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August 2, 2026

거대 자본의 설계도를 읽다 — 블랙록(BlackRock)과 알라딘(Aladdin)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

거대 자본의 설계도를 읽다 — 블랙록(BlackRock)과 알라딘(Aladdin)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

거대 자본의 설계도를 읽다
— 블랙록(BlackRock)과 알라딘(Aladdin)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

※ 이 글은 개인적인 학습과 관찰을 바탕으로 한 에세이입니다. 투자 권유가 아니며, 서술된 사실은 공개된 1차 자료 및 신뢰할 수 있는 보도를 교차 검증하여 확인된 내용만 담았습니다. 단순한 시장 흥미 이상의 의미를 찾는 분들과 생각을 나누고 싶습니다.


들어가며 — 물길이 어디로 흐르는지 알아야 한다

개인 투자자가 투자 대상을 고르는 일에만 집중한다면, 정작 더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는 말을 들었다. 시장의 물길이 어디서 시작해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모른 채 노를 젓는 사람은, 열심히 저어도 결국 흐름을 거스르는 형국이 되기 쉽다는 것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네 가지라 한다. 첫째, 대형 자산운용사의 운용자산(AUM, Assets Under Management) 변화. 둘째, 주요 ETF·패시브(Passive) 자금의 흐름. 셋째, 연기금·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의 의결권 정책. 넷째, 인프라·에너지·반도체 같은 핵심 산업에서 자본의 집중도. 이 네 가지 흐름을 읽을 수 있다면, 큰 자금이 어느 방향으로 이동하는지 희미하게나마 감지할 수 있다.

그러던 중 2025년 9월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UN) 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했을 때, 첫 일정으로 선택한 면담 상대가 눈길을 끌었다. 세계경제포럼(WEF) 의장이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 창립자 겸 CEO인 래리 핑크(Larry Fink)였다. 그 자리에서 한국 정부와 블랙록은 AI 및 재생에너지 인프라 분야의 협력에 관한 MOU(양해각서)까지 체결했다.

블랙록이란 어떤 회사인가. 자본의 흐름을 읽으려는 개인 투자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이 이름을 정리해 보기로 했다.

거대 자본의 흐름과 알라딘 리스크 네트워크를 형상화한 이미지 (Google Gemini 생성)

1. 실패에서 탄생한 리스크 관리 철학

블랙록의 이야기는 한 번의 커다란 실패에서 시작된다. 래리 핑크는 1976년 UCLA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당시 월가의 유력 투자은행이던 퍼스트 보스턴(First Boston)에 입사했다. 그는 주택담보대출을 묶어 증권으로 만드는 모기지 담보부증권(MBS, Mortgage-Backed Securities) 시장의 개척자 중 한 명으로 이름을 날렸다. 1978년에 이미 퍼스트 보스턴 역사상 가장 젊은 상무(Managing Director) 중 한 명이 되었다.

그러나 1986년, 예상치 못한 금리 하락이 그의 채권 포지션을 강타했다. 헤지(Hedge)가 실패하면서 단 한 분기에 약 1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 훗날 핑크 자신이 "내가 망쳤다. 그것도 크게(I screwed up. And it was bad)"라고 회고한 이 사건은 단순한 금전적 손실이 아니었다. 그의 경력에 결정적인 낙인을 찍었고, 손실 발생 후 약 2년이 지난 1988년, 사실상 축출에 가까운 방식으로 회사를 떠나게 된다.

에피소드 — 손실 이전 분기의 아이러니 1986년 손실이 발생하기 직전 분기, 핑크의 채권 데스크는 무려 1억 3,5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정작 그는 그 수익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정확히 설명하지 못했다고 훗날 고백했다. 나중에 그가 한 말은 뼈아프다. "회사는 내가 얼마나 많은 위험을 지고 있었는지 물었어야 했다. 그런데 손실이 났을 때에야 물었다." 수익도, 위험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거래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몸소 겪은 것이다.

이 실패에서 핑크가 얻은 교훈은 하나였다. "인간의 직관만으로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 수익을 쫓기 전에 위험을 정확히 측정해야 한다." 1988년, 그는 7명의 동료와 함께 블랙스톤 그룹(Blackstone Group)으로부터 500만 달러의 신용한도(credit line)를 제공받고 지분 50%를 부여하는 조건으로 블랙록(BlackRock)을 창립했다. 처음 회사 이름은 블랙스톤 파이낸셜 매니지먼트(Blackstone Financial Management)였다. 1994년 블랙스톤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며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

"리스크 관리를 아는 것, 그것이 블랙록 탄생의 근원이었다."
— 래리 핑크, 크레인스 뉴욕 비즈니스 인터뷰, 2018


2. 알라딘(Aladdin) — 램프 속 지니인가, 금융의 신경망인가

블랙록의 핵심 경쟁력은 단순히 돈이 많다는 데 있지 않다. 창립 초기부터 구축한 리스크 분석 플랫폼 '알라딘(Aladdin, Asset Liability Debt and Derivative Investment Network)'이 그 실체다.

알라딘의 작동 원리는 핵물리학 등에서 사용되던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Monte Carlo Simulation)을 금융에 이식한 데서 출발한다. 무작위적인 미래 시나리오를 대량으로 반복 계산하여, 어떤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확률 분포로 제시하는 방식이다.

해설 — 알라딘은 AI인가, 아닌가? 알라딘이 사용하는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Monte Carlo Simulation)은 근래 주목받는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AI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기법이다. 몬테카를로는 무작위 경로를 대량 반복해 손실 확률 분포를 추정하는 통계적 시뮬레이션이고, 강화학습은 에이전트가 보상 신호를 받아가며 최적 행동을 스스로 학습하는 기계학습 패러다임이다. 알라딘은 전통적인 확률·최적화·시나리오 분석 계열의 정량적 리스크 관리 플랫폼으로, 최근 AI 기술이 일부 보조적으로 접목되고 있으나 핵심 구조는 설립 초기부터 이어온 수리금융(Quantitative Finance) 방법론에 기반한다.

알라딘이 관여하는 자산 규모는 블랙록이 직접 운용하는 금액보다 훨씬 크다. 블랙록의 공시 자료와 관련 연구에 따르면, 각국 연기금·보험사·중앙은행 등 외부 기관이 알라딘을 사용해 위험을 분석하는 자산 규모가 20조 달러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구조적 위험이 하나 생겨난다. 수많은 기관이 같은 플랫폼으로 리스크를 판단하면, 위기 신호가 감지되는 순간 그 기관들이 동시에 비슷한 방향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른바 '리스크 동질화(Risk Homogenization)' 혹은 '군집 행동(Herding)'의 문제다. 이는 시장 안정성에 구조적 취약점을 심는다는 비판이 학계와 감독 당국에서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3. 2008년 금융위기 — 그림자 속의 조력자

블랙록이 단순한 자산운용사를 넘어 금융 시스템의 인프라적 지위를 얻은 분수령은 2008년 금융위기다.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가 파산하고 AIG, 베어스턴스(Bear Stearns), 패니매(Fannie Mae) 등이 연쇄적 위기에 빠지자, 미 연방준비제도(Fed)와 재무부는 복잡하게 얽힌 구조화 자산들의 실제 가치를 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때 정부가 선택한 파트너가 블랙록이었다. 연방준비제도 뉴욕 연방은행은 베어스턴스 자산 인수 과정에서 블랙록에 약 300억 달러 규모의 자산 관리를 맡겼고, 이후 AIG와 패니매의 자산 평가에도 블랙록의 알라딘 플랫폼이 활용되었다.

이 경험은 블랙록에 두 가지를 가져다주었다. 첫째, 정부 신뢰 — 위기 때마다 공공기관이 의지하는 금융 인프라라는 지위. 둘째, 성장 동력 — 2009년 영국 바클레이스의 자산운용 부문인 바클레이스 글로벌 인베스터스(Barclays Global Investors, BGI)를 약 135억 달러에 인수하며 세계 최대 ETF 브랜드인 아이셰어즈(iShares)를 품에 안았다. 이 인수로 블랙록은 ETF 시장의 압도적인 지위를 확보했다.

논란 — 경쟁입찰 없는 계약과 이해충돌 2008년 당시 미 의회에서는 연방준비제도 뉴욕 연방은행이 블랙록을 공개 경쟁입찰 없이 선정한 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하원 감독위원회 위원장은 뉴욕 연준 총재에게 계약 선정 경위와 보수 조건의 공개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고, 상원 의원도 이 계약의 투명성을 요구했다. 위기 속에서 신속히 가장 능력 있는 민간 파트너를 선택한 것이냐, 아니면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 계약이었느냐는 시각 차이는 지금도 남아 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연준이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 집행을 다시 블랙록에 맡겼을 때도 같은 논란이 반복되었다.

비판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위기의 순간마다 정부가 다시 블랙록을 찾는다는 사실 자체가 이 회사의 시장 지위를 보여준다. 단순한 투자 수익을 넘어 금융 시스템의 실질적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는 과장이 아니다.


4. 숫자로 보는 블랙록의 규모

2024년 12월 31일 기준, 블랙록의 공식 운용자산(AUM)은 11조 6천억 달러(약 1경 6천조 원)로 공시되었다. 연간 순자금 유입액은 사상 최대인 6,410억 달러를 기록했다. 2025년 말에는 GIP(글로벌 인프라파트너스) 및 HPS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 인수 효과까지 더해져 AUM이 14조 달러(약 2경원)까지 확대되었다.

비교하자면 한국의 2024년 명목 GDP는 약 1조 7천억 달러 내외다. 블랙록 AUM은 이 수치의 약 7배(2024년 말 기준)에 해당하며, 2025년 말 $14조 달러 기준으로는 약 8배 수준으로 확대되었다. 물론 AUM은 회사의 자기 자산이 아니라 고객이 위탁한 자산의 총합이지만, 그 운용 지침과 의결권 행사 방향이 모두 블랙록의 판단에 귀결된다는 점에서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규모 그 자체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블랙록의 주요 주주 구성

블랙록은 민간 상장 기업(NYSE: BLK)이지만, 그 대주주 목록이 흥미롭다. 공개 자료 기준으로 확인되는 주요 주주는 아래와 같다.

주주 성격 추정 지분율
뱅가드(Vanguard) 계열 민간 자산운용사 약 8.9~9.0%
쿠웨이트 투자청(KIA) 국부펀드 약 5.1~5.2%
캐피탈 리서치(Capital Research) 민간 자산운용사 약 4.5~6.0%
스테이트 스트리트(State Street) 민간 자산운용사 약 4.0~4.1%
테마섹(Temasek, 싱가포르 국부펀드) 국부펀드 약 3.3~3.4%

이 구조에서 두 가지 사실이 눈에 들어온다. 하나는 블랙록의 대주주 중에 쿠웨이트 정부 투자청(KIA)과 싱가포르 국부펀드(테마섹)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즉, 세계 최대의 민간 자산운용사임에도 그 주인 중에는 국가 자본이 섞여 있다. 또 하나는 뱅가드, 스테이트 스트리트 등 주요 자산운용사들이 서로의 지분을 보유하며 거대한 상호 연결망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5. 공동 소유의 역설 — 경쟁은 사라지고 있는가

블랙록, 뱅가드, 스테이트 스트리트 — 이 세 기관을 흔히 '빅3'라 부른다. 이들이 가진 패시브 펀드와 ETF를 통해 코카콜라와 펩시, 보잉과 에어버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치열하게 경쟁하는 기업들의 대주주 자리를 동시에 점하게 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를 '공동 소유(Common Ownership)' 문제라 부른다.

경쟁사를 동시에 소유한 대주주가 존재한다면, 기업들이 출혈 경쟁 대신 각자의 수익성을 지키는 방향으로 전략을 조율할 유인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비판론의 핵심이다. 반론도 있다. 패시브 펀드는 개별 기업의 경영에 직접 개입하지 않으며, 의결권 행사도 주로 지배구조·ESG 이슈에 집중된다는 것이다.

쟁점 — 공동 소유는 경쟁을 약화시키는가? 공동 소유 논쟁의 핵심은 이렇다. 경쟁사를 동시에 대규모로 보유한 기관 투자자가 존재하면, 해당 기업들이 과도한 경쟁 대신 가격 안정을 택하도록 암묵적 압력이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항공·은행 업종에서 공동 소유와 경쟁 약화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들이 발표되었고, 일부 경제학자들은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패시브 펀드 운용사는 개별 기업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으며, 의결권 행사 역시 ESG나 이사회 구성 등 지배구조 이슈에 집중될 뿐 가격 정책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법무부(DOJ)와 FTC도 이 문제를 주시하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규제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학문적으로도 논쟁이 정리되지 않은 영역이지만, 자본의 집중이 경쟁 지형에 미치는 영향은 앞으로도 시장 감독 당국의 주요 관심사가 될 것이다.


6. 인프라로 확장하는 자본 — GIP 인수와 한국

블랙록은 주식·채권을 넘어 실물 인프라 영역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2024년 글로벌 인프라파트너스(GIP, Global Infrastructure Partners)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GIP는 공항, 항만, 전력망, 에너지 파이프라인 같은 핵심 인프라에 투자하는 전문 펀드로, 이 인수로 블랙록의 인프라 운용 능력이 대폭 강화되었다.

이 맥락에서 2025년의 한국 사례가 의미를 갖는다.

2025년 9월 22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은 방미 첫 일정으로 래리 핑크 회장을 접견했다. 이 자리에서 GIP의 아데바요 오군레시(Adebayo Ogunlesi) 회장과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도 함께했다. 이 면담을 계기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블랙록 간 AI·재생에너지 인프라 협력 MOU가 체결되었다. 래리 핑크는 "한국이 아시아·태평양의 AI 수도(AI Capital in Asia)가 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인 2025년 10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재생에너지의 날' 행사에서 블랙록 자회사 뷔나(VENA)그룹이 한국 정부에 20조 원 규모의 투자의향서(LOI)를 공식 제출했다. 뷔나그룹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아시아태평양 최대 민간 발전사업자(IPP)로, 한국을 포함한 9개국에서 3.2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자산을 운용 중이다. 이번 투자의향서의 핵심 대상은 전라남도 해남 솔라시도의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인프라다.

참고 — 투자의향서(LOI)의 의미 투자의향서(Letter of Intent)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투자 확정이 아니라, 투자 의사를 공식 표명하는 초기 단계다. 부지 선정, 환경 영향 평가, 계통 연계 협의, 관련 인허가 취득 등 후속 절차가 모두 완료되어야 실제 투자 집행으로 이어진다. '20조 원 투자 결정'이 아니라 '20조 원 규모의 투자를 검토하겠다는 의사 표명'으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7. 개인 투자자를 위한 시사점

블랙록을 공부하면서 몇 가지 개인적인 생각이 정리되었다.

① 물길을 읽는 능력이 먼저다

블랙록처럼 수십조 달러를 운용하는 기관이 어떤 섹터에 자금을 집중시키는지는 개인 투자자가 모니터링해야 할 가장 중요한 신호 중 하나다. iShares ETF로 유입되는 자금의 방향, 주요 인프라 자산 인수 동향, 연간 '래리 핑크의 CEO 서한'에 담긴 투자 철학 변화 — 이것들은 무료로 공개되는 정보이면서도 시장의 방향성을 읽는 좋은 나침반이 된다.

② 패시브 투자의 명암

블랙록의 비즈니스 모델 중심에는 패시브 투자(Passive Investment), 즉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와 ETF가 있다. 패시브 투자는 투자 비용을 낮추고 분산 효과를 가져다주는 장점이 있다. 반면, 패시브 자금이 시장을 지배하게 되면 기업의 실제 가치보다 지수 편입 여부가 주가를 더 크게 좌우하게 되고, 위기 시 자금이 일시에 한 방향으로 쏠리는 동조화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이는 개인 투자자도 인식해야 할 시장 구조의 변화다.

③ 인프라 투자는 새로운 지정학이다

블랙록이 전력망, 데이터센터, 재생에너지 인프라에 집중 투자하는 것은 단순한 수익 추구가 아니다. 이들은 한 번 구축되면 교체하기 어려운 필수 인프라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하는 동시에, 산업 생태계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를 점유하게 된다. 한국의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에 대한 블랙록의 관심도 이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자본이 단순히 수익을 위해 들어오는 것인지, 아니면 인프라 지배를 통한 장기 포지셔닝을 노리는 것인지를 구분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④ 국부펀드와 공동투자 모델에 대하여

쿠웨이트 투자청과 싱가포르 테마섹이 블랙록의 주요 주주로 자리하듯, 국가 자본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은 이미 현실이다. 최근 한미 양국 간 공동투자 플랫폼 설립 논의도 이런 시각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국부펀드형 모델(국가가 전략 목표를 위해 자본을 직접 집행)과 블랙록형 모델(고객 자금을 위탁받아 시장 전반에 배분)은 목표와 작동 원리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국부펀드형은 국가 선수단이고, 블랙록형은 경기장과 중계망을 운영하는 민간 플랫폼에 가깝다. 두 모델 중 어느 것이 '더 좋다'기보다, 목표에 따라 필요한 모델이 다르다.


나가며 — 거대 자본을 아는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독해 능력이다

블랙록을 공부하면서 느낀 것은, 거대 자본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일이 결코 두려움이나 무력감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시장의 구조와 자금 흐름을 읽는 독해 능력을 키우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래리 핑크가 1986년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이 블랙록이라는 회사 전체의 철학이 되었듯, 개인 투자자도 자신이 참여하는 시장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서 장기 생존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수익을 좇기 전에 위험이 어디서 오는지를 먼저 아는 것 — 그것이 결국 블랙록이 수십 년에 걸쳐 증명한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원칙이다.

물길이 어디로 흐르는지를 아는 자가 노를 더 효율적으로 저을 수 있다. 블랙록은 그 물길을 만드는 곳 중 하나이기도 하고, 동시에 그 흐름을 읽는 도구를 가진 곳이기도 하다. 그것을 이해하는 일 자체가, 개인 투자자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공부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주요 참고 자료]
BlackRock Full Year 2024 Earnings Release (2025.1.15) | BlackRock Annual Report 2025 | 주미국 대한민국 대사관 보도자료 (2025.9.23) | 연합뉴스·머니투데이·전남일보 (2025.9~10) | Fortune, "BlackRock is profiting by fixing toxic assets" (2008.10) | Britannica Money, "Larry Fink" | en.wikipedia.org/wiki/BlackRock

© 2026 Personal Investment Essay. All rights reserved.
본 글은 개인적인 학습 목적으로 작성된 에세이이며, 특정 종목이나 자산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Friday, July 31, 2026

특허권자를 위한 명세서·청구범위 작성 전략: Do & Don't 통합 가이드

특허권자를 위한 명세서·청구범위 작성 전략: Do & Don't 통합 가이드 (개정판)

특허권자를 위한 명세서·청구범위 작성 전략: Do & Don't 통합 가이드 (개정판)

특허 명세서와 청구범위 작성 전략을 상징하는 대표 이미지

특허권자가 명세서와 청구범위를 작성할 때 진짜로 마주하는 문제는 세 가지 목표가 서로를 잡아당긴다는 데 있습니다. 청구항을 넓게 써야 권리범위가 커지지만, 넓을수록 심사 단계의 신규성·진보성 거절과 등록 후 기재요건 공격에 취약해집니다. 반대로 좁게 한정하면 등록은 쉬워지지만 침해자가 쉽게 회피할 수 있는 종이호랑이가 됩니다. 이 긴장관계를 관리하려면 먼저 명세서 기재요건 자체를 정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흔히 "기재불비"라는 한 단어로 뭉뚱그리지만, 한국 특허법과 미국 특허법은 이를 서로 다른 세 가지 요건으로 나누어 심사·판단합니다: ① 실시가능요건(Enablement), ② 청구범위 뒷받침요건(Written Description Support), ③ 청구항 명확성요건(Definiteness)이 그것입니다. 이 세 요건을 구분하지 못하면 판례를 잘못 인용하게 되고, 명세서 작성 전략도 엉뚱한 곳을 겨냥하게 됩니다.

0. 명세서 기재요건 3분류: 실시가능·뒷받침·명확성

많은 실무자가 "명세서를 충실히 써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막연히 하나의 요건으로 이해하지만, 아래 세 가지는 조문도 다르고 판단 기준도 다릅니다. 셋을 구분하지 못하면 거절이유 대응 전략이 엉뚱해질 수 있습니다.

① 실시가능요건(Enablement) — 특허법 제42조 제3항 제1호 / 35 U.S.C. §112(a) enablement

발명의 설명이 통상의 기술자가 과도한 실험 없이 발명을 정확히 이해하고 재현할 수 있는 정도로 적혀 있는지를 묻습니다. "청구항을 넓게 쓸수록, 그만큼 넓게 실시가능하게 하라"는 원칙이 핵심입니다.

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3후2072 판결은 "명세서 기재의 정도는 통상의 기술자가 출원 시의 기술 수준으로 보아 과도한 실험이나 특수한 지식을 부가하지 않고서도 명세서의 기재에 의하여 당해 발명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고 동시에 재현할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는 기준을 정식화했고, 이 기준은 대법원 2024. 10. 8. 선고 2021후10886 판결대법원 2026. 1. 15. 선고 2024후10658 판결(발사르탄·사쿠비트릴 초분자 복합체 사건 — 실시례가 청구항이 포섭하는 다양한 고체 형태 전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실시가능요건 위반이 인정되어 상고기각)에서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Amgen Inc. v. Sanofi, 598 U.S. 594 (2023): 연방대법원은 "더 많이 청구할수록 더 많이 실시가능하게(enable) 해야 한다"고 판시하며, PCSK9 항체를 결합·차단 기능만으로 포괄 청구하면서 대표 서열은 26개만 개시한 사안에서 §112(a) 실시가능요건 위반으로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은 청구범위 뒷받침요건(Written Description)이 아니라 실시가능요건만을 다룬 판례입니다.

② 청구범위 뒷받침요건(Written Description Support) — 특허법 제42조 제4항 제1호 / 35 U.S.C. §112(a) written description

발명의 설명에 기재되지 않은 사항을 청구항에 적어 등록받으면, 공개하지 않은 발명에 특허권을 부여하는 부당한 결과가 되므로 이를 막기 위한 요건입니다. 실시가능요건과 조문 위치(제42조 4항 vs 3항)부터 다르고, 판단 방식도 "통상의 기술자가 청구범위에 대응하는 사항이 발명의 설명에 실제로 기재되어 있는지"를 봅니다.

대법원 2004. 10. 14. 선고 2002후2839 판결은 "특허청구범위가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 의하여 뒷받침되고 있는지 여부"의 판단 방법을 제시한 대표 판례이며, 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4후776 판결대법원 2006. 5. 11. 선고 2004후1120 판결이 "출원 시의 기술상식에 비추어 발명의 설명에 개시된 내용을 청구범위 기재 발명의 범위까지 확장·일반화할 수 없는 경우에는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기준을 구체화했습니다. 2021후10886 판결도 같은 취지를 재확인했습니다.

미국법에서는 같은 §112(a) 조문 안에 있지만 Enablement와는 별개의 요건으로 취급됩니다.

Ariad Pharmaceuticals, Inc. v. Eli Lilly & Co., 598 F.3d 1336 (Fed. Cir. 2010, en banc): 연방순회항소법원은 Written Description이 Enablement와 별도의 독립적 요건임을 재확인하며, 명세서가 청구된 발명을 "실제로 소지(possession)"하고 있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가상 예시명세서에는 "특정 촉매 X를 사용해 반응온도 80~90℃에서 수율 92%를 얻은 실시례" 하나만 기재해 놓고, 청구항은 "임의의 촉매를 사용해 화합물 A와 B를 반응시켜 화합물 C를 제조하는 방법"으로 촉매 종류를 한정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청구하는 경우 — 명세서가 그 넓은 범위의 촉매 전부를 "소지"하고 있었다고 볼 근거가 없으므로 뒷받침요건 위반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③ 청구항 명확성요건(Definiteness) — 특허법 제42조 제4항 제2호 / 35 U.S.C. §112(b)

청구항 자체의 문언이 통상의 기술자에게 발명의 범위를 명확하게 인식시키는지를 묻는 요건입니다. 실시가능·뒷받침요건이 "명세서가 청구항을 얼마나 잘 지지하는가"를 보는 반면, 명확성요건은 "청구항 문언 자체가 경계를 분명히 긋고 있는가"를 봅니다.

2003후2072 판결은 명확성요건에 대해서도 함께 판단하여, "청구항에는 명확한 기재만이 허용되고, 발명의 구성을 불명료하게 표현하는 용어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기준을 제시했고, 이는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2후1613 판결대법원 2022. 1. 27. 선고 2019다277751 판결로 이어졌습니다. 즉 2003후2072 판결은 실시가능요건과 명확성요건 두 쟁점을 모두 다룬 판결이어서, 두 법리 모두의 근거로 인용될 수 있습니다.

Nautilus, Inc. v. Biosig Instruments, Inc., 572 U.S. 898 (2014): 청구항 용어가 통상의 기술자에게 "합리적 확실성(Reasonable certainty)"을 주지 못하면 불명확성으로 무효라고 판시했습니다.

아래 I~III장에서는 이 세 요건을 각 상황에 맞게 적용하면서, 명세서상 권리포기·공중헌납·출원경과 금반언 같은 별도 법리도 함께 다룹니다.

I. 명세서(발명의 설명) 작성 — Do & Don't

1. [DO] 실시가능요건 확보를 위해 다각화된 대안 실시예와 개방형 표현을 명시한다

넓은 청구항을 유지하려면 그 전체 범위를 실시가능하게 하는 대표 실시예를 다각적으로 개시해야 합니다(위 ① 실시가능요건).

가상 예시"본 발명의 무선 통신부는 Wi-Fi 모듈일 수 있으나, 이에 한정되지 않고 Bluetooth, Zigbee, LTE, 5G 등 다양한 근거리·광역 무선 통신 수단 중 하나 이상이 채택될 수 있으며, 각 통신 수단에 대응하는 프로토콜 스택과 전력 관리 방식을 각각 기재한다"와 같이 복수의 대안을 개별 작동원리와 함께 명시적으로 열어둡니다.

2. [DO] 청구범위 뒷받침요건 확보를 위해 명세서가 청구항의 전체 범위를 실제로 지지하도록 기재한다

실시가능요건과는 별개로, 청구항에 쓴 문언이 명세서에 개시된 내용을 벗어나 확장·일반화된 것은 아닌지 별도로 점검해야 합니다(위 ② 뒷받침요건). 청구항 문언을 넓게 쓰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그 넓은 문언에 대응하는 기술적 사상이 명세서 어디에도 나타나 있지 않다면 뒷받침요건 위반이 됩니다.

가상 예시청구항에 "탄성 재질의 고정 부재"라고 쓰려면, 명세서에 고무·실리콘·스프링강 등 복수의 탄성 재질 실시례와 그 공통된 탄성계수 범위(예: 1~50 MPa)를 함께 제시해야 "탄성 재질"이라는 상위개념 전체가 뒷받침됩니다. 실리콘 실시례 하나만 적어두고 "탄성 재질" 전체를 청구하면 뒷받침요건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3. [DO] 정도 표현(Terms of Degree)에는 객관적 측정 기준을 함께 제시한다

substantially, about, near와 같이 경계가 불분명한 표현을 쓸 경우, 명세서에 정량적 허용 오차나 측정 조건을 반드시 제시해야 명확성요건(위 ③)을 충족합니다.

가상 예시"substantially parallel(실질적으로 평행)이라 함은 두 기판 사이의 교차 각도가 0도 내지 ±2도 이내인 상태를 의미하며, 레이저 변위 센서 A 모델로 측정된다"처럼 수치와 측정 방법을 함께 명시합니다.

4. [DON'T] "본 발명은 반드시 X이다"식 단정적 기재와 종래기술 비판

명세서 본문에서 특정 구성을 발명의 필수 요소로 단정하거나 대안 기술을 "불가능·열등하다"고 배척하면, 청구항 문언에 그 한정이 없더라도 법원은 명세서에 의한 권리포기(Specification Disclaimer)로 보아 권리범위를 강제로 축소합니다.

SciMed Life Systems v. Advanced Cardiovascular Systems, 242 F.3d 1337 (Fed. Cir. 2001): 명세서가 동심원(Coaxial) 구조만 "본 발명"의 필수 구성으로 반복 강조하고 병렬(Dual) 구조를 열등하다고 비판한 사안에서, 청구항에 동심원 한정이 없어도 권리범위를 동심원 구조로 제한했습니다.

C.R. Bard, Inc. v. U.S. Surgical Corp., 388 F.3d 858 (Fed. Cir. 2004): 명세서 본문 두 곳에서 임플란트 표면을 "pleated(주름진)"로 반복 정의하고, 나아가 출원경과에서도 선행기술을 회피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pleats를 근거로 주장한 사안이 결합되어, 청구항 문언에 "pleated" 한정이 없었음에도 권리범위가 주름 구조로 제한되었습니다. 즉 이 판례는 명세서상 정의와 출원경과 금반언이 함께 작동한 사례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가상 예시(금지)"종래의 나사(screw) 체결 방식은 진동에 취약해 사용이 불가능하며, 본 발명은 반드시 자성체(magnet) 잠금 구조를 필수 요소로 사용한다." → 청구항에 넓은 용어 "체결 부재(fastening member)"를 써도 소송에서 자성체 구조로 축소 해석됩니다.

실무 조치: 단정적 표현은 "In one embodiment, the apparatus may include..."와 같은 개방형 수식어로, "must / only / essential / required / always"는 "exemplary / optionally / preferably / alternatively"로 전면 교체합니다.

5. [DON'T] 명세서에 대안을 개시하고도 청구항에 반영하지 않고 방치

상세한 설명에는 대안 기술 B를 구체적으로 개시하면서 청구항에는 A만 청구하고 등록받으면, B는 공중에게 헌납(Dedicated to the public)된 것으로 간주되어 소송에서 균등론(DOE)으로도 회복할 수 없습니다(Public Dedication Doctrine).

Johnson & Johnston Associates v. R.E. Service Co., 285 F.3d 1046 (Fed. Cir. 2002, en banc): 명세서에 알루미늄·강철 기판이 모두 언급되었으나 청구항에는 알루미늄만 기재된 경우, 강철 기판 실시 제품에 대한 균등침해 주장을 전원합의체로 배척했습니다.

가상 예시(금지)명세서에 "방열판 소재로 알루미늄 또는 구리를 쓸 수 있다"고 써놓고 독립항·종속항 모두 "알루미늄 방열판"으로만 한정해 등록받는 행위 — 구리 소재가 통째로 공중헌납됩니다. 최소한 종속항 하나는 "구리 방열판"으로 남겨두어야 합니다.

6. [DON'T] 사후 축소해석을 유도하는 모호한 언어적 연결고리(Hook) 방치

독립항에 명세서의 구체적 제어 파라미터를 강제로 끌어당길 위험이 있는 모호한 단어를 방치하면, 심사·소송 단계에서 특정 실시예의 조건이 청구항에 그대로 수입됩니다.

Renishaw PLC v. Marposs Societa' per Azioni, 158 F.3d 1243 (Fed. Cir. 1998): 청구항의 접속사·전치사(예: "when")가 모호할 경우 명세서의 특정 실시예 조건이 청구항 해석에 끌려 들어올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으로, 이 판결은 또한 "특허권자의 사전적 정의(lexicography)는 합리적 명확성·의도성·정밀성을 갖추어 기재되어야 청구항 해석에 영향을 미친다"는 기준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실무 조치: 시간적·물리적 결합 관계를 나타내는 전치사·접속사는 명세서의 특정 지연 속도나 즉시성 기재에 귀속되지 않도록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용어로 획정합니다.

II. 특허청구범위(청구항) 작성 — Do & Don't

1. [DO] 소프트웨어·AI·기능적 표현에는 명세서상 알고리즘·순서도를 반드시 연결한다

청구항에 기능적 표현을 쓰면 미국법상 §112(f)가 발동되어 권리범위가 "명세서에 개시된 구체적 대응 구조(알고리즘/순서도) 및 그 균등물"로 대폭 축소됩니다. 대응 구조가 없으면 불명확성(위 ③ 명확성요건)으로 원천 무효화됩니다.

Aristocrat Technologies v. International Game Technology, 521 F.3d 1328 (Fed. Cir. 2008): 범용 프로세서와 결합된 기능식 청구항에서 명세서에 구체적 알고리즘(순서도, 수식, 순차적 단계)을 개시하지 않은 경우 §112(b) 불명확성으로 무효라고 판시했습니다.

가상 예시청구항에 "~하도록 구성된 프로세서"를 기재할 경우, 명세서에 해당 처리 단계(Step 1: 센서 데이터 수신 → Step 2: 임계값 비교 → Step 3: 경보 신호 생성)와 의사코드(Pseudocode), 블록도를 상세히 기재합니다.

2. [DO] 다단계 방어선을 위한 계층적 청구항 세트(Claim Set)를 구축한다

독립항은 가능한 넓게 쓰되, 선행기술에 의한 무효 위험에 대비해 기술적 특징을 단계적으로 한정한 종속항 세트를 촘촘히 쌓습니다.

Phillips v. AWH Corp., 415 F.3d 1303 (Fed. Cir. 2005, en banc): 종속항에 특정 한정(예: 특정 각도의 배플)이 추가되어 있다면, 독립항의 상위 용어는 원칙적으로 그 한정을 포함하지 않는 더 넓은 의미로 추정된다고 재확인했습니다.

가상 예시청구항 1(독립항) "금속 판재 및 상기 판재에 결합된 고정 부재를 포함하는 장치" → 청구항 2(종속항) "고정 부재는 나사(screw)인 장치" → 청구항 3(재종속항) "나사는 티타늄 재질인 장치".

더 나아가 병렬적 독립항군(Parallel Independent Claims)을 다양한 수치 경계·구조적 결합 관계로 미리 설계해 두면, 하나의 독립항이 보정되어도 다른 독립항이 Festo/Honeywell 포기 추정의 영향권 밖에 남는 fallback position이 됩니다(Honeywell Int'l Inc. v. Hamilton Sundstrand Corp., 370 F.3d 1131, Fed. Cir. 2004, en banc — 종속항을 독립항으로 승격하고 원 독립항을 취소하는 보정도 균등론 포기 추정을 발생시킨다는 취지).

3. [DO] 독립항과 종속항의 차이를 쟁점 한정사항 하나에 집중시켜 청구항 분화 추정을 강화한다

독립항의 특정 용어와 종속항의 추가 한정이 정확히 하나의 쟁점 한정사항에만 대응하는 구조는, 오히려 청구항 분화 원칙(Doctrine of Claim Differentiation) 추정을 가장 강하게 만드는 유리한 설계입니다. 종속항이 "잉여(Superfluous)"가 되지 않도록 독립항을 좁게 읽어서는 안 된다는 압력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SunRace Roots Enterprise Co. v. SRAM Corp., 336 F.3d 1298 (Fed. Cir. 2003): "청구항 분화 원칙에 따른 추정은, 다투어지는 한정사항이 독립항과 종속항 사이의 유일하고 실질적인 차이일 때 특히 강하게 작동한다(especially strong when the limitation in dispute is the only meaningful difference between an independent and dependent claim)"고 판시했습니다.

가상 예시독립항이 "고정 부재를 포함하는 장치"이고 종속항이 "고정 부재는 나사인 장치"라면, 그 유일한 차이(나사 여부)가 명확하기 때문에 법원은 독립항의 "고정 부재"를 나사에 한정되지 않는 넓은 의미로 해석할 강한 유인을 갖습니다. 이런 구조를 여러 종속항에 걸쳐 반복 설계하면, 독립항이 소송에서 부당하게 좁게 해석될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4. [DON'T] 구조적 의미가 없는 모호한 명사(Nonce Word)에 기능만 결합한 단순 기능식 청구항

"means for"를 쓰지 않아도 module, unit, mechanism, device, element, logic처럼 구조적 의미가 결여된 명사에 기능 표현만 결합하면 §112(f)가 적용(추정 번복)되어 권리범위가 명세서상 실시예로 엄격히 좁아집니다.

Williamson v. Citrix Online, LLC, 792 F.3d 1339 (Fed. Cir. 2015, en banc): "distributed learning control module"에서 'module'은 구조를 나타내지 않는 Nonce Word이므로 'means'가 없어도 §112(f)가 강제 적용된다고 판시하며 종래의 강력한 비적용 추정을 폐기했습니다.

가상 예시(금지 → 회피)"생체 신호를 수신하여 위험도를 계산하는 분석 유닛(analysis unit)" → "메모리; 및 상기 메모리와 연결되고 [A 단계 → B 단계]를 실행하도록 프로그래밍된 프로세서(processor)"처럼 통상의 기술자가 구조로 인식할 수 있는 하드웨어 결합 관계를 직접 기재합니다.

5. [DON'T] 청구범위 뒷받침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청구항만 지나치게 넓게 쓰는 행위

문언을 아무리 넓게 써도 명세서가 그 범위를 기술적으로 지배·설명하지 못하면 법원은 넓은 해석을 배척하거나(Converse Reasoning) 뒷받침요건(위 ②) 위반으로 무효화합니다.

McCarty v. Lehigh Valley Railroad Co., 160 U.S. 110 (1895) 및 Cisco Systems, Inc. v. Cirrex Systems, LLC, 856 F.3d 997 (Fed. Cir. 2017): 법원은 광범위한 청구항을 구제하기 위해 명세서의 좁은 제한을 임의로 읽어 넣는(Importing limitations) 재작성을 엄격히 금지하므로, 뒷받침 없는 넓은 청구항은 구제받지 못하고 무효가 됩니다.

대법원 2004. 10. 14. 선고 2002후2839 판결도 같은 취지로, 청구범위가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 의하여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 판단을 수긍했습니다.

가상 예시(금지)명세서에는 "폐 CT 영상에서 딥러닝 CNN으로 암을 진단하는 방법" 1개만 기술해 두고, 청구항은 "모든 의료 영상에서 모든 질병을 진단하는 인공지능 모델"로 포괄 청구하는 경우입니다.

III. 심사경과(Prosecution) 단계 — Do & Don't

1. [DO] 거절이유 대응 시 대비 차이점만 개별적으로, 절제된 표현으로 기재한다

심사관에게 진보성을 주장할 때는 "선행기술 A에는 본 발명의 B 구성요소가 없다"처럼 개별 차이점만 명시합니다. 진보성 주장은 오직 청구항에 기재된 조합이 달성하는 고유한 기술적 상승효과에만 집중해야 이후 소송에서 균등론 범위를 최대한 보존할 수 있습니다.

2. [DON'T] 과도한 선행기술 비하 및 포괄적 권리배제 진술

의견서·보정서에서 "본 발명은 X 기술을 완전히 제외하며 오직 Y 방식만을 의미한다"처럼 명확하고 틀림없는 포기 진술(Clear and unmistakable disavowal)을 남기면, 소송 단계에서 그 영역 전체가 균등론으로도 회복되지 않는 출원경과 금반언(Prosecution History Estoppel)이 성립합니다.

Festo Corp. v. Shoketsu Kinzoku Kogyo Co., 535 U.S. 722 (2002) 및 Warner-Jenkinson Co. v. Hilton Davis Chemical Co., 520 U.S. 17 (1997): 특허성 확보를 위해 청구범위를 축소 보정하거나 명확한 포기 주장을 하면, 감축된 범위 사이의 영역 전체를 포기한 것으로 강력히 추정(Festo Presumption)합니다.

한국 대법원도 같은 취지의 판례 계보를 축적해 왔습니다. 대법원 2002. 9. 6. 선고 2001후171 판결이 "의식적 제외"를 균등침해 배제 요건으로 처음 제시했고, 대법원 2006. 6. 30. 선고 2004다51771 판결이 "대상제품이 특허발명의 출원·등록과정 등에서 특허청구범위로부터 의식적으로 제외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 이를 다시 침해라고 주장하는 것은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되지 않는다"는 법리를 재확인하면서, 의식적 제외 여부는 명세서뿐 아니라 심사관의 견해, 보정서·의견서에 나타난 출원인의 의도까지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기준은 대법원 2017. 4. 26. 선고 2014후638 판결대법원 2023. 2. 2. 선고 2022후10210 판결로 이어지며 정교화되었습니다.

가상 예시(금지)"본 발명은 A 계열의 모든 기술을 사용할 수 없다"처럼 감정적·포괄적으로 진술하는 대신, "선행기술 A에는 상기 B 구성요소에 대응하는 구성이 없다"처럼 대비 차이점만 특정하여 대응합니다.

3. [DON'T] 독립항 취소·종속항 승격 보정을 Festo/Honeywell 추정 인지 없이 단행

넓은 독립항이 거절되어 종속항을 독립항으로 승격하는 보정을 하면 Honeywell 법리에 따라 균등론 포기 추정이 작동합니다. 이를 대비해 출원 시점부터 병렬적 독립항군을 설계해 두면, 하나의 독립항이 보정되더라도 다른 독립항이 포기 추정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fallback position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IV. 신규성·진보성 다툼에서 유리한 포지션을 만드는 통합 전략

위 개별 규칙들을 관통하는 핵심은 세 가지 기재요건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Full Scope Disclosure입니다. 넓은 기능적 청구항(Genus Claim)을 유지하려면 명세서에 ① 도메인별 대표 실시예(Representative Species)의 다각적 나열로 실시가능요건을, ② 그 대표 실시예들이 공유하는 구조적 모티프(Structural Motif)나 수학적 상관관계·설계 알고리즘의 명시로 뒷받침요건을, ③ 정도 표현에 대한 객관적 측정 기준의 제시로 명확성요건을 각각 만족시켜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Amgen v. Sanofi 유형의 실시가능성 공격과, 2002후2839 유형의 뒷받침요건 공격, Nautilus 유형의 명확성 공격을 동시에 방어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계층적 청구항 세트와 병렬적 독립항군을 결합하면, 심사 단계의 신규성·진보성 거절에 대응하는 보정이 등록 후 균등론 범위를 갉아먹지 않도록 구조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습니다.

V. 핵심 법리·판례 요약표

구분쟁점주요 판례(한국)주요 판례(미국)실무 가이드
명세서① 실시가능요건대법원 2003후2072; 2021후10886; 2024후10658Amgen v. Sanofi (2023)[DO] 대표 실시예 다각적 개시로 전체 범위 실시가능성 확보
명세서② 청구범위 뒷받침요건대법원 2002후2839; 2004후776; 2004후1120Ariad v. Eli Lilly (2010, en banc)[DON'T] 소수 실시예만으로 무제한 상위개념 청구 금지
명세서③ 청구항 명확성요건대법원 2003후2072; 2012후1613; 2019다277751Nautilus v. Biosig (2014)[DO] 정도 표현에 객관적 오차범위·측정기준 명시
명세서명세서상 권리포기(Disclaimer)SciMed Life Systems (2001); C.R. Bard (2004)[DON'T] 단정적 필수 기재·경쟁기술 비판 금지
명세서공중헌납 법리Johnson & Johnston (2002, en banc)[DO] 개시한 대안은 종속항으로라도 청구
청구항기능식·Nonce WordWilliamson v. Citrix (2015, en banc); Aristocrat (2008)[DON'T] 구조 없는 명사+기능 결합 금지, 알고리즘 개시 필수
청구항청구항 분화(Claim Differentiation)Phillips v. AWH (2005, en banc); SunRace Roots (2003)[DO] 독립항·종속항 차이를 쟁점 한정사항 하나에 집중
청구항출원경과 금반언(PHE)대법원 2001후171; 2004다51771; 2014후638; 2022후10210Festo (2002); Warner-Jenkinson (1997); Honeywell (2004, en banc)[DON'T] 필요 이상의 포괄적 권리배제 진술 금지

맺음말

명세서 기재요건을 실시가능·뒷받침·명확성 세 갈래로 구분하면, 어떤 거절이유에는 실시례 보강이 필요하고 어떤 거절이유에는 구조적 공통점 서술이 필요한지가 분명해집니다. 여기에 청구항 분화 원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계층적 청구항 세트, 그리고 심사경과에서의 절제된 진술을 결합하면, 신규성·진보성 다툼에서 특허권을 지켜내는 가장 확실한 방어선을 세울 수 있습니다.

※ 본 글은 특허·IP 실무자를 위한 일반적인 법리 정리이며 특정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인용된 판례의 최종 확인은 국가법령정보센터, 종합법률정보, CAFC/USPTO 공식 자료를 통해 별도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2026 All rights reserved.

Thursday, July 30, 2026

특허 심사의 입증책임 전쟁: 미국 Prima Facie 법리 vs 한국 합리적 의심 기준

특허 심사의 입증책임 전쟁: 미국 Prima Facie 법리 vs 한국 합리적 의심 기준

특허 심사의 입증책임 전쟁: 미국 Prima Facie 법리 vs 한국 합리적 의심 기준

미국 특허청(USPTO)과 한국 특허청(KIPO)의 특허 심사 입증책임 구조를 상징하는 이미지

특허 심사에서 가장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는 지점은 어디일까. 기술 자체의 우열이 아니라, 누가 먼저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가라는 절차적 문제에서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 특허청(USPTO)의 Prima Facie 법리와 한국 특허청(KIPO)의 '합리적 의심(Reasonable Doubt)' 기준은 바로 이 생산부담(Burden of Production) 배분 문제의 핵심에 자리한다.

이 글은 신규성(Novelty)과 진보성(Inventive Step) 심사에서 미국과 한국이 각각 어떤 법리로 입증책임을 운용하는지를 가상 사례와 함께 해설한다. 나아가 양국 제도의 차이, 최근 발전 동향, 실무적 시사점, 그리고 입법적 제언까지 체계적으로 살펴본다.

핵심 용어 — 입증책임의 4분법
① 증명책임 (Burden of Proof)
소송 또는 심사 전체에서 어느 당사자가 궁극적으로 사실 인정을 책임지는가를 결정하는 포괄적 개념.
② 설득책임 (Burden of Persuasion)
사실인정자(심사관·심판관·법관)를 충분히 납득시킬 책임. 특허청은 특허 불가성(Unpatentability)에 대해 최종 설득책임을 진다.
③ 생산부담 (Burden of Production)
절차 각 단계에서 선제적으로 증거를 제출·제시해야 할 부담. Prima facie 법리는 이 생산부담을 심사관↔출원인 간에 동태적으로 배분하는 절차적 도구다.
④ 대응부담 (Burden of Rebuttal)
상대방이 prima facie case를 적법하게 성립시킨 후, 그에 반박하는 증거나 논거를 제출할 부담. 출원인이 Rule 132 선서서를 제출하는 것이 대표적 대응 형태다.

Ⅰ. 미국: Prima Facie 법리의 구조와 작동

1. Prima Facie란 무엇인가

Prima facie(일응의)란 라틴어로 '첫눈에 보기에(at first sight)'를 의미한다. 특허 심사 맥락에서 prima facie case of unpatentability(일응의 특허 등록요건 불만족 사건)란, 심사관이 선행기술을 근거로 출원 발명이 특허를 받을 수 없음을 일응 보여주는 논리적·증거적 구성체를 말한다. 이는 특허성 유무를 최종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심사관과 출원인 사이에서 생산부담(Burden of Production)을 동태적으로 주고받게 하는 절차적 도구(Procedural Tool)다.

흐름은 단순하다. ① 심사관이 prima facie case를 수립하면 → ② 생산부담이 출원인에게 전환되고 → ③ 출원인이 반박하면 → ④ 심사관이 모든 증거를 우월한 증거의 비중(Preponderance of Evidence)으로 재평가한다. 이때 증거의 우위가 완전히 팽팽한 대등 상태(Equipoise)에 이르면, 최종 설득책임(Burden of Persuasion)을 가진 특허청이 입증에 실패한 것이므로 출원인이 특허를 받는다.

2. 신규성 거절(35 U.S.C. § 102): 단일 문헌의 완벽한 개시

신규성 거절을 위해 심사관은 단 하나의 선행기술 문헌이 청구항의 모든 구성요소(Each and Every Limitation)를 명시적(Express) 또는 내재적(Inherent)으로 개시함을 입증해야 한다. 복수 문헌의 결합은 신규성 거절에서 허용되지 않는다.

특히 내재성(Inherency) 적용 시 단순한 개연성(Probability)이나 가능성(Possibility)으로는 부족하며, 선행기술을 재현할 때 해당 특성이 필연적으로 발생(Inevitably/Necessarily Occur)해야 한다.

가상 사례 A — 내재성 거절과 출원인 대응

한국 스타트업 A사는 특수 세라믹 코팅 기술을 미국에 출원했다. 코팅 표면의 '수접촉각 150° 이상'이라는 수치 한정이 핵심이었다. 심사관은 10년 전 공개된 단일 논문을 인용하며 "아마도 그 범위를 충족할 것(probably satisfied)"이라고 거절했다.

그러나 In re Rijckaert 판례에 따르면, 이런 추측성 거절은 적법한 prima facie case가 아니다. A사 대리인은 의견서에서 ① 심사관이 단일 문헌의 어떤 기재가 청구항의 수치 한정을 필연적으로(inevitably) 개시하는지 구체적으로 지적하지 못했고, ② 단순한 가능성(probability)을 내재성 근거로 삼았음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심사관이 prima facie case를 적법하게 성립시키지 못했으므로, A사는 추가적인 실험 데이터 없이 거절이유를 무력화할 수 있었다.

3. 진보성 거절(35 U.S.C. § 103): 두 가지 필수 관문

자명성 거절을 구성할 때 심사관은 연방대법원 Graham v. John Deere Co.(383 U.S. 1, 1966) 판결이 요구하는 세 가지 사실인정(Graham Three-Part Factual Inquiry)을 먼저 확립해야 한다: ① 선행기술의 범위·내용, ② 청구항 발명과의 차이점, ③ 당해 분야 통상의 기술자(PHOSITA)의 기술 수준. 여기에 더해 복수 문헌 결합 시에는 반드시 두 가지 필수 요건(Dual-Prong)을 충족해야 한다.

  • 결합의 동기(Motivation to Combine, TSM): 발명 당시 선행기술들을 청구항처럼 결합하도록 가르치거나 암시하는 구체적 이유가 존재했어야 한다. KSR International Co. v. Teleflex Inc.(550 U.S. 398, 2007) 판결 이후 TSM은 유일한 기준이 아닌 7대 Rationale 중 하나로 유연화되었으나, 심사관의 명확한 추론(Explicit Reasoning) 의무는 오히려 강화되었다.
  • 합리적인 성공 기대(Reasonable Expectation of Success, RES): '시도해볼 만하다(Obvious to Try)'는 막연한 낙관을 넘어, 결합 시도가 실제로 성공할 것이라는 과학적으로 신뢰할 만한 기대가 선행기술에 기반해야 한다. RES는 복수 문헌 결합 또는 기존 기술의 변형을 주장하는 자명성 거절에서 특히 요구된다.

4. Prima Facie 실패 시의 법적 효과

심사관이 단정적 진술(Conclusory Statement), 사후고찰(Hindsight Bias), 청구항 구성요소 누락, 근거 없는 상식 원용 등으로 prima facie case를 제대로 구성하지 못하면, 출원인은 대응부담(Burden of Rebuttal)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 상태에서의 거절결정은 PTAB(미국 특허심판위원회, Patent Trial and Appeal Board)이나 CAFC(연방순회항소법원, Court of Appeals for the Federal Circuit) 단계에서 위법 행정처분으로 번복된다.

가상 사례 B — 사후고찰 심사관과 출원인의 역전

B사는 AI 기반 제조 공정 제어 시스템을 출원했다. 심사관은 선행 논문 X와 특허 Y를 결합하면 "당업자에게 당연히 자명하다"고 거절했다. 그러나 거절이유서를 자세히 읽어보니, 심사관은 B사의 명세서를 먼저 읽은 뒤 거기서 핵심 아이디어를 역추적하여 X와 Y를 짜깁기한 것이 명백했다.

B사 대리인은 의견서에서 ① X와 Y가 서로 다른 기술분야에 속하고, ② 발명 당시 두 문헌을 결합할 아무런 동기(TSM)가 없었으며, ③ 심사관의 논리는 B사 명세서를 사후적으로 참조한 사후고찰임을 입증했다. Graham Three-Part Factual Inquiry에 기반한 결합동기(TSM) 및 합리적 성공 기대(RES)가 전혀 논증되지 않은 prima facie case 실패를 지적함으로써, 추가 실험 데이터 없이 거절을 극복했다.

5. 출원인의 대응 무기: Rule 132 선서서

심사관이 prima facie case를 적법하게 성립시킨 경우, 출원인의 대응부담(Burden of Rebuttal)이 발생한다. 이때 37 CFR 1.132에 따른 선서서(Declaration/Affidavit)를 제출하여 비자명성을 입증한다. 이는 대리인의 변론(Arguments of Counsel)과 달리 위증죄 처벌 경고를 수반하는 공식 증거이며, 다음 내용을 담을 수 있다.

  • 가장 가까운 선행기술(Closest Prior Art)과의 직접 비교 실험 데이터
  • 예기치 못한 현저한 효과(Unexpected Results): 질적 차이(이질적 효과) 또는 양적 차이(동질의 현저한 상승)
  • 실험 데이터와 청구항 간의 연계성(Nexus): 최초 명세서에 이미 암시된 효과여야 함

Ⅱ. 한국: 신규성·진보성 심사 기준과 합리적 의심 법리

1. 신규성(특허법 제29조 제1항): 단일 문헌 대비와 실질적 동일성

한국도 신규성 판단에서 단일 인용발명과 일대일 대비를 원칙으로 한다. 다만 한국 심사기준은 구성요소의 미미한 외형적 차이가 있더라도 새로운 효과가 발생하지 않고 기술 사상에 실질적 영향이 없는 비본질적 차이라면 '실질적으로 동일한 발명'으로 보아 신규성을 부정한다. 이를 실질적 동일성(Substantive Identity) 법리라 한다. 미국이 구성요소 완비 원칙(All Elements Rule)을 엄격히 적용하여 신규성 판단 단계에서 발명의 효과를 고려하지 않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신규성 판단 단계에서도 효과를 참작하는 독자적 접근을 취한다.

특수 청구항에서는 별도의 기준이 적용된다. 파라미터 발명의 경우, 청구항의 파라미터가 공지된 물성을 측정 방식만 달리한 것에 불과하다면 신규성이 부정된다. 제조방법 기재 물건발명(Product-by-Process, PBP)의 경우, 제조방법이 최종 물건의 구조·성질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물건 자체를 기준으로 신규성을 판단한다.

가상 사례 C — 파라미터 발명과 합리적 의심

C사는 냉장고용 단열 발포 소재에 관한 특허를 출원했다. 청구항에는 '열전도율 0.018 W/m·K 이하'라는 파라미터가 기재되어 있었다. 심사관은 10년 전 논문에 유사 발포체가 공개되어 있고, 다른 측정 단위로 환산하면 본원 발명의 파라미터 범위에 속할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제기하며 거절이유를 통지했다.

C사는 의견서와 함께 자체 재현 실험 성적서를 제출하여, 동일한 조건에서 제조한 결과 논문의 발포체는 0.021 W/m·K로 청구 범위 밖에 위치함을 수치로 반증했다. 심사관의 합리적 의심을 과학적으로 해소함으로써 거절이유를 극복했다.

2. 진보성(특허법 제29조 제2항): 4단계 판단 절차

한국 심사기준상 진보성 판단은 다음 4단계로 구조화되어 있다.

  1. 청구항 기재 발명의 특정
  2. 인용발명의 특정
  3. 가장 가까운 주 선행발명 선택 및 차이점 명확화
  4. 통상의 기술자가 그 차이점을 쉽게 극복할 수 있는지 종합 판단 — 기술적 구성의 곤란성(Difficulty of Composition)을 중심으로, 목적의 특이성과 효과의 현저성을 참작

4단계 판단의 핵심 법리, 특히 결합발명에서 '구성의 곤란성'의 지위는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후3284 판결이 명확히 정립했다. 이 판결은 복수의 구성요소로 이루어진 발명의 진보성 판단에서 각 구성요소를 분해하여 개별 공지 여부만을 따져서는 안 되고, 특유의 과제 해결원리에 기초하여 유기적으로 결합된 전체로서의 구성의 곤란성을 따져 보아야 하며, 이때 결합된 전체 구성으로서의 발명이 갖는 특유한 효과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은 구성의 곤란성과 효과의 현저성을 병렬적·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구조를 확립했다는 점에서, 구성의 곤란성만을 진보성의 단독 기준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함께 시사한다.

가상 사례 D — 상승효과 입증과 진보성 인정

D사는 주서기(Juicer)용 스크류 소재로 A물질과 B첨가제를 일정 비율(A:B = 3:1)로 배합한 발명을 출원했다. 심사관은 A물질과 B첨가제가 각기 개별적으로 공지되어 있으므로 결합이 용이하다고 거절했다.

D사는 실험 성적서를 통해 A와 B를 3:1로 배합했을 때 내마모성이 단순 예측치 대비 현저하게 향상되는 상승효과(Synergy)가 있음을 입증했다. 구성요소의 개별 공지만으로는 쉽게 도달할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효과가 증명되었으므로, 특허청은 진보성을 인정했다.

3. 합리적 의심 법리: 한국형 생산부담 전환 메커니즘

한국 심사기준은 파라미터 발명과 PBP 발명에서 '합리적인 의심(Reasonable Doubt)' 법리를 명문화하고 있다. 심사관이 "동일·유사한 발명이라는 합리적인 의심" 또는 "쉽게 발명될 수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갖게 되면 거절이유를 통지할 수 있고, 이 순간 의심을 해소할 생산부담이 즉시 출원인에게 전환된다. 출원인이 의견서와 실험성적서로 의심을 해소하지 못하면 최종 거절결정이 내려진다.


Ⅲ. 미국과 한국의 차이: 다섯 가지 결정적 분기점

비교 항목 미국 (USPTO / MPEP) 한국 (KIPO / 심사기준)
법리 명칭 Prima Facie Case of Unpatentability 합리적 의심 (파라미터·PBP 발명: 명문화; 일반 심사: 별도 성문 규정 미비)
심사관의 최초 생산부담 Graham Three-Part Factual Inquiry + TSM + RES(복수 문헌 결합 시)를 완벽히 논증해야 prima facie 성립 파라미터·PBP: 합리적 의심 근거 제시로 충분(명문화). 일반 진보성 심사: 심사관의 거절이유 충분성을 다투는 절차적 관문에 관한 명시적 성문 규정 미비
미흡한 거절의 효과 Prima facie case 미성립 → 출원인 대응부담 완전 면제 → 특허 허여 권리 발생 일반 심사에서 심사관 논리가 미흡해도 출원인에게 사실상 소명 부담이 전가되는 경향 (실무상 과제)
진보성 패러다임 절차적 진보성: 결합동기(TSM)·RES 증거 기반 판단 전통적 실체적 진보성 → 대법원 2021. 4. 8. 선고 2019후10609 판결(아픽사반 선택발명)·2022. 3. 31. 선고 2018후10923 판결(결정형 발명) 이후, 이 분야에서 구성의 곤란성을 반드시 심리하는 방향으로 전환
대등 상태(Equipoise) 처리 대등 → 설득책임 부담자(특허청) 패소 → 출원인 승리 ('공성전' 법리) 대등 → 심사관의 심증적 종합 판단 → 불이익이 출원인에게 귀속되는 경향 ('평야전' 비판)
효과의 역할 Prima facie 성립 후 출원인의 대응부담 단계에서 2차적 고려사항으로 다루어짐 전통적으로 진보성 인정의 준요건. 2021년 선택발명 판결 이후, 효과는 '진보성의 전제조건'이 아닌 '구성의 곤란성 판단의 중요한 표지(Indicator)'로 재배치됨 (선택발명·결정형 발명 맥락)
신규성 판단 범위 All Elements Rule: 구성요소 완비 엄격 적용, 효과 불참작 실질적 동일성: 비본질적 차이 있으면 신규성 부정, 효과를 신규성 단계에서도 참작

핵심 요약: 미국은 '공성전(Siege Battle)' 모델로 심사관이 성벽을 완파해야 입성하는 구조인 반면, 한국은 전통적으로 '평야전(Open Field Battle)' 모델로 어느 한쪽이 미세하게라도 우세하면 결론이 내려지는 경향이 있었다. 다만 최근 한국 대법원 판례의 흐름은 절차적 생산부담 배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다.

가상 사례 E — 동일 발명, 미·한 결과의 역전

E사(의약)는 신규 화합물 X의 진통 효과를 청구하는 동일한 발명을 미국과 한국에 동시 출원했다. 선행기술에는 화합물 X의 구조적 유사체 Y와 Z가 이미 공개되어 있었다.

[미국] 심사관은 Y와 Z를 결합하면 X가 자명하다고 거절했으나, Graham Three-Part Factual Inquiry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당업자에게 자명하다"는 단정적 진술(Conclusory Statement)만 했다. E사는 prima facie case 미성립을 주장하며 추가 실험 데이터 없이 거절이유를 극복했다.

[한국] 심사관은 유사한 논리로 거절이유를 통지했다. 일반 진보성 심사에서 심사관의 거절이유 충분성을 다투는 절차적 관문에 관한 명시적 성문 규정이 없어, E사는 현저한 진통 효과를 실험성적서로 입증하는 실체적 대응을 추가로 제출해야 했다.


Ⅳ. 발전동향과 개정: 두 나라의 수렴과 진화

1. 한국: 결합발명 진보성의 법리적 토대와 사후고찰 금지 판례의 계보

한국 대법원은 진보성 판단 법리를 판례를 통해 단계적으로 정교화해 왔다. 초기 판례인 대법원 1989. 7. 11. 선고 88후516 판결1989. 11. 24. 선고 88후769 판결은 공지기술의 종합 시 각별한 곤란성 또는 효과의 현저한 향상이 있는 경우 진보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초기 기준을 제시했다.

결합발명 진보성의 현대적 법리는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후3284 판결이 확립했다. 이 판결은 복수의 구성요소를 가진 발명에서는 각 구성요소의 공지 여부를 개별적으로 따질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결합된 전체로서의 구성의 곤란성을 심리하되 결합된 전체 구성이 갖는 특유한 효과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수많은 후속 판결에서 인용되는 결합발명 진보성 판단의 이정표 판결이다. 중요한 것은, 이 판결이 구성의 곤란성과 효과를 상호 보완적으로 보는 종합 판단 구조를 채택했다는 점 — 즉, 구성의 곤란성이 단독 기준이 아니라는 점도 함께 시사한다.

사후고찰(Hindsight Bias)을 억제하는 판결들도 함께 축적되어 왔다. 대법원 2007. 8. 24. 선고 2006후138 판결은 사후고찰의 부당성을 최초로 명시했고, 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7후3660 판결(세탁기 사건)은 선행기술 범위와 차이점을 "증거 등 기록에 나타난 자료에 기하여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증거주의 원칙을 확립했다. 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3후2873·2880 병합 판결은 선행문헌의 일부 유리한 기재만이 아니라 문헌 전체로 통상의 기술자가 인식할 수 있는 사항을 기초로 판단해야 한다는 전체적 인식 원칙(Totality of Disclosure Principle)을 세웠다. 이 판결의 핵심 기여는 '구성의 곤란성' 그 자체를 새롭게 정립한 것이 아니라,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도출할 수 있는지를 선행기술 문헌 전체를 토대로 판단해야 함을 강조한 데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판례들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아래 연혁형 분석표로 정리한다.

【표 1】 한국 대법원 진보성 판단 법리 연혁 (1989~2022) — 판결 사건별 핵심 기여
판결 사건 판결의 핵심 기여
대법원 1989. 7. 11. 선고
88후516 판결
공지기술 종합 시 각별한 곤란성이 있거나 예측 범위를 넘는 새로운 상승효과가 있는 경우 진보성 인정. 구성의 곤란성과 효과를 진보성 판단 요소로 초기 제시한 판례
대법원 1989. 11. 24. 선고
88후769 판결
특허기술의 작용효과가 선행기술보다 현저하게 향상·진보되지 않으면 진보성 없다는 기준 제시. 효과의 현저성을 진보성 판단의 독립 요소로 병렬적으로 다룬 초기 판례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후3284 판결
★ 이정표 판결
결합발명에서 각 구성요소의 개별 공지 여부만 따질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결합된 전체로서의 구성의 곤란성과 결합된 전체 구성이 갖는 특유한 효과를 종합 고려해야 한다는 현대적 법리를 확립. 구성의 곤란성이 단독 기준이 아니라 효과와 종합 판단되어야 함을 함께 시사. 이후 수많은 판결에서 인용되는 이정표 판결
대법원 2007. 8. 24. 선고
2006후138 판결
사후고찰(Hindsight Bias)의 부당성을 한국 판례 최초로 명시. 진보성 부정 시 발명 당시의 사전적(ex-ante) 관점에서 판단해야 함을 확립
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7후3660 판결
(세탁기 사건)
선행기술의 범위·내용 및 발명과의 차이점은 증거 등 기록에 나타난 자료에 기하여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함. 추정·단정에 의한 진보성 부정을 금지하는 객관적 증거주의 원칙 확립
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3후2873·2880 병합 판결
선행문헌의 일부 기재만이 아니라 문헌 전체(Totality of Disclosure)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며, 발명의 방향과 배치되는 역교시(Teaching Away)까지 종합 고려해야 함. 구성의 곤란성 자체를 새롭게 정립한 것이 아니라 통상의 기술자의 전체적 인식 가능성에 기반한 판단을 강조
대법원 2021. 4. 8. 선고
2019후10609 판결
★ (아픽사반, 선택발명)
선택발명에서 구성의 곤란성을 우선 심리해야 하며, 구성의 곤란성 없이 효과의 현저성만으로 진보성 부정 불가. 효과는 진보성의 전제조건이 아닌 구성 곤란성 판단의 표지(Indicator)로 재배치. 선택발명을 일반 발명과 동일한 진보성 판단 법리에 통합하고, 구성의 곤란성이 불분명한 경우에도 이질적이거나 양적으로 현저한 효과가 있으면 진보성 부정 불가
대법원 2022. 3. 31. 선고
2018후10923 판결
★ (마크롤리드 결정형)
다형체 스크리닝(polymorph screening)이 통상적이라는 사실만으로 결정형 발명의 구성의 곤란성이 부정되지 않음. 결정형 발명에서도 구성의 곤란성 심리를 별도로 수행해야 함. 2019후10609 법리(선택발명)를 결정형 발명으로 확장하여 의약화합물 분야 특허 보호를 강화

2. 한국: 선택발명·결정형 발명에서 구성의 곤란성 법리의 정립

가장 중요한 변곡점은 대법원 2021. 4. 8. 선고 2019후10609 판결(아픽사반, 선택발명)이다. 선행특허는 수억 개의 화합물을 포괄하는 Markush 화학식으로 아픽사반을 개시하고 있었다. 특허심판원·특허법원은 효과의 현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특허를 무효로 보았으나, 대법원은 이를 파기환송했다.

이 판결의 핵심 법리는 세 가지다. 첫째, 선행발명에 상위개념이 개시되어 있더라도 구성의 곤란성이 인정되면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 둘째, 구성의 곤란성을 심리하지 않고 효과의 현저성만으로 진보성을 부정하는 것은 위법하다. 셋째, 효과는 진보성의 '전제조건'이 아니라 구성의 곤란성 판단의 중요한 표지(Indicator)로 재배치된다. 즉, 예측하지 못한 뛰어난 효과는 구성이 곤란했음을 강하게 뒷받침하는 증거가 된다.

이 판결이 의도한 것은 선택발명을 더 이상 특별 취급하지 않고 일반 발명과 동일한 진보성 판단 법리 안에 포섭하는 것이다. 기존 판례(대법원 2008후736 등)가 선택발명에 적용했던 '현저한 효과 요건'은 폐기가 아니라, '구성의 곤란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사안에 한정'하는 방식으로 재해석되었다.

이어서 대법원 2022. 3. 31. 선고 2018후10923 판결(마크롤리드 화합물 결정형, 결정형 발명)은 이 법리를 결정형 발명으로 확장했다. 종래 법원은 다형체 스크리닝(polymorph screening)이 통상적으로 행해진다는 이유로 결정형 발명에서 구성의 곤란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전제 아래 효과의 현저성만을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형체 스크리닝이 통상적이라는 사정과, 특정 결정형에 쉽게 도달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판시하며, 결정형 발명에서도 구성의 곤란성을 별도로 판단해야 함을 명확히 했다.

다만 이 두 판결에 의한 패러다임 전환의 정확한 범위와 성격에 대해서는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다. 두 판결은 선택발명·결정형 발명이라는 특정 카테고리에서 '구성의 곤란성을 배제하고 효과의 현저성만으로 판단하는 특별 법리'를 폐기하고, 이들을 일반 발명과 동일한 기준으로 통합한 것이다. 결합발명 진보성 판단에서 구성의 곤란성은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후3284 판결 이래 핵심 판단 요소로 기능해왔으나, 그 판결 자체가 구성의 곤란성과 특유한 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설계된 것인 만큼, 구성의 곤란성이 진보성의 유일 기준이라거나 단독으로 진보성을 결정한다는 단선적 이해는 판례 법리와 맞지 않는다. 2019후10609 판결과 2018후10923 판결의 진정한 의의는, 이들 특수 카테고리에서 "구성의 곤란성은 없다"는 전제 아래 효과만을 판단하던 특별 법리를 해소하고, 구성의 곤란성과 효과의 현저성을 종합적으로 심리하는 일반 법리로 편입시킨 데 있다.

3. 한국: 특허법원의 절차적 진보성 모델 정착

특허법원은 2013~2014년경부터 유럽특허청(EPO)의 과제해결접근법(Problem-and-Solution Approach)을 벤치마킹하여 절차적 진보성 심리 모델을 정착시켰다. 이는 ① 주인용 선행발명(Closest Prior Art)의 우선 확정, ② 기술적 과제(Problem) 중심의 결합 용이성 판단, ③ 결합의 구체적 동기(Motivation to Combine) 입증 요구, ④ 기술상식·주지관용기술 남용 차단(서면 증거 제출 요구)으로 구성된다.

4. 인공지능 분야 심사실무가이드의 단계적 심사 체계

KIPO의 기술분야별 심사실무가이드(2026년 개정추록)는 AI 발명의 진보성을 3단계로 심사한다. ① 과제해결원리가 선행기술과 다른가(다르면 즉시 진보성 인정), ② 학습모델의 독창성이 있는가, ③ 학습데이터의 고유한 특성으로 예측 불가능한 현저한 효과가 나타나는가. 이는 단계적 필터링으로 통상의 창작능력 범위를 정밀 구획하는 선진적 접근이다.

5. 미국: KSR 이후 7대 Rationale의 확장 운용

미국에서는 KSR 판결(2007) 이후 TSM만을 결합동기의 유일 기준으로 보던 경직성이 완화되었다. MPEP § 2143은 심사관이 자명성 거절을 구성할 때 원용할 수 있는 7가지 유형의 법적 추론 근거(Rationale A~G)를 제시한다. 다만 어떤 Rationale을 선택하더라도 심사관은 그것이 출원 발명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적용되는지 명확하고 구체적인 기술적 추론(Articulated Reasoning with Rational Underpinning)을 반드시 제시해야 하며, 단순히 Rationale 유형만 언급하는 것으로는 적법한 prima facie case가 성립하지 않는다.

【표 2】 MPEP § 2143 — KSR 이후 자명성 심사의 7대 Rationale
유형 법리명 (Legal Standard) 적용 기준 및 대표 예시
A 공지 요소의 결합
(Combining Prior Art Elements)
알려진 방법에 따라 선행기술 요소들을 결합하여 예측 가능한 결과를 도출하는 경우. 단, 결합이 선행기술의 기능을 단순히 합산하는 것을 넘어야 한다.
예: 공지된 카메라 모듈과 공지된 GPS 칩을 스마트폰 하나의 디바이스에 통합하는 구성
B 균등물 단순 치환
(Simple Substitution)
알려진 요소 하나를 다른 알려진 균등 요소로 단순 치환하여 예측 가능한 결과를 얻는 경우. 치환에 특별한 기술적 통찰이 없어야 한다.
예: 전기모터를 유압모터로 치환하거나, 금속 부품을 동등 강도의 플라스틱 부품으로 교체하는 구성
C 공지 기법의 유사 장치 적용
(Use of Known Technique)
유사한 장치·방법·제품을 동일한 방식으로 개선하기 위해 해당 기술분야에 이미 알려진 기법을 사용하는 경우.
예: 항공 분야의 진동 흡수 기법을 자동차 현가장치에 동일한 방식으로 적용하는 구성
D 공지 기법의 예측 가능한 변형 적용
(Predictable Variation)
개선이 필요한 기존 장치(ready for improvement)에 알려진 기법을 적용하여 예측 가능한 결과를 도출하는 경우.
예: 기존 데이터 압축 알고리즘에 병렬 처리 기법을 적용하여 처리 속도를 향상시키는 구성
E 시도의 자명성
(Obvious to Try)
합리적인 성공 기대(RES) 하에 유한한 수의 예측 가능한 해결책 중에서 선택하는 경우. 선택지가 무한정이거나 결과가 예측 불가능하면 적용 불가. 단순한 '희망(hope)'이나 '낙관(optimism)'으로는 RES가 인정되지 않음.
예: 3개의 후보 화합물 중 선행연구에서 효능이 가장 유망하다고 표시된 하나를 선택하는 구성
F 설계 유인·시장력에 의한 변형
(Design Incentives / Market Forces)
디자인 인센티브나 시장 수요에 기초하여 한 분야의 공지된 작업을 다른 분야에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변형 적용하는 경우.
예: 소비자의 경량화 요구에 따라 기존 금속 케이스를 탄소섬유 복합재로 변경하는 구성
G 선행기술의 TSM
(Teaching-Suggestion-Motivation)
선행기술 자체에 해당 구성요소들을 수정·결합하여 청구항 발명에 도달하도록 유도하는 가르침(Teaching)·암시(Suggestion)·동기(Motivation)가 존재하는 경우. KSR 이전부터 존재한 전통적 법리이자 가장 빈번하게 원용되는 Rationale.
예: 선행 논문 자체에 "향후 연구는 두 기법의 결합을 검토해야 한다"고 명시한 경우

※ 심사관은 어느 Rationale을 적용하더라도 그것이 출원 발명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적용되는지 기술적으로 논증해야 하며, Rationale 유형 명칭만 언급하는 단정적 진술(Conclusory Statement)은 부적법한 거절이유로 취급된다 (In re Kahn, 441 F.3d 977; In re Lee, 277 F.3d 1338).

가상 사례 F — AI 발명의 진보성 심사 (한국)

F사는 음성 데이터의 운율(Prosody)과 비언어 정보(웃음, 한숨 등)를 결합한 감정 인식 AI 모델을 출원했다. 심사관은 BERT 계열 언어모델이 이미 공지되어 있으므로 학습모델 자체는 새롭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F사는 KIPO 가이드의 3단계 심사 흐름에 따라, ① 과제해결원리(음성의 비언어 데이터 활용)가 선행기술과 다르고, ③ 고유한 학습데이터(운율·비언어 결합 데이터)로 감정 인식률이 기존 대비 현저히 향상되는 예측 불가능한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 KIPO는 과제해결원리의 차이만으로도 진보성을 인정했다.


Ⅴ. 실무적 시사점

1. 출원인·특허권자를 위한 전략

미국 출원 전략: 심사관의 거절이유서를 받으면 가장 먼저 prima facie case가 적법하게 성립했는지 점검한다. Graham Three-Part Factual Inquiry가 명확히 서술되어 있는가? (복수 문헌 결합 시) 결합의 동기(TSM)와 RES가 구체적으로 논증되어 있는가? 단정적 진술이나 사후고찰 흔적이 없는가? 이 중 하나라도 결함이 있다면, 실험 데이터 제출 없이도 의견서만으로 거절이유를 무력화할 수 있다. Rule 132 선서서는 prima facie case가 적법하게 성립된 경우에 비로소 동원하는 대응부담 이행 수단이다.

한국 출원 전략: 파라미터 발명·PBP 발명을 출원할 때는 최초 명세서에 파라미터 측정 방법을 구체적으로 기재하고, 선행기술과의 파라미터 차이를 정량적으로 뒷받침하는 실험 데이터를 명세서에 선제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 선택발명·결정형 발명의 경우 2019후10609·2018후10923 판결 이후의 '구성의 곤란성' 논리를 전면에 내세워 결합이 사전적으로 어려웠음을 입증하는 것이 우선순위다.

2. 무효심판 청구인을 위한 전략

한국 무효심판에서는 증명책임(Burden of Proof)이 청구인에게 있으나, 실무상 특허권자가 현저한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면 불리해지는 구조가 여전히 작동하는 측면이 있다. 청구인은 ① 주인용 선행발명의 확정, ② 구체적 결합동기(기술분야 관련성만으로는 불충분), ③ 역교시(Teaching Away) 부재 확인의 순서로 논리를 구축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PTAB(미국 특허심판위원회)의 IPR(Inter Partes Review) 절차에서는 청구인이 증거 우위의 비중(Preponderance of Evidence) 기준으로 자명성을 입증해야 한다.

3. 글로벌 포트폴리오 관리를 위한 교훈

미·한 양국에 동시 출원 시, 동일 발명에 대해 서로 다른 심사 패러다임이 적용됨을 인지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prima facie case 성립 여부가 생산부담 전환의 관문인 반면, 한국에서는 출원인의 선제적 효과 입증이 여전히 중요하다. 명세서 작성 단계에서 양국 기준을 동시에 충족하는 '이중 방어망'을 구축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가상 사례 G — 무효심판에서 증명책임의 분배

G사(경쟁사)는 H사의 슬로우 주서기 핵심 특허에 대해 한국 특허심판원에 무효심판을 청구했다. G사는 선행기술 P, Q, R을 결합하면 H사 특허가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H사는 일반 발명의 진보성 판단 원칙(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7후3660, 2016. 1. 14. 선고 2013후2873·2880 등)을 원용하여, 선행기술 P, Q, R을 결합하는 것이 출원 당시 통상의 기술자에게 사전적으로 어려웠음을 구체적으로 논증하고, 3:1 배합 비율에서 스크류 마모율이 종래 대비 현저히 감소하는 현저한 효과를 실험성적서로 함께 제출했다. 특허심판원이 무효 청구를 기각하자 G사는 특허법원에 항소했으나, 특허법원 역시 결합의 구체적 동기를 입증하는 증거가 없다고 보아 H사 특허의 진보성을 유지했다.


Ⅵ. 입법 제안

양국의 법리 분석과 최근 판례 동향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입법적·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Proposal 01

한국 특허법 및 심사기준에 Prima Facie 법리의 명문화

현행 한국 심사기준은 파라미터·PBP 발명에만 '합리적 의심' 법리를 명문화하고 있어, 일반 진보성 심사에서는 심사관의 거절이유 충분성을 다투는 절차적 관문에 관한 명시적 성문 규정이 미비하다. 특허법 시행령 또는 심사기준 총칙에 "심사관은 진보성 거절이유 통지 시 주인용 선행발명, 결합의 구체적 동기, 통상의 기술자의 결합 시점 예측 가능성을 명시해야 하며, 이를 충족하지 못한 거절이유는 부적법하다"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Proposal 02

진위불명(Equipoise) 상태에서의 출원인 우선 원칙 명문화

미국의 equipoise 법리처럼, 한국도 진보성 유무가 대등한 상황에서 설득책임(Burden of Persuasion)을 가진 특허청이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경우 출원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한다는 원칙을 심사기준에 명시해야 한다. 이는 '평야전' 구조를 '공성전' 구조로 전환하는 핵심 개혁으로, 특허권 보호의 예측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강화한다.

Proposal 03

효과 입증 부담의 단계적 구조화: '구성의 곤란성' 우선 심리 원칙 성문화

대법원 2021. 4. 8. 선고 2019후10609 판결(선택발명) 및 2022. 3. 31. 선고 2018후10923 판결(결정형 발명)이 확립한 법리를 특허법 제29조 제2항의 해석 규정 또는 심사기준에 명시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선택발명·결정형 발명에서 ① 구성의 곤란성을 먼저 심리하고, ② 구성의 곤란성이 인정되면 효과의 현저성을 별도로 심리할 필요 없이 진보성이 인정되며, ③ 효과는 진보성의 전제조건이 아닌 구성의 곤란성 판단의 표지로 취급한다는 점을 명문화하여, 효과 입증이 일방적으로 출원인에게 전가되는 실무 관행을 해소해야 한다.

Proposal 04

기술상식·주지관용기술 원용 시 서면 증거 제시 의무화

심사관이 선행기술의 누락된 구성을 '업계의 주지관용기술'이나 '당업자의 상식'으로 대체할 때 구체적인 서면 증거(문헌, 교과서, 전문가 의견 등)를 반드시 제출하도록 심사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In re Lee 판결(277 F.3d 1338, 2002)이 보여주듯, 상식 남용은 사실상 사후고찰의 위장 형태다. 증거 없는 상식 원용을 부적법한 거절이유로 명시하면 심사 품질이 향상된다.

Proposal 05

AI·신기술 분야 심사기준의 주기적 개정 의무화 및 국제 조화

KIPO의 AI 분야 심사실무가이드는 2020년 제정 이후 2026년 개정추록까지 발전했으나, 기술 변화 속도에 비해 여전히 지체되는 경향이 있다. 심사기준 개정 주기를 2년으로 단축하고, 미국 MPEP와 EPO 심사기준과의 국제 조화(Harmonization)를 위한 공식 협의체를 설치해야 한다. 이는 글로벌 특허 출원인의 다중 관할 심사 부담을 경감하고 한국 특허청의 국제적 신뢰도를 제고한다.


마치며: 공성전의 논리가 혁신을 보호한다

특허제도의 존재 이유는 기술 혁신을 장려하고 보상하는 데 있다. 그러나 심사관이 검증되지 않은 논리로 손쉽게 특허를 거절하거나, 생산부담이 일방적으로 출원인에게 전가되는 구조에서는 이 목적이 훼손된다.

미국의 Prima Facie 법리는 심사관에게 '성벽을 완파하라'는 엄격한 절차적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출원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공성전 구조를 확립했다. 한국은 사후고찰 금지 판례의 축적, 선택발명·결정형 발명에서 구성의 곤란성을 필수 심리 요소로 격상시킨 두 판결(대법원 2021. 4. 8. 선고 2019후10609; 2022. 3. 31. 선고 2018후10923), 그리고 특허법원의 절차적 진보성 심리 모델 도입을 통해 같은 방향으로 착실히 수렴하고 있다.

남은 과제는 이 판례 법리를 입법으로 명문화하고, 기술상식 남용 억제와 생산부담의 공정한 배분을 제도적으로 완성하는 것이다. 공정한 심사 절차는 혁신 기업이 미래에 투자할 수 있게 하는 가장 강력한 인센티브다.


참고문헌

한국 판례

  • 대법원 2022. 3. 31. 선고 2018후10923 판결 (마크롤리드 결정형 발명, 구성의 곤란성 법리 결정형 발명 확장)
  • 대법원 2021. 4. 8. 선고 2019후10609 판결 (아픽사반 선택발명, 구성의 곤란성 우선 심리 + 효과의 표지 재배치)
  • 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3후2873, 2013후2880 병합 판결 (전체적 인식 원칙)
  • 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7후3660 판결 (세탁기 사건, 증거주의 원칙)
  •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후3284 판결 (결합발명에서 유기적 결합 전체의 구성의 곤란성 + 효과 종합 판단 확립)
  • 대법원 2007. 8. 24. 선고 2006후138 판결 (사후고찰 최초 명시)
  • 대법원 1989. 11. 24. 선고 88후769 판결 (효과의 현저한 향상 기준)
  • 대법원 1989. 7. 11. 선고 88후516 판결 (각별한 곤란성·상승효과 초기 기준)
  • 특허법원 2014. 8. 22. 선고 2014허1778 판결 (결합동기 및 진보성)

미국 판례

  • Graham v. John Deere Co., 383 U.S. 1 (1966) (Three-Part Factual Inquiry 확립)
  • KSR International Co. v. Teleflex Inc., 550 U.S. 398 (2007) (TSM 유연화, 7대 Rationale)
  • In re Rijckaert, 9 F.3d 1531 (Fed. Cir. 1993) (추측성 거절 = prima facie 미성립)
  • In re Kahn, 441 F.3d 977 (Fed. Cir. 2006) (명확한 기술적 추론 의무)
  • In re Fine, 837 F.2d 1071 (Fed. Cir. 1988) (Conclusory statement 거절 위법)
  • In re Lee, 277 F.3d 1338 (Fed. Cir. 2002) (상식 남용 = 부적법 거절)
  • In re Oetiker, 977 F.2d 1443 (Fed. Cir. 1992) (prima facie 미성립 시 특허 허여 권리)

심사기준 및 가이드

  • 대한민국 특허청, 『특허·실용신안 심사기준』, 2026년 3월 최종개정
  • 대한민국 특허청, 『기술분야별 심사실무가이드』 (AI 분야), 2026년 1월 개정추록
  • USPTO, Manual of Patent Examining Procedure (MPEP), Chapter 2100, §§ 2141–2144

학술문헌

  • 정차호, "특허발명의 진보성 결여 증명책임", 『성균관법학』, 제29권 제1호, 2017
  • 설민수, "한국 특허소송에서 진보성 판단방식의 변화과정", KCI 등재지, 2016
  • Christopher A. Cotropia, "Predictability and Nonobviousness in Patent Law after KSR", 20 Mich. Telecomm. & Tech. L. Rev. 391 (2014)

본 글은 참고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최종 법률적 판단은 관련 분야 전문가의 확인이 필요합니다.

© 2026 IP Law & Practice. All rights reserved.

가상 청구항 테스트를 통한 선행기술 장벽 입증 전략

가상 청구항 테스트를 통한 선행기술 장벽 입증 전략

가상 청구항 테스트를 통한 선행기술 장벽 입증 전략

가상 청구항 테스트를 통한 선행기술 장벽 입증 전략 대표 이미지

미국 특허 소송에서 특허권자가 청구항 문언의 한계를 우회하여 권리범위를 무리하게 확장하려는 공격을 펼칠 때, 피고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실체법적 절대 방패가 바로 선행기술 장벽(Prior Art Bar / Ensnarement) 법리입니다. 이 법리를 실무적으로 구현하고 사법적으로 입증하는 표준 도구가 가상 청구항 테스트(Wilson Hypothetical Claim Test)입니다.

이 글은 엄격한 실체법적 규칙으로서 작동하는 가상 청구항 테스트의 사법적 법리를 심층 분석하고, 실무에서 특허권자의 균등 확장을 완벽히 차단할 수 있는 선행기술 항변 매핑 및 실전 입증 워크시트를 설계하여 제안합니다.


Ensnarement(선행기술 침범/포섭)란 미국 특허법에서 균등론(Doctrine of Equivalents)의 무분별한 확장을 제한하는 핵심적인 실체법상의 장벽(Policy-oriented limitation)을 의미합니다.

이 법리의 핵심은 "특허권자는 기존의 선행기술(Prior Art)을 침범하거나 포괄(Ensnare)하는 범위까지 균등론을 적용해 권리범위를 넓힐 수 없다"는 것입니다. 피고의 우회 제품을 포섭하기 위해 청구 범위를 확장했을 때(가상 청구항 설계), 그 확장된 범위가 기존 선행기술에 의해 신규성이 부정(Anticipation)되거나 자명(Obvious)해지는 영역에 속한다면, 특허권자는 균등론을 통해서도 그 영토를 차지할 수 없습니다.

이는 "특허청 출원 단계에서 무효가 되었을 범위라면, 소송 단계에서 균등론이라는 우회로를 통해서도 독점할 수 없다"는 합리적인 정책적 균형을 담고 있습니다.

1. 가상 청구항 테스트(Wilson Test)의 사법적 법리와 작동 메커니즘

(1) 법리적 본질: "특허청에서 얻지 못했을 범위는 법정에서도 가질 수 없다"

가상 청구항 테스트는 Wilson Sporting Goods Co. v. David Geoffrey & Associates (Fed. Cir. 1990) 판결을 통해 확립된 실체법적 규칙입니다. 이 법리의 핵심 명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특허권자는 특허청(USPTO) 심사 단계에서 문자적(Literal) 청구항으로 적법하게 얻을 수 없었을 보호범위를, 사후 침해 소송 단계에서 균등론(Doctrine of Equivalents)을 통해 획득할 수 없다."

즉, 균등론의 확장 한계선은 '선행기술(Prior Art)과 그 선행기술로부터 자명한 변형 영역'에 의해 강행적으로 가로막힌다는 원칙입니다.

(2) 가상 청구항 테스트의 작동 3단계

법원은 특허권자가 주장하는 균등 영역이 선행기술을 침범(Ensnare)하는지 판단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가상적 심사 프로세스를 밟습니다.

  1. 차이 요소 특정(Identify the Non-literal Element): 문언침해(Literal Infringement)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청구항의 모든 제한요소(Limitations)가 피고 제품에 문자 그대로 100% 존재해야 합니다(전부 구성요소 원칙, All-Elements Rule). 이 단계에서는 청구항의 구성요소들과 피고 제품의 스펙을 1:1로 정밀 대조하여, 문자적 일치가 일어나지 않아 균등론을 적용해서만 포섭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구체적인 차이 요소를 명확히 규명합니다. 가상 청구항 테스트를 시작하려면 어느 구성요소를 확장할지 타깃을 정해야 하므로, 이 특정 작업이 테스트의 필수적인 첫 단추가 됩니다.
  2. 가상 청구항(Hypothetical Claim) 설계: 실제 청구항을 출발점으로 삼아, 피고 제품을 문자 그대로(Literally) 포함(encompass)할 수 있도록 권리범위를 좁은 부분에서 넓은 부분으로 확대한 가상 청구항을 작성합니다.
  3. 특허청 모의 심사(Patent Office Mock Examination): 가상 청구항을 마치 출원 중인 청구항인 것처럼 취급하여, 기존 선행기술에 비추어 신규성(35 U.S.C. § 102) 또는 비자명성(35 U.S.C. § 103) 요건을 충족하는지 심사합니다.

심사 결과 특허 불가능(Unpatentable)한 범위로 판단된다면, 법원은 해당 균등론 적용을 법률문제로서 즉각 차단합니다.

▷ 가상 사례 적용: Wilson Sporting Goods 골프공 딤플 분쟁 3단계 해설

[ 분쟁 환경 및 사실관계 ]

실제 특허 청구항: "6개의 대원(Great Circles)과 80개의 부삼각형을 가지며, 대원과 교차하는 딤플이 0개(전혀 교차하지 않는) 골프공"
피고의 우회 제품: "6개의 대원과 80개의 부삼각형을 가지나, 60개의 딤플이 대원과 최대 0.0087인치 교차하는 골프공"
대항 선행기술(Uniroyal 공): "6개의 대원과 80개의 부삼각형을 가지고, 30개의 딤플이 대원과 0.012~0.015인치 교차하는 골프공"
1

차이 요소 특정: 청구항 구성요소와 피고 제품 스펙을 하나씩 대조합니다. 대원 6개·부삼각형 80개는 피고 제품도 동일하게 구비하여 문언을 완벽히 충족합니다. 반면 '교차 딤플 수 0개'는 피고 제품이 60개를 교차시키므로 문자적으로 충족하지 못합니다.

결과: 비문언적 차이 요소는 "대원과 교차하는 딤플의 수(0개 대 60개) 및 교차 정도(0인치 대 최대 0.0087인치)"로 특정됩니다.

2

가상 청구항 설계: 실제 청구항을 기본 뼈대로 삼아, 피고 제품을 문자 그대로 포함할 수 있는 범위까지만 확대합니다. Streamfeeder 원칙에 따라 딤플 교차 허용 이외의 다른 요소(대원 수 등)를 임의로 축소하거나 새로운 제한을 삽입하는 편법은 엄격히 금지됩니다.

완성된 가상 청구항: "6개의 대원과 80개의 부삼각형을 가지며, 최대 60개의 딤플이 대원과 최대 0.0087인치까지 교차할 수 있는 골프공"
3

특허청 모의 심사 및 사법적 결론: 위 가상 청구항이 신규 출원 청구항이라고 가정하고 선행기술(Uniroyal 공) 대비 신규성·비자명성을 심사합니다.

  • 심사 내용: Uniroyal 공은 이미 "30개의 딤플이 0.012~0.015인치 교차하는 구조"를 개시하고 있습니다. 가상 청구항이 주장하는 범위(교차 딤플 0~60개 허용, 교차 정도 최대 0.0087인치)는 통상의 기술자(POSITA)가 선행기술로부터 자명하게 도출할 수 있는 영역에 불과합니다.
  • 심사 결과: 가상 청구항은 비자명성이 부정되어 특허청 심사 단계라면 당연히 거절(Unpatentable)되었을 범위입니다.
  • 최종 사법 조치: "특허청 심사에서 얻지 못했을 범위는 소송에서도 가질 수 없다"는 실체법적 규칙에 의거하여, 법원은 균등론 적용 주장을 즉각 차단하고 피고 제품에 대해 비침해(No Infringement) 판결을 선언합니다.

(3) 입증책임(Burden of Proof)의 엄격한 사법 규칙

가상 청구항 테스트에서 입증책임의 분배는 매우 엄격하게 통제됩니다.

  • 생산책임(Burden of Production) — 피고: 피고는 균등론 주장 범위가 선행기술을 침범한다는 일응의 반증(Prima facie case of ensnarement)으로서, 가상 청구항의 특허성을 위협하는 선행기술 문헌을 법원에 제시할 책임을 집니다.
  • 설득책임(Burden of Persuasion) — 특허권자: 피고가 관련 선행기술을 제시하는 순간, 가상 청구항이 그 선행기술 대비 신규하고 비자명하여 여전히 특허받을 수 있었다는 점을 최종적으로 입증할 궁극적인 책임은 오직 특허권자에게 귀속됩니다. 특허권자가 이 설득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균등 주장은 패배합니다.

2. 가상 청구항 설계의 한계: Streamfeeder의 비대칭 보정 금지 원칙

가상 청구항을 설계할 때 특허권자가 가장 흔히 저지르는 사법적 꼼수는 "피고 제품을 잡기 위해 한쪽은 넓히고(Broadening), 선행기술을 피하기 위해 청구항에 없던 다른 쪽은 좁히는(Narrowing)" 비대칭적 재작성 행위입니다. Streamfeeder, LLC v. Sure-Feed Systems, 175 F.3d 974 (Fed. Cir. 1999) 판결은 이러한 왜곡을 엄격하게 차단하는 구속력 있는 규칙을 정립했습니다.

아래 도식은 부적절한 비대칭적 가상 청구항과 적절한 대칭적 가상 청구항의 차이를 보여줍니다.

❌ 부적절한 비대칭적 가상 청구항
실제 청구항 : A + B + C + D
피고 제품   : A + B + C + D* (D*가 균등 요소)
가상 청구항 : A + B1 + C + D*
(D를 D*로 넓히면서, 선행기술을 피하려고 기재에 없던 B를 B1으로 슬그머니 축소)
✅ 적절한 대칭적 가상 청구항
가상 청구항 : A + B + C + D*
(오직 피고 제품을 포함하는 데 필요한 D → D* 확대 수정만 반영하고 다른 요소는 고정)

Streamfeeder 원칙의 핵심 규칙은 두 가지입니다.

  • 동시 확대·축소 금지: 가상 청구항은 오직 피고 제품을 문언상 포섭하는 데 '필요한 정도로만 확대(Just sufficient to cover)'해야 하며, 실제 청구항의 다른 구성요소를 임의로 추가하거나 수치적으로 좁혀서 선행기술을 우회하는 재작성은 원천 불허됩니다.
  • 복수 선행기술의 결합(Obviousness) 허용: 가상 청구항의 특허성 판단은 실제 특허청 심사와 동일하므로, 단일 문헌 대비뿐 아니라 복수의 선행기술 문헌을 결합하여 가상 청구항의 비자명성을 무너뜨리는 결합 논증도 완벽히 허용됩니다.

3. 실전 Wilson 가상 청구항 테스트 대조 분석 및 매핑 설계

(1) Wilson Sporting Goods 리딩 케이스의 정량적 데이터 매핑

Wilson 사건에서 논쟁이 된 골프공 딤플 배치 특허의 실제 수치적 경계와 피고 제품, Uniroyal 선행기술 사이의 관계를 정량적으로 대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분석 대상 실제 청구항 피고 제품 가상 청구항 Uniroyal 선행기술
대원(Great Circles) 수 6개 6개 6개 (수정 없음) 6개
부삼각형(Sub-triangles) 수 80개 80개 80개 (수정 없음) 80개
대원 교차 딤플 수 0개 (완전 비교차) 60개 0~60개 (확대) 30개 이상
교차의 수치적 허용 범위 0인치 0.0040~0.0087인치 0~0.0087인치 (확대) 0.012~0.015인치
사법적 특허성 판단 적법 등록 특허 불가(Unpatentable)

피고 제품의 교차 정도(최대 0.0087인치)는 선행기술(최소 0.012인치)보다 수치적으로 작아 실제 청구항에 더 가깝습니다. 그러나 피고 제품을 감싸 안기 위해 작성된 가상 청구항(교차 딤플 0~60개 허용)은 이미 30개 이상의 교차 딤플을 개시한 Uniroyal 선행기술을 문언적으로 완전히 포섭(Ensnare)해 버립니다. 따라서 법원은 균등론 적용을 배척하고 비침해를 선언하였습니다.

(2) 실전 검증용 Wilson 가상 청구항 테스트 입증 워크시트

실무 R&D 및 소송 대리인이 분쟁 특허 분석 시 즉각 작성하여 법원에 제출하거나 FTO 보고서에 수록할 수 있는 표준화 워크시트 구조를 아래에 제시합니다.

■ 제1부: 분석 대상 특허 및 분쟁 제품의 기초 사실 획정

  • 분쟁 대상 특허번호: [예: US 9,991,831]
  • 분석 대상 독립 청구항: [예: 제1항]
  • 침해 피의 제품명/모델명: [예: Sure-Feed 모델 500]
  • 핵심 비문언적 차이 요소: [예: 특허의 '마찰계수가 다른 두 표면' 대비 피고의 '수직항력 차이를 이용한 마찰력 조절 구조']

■ 제2부: 요소별 대조 및 가상 청구항(Hypothetical Claim) 공식화

청구항 구성요소 실제 청구항 문언 피고 제품 구조 가상 청구항 반영 문언 수정 정당성
구성요소 1 [A] [A] [A] (변경 없음) 피고가 문언 충족
구성요소 2 [B] [B] [B] (변경 없음) 피고가 문언 충족
구성요소 3 (차이 요소) [C: 마찰계수 차이] [C*: 마찰력 차이] [C': 마찰력 차이로 범위 확대] 균등 확장을 위해 필수 수정
구성요소 4 [D] [D] [D] (변경 없음) 피고가 문언 충족

최종 설계된 가상 청구항:

"A + B + C': 마찰력이 서로 다른 구조 + D 를 포함하는 장치"

■ 제3부: Streamfeeder 위반 여부 자기진단 필터 (Self-Audit Filter)

Audit 1

가상 청구항 작성 시 피고 제품을 포함하기 위해 수정한 범위(C → C') 외에, 실제 청구항에 기재된 다른 요소(A, B, D)를 좁히거나 수치적으로 한정한 부분이 있습니까?
YES → 위험 Streamfeeder 비대칭 보정 금지 원칙 위반으로 가상 청구항 자체가 무효화될 수 있음.
NO → 정합 합법적 가상 청구항으로 인정 가능.

Audit 2

가상 청구항에 피고 제품이 실제로 구비하고 있는 고유한 개별 특성을 청구항에 없던 '새로운 제한요소'로 은근슬쩍 추가했습니까?
YES → 위험 사후적 청구항 재작성(Redrafting)에 해당하여 법원에서 기각됨.
NO → 정합 합법적 가상 청구항으로 인정 가능.

■ 제4부: 가상 청구항의 선행기술 대비 특허성(Patentability) 평가

  1. 제시된 대항 선행기술 문헌: [선행문헌 X: Godlewski 특허] 및 [선행문헌 Y: Larson 특허]
  2. 선행기술 매핑: 선행문헌 X는 가상 청구항의 [A + B + D]를 완전히 공개하고 있으며, 선행문헌 Y는 [C': 마찰력 차이] 구조를 명확히 개시하고 있음.
  3. 결합 동기(Motivation to Combine) 분석: 유효출원일 당시 통상의 기술자(POSITA) 관점에서 용지 이송 정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행문헌 X의 구조에 Y의 마찰력 차이 제어 기술을 결합할 타당한 이유와 객관적 동기가 명백히 존재함.
  4. 최종 결론: 설계된 가상 청구항은 선행기술 X와 Y의 결합에 의해 비자명성이 부정(자명)되어 특허청 심사 단계라면 거절(Unpatentable)되었을 것이 확실함.

■ 제5부: 사법적 입증책임 시나리오 대응 매뉴얼

  • [피고 포지션]: 제4부의 선행기술 결합 논증 및 가상 청구항의 특허 불가능성 증거를 재판부에 공식 제출하여 생산책임(Burden of Production) 충족.
  • [특허권자 예상 반론]: "두 선행기술을 결합할 동기가 없으며, 결합 시 기계가 오작동한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예상됨.
  • [피고 격퇴 전략]: 두 선행기술이 동일한 대량 급지 기술 분야에 속하며 기술적 보완 관계에 있음을 기술 사양서를 통해 입증하여 결합 방해 주장을 무력화함. 특허권자가 최종 설득책임(Burden of Persuasion)을 다하지 못하게 차단하여 법률상 비침해(Summary Judgment) 유도.

■ 제6부: 종속항 예외(Dependent Claim Exception) 추적 조치

검증 항목: 가상 독립항은 선행기술에 걸려 무너졌으나, 종속항에 기재된 추가 제한요소(예: [+ E: 피고 제품에 구현된 특정 제어 밸브])가 존재합니까?

  • YES: 해당 추가 제한요소를 포함한 가상 종속항(A+B+C'+D+E)을 독립적으로 구성하여 2차 Wilson 테스트 수행. 가상 종속항이 선행기술 대비 특허 가능하다면 종속항의 등가침해는 살아남을 수 있으므로 추가 회피 검토 돌입.
  • NO: 독립항 비침해 확정과 함께 모든 종속항 침해 리스크 동시 영구 해소.

4. 실무적 시사점 및 결론

미국 특허 소송에서 특허권자의 무분별한 권리범위 확장을 사전에 완전 차단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실체법적 규칙인 '가상 청구항 테스트'와 'Streamfeeder의 비대칭 보정 금지 원칙'을 선제적으로 결합해야 합니다.

R&D 단계의 교훈: 우회 설계를 진행할 때 단순히 "특허 청구항보다 다르게 만든다"는 주관적 안도감에 머무르지 말아야 합니다. 해당 대체 구성이 특허 유효출원일 당시에 이미 업계에 널리 공지되어 있던 기술(Pre-existing prior art) 영역에 속하도록 설계 좌표를 안착시키는 것이 핵심입니다.

FTO 분석의 완성: 특허권자가 소송에서 균등 주장을 펼칠 수 있는 가상의 범위를 정량적으로 수치화하여 위 입증 워크시트에 대입하십시오. 가상 청구항이 선행기술에 의해 무효화됨을 객관적인 비자명성 결합 논리로 증명해 두는 비침해 법률 의견서(FTO Opinion)를 미리 장착하는 것이 사후 분쟁을 원천 차단하고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 2026 All rights reserved. 본 글은 법률 자문이 아니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상담을 권장합니다.

거대 자본의 설계도를 읽다 — 블랙록(BlackRock)과 알라딘(Aladdin)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

거대 자본의 설계도를 읽다 — 블랙록(BlackRock)과 알라딘(Aladdin)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 Essay / Investment Insigh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