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자권은 자연권이고 특허권은 설권적 권리이다 — 모순처럼 보이는 두 명제에 대하여
"발명에 대한 권리는 법 제정 이전부터 존재하는 자연권(natural right)이다." 특허법을 다루다 보면 한 번쯤 마주치게 되는 명제다. 그런데 곧이어 이런 의문이 따라붙는다. 특허권(patent right)은 출원·심사·등록이라는 국가의 행정처분을 거쳐야 비로소 성립하는 설권적(設權的) 권리, 즉 독일법상 표현으로 Verleihungsakt에 의한 권리다. 법 이전부터 존재하는 권리가 어떻게, 법에 의해 비로소 만들어지는 권리와 같은 것일 수 있는가. 둘 중 하나는 틀린 것이 아닐까.
이 질문은 형식상 삼단논법의 옷을 입고 있다. 발명에 대한 권리는 자연권이다(대전제) — 특허권은 설권적 권리다(소전제) — 따라서 특허권은 "법 이전부터 존재한 것"이 아니므로 자연권일 수 없고, 결국 자연권이라 불리던 "발명에 대한 권리"의 정체와 그것이 특허권과 맺는 관계는 불분명해진다(결론).
하지만 이 역설은 출발부터 잘못 짜여 있다. "발명에 대한 권리"라는 하나의 표현 속에, 사실은 서로 다른 층위·시점·정당화 근거를 가진 복수의 권리가 뒤섞여 있는데도, 이를 마치 동일한 대상에 대한 두 개의 모순된 술어인 것처럼 다루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모순을 부정하거나 봉합하는 것"이 아니라, 권리의 객체·층위·발생 시점·정당화 근거와 제도적 실현형식을 구별하는 것이 된다.
세 개의 층위로 나누어 보면
발명으로부터 특허권에 이르는 과정을 가장 정교하게 명문화한 입법례는 독일 특허법(Patentgesetz)이다. 독일 PatG는 제6조에서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는 발명자 또는 그 승계인에게 속한다"고 규정하고, 제7조에서 그 권리를 가진 자가 특허부여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두 조문을 따라가면, 발명에서 특허권까지의 과정은 개념상 세 개의 층위로 나뉜다.
| 층위 | 권리 명칭 | 발생 시점 | 성격 |
|---|---|---|---|
| 1층 | 발명자권 /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 (Recht auf das Patent, 독일 PatG 제6조 유형) |
발명 완성 시 원시적 발생 | 자연법·노동이론에 근거한 재산권적·인격권적 권리 |
| 2층 | 특허부여 청구권 (Anspruch auf Erteilung des Patents, 독일 PatG 제7조 유형) |
출원 시 | 국가(특허청)에 대한 공법상 절차적 청구권 |
| 3층 | 특허권 (Patent) | 등록 시 | 등록에 의해 비로소 성립하는 대세적(對世的) 독점배타권 — 설권적 |
이 표에서 가장 중요한 통찰은, 1층과 3층이 "같은 권리를 시점에 따라 다르게 부르는 것"이 아니라, 객체·효력범위·정당화 근거가 서로 다른, 그러나 연속적인 별개의 권리라는 점이다.
1층의 권리는 "이 발명은 내가 만든 것이고, 나는 이를 처분·실시·이전·공개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는, 발명자와 발명물 사이의 관계에 관한 권리다. 제3자에 대한 대세적 독점배타력을 본질적 속성으로 요구하지 않으므로, 국가의 등록행위 없이도 관념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 반면 3층의 특허권은 "모든 제3자에 대하여 실시를 금지할 수 있는" 대세적 권리다. 그리고 "만인에 대한 효력(erga omnes)"이라는 개념 자체는, 그 정의상 법질서 — 즉 국가의 강제력 독점 — 없이는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법질서가 존재하지 않는 가설적 자연상태에서 "모든 사람에 대해 효력을 갖는 권리"라는 관념은 논리적으로 정초될 수 없기 때문이다.
"모순"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정당화 근거와 제도적 실현형식의 구별
"자연권"이라는 단어는 두 가지를 가리킬 수 있다. 하나는 권리의 도덕적·철학적 정당화 근거이고, 다른 하나는 그 권리의 구체적인 법적 형식과 효력이다. "발명자에게는 자신의 노동·정신의 산물에 대해 우선적 이익을 인정해야 한다"는 자연법적 정당화는 입법자에게 "특허법이라는 설권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규범적 이유를 제공하는 상위 원리다. 반면 "특허권"은 그러한 정당화에 따라 입법자가 실제로 창설한 효력범위·존속기간·요건·절차를 갖춘 실정법상의 제도적 산물이다.
이렇게 구별하면, "특허권은 설권적이므로 자연권이 아니다"와 "발명자의 권리에는 자연권적 기초가 있다"는 전혀 다른 차원의 명제가 되어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 비유하자면, "토지에 대한 점유·경작의 이익은 로크적 자연권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는 명제와 "등기부상의 소유권(物權)은 등기라는 설권적 행위를 통해 성립한다"는 명제가 동시에 참이라고 해서 모순이라 하지 않는 것과 같다. 자연적 이익과 등기된 물권은 같은 사물(토지)에 관한 것이지만, 층위가 다른 권리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독일 PatG 제6조가 발명자에게 1층의 권리를 원시적으로 귀속시킨다는 것은 법문상의 사실이지만, "그 권리가 자연법·로크적 노동이론에 근거한다"는 설명 자체가 법률에 명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후자는 독일 학설이 발명자주의를 정당화하기 위해 원용하는 법철학적 해석이며, 이를 실정법상의 통설적 사실과 같은 차원에 놓고 단언하는 것은 주의를 요한다.
"설권(設權)"은 창설인가, 효력의 부가인가
두 번째 분석축은 "설권적"이라는 표현이 (가) 권리를 무(無)로부터 창설하는 것인지, 아니면 (나) 이미 존재하는 이익·지위에 "대세적 법적 효력"이라는 특수한 효력을 부가하는 것인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다수설적 이해는 (나)에 가깝다. 등록(특허 부여)이라는 설권행위는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권리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발명자에게 이미 인정되던 1층의 권리를 심사를 통해 확인하고, 그 권리의 행사형태에 대세적 독점배타력이라는 특수한 법적 효력을 부가하는 행위로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설권성"은 권리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개념이 아니라, 권리의 "효력의 종류·강도·범위"를 변화시키는 개념이 된다. "특허권이 설권적이라고 해서 자연권성을 전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견해의 이론적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만 행정법·민법 이론에서도 설권적 행위를 "권리의 발생 자체를 가져오는 행위"로 볼 것인지, "기존의 이익·지위에 공적 효력을 부여하는 행위"로 볼 것인지는 여전히 해석의 문제로 남아 있다. 특허법 영역에서도 "발명은 사실행위로 이미 존재하고, 등록은 그것을 법적으로 보호되는 객체로 구성하는 행위"라는 견해와, "특허권은 등록이 있기 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더 강한 설권설이 병존한다. 이 글이 택하는 입장은 전자, 즉 "이미 발명자에게 귀속된 권리에 대세적 독점효력을 부가하는 행위"라는 온건한 설권 이해다.
1층에서 3층으로의 "이행" — 자연권성은 어디까지 승계되는가
세 번째이자 가장 핵심적인 질문은, 1층·2층을 거쳐 3층(등록된 특허권)이 성립한 이후, 그 권리가 1층의 자연권적 성격을 어디까지 "승계"하는가이다. 이는 추상적인 사변이 아니다. 비교법적으로 — 특히 미국 연방대법원의 최근 판례에서 — 현재진행형의 실제 법적 쟁점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비교법의 창: 독일, 프랑스, 미국
독일은 PatG 제6조와 제7조를 통해 1층(발명자권)과 2층(특허부여 청구권)을 조문상 명시적으로 구분한다. 이 구조의 함의는, 1층의 권리에 (학설상) 자연법·노동이론에 근거한 재산권적 성격을 부여함으로써, 자연권적 정당화(1층)와 설권적 실현형식(3층) 사이의 "이행"을 입법적으로 매개한다는 점이다. 즉 독일식 해법은 "1층은 자연권적 기초를 갖고, 3층은 설권적"이라는 층위 구분을 법체계 안에 녹여 넣음으로써, 양자 사이의 단절이 가져올 수 있는 논리적 긴장을 사전에 흡수한다.
프랑스의 흐름은 이 긴장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주되는지를 보여준다. 1791년 특허법은 제1조에서 "모든 새로운 발견은 그 저자의 재산이다"라고 선언하며, 1층의 권리를 인권선언적 차원의 자연권·소유권으로 정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동법조차 발명자에게 5·10·15년 중 선택 가능한 기간이 제한된 독점만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자연권이라면 영속해야 할 것을 기간으로 제한한다"는 긴장을 이미 내포하고 있었다. 1844년 법에 이르러서는 1층의 자연권적 선언 언어가 후퇴하고, 특허를 "법률에 의해 부여되는 권리"로 다루는 경향이 강화된다. 이는 1층의 정당화 근거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3층의 제도설계 차원에서 행정·산업정책적 합리성 — 보상이론·공익설 — 이 전면에 배치된 것으로 읽을 수 있다. 다만 이러한 1791년→1844년의 이동에 대한 해석은 특허사 개설서들과 큰 틀에서 부합하는 역사적 개관이기는 하나, 구체적 조문이나 입법자의 의도까지 실증한 수준이라기보다는 법철학적 해석에 가깝다는 점은 전제로 두는 것이 안전하다.
미국의 경우는 "1층의 자연권성이 3층까지 승계되는가"라는 문제가 가장 첨예하게 노출된 사례다. 미국 헌법 제1조 제8항 8호는 "과학과 유용한 기술의 진보를 촉진하기 위하여" 발명자에게 "제한된 기간 동안의 배타적 권리"를 의회가 보장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 문언의 표면적 형식 — "공익 목적 → 그 수단으로서의 권리부여" — 때문에, "미국 특허제도는 자연권을 전제하지 않는 순수한 공리주의적 설권"이라는 통설이 널리 퍼져 있다.
그러나 조지메이슨대 Adam Mossoff 교수의 수정주의 연구는 이러한 통설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그는 19세기 초 미국 특허법이 자연권 철학의 의미 있는 지도 아래 발전했다는 사실이 통설에 의해 가려져 있다고 본다. 실제로 헌법 IP조항의 실질적 설계자로 평가되는 매디슨은 Federalist 43호에서 저작권·특허를 명백히 "재산권"으로 인정했고, 1792년 논설 "Property"에서는 사람이 자신의 의견(opinion)에도 재산을 갖는다고 기술했다. 헌법 문언이 "진보의 촉진"이라는 공익적 형식을 택한 것은, 1층의 자연권적 정당화를 배제하기 위함이 아니라, 자연권적 재산권의 보호가 곧 공익에 부합한다는 인식의 산물로 읽는 것이 역사적으로 더 정확하다는 것이다.
19세기 연방대법원 판례 역시 이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McCormick Harvesting Machine Co. v. Aultman (1898) 판결은, 특허는 토지불하특허(land patent)와 동일한 지위에 있으며, 일단 발급된 특허를 특허청이 스스로 취소하는 것은 적법절차 없이 재산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즉 3층(등록된 특허권)이 성립한 이후에는 1층의 자연권적·재산권적 성격을 그대로 승계하여, 토지소유권에 준하는 헌법적 보호를 받는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2018년 Oil States Energy Services v. Greene's Energy Group 판결의 다수의견(6대 3)은 정반대 방향을 취했다. 특허권은 정부가 부여하는 "공공특허(public franchise)"라는 특수한 형태의 재산권일 뿐이며, 특허청 내 행정심판(IPR)을 통해 등록된 특허를 행정기관이 취소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체계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이에 대해 고서치(Gorsuch) 대법관은 로버츠(Roberts) 대법원장과 함께, McCormick Harvesting 등 19세기 판례를 근거로 "일단 특허가 부여되면 그것은 모든 확정된 권리에 부여되는 헌법적 보호를 받는 사적 재산권이 된다"고 반대했다. 다만 다수의견도 1층의 자연권적 성격 자체를 전면 부정한 것은 아니며, "이 결정이 특허는 적법절차나 수용 조항의 목적상 재산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오해되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이는 한국·독일이 "1층은 자연권적, 3층은 설권적"으로 비교적 분명하게 층위를 나누어 모순을 회피하는 것과 대비된다. 미국 판례는 그 층위 구분의 "경계선" — 1층에서 3층으로의 이행 과정에서 자연권적 성격이 얼마나 보존되는가 — 에 관한 긴장을 그대로 사법적 쟁송의 형태로 노출시킨 사례라 할 수 있다. 다만 이 부분의 판례·문헌 인용은 2차 자료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으므로, 실무 서면에 활용할 경우에는 판결문·논문 원문에 대한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는 점도 함께 짚어 둔다.
결론: 모순이 아니라 층위의 문제
이상을 종합하면, "특허권은 자연권이 아니다"라는 명제는 — 3층에 한정해서는 — 옳다. 만인에 대한 배타력이라는 효력 자체는 법질서 이전에는 논리적으로 성립할 수 없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발명에 대한 권리 일체가 자연권이 아니다"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발명을 완성한 자가 그 발명에 대해 갖는 1층의 권리 — "이 발명은 내가 만든 것이며, 나는 이를 처분·실시·공개·이전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는 권리 — 는 대세적 배타력을 본질로 요구하지 않으므로, 국가의 등록행위 없이도 발명 완성과 동시에 발명자에게 원시적으로 귀속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 1층의 권리에 대해서는 자연법·로크적 노동이론에 근거한 자연권적 정당화가 논리적으로 양립 가능하다.
"모순"은 1층과 3층을 동일한 권리로 혼동한 데서 발생한다. "발명에 대한 권리는 자연권이다"는 명제는 1층에 관한 진술이고, "특허권은 설권적이다"는 명제는 3층에 관한 진술이다. 양자는 객체·효력범위·발생시점이 다른 별개의, 그러나 연속적인 권리에 관한 진술이므로, 이를 동일한 대상에 대한 모순된 진술로 취급할 논리적 근거가 없다.
자연권은 특허권을 "구성"하지 않지만, 특허권을 "정당화"한다. 1층의 자연권적 발명자권은, 입법자가 왜 3층의 특허제도(설권 장치)를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규범적 정당화 근거로 기능한다. 반면 3층의 특허권은 그 정당화에 따라 만들어진 제도적 실현형식이다. 정당화 근거(토대)와 그에 따라 만들어진 제도적 산물을 같은 차원에서 비교하면 모순처럼 보이지만, 양자는 인과적·정당화적 관계에 있을 뿐 동일성 관계에 있지 않다.
다만 1층에서 3층으로의 이행 과정에서 자연권적 성격이 어디까지 보존·승계되는지는 — 등록된 특허권이 토지소유권에 준하는 확정된 사적 재산권으로서 사법절차에 의해서만 박탈될 수 있는지(고서치 반대의견형), 아니면 입법적 창설물로서 그 입법자 또는 위임을 받은 행정기관에 의해 재심사·취소될 수 있는지(Oil States 다수의견형) — 비교법적으로도, 그리고 동일한 법제 내부에서도 시대에 따라 의견이 분열될 수 있는 현재진행형의 열린 문제다. 독일·한국과 같이 1층을 명문으로 규정하여 자연권적 정당화와 설권적 실현형식을 입법적으로 매개하는 법제에서는 이러한 긴장이 상대적으로 잠재되어 있는 반면, 미국과 같이 헌법 문언상 공익적 프레이밍을 채택하면서도 판례상 1층의 자연권적 전통이 강하게 흐르는 법제에서는, 이 긴장이 Oil States 판결과 같은 형태로 사법부 내부의 정면 대립으로 표출될 수 있다.
이 구별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은 단순한 개념 정리에 그치지 않는다. 직무발명 보상제도 — 1층의 발명자권을 사용자에게 승계시키는 대가로서의 보상 — , 모인출원·정당권리자 구제 — 1층의 권리에 대한 침해를 3층의 절차에서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 — , 그리고 특허무효심판·행정심판의 헌법적 성격 — 3층의 권리에 1층의 재산권성이 어느 정도 승계되어 사법절차에 의해서만 박탈 가능한가 — 와 같은 실무상 핵심 쟁점들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 구별은 개념 정리를 넘어선 실천적 함의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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