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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September 18, 2026

미국 ITC Section 337 실전 가이드: 조사 개시부터 위반판정·배제명령 집행까지

Section 337 · Corporate Guide

조사 개시는 문을 여는 절차이고, 위반판정은 그 문을 통과하는 증명의 문제이며, 배제명령 뒤의 집행은 별도의 전장이다. 미국 시장을 지키거나 경쟁사의 수입을 막으려는 기업이라면 이 세 단계를 한 장의 전략도로 보아야 한다.

1. ITC는 ‘빠른 특허법원’이 아니라 수입을 통제하는 무역구제기관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의 관세법 제337조 조사는 연방법원 소송과 출발점부터 다르다. ITC가 내릴 수 있는 중심 구제는 손해배상이 아니라 침해·불공정 물품의 미국 수입을 막는 배제명령(exclusion order)이다. 미국 내 재고의 판매를 중지시키는 중지명령(cease and desist order)도 가능하지만, 과거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은 할 수 없다. 손해배상이 필요하면 연방법원 소송을 병행해야 한다.

따라서 ITC 활용 여부는 “권리가 침해되었는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문제의 물품이 미국으로 수입되는지, 제소자가 법이 요구하는 미국 국내산업을 보유하는지, 그리고 승소 후 명령을 관세청(CBP)이 실제 제품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제품·공급망을 식별할 수 있는지가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반대로 피제소 기업은 본안 방어와 동시에 변경제품(design-around), 수입자·품번 관리, 통관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핵심 구분
조사 개시(institution)는 소장이 규칙상 충분한지에 관한 문턱 심사다. 위반판정(violation determination)은 수입, 불공정행위·침해, 국내산업, 필요한 경우 산업피해를 기록에 의해 입증하는 본안 판단이다. 개시되었다고 위반 가능성이 예비 인정된 것은 아니다.

2. 조사 개시: 주장만 많아서는 부족하고, 제품과 거래가 특정되어야 한다

제소자는 19 C.F.R. § 210.12에 맞춘 선서 소장을 제출해야 한다. 소장에는 불공정행위의 사실, 구체적인 수입 또는 수입을 위한 판매 사례, 피제소자, 미국 관세품목번호, 피침해 권리, 관련 미국 국내산업, 그리고 평이한 언어로 표현한 피고 제품군을 담아야 한다. 특허 사건이라면 대표 청구항별 침해 설명과 국내산업 제품의 실시 설명이 필요하고, 영업비밀 사건이라면 비밀정보의 구체성, 비밀관리, 취득·사용 경위 및 미국 산업에 대한 피해 논리가 필요하다.

위원회는 통상 적정하게 접수된 소장을 기준으로 30일 안에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다만 보완, 과도한 비밀표시, 예외적 사정 등이 있으면 기간이 달라질 수 있다. 개시는 연방관보에 조사개시통지가 게재될 때 이루어지고, 통지에 적힌 제품과 쟁점이 조사의 외곽선을 형성한다. 그러므로 제품군을 지나치게 추상적으로 쓰는 것도, 현재 증거보다 과도하게 넓히는 것도 위험하다.

개시 단계의 질문제소자가 제시할 자료피제소자가 즉시 확인할 사항
수입 연결고리가 있는가선하증권, 통관자료, 주문서, 미국향 판매자료, 시험구매수입자, 제조자, 제품번호와 실제 거래주체가 맞는가
무슨 행위가 불공정한가청구항 대비표 또는 영업비밀 목록과 도용 경위권리범위, 무효·비침해, 적법 취득·독자개발 항변
미국 산업이 존재하는가미국 내 제품·설비·인력·R&D·라이선싱 자료와 합리적 배분해외 지출 혼입, 일반 판매비, 제품·권리와의 결련성
어떤 구제를 원하는가LEO·GEO·CDO 요청의 대상과 근거, 공익·보증금 자료명령 문언의 과잉범위와 공급망·소비자 영향

불공정수입조사국(OUII)은 개시 전 사실확인 활동을 할 수 있고, 개시 후 위원회 조사변호사가 당사자로 참여하는지는 사건별로 달라질 수 있다. OUII가 매우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으나 모든 사건에서 소장의 타당성을 판정하거나 본안에 반드시 참여한다고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3. 최종 위반판정: 등록 지식재산권 사건과 영업비밀 사건은 같은 공식이 아니다

제337조는 크게 두 갈래다. 특허·저작권·등록상표·반도체 배치설계·선박선체디자인 등 열거된 권리는 § 1337(a)(1)(B)~(E)가 중심이다. 이 사건에서는 수입행위, 권리침해, 그리고 해당 권리에 관련된 미국 국내산업의 존재 또는 형성과정을 입증한다. 1988년 개정 뒤에는 별도의 산업피해 입증이 요구되지 않는다.

영업비밀 도용과 그 밖의 불공정경쟁은 일반조항인 § 1337(a)(1)(A)에 놓인다. 여기서는 불공정행위와 수입 연결고리에 더하여 미국 산업을 파괴·실질적으로 침해하거나 그 위협이 있거나, 산업의 성립을 방해하는 효과 또는 경향을 입증해야 한다. 특허 사건에서 사용하는 ‘국내산업의 기술적 요건·경제적 요건’을 영업비밀 사건에 그대로 옮겨 적는 대신, 보호되는 영업비밀, 부정취득·사용, 관련 수입품, 미국 산업과 피해의 인과관계를 중심으로 구성해야 한다.

쟁점등록 지식재산권 사건영업비밀 등 § 1337(a)(1)(A) 사건
수입수입, 수입을 위한 판매 또는 수입 후 미국 내 판매와 대상 물품의 연결
위법행위유효·집행 가능한 미국 권리의 침해. 특허는 직접침해뿐 아니라 사건의 사실관계에 따라 유도·기여침해도 문제될 수 있음식별 가능한 영업비밀, 합리적 비밀관리, 부정취득·사용·공개 등 도용의 입증
미국 산업권리를 실시하는 물품이라는 기술적 요건과 § 1337(a)(3)의 경제적 요건보호대상인 미국 산업의 존재·성립 가능성과 불공정 수입으로 인한 법정 산업피해
피해별도 요건 아님산업 파괴·실질적 침해·그 위협 또는 산업 성립 방해

국내산업의 기술적 요건과 경제적 요건

특허 사건의 기술적 요건은 제소자 또는 라이선시의 국내산업 물품이 주장 특허의 적어도 하나의 청구항을 실시한다는 증명이다. 경제적 요건은 미국 내에서 ① 설비·장비에 대한 상당한 투자, ② 노동 또는 자본의 상당한 고용, 또는 ③ 엔지니어링·연구개발·라이선싱을 포함한 권리 활용에 대한 실질적 투자 중 하나를 충족하는지 묻는다. ‘상당한’ 또는 ‘실질적’이라는 평가는 절대금액만이 아니라 산업의 규모, 투자 성격, 미국 내 활동과 대상 물품·권리의 관련성을 함께 본다.

기업이 자주 실패하는 대목은 배분(allocation)이다. 전사 인건비나 세계 매출 비율을 기계적으로 곱한 숫자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누구의 어떤 업무가 어느 제품·기술에 얼마만큼 쓰였는지, 미국 내 활동인지, 일반적인 판매관리비와 권리 활용 투자를 어떻게 구분했는지를 일관된 원자료로 설명해야 한다.

4. 판례가 보여준 경계선: 역외 도용, 유도침해, 비제조 활동

TianRui Group Co. v. ITC, 661 F.3d 1322 (Fed. Cir. 2011)

중국에서 이루어진 철도차륜 제조공정 영업비밀 도용이 문제 된 사건이다.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제337조가 외국에서의 행위 그 자체를 일반적으로 규율한다고 본 것이 아니라, 도용으로 생산된 물품의 미국 수입과 그로 인한 미국 산업의 피해를 규율한다는 구조에 주목했다. 따라서 이 판결을 ‘ITC의 무제한 역외관할’로 요약하면 지나치다. 핵심은 해외 도용, 대상 물품, 미국 수입, 국내산업 피해가 하나의 증거사슬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데 있다.

Suprema, Inc. v. ITC, 796 F.3d 1338 (Fed. Cir. 2015) (en banc)

수입 시점에는 비침해 용도로도 쓸 수 있는 물품이 미국에서 소프트웨어와 결합되어 유도침해에 사용된 사안에서, 전원합의체는 위원회가 그러한 물품의 수입을 제337조상 다룰 수 있다고 보았다. 모든 특허 사건에서 간접침해를 입증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미국 내 설치·결합·활성화가 침해를 완성하는 제품이라면 수입 전후의 행위와 의도를 처음부터 조사설계에 포함해야 한다.

Lashify, Inc. v. ITC, 130 F.4th 948 (Fed. Cir. 2025)

연방순회항소법원은 § 1337(a)(3)(B)의 ‘노동 또는 자본’에서 미국 내 판매·마케팅·창고·품질관리·유통 활동을 제조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범주적으로 제외한 위원회의 접근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비용이 자동으로 모두 인정된다는 판결은 아니다. 제소자는 대상 물품과의 연결, 미국 내 지출, 규모의 상당성을 여전히 입증해야 한다. 제조시설이 없는 기업에는 문이 넓어졌지만, 증명책임까지 낮아진 것은 아니다.

Certain Crawler Cranes, Inv. No. 337-TA-887

영업비밀 구제기간은 특허처럼 법정 만료일이 정해져 있지 않다. 이 조사에서 위원회는 도용 없이 독자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기간, 즉 부당한 선행이익(head start)을 제거하는 관점에서 10년의 구제기간을 정했다. 다만 독자개발기간은 모든 영업비밀 사건의 고정 공식이 아니며, 비밀의 수명·경쟁상 이익·기록상 증거에 따라 달라진다.

5. 승소 뒤에도 구제범위·공익·대통령 심사가 남는다

행정법판사(ALJ)는 증거심리 후 초기결정(initial determination)을 내리고, 위원회는 당사자의 재심청구와 자체 판단에 따라 쟁점을 심사한 뒤 최종 결정을 한다. 위반이 인정되면 보통 피제소자의 침해품을 대상으로 하는 한정배제명령(LEO)이 논의된다. 출처를 알기 어렵거나 우회가 예상되는 침해품까지 막는 일반배제명령(GEO)은 더 넓고 강한 구제이므로, 법이 정한 별도 기준—우회 방지의 필요성 또는 침해 유형이 존재하면서 출처 식별이 곤란하다는 점—을 기록으로 충족해야 한다.

중지명령(CDO)은 특정인의 미국 내 상업적으로 유의미한 재고와 활동을 겨냥하는 대인적 명령이다. ‘LEO는 국경, CDO는 미국 내 재고’라는 설명은 유용한 출발점이지만, 실제 적용범위는 각 명령의 문언을 확인해야 한다.

위원회는 구제 여부를 정할 때 공중보건·복지, 미국 경제의 경쟁여건, 미국 내 동종·직접경쟁 물품의 생산, 미국 소비자를 고려한다. 최종 구제명령은 대통령에게 전달되고 60일의 정책심사를 거친다. 그 기간에도 명령은 원칙적으로 효력이 있으나, 위원회가 정한 보증금을 제공하면 대상 물품을 반입할 수 있다. 대통령이 정책상 이유로 거부하지 않으면 심사기간 만료 후 확정적으로 효력이 계속된다.

실무상 오해
ITC에서 특허 무효가 판단될 수 있지만 그 판단은 조사상 위반 여부를 위한 것이다. 연방법원의 무효판결과 동일한 대세적 효력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또한 ITC 명령의 정확한 범위는 사건명이나 보도자료가 아니라 최종 명령문과 위원회 의견을 기준으로 읽어야 한다.

6. 집행의 핵심은 ‘옛 제품과 새 제품이 무엇이 다른가’를 행정기록으로 만드는 일이다

배제명령은 관세청(CBP)이 국경에서 집행한다. 명령이 내려진 뒤 수입자는 제품명만 바꾸어 통관할 수 없다. 반대로 모든 후속 제품이 자동으로 배제되는 것도 아니다. 주문 문언, 위반판정의 근거, 새 제품의 구조·기능과 침해 여부를 대조해야 한다. 그래서 본안 중에 변경설계를 시작하고, 설계변경의 목적·시점·범위와 양산품의 동일성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 중요하다.

세 갈래의 사후 절차

절차주된 질문효과와 주의점
CBP 사전 행정결정
(19 C.F.R. Part 177)
특정 변경제품이 배제명령의 적용대상인지, 수입을 허용할지통관 예측가능성을 높이지만 제출된 사실과 제품에 의존한다. Exclusion Order Enforcement Branch의 당사자 참여형 절차가 활용될 수 있다.
ITC 자문의견
(19 C.F.R. § 210.79)
제안된 행위·제품이 위원회 명령을 위반하는지위원회가 필요하다고 보는 조사를 거쳐 의견을 낸다. ‘모든 기관과 법원을 구속하는 상급판정’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ITC 변경·취소
(19 C.F.R. § 210.76)
사실·법률·공익 사정의 변화로 기존 명령 자체를 바꿀 것인지기존 위반자가 비위반 상태를 주장하며 청구하면 원칙적으로 그 신청자에게 입증책임이 있다.
ITC 집행절차
(19 C.F.R. § 210.75)
기존 명령을 위반했는지, 어떤 제재가 필요한지형식·비형식 집행절차가 가능하고, CDO 위반에는 민사제재가 문제될 수 있다.

“관세청(CBP) 1~3개월, ITC 자문의견 4~6개월”과 같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고정 처리기간은 법정 보장이 아니므로 의사결정 기준에서 제외하는 편이 안전하다. 사건의 복잡성, 비밀자료, 상대방 참여, 제품시험에 따라 달라진다. 과거의 신속심리 시범운영도 현재 모든 사건에서 이용 가능한 상시 절차로 전제해서는 안 된다.

변경제품 증거 패키지

  • 구 청구항 대비표와 신제품 대비표를 나란히 둔 비침해 분석
  • 회로도·CAD·BOM·소스코드·펌웨어 버전과 변경승인 기록
  • 설계변경 전후의 기능시험, 샘플 보관, 제조공정·공급자 확인서
  • 품번·모델명·포장·송장·HTS 번호를 잇는 수입자 식별표
  • 양산품이 심사받은 샘플과 같다는 구성관리(configuration control)
  • 필요한 경우 독립 전문가 보고서와 미국 변호사의 법률분석

Git 로그, 파일 해시, 외부 법률의견은 신뢰성을 높이는 좋은 수단이지만 법령상 모든 사건의 필수요건은 아니다. 자가확인서도 해당 배제명령이나 관세청(CBP) 지시에 근거가 있을 때 사용해야 한다. 압류·몰수, 배제, 재수출 통지는 각각 절차와 불복기한이 다르므로 Part 171 청원이나 Part 174 protest가 언제나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일반화하지 말고, 통지서와 처분의 법적 성격부터 확인해야 한다.

7. 기업을 위한 통합 실행계획

  1. 미국 수입지도를 먼저 그린다.
    제조자, 수출자, 수입자, 유통사, SKU, 통관항, 미국향 판매계약을 연결한다. 수입요건이 약하면 ITC 전략 전체가 흔들린다.
  2. 권리와 제품을 증거 단위로 쪼갠다.
    특허는 청구항·제품 버전별로, 영업비밀은 비밀항목·보유자·비밀관리·취득·사용·수입품별로 표를 만든다. ‘노하우 일체’ 같은 포괄적 표현은 피한다.
  3. 국내산업 감사를 소 제기 전에 끝낸다.
    미국 내 인력·시설·R&D·물류·라이선싱 비용의 원장을 확보하고, 대상 물품과 권리에 귀속시키는 배분 원칙을 문서화한다.
  4. 본안과 변경설계를 동시에 운영한다.
    피제소자는 방어가 끝난 뒤 재설계를 시작하면 늦다. 제소자는 예상되는 회피설계를 명령 문언과 침해이론에 미리 반영하되, 비침해품까지 포괄하는 과잉명령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5. 승소일이 아니라 첫 통관일을 목표일로 삼는다.
    관세청(CBP)와 국제무역위원회(ITC) 중 어느 절차를 택할지, 어떤 샘플과 비밀자료를 제출할지, 수입중단 기간을 어떻게 버틸지까지 일정·재고·현금흐름 계획에 넣는다.

ITC 사건의 힘은 신속성이라는 추상적 이미지보다 ‘수입을 멈출 수 있다’는 현실성에서 나온다. 그만큼 제소 기업은 미국 국내산업과 피해를 숫자와 문서로 설명해야 하고, 피제소 기업은 새 제품이 왜 명령 밖에 있는지를 제품 수명주기 전체의 기록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조사 개시, 본안판정, 구제명령, 통관집행을 분리해 이해하되 하나의 사업계획으로 묶는 기업이 ITC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주요 법령·판결·공식자료

  1. 19 U.S.C. § 1337 — Unfair Practices in Import Trade (미국 정부출판국 GovInfo)
  2. 19 C.F.R. Part 210 — Adjudication and Enforcement (eCFR)
  3. USITC, About Section 337
  4. TianRui Group Co. v.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661 F.3d 1322 (Fed. Cir. 2011)
  5. Suprema, Inc. v.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796 F.3d 1338 (Fed. Cir. 2015) (en banc)
  6. USITC, Certain Crawler Cranes and Components Thereof, Inv. No. 337-TA-887
  7. USITC, Certain Crawler Cranes — 10년 한정수입배제명령 원문 (Inv. No. 337-TA-887)
  8. 19 C.F.R. Part 177 — CBP Administrative Rulings (CBP 행정결정 절차)

이 글은 일반적인 제도 설명을 위한 것으로 특정 사건에 대한 법률의견이 아니다. 적용 법령, 위원회 관행 및 개별 명령문은 사건 시점에 다시 확인해야 한다. 작성·검증 기준일: 2026년 9월 18일.

백 년에 걸쳐 성장한 미국 ITC를 벤치마킹하다.

우리나라 무역위원회는 덤핑, 보조금, 지식재산권 침해와 같은 불공정한 수입으로부터 국내산업을 보호하는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기업의 시장 진입과 퇴출, 투자와 고용, 첨단기술의 경쟁질서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다. 그런데 그 결정을 떠받치는 조직과 절차는 권한의 무게만큼 충분히 성장했는가. 때로는 아직 성장 단계에 있는 기관에 성인이 감당할 무거운 판단을 맡겨 놓은 듯한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이 비유는 무역위원회가 전문성이 없거나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뜻이 아니다. 1987년 설립 이후 우리나라 무역구제제도의 중심기관으로 자리 잡았고, 반덤핑·상계관세·세이프가드·불공정무역행위 사건을 처리해 왔다. 문제는 사건의 기술적·경제적 복잡성과 결정의 파급력이 빠르게 커진 반면, 기관의 독립성, 상임 심판인력, 전문조사 조직, 절차적 축적은 그 속도를 충분히 따라가고 있는가에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의 역사가 주는 가장 큰 교훈은 강한 권한 자체가 아니다. 객관적인 조사기관으로 출발한 뒤, 전문인력과 독립성을 축적하고, 심리와 조사 기능을 분리하며, 공개된 절차와 판정례를 쌓은 다음에야 오늘날의 준사법기관이 되었다는 점이다. 한국 무역위원회에 필요한 것도 미국 제도의 복제가 아니라 이러한 성장의 순서다.

1. 미국 ITC도 처음부터 강한 심판기관은 아니었다

USITC의 전신인 미국 관세위원회(U.S. Tariff Commission)는 1916년 세입법(Revenue Act of 1916)에 따라 설립되었다. 당시의 주된 임무는 관세율과 무역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대립 속에서 의회와 대통령에게 통계와 경제분석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오늘날처럼 특허침해 여부를 심리하고 수입배제명령을 내리는 기관으로 출발한 것이 아니다.

이는 의미 있는 출발이었다. 관세정책을 정치적 주장이나 이해집단의 자료만으로 결정하지 않고, 독립된 전문가 조직이 사실과 데이터를 축적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가 처음 만든 것은 강력한 제재기관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지식기반이었다. USITC가 발간한 100년사도 1916년의 창설, 기관의 진화, 법정 임무의 수행을 별도의 축으로 다룬다.

1922년 관세법은 불공정한 수입방법과 행위를 다루는 제316조를 두었고, 1930년 관세법은 이를 오늘날의 Section 337로 재편했다. 그러나 초기 절차는 현재의 소송형 조사와 거리가 있었다. 관세위원회가 조사하여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최종적인 조치에는 대통령의 역할이 컸다. 오랫동안 이 제도는 지식재산 분쟁의 주된 무대라기보다 무역정책상 보조수단에 가까웠다.

2. 권한 확대보다 먼저 쌓인 것은 조사역량이었다

관세위원회의 성장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업무가 한꺼번에 확장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1922년과 1930년의 관세법을 통해 가변관세, 불공정수입, 일반무역조사와 같은 기능이 단계적으로 더해졌다. 1954년에는 덤핑수입으로 인한 국내산업 피해 판정 기능이 재무부에서 관세위원회로 이관되었다. 관세와 무역에 관한 통계·산업·경제분석을 축적해 온 조직에 새로운 판단기능을 얹은 것이다.

이러한 축적은 오늘날 USITC의 조직에서도 확인된다. USITC는 스스로를 독립적·비당파적·준사법적 연방기관으로 설명한다. 기관의 임무도 재판적 판단(adjudication), 연구·분석, 미국 관세율표 관리라는 세 축으로 나뉜다. 경제학자, 산업분석가, 회계·재무분석가, 통계전문가, 변호사와 조사관이 하나의 기관 안에서 장기간 전문성을 축적한다.

무역구제사건은 법률가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덤핑과 산업피해 사건에서는 가격, 수입량, 시장점유율, 생산능력과 인과관계를 분석해야 한다. 특허·영업비밀 사건에서는 청구항과 기술자료, 소스코드, 제조공정, 공급망과 수입경로를 함께 보아야 한다. USITC의 경쟁력은 강한 배제명령만이 아니라, 그러한 결정을 지탱하는 다학제 조사역량에서 나온다.

3. 1974년은 명칭 변경보다 절차의 전환점이었다

1974년 무역법은 관세위원회의 명칭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로 바꾸고 Section 337 절차를 크게 개편했다. 중요한 변화는 대통령에게 조치를 권고하던 구조에서 위원회가 위반 여부와 구제조치를 결정하는 구조로 중심이 옮겨간 것이다. 대통령은 일정 기간 안에 정책적 이유로 위원회의 구제명령을 승인하지 않을 권한을 보유했지만, 사건의 심리와 판단은 위원회가 담당하게 되었다.

또한 Section 337 조사에 미국 행정절차법(Administrative Procedure Act)의 정식 심리절차가 적용되면서, 당사자 대립구조와 증거에 기초한 기록이 중요해졌다. 행정법판사(Administrative Law Judge, ALJ)가 증거개시, 청문과 초기판정을 담당하고, 위원회가 이를 재검토하여 최종 결정을 내리는 구조가 정착했다. 이러한 변화가 하루아침에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1974년 개정은 자문형 조사기관이 준사법적 심판기관으로 이동하는 결정적 계기였다.

1970년대 중반 이후에는 조사·심리·최종판정의 역할이 점차 분화되었다. 현재 Section 337 사건에서는 ALJ가 재판에 가까운 절차를 진행하고, 위원들은 기록에 기초하여 최종판단을 내린다. 조사참여 변호사와 기술·경제 전문인력도 각자의 기능을 수행한다. 강한 처분을 내릴수록 그 처분을 만드는 과정은 더 세밀하게 분리되어야 한다는 제도적 학습의 결과다.

4. 1988년과 1994년 개정이 만든 현대적 Section 337

1988년 종합무역경쟁력법은 특허·등록상표·저작권·마스크워크 등 법률이 열거한 지식재산권 침해 사건에서 국내산업의 실질적 피해를 별도로 입증해야 했던 부담을 없앴다. 대신 미국 내에서 해당 지식재산권과 관련된 국내산업이 존재하거나 형성 중이어야 한다. 설비와 장비에 대한 상당한 투자, 노동·자본의 상당한 고용뿐 아니라 연구개발·엔지니어링 또는 라이선싱을 포함한 활용에 대한 상당한 투자도 국내산업의 근거가 될 수 있도록 법문이 정비되었다.

다만 이를 ‘제품이 없는 권리자에게 무조건 ITC 문호를 열었다’고 설명해서는 정확하지 않다. 라이선싱 활동을 근거로 경제적 요건을 주장할 수 있지만, 투자와 주장된 권리 사이의 관련성, 투자 규모와 성격, 그 권리를 실시하는 물품의 존재 등은 계속 다투어져 왔다. InterDigital Communications, LLC v. ITC를 비롯한 판례와 위원회 결정은 이 요건을 구체화했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협정 이행법은 GATT 패널의 지적을 반영하여 과도하게 경직된 법정 처리기한을 목표일(target date) 체계로 바꾸고, ITC 조사와 연방법원 소송이 병행될 때의 조정장치를 마련했다. 오늘날 Section 337은 신속한 국경구제라는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증거개시·청문·위원회 재검토·연방순회항소법원 항소가 결합된 독자적인 절차법 체계가 되었다.

5. 한국 무역위원회는 어떤 성장단계에 있는가

우리나라 무역위원회는 1987년에 설립된 합의제 행정기관이다. 현재 법률상 위원장 1명을 포함한 9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되고, 일부 위원은 상임으로 둔다. 덤핑·보조금·세이프가드에 관한 산업피해를 조사·판정하며, 지식재산권 침해물품의 수출입 등 불공정무역행위를 조사한다.

권한의 성격은 사건에 따라 다르다. 반덤핑 사건에서는 덤핑과 국내산업 피해를 판정하고 관계 장관에게 덤핑방지관세 부과를 건의한다. 반면 불공정무역행위 사건에서는 수출·수입·판매·제조의 중지, 반입배제·폐기처분, 정정광고 등 시정조치와 과징금을 직접 명할 수 있다. 따라서 무역위원회는 단순한 정책자문기관이라고 할 수 없다. 이미 기업의 사업활동과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준사법적 결정을 담당한다.

다만 조직의 외형과 절차는 그 책임의 무게에 비해 충분히 성숙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위원회의 사무는 중앙행정기관 내부의 무역조사 조직이 지원하고, 위원 다수는 비상임이다. 미국처럼 독립기관의 상임 위원, 전문 사무조직과 ALJ가 장기간 판정례를 축적하는 구조와는 차이가 있다. 사건의 기술적 복잡성이 높아질수록 소수 상임인력과 순환보직형 행정조직에 대한 의존은 제도적 한계로 나타날 수 있다.

비교축 USITC의 축적 한국 무역위원회의 과제
기관 위상 독립적·비당파적 준사법 연방기관, 대통령 지명·상원 인준의 6인 위원회 부처 소속 합의제 기관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판단의 실질적 독립성을 강화할 장치 검토
심리 구조 ALJ의 증거개시·청문·초기판정과 위원회의 최종 재검토가 분리 조사, 당사자 심리, 위원회 최종판정의 기능적 분리와 전문 심판인력 확충
전문성 법률·기술·경제·산업·통계 전문인력의 장기적 축적 순환보직을 보완할 전문직 경력경로와 기술심리·경제분석 역량의 상설화
절차와 기록 정식 증거기록, 판정문, 위원회 재검토, 항소를 통한 규범 축적 쟁점정리·증거규칙·기술설명회·공청회·판정이유 공개의 체계화
구제 집행 배제명령과 중지명령, 관세국경보호청과의 집행 연계 시정조치의 통관·유통단계 집행력과 관계기관 협업을 사건종결 후까지 관리

6. 한국 무역위원회가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다섯 가지 조건

첫째 판단기관의 독립성을 조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위원 개인의 양심과 전문성만으로 독립성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임기, 상임성, 예산, 인사, 조사조직과의 관계가 판단의 독립성을 지지해야 한다. 당장 별도의 독립기관으로 전환할 것인지와는 별개로, 위원회의 사건판단 기능을 정책집행 조직으로부터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제도설계가 필요하다.

둘째 조사와 심판을 기능적으로 분리해야 한다

조사관이 사실을 수집하고 쟁점을 제시하는 기능과, 당사자의 주장·증거를 중립적으로 심리하여 판단하는 기능은 구별되어야 한다. 기술적·경제적 쟁점이 복잡한 사건일수록 전담 심판관 또는 이에 준하는 상임 전문인력이 절차를 지휘하고, 위원회가 정리된 기록을 토대로 최종판정을 내리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셋째 전문인력이 머물며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소프트웨어, 영업비밀 사건은 일반 행정경험만으로 다루기 어렵다. 기술·법률·경제 전문가가 사건을 거치며 지식을 축적하고 후속 사건에 전수할 수 있는 경력체계가 필요하다. 외부 전문가의 일회성 자문만으로는 기관의 기억이 남지 않는다.

넷째 판정이유와 절차기준을 축적해야 한다

준사법기관의 권위는 결론의 강도보다 이유의 설득력에서 나온다. 영업비밀 특정, 지식재산권 침해, 국내산업 피해, 인과관계, 공익, 시정조치의 비례성에 관한 판정기준이 사건을 거듭하며 예측 가능한 규범으로 발전해야 한다. 영업비밀을 보호하면서도 비밀이 아닌 판단구조와 법리는 충분히 공개할 수 있다.

다섯째 명령 이후의 집행까지 제도 안에 포함해야 한다

시정명령을 내리는 것과 시장에서 실제로 작동하게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세관, 수사기관, 관계 부처와의 정보연계, 우회수입과 변경제품에 대한 후속 판단, 명령이행 점검이 필요하다. 강한 구제수단은 정교한 집행체계와 결합될 때 비로소 기업의 행동을 바꾼다.

7. 미국 제도의 복제가 아니라 성장의 순서를 배워야 한다

USITC와 한국 무역위원회는 법체계와 행정구조가 다르다. 미국의 Section 337을 그대로 들여오거나 ALJ 제도를 형식적으로 복제한다고 같은 결과가 생기지는 않는다. 미국 제도 역시 대통령의 정책심사, 연방법원과의 관할관계, 강한 증거개시의 비용과 같은 논쟁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USITC의 100년사는 분명한 방향을 보여준다. 먼저 객관적인 자료와 분석능력을 축적하고, 그 위에 조사권한을 더하며, 강한 처분권을 부여할 때에는 심리의 독립성과 절차적 통제를 함께 강화했다. 이후 판례와 행정실무를 통해 국내산업, 공익, 구제범위를 계속 조정했다. 권한과 절차, 전문성과 책임이 함께 성장한 것이다.

우리나라 무역위원회는 더 이상 가벼운 결정을 내리는 작은 위원회가 아니다. 첨단기술 경쟁과 공급망 재편의 한복판에서 국내산업의 생존과 공정한 무역질서를 판단한다. 그렇다면 이제 기관의 몸도 결정의 무게에 맞게 성장해야 한다. 미국 ITC의 역사를 참고해야 하는 이유는 미국이어서가 아니라, 무거운 권한을 감당할 제도적 성숙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주요 참고자료

  1. U.S.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A Centennial History of the United States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2. U.S.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About the USITC.
  3. 19 U.S.C. § 1337, Unfair Practices in Import Trade.
  4. U.S.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About Section 337.
  5. 대한민국 무역위원회, 위원회 소개.
  6. 「불공정무역행위 조사 및 산업피해구제에 관한 법률」.

※ 이 글은 제도개선에 관한 정책적·법률적 논의를 위한 일반 해설이며, 특정 사건에 대한 법률의견이 아닙니다.

해외에서 훔친 영업비밀도 미국 국경에서 막힌다 TianRui 판결과 ITC Section 337

TianRui Group Co. v.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661 F.3d 1322 (Fed. Cir. 2011)는 미국 밖에서 도용된 영업비밀를 토대로 제조된 제품이 미국으로 수입될 때,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nited States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USITC 또는 ITC)가 관세법 제337조(Section 337)에 따라 수입을 차단할 수 있는지를 본격적으로 다룬 판결이다. 이 판결은 외국에서 벌어진 도용행위 자체를 일반적으로 처벌한 것이 아니라, 그 도용의 성과가 미국으로 유입되어 미국 산업에 피해를 주는 경우 국경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보았다.

최근에는 한국 기업 간에 한국 현지에서 발생한 영업비밀 침해를 근거로 미국 ITC에 조사를 신청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배터리 분쟁에서 한국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주장된 인력 이동과 영업비밀 취득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제품과 결부되어 Section 337 절차의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실무 흐름은 해외 도용과 미국 수입을 하나의 불공정 수입행위로 연결한 TianRui 판결의 법적 토대와 밀접하다.

핵심은 행위지가 아니라 연결고리다. 영업비밀을 어디에서 빼냈는지만으로 ITC 관할 여부가 결정되지는 않는다. 도용된 정보가 수입물품의 제조·개발에 사용되었는지, 해당 물품이 미국으로 수입되었는지, 그 수입이 미국 산업을 파괴하거나 실질적으로 침해했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지가 함께 문제 된다.

1. 사건의 출발점 철도 바퀴 제조공정의 해외 유출

미국 기업 Amsted Industries는 주강(鑄鋼) 철도 바퀴를 제조하면서 이른바 ABC 공정에 관한 영업비밀을 보유하고 있었다. Amsted는 미국 공장에서는 주로 Griffin 공정을 사용했지만, 중국의 Datong사에는 ABC 공정을 라이선스하여 사용하게 했다. Datong의 직원들은 해당 기술에 관한 비밀유지의무를 부담하고 있었다.

중국 기업 TianRui는 자체 철도 바퀴 제조기술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Datong 출신 직원들을 채용했다. ITC는 TianRui가 이들을 통하여 Amsted의 ABC 공정에 관한 비밀정보를 취득하고 이를 중국 내 제조에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생산된 철도 바퀴는 미국으로 수입되었다.

Amsted는 Section 337 위반을 주장하며 ITC에 조사를 신청했다. ITC는 영업비밀 도용을 인정하고 TianRui 등이 제조한 대상 제품의 미국 수입을 막는 한정배제명령(limited exclusion order)을 발령했다. TianRui는 도용행위가 중국에서 이루어졌으므로 미국법을 적용할 수 없고, Amsted가 미국에서 ABC 공정을 직접 사용하지 않으므로 보호할 국내산업도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연방순회항소법원은 다수의견으로 ITC의 판단을 유지했다.

2. TianRui 판결이 세운 세 가지 기준

2.1 역외적용 배제 추정만으로 ITC 권한을 막을 수 없다

미국법에는 의회가 명확히 달리 정하지 않은 한 연방법률은 미국 영토 밖의 행위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역외적용 배제 추정(presumption against extraterritoriality)’이 있다. TianRui도 영업비밀 취득과 사용이 중국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을 들어 이 원칙을 원용했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Section 337의 초점이 외국에서 벌어진 행위를 그 자체로 제재하는 데 있지 않다고 보았다. 규율대상은 불공정한 방법으로 생산된 물품의 미국 수입과 그 수입이 미국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다. 외국에서의 도용은 미국 국경에서 수입을 배제할지를 판단하기 위한 선행사실 또는 전제사실로 고려된다. 법원이 Section 337의 문언·구조·목적과 오랜 행정실무를 종합하여 해외 도용을 고려할 수 있다고 본 이유다.

다만 이 결론을 ‘미국 영업비밀법이 전 세계 모든 도용행위에 적용된다’는 의미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Section 337에 따른 구제는 미국으로의 수입 또는 수입을 위한 판매, 수입 후 판매라는 관할사실과 미국 산업에 대한 법정 수준의 피해가 결합될 때 가능하다. Moore 판사의 반대의견도 역외적용 배제 추정을 더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 판결은 해외행위에 대한 무제한 관할을 선언한 것이 아니라, 불공정한 해외행위와 미국 수입 사이에 충분한 연결이 있는 사안을 다룬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2.2 영업비밀 도용에는 통일된 연방 기준을 적용한다

연방순회항소법원은 Section 337에 따른 영업비밀 도용 여부를 특정 주의 법만으로 판단하기보다 통일된 연방 보통법 기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 수입거래를 전국적으로 규율하는 Section 337의 성격상, 어느 주와 연결되는지에 따라 보호범위가 달라지면 제도의 통일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준은 영업비밀의 존재, 부정한 수단에 의한 취득, 비밀유지의무 위반, 무단 사용·공개와 같은 공통 요소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당시 ITC가 참고한 Illinois 영업비밀법과 일반적인 영업비밀 원칙 사이에 결과를 바꿀 정도의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법원은 판단을 뒤집지 않았다.

2.3 미국 내에서 바로 그 비밀공정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Section 337(a)(1)(B) 이하의 특허·저작권·상표 등 성문 지식재산권 사건에서는 흔히 해당 권리를 실시하는 국내산업의 기술적 요건과 경제적 요건이 문제 된다. 반면 영업비밀 도용과 같은 Section 337(a)(1)(A)의 불공정행위 사건에는 그 구조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TianRui 법원은 Amsted가 미국에서 ABC 공정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 국내산업을 부정하지 않았다. Amsted는 미국에서 다른 공정인 Griffin 공정으로 같은 종류의 철도 바퀴를 생산하고 있었고, TianRui의 수입품은 그 미국산 제품과 경쟁했다. 따라서 보호대상 국내산업은 반드시 도용된 영업비밀을 미국 내에서 직접 실시하는 사업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3. ITC 영업비밀 사건에서 실제로 입증해야 할 것

조사 개시 단계에서는 위반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충분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주장해야 하고, 최종적인 위반 판단 단계에서는 신청인이 다음 요소들을 증거로 입증해야 한다. 조사 개시와 최종 위반 판단의 문턱은 같지 않으므로, 두 단계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요소 주요 내용 실무상 핵심 증거
수입 연결 문제 물품의 미국 수입, 수입을 위한 판매 또는 수입 후 판매 통관·선적자료, 구매계약, 미국 판매자료, 공급망 문서
보호 가능한 영업비밀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고 비밀성에서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얻으며 합리적으로 비밀이 관리된 정보 영업비밀 특정목록, 접근권한, NDA, 보안규정, 기술·사업 자료
도용 및 사용 부정한 수단에 의한 취득 또는 비밀유지의무를 알면서 한 취득·사용·공개 퇴직자 자료반출, 접속기록, 이메일, 개발기간 단축, 소스·도면 비교
미국 국내산업 수입품의 불공정행위로 보호받을 현실의 미국 산업 미국 내 생산·고용·판매·시설·연구개발 및 시장활동 자료
피해 또는 위협 국내산업을 파괴하거나 실질적으로 침해하는 효과 또는 그러한 위협 가격하락, 판매·고객 상실, 시장점유율, 수입량, 생산능력, 대체가능성

특히 Section 337(a)(1)(A)는 특허침해 사건과 달리 피해 입증을 면제하지 않는다. 신청인은 불공정 수입행위가 미국 산업을 파괴하거나 실질적으로 침해하는 효과가 있거나, 그러한 위협이 있음을 보여야 한다. 단순히 영업비밀이 도용되었고 관련 제품이 미국에 들어왔다는 사실만으로 언제나 충분한 것은 아니다.

4. 직접 경쟁은 독립요건이 아니라 피해를 보여주는 강한 증거다

자칫‘직접 경쟁 관계’를 별도의 법정 판단 요건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보다 정확히 말하면 직접 경쟁과 대체가능성은 Section 337(a)(1)(A)의 피해 또는 피해위협을 입증하는 강력한 사실요소다. 사건마다 시장구조와 피해 양상이 다르므로, 직접 경쟁이 모든 영업비밀 사건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요구되는 독립요건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TianRui에서 두 제품은 제조공정이 달랐지만 미국 시장에서 같은 용도의 철도 바퀴로 경쟁했다. Amsted의 미국 내 제품은 Griffin 공정으로, TianRui의 수입품은 도용된 ABC 공정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구매자의 관점에서 서로 대체될 수 있었고, 신규 수입품은 Amsted가 보유하던 미국 시장의 지위와 판매에 현실적인 위협이 되었다. 이처럼 ITC는 공정 이름의 일치 여부보다 수입품이 미국 시장에서 누구의 매출·가격·고객관계를 잠식하는지를 본다.

실무상으로는 시장점유율, 가격압박, 고객 전환, 판매 감소, 수입량 증가, 생산능력, 납기와 품질, 제품 간 대체가능성을 종합하여 피해를 설명해야 한다. 기술 비교표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고, 경제자료와 시장증거를 함께 구성해야 하는 이유다.

5. 영업비밀 사건의 수입금지 기간은 어떻게 정해지는가

특허권은 법정 존속기간이 있지만 영업비밀은 비밀성이 유지되는 한 보호될 수 있다. 그렇다고 ITC의 수입금지명령이 언제나 무기한 내려지는 것은 아니다. 영업비밀 도용으로 얻은 부당한 선행이익을 제거하는 데 필요한 기간, 즉 피신청인이 영업비밀을 사용하지 않고 독자 개발이나 적법한 역설계로 같은 기술적 위치에 도달하는 데 걸렸을 기간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Certain Crawler Cranes and Components Thereof, Inv. No. 337-TA-887에서 ITC는 크레인 설계·제조와 관련된 영업비밀 도용을 인정하고 10년의 한정배제명령과 중지명령(cease and desist order)을 내렸다. 이 사건은 개발기간 단축이라는 부당한 이익을 제거하기 위해 장기간의 수입제한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구제기간은 영업비밀의 내용, 독자 개발에 필요한 시간, 이미 소멸한 비밀의 범위, 도용으로 얻은 경쟁상 이익에 관한 사건별 증거에 따라 정해진다.

한정배제명령은 통상 조사대상 피신청인과 관련된 물품의 수입을 막는다. 피신청인이 미국 내에 상당한 재고나 상업활동을 보유한 경우에는 수입 후 판매·유통을 금지하는 중지명령이 병행될 수 있다. ITC는 손해배상을 명하는 법원이 아니라, 불공정 수입물품을 국경과 미국 내 유통단계에서 차단하는 행정기관이라는 점이 제도의 핵심적 차이다.

6. DTSA 제정 이후에도 TianRui의 의미는 남아 있다

2016년 제정된 영업비밀방어법(Defend Trade Secrets Act, DTSA)은 연방 영업비밀보호법(Economic Espionage Act)을 개정하여 영업비밀 소유자가 연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연방 청구원인을 마련했다. 영업비밀과 도용의 정의, 금지명령·손해배상 등 연방 민사구제의 기본틀도 제공한다.

그러나 DTSA가 Section 337을 개정하거나 TianRui의 연방 보통법 기준을 그대로 성문화한 것은 아니다. ITC 영업비밀 조사의 직접적인 법적 근거는 여전히 19 U.S.C. § 1337(a)(1)(A)이고, ITC의 구제수단도 DTSA 소송의 손해배상·금지명령과 다르다. DTSA의 정의와 판례는 현대적인 연방 영업비밀법을 해석하는 중요한 참조점이 될 수 있지만, Section 337의 수입요건·국내산업·피해요건을 대체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해외 영업비밀 분쟁에서 DTSA 소송과 ITC 조사는 경쟁하는 단일 절차라기보다 목적과 구제수단이 다른 경로다. 연방법원 소송은 손해배상과 사법적 금지명령을 구할 수 있고, ITC 절차는 미국 수입을 신속하게 차단하는 데 초점이 있다. 사실관계에 따라 양 절차가 병행되기도 한다.

7. 한국 기업이 TianRui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TianRui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인력 스카우트, 서버 접근, 자료반출, 기술사용이 모두 한국에서 이루어졌더라도 그 결과물이 미국 시장으로 들어가면 미국 ITC 절차가 작동할 수 있다. 미국 법인이나 공장이 사건의 중심에 있지 않더라도, 미국 수입과 국내산업 피해라는 연결고리가 형성되면 조사대상이 될 수 있다.

신청인에게는 미국 시장과 국내산업의 피해를 구체화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영업비밀의 특정과 비밀관리 자료뿐 아니라 수입경로, 제품별 매출, 고객 대체, 가격효과, 미국 내 사업활동을 처음부터 하나의 증거체계로 묶어야 한다. 반대로 피신청인은 독자개발의 시간표와 기록, 정보차단 조치, 채용 전후의 자료관리, 제품과 주장된 비밀 사이의 비사용 관계, 피해 및 수입 연결의 단절을 조기에 확보해야 한다.

이번 글에서는 TianRui 판결을 중심으로 ITC 영업비밀 사건의 특이점을 살펴보았다. 다음 글부터는 Section 337이 어떠한 역사적 배경에서 출발하여 오늘날의 지식재산·불공정무역 구제수단으로 발전했는지를 짚고, 이어 미국 ITC와 우리나라 무역위원회의 관할, 조사절차, 국내산업 및 피해요건, 수입배제와 시정조치를 차례로 비교해 볼 예정이다.

주요 참고자료

  1. TianRui Group Co. v.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661 F.3d 1322 (Fed. Cir. 2011).
  2. 19 U.S.C. § 1337, Unfair Practices in Import Trade.
  3. U.S.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About Section 337.
  4. Certain Crawler Cranes and Components Thereof, Inv. No. 337-TA-887, USITC Investigation Record.
  5. 18 U.S.C. § 1836, Civil Proceedings under the DTSA.

※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정책 해설을 위한 것이며,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률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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