
- 장기 미해결 과제 및 타인의 실패(Long-felt but unsolved need / Failure of others): 업계가 직면한 고질적 문제에 대처하고자 오랜 연구와 실패가 거듭되었음에도 본 발명이 비로소 이를 명쾌하게 해결한 경우 자명성 논박에 매우 강력한 증거력을 가진다.
- 경쟁자의 모방(Copying) 및 업계의 상찬(Industry Praise): 독자적인 개발 대신 특허권자의 성과를 경쟁사들이 직접 도용하거나 모방한 정황은 그 기술적 가치를 증명한다.
- 업계의 회의론 및 편견 극복(Skepticism / Teaching away): 발명이 초기 단계에 업계나 학계 권위자들로부터 실현 불가능하다는 우려와 편견에 부딪혔으나 이를 불식시키고 실현해 낸 경우이다.
(2) 인과적 연계성(Nexus) 입증 책임
이러한 객관적 지표들이 법적으로 유효하게 기능하기 위해서 특허권자는 특허 청구항에 한정된 고유의 기술적 장점(Merits of the claimed features)과 그러한 시장 지표(성공, 모방 등) 사이에 직접적인 사유적 결합 관계인 '인과적 연계성(Nexus)'을 입증해야 할 책임(Burden of production)이 있다. 상업적 성공이 순수한 기술력이 아니라 막강한 마케팅 비용, 독점적 유통망, 또는 광고 효과 등에 기인한 것이라면 특허성을 지탱하는 증거로서의 신빙성은 박탈된다.
9. 화학 및 바이오테크놀로지 분야에서의 자명성 판단
(1) 화학 분야의 구조적 자명성 (Structural Similarity)
화학 물질 발명의 경우, 청구된 화합물이 선행 기술상의 화합물과 화학 구조적으로 매우 유사(동종체, 이성질체 등)하다는 사실이 증명되면 구조적 자명성의 추정(Prima facie structural obviousness)을 받게 되며, 입증 책임은 특허 출원인에게로 이행된다.
출원인은 이에 대항하여 당해 화합물이 구조상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선행 화합물에서는 결코 예측될 수 없었던 '독특하고 현저한 성질이나 뜻밖의 상승적 효과(Unexpected properties / Unexpected results)'를 나타냄을 비교 데이터(Rule 132 선서서 등)를 통해 증명함으로써 추정을 복멸(Rebut)할 수 있다. 이 법리는 In re Papesch (1963) 및 In re Dillon (1990) 판례의 핵심 이론으로, 화합물과 그 성질은 유기적으로 불가분한 관계에 있다는 전제에 기초한다.
(2) 바이오테크놀로지 분야의 유전자 서열 자명성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이 이미 공지되어 있고 해당 유전자를 클로닝하는 보편적 방법론이 업계에 알려져 있다 하더라도, 유전부호의 중의성/퇴화성(Degeneracy of the genetic code)으로 인해 단백질 서열 정보만으로 특정 DNA 염기서열 자체를 자명하다고 직접 판단할 수 없다(In re Bell, 1993; In re Deuel, 1995). 아미노산 서열로부터 도출될 수 있는 수천억 개의 예측 후보 염기서열들 중 청구된 구체적인 유전자에 직접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구체적 지침과 제안'이 선행기술 상에 존재해야만 자명성이 인정된다.
10. 특허 방법 및 제법 발명의 자명성
화학 물질 및 생명공학 제조공정과 관련하여 판례법은 제조방법(Method of making)과 사용방법(Method of using)을 구별해 규율해 왔다.
- In re Durden (1985)의 보수적 입장: 출발 물질과 생성된 결과 화합물이 모두 비자명하더라도, 그 화합물을 만들어가는 구체적인 유기 화학 제법 공정의 단계들이 당해 제조 업계에 완전히 통상적이고 구태의연한 것이라면 제조방법 특허 청구항은 자명하다고 보았다.
- In re Pleuddemann (1990) 및 In re Ochiai (1995)의 전개: 법원은 제법 공정이 지닌 독자성과 독립성을 무조건 억압하는 per se rule(일률적인 거절 원칙)을 엄격히 배척하였다. Ochiai 판결은 "자명성 유무는 제법 단계를 기계적으로 보아 결정할 성질이 아니며, 비자명한 물질을 생산하고 활용하는 전체 공정 사상을 배경으로 한 종합적인 사실 비교가 행해져야 한다"고 판시하여, 제법 발명의 자명성 심리 시 유연하고 개별적인 분석 기준을 정착시켰다.
11. 심사 및 소송 절차상 자명성의 심리와 입증 책임 구조
(1) 특허청(USPTO) 출원 심사 단계의 입증 책임 구조
PTO 심사관의 Prima Facie Obviousness 입증 — 선행문헌 결합의 합리적 이유(동기) 및 성공에 대한 합리적 기대를 증거로 제시
출원인의 Rebuttal(반박 및 복멸) — 예상치 못한 현저한 효과 입증 또는 객관적 이차적 고려사항 증명. 입증 사항은 청구범위와 반드시 부합해야 함(Commensurate in scope)
PTO의 최종 결정(전체 기록 종합 평가) — 증거의 팽팽한 대립 시 특허 부여(최종 설득책임은 PTO에 귀속)
핵심 원칙들은 다음과 같다. 입증 책임의 전환 모델(Prima Facie Obviousness & Rebuttal)하에서, 심사관이 자명성 이유로 거절하려면 먼저 일차적 입증 책임(Burden of production)을 충족해야 한다. 일단 자명성이 추정되면 반박의 책임(Burden of going forward with evidence)이 출원인에게 전환된다. 그리고 출원인이 반박을 위해 제출하는 실험적 비교 데이터는 청구항이 보호받고자 선언한 전체 청구범위와 합리적으로 일치(Commensurate in scope)해야 한다. 만일 쌍방의 증거 주장이 동등하게 팽팽한 상태(Equipoise)에 머물러 판별이 어렵다면, 최종적인 법률적 설득책임은 특허청에 귀속되므로 출원인에게 특허가 정상 발급되어야 한다.
(2) 사법 소송 단계의 유효성 추정과 증명 책임
행정적 심사절차를 무사히 거쳐 정식 발행된 미국 특허는 유효한 것으로 강력히 추정(Presumption of validity, 35 U.S.C. § 282)된다. 특허 무효를 제기하며 소송을 청구한 도전자는 자명성의 요건 사실을 확립하는 데 지극히 엄격한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Clear and convincing evidence)'의 무거운 사법적 증명 책임을 전적으로 부담한다. 이 법률적 설득 책임은 소송의 진행과 상관없이 시종일관 도전자에게 고정되어 있으며 결코 전환되지 않는다.
소송에서 도전자가 제시하는 선행기술이 원래 특허청 심사 과정에서 이미 세밀하게 심사되었던 문헌인 경우, 법원은 특허청의 전문성에 고도의 사법적 존중(Deference)을 표시하므로 무효 증명이 어려워진다(American Hoist 법리). 반면, 도전자가 심사관이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누락된 결정적 선행기술을 제시하는 경우, 특허청의 원래 판단에 대한 법원의 존중은 경감된다. 다만, 이 경우에도 특허의 유효성 추정 조항 자체나 증명의 기준선(Clear and convincing evidence) 자체가 하락하거나 변경되는 것은 아니다.
12. 미국 자명성(Obviousness) vs. 한국 진보성(Inventive Step) — 법리 비교 분석
미국 특허법상 자명성 요건과 한국 특허법상 진보성 요건은 특허의 창작적 난이도를 평가한다는 궁극적인 목적을 공유하지만, 법철학적 기초, 현저한 효과의 요건 위상, 선행기술 결합 동기의 판단 기준, 선행기술 범위의 적격성 통제, 소송법상 입증 책임 등 실제 법리와 심리 실무에서 매우 본질적인 차이점을 보인다.
(1) 법철학적 전제의 차이: '절차적 자명성' vs. '실체적 진보성'
- 미국의 '절차적 자명성(Procedural Obviousness)' 패러다임: 미국은 특허발명을 청구항(Claim)으로 표현되는 '법적 권리관계'로 파악한다. 법원은 발명이 이루어 낸 개선의 결과물이 사소한지 중대한지를 사법적으로 차별하기보다, 선행기술과 청구항 사이의 차이가 존재하는지, 통상의 기술자가 사후적 고찰 없이 선행기술로부터 이를 도출할 수 있었는지의 '입증 절차와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 한국의 '실체적 진보성(Substantive Inventive Step)' 패러다임: 한국은 특허발명을 청구범위 너머의 기술혁신에 의해 형성된 '기술적 실체'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에 따라 단순한 개선(mere advancement)과 중대한 개선(significant advancement)을 실체적으로 구분하여, 발명 자체에 천재성의 발현이나 '상승효과'와 같은 현저한 실체적 징표(Token)가 발견될 때 비로소 진보성을 인정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2) 현저한 효과(Unexpected Results) 요건의 법리적 위상
| 구분 | 미국 특허법 | 한국 특허법 |
|---|---|---|
| 법리적 위상 | 이차적 고려사항(Secondary Considerations) 중 하나 — 자명성을 번복하기 위한 Rebuttal 단계에서 고려 | 진보성 인정을 위한 '독자적 일반요건'으로 취급 — 대법원 판례 거치며 실질적 의무 요건화 |
| 절차적 위치 | Prima Facie Obviousness 판단과 엄격히 분리된 별도의 Rebuttal 단계 | '목적-구성-효과' 대비 구도 하에서 구성의 곤란성과 효과의 현저성이 한 세트로 움직임 |
| 입증 범위 | 청구항 전체 범위와 Commensurate in scope 필요 — 특정 화학종 1개의 효과로 수백 종의 속(genus) 방어 불가 | 특허권자가 상승효과를 처음부터 능동적·적극적으로 주장·입증해야 하는 실질적 입증 책임 전도 발생 |
(3) 선행문헌 결합 방식(Motivation to Combine)과 사후적 고찰 방지
미국 KSR 이후의 유연한 동기부여(Flexible Motivation): KSR 판결 이후 결합의 동기는 명시적인 서면에 기재된 것에 한정되지 않으며 PHOSITA의 상식(Common Sense), 시장의 요구, 디자인 인센티브 등을 바탕으로 유연하게 추론할 수 있게 되었다. 남용 방지 장치로는 '인지된 문제나 수요의 존재', '한정된 수의 예측 가능한 해결책(Finite number of predictable solutions)', 그리고 '성공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Reasonable expectation of success)'를 요건으로 엄격히 요구한다. 또한, 선행기술에 결합을 배제하거나 방해하는 '부정적 교시(Teaching away)'가 있다면 결합은 자명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한국 대법원 2005후3284(폼팩터) 판결 기반 2단계 심리 구조:
- 1단계 (원칙): 인용되는 기술을 결합하면 당해 특허발명에 이를 수 있다는 '암시, 동기 등이 선행기술문헌 자체에 제시'되어 있는지를 우선 참작한다. (미국의 pre-KSR TSM 테스트와 유사한 잣대)
- 2단계 (예외 및 보완): 문헌상 암시·동기가 없더라도, 출원 당시의 '기술수준, 기술상식, 해당 기술분야의 기본적인 과제, 발전경향, 업계의 요구' 등에 비추어 통상의 기술자가 용이하게 결합에 이를 수 있다면 진보성을 부정한다. (KSR 이후 미국의 유연성 확보 흐름을 수용한 대목)
다만, 한국 실무에서는 "양 발명의 기술분야가 동일하거나 과제가 유사하여 결합에 기술적 어려움이 없고 결합을 방해하는 기재가 없다"는 수준의 다소 추상적인 주지관용기술론이나 기술상식 논리를 통해 선행문헌 간의 결합 용이성을 쉽게 인정하는 경향이 여전히 지적된다.
(4) 선행기술 범위의 적격성(Scope of Prior Art) 통제
미국의 유사 기술 분야(Analogous Art) 법리는 자명성 거절에 결합되는 선행문헌을 철저히 '유사 기술 분야'에 속한 것으로 제한하는 엄격한 2단계 통제 테스트를 적용한다.
한국의 '그 발명이 속하는 기술분야'의 확장적 적용은 기술적 구성이 특정 산업에만 한정되지 않고 통상의 기술자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이용할 수 있다면 산업 분야가 다른 선행기술도 결합 대상으로 폭넓게 인정한다(대법원 2006후2059 등). 이로 인해 선행기술의 적격 범위가 미국에 비해 매우 넓게 열려 있어 사후적 고찰의 위험에 노출되기 쉽고, 실무적으로는 선행문헌 간의 '목적 및 기술적 과제(발명자의 동기)'의 유사성 여부에 기대어 간접적으로 선행기술의 적격을 통제해 왔다.
(5) 무효 소송상 입증 책임(Burden of Proof)과 유효성 추정
미국(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 요건): 등록된 특허는 강력한 '유효성 추정(Presumption of Validity)'을 받는다(35 U.S.C. § 282). 소송에서 무효를 주장하는 도전자는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Clear and convincing evidence)'에 의해 증명해야 하며, 최종적인 입증 책임은 소송 전반에 걸쳐 결코 특허권자에게 전환되지 않는다.
한국(실질적인 입증 책임 전도와 높은 무효율): 소송법상 진보성 결여에 대한 입증 책임은 무효 주장자가 지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실무상 "선행기술에 청구항의 구성들이 산재해 있으므로 결합이 용이하다"는 일응의 판단이 쉽게 이루어진다. 이 단계에 이르면 특허권자가 '공지 기술로부터 예측되는 한계를 넘어서는 현저한 상승효과'를 직접 소명하여 진보성을 적극적으로 입증해 내지 못할 경우 특허가 무효화되는 실무 구조를 보이며, 이는 높은 특허무효율로 이어지는 실무상 원인이 되고 있다.
관련 해설 영상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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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larquist Sparkman, LLP. Patent Defenses. Klarquist Patent Defenses Web Guid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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