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ing posts with label FEDERAL CIRCUIT. Show all posts
Showing posts with label FEDERAL CIRCUIT. Show all posts

Saturday, September 19, 2026

[제2편] 변호사가 관여하면 모두 비밀인가? — Attorney-Client Privilege의 성립요건과 Acting as a Lawyer

변호사가 참여한 기업 이메일의 법률 조언과 사업 판단을 구별하는 장면

미국 특허분쟁에서 변호사를 이메일에 CC하거나 문서에 “PRIVILEGED”라고 표시했다고 해서 Attorney-Client Privilege가 자동으로 생기지는 않는다. 제2편은 K-Tech의 내부 이메일을 따라 legal advice와 business advice, 사실과 communication, dual-purpose communication을 구별하고, 변호사가 법률가로서 관여했는지를 어떻게 살펴야 하는지 정리한다.

미국 특허분쟁이 발생하면 기업은 본능적으로 미국 변호사를 communication에 참여시키려 한다.

중요한 이메일에는 사내변호사를 CC하고 기술검토 자료에는 “ATTORNEY-CLIENT PRIVILEGED”라는 문구를 붙인다. 외부 미국변호사에게 자료를 전달한 뒤 “변호사에게 보냈으니 이제 Privileged”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의 Attorney-Client Privilege는 그런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변호사가 이메일의 발신자나 수신인이라는 사실과 그 communication이 Attorney-Client Privilege의 보호를 받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변호사는 법률적 조언뿐 아니라 사업적 판단, 협상, 경영전략, 기술적 의견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기업의 사내변호사는 하루에도 여러 역할을 오간다.

미국 법원이 묻는 것은 단순히 “변호사가 참여했는가?”가 아니다.

변호사가 법률가로서(acting as a lawyer) 관여하였고, 그 communication은 법률적 조언을 구하거나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는가?

Attorney-Client Privilege는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1. K-Tech의 이메일에 미국변호사를 CC하다

제1편에서 살펴본 K-Tech 사례를 이어가 보자.

미국 경쟁사 Alpha Technologies가 K-Tech에 특허침해 경고장을 보내자 회사 내부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K-Tech IP팀은 한국 변리사에게 Alpha 특허의 청구항과 제품구조를 비교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patent attorney에게는 미국법상 infringement와 validity에 관한 검토를 의뢰했고, 분쟁이 소송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별도의 미국 litigation counsel도 선임했다.

회사 내부 communication에서 문제가 생겼다.

IP팀장은 개발팀과 영업팀에 다음과 같은 이메일을 보냈다.

개발팀은 제품구조를 설명했고, 영업팀은 설계변경 시 미국 고객사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구매팀은 부품변경 비용을 계산했다.

미국변호사는 별다른 의견을 달지 않았다.

이 이메일 thread 전체가 Attorney-Client Privilege의 보호를 받을까?

이메일 제목에는 분명히 “PRIVILEGED & CONFIDENTIAL”이라고 적혀 있고 미국변호사도 수신인에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2. Attorney-Client Privilege는 ‘변호사가 본 문서’를 보호하는 제도가 아니다

Attorney-Client Privilege는 기업의 중요한 정보를 모두 비밀로 만들어 주는 제도가 아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Upjohn Co. v. United States, 449 U.S. 383 (1981)에서 Attorney-Client Privilege가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충분하고 솔직한 communication을 촉진하여 법의 준수와 사법제도의 운영이라는 공익에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legal advice에 있다.

연방법상 Attorney-Client Privilege의 전형적인 구조를 실무 관점에서 풀면 다음과 같다.

의뢰인 법률적 조언 법률가로서 활동하는 변호사 관련 communication 비밀 유지

변호사가 문서를 받았다는 사실은 출발점에 불과하다.

회사의 CFO가 사내변호사에게 월별 매출보고서를 보내면서 “참고하세요”라고 했다면 그것이 곧 법률상담은 아니다.

영업팀이 계약가격을 결정하는 회의에 변호사가 참석했다고 해서 회의 전체가 Privileged가 되는 것도 아니다.

특허사건도 다르지 않다.

R&D팀이 미국변호사에게 제품도면을 보냈다는 사정만으로 기존 사실자료인 도면 자체가 Privileged로 바뀌지는 않는다.

Privilege는 사실 자체보다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 confidential communication을 보호한다.

3. ‘사실’과 ‘Communication’을 구별해야 한다

이 구별은 Discovery에서 특히 중요하다.

K-Tech의 제품 A가 특정 온도에서 작동한다는 사실이 있다고 하자.

IP팀이 미국 litigation counsel에게 비밀리에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

“제품 A가 120℃에서 작동한다는 사실이 Alpha 특허의 claim 1에 있는 ‘high-temperature operation’ limitation을 충족하는지 검토해 주십시오.”

이 법률상담을 위한 confidential communication은 Privilege의 보호대상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제품 A가 120℃에서 작동한다”는 기초사실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이 적법한 Discovery를 통해 제품 사양서나 시험결과에서 그 사실을 독립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우리가 그 사실을 변호사에게도 이야기했다”는 이유만으로 기초사실까지 숨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연방대법원도 Upjohn에서 이러한 구별을 강조했다.

Privilege는 관련 사실 자체를 Discovery에서 차단하지 않는다. 일정한 요건을 갖춘 communication이 보호대상이다.

이 차이를 놓치면 기업 내부에서 다음과 같은 착각이 생긴다.

“이 자료는 변호사에게 보냈으니 이제 Privileged입니다.”

그렇게 볼 수 없다.

기존 문서를 변호사에게 전달해도 원래 문서가 자동으로 Privileged document로 바뀌지는 않는다.

4. 핵심은 ‘Acting as a Lawyer’다

Attorney-Client Privilege에서 가장 중요한 요건 가운데 하나가 변호사가 법률가의 자격으로(in his or her capacity as a lawyer) 관여했다는 것이다.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하는 일이 모두 법률업무는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K-Tech의 미국 사내변호사가 다음 업무를 동시에 담당한다고 하자.

  • 미국 특허소송 대응
  • 라이선스 계약 검토
  • 경쟁사와의 사업협상
  • 미국시장 진출전략 회의
  • 제품가격 승인
  • 특허분쟁에 따른 공급망 조정

앞의 두 업무는 법률적 조언의 성격이 강하다.

반면 제품가격, 제품 공급의 우선순위, 설계변경에 따른 원가 증가는 기본적으로 business decision에 해당한다.

그 회의에 변호사가 참석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업적 판단 전체가 법률적 조언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기업이 Privilege를 관리할 때 특히 위험한 생각이 있다.

“Legal을 CC하면 안전하다.”

미국법은 이보다 복잡하다.

5. 특허팀에서는 Legal Advice와 Technical Advice가 더 쉽게 섞인다

특허실무에서는 구별이 더 어렵다.

특허사건의 법률적 판단을 기술적 사실과 떼어 놓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K-Tech가 미국 patent attorney에게 다음과 같이 묻는다고 하자.

“Alpha 특허의 claim 1에 있는 ‘directly bonded’라는 표현이 당사 제품의 구조를 포함하는지 검토해 주십시오.”

변호사는 제품의 단면도, 제조공정, bonding mechanism을 이해하지 않고는 답하기 어렵다.

그래서 엔지니어에게 기술적 설명을 요청한다.

엔지니어가 변호사에게 기술을 설명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설명을 단순한 technical advice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변호사가 특허침해 여부에 관한 법률적 조언에 필요한 사실을 파악하는 과정이라면 그 communication은 법률상담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반대 상황도 있다.

미국 patent attorney가 공학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R&D팀이 이렇게 묻는다.

“Bonding 온도를 250℃에서 220℃로 낮추면 수율이 얼마나 떨어질까요?”

변호사가 자신의 기술적 경험을 토대로 의견을 주었다고 하자.

변호사가 답했다는 사정만으로 당연히 legal advice가 되는 것은 아니다.

특허분야에서 기술과 법률이 밀접하다는 사실 때문에 모든 technical communication이 Privileged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communication의 목적을 더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6. 사내변호사는 왜 특히 문제가 되는가

외부 litigation counsel에게 소송의 승소 가능성을 묻는 경우에는 communication의 법률적 목적이 비교적 뚜렷하다.

하지만 사내변호사(in-house counsel)는 다르다.

기업의 사내변호사는 법률자문과 동시에 경영진의 business adviser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특허분쟁에서도 마찬가지다.

K-Tech의 미국 General Counsel이 회의에서 다음 네 가지 의견을 한꺼번에 제시했다고 하자.

  1. Alpha 특허의 claim construction에 관한 의견.
  2. 미국법상 침해 가능성.
  3. Alpha와 라이선스 협상을 시작할 것인지에 관한 사업적 판단.
  4. 제품가격과 미국 고객사 대응전략.

하나의 회의에서 legal advice와 business advice가 섞여 있다.

이처럼 legal advice와 business advice가 섞인 dual-purpose communication을 Attorney-Client Privilege가 보호하는지는 어려운 문제다.

7. Dual-Purpose Communication ― 법률과 사업 목적이 섞인 경우

미국 연방법원들은 오랫동안 legal advice와 non-legal advice가 함께 포함된 communication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고민해 왔다.

이때 흔히 거론되는 개념이 “primary purpose”다.

문제의 communication에 법률 목적과 사업 목적이 함께 있다면, 법률적 조언을 구하거나 제공하려는 목적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살핀다.

다만 한 가지를 주의해야 한다.

미국 전역에 적용되는 완전히 통일된 문구가 확립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표적인 판례 가운데 하나가 D.C. Circuit의 In re Kellogg Brown & Root, Inc., 756 F.3d 754 (D.C. Cir. 2014)다.

이 사건에서 기업의 내부조사는 regulatory compliance와 법률적 조언이라는 두 목적을 함께 지니고 있었다.

D.C. Circuit은 법률적 조언을 얻는 것이 communication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one of the significant purposes)였다면, 다른 목적이 함께 있다는 이유만으로 Privilege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이 판례는 기업 내부조사나 compliance 업무처럼 legal purpose와 business purpose를 칼로 자르듯 나누기 어려운 상황에서 특히 중요하다.

그렇다고 모든 Circuit이 dual-purpose communication을 같은 문구와 방식으로 처리한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8. 연방대법원도 이 문제에 최종적인 통일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Dual-purpose communication의 기준은 한때 미국 연방대법원의 심리대상이 되었다.

In re Grand Jury 사건에서 Ninth Circuit은 legal advice와 non-legal advice가 결합된 communication의 Privilege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primary-purpose 분석을 적용했다.

연방대법원은 2022년 이 사건에 certiorari를 허가했고 2023년 1월 구두변론까지 진행했다.

미국의 기업법무와 Privilege 실무에서는 연방대법원이 dual-purpose communication에 관한 통일 기준을 제시하리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본안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연방대법원은 2023년 1월 23일 certiorari를 “dismissed as improvidently granted”, 즉 DIG 처리하여 merits 판결을 내리지 않았다.

따라서 2026년 9월 현재 dual-purpose communication을 다룰 때에는 해당 사건에 적용되는 Circuit의 판례를 확인해야 한다.

이 점은 미국 특허소송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허사건이라고 해서 Privilege에 관한 모든 문제에 언제나 Federal Circuit의 단일 기준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9. Patent Case라면 무조건 Federal Circuit Law를 보면 되는가

특허실무자가 자주 빠지는 또 하나의 함정이 있다.

미국 특허사건의 항소를 Federal Circuit이 담당하므로 Attorney-Client Privilege도 모두 Federal Circuit law에 따라 판단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 분석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Federal Circuit은 privilege 문제가 patent law에 고유한 substantive issue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등을 고려하여 자신의 법을 적용한다. 일반적인 privilege 문제에서는 regional circuit law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In re Spalding Sports Worldwide, Inc., 203 F.3d 800 (Fed. Cir. 2000)에서는 patent prosecution 과정의 invention record에 관한 Privilege가 문제되었고, Federal Circuit은 특허법에 고유한 문제라는 이유에서 Federal Circuit law를 적용했다.

In re Queen’s University at Kingston, 820 F.3d 1287 (Fed. Cir. 2016)의 patent-agent privilege 역시 patent agent의 USPTO practice와 직접 연결된 특허법 고유의 문제였기 때문에 Federal Circuit이 자신의 법을 적용하여 새로운 patent-agent privilege를 인정한 사례다.

반면 기업 내부의 ordinary attorney-client communication이나 dual-purpose communication처럼 특허법에 고유하지 않은 문제에서는 regional circuit의 privilege law를 검토해야 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 특허사건에서 Privilege를 검토할 때에는 먼저 다음 질문이 필요하다.

“이것은 patent law에 고유한 Privilege 문제인가, 아니면 일반적인 Attorney-Client Privilege 문제인가?”

이 질문에 따라 찾아야 할 판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10. K-Tech의 첫 번째 이메일은 어떻게 볼 것인가

이제 첫머리의 이메일로 돌아가 보자.

IP팀장은 개발팀과 영업팀에 Alpha 특허 대응자료를 요청하면서 미국변호사를 CC했다.

내용을 다시 보면 다음과 같다.

“Alpha 특허와 당사 제품의 차이점을 정리해 주십시오. 특히 설계변경이 가능한 부분과 변경 시 예상되는 원가 상승분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서로 다른 목적이 한 이메일에 섞여 있다.

제품과 특허의 차이를 분석하는 것은 미국변호사가 infringement에 관한 법률적 조언을 제공하기 위한 사실조사일 수 있다.

반면 설계변경 비용과 원가 상승분을 계산하는 것은 사업적 판단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 이메일 전체에 “PRIVILEGED”라고 적혀 있다는 이유만으로 thread 전체가 보호된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처음부터 communication을 분리하는 편이 안전하다.

법률자문용 이메일은 다음과 같이 목적을 명확히 할 수 있다.

반면 원가·납기·고객대응 등 사업적 문제는 별도의 communication으로 처리할 수 있다.

“Privileged”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실제 업무과정에서 법률적 communication과 business communication을 가능한 한 구별해야 한다.

11. 그렇다고 이메일을 인위적으로 ‘Privilege용’으로 꾸며서는 안 된다

반대 방향의 위험도 있다.

모든 이메일 첫 줄에

“법률적 조언을 구하기 위한 것입니다.”

라고 써 놓으면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형식적인 문구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실제로는 가격결정이나 영업전략을 논의하면서 형식적으로만 “legal advice”라고 적어 놓았다고 해서 communication의 실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회사가 모든 문서에 “Privileged”라는 표시를 남발하면 정작 중요한 Privileged communication을 관리하는 의미가 약해질 수 있다.

문구를 꾸미기보다 업무 자체를 제대로 설계해야 한다.

법률적 조언을 구하는 communication이라면 실제로 법률적 질문을 명확히 한다.

그 조언을 위해 기술적 사실이 필요하다면 왜 그 정보를 수집하는지도 분명히 한다.

순수한 business decision은 가능한 한 별도의 communication으로 관리한다.

이것이 Privilege 관리의 기본 원칙이다.

12. ‘Attorney-Client Privilege’와 ‘Confidential’도 같은 말이 아니다

기업 문서에서는 흔히 다음 두 표현을 함께 사용한다.

PRIVILEGED & CONFIDENTIAL

두 표현은 법적으로 같은 개념이 아니다.

회사의 영업비밀 자료는 매우 confidential할 수 있다.

하지만 변호사와 법률상담을 위한 communication이 아니라면 그 이유만으로 Attorney-Client Privilege가 생기지는 않는다.

반대로 Attorney-Client Privilege가 성립하려면 confidentiality가 중요하지만, 단순히 회사의 보안등급이 높다는 사실만으로 Privilege 요건이 충족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다음 두 질문은 구별해야 한다.

“이 정보는 회사가 비밀로 관리하는가?”

“이 communication은 Attorney-Client Privilege의 요건을 충족하는가?”

기업의 confidentiality policy와 미국법상 evidentiary privilege는 서로 연결될 수 있지만 같은 제도는 아니다.

13. 변호사에게 기존 문서를 보내면 그 문서는 Privileged가 되는가

실무에서 자주 생기는 또 하나의 문제다.

K-Tech가 Alpha의 경고장을 받은 뒤 미국 litigation counsel에게 다음 자료를 한꺼번에 보냈다고 하자.

  • 3년 전 작성한 제품개발보고서
  • 시험성적서
  • 제품도면
  • 과거 경영회의 자료
  • 선행기술 조사보고서
  • 발명신고서

변호사에게 보냈으니 이제 이 자료들은 모두 Privileged일까?

원칙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변호사에게 법률적 조언을 구하면서 “이 자료를 검토해 달라”고 전달했다는 communication 자체는 Privilege 분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원래 독립적으로 존재하던 nonprivileged business record나 technical document가 변호사에게 전달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이 다른 적법한 Discovery 경로를 통해 그 원본을 얻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Discovery에서는 이 구별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기업은 공개하기 싫은 모든 기존 문서를 변호사에게 보내는 것만으로 Discovery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Attorney-Client Privilege는 기존 문서를 그런 방식으로 보호하는 제도가 아니다.

14. 한국 변리사가 함께 참여하면 어떻게 되는가

K-Tech의 미국 patent attorney가 infringement analysis를 수행하면서 해당 제품과 관련 특허를 가장 잘 알고 있는 한국 변리사에게 기술적·특허적 배경을 문의했다고 하자.

한국 변리사는 K-Tech의 국내 특허출원과 심판업무를 오랫동안 담당했고, 제품 관련 특허의 청구항 작성과 선행기술 분석에도 참여해 왔다.

이 경우에도 다음과 같이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

“한국 변리사는 미국 attorney가 아니므로 communication에 참여하면 Privilege가 깨진다.”

라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반대로

“한국 변리사는 한국에서 독립된 특허전문자격이므로 미국에서도 당연히 Attorney-Client Privilege가 인정된다.”

반대 방향으로 단정해서도 안 된다.

제1편에서 살펴보았듯 한국 변리사는 U.S. patent agent와 동일한 직역이 아니다. 특허·상표·디자인의 출원뿐 아니라 심판, 심결취소소송, 침해·무효 감정 등 보다 폭넓은 전문업무를 수행한다.

미국법상 Privilege를 분석하려면 한국 변리사의 법적 지위, 실제 수행한 업무, communication의 목적, 미국변호사와의 관계, 적용될 privilege law를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 점에서 한국 변리사법에 한국 변리사의 비밀 유지 특권 및 업무산출물 면책 규정의 도입은 유익하다.

이 문제는 다음 제3편에서 집중적으로 다룬다.

15. 흔한 오해와 반례

“변호사를 CC하면 Privileged다.”

아니다. 변호사가 법률가로서 참여했고 legal advice를 구하거나 제공하는 communication인지가 중요하다.

“사내변호사와의 이메일은 모두 Privileged다.”

아니다. In-house counsel은 legal adviser와 business adviser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으므로 communication의 목적이 특히 중요하다.

“특허변호사에게 기술적인 내용을 설명하면 technical communication이므로 Privilege가 없다.”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기술적 사실의 전달이 변호사가 infringement, validity, patentability 등 법률적 조언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communication이라면 Privilege 분석이 달라질 수 있다.

“변호사에게 기존 자료를 보내면 자료 자체가 Privileged가 된다.”

아니다. 법률상담을 위해 자료를 전달한 communication과 기존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던 underlying document는 구별해야 한다.

“‘Confidential’과 ‘Privileged’는 같은 뜻이다.”

아니다. 회사의 기밀정보라는 것과 Attorney-Client Privilege의 법적 요건을 충족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특허사건의 Privilege는 모두 Federal Circuit law가 적용된다.”

아니다. 문제된 privilege issue가 patent law에 고유한 것인지, 일반적인 privilege 문제인지에 따라 Federal Circuit law와 regional circuit law의 관계를 검토해야 한다.

16. K-Tech IP팀의 실무 체크리스트

미국 특허분쟁이 발생하거나 현실적으로 예상된다면 다음 사항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1. 법률적 질문을 명확하게 한다. 단순히 “검토 바랍니다”라고 하기보다 어떤 미국법상 쟁점에 관한 legal advice가 필요한지를 가능한 범위에서 분명히 한다.
  2. Business advice와 legal advice를 가능한 한 분리한다. 침해 가능성 분석과 제품가격 결정, 라이선스 법률분석과 협상금액 결정 등을 하나의 긴 이메일 thread에 모두 섞지 않는 것이 좋다.
  3. 변호사를 형식적으로 CC하지 않는다. 실제로 법률적 조언이 필요한 사람과 communication하는 구조를 만든다.
  4. 기술자료를 수집하는 목적을 관리한다. Litigation counsel의 법률분석을 위해 연구원에게 사실을 요청하는 것이라면 그 목적과 전달경로를 명확히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5. 기존 문서와 법률자문 communication을 구별한다. 기존 business record를 counsel에게 보냈다는 이유만으로 원본까지 Privileged가 되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6. 수신자를 필요 이상으로 확대하지 않는다. 법률적 조언과 무관한 사람이 communication에 참여하면 confidentiality와 waiver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7. 관할 Circuit을 확인한다. 특히 dual-purpose communication처럼 Circuit별 접근에 차이가 있을 수 있는 문제에서는 어느 법이 적용되는지를 먼저 검토한다.
  8. 한국 변리사와 foreign patent practitioner의 참여를 별도로 검토한다. 미국 attorney나 U.S. patent agent와 단순히 동일하게 취급하지 말고, 해당 국가에서의 법적 지위와 업무범위, 실제 communication의 성격을 확인한다.

17. 결국 중요한 것은 ‘변호사의 이름’이 아니라 ‘변호사의 역할’이다

Attorney-Client Privilege를 기업 실무에 적용할 때 기억할 문장은 간단하다.

변호사가 참여했다고 Privileged인 것이 아니라, 변호사가 법률가로서 참여한 confidential legal communication이어야 한다.

Privilege 관리는 이메일 제목에 “PRIVILEGED”를 붙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누구에게 무엇을 묻는지, 왜 질문하는지, 변호사가 어떤 역할로 답하는지, 법률적 조언과 사업적 판단을 실제 업무과정에서 어떻게 구별하는지를 관리해야 한다.

특허실무에서는 이 구별이 더 어렵다.

법률적 판단을 하려면 기술을 알아야 하고, 기술적 사실을 이해해야 claim construction, infringement, validity, patentability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technical communication이라는 이유만으로 Privilege를 부정해서도 안 되고, patent attorney가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technical communication을 Privileged라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분석은 다시 목적과 역할로 돌아온다.

K-Tech 사례에는 아직 더 어려운 문제가 남아 있다.

K-Tech가 Alpha의 경고장을 받은 직후 가장 먼저 상담한 사람은 미국변호사가 아니었다.

회사의 기술과 특허 포트폴리오를 오랫동안 담당해 온 한국 변리사였다.

미국에서는 변호사가 아닌 registered patent agent에게도 제한적인 patent-agent privilege가 인정된다.

그렇다면 한국 변리사는 어떨까?

한국 변리사는 미국 patent agent와 달리 특허·상표·디자인의 출원업무뿐 아니라 심판, 심결취소소송, 침해·무효 감정 등 훨씬 폭넓은 전문업무를 수행한다.

영국, 유럽, 일본에도 각각 고유한 patent attorney 또는 patent practitioner 제도가 존재한다.

이들 외국 특허전문가에게 자국법상 인정되는 전문직 지위와 confidentiality가 미국 Discovery에서도 그대로 존중될까?

아니면 미국 법원이 별도의 기준으로 다시 판단할까?

다음 편에서는 한국 기업과 변리사에게 특히 중요한 이 문제를 다룬다.

다음 편

제3편. 한국 변리사에게 한 상담도 미국에서 보호될까?
— U.S. Patent Agent, Korean Patent Attorney와 Foreign Patent Practitioner Privilege

주요 법령·판례

검증 기준일: 2026년 9월 19일
공식 판결문과 규칙 URL은 기준일에 접근 가능 여부를 확인했다. In re Spalding은 공개된 공식 판결문 URL을 확인하지 못해 판결문 재게시본을 연결했다.

※ 미국 연방대법원은 In re Grand Jury에서 dual-purpose communication에 관한 merits 판결을 내리지 않고 2023년 1월 23일 certiorari를 improvidently granted로 기각하였다. 따라서 dual-purpose communication의 구체적인 기준을 적용할 때에는 해당 사건에 적용되는 Circuit의 판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 이 글은 미국 특허소송에서의 Attorney-Client Privilege를 한국 기업의 실무 관점에서 설명하는 일반 정보다. 특정 사건에 관한 미국법상 법률의견을 제공하지 않는다.

Thursday, June 18, 2026

「발명의 본질」 한정해석론: Federal Circuit 법리와 한국 특허법에의 시사점

IP Law · Claim Construction

“발명의 본질”은 청구항을 좁힐 수 있는가
Phillips 이후 미국 청구범위 해석과 한국법의 비교

명세서 문맥에 따른 정당한 의미 확정과, 청구항에 없는 한정의 부당한 도입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

청구범위 해석 Federal Circuit Phillips 비교특허법
미국 Federal Circuit의 청구범위 해석과 발명의 본질 논쟁을 상징하는 이미지
청구항 문언과 명세서 문맥 사이의 경계가 권리범위를 결정한다.

핵심 결론: 미국법에서 “발명의 본질(essence of the invention)”, “발명의 핵심(heart)” 또는 “근본적 특징(fundamental characteristic)”은 청구항을 좁히는 독립된 법적 테스트가 아니다. 이 표현들은 청구항 구조와 명세서·심사경과를 해석한 결과를 설명하는 보조적 언어일 뿐이며, 구체적인 내재적 증거 없이 그 자체로 청구항에 새로운 한정을 추가할 수 없다.

Ⅰ. 문제의 소재: 문맥을 읽는 것과 한정을 보태는 것

특허청구범위 해석의 핵심 긴장은 명세서(specification)를 청구항 용어의 기술적 문맥으로 사용하는 행위와, 명세서의 실시예·목적·장점을 청구항에 없는 한정으로 도입하는 행위 사이에 있다. 법원은 특허 전체를 읽지 않고는 청구항을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지만, 명세서에 자세히 적힌 특정 실시형태가 곧 청구범위의 전부라고 가정해서도 안 된다.

미국 판례에서 “essence”, “heart”, “fundamental characteristic” 같은 표현이 등장하기는 한다. 그러나 이들은 전제부(preamble)가 한정적인지, 기능적 문구가 청구항에 실질적 의미를 부여하는지, 또는 명세서 전체가 특정 의미를 일관되게 가리키는지를 설명하는 데 사용되는 수사적·보조적 표현이다. Federal Circuit이 별도의 “발명의 본질 한정해석론”이나 공식적인 “essence test”를 확립한 것은 아니다.

구별해야 할 두 질문 첫째, 통상의 기술자가 특허 전체의 문맥에서 쟁점 용어를 어떤 의미로 이해하는가. 둘째, 법원이 명세서에만 있는 구성을 청구항에 새로 보태고 있지는 않은가. 전자는 정당한 의미 확정일 수 있지만, 후자는 부당한 한정도입이 될 수 있다.

Ⅱ. 미국 법리의 전개

1. Markman: 법관에 의한 해석과 그 양면성

미국 대법원은 Markman v. Westview Instruments, Inc., 517 U.S. 370 (1996)에서 특허청구범위 해석을 배심이 아니라 법관이 판단할 사항으로 정리하였다. 이는 특허문서 해석의 통일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이려는 제도적 선택이었다.

다만 다음 평가는 판결의 직접 판시가 아니라 그 후 실무에 관한 관찰이다. 법관이 명세서의 기술적 서사를 중시하는 과정에서, 청구항 문언보다 “발명자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 것”을 재구성하려는 유혹이 생길 수 있다. 이후 판례의 과제는 법관이 특허 전체의 문맥을 충분히 읽되, 청구항에 없는 제한을 사후적으로 만들어 내지 않도록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었다.

2. Texas Digital에서 Phillips

Texas Digital Systems, Inc. v. Telegenix, Inc., 308 F.3d 1193 (Fed. Cir. 2002)는 일반 사전의 정의를 출발점으로 삼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이 방식은 용어가 실제 특허에서 사용된 기술적 문맥보다 추상적인 사전적 가능성을 우선할 위험이 있었다.

전원합의체 판결인 Phillips v. AWH Corp., 415 F.3d 1303 (Fed. Cir. 2005) (en banc)은 청구항 용어를 출원 당시 통상의 기술자가 특허 전체의 맥락에서 이해하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재정리하였다. 청구항 문언, 다른 청구항, 명세서와 심사경과로 이루어진 내재적 증거(intrinsic evidence)가 해석의 중심이다. 사전과 전문가 의견 같은 외부증거(extrinsic evidence)는 기술적 배경을 이해하는 데 유용할 수 있지만, 특허 자체의 공개내용과 모순되는 의미를 만들기 위한 자료로 사용할 수 없다.

이를 경직된 “증거의 서열표”로 이해할 필요는 없다. 핵심은 특허권자가 작성하고 심사과정에서 형성된 내재적 기록이 공중에게 권리범위를 알리는 중심자료이며, 외부증거는 그 기록을 이해하는 보조자료라는 점이다.

3. 명시적 정의·권리포기와 문맥적 의미 확정

Phillips 이후 lexicography와 clear disavowal은 특별한 의미 또는 명백한 범위포기를 인정하는 대표적인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출원인은 용어를 스스로 정의할 수 있고, 특정 대안을 명확하고 의도적으로 포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제한적 해석이 이 두 범주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청구항 내부의 사용 방식, 다른 청구항과의 관계, 명세서 전체의 일관된 용어 사용과 심사경과를 종합하면, 쟁점 용어의 통상적 의미 자체가 비교적 좁게 확정될 수 있다. 그러므로 다음 두 상황을 분리해야 한다.

  • 문맥에 따른 의미 확정: 특허 전체를 읽은 통상의 기술자가 청구항 용어를 실제로 이해할 의미를 정하는 것
  • 부당한 한정도입: 청구항 문언이 포괄하는 범위를 실시예·목적·장점만을 이유로 별도의 제한 없이 잘라내는 것

“본 발명의 필수요소”, “본 발명의 핵심” 같은 표현도 문구 하나만으로 자동적인 disavowal을 만들지는 않는다. 합리적인 독자가 특허 전체에서 특정 범위를 명확하고 의도적으로 포기했다고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Ⅲ. 핵심 선례 분석

1. SciMed: 명확한 배제와 공중 통지가 결합된 사례

SciMed Life Systems, Inc. v. Advanced Cardiovascular Systems, Inc., 242 F.3d 1337 (Fed. Cir. 2001)는 혈관성형술용 카테터의 유체 통로 구조를 다룬 사건이다. 명세서는 coaxial 구조를 발명에 공통되는 기본구조로 일관되게 설명했고, 대안적인 dual-lumen 구조를 종래기술의 문제 있는 방식으로 구별하였다.

법원은 특허 전체의 서술을 고려해 청구범위를 coaxial 구조에 맞게 해석하였다. 판결의 취지는 다음과 같이 의역할 수 있다. 명세서가 특정 대안이 발명의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알린 경우, 청구항 문언만을 고립해 그 대안까지 포함시키는 해석은 허용되기 어렵다.

판단요소 SciMed에서의 의미
발명에 관한 일관된 규정 명세서가 coaxial 구조를 발명의 기본구조로 반복하여 설명했다.
대안구조의 명확한 배제 dual-lumen 구조를 단순한 비선호 실시예가 아니라 발명과 구별되는 종래구조로 취급했다.
실시예의 일관성 모든 실시예가 제한해석을 보강했지만, 이 사실만으로 제한이 성립한 것은 아니다.
공중 통지 특허 전체를 읽은 경쟁자가 포기된 대안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따라서 SciMed는 “법원이 발명의 본질을 발견했기 때문에” 청구항을 좁힌 사건이 아니다. 출원인 자신의 일관된 규정과 대안의 명확한 배제가 공중에게 범위포기를 통지한 사건이다. 모든 실시예가 하나의 형태만을 보여 준다는 사실은 보강자료가 될 수 있지만, 그 사실만으로 청구항을 실시예에 한정할 수는 없다.

2. Retractable Technologies: 패널 내부와 재심 거부 단계의 충돌

Retractable Technologies, Inc. v. Becton, Dickinson & Co., 653 F.3d 1296 (Fed. Cir. 2011)의 패널 다수의견은 주사기 특허의 “body”를 one-piece body로 해석하였다. 다수의견은 명세서가 body를 일관되게 단일 구조로 묘사하고, Summary와 실시예가 그러한 구조를 반영하며, 다부품 body를 발명의 구조로 가르치지 않는다고 보았다. 즉 단순히 추상적인 “발명의 실질”만을 내세운 것이 아니라 특허 전체에서 통상의 기술자가 용어를 어떻게 이해할지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패널의 Moore 판사 반대의견은 청구항 문언에 one-piece라는 제한이 없고, 명세서도 다부품 body를 명확히 포기하지 않았다고 보았다. 그 관점에서는 다수의견의 문맥적 해석이 사실상 선호 실시예와 발명의 서사를 청구항에 옮겨 넣은 것이었다.

그 후 전원합의체 재심(en banc rehearing)이 거부되었고, 재심 거부 단계에서도 청구범위 해석규칙의 예측가능성을 둘러싼 별도의 의견들이 제시되었다. 패널 판결의 다수·반대의견과 재심 거부 단계의 의견은 절차적으로 구별해야 한다. 이 사건의 지속적 가치는 어느 한쪽이 “발명의 본질”이라는 독립법리를 채택했다는 데 있지 않고, 동일한 내재적 기록을 두고도 문맥적 의미 확정실시예 한정의 도입 사이의 경계를 달리 그을 수 있음을 보여 준다는 데 있다.

쟁점의 정확한 형태 다수의견은 특허 전체에서 통상의 기술자가 “body”를 one-piece로 이해한다고 보았고, 반대의견은 그러한 해석이 청구항에 없는 구조를 명세서로부터 도입한 것이라고 보았다. 양자의 차이는 “명세서를 볼 것인가”가 아니라, 명세서가 제공하는 문맥의 법적 효과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있었다.

3. In re Jasinski: “essence”보다 기능적 판단기준이 핵심

In re Jasinski, 508 F. App’x 950 (Fed. Cir. 2013)은 비선례(nonprecedential) 판결이다. 청구항에는 논리적 설계와 물리적 설계를 비교해 매핑 소프트웨어의 정확성을 검증한다는 기능적 문구가 포함되어 있었다.

법원은 “to verify/verifying the accuracy of logical-to-physical mapping software”라는 문구가 단순한 목적이나 의도된 용도를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청구항의 비교단계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는지 실질적인 판단기준을 제공한다고 보았다. 판결이 “essence of the invention”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그 표현 자체가 한정을 발생시킨 것은 아니다. 기능적 문구가 청구항의 다른 단계에 생명과 의미를 부여한 점이 핵심이다.

따라서 이 사건은 일반적인 명세서 한정론의 대표 선례로 확대하기보다, preamble 또는 기능적 문구가 청구항 본문에 실질적인 구조·성능·판단기준을 제공하는지 살피는 사례로 제한하여 이해하는 것이 안전하다.

4. Teva: 해석내용이 아니라 항소심 심사기준에 관한 보충 판례

Teva Pharmaceuticals USA, Inc. v. Sandoz, Inc., 574 U.S. 318 (2015)는 “발명의 본질” 개념을 직접 다룬 판결이 아니다. 대법원은 청구범위 해석 과정에서 외부증거에 기초한 하급심의 보조적 사실인정(subsidiary factual findings)이 존재하면, 항소심은 그 사실인정을 명백한 오류(clear error) 기준으로 심사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반면 내재적 증거만으로 이루어진 최종적인 청구범위 해석은 법률문제로서 de novo 심사의 대상이 된다.

그러므로 Teva는 “essence”의 허용범위를 정한 핵심 선례가 아니라, 기술용어 이해를 위해 외부증거와 사실인정이 개입할 때 적용되는 항소심 심사기준을 설명하는 보충 판례로 배치하는 것이 적절하다.

Ⅳ. 실무 분석 프레임: 공식 테스트가 아닌 점검 순서

아래 3단계는 Federal Circuit이 공식적으로 선언한 독립 테스트가 아니다. Phillips와 관련 판례를 실제 사건에서 검토하기 위해 이 글이 제안하는 실무 분석틀이다.

Practical Three-Step Review
Step 1 — 청구항 문언과 구조
  • 쟁점 용어의 문법적·기술적 의미는 무엇인가.
  • 다른 청구항과 종속항은 어떤 범위 차이를 전제하는가.
  • 전제부와 본문이 서로 의존하는가.
  • claim differentiation이 특정 해석을 지지하거나 약화하는가.
Step 2 — 내재적 증거가 제공하는 문맥
  • 명세서에서 쟁점 용어가 일관되게 어떤 의미로 사용되는가.
  • 출원인이 특별한 정의를 명확히 제시했는가.
  • 특정 대안이나 범위를 명확하고 의도적으로 포기했는가.
  • 심사과정에서 제한된 의미에 의존해 선행기술을 구별했는가.
  • 기능적 문구가 다른 청구요소에 실질적인 판단기준을 제공하는가.
Step 3 — 의미 확정과 한정도입의 경계 통제
  • 실시예만을 이유로 청구범위를 좁히고 있지는 않은가.
  • 모든 실시예가 동일하다는 사실만으로 제한하려는 것은 아닌가.
  • 발명의 목적이나 장점을 별도의 청구요소로 바꾸고 있지는 않은가.
  • 반대 해석이 명세서의 명시적 가르침과 실제로 충돌하는가.
  • 공중이 포기된 범위를 명확히 인식할 수 있었는가.

이 프레임의 목적은 법관이 직관적으로 “이것이 발명의 핵심”이라고 선언하는 데 있지 않다. 그 직관을 청구항 문언과 내재적 증거의 구체적인 표지로 분해하고, 문맥적 의미 확정인지 청구항 외 한정의 도입인지 검증하는 데 있다.

Ⅴ. 한국법과의 비교

1. 한국 대법원의 정형문구

한국 대법원은 청구범위에 기재된 사항을 발명 확정의 출발점으로 삼으면서도, 그 기술적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발명의 설명과 도면을 참작한다. 대법원 2012. 12. 27. 선고 2011후3230 판결과 대법원 2019. 10. 17. 선고 2019다222782, 222799(병합) 판결 등에서 확인되는 취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범위에 적힌 사항은 문언의 일반적인 의미를 기초로 하되, 발명의 설명과 도면 등을 참작하여 그 문언이 표현하려는 기술적 의의를 고찰한 다음 객관적·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그러나 발명의 설명이나 도면 등 다른 기재에 따라 청구범위를 제한하거나 확장하여 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위 문장은 판례의 취지를 읽기 쉽게 정리한 것이다. 2011후3230 판결은 신규성·진보성 판단의 대상인 발명을 확정하는 맥락에서 이 원칙을 제시했고, 2019다222782, 222799 판결은 침해 판단에서 같은 해석원칙을 원용하였다. 사건의 절차와 쟁점은 다르지만, 청구항 문언을 출발점으로 명세서·도면을 참작하되 그 자료로 청구범위를 새로 제한하거나 확장할 수 없다는 공통 원칙을 보여 준다.

2. 공식 “3단계 테스트”가 아니라 분석상 세 요소

한국 대법원이 공식적인 3단계 청구범위 해석 테스트를 선언한 것은 아니다. 다만 정형문구는 분석상 다음 세 요소로 나눌 수 있다.

  1. 청구범위 문언의 일반적 의미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2. 발명의 설명과 도면을 참작하여 기술적 의의를 객관적·합리적으로 파악한다.
  3. 그 참작을 이유로 청구범위를 제한하거나 확장하지 않는다.

이는 Phillips의 문제의식과 유사하지만 세부적인 판단표지와 사건별 운용이 동일하다는 뜻은 아니다.

3. 차이는 일반적 “넓고 좁음”보다 유형화 방식에 있다

한국이 미국보다 청구항을 일반적으로 더 좁게 해석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한 결론에는 충분한 판례표본과 사건유형을 통제한 실증분석이 필요하다. 비교 가능한 차이는 오히려 판단기준의 명명과 판례 축적 방식에 있다.

미국은 lexicography, clear disavowal, prosecution disclaimer, claim differentiation, limiting preamble 등 세부 유형에 관한 판례가 다수 축적되어 있다. 한국 판례는 “기술적 의의의 객관적·합리적 해석”과 “명세서에 의한 제한·확장 금지”라는 포괄적인 정형문구 아래 사건별로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어느 법제가 항상 더 넓거나 좁다고 일반화하기보다, 구체적인 판단표지가 얼마나 명시적으로 유형화되어 있는지를 비교하는 편이 정확하다.

비교항목 미국 Federal Circuit 한국 대법원·특허법원
기본원칙 청구항을 출원 당시 통상의 기술자가 특허 전체의 문맥에서 이해하는 의미로 해석한다. 문언의 일반적 의미를 기초로 명세서·도면을 참작해 기술적 의의를 객관적·합리적으로 해석한다.
특별한 의미·범위포기 lexicography와 clear disavowal 등이 명명된 기준으로 발전했으며 심사경과도 고려한다. 동일 명칭의 독립법리는 없지만 출원인의 정의, 발명의 설명과 심사경과 등을 해석자료로 고려할 수 있다.
실시예 제한 하나 또는 모든 실시예가 동일하다는 사실만으로 제한하는 것을 경계한다. 발명의 설명·도면만으로 청구범위를 제한하거나 확장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적용상 특징 세부 유형과 상반된 사례가 풍부하게 축적되어 있으나 경계사례의 예측곤란은 남아 있다. 포괄적인 정형문구 아래 구체적 문언과 명세서의 관계를 사건별로 판단한다.
일반화 가능성 어느 법제가 항상 더 넓거나 좁게 해석한다고 일반화하기 어렵고, 청구항·명세서·심사경과를 사건별로 비교해야 한다.

4. 명세서 작성관행과 법리의 관계

한국 출원실무에서는 배경기술, 해결과제, 해결수단과 효과를 체계적으로 서술하는 형식이 널리 사용되어 왔다. 미국 명세서는 제목과 서술방식이 상대적으로 다양하지만, Summary나 Detailed Description에서 목적과 장점을 상세히 설명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PCT 출원과 글로벌 포트폴리오 관리가 보편화되면서 양국의 명세서 형식은 상당 부분 수렴하고 있다.

따라서 명세서 형식의 차이가 곧바로 법원의 제한해석 성향을 만든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작성관행은 해석자료의 모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하나의 배경요소일 뿐이며, 실제 결론은 청구항 문언, 명세서 전체와 심사경과의 구체적인 관계에서 나온다.

5. 청구범위 해석과 §112 쟁점의 구별

미국법에서는 다음 법리를 혼합하지 않아야 한다.

  • Claim construction: 청구항 용어와 범위의 의미를 확정하는 문제
  • Written description: 출원인이 청구된 발명을 보유하고 있었음을 명세서가 보여 주는지의 문제
  • Enablement: 청구범위에 상응하는 발명을 통상의 기술자가 과도한 실험 없이 실시할 수 있는지의 문제
  • 35 U.S.C. §112(f): means-plus-function 문언의 기능과 대응 구조를 특정하는 별도의 해석규칙

이 쟁점들은 같은 사건에서 함께 제기될 수 있지만 서로 다른 법적 질문이다. §112의 유효성 문제를 피하기 위해 청구항을 인위적으로 좁게 해석하는 것과, 특허 전체의 문맥에 따라 용어의 실제 의미를 확정하는 것은 구별해야 한다.

Ⅵ. 실무상 시사점

  1. 청구항 문언과 구조부터 분석한다. 명세서의 발명 서사보다 먼저 쟁점 용어의 문법, 다른 청구항과 종속항, 전제부와 본문의 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2. “참작”과 “한정도입”의 근거를 분리한다. 명시적 정의, 명확한 범위포기, 심사과정의 구별 또는 일관된 용어사용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3. 모든 실시예의 일치만으로 결론 내리지 않는다. 단일 실시형태만 공개되었다는 사실은 보강자료일 수 있지만 독립적인 제한근거는 아니다.
  4. “발명의 핵심”이라는 인상을 증거로 환원한다. 어느 청구항 문언과 명세서 문장이 그 결론을 지지하는지, 반대 해석과 실제로 충돌하는지를 밝혀야 한다.
  5. 출원서의 절대적 표현을 관리한다. “본 발명은 반드시”, “모든 경우에”, “본 발명의 핵심은” 같은 문구가 자동으로 권리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지만, 좁은 문맥적 해석이나 범위포기를 주장하는 불리한 자료가 될 위험이 있다.
  6. 비교법을 기계적으로 이식하지 않는다. 미국의 명명된 기준은 유용한 체크리스트지만, 한국법에서는 대법원의 청구범위 해석 원칙과 해당 사건의 청구항·명세서·심사경과에 맞추어 논증해야 한다.

Ⅶ. 결론

Phillips 이후 미국법은 명세서를 청구항 의미의 핵심 문맥으로 보면서도, 실시예·목적·장점을 청구항에 그대로 옮겨 넣는 것을 경계한다. 명시적 정의와 명백한 권리포기는 특별한 의미 또는 범위포기를 인정하는 대표적 기준이지만, 모든 제한적 해석의 유일한 경로는 아니다. 청구항 문언의 통상적 의미는 청구항 구조, 명세서 전체와 심사경과를 종합해 확정된다.

“발명의 본질”이라는 표현은 그러한 분석의 결론을 설명할 수는 있어도 독립적인 제한해석 기준은 아니다. 법원이 그 표현을 사용하려면 청구항의 어느 문언과 내재적 증거가 제한된 의미를 지지하는지 먼저 제시해야 한다. 모든 실시예가 같거나 어떤 구성이 발명의 장점으로 강조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한국법도 청구항 문언을 출발점으로 발명의 설명과 도면을 참작하되, 다른 기재로 청구범위를 제한하거나 확장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취한다. 미국과의 차이는 법리의 기본방향보다 제한해석의 구체적 유형과 판단표지가 어느 정도 명시적으로 축적되어 있는지에 있다. 한국 실무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려면 미국법을 그대로 이식하기보다, 문맥에 따른 의미 확정과 청구항 외 한정의 도입을 구별하는 판단요소를 판례와 심사기준에 지속적으로 축적할 필요가 있다.

해설 영상

이 글의 주요 쟁점을 영상으로 살펴보려면 유튜브 해설 보기.

주요 판례

  • Markman v. Westview Instruments, Inc., 517 U.S. 370 (1996).
  • SciMed Life Systems, Inc. v. Advanced Cardiovascular Systems, Inc., 242 F.3d 1337 (Fed. Cir. 2001).
  • Phillips v. AWH Corp., 415 F.3d 1303 (Fed. Cir. 2005) (en banc).
  • Retractable Technologies, Inc. v. Becton, Dickinson & Co., 653 F.3d 1296 (Fed. Cir. 2011).
  • In re Jasinski, 508 F. App’x 950 (Fed. Cir. 2013) (nonprecedential).
  • Teva Pharmaceuticals USA, Inc. v. Sandoz, Inc., 574 U.S. 318 (2015).
  • 대법원 2012. 12. 27. 선고 2011후3230 판결.
  • 대법원 2019. 10. 17. 선고 2019다222782, 222799(병합) 판결.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며, 개별 사건에 관한 법률자문을 구성하지 않습니다.

Wednesday, May 24, 2017

미국 특허심판원이 미국연방법원의 판결을 뒤엎었다고?

지난 2017 5 23일 항소연방법원이 미국 특허심판원(PTAB) 사건 중 하나인 IPR(일종의 특허무효심판)이 무효로 심결한 결정을 확정하였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Novartis AG v. Noven Pharmaceuticals Inc.). 대상특허들 (US 6,316,023, US 6,335,031)은 이미 미국 민사지방법원에서 벌어진 특허침해소송을 거쳐 항소심 연방법원에서 동일한 선행증거 대비 유효하다는 것을 확정받은 바 있습니다.

이 뉴스를 들은 한 국내법 전문가인 한 친구가 내게 전화를 걸어 미국은 특허심판원이 법원의 판결도 뒤집냐며 의아해 했습니다. 내용을 들어보니 미국 특허분쟁제도를 잘 몰라서 생긴 오해인 것 같아 잠시 시간을 내어 설명해주었습니다.

미국 특허심판원(PTAB)에서 특허요건에 대한 입증은 우월적 입증(Preponderance of evidence)에 의하는 반면(35 USC 316e) 민사지방법원은 그보다 높은 확실하고 명확한 입증(clear and convincing evidence)에 의하여야 해서 같은 증거라고 하더라도 그 입증책임의 차이로 결론이 달라질 수 있고, 청구항(Claim) 해석에 있어서도 미국 특허심판원(PTAB)은 가장 넓은 합리적인 해석(Broadest Reasonable Interpretation (BARI)) 하여야 할 뿐 아니라 유효추정규정도 적용되지 않아 무효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35 USC 282), 민사지방법원은 필립스 스탠다드(Philips Standard)가 적용되어 상대적으로 청구범위가 좁게 해석될 뿐 아니라 유효추정규정도 적용되어 동일한 특허라고 하더라도 유효로 결정될 확률이 더 높으며 이 점은 미 연방법원이나 연방대법원에서도 당연한 것이라고 판단한 바 있어

그러니까 특허심판원이 미국 민사지법 판결을 뒤엎은 것이라기 보다는 양 제도의 판단기준과 입증수준이 달라서 발생한 거야

따라서 미국에서는 특허침해소송이 들어오면 피고는 특허심판원(PTAB)에 무효심판(IPR)을 제기하는 것을 추천하고 효과나 비용면에서 효율적이란 점을 잘 설명해봐

또 민사소송을 받았을 때 최대한 빨리 IPR를 제기하면 민사지방법원에 제소된 특허침해소송의 절차가 중지(Stay)될 확률이 높아 IPR은 소송전략적으로도 유용하단 점도 알려주고, 피고입장에서 민사소송을 최대한 빨리 종결시킬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 early settlement (조기 타결)을 할 수 있는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알려주고 ~ "


<그림출처> Finnegan 웹사이트 March 7, 2014 글에 개시된 사진인용
“Inter Partes Review in Generic Drug Litigation—Why the USPTO Should Exercise Its Discretion to Deny IPR Petitions in Appropriate Hatch-Waxman Act Disputes”


[제10편] 불법행위를 변호사에게 상담하면 Privilege가 생기는가? — Crime-Fraud Exception과 보호의 한계

Attorney-Client Privilege는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솔직하게 사실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제도다. 그렇다면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불법행위에 관하여 이야기하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회사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