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특허청(USPTO)과 한국 특허청(KIPO)의 특허 심사 입증책임 구조를 상징하는 이미지

특허 심사에서 가장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는 지점은 어디일까. 기술 자체의 우열이 아니라, 누가 먼저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가라는 절차적 문제에서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 특허청(USPTO)의 Prima Facie 법리와 한국 특허청(KIPO)의 '합리적 의심(Reasonable Doubt)' 기준은 바로 이 생산부담(Burden of Production) 배분 문제의 핵심에 자리한다.

이 글은 신규성(Novelty)과 진보성(Inventive Step) 심사에서 미국과 한국이 각각 어떤 법리로 입증책임을 운용하는지를 가상 사례와 함께 해설한다. 나아가 양국 제도의 차이, 최근 발전 동향, 실무적 시사점, 그리고 입법적 제언까지 체계적으로 살펴본다.

핵심 용어 — 입증책임의 4분법
① 증명책임 (Burden of Proof)
소송 또는 심사 전체에서 어느 당사자가 궁극적으로 사실 인정을 책임지는가를 결정하는 포괄적 개념.
② 설득책임 (Burden of Persuasion)
사실인정자(심사관·심판관·법관)를 충분히 납득시킬 책임. 특허청은 특허 불가성(Unpatentability)에 대해 최종 설득책임을 진다.
③ 생산부담 (Burden of Production)
절차 각 단계에서 선제적으로 증거를 제출·제시해야 할 부담. Prima facie 법리는 이 생산부담을 심사관↔출원인 간에 동태적으로 배분하는 절차적 도구다.
④ 대응부담 (Burden of Rebuttal)
상대방이 prima facie case를 적법하게 성립시킨 후, 그에 반박하는 증거나 논거를 제출할 부담. 출원인이 Rule 132 선서서를 제출하는 것이 대표적 대응 형태다.

Ⅰ. 미국: Prima Facie 법리의 구조와 작동

1. Prima Facie란 무엇인가

Prima facie(일응의)란 라틴어로 '첫눈에 보기에(at first sight)'를 의미한다. 특허 심사 맥락에서 prima facie case of unpatentability(일응의 특허 등록요건 불만족 사건)란, 심사관이 선행기술을 근거로 출원 발명이 특허를 받을 수 없음을 일응 보여주는 논리적·증거적 구성체를 말한다. 이는 특허성 유무를 최종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심사관과 출원인 사이에서 생산부담(Burden of Production)을 동태적으로 주고받게 하는 절차적 도구(Procedural Tool)다.

흐름은 단순하다. ① 심사관이 prima facie case를 수립하면 → ② 생산부담이 출원인에게 전환되고 → ③ 출원인이 반박하면 → ④ 심사관이 모든 증거를 우월한 증거의 비중(Preponderance of Evidence)으로 재평가한다. 이때 증거의 우위가 완전히 팽팽한 대등 상태(Equipoise)에 이르면, 최종 설득책임(Burden of Persuasion)을 가진 특허청이 입증에 실패한 것이므로 출원인이 특허를 받는다.

2. 신규성 거절(35 U.S.C. § 102): 단일 문헌의 완벽한 개시

신규성 거절을 위해 심사관은 단 하나의 선행기술 문헌이 청구항의 모든 구성요소(Each and Every Limitation)를 명시적(Express) 또는 내재적(Inherent)으로 개시함을 입증해야 한다. 복수 문헌의 결합은 신규성 거절에서 허용되지 않는다.

특히 내재성(Inherency) 적용 시 단순한 개연성(Probability)이나 가능성(Possibility)으로는 부족하며, 선행기술을 재현할 때 해당 특성이 필연적으로 발생(Inevitably/Necessarily Occur)해야 한다.

가상 사례 A — 내재성 거절과 출원인 대응

한국 스타트업 A사는 특수 세라믹 코팅 기술을 미국에 출원했다. 코팅 표면의 '수접촉각 150° 이상'이라는 수치 한정이 핵심이었다. 심사관은 10년 전 공개된 단일 논문을 인용하며 "아마도 그 범위를 충족할 것(probably satisfied)"이라고 거절했다.

그러나 In re Rijckaert 판례에 따르면, 이런 추측성 거절은 적법한 prima facie case가 아니다. A사 대리인은 의견서에서 ① 심사관이 단일 문헌의 어떤 기재가 청구항의 수치 한정을 필연적으로(inevitably) 개시하는지 구체적으로 지적하지 못했고, ② 단순한 가능성(probability)을 내재성 근거로 삼았음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심사관이 prima facie case를 적법하게 성립시키지 못했으므로, A사는 추가적인 실험 데이터 없이 거절이유를 무력화할 수 있었다.

3. 진보성 거절(35 U.S.C. § 103): 두 가지 필수 관문

자명성 거절을 구성할 때 심사관은 연방대법원 Graham v. John Deere Co.(383 U.S. 1, 1966) 판결이 요구하는 세 가지 사실인정(Graham Three-Part Factual Inquiry)을 먼저 확립해야 한다: ① 선행기술의 범위·내용, ② 청구항 발명과의 차이점, ③ 당해 분야 통상의 기술자(PHOSITA)의 기술 수준. 여기에 더해 복수 문헌 결합 시에는 반드시 두 가지 필수 요건(Dual-Prong)을 충족해야 한다.

  • 결합의 동기(Motivation to Combine, TSM): 발명 당시 선행기술들을 청구항처럼 결합하도록 가르치거나 암시하는 구체적 이유가 존재했어야 한다. KSR International Co. v. Teleflex Inc.(550 U.S. 398, 2007) 판결 이후 TSM은 유일한 기준이 아닌 7대 Rationale 중 하나로 유연화되었으나, 심사관의 명확한 추론(Explicit Reasoning) 의무는 오히려 강화되었다.
  • 합리적인 성공 기대(Reasonable Expectation of Success, RES): '시도해볼 만하다(Obvious to Try)'는 막연한 낙관을 넘어, 결합 시도가 실제로 성공할 것이라는 과학적으로 신뢰할 만한 기대가 선행기술에 기반해야 한다. RES는 복수 문헌 결합 또는 기존 기술의 변형을 주장하는 자명성 거절에서 특히 요구된다.

4. Prima Facie 실패 시의 법적 효과

심사관이 단정적 진술(Conclusory Statement), 사후고찰(Hindsight Bias), 청구항 구성요소 누락, 근거 없는 상식 원용 등으로 prima facie case를 제대로 구성하지 못하면, 출원인은 대응부담(Burden of Rebuttal)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 상태에서의 거절결정은 PTAB(미국 특허심판위원회, Patent Trial and Appeal Board)이나 CAFC(연방순회항소법원, Court of Appeals for the Federal Circuit) 단계에서 위법 행정처분으로 번복된다.

가상 사례 B — 사후고찰 심사관과 출원인의 역전

B사는 AI 기반 제조 공정 제어 시스템을 출원했다. 심사관은 선행 논문 X와 특허 Y를 결합하면 "당업자에게 당연히 자명하다"고 거절했다. 그러나 거절이유서를 자세히 읽어보니, 심사관은 B사의 명세서를 먼저 읽은 뒤 거기서 핵심 아이디어를 역추적하여 X와 Y를 짜깁기한 것이 명백했다.

B사 대리인은 의견서에서 ① X와 Y가 서로 다른 기술분야에 속하고, ② 발명 당시 두 문헌을 결합할 아무런 동기(TSM)가 없었으며, ③ 심사관의 논리는 B사 명세서를 사후적으로 참조한 사후고찰임을 입증했다. Graham Three-Part Factual Inquiry에 기반한 결합동기(TSM) 및 합리적 성공 기대(RES)가 전혀 논증되지 않은 prima facie case 실패를 지적함으로써, 추가 실험 데이터 없이 거절을 극복했다.

5. 출원인의 대응 무기: Rule 132 선서서

심사관이 prima facie case를 적법하게 성립시킨 경우, 출원인의 대응부담(Burden of Rebuttal)이 발생한다. 이때 37 CFR 1.132에 따른 선서서(Declaration/Affidavit)를 제출하여 비자명성을 입증한다. 이는 대리인의 변론(Arguments of Counsel)과 달리 위증죄 처벌 경고를 수반하는 공식 증거이며, 다음 내용을 담을 수 있다.

  • 가장 가까운 선행기술(Closest Prior Art)과의 직접 비교 실험 데이터
  • 예기치 못한 현저한 효과(Unexpected Results): 질적 차이(이질적 효과) 또는 양적 차이(동질의 현저한 상승)
  • 실험 데이터와 청구항 간의 연계성(Nexus): 최초 명세서에 이미 암시된 효과여야 함

Ⅱ. 한국: 신규성·진보성 심사 기준과 합리적 의심 법리

1. 신규성(특허법 제29조 제1항): 단일 문헌 대비와 실질적 동일성

한국도 신규성 판단에서 단일 인용발명과 일대일 대비를 원칙으로 한다. 다만 한국 심사기준은 구성요소의 미미한 외형적 차이가 있더라도 새로운 효과가 발생하지 않고 기술 사상에 실질적 영향이 없는 비본질적 차이라면 '실질적으로 동일한 발명'으로 보아 신규성을 부정한다. 이를 실질적 동일성(Substantive Identity) 법리라 한다. 미국이 구성요소 완비 원칙(All Elements Rule)을 엄격히 적용하여 신규성 판단 단계에서 발명의 효과를 고려하지 않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신규성 판단 단계에서도 효과를 참작하는 독자적 접근을 취한다.

특수 청구항에서는 별도의 기준이 적용된다. 파라미터 발명의 경우, 청구항의 파라미터가 공지된 물성을 측정 방식만 달리한 것에 불과하다면 신규성이 부정된다. 제조방법 기재 물건발명(Product-by-Process, PBP)의 경우, 제조방법이 최종 물건의 구조·성질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물건 자체를 기준으로 신규성을 판단한다.

가상 사례 C — 파라미터 발명과 합리적 의심

C사는 냉장고용 단열 발포 소재에 관한 특허를 출원했다. 청구항에는 '열전도율 0.018 W/m·K 이하'라는 파라미터가 기재되어 있었다. 심사관은 10년 전 논문에 유사 발포체가 공개되어 있고, 다른 측정 단위로 환산하면 본원 발명의 파라미터 범위에 속할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제기하며 거절이유를 통지했다.

C사는 의견서와 함께 자체 재현 실험 성적서를 제출하여, 동일한 조건에서 제조한 결과 논문의 발포체는 0.021 W/m·K로 청구 범위 밖에 위치함을 수치로 반증했다. 심사관의 합리적 의심을 과학적으로 해소함으로써 거절이유를 극복했다.

2. 진보성(특허법 제29조 제2항): 4단계 판단 절차

한국 심사기준상 진보성 판단은 다음 4단계로 구조화되어 있다.

  1. 청구항 기재 발명의 특정
  2. 인용발명의 특정
  3. 가장 가까운 주 선행발명 선택 및 차이점 명확화
  4. 통상의 기술자가 그 차이점을 쉽게 극복할 수 있는지 종합 판단 — 기술적 구성의 곤란성(Difficulty of Composition)을 중심으로, 목적의 특이성과 효과의 현저성을 참작

4단계 판단의 핵심 법리, 특히 결합발명에서 '구성의 곤란성'의 지위는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후3284 판결이 명확히 정립했다. 이 판결은 복수의 구성요소로 이루어진 발명의 진보성 판단에서 각 구성요소를 분해하여 개별 공지 여부만을 따져서는 안 되고, 특유의 과제 해결원리에 기초하여 유기적으로 결합된 전체로서의 구성의 곤란성을 따져 보아야 하며, 이때 결합된 전체 구성으로서의 발명이 갖는 특유한 효과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은 구성의 곤란성과 효과의 현저성을 병렬적·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구조를 확립했다는 점에서, 구성의 곤란성만을 진보성의 단독 기준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함께 시사한다.

가상 사례 D — 상승효과 입증과 진보성 인정

D사는 주서기(Juicer)용 스크류 소재로 A물질과 B첨가제를 일정 비율(A:B = 3:1)로 배합한 발명을 출원했다. 심사관은 A물질과 B첨가제가 각기 개별적으로 공지되어 있으므로 결합이 용이하다고 거절했다.

D사는 실험 성적서를 통해 A와 B를 3:1로 배합했을 때 내마모성이 단순 예측치 대비 현저하게 향상되는 상승효과(Synergy)가 있음을 입증했다. 구성요소의 개별 공지만으로는 쉽게 도달할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효과가 증명되었으므로, 특허청은 진보성을 인정했다.

3. 합리적 의심 법리: 한국형 생산부담 전환 메커니즘

한국 심사기준은 파라미터 발명과 PBP 발명에서 '합리적인 의심(Reasonable Doubt)' 법리를 명문화하고 있다. 심사관이 "동일·유사한 발명이라는 합리적인 의심" 또는 "쉽게 발명될 수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갖게 되면 거절이유를 통지할 수 있고, 이 순간 의심을 해소할 생산부담이 즉시 출원인에게 전환된다. 출원인이 의견서와 실험성적서로 의심을 해소하지 못하면 최종 거절결정이 내려진다.


Ⅲ. 미국과 한국의 차이: 다섯 가지 결정적 분기점

비교 항목 미국 (USPTO / MPEP) 한국 (KIPO / 심사기준)
법리 명칭 Prima Facie Case of Unpatentability 합리적 의심 (파라미터·PBP 발명: 명문화; 일반 심사: 별도 성문 규정 미비)
심사관의 최초 생산부담 Graham Three-Part Factual Inquiry + TSM + RES(복수 문헌 결합 시)를 완벽히 논증해야 prima facie 성립 파라미터·PBP: 합리적 의심 근거 제시로 충분(명문화). 일반 진보성 심사: 심사관의 거절이유 충분성을 다투는 절차적 관문에 관한 명시적 성문 규정 미비
미흡한 거절의 효과 Prima facie case 미성립 → 출원인 대응부담 완전 면제 → 특허 허여 권리 발생 일반 심사에서 심사관 논리가 미흡해도 출원인에게 사실상 소명 부담이 전가되는 경향 (실무상 과제)
진보성 패러다임 절차적 진보성: 결합동기(TSM)·RES 증거 기반 판단 전통적 실체적 진보성 → 대법원 2021. 4. 8. 선고 2019후10609 판결(아픽사반 선택발명)·2022. 3. 31. 선고 2018후10923 판결(결정형 발명) 이후, 이 분야에서 구성의 곤란성을 반드시 심리하는 방향으로 전환
대등 상태(Equipoise) 처리 대등 → 설득책임 부담자(특허청) 패소 → 출원인 승리 ('공성전' 법리) 대등 → 심사관의 심증적 종합 판단 → 불이익이 출원인에게 귀속되는 경향 ('평야전' 비판)
효과의 역할 Prima facie 성립 후 출원인의 대응부담 단계에서 2차적 고려사항으로 다루어짐 전통적으로 진보성 인정의 준요건. 2021년 선택발명 판결 이후, 효과는 '진보성의 전제조건'이 아닌 '구성의 곤란성 판단의 중요한 표지(Indicator)'로 재배치됨 (선택발명·결정형 발명 맥락)
신규성 판단 범위 All Elements Rule: 구성요소 완비 엄격 적용, 효과 불참작 실질적 동일성: 비본질적 차이 있으면 신규성 부정, 효과를 신규성 단계에서도 참작

핵심 요약: 미국은 '공성전(Siege Battle)' 모델로 심사관이 성벽을 완파해야 입성하는 구조인 반면, 한국은 전통적으로 '평야전(Open Field Battle)' 모델로 어느 한쪽이 미세하게라도 우세하면 결론이 내려지는 경향이 있었다. 다만 최근 한국 대법원 판례의 흐름은 절차적 생산부담 배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다.

가상 사례 E — 동일 발명, 미·한 결과의 역전

E사(의약)는 신규 화합물 X의 진통 효과를 청구하는 동일한 발명을 미국과 한국에 동시 출원했다. 선행기술에는 화합물 X의 구조적 유사체 Y와 Z가 이미 공개되어 있었다.

[미국] 심사관은 Y와 Z를 결합하면 X가 자명하다고 거절했으나, Graham Three-Part Factual Inquiry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당업자에게 자명하다"는 단정적 진술(Conclusory Statement)만 했다. E사는 prima facie case 미성립을 주장하며 추가 실험 데이터 없이 거절이유를 극복했다.

[한국] 심사관은 유사한 논리로 거절이유를 통지했다. 일반 진보성 심사에서 심사관의 거절이유 충분성을 다투는 절차적 관문에 관한 명시적 성문 규정이 없어, E사는 현저한 진통 효과를 실험성적서로 입증하는 실체적 대응을 추가로 제출해야 했다.


Ⅳ. 발전동향과 개정: 두 나라의 수렴과 진화

1. 한국: 결합발명 진보성의 법리적 토대와 사후고찰 금지 판례의 계보

한국 대법원은 진보성 판단 법리를 판례를 통해 단계적으로 정교화해 왔다. 초기 판례인 대법원 1989. 7. 11. 선고 88후516 판결1989. 11. 24. 선고 88후769 판결은 공지기술의 종합 시 각별한 곤란성 또는 효과의 현저한 향상이 있는 경우 진보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초기 기준을 제시했다.

결합발명 진보성의 현대적 법리는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후3284 판결이 확립했다. 이 판결은 복수의 구성요소를 가진 발명에서는 각 구성요소의 공지 여부를 개별적으로 따질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결합된 전체로서의 구성의 곤란성을 심리하되 결합된 전체 구성이 갖는 특유한 효과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수많은 후속 판결에서 인용되는 결합발명 진보성 판단의 이정표 판결이다. 중요한 것은, 이 판결이 구성의 곤란성과 효과를 상호 보완적으로 보는 종합 판단 구조를 채택했다는 점 — 즉, 구성의 곤란성이 단독 기준이 아니라는 점도 함께 시사한다.

사후고찰(Hindsight Bias)을 억제하는 판결들도 함께 축적되어 왔다. 대법원 2007. 8. 24. 선고 2006후138 판결은 사후고찰의 부당성을 최초로 명시했고, 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7후3660 판결(세탁기 사건)은 선행기술 범위와 차이점을 "증거 등 기록에 나타난 자료에 기하여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증거주의 원칙을 확립했다. 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3후2873·2880 병합 판결은 선행문헌의 일부 유리한 기재만이 아니라 문헌 전체로 통상의 기술자가 인식할 수 있는 사항을 기초로 판단해야 한다는 전체적 인식 원칙(Totality of Disclosure Principle)을 세웠다. 이 판결의 핵심 기여는 '구성의 곤란성' 그 자체를 새롭게 정립한 것이 아니라,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도출할 수 있는지를 선행기술 문헌 전체를 토대로 판단해야 함을 강조한 데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판례들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아래 연혁형 분석표로 정리한다.

【표 1】 한국 대법원 진보성 판단 법리 연혁 (1989~2022) — 판결 사건별 핵심 기여
판결 사건 판결의 핵심 기여
대법원 1989. 7. 11. 선고
88후516 판결
공지기술 종합 시 각별한 곤란성이 있거나 예측 범위를 넘는 새로운 상승효과가 있는 경우 진보성 인정. 구성의 곤란성과 효과를 진보성 판단 요소로 초기 제시한 판례
대법원 1989. 11. 24. 선고
88후769 판결
특허기술의 작용효과가 선행기술보다 현저하게 향상·진보되지 않으면 진보성 없다는 기준 제시. 효과의 현저성을 진보성 판단의 독립 요소로 병렬적으로 다룬 초기 판례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후3284 판결
★ 이정표 판결
결합발명에서 각 구성요소의 개별 공지 여부만 따질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결합된 전체로서의 구성의 곤란성과 결합된 전체 구성이 갖는 특유한 효과를 종합 고려해야 한다는 현대적 법리를 확립. 구성의 곤란성이 단독 기준이 아니라 효과와 종합 판단되어야 함을 함께 시사. 이후 수많은 판결에서 인용되는 이정표 판결
대법원 2007. 8. 24. 선고
2006후138 판결
사후고찰(Hindsight Bias)의 부당성을 한국 판례 최초로 명시. 진보성 부정 시 발명 당시의 사전적(ex-ante) 관점에서 판단해야 함을 확립
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7후3660 판결
(세탁기 사건)
선행기술의 범위·내용 및 발명과의 차이점은 증거 등 기록에 나타난 자료에 기하여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함. 추정·단정에 의한 진보성 부정을 금지하는 객관적 증거주의 원칙 확립
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3후2873·2880 병합 판결
선행문헌의 일부 기재만이 아니라 문헌 전체(Totality of Disclosure)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며, 발명의 방향과 배치되는 역교시(Teaching Away)까지 종합 고려해야 함. 구성의 곤란성 자체를 새롭게 정립한 것이 아니라 통상의 기술자의 전체적 인식 가능성에 기반한 판단을 강조
대법원 2021. 4. 8. 선고
2019후10609 판결
★ (아픽사반, 선택발명)
선택발명에서 구성의 곤란성을 우선 심리해야 하며, 구성의 곤란성 없이 효과의 현저성만으로 진보성 부정 불가. 효과는 진보성의 전제조건이 아닌 구성 곤란성 판단의 표지(Indicator)로 재배치. 선택발명을 일반 발명과 동일한 진보성 판단 법리에 통합하고, 구성의 곤란성이 불분명한 경우에도 이질적이거나 양적으로 현저한 효과가 있으면 진보성 부정 불가
대법원 2022. 3. 31. 선고
2018후10923 판결
★ (마크롤리드 결정형)
다형체 스크리닝(polymorph screening)이 통상적이라는 사실만으로 결정형 발명의 구성의 곤란성이 부정되지 않음. 결정형 발명에서도 구성의 곤란성 심리를 별도로 수행해야 함. 2019후10609 법리(선택발명)를 결정형 발명으로 확장하여 의약화합물 분야 특허 보호를 강화

2. 한국: 선택발명·결정형 발명에서 구성의 곤란성 법리의 정립

가장 중요한 변곡점은 대법원 2021. 4. 8. 선고 2019후10609 판결(아픽사반, 선택발명)이다. 선행특허는 수억 개의 화합물을 포괄하는 Markush 화학식으로 아픽사반을 개시하고 있었다. 특허심판원·특허법원은 효과의 현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특허를 무효로 보았으나, 대법원은 이를 파기환송했다.

이 판결의 핵심 법리는 세 가지다. 첫째, 선행발명에 상위개념이 개시되어 있더라도 구성의 곤란성이 인정되면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 둘째, 구성의 곤란성을 심리하지 않고 효과의 현저성만으로 진보성을 부정하는 것은 위법하다. 셋째, 효과는 진보성의 '전제조건'이 아니라 구성의 곤란성 판단의 중요한 표지(Indicator)로 재배치된다. 즉, 예측하지 못한 뛰어난 효과는 구성이 곤란했음을 강하게 뒷받침하는 증거가 된다.

이 판결이 의도한 것은 선택발명을 더 이상 특별 취급하지 않고 일반 발명과 동일한 진보성 판단 법리 안에 포섭하는 것이다. 기존 판례(대법원 2008후736 등)가 선택발명에 적용했던 '현저한 효과 요건'은 폐기가 아니라, '구성의 곤란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사안에 한정'하는 방식으로 재해석되었다.

이어서 대법원 2022. 3. 31. 선고 2018후10923 판결(마크롤리드 화합물 결정형, 결정형 발명)은 이 법리를 결정형 발명으로 확장했다. 종래 법원은 다형체 스크리닝(polymorph screening)이 통상적으로 행해진다는 이유로 결정형 발명에서 구성의 곤란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전제 아래 효과의 현저성만을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형체 스크리닝이 통상적이라는 사정과, 특정 결정형에 쉽게 도달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판시하며, 결정형 발명에서도 구성의 곤란성을 별도로 판단해야 함을 명확히 했다.

다만 이 두 판결에 의한 패러다임 전환의 정확한 범위와 성격에 대해서는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다. 두 판결은 선택발명·결정형 발명이라는 특정 카테고리에서 '구성의 곤란성을 배제하고 효과의 현저성만으로 판단하는 특별 법리'를 폐기하고, 이들을 일반 발명과 동일한 기준으로 통합한 것이다. 결합발명 진보성 판단에서 구성의 곤란성은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후3284 판결 이래 핵심 판단 요소로 기능해왔으나, 그 판결 자체가 구성의 곤란성과 특유한 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설계된 것인 만큼, 구성의 곤란성이 진보성의 유일 기준이라거나 단독으로 진보성을 결정한다는 단선적 이해는 판례 법리와 맞지 않는다. 2019후10609 판결과 2018후10923 판결의 진정한 의의는, 이들 특수 카테고리에서 "구성의 곤란성은 없다"는 전제 아래 효과만을 판단하던 특별 법리를 해소하고, 구성의 곤란성과 효과의 현저성을 종합적으로 심리하는 일반 법리로 편입시킨 데 있다.

3. 한국: 특허법원의 절차적 진보성 모델 정착

특허법원은 2013~2014년경부터 유럽특허청(EPO)의 과제해결접근법(Problem-and-Solution Approach)을 벤치마킹하여 절차적 진보성 심리 모델을 정착시켰다. 이는 ① 주인용 선행발명(Closest Prior Art)의 우선 확정, ② 기술적 과제(Problem) 중심의 결합 용이성 판단, ③ 결합의 구체적 동기(Motivation to Combine) 입증 요구, ④ 기술상식·주지관용기술 남용 차단(서면 증거 제출 요구)으로 구성된다.

4. 인공지능 분야 심사실무가이드의 단계적 심사 체계

KIPO의 기술분야별 심사실무가이드(2026년 개정추록)는 AI 발명의 진보성을 3단계로 심사한다. ① 과제해결원리가 선행기술과 다른가(다르면 즉시 진보성 인정), ② 학습모델의 독창성이 있는가, ③ 학습데이터의 고유한 특성으로 예측 불가능한 현저한 효과가 나타나는가. 이는 단계적 필터링으로 통상의 창작능력 범위를 정밀 구획하는 선진적 접근이다.

5. 미국: KSR 이후 7대 Rationale의 확장 운용

미국에서는 KSR 판결(2007) 이후 TSM만을 결합동기의 유일 기준으로 보던 경직성이 완화되었다. MPEP § 2143은 심사관이 자명성 거절을 구성할 때 원용할 수 있는 7가지 유형의 법적 추론 근거(Rationale A~G)를 제시한다. 다만 어떤 Rationale을 선택하더라도 심사관은 그것이 출원 발명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적용되는지 명확하고 구체적인 기술적 추론(Articulated Reasoning with Rational Underpinning)을 반드시 제시해야 하며, 단순히 Rationale 유형만 언급하는 것으로는 적법한 prima facie case가 성립하지 않는다.

【표 2】 MPEP § 2143 — KSR 이후 자명성 심사의 7대 Rationale
유형 법리명 (Legal Standard) 적용 기준 및 대표 예시
A 공지 요소의 결합
(Combining Prior Art Elements)
알려진 방법에 따라 선행기술 요소들을 결합하여 예측 가능한 결과를 도출하는 경우. 단, 결합이 선행기술의 기능을 단순히 합산하는 것을 넘어야 한다.
예: 공지된 카메라 모듈과 공지된 GPS 칩을 스마트폰 하나의 디바이스에 통합하는 구성
B 균등물 단순 치환
(Simple Substitution)
알려진 요소 하나를 다른 알려진 균등 요소로 단순 치환하여 예측 가능한 결과를 얻는 경우. 치환에 특별한 기술적 통찰이 없어야 한다.
예: 전기모터를 유압모터로 치환하거나, 금속 부품을 동등 강도의 플라스틱 부품으로 교체하는 구성
C 공지 기법의 유사 장치 적용
(Use of Known Technique)
유사한 장치·방법·제품을 동일한 방식으로 개선하기 위해 해당 기술분야에 이미 알려진 기법을 사용하는 경우.
예: 항공 분야의 진동 흡수 기법을 자동차 현가장치에 동일한 방식으로 적용하는 구성
D 공지 기법의 예측 가능한 변형 적용
(Predictable Variation)
개선이 필요한 기존 장치(ready for improvement)에 알려진 기법을 적용하여 예측 가능한 결과를 도출하는 경우.
예: 기존 데이터 압축 알고리즘에 병렬 처리 기법을 적용하여 처리 속도를 향상시키는 구성
E 시도의 자명성
(Obvious to Try)
합리적인 성공 기대(RES) 하에 유한한 수의 예측 가능한 해결책 중에서 선택하는 경우. 선택지가 무한정이거나 결과가 예측 불가능하면 적용 불가. 단순한 '희망(hope)'이나 '낙관(optimism)'으로는 RES가 인정되지 않음.
예: 3개의 후보 화합물 중 선행연구에서 효능이 가장 유망하다고 표시된 하나를 선택하는 구성
F 설계 유인·시장력에 의한 변형
(Design Incentives / Market Forces)
디자인 인센티브나 시장 수요에 기초하여 한 분야의 공지된 작업을 다른 분야에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변형 적용하는 경우.
예: 소비자의 경량화 요구에 따라 기존 금속 케이스를 탄소섬유 복합재로 변경하는 구성
G 선행기술의 TSM
(Teaching-Suggestion-Motivation)
선행기술 자체에 해당 구성요소들을 수정·결합하여 청구항 발명에 도달하도록 유도하는 가르침(Teaching)·암시(Suggestion)·동기(Motivation)가 존재하는 경우. KSR 이전부터 존재한 전통적 법리이자 가장 빈번하게 원용되는 Rationale.
예: 선행 논문 자체에 "향후 연구는 두 기법의 결합을 검토해야 한다"고 명시한 경우

※ 심사관은 어느 Rationale을 적용하더라도 그것이 출원 발명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적용되는지 기술적으로 논증해야 하며, Rationale 유형 명칭만 언급하는 단정적 진술(Conclusory Statement)은 부적법한 거절이유로 취급된다 (In re Kahn, 441 F.3d 977; In re Lee, 277 F.3d 1338).

가상 사례 F — AI 발명의 진보성 심사 (한국)

F사는 음성 데이터의 운율(Prosody)과 비언어 정보(웃음, 한숨 등)를 결합한 감정 인식 AI 모델을 출원했다. 심사관은 BERT 계열 언어모델이 이미 공지되어 있으므로 학습모델 자체는 새롭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F사는 KIPO 가이드의 3단계 심사 흐름에 따라, ① 과제해결원리(음성의 비언어 데이터 활용)가 선행기술과 다르고, ③ 고유한 학습데이터(운율·비언어 결합 데이터)로 감정 인식률이 기존 대비 현저히 향상되는 예측 불가능한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 KIPO는 과제해결원리의 차이만으로도 진보성을 인정했다.


Ⅴ. 실무적 시사점

1. 출원인·특허권자를 위한 전략

미국 출원 전략: 심사관의 거절이유서를 받으면 가장 먼저 prima facie case가 적법하게 성립했는지 점검한다. Graham Three-Part Factual Inquiry가 명확히 서술되어 있는가? (복수 문헌 결합 시) 결합의 동기(TSM)와 RES가 구체적으로 논증되어 있는가? 단정적 진술이나 사후고찰 흔적이 없는가? 이 중 하나라도 결함이 있다면, 실험 데이터 제출 없이도 의견서만으로 거절이유를 무력화할 수 있다. Rule 132 선서서는 prima facie case가 적법하게 성립된 경우에 비로소 동원하는 대응부담 이행 수단이다.

한국 출원 전략: 파라미터 발명·PBP 발명을 출원할 때는 최초 명세서에 파라미터 측정 방법을 구체적으로 기재하고, 선행기술과의 파라미터 차이를 정량적으로 뒷받침하는 실험 데이터를 명세서에 선제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 선택발명·결정형 발명의 경우 2019후10609·2018후10923 판결 이후의 '구성의 곤란성' 논리를 전면에 내세워 결합이 사전적으로 어려웠음을 입증하는 것이 우선순위다.

2. 무효심판 청구인을 위한 전략

한국 무효심판에서는 증명책임(Burden of Proof)이 청구인에게 있으나, 실무상 특허권자가 현저한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면 불리해지는 구조가 여전히 작동하는 측면이 있다. 청구인은 ① 주인용 선행발명의 확정, ② 구체적 결합동기(기술분야 관련성만으로는 불충분), ③ 역교시(Teaching Away) 부재 확인의 순서로 논리를 구축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PTAB(미국 특허심판위원회)의 IPR(Inter Partes Review) 절차에서는 청구인이 증거 우위의 비중(Preponderance of Evidence) 기준으로 자명성을 입증해야 한다.

3. 글로벌 포트폴리오 관리를 위한 교훈

미·한 양국에 동시 출원 시, 동일 발명에 대해 서로 다른 심사 패러다임이 적용됨을 인지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prima facie case 성립 여부가 생산부담 전환의 관문인 반면, 한국에서는 출원인의 선제적 효과 입증이 여전히 중요하다. 명세서 작성 단계에서 양국 기준을 동시에 충족하는 '이중 방어망'을 구축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가상 사례 G — 무효심판에서 증명책임의 분배

G사(경쟁사)는 H사의 슬로우 주서기 핵심 특허에 대해 한국 특허심판원에 무효심판을 청구했다. G사는 선행기술 P, Q, R을 결합하면 H사 특허가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H사는 일반 발명의 진보성 판단 원칙(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7후3660, 2016. 1. 14. 선고 2013후2873·2880 등)을 원용하여, 선행기술 P, Q, R을 결합하는 것이 출원 당시 통상의 기술자에게 사전적으로 어려웠음을 구체적으로 논증하고, 3:1 배합 비율에서 스크류 마모율이 종래 대비 현저히 감소하는 현저한 효과를 실험성적서로 함께 제출했다. 특허심판원이 무효 청구를 기각하자 G사는 특허법원에 항소했으나, 특허법원 역시 결합의 구체적 동기를 입증하는 증거가 없다고 보아 H사 특허의 진보성을 유지했다.


Ⅵ. 입법 제안

양국의 법리 분석과 최근 판례 동향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입법적·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Proposal 01

한국 특허법 및 심사기준에 Prima Facie 법리의 명문화

현행 한국 심사기준은 파라미터·PBP 발명에만 '합리적 의심' 법리를 명문화하고 있어, 일반 진보성 심사에서는 심사관의 거절이유 충분성을 다투는 절차적 관문에 관한 명시적 성문 규정이 미비하다. 특허법 시행령 또는 심사기준 총칙에 "심사관은 진보성 거절이유 통지 시 주인용 선행발명, 결합의 구체적 동기, 통상의 기술자의 결합 시점 예측 가능성을 명시해야 하며, 이를 충족하지 못한 거절이유는 부적법하다"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Proposal 02

진위불명(Equipoise) 상태에서의 출원인 우선 원칙 명문화

미국의 equipoise 법리처럼, 한국도 진보성 유무가 대등한 상황에서 설득책임(Burden of Persuasion)을 가진 특허청이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경우 출원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한다는 원칙을 심사기준에 명시해야 한다. 이는 '평야전' 구조를 '공성전' 구조로 전환하는 핵심 개혁으로, 특허권 보호의 예측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강화한다.

Proposal 03

효과 입증 부담의 단계적 구조화: '구성의 곤란성' 우선 심리 원칙 성문화

대법원 2021. 4. 8. 선고 2019후10609 판결(선택발명) 및 2022. 3. 31. 선고 2018후10923 판결(결정형 발명)이 확립한 법리를 특허법 제29조 제2항의 해석 규정 또는 심사기준에 명시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선택발명·결정형 발명에서 ① 구성의 곤란성을 먼저 심리하고, ② 구성의 곤란성이 인정되면 효과의 현저성을 별도로 심리할 필요 없이 진보성이 인정되며, ③ 효과는 진보성의 전제조건이 아닌 구성의 곤란성 판단의 표지로 취급한다는 점을 명문화하여, 효과 입증이 일방적으로 출원인에게 전가되는 실무 관행을 해소해야 한다.

Proposal 04

기술상식·주지관용기술 원용 시 서면 증거 제시 의무화

심사관이 선행기술의 누락된 구성을 '업계의 주지관용기술'이나 '당업자의 상식'으로 대체할 때 구체적인 서면 증거(문헌, 교과서, 전문가 의견 등)를 반드시 제출하도록 심사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In re Lee 판결(277 F.3d 1338, 2002)이 보여주듯, 상식 남용은 사실상 사후고찰의 위장 형태다. 증거 없는 상식 원용을 부적법한 거절이유로 명시하면 심사 품질이 향상된다.

Proposal 05

AI·신기술 분야 심사기준의 주기적 개정 의무화 및 국제 조화

KIPO의 AI 분야 심사실무가이드는 2020년 제정 이후 2026년 개정추록까지 발전했으나, 기술 변화 속도에 비해 여전히 지체되는 경향이 있다. 심사기준 개정 주기를 2년으로 단축하고, 미국 MPEP와 EPO 심사기준과의 국제 조화(Harmonization)를 위한 공식 협의체를 설치해야 한다. 이는 글로벌 특허 출원인의 다중 관할 심사 부담을 경감하고 한국 특허청의 국제적 신뢰도를 제고한다.


마치며: 공성전의 논리가 혁신을 보호한다

특허제도의 존재 이유는 기술 혁신을 장려하고 보상하는 데 있다. 그러나 심사관이 검증되지 않은 논리로 손쉽게 특허를 거절하거나, 생산부담이 일방적으로 출원인에게 전가되는 구조에서는 이 목적이 훼손된다.

미국의 Prima Facie 법리는 심사관에게 '성벽을 완파하라'는 엄격한 절차적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출원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공성전 구조를 확립했다. 한국은 사후고찰 금지 판례의 축적, 선택발명·결정형 발명에서 구성의 곤란성을 필수 심리 요소로 격상시킨 두 판결(대법원 2021. 4. 8. 선고 2019후10609; 2022. 3. 31. 선고 2018후10923), 그리고 특허법원의 절차적 진보성 심리 모델 도입을 통해 같은 방향으로 착실히 수렴하고 있다.

남은 과제는 이 판례 법리를 입법으로 명문화하고, 기술상식 남용 억제와 생산부담의 공정한 배분을 제도적으로 완성하는 것이다. 공정한 심사 절차는 혁신 기업이 미래에 투자할 수 있게 하는 가장 강력한 인센티브다.


참고문헌

한국 판례

  • 대법원 2022. 3. 31. 선고 2018후10923 판결 (마크롤리드 결정형 발명, 구성의 곤란성 법리 결정형 발명 확장)
  • 대법원 2021. 4. 8. 선고 2019후10609 판결 (아픽사반 선택발명, 구성의 곤란성 우선 심리 + 효과의 표지 재배치)
  • 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3후2873, 2013후2880 병합 판결 (전체적 인식 원칙)
  • 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7후3660 판결 (세탁기 사건, 증거주의 원칙)
  •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후3284 판결 (결합발명에서 유기적 결합 전체의 구성의 곤란성 + 효과 종합 판단 확립)
  • 대법원 2007. 8. 24. 선고 2006후138 판결 (사후고찰 최초 명시)
  • 대법원 1989. 11. 24. 선고 88후769 판결 (효과의 현저한 향상 기준)
  • 대법원 1989. 7. 11. 선고 88후516 판결 (각별한 곤란성·상승효과 초기 기준)
  • 특허법원 2014. 8. 22. 선고 2014허1778 판결 (결합동기 및 진보성)

미국 판례

  • Graham v. John Deere Co., 383 U.S. 1 (1966) (Three-Part Factual Inquiry 확립)
  • KSR International Co. v. Teleflex Inc., 550 U.S. 398 (2007) (TSM 유연화, 7대 Rationale)
  • In re Rijckaert, 9 F.3d 1531 (Fed. Cir. 1993) (추측성 거절 = prima facie 미성립)
  • In re Kahn, 441 F.3d 977 (Fed. Cir. 2006) (명확한 기술적 추론 의무)
  • In re Fine, 837 F.2d 1071 (Fed. Cir. 1988) (Conclusory statement 거절 위법)
  • In re Lee, 277 F.3d 1338 (Fed. Cir. 2002) (상식 남용 = 부적법 거절)
  • In re Oetiker, 977 F.2d 1443 (Fed. Cir. 1992) (prima facie 미성립 시 특허 허여 권리)

심사기준 및 가이드

  • 대한민국 특허청, 『특허·실용신안 심사기준』, 2026년 3월 최종개정
  • 대한민국 특허청, 『기술분야별 심사실무가이드』 (AI 분야), 2026년 1월 개정추록
  • USPTO, Manual of Patent Examining Procedure (MPEP), Chapter 2100, §§ 2141–2144

학술문헌

  • 정차호, "특허발명의 진보성 결여 증명책임", 『성균관법학』, 제29권 제1호, 2017
  • 설민수, "한국 특허소송에서 진보성 판단방식의 변화과정", KCI 등재지, 2016
  • Christopher A. Cotropia, "Predictability and Nonobviousness in Patent Law after KSR", 20 Mich. Telecomm. & Tech. L. Rev. 391 (2014)

본 글은 참고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최종 법률적 판단은 관련 분야 전문가의 확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