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산업에서는 연구개발 투자와 함께 특허의 확보, 실시자유(Freedom to Operate), 라이선스 비용 관리가 중요한 경쟁요소가 되고 있다. 이 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출범한 공유 AI 라이선스 재단(Shared AI License Foundation, SAIL)의 공식 회원협약을 중심으로 라이선스 범위, 탈퇴·기업결합 효과와 한국 기업의 대응방향을 검토한다.
SAIL은 모든 AI 관련 지식재산권을 한데 모은 일반적인 특허풀이 아니라, 회원 사이에서 일정한 파운데이션 모델 기술과 관련 특허에 상호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계약적 네트워크다. 저작권·영업비밀·데이터 권리와 비회원 특허는 별도 검토가 필요하다.
1. AI 특허환경과 SAIL의 출범
Gartner는 2026년 전 세계 AI 관련 지출이 2조 5,2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허출원도 빠르게 늘고 있다. SAIL은 출범 보도자료에서 CIPHER의 산업분석을 인용하여 최근 10년간 전 세계 머신러닝 관련 특허출원이 2,000%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한다. 다만 이 수치는 재단이 인용한 산업분석 결과이며, 분류기준과 특허패밀리 산정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허 수의 증가는 라이선스 협상과 분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일부 AI 특허가 비실시 특허권자(NPE)나 특허행사 전문주체에 이전되어 분쟁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그러나 현재 NPE들이 파운데이션 모델을 광범위하게 집중 공격하고 있다고 단정할 정도의 공개 실증자료는 제한적이다.
창립 구성과 외연 확대
SAIL은 Anthropic, Genentech(Roche 그룹), IBM, Meta, Microsoft를 창립 이사회 구성원으로, eBay와 TD Bank Group을 이사회 참관인으로 하여 출범했다. Block과 Figma도 출범 당시 일반 회원으로 참여했다. 재단의 일상 운영은 Jamster Capital이 담당한다.
Canon은 2026년 4월 21일 일본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이사회 참관인 자격으로 합류했다. SAIL은 출범 당시 회원사들이 최근 5년 동안 출원·취득한 전 세계 특허 패밀리 규모를 3만 3,000개 이상으로 소개했고, Canon 합류 후에는 이 수치가 6만 2,000개 이상의 특허 패밀리로 확대되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6만 2,000개 전체가 회원에게 자동으로 라이선스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라이선스 대상은 회원과 그 계열사가 라이선스 권한을 가진 Subject Patents 가운데, Covered AI Technologies를 제조·사용·제공하는 행위가 라이선스가 없으면 침해하게 되는 Licensed Patents로 한정된다. 따라서 네트워크의 전체 특허패밀리 수와 특정 회원이 실제로 확보하는 실시권의 범위를 구별해야 한다.
2. 회원협약의 핵심 라이선스 구조
상호 라이선스와 현행 회비
회원은 다른 회원에게 Licensed Patents에 관하여 전 세계적·무상·비독점적·재실시허락 불가·양도 불가의 라이선스를 부여한다. 라이선스는 협약상 정지·종료 규정의 적용을 받지만, 원칙적으로 현재 부여되고 완전히 귀속된 권리로 설계되어 있다.
공개된 현행 안내에 따르면 기본 연회비는 25,000달러이며 소규모 기업에는 할인 가능성이 있다. 다만 회비는 회원협약 본문에 영구 고정된 금액이 아니라 별도의 Fee Schedule에 따라 운영된다. 이사회는 협약이 정한 절차에 따라 요율을 변경하거나 할인·면제를 둘 수 있으므로, 가입 검토 시 최신 Fee Schedule을 확인해야 한다.
과거 침해 면책의 범위
회원협약은 가입 전 행위에 대한 일정한 소급 면책도 포함한다. 다만 모든 과거 특허침해를 일괄적으로 소멸시키는 구조는 아니다. 면책은 Licensed Patents와 Covered AI Technologies에 관련되고, 동일한 행위가 가입 후 이루어졌다면 회원 라이선스 범위에 들어갔을 경우에 한정된다. 비회원 특허, 제외기술, 저작권·영업비밀 침해나 라이선스 대상 밖의 행위는 면책되지 않는다.
특허 양도 후 라이선스 승계
회원이 Licensed Patent를 제3자에게 양도할 때에는 기존 SAIL 라이선스를 양수인이 승계하도록 하는 구조가 적용된다. 이는 특허매각 후 기존 회원을 상대로 같은 특허를 행사할 가능성을 상당 부분 제한한다. 다만 실제 효과는 양도계약의 이행, 양수인의 소재국법과 집행절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우회 공격이 완전히 차단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3. Covered AI Technologies의 포함·제외 경계
SAIL의 보호범위는 제품명이나 회사의 업종이 아니라 특허청구항이 포착하는 기술적 기능과 회원협약의 정의를 대조하여 판단해야 한다. 최종 사용자용 챗봇이 하나의 제품으로는 제외될 수 있더라도, 그 제품에 포함된 파운데이션 모델, 모델 통합 프레임워크나 안전성 제어기술에 관한 특정 청구항은 별도로 포함될 수 있다.
| 포함될 수 있는 기술 | 원칙적으로 제외되는 기술 |
|---|---|
| 파운데이션 모델 자체 | 파운데이션 모델 위에 구축된 최종 사용자 애플리케이션 |
| 모델 훈련·미세조정·적응을 주된 목적으로 설계되거나 실질적으로 수정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 도메인 특화 모델 구현과 최종 응용서비스 자체 |
| 모델 또는 출력의 테스트·검증·유효성 확인·모니터링 기술 | 최종 애플리케이션의 사용자 인터페이스 |
| 모델 통합·상호운용용 API, 프로그래밍 프레임워크와 라이브러리 | 하드웨어 인프라·부품의 물리적 설계 |
| 모델 안전장치·능력통제·감독기술 | 반도체 제조공정과 하드웨어 아키텍처 자체 |
하드웨어나 최종 응용제품과 결합되었다는 이유만으로 Covered AI Technology 부분까지 자동으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제품에 파운데이션 모델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제품의 모든 구성과 관련 특허가 라이선스되는 것도 아니다. 실제 검토에서는 독립청구항과 종속청구항별로 구성요소, 기능, 침해행위와 적용제외를 매핑해야 한다.
실무 판단단위
“우리 챗봇이 보호되는가”보다 “이 특허청구항은 모델 자체, 모델 통합·검증 기술, 최종 응용기능 또는 하드웨어 중 무엇을 청구하는가”를 먼저 묻는 것이 정확하다.
4. 탈퇴와 지배권 변동의 효과
3년 이후 자발적 탈퇴
회원은 원칙적으로 탈퇴하면 장래의 인바운드 혜택을 상실한다. 다만 3년 이상 연회비를 납부한 회원이 협약 절차에 따라 자발적으로 탈퇴하면, 탈퇴일까지 우선일을 가진 대상 특허에 관하여 이미 확보한 인바운드 라이선스를 유지할 수 있다. 이는 탈퇴 후 생기는 신규 특허나 신규 회원의 특허까지 계속 라이선스된다는 뜻이 아니다.
반면 탈퇴일까지 해당 회원이 다른 회원에게 부여한 아웃바운드 라이선스는 기존 라이선시를 위하여 존속한다. 이 비대칭성은 네트워크의 안정성을 높이지만, 가입기업에는 장기적인 특허 수익화와 탈퇴비용을 함께 검토하게 하는 요소다.
Change of Control
비금융투자자인 비회원사가 SAIL 회원사를 인수한 경우, 인수 후 6개월 이내에 인수사가 회원이 되거나 피인수 기업이 기존 회원의 계열사 지위를 갖추지 못하면, 피인수 회원과 관련 계열사는 6개월 후 협약에서 탈퇴한 것으로 간주된다. 즉 지배권 변동 즉시 자격이 박탈되는 구조는 아니다.
이 조항은 인수자의 가입 여부, 피인수 기업이 3년 존속요건을 충족했는지, 인바운드 라이선스의 잔존범위와 기존 아웃바운드 라이선스의 계속효력에 따라 M&A 가치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경우에 기업가치가 하락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인수자에게 기존 실시자유가 중요한 자산이 될 가능성도 있다.
5. SAIL의 구조적 한계
비회원 특허에는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Google, OpenAI, xAI와 주요 NPE는 현재 공개된 회원명단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SAIL은 이들이 보유한 특허에 대한 실시자유를 보장하지 않는다. 이는 제도의 실패라기보다 회원 간 상호 라이선스라는 구조에서 오는 한계다. 가입기업은 SAIL과 별개로 비회원 특허에 대한 FTO 분석, 무효자료 조사, 별도 라이선스와 분쟁대응 전략을 유지해야 한다.
Google은 Transformer 기초기술과 관련된 특허 패밀리를 보유하고 여러 국가에서 계속·분할출원을 진행해 왔다. OpenAI도 코드 생성과 텍스트 조건부 이미지 생성 등 상용 AI 기능과 관련된 특허출원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특정 GPT형 모델이 개별 특허를 실시하는지, RLHF 전체를 포괄하는 원천특허가 존재하는지, 각 기업의 계속출원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는 출원인 명칭, 권리이전, 미공개 출원과 국가별 유효 청구항을 포함한 별도 조사가 필요하다. 공개 자료만으로 향후 SAIL 가입 가능성까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스타트업의 비대칭성
스타트업은 Covered AI Technologies와 관련된 자사의 Licensed Patents에 관하여 다른 회원에게 비독점 무상 라이선스를 부여하게 될 수 있다. 이는 회원사를 상대로 한 독점적 수익화 가능성을 제한할 수 있지만, 특허 소유권 자체가 이전되는 것은 아니며 비회원사에 대한 권리행사와 라이선싱 가능성은 원칙적으로 남는다.
반대편에서는 비교적 낮은 회비로 여러 대기업의 관련 Licensed Patents에 대한 실시자유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재단은 개별 특허의 유효성, 침해 여부와 경제적 가치를 보증하지 않는다. 따라서 “6만여 특허의 방어망”처럼 단순한 수량으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자사 제품의 청구항 매핑 결과와 실제 필요한 인바운드 특허를 기준으로 비용과 편익을 비교해야 한다.
저작권·영업비밀·데이터 권리의 공백
SAIL은 특허 라이선스 네트워크다. 학습데이터 수집·이용에 관한 저작권, 모델 가중치와 소스코드의 영업비밀, 개인정보·데이터 계약, 오픈소스 라이선스와 상표권 문제는 보호범위 밖이다. 따라서 SAIL은 AI 기업의 전체 법적 위험을 해결하는 만능 방패가 아니라, 일정한 특허위험을 줄이는 부분적 수단으로 이해해야 한다.
6. 한국 기업의 가입·운영 전략
전략 1 — 청구항 단위 가입 실사
자사와 계열사의 특허를 파운데이션 모델, 모델 훈련·검증·통합·안전, 최종 응용, 하드웨어로 분류하고, 각 독립청구항이 Licensed Patents에 편입될 가능성을 분석한다. 동시에 실제 제품이 다른 회원의 어떤 청구항을 실시할 가능성이 있는지 매핑한다.
전략 2 — 계약 생애주기 분석
가입일, 3년 요건, 탈퇴, 특허양도, 지배권 변동과 도산 시나리오별로 인바운드·아웃바운드 권리의 존속범위를 표로 관리한다. 회비와 회원명단도 최신 Fee Schedule 및 공식 공지를 기준으로 정기 확인한다.
전략 3 — 비회원 위험의 병행 관리
주요 비회원사의 출원·계속출원·권리이전과 SAIL 회원변동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한다. SAIL 밖에서는 FTO, 무효자료, 방어출원, 별도 라이선스와 소송대응 수단을 병행한다.
Ultimate Parent와 Affiliate 구조
특정 자회사만 가입시키고 모회사의 핵심 IP를 임의로 격리하는 방식은 원칙적인 해법이 아니다. 회원협약은 재단 관리자의 서면 승인이 없는 한 최상위 모회사(ultimate corporate parent)가 자신과 계열사를 대표하여 가입하는 구조를 전제로 한다. 계열사가 보유한 특허도 협약상 Licensor, Subject Patents와 Licensed Patents의 정의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별도 법인을 이용해 협약상 의무를 회피하는 구조는 계약위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가입 전에 그룹 전체의 특허 소유관계, 제3자 공동소유·전용실시권·로열티 부담, 라이선스 권한과 계열사 범위를 조사해야 한다. 특정 법인만 가입할 필요가 있다면 임의로 구조를 설계하기보다 재단 관리자의 사전 서면 승인 가능성과 승인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미국 파산법 제365(n)
회원협약은 이미 미국 파산법 제365(n)의 적용과 라이선시의 권리유지를 명시한다. 따라서 같은 문구를 별도로 추가하라는 일반적 권고는 필요하지 않다. 한국 기업은 오히려 이 조항이 미국 외 도산절차에서 어떻게 승인되는지, 한국 회생·파산절차와 특허등록부상 대항요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7. 한국형 공동체를 설계할 때의 정책 원칙
한국의 강점은 메모리, AI 반도체, 서버·네트워크, 제조공정과 모델 최적화의 결합에 있다. SAIL은 하드웨어 자체를 원칙적으로 제외하므로, 국내 정책은 SAIL을 그대로 복제하기보다 소프트웨어 상호 라이선스와 하드웨어·상호운용 특허풀을 구분해 설계할 필요가 있다.
- 기술범위 분리: 파운데이션 모델 상호 라이선스, 하드웨어·상호운용 풀, 방어 네트워크와 데이터·영업비밀 서비스를 하나의 제도에 혼합하지 않는다.
- 독립적 특허평가: 필수·보완특허와 대체특허를 구분하고, 유효성·청구항 매핑과 기술적 관련성을 독립 전문가가 검토한다.
- 경쟁법 안전장치: 개별 라이선스의 자유, 비차별적 가입기준, 경쟁상 민감정보 차단, 대체기술 개발의 자유와 무효·만료 특허의 제거 절차를 둔다.
- 투명한 거버넌스: 대상특허 목록, 기술범위, 수수료, 탈퇴·M&A 효과와 이해충돌 처리절차를 사전에 공개한다.
- 중소기업 보호: 일률적 무상 라이선스보다 포트폴리오 기여도와 방어효익을 비교할 수 있는 가입 전 실사 지원과 단계별 참여모델을 마련한다.
맺음말
SAIL은 파운데이션 모델과 이를 지원하는 일정한 소프트웨어·서비스 영역에서 회원 간 특허 마찰을 줄이기 위한 다자간 상호 라이선스 네트워크다. 그 가치는 참여기업의 전체 특허 수가 아니라, 각 기업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Licensed Patents와 Covered AI Technologies의 교차영역에서 결정된다.
한국 기업의 핵심 과제는 단순한 가입 여부가 아니다. 그룹 전체의 어떤 청구항이 아웃바운드 라이선스에 편입되는지, 필요한 인바운드 특허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하드웨어·응용계층·비회원 특허의 공백을 무엇으로 보완할지, 탈퇴와 M&A 뒤 권리가 어떻게 존속하는지를 사전에 분석해야 한다. SAIL은 만능 방패가 아니라 제한된 범위의 실시자유를 확보하는 하나의 계약적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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