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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August 15, 2026

특허의 ‘문장’이 아니라 ‘기술적 의미’를 읽는 AI — 청구항과 발명의 설명을 학습시키는 특허 리스크 탐지 기술

발명자 노트. 이 글은 내가 발명하여 출원한 AI 기반 특허분석 기술의 아이디어와 작동 원리를 일반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쓴 기술 칼럼이다. AI의 의미 유사도 평가는 침해 여부에 대한 법적 확정판단이 아니라, 정밀 검토가 필요한 특허·제품 후보를 선별하기 위한 분석 신호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청구항과 발명의 설명을 학습시켜 특허 리스크를 찾는 방법

특허 검색은 ‘같은 단어를 찾는 일’로 끝나지 않는다. 제품 설명과 청구항에 같은 표현이 반복된다면 비교는 어렵지 않다. 실무가 까다로운 이유는 같은 기술을 전혀 다른 말로 쓸 수 있어서다. 구성의 순서를 바꾸고, 상위개념과 하위개념을 섞고, 기능을 다른 표현으로 풀어내면 키워드 검색만으로는 연결고리를 놓치기 쉽다.

내가 발명해 출원한 기술은 이 문제에서 출발했다. 목표는 AI가 특허문서의 단어를 단순히 대조하는 수준을 넘어, 청구항이 담고 있는 기술적 의미와 다른 문서의 설명이 얼마나 밀접하게 대응하는지를 학습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핵심은 특허문서 안에 이미 존재하는 구조적 관계를 학습 데이터로 쓰는 데 있다. 사람이 수만 건의 문서를 읽고 일일이 정답표를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특허문서 자체가 일정 부분 학습 신호를 제공하도록 설계했다.

출발점은 특허문서의 구조다. 특허의 청구범위는 권리의 경계를 정하고, 발명의 설명은 그 발명이 무엇이며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구체적으로 풀어낸다. 우리 특허법 제42조 제4항 제1호가 청구항이 발명의 설명에 의하여 뒷받침될 것을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개되지 않은 내용까지 권리로 독점하는 일을 막고, 통상의 기술자가 청구된 발명과 명세서의 대응관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다.

이 법적 구조를 학습 데이터의 관점에서 다시 보면 성격이 달라진다. 동일한 특허문서에서 추출한 청구항과 발명의 설명은 원칙적으로 서로 높은 관련성을 가진다. 반대로 서로 다른 특허에서 무작위로 가져온 청구항과 설명 조각은 통계적으로 관련성이 낮을 가능성이 크다. 이 관계를 이용하면 동일 특허에서 나온 청구항–설명 쌍에는 레이블 1, 서로 다른 특허에서 가져온 쌍에는 레이블 0을 부여할 수 있다.

다만 선을 분명히 그어야 한다. 레이블 1을 곧바로 ‘법적 침해’, 레이블 0을 ‘법적 비침해’라고 부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이것은 법원의 침해판단 결과를 붙인 정답지가 아니라, 모델이 의미적 대응관계를 학습하기 위한 대리 레이블(proxy label)이다. 서로 다른 특허라고 해서 언제나 비관련 기술인 것도 아니고, 같은 특허의 청구항과 설명이 곧 제3자의 침해를 뜻하는 것도 아니다. 이 기술의 핵심은 특허법의 구조에서 얻은 높은 확률의 정·부 관계를 대량의 학습 데이터로 전환한다는 데 있다.

이 설계의 실익은 수작업 레이블링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다. 일반적인 지도학습이라면 전문가가 문서 쌍을 하나씩 읽고 ‘관련 있음’과 ‘관련 없음’을 판정해야 한다. 특허는 한 건을 제대로 읽는 데에도 시간이 든다. 데이터가 커질수록 비용이 가파르게 불어나는 이유다. 같은 특허의 청구항과 설명을 자동으로 묶고, 다른 특허의 설명을 무작위로 결합하면 이 병목을 상당 부분 걷어낼 수 있다.

부정 샘플은 단순한 들러리가 아니다. 관련성이 높은 쌍만 보여 주면 모델은 몇몇 단어가 겹친다는 이유만으로 두 문서가 관련 있다고 오판하기 쉽다. 다른 특허에서 가져온 청구항–설명 쌍을 함께 학습시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델은 단어 몇 개의 일치와 기술적 대응관계를 구별해야 한다. 긍정 샘플이 대응의 모습을 보여 준다면, 부정 샘플은 그 경계가 어디까지인지를 깎아 준다.

그다음 걸림돌은 문서 길이다. BERT는 기본 구조상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입력 길이가 최대 512토큰으로 제한된다. 그러나 특허의 발명의 설명은 수천 단어를 훌쩍 넘는 경우가 흔하다. 청구항과 전체 설명을 한 번에 모델에 넣는 방식은 애초에 성립하기 어렵다.

내가 제안한 방식은 긴 발명의 설명을 약 310토큰 내외의 조각으로 먼저 나눈다. 이어 청구항과 각 조각의 의미적 관련도를 계산해 점수가 높은 부분을 입력 후보로 고른다. 문서 앞부분부터 기계적으로 잘라 넣는 방식과는 다르다. 제한된 입력 공간을 청구항과 직접 맞닿아 있을 가능성이 높은 설명에 우선 배정한다.

설명 조각을 고르는 과정에는 벡터 간 도트 프로덕트 같은 연산을 쓸 수 있다. 복잡한 수학식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청구항을 하나의 의미 벡터로, 설명 조각도 또 하나의 의미 벡터로 표현한 뒤 두 벡터가 얼마나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지 점수화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점수가 높을수록 청구항과 그 설명 조각이 의미적으로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

선별된 텍스트는 BERT가 두 문장을 구별해서 읽을 수 있는 형식으로 구성한다. 대표적인 입력은 [CLS] + 청구항 + [SEP] + 발명의 설명 + [SEP]와 같은 구조다. [SEP]는 두 텍스트의 경계를 표시하고, 세그먼트 임베딩은 각 토큰이 어느 문장에 속하는지를 알려 준다. [CLS] 토큰의 최종 표현은 두 텍스트의 관계를 분류하기 위한 대표 벡터로 활용할 수 있다.

이 장치는 청구항과 설명이 하나의 긴 문장으로 섞이는 것을 막는다. 사람은 제목, 문단, 줄바꿈을 보고 두 문서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이해하지만 모델에는 그런 직관이 없다. 입력 구조 자체가 ‘여기까지가 비교 대상 A이고, 여기부터가 비교 대상 B’라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학습 단계에서는 레이블 1과 레이블 0을 번갈아 처리하는 교대 배치 전략을 쓴다. 두 종류를 처음부터 한 바구니에 섞지 않고 그룹별 손실을 따로 계산한 뒤, 두 손실을 함께 줄이는 방향으로 파라미터를 갱신한다. 어느 한쪽 데이터가 더 많거나 더 쉽게 학습된다는 이유로 모델의 판단 기준이 한 방향으로 기우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원고에 기록된 실험에서는 15에포크의 학습 과정에서 교차엔트로피 손실값이 0.89에서 0.19로 낮아졌고, 정확도는 약 80% 수준에 도달했다. 특히 서로 다른 표현을 사용한 비교 사례에서 17개의 텍스트 쌍을 모두 레이블 1로 판별한 결과가 제시되어 있다. 이 수치는 해당 실험 조건에서 얻어진 결과로 이해해야 하며, 모든 산업과 모든 특허분쟁에서 동일한 성능이 보장된다는 뜻은 아니다.

숫자보다 더 눈여겨볼 것은 표현이 달라졌을 때의 반응이다. 특허 검색의 난점은 같은 기술을 다른 말로 숨길 수 있다는 데 있다. 한 문서가 ‘접착 고정 메커니즘’이라고 쓴 구성을 다른 문서가 전혀 다른 용어로 풀어 썼다고 해 보자. 키워드 검색은 공통 단어가 적다는 이유로 두 문서를 멀리 떨어뜨릴 수 있다. 의미 기반 모델이 노리는 지점은 그 반대다. 표현이 달라도 문맥 안에서 각 구성이 어떤 기능을 하고 서로 어떤 관계를 맺는지 비교한다.

이 대목은 자연스럽게 균등론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 특허침해 판단에서도 청구항의 문언과 침해제품의 표현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판단이 끝나지는 않는다. 대법원 판례는 문언과 달리 변경된 부분이 있더라도 과제의 해결원리, 작용효과, 치환의 용이성 등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고 특별한 제외사유가 없다면 균등침해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AI의 의미 유사도와 법률상 균등침해는 동일한 개념이 아니다. 모델이 두 기술을 매우 유사하다고 평가했다고 해서 곧바로 침해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모델의 점수가 낮다고 해서 법적 위험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청구항의 모든 구성요소 충족 여부, 출원경과, 공지기술, 의식적 제외, 균등론의 각 요건 등은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이 발명의 실무적 가치는 ‘AI가 판사를 대신한다’는 데 있지 않다. 더 중요한 역할은 사람이 읽어야 할 문서를 훨씬 좁혀 주는 데 있다. 수천, 수만 건의 특허와 제품 문서 가운데 청구항과 의미적으로 강하게 대응하는 후보를 먼저 찾아내고, 변리사·변호사·연구개발 담당자가 그 후보를 정밀 검토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활용 장면은 여러 갈래다. 신제품 기획 단계에서는 경쟁사 특허와 제품 사양서를 비교해 위험 후보를 일찍 추릴 수 있다. 특허권자는 시장에 나온 신제품의 기술 설명과 자신의 청구항을 대조해 모니터링 순서를 정할 수 있다. 선행기술 조사에서는 청구항과 다른 표현을 쓰는 문헌을 끌어올리는 보조도구가 된다. 침해 리스크 분석, 특허 모니터링, 선행기술 검색이 같은 의미 비교 구조 위에서 만나는 셈이다.

특허 AI에서 진짜 비싼 자원은 GPU나 모델 파라미터만이 아니다. 실제로는 ‘좋은 학습 데이터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더 큰 문제일 때가 많다. 전문가가 만든 레이블은 정확하지만 비싸고 느리다. 공개 특허문서는 방대하지만 그대로는 학습 정답이 아니다. 이 발명은 그 사이에서 특허문서가 원래 지닌 법적·문서적 구조를 이용해 데이터 생성 비용을 낮추려는 시도다.

이 기술을 ‘법률을 수학으로 바꾸는 것’이라고만 부르면 핵심을 놓친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법률문서가 오랫동안 축적해 온 구조와 규칙에서 AI가 학습할 수 있는 신호를 찾아내는 것이다. 청구범위와 발명의 설명의 관계, 관련 문단을 골라내는 과정, 긍정·부정 샘플의 구성, 두 텍스트를 구분하는 입력 구조가 결합되면서 특허문서의 의미적 대응관계를 계산 가능한 문제로 바꾼다.

남은 과제도 적지 않다. 기술분야가 달라지면 용어와 문장 구조도 달라지므로 도메인별 학습이 필요하다. 무작위 부정 샘플 속에 실제 관련 문헌이 섞이는 문제도 피할 수 없다. 의미 유사도와 법적 침해판단 사이의 간극을 좁히려면 청구항 구성요소별 분석에 출원경과, 선행기술, 전문가 판정 데이터를 겹쳐야 한다. 512토큰이라는 BERT의 제약 역시 더 긴 컨텍스트 모델이나 계층형 구조를 쓰면 다른 방식으로 풀 수 있다.

그래도 출발점 자체는 선명하다. 특허문서는 단순한 텍스트 덩어리가 아니다. 권리를 정의하는 청구항과 그 권리를 기술적으로 설명하는 본문 사이에 특별한 관계가 존재한다. 그 관계를 학습 데이터로 바꾸면, AI는 키워드가 같은 문서를 찾는 검색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술적으로 왜 관련 있는가’를 탐색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특허 업무에서 AI의 자리는 인간 전문가의 최종 판단을 빼앗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전문가가 판단해야 할 후보를 더 빠르고 넓게 찾아 주는 자리다. 수많은 문서 속에서 놓치기 쉬운 의미적 연결을 먼저 포착하고, 그다음에 사람이 법률과 기술의 기준으로 결론을 내리는 구조다. 내가 출원한 이 발명은 바로 그 경계에서 출발한다. 특허의 문장을 검색하는 기술을 넘어, 특허가 보호하려는 기술적 의미를 읽기 위한 시도다.

참고자료

이진수, 「인공신경망 및 텍스트 쌍 임베딩을 이용한 특허 분석 모델의 생성 방법, 특허 분석 방법 및 컴퓨팅 장치」, 대한민국 특허출원 제10-2024-0075102호, 2024. 6. 10. 출원.

  • 출원번호: 10-2024-0075102
  • 출원일: 2024. 6. 10.
  • 기초출원: 10-2023-0093439 (2023. 7. 18.)
  • 발명자 / 출원인: 이진수
  • 발명의 명칭: 인공신경망 및 텍스트 쌍 임베딩을 이용한 특허 분석 모델의 생성 방법, 특허 분석 방법 및 컴퓨팅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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