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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September 18, 2026

백 년에 걸쳐 성장한 미국 ITC를 벤치마킹하다.

우리나라 무역위원회는 덤핑, 보조금, 지식재산권 침해와 같은 불공정한 수입으로부터 국내산업을 보호하는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기업의 시장 진입과 퇴출, 투자와 고용, 첨단기술의 경쟁질서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다. 그런데 그 결정을 떠받치는 조직과 절차는 권한의 무게만큼 충분히 성장했는가. 때로는 아직 성장 단계에 있는 기관에 성인이 감당할 무거운 판단을 맡겨 놓은 듯한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이 비유는 무역위원회가 전문성이 없거나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뜻이 아니다. 1987년 설립 이후 우리나라 무역구제제도의 중심기관으로 자리 잡았고, 반덤핑·상계관세·세이프가드·불공정무역행위 사건을 처리해 왔다. 문제는 사건의 기술적·경제적 복잡성과 결정의 파급력이 빠르게 커진 반면, 기관의 독립성, 상임 심판인력, 전문조사 조직, 절차적 축적은 그 속도를 충분히 따라가고 있는가에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의 역사가 주는 가장 큰 교훈은 강한 권한 자체가 아니다. 객관적인 조사기관으로 출발한 뒤, 전문인력과 독립성을 축적하고, 심리와 조사 기능을 분리하며, 공개된 절차와 판정례를 쌓은 다음에야 오늘날의 준사법기관이 되었다는 점이다. 한국 무역위원회에 필요한 것도 미국 제도의 복제가 아니라 이러한 성장의 순서다.

1. 미국 ITC도 처음부터 강한 심판기관은 아니었다

USITC의 전신인 미국 관세위원회(U.S. Tariff Commission)는 1916년 세입법(Revenue Act of 1916)에 따라 설립되었다. 당시의 주된 임무는 관세율과 무역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대립 속에서 의회와 대통령에게 통계와 경제분석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오늘날처럼 특허침해 여부를 심리하고 수입배제명령을 내리는 기관으로 출발한 것이 아니다.

이는 의미 있는 출발이었다. 관세정책을 정치적 주장이나 이해집단의 자료만으로 결정하지 않고, 독립된 전문가 조직이 사실과 데이터를 축적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가 처음 만든 것은 강력한 제재기관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지식기반이었다. USITC가 발간한 100년사도 1916년의 창설, 기관의 진화, 법정 임무의 수행을 별도의 축으로 다룬다.

1922년 관세법은 불공정한 수입방법과 행위를 다루는 제316조를 두었고, 1930년 관세법은 이를 오늘날의 Section 337로 재편했다. 그러나 초기 절차는 현재의 소송형 조사와 거리가 있었다. 관세위원회가 조사하여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최종적인 조치에는 대통령의 역할이 컸다. 오랫동안 이 제도는 지식재산 분쟁의 주된 무대라기보다 무역정책상 보조수단에 가까웠다.

2. 권한 확대보다 먼저 쌓인 것은 조사역량이었다

관세위원회의 성장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업무가 한꺼번에 확장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1922년과 1930년의 관세법을 통해 가변관세, 불공정수입, 일반무역조사와 같은 기능이 단계적으로 더해졌다. 1954년에는 덤핑수입으로 인한 국내산업 피해 판정 기능이 재무부에서 관세위원회로 이관되었다. 관세와 무역에 관한 통계·산업·경제분석을 축적해 온 조직에 새로운 판단기능을 얹은 것이다.

이러한 축적은 오늘날 USITC의 조직에서도 확인된다. USITC는 스스로를 독립적·비당파적·준사법적 연방기관으로 설명한다. 기관의 임무도 재판적 판단(adjudication), 연구·분석, 미국 관세율표 관리라는 세 축으로 나뉜다. 경제학자, 산업분석가, 회계·재무분석가, 통계전문가, 변호사와 조사관이 하나의 기관 안에서 장기간 전문성을 축적한다.

무역구제사건은 법률가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덤핑과 산업피해 사건에서는 가격, 수입량, 시장점유율, 생산능력과 인과관계를 분석해야 한다. 특허·영업비밀 사건에서는 청구항과 기술자료, 소스코드, 제조공정, 공급망과 수입경로를 함께 보아야 한다. USITC의 경쟁력은 강한 배제명령만이 아니라, 그러한 결정을 지탱하는 다학제 조사역량에서 나온다.

3. 1974년은 명칭 변경보다 절차의 전환점이었다

1974년 무역법은 관세위원회의 명칭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로 바꾸고 Section 337 절차를 크게 개편했다. 중요한 변화는 대통령에게 조치를 권고하던 구조에서 위원회가 위반 여부와 구제조치를 결정하는 구조로 중심이 옮겨간 것이다. 대통령은 일정 기간 안에 정책적 이유로 위원회의 구제명령을 승인하지 않을 권한을 보유했지만, 사건의 심리와 판단은 위원회가 담당하게 되었다.

또한 Section 337 조사에 미국 행정절차법(Administrative Procedure Act)의 정식 심리절차가 적용되면서, 당사자 대립구조와 증거에 기초한 기록이 중요해졌다. 행정법판사(Administrative Law Judge, ALJ)가 증거개시, 청문과 초기판정을 담당하고, 위원회가 이를 재검토하여 최종 결정을 내리는 구조가 정착했다. 이러한 변화가 하루아침에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1974년 개정은 자문형 조사기관이 준사법적 심판기관으로 이동하는 결정적 계기였다.

1970년대 중반 이후에는 조사·심리·최종판정의 역할이 점차 분화되었다. 현재 Section 337 사건에서는 ALJ가 재판에 가까운 절차를 진행하고, 위원들은 기록에 기초하여 최종판단을 내린다. 조사참여 변호사와 기술·경제 전문인력도 각자의 기능을 수행한다. 강한 처분을 내릴수록 그 처분을 만드는 과정은 더 세밀하게 분리되어야 한다는 제도적 학습의 결과다.

4. 1988년과 1994년 개정이 만든 현대적 Section 337

1988년 종합무역경쟁력법은 특허·등록상표·저작권·마스크워크 등 법률이 열거한 지식재산권 침해 사건에서 국내산업의 실질적 피해를 별도로 입증해야 했던 부담을 없앴다. 대신 미국 내에서 해당 지식재산권과 관련된 국내산업이 존재하거나 형성 중이어야 한다. 설비와 장비에 대한 상당한 투자, 노동·자본의 상당한 고용뿐 아니라 연구개발·엔지니어링 또는 라이선싱을 포함한 활용에 대한 상당한 투자도 국내산업의 근거가 될 수 있도록 법문이 정비되었다.

다만 이를 ‘제품이 없는 권리자에게 무조건 ITC 문호를 열었다’고 설명해서는 정확하지 않다. 라이선싱 활동을 근거로 경제적 요건을 주장할 수 있지만, 투자와 주장된 권리 사이의 관련성, 투자 규모와 성격, 그 권리를 실시하는 물품의 존재 등은 계속 다투어져 왔다. InterDigital Communications, LLC v. ITC를 비롯한 판례와 위원회 결정은 이 요건을 구체화했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협정 이행법은 GATT 패널의 지적을 반영하여 과도하게 경직된 법정 처리기한을 목표일(target date) 체계로 바꾸고, ITC 조사와 연방법원 소송이 병행될 때의 조정장치를 마련했다. 오늘날 Section 337은 신속한 국경구제라는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증거개시·청문·위원회 재검토·연방순회항소법원 항소가 결합된 독자적인 절차법 체계가 되었다.

5. 한국 무역위원회는 어떤 성장단계에 있는가

우리나라 무역위원회는 1987년에 설립된 합의제 행정기관이다. 현재 법률상 위원장 1명을 포함한 9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되고, 일부 위원은 상임으로 둔다. 덤핑·보조금·세이프가드에 관한 산업피해를 조사·판정하며, 지식재산권 침해물품의 수출입 등 불공정무역행위를 조사한다.

권한의 성격은 사건에 따라 다르다. 반덤핑 사건에서는 덤핑과 국내산업 피해를 판정하고 관계 장관에게 덤핑방지관세 부과를 건의한다. 반면 불공정무역행위 사건에서는 수출·수입·판매·제조의 중지, 반입배제·폐기처분, 정정광고 등 시정조치와 과징금을 직접 명할 수 있다. 따라서 무역위원회는 단순한 정책자문기관이라고 할 수 없다. 이미 기업의 사업활동과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준사법적 결정을 담당한다.

다만 조직의 외형과 절차는 그 책임의 무게에 비해 충분히 성숙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위원회의 사무는 중앙행정기관 내부의 무역조사 조직이 지원하고, 위원 다수는 비상임이다. 미국처럼 독립기관의 상임 위원, 전문 사무조직과 ALJ가 장기간 판정례를 축적하는 구조와는 차이가 있다. 사건의 기술적 복잡성이 높아질수록 소수 상임인력과 순환보직형 행정조직에 대한 의존은 제도적 한계로 나타날 수 있다.

비교축 USITC의 축적 한국 무역위원회의 과제
기관 위상 독립적·비당파적 준사법 연방기관, 대통령 지명·상원 인준의 6인 위원회 부처 소속 합의제 기관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판단의 실질적 독립성을 강화할 장치 검토
심리 구조 ALJ의 증거개시·청문·초기판정과 위원회의 최종 재검토가 분리 조사, 당사자 심리, 위원회 최종판정의 기능적 분리와 전문 심판인력 확충
전문성 법률·기술·경제·산업·통계 전문인력의 장기적 축적 순환보직을 보완할 전문직 경력경로와 기술심리·경제분석 역량의 상설화
절차와 기록 정식 증거기록, 판정문, 위원회 재검토, 항소를 통한 규범 축적 쟁점정리·증거규칙·기술설명회·공청회·판정이유 공개의 체계화
구제 집행 배제명령과 중지명령, 관세국경보호청과의 집행 연계 시정조치의 통관·유통단계 집행력과 관계기관 협업을 사건종결 후까지 관리

6. 한국 무역위원회가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다섯 가지 조건

첫째 판단기관의 독립성을 조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위원 개인의 양심과 전문성만으로 독립성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임기, 상임성, 예산, 인사, 조사조직과의 관계가 판단의 독립성을 지지해야 한다. 당장 별도의 독립기관으로 전환할 것인지와는 별개로, 위원회의 사건판단 기능을 정책집행 조직으로부터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제도설계가 필요하다.

둘째 조사와 심판을 기능적으로 분리해야 한다

조사관이 사실을 수집하고 쟁점을 제시하는 기능과, 당사자의 주장·증거를 중립적으로 심리하여 판단하는 기능은 구별되어야 한다. 기술적·경제적 쟁점이 복잡한 사건일수록 전담 심판관 또는 이에 준하는 상임 전문인력이 절차를 지휘하고, 위원회가 정리된 기록을 토대로 최종판정을 내리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셋째 전문인력이 머물며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소프트웨어, 영업비밀 사건은 일반 행정경험만으로 다루기 어렵다. 기술·법률·경제 전문가가 사건을 거치며 지식을 축적하고 후속 사건에 전수할 수 있는 경력체계가 필요하다. 외부 전문가의 일회성 자문만으로는 기관의 기억이 남지 않는다.

넷째 판정이유와 절차기준을 축적해야 한다

준사법기관의 권위는 결론의 강도보다 이유의 설득력에서 나온다. 영업비밀 특정, 지식재산권 침해, 국내산업 피해, 인과관계, 공익, 시정조치의 비례성에 관한 판정기준이 사건을 거듭하며 예측 가능한 규범으로 발전해야 한다. 영업비밀을 보호하면서도 비밀이 아닌 판단구조와 법리는 충분히 공개할 수 있다.

다섯째 명령 이후의 집행까지 제도 안에 포함해야 한다

시정명령을 내리는 것과 시장에서 실제로 작동하게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세관, 수사기관, 관계 부처와의 정보연계, 우회수입과 변경제품에 대한 후속 판단, 명령이행 점검이 필요하다. 강한 구제수단은 정교한 집행체계와 결합될 때 비로소 기업의 행동을 바꾼다.

7. 미국 제도의 복제가 아니라 성장의 순서를 배워야 한다

USITC와 한국 무역위원회는 법체계와 행정구조가 다르다. 미국의 Section 337을 그대로 들여오거나 ALJ 제도를 형식적으로 복제한다고 같은 결과가 생기지는 않는다. 미국 제도 역시 대통령의 정책심사, 연방법원과의 관할관계, 강한 증거개시의 비용과 같은 논쟁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USITC의 100년사는 분명한 방향을 보여준다. 먼저 객관적인 자료와 분석능력을 축적하고, 그 위에 조사권한을 더하며, 강한 처분권을 부여할 때에는 심리의 독립성과 절차적 통제를 함께 강화했다. 이후 판례와 행정실무를 통해 국내산업, 공익, 구제범위를 계속 조정했다. 권한과 절차, 전문성과 책임이 함께 성장한 것이다.

우리나라 무역위원회는 더 이상 가벼운 결정을 내리는 작은 위원회가 아니다. 첨단기술 경쟁과 공급망 재편의 한복판에서 국내산업의 생존과 공정한 무역질서를 판단한다. 그렇다면 이제 기관의 몸도 결정의 무게에 맞게 성장해야 한다. 미국 ITC의 역사를 참고해야 하는 이유는 미국이어서가 아니라, 무거운 권한을 감당할 제도적 성숙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주요 참고자료

  1. U.S.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A Centennial History of the United States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2. U.S.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About the USITC.
  3. 19 U.S.C. § 1337, Unfair Practices in Import Trade.
  4. U.S.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About Section 337.
  5. 대한민국 무역위원회, 위원회 소개.
  6. 「불공정무역행위 조사 및 산업피해구제에 관한 법률」.

※ 이 글은 제도개선에 관한 정책적·법률적 논의를 위한 일반 해설이며, 특정 사건에 대한 법률의견이 아닙니다.

Tuesday, May 22, 2018

보통법 국가 재판과 시민법 국가 재판에서의 대의제도


배심원 재판제도는 영국과 같이 판결에 의해 법을 만들어가는 보통법(common law) 국가에서 일반시민에 의한 대의제를 도입한 제도였다. 때문에 왕이 하는 형사사건이나 토지분쟁에 처음 도입되었다. 그 이후 대의기구인 의회에 의해 만들어진 시민법(civil law)이 제정된 국가에서도 배심재판제도가 도입되었다.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영국이나 다른 영연방과 달리 배심원 재판제도를 형사사건을 넘어 모든 분야로 확대한 국가이기도 하다.

우리는 보통법 국가를 불문법 국가라고 하고 시민법 국가를 성문법 국가라고도 한다. 보통법 국가에서는 재판장은 경기장의 심판과 같은 자이다. 경기장의 주도적인 싸움은 대리인이 한다. 결국 보통시민의 평결을 이끌어내어 법을 만드는 책임은 대리인에게 있다. 때문에 대리인에게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게 된다. 법률은 물론 사실파악과 판단에 있어서의 전문성도 요구하기도 한다. 미국 민사소송규칙 rule 11의 대리인의 사실조사 및 법적근거 판단의무라던가 미국이나 유럽에서 특허분야의 대리는 기술전공을 요구하는 것이 그 예이다. 특허는 기술적인 이해능력이 없으면 결국 남을 설득하지 못하고 오히려 또 다른 남이 설득해주기를 기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시민법 국가에서는 재판장이 모든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 이미 대의기구 의회에서 만든 code에 따라 이에 능통한 재판장이 판단하면 된다. 그럼에도 형사사건에서 배심원 재판제도를 두고 사실파악 (fact finding)과 사실에 대한 판단을 맡기는 국가도 많다. 재판장에게는 법률 뿐아니라 사실판단에 필요한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그 예가 독일 특허법원의 기술판사제도이다.

어느 제도가 옳은지 틀린 지의 문제는 아니다.
다만 사법시스템에도 일반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는 어떤 형태로든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점과 사실 파악과 판단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 맡기느냐는 매우 중요한 역할분담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오늘의 사유는 여기까지 ~  :-) ^^~


Wednesday, February 18, 2015

[변리사법 개정에 관한 고민거리] 변리사는 상인인가?

변리사는 상인이 아니다

변리사가 상인에 해당하는 지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답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 질문에 아래와 같이 답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변리사라는 전문직업인의 직무 활동은 상업적이 성향이 강하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사회 일각에서는 변리사가 유상의 위임계약 등을 통해 사실상 영리를 목적으로 그 직무를 행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도 일부 사실입니다. 그러나 현행 변리사법 제1조 목적 규정을 보더라도 변리사는 그 직무와 관련하여 변리사 제도를 확립하여 발명가의 권익을 보호하고 산업재산권 제도 및 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이 강조된 전문가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동안 이러한 법 목적을 너무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변리사는 위임인과의 개별적인 신뢰관계에 기초하여 개개 사건의 특성에 따라 지식재산권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관련 법률지식을 활용하여 지식재산권의 창출, 권리화, 심판, 소송에 관한 대리행위와 관련 사무를 수행합니다. 이러한 변리사의 업무 활동은 간이 또는 신속하고 외관을 중시하는 정형적인 영업활동을 벌이고 자유로운 광고 및 선전활동을 통하여 영업의 활성화를 도모하며 영업소를 통하여 인적 및 물적 영업기반을 자유로이 확충하여 효율적인 방법으로 최대한의 영리를 추구하는 것이 허용되는 상인의 영업활동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6334 결정 참조).

이 점에서 변리사법 전부개정법률안(입법예고) 제2조(사명)에 변리사는 지식재산권의 전문가로서 이 법에 따라 부여된 권한의 범위 내에서 공공성에 기초하여 독립적이고 자유롭게 그 업무를 수행한다.”라고 그 지위를 천명함으로 변리사가 공공성에 기초하여 독립적이고 자유롭게 업무를 수행하여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은 그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 개인적으로 조문의 제목이 변리사의 지위가 아니라 사명이라고 한점이 부적절해보입니다). 이는 변리사의 영리추구활동은 공공성이라 테두리 , 다시 말해 법 목적 내에서 엄격히 제한되어야 하며, 그 직무에 관하여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이 강조되어야 하는 당위성이 있기때문입니다. 심판 및 소송에 관한 대리행위는 이러한 공공성과 윤리성이 담보되지 아니하고서는 소비자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즈음에서 변리사의 공공성이 전문성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다시 던졌습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고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장인정신과 직업윤리는 공공성 형성의 기반이 되는 것이 아닐 까? 그렇습니다. 철저한 장인정신 없이는 건강한 직업윤리가 발현되기 어렵고 또 건강한 공인의식 역시 나타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전문성이 담보되지 아니하는 한 공공성 역시 외형만 갖춘 메아리에 불과할 것입니다.

변리사는 단순히 법률지식만을 활용하는 전문가가 아닙니다. 지식재산 및 지식재산권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이와 관련된 법률지식을 함께 활용하여야 하는 고도의 전문가입니다. 따라서 전문성을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변리사의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가 법제화되지 않는다면 변리사의 전문성은 물론 고도의 직업윤리도 공공성도 달성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변리사의 전문성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변리사가 되는 것에 너무 높은 장벽을 쌓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변리사의 직무수행에 필요한 필수적인 지식과 소양을 갖추었다는 객관적인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다양한 전문가의 진입을 막을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검증되지 않은 자에게 변리사의 자격을 주거나 변리사의 직무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시장은 교란되고 소비자인 국민의 신뢰가 무너져 전문성은 물론 공공성을 확보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예컨대, 지식재산권의 감정, 특히 특허침해나 무효에 관한 의견은 사실판단을 기초한 법률판단사안이므로 사실상 변리사가 아닌 자가 해서는 아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법률판단에 대한 사무를 변호사 또는 변리사가 아닌 자가 업으로 한다면 이는 변호사법 위반이 될 소지가 있다는 것을 별론으로 하고 만일 공공의 목적으로 불가피하게 변리사가 아닌 자가 이러한 감정 업무를 수행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 그 공공의 목적 범위 내로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이러한 법률의견서 및 관련 감정이 비록 법원에 구속력은 없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법률의견 등을 전문가 아닌 자가 업으로 하게 둔다면 그 피해는 결국 소비자 국민이 될 것입니다

이 점에서 오해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은 순수한 사실에 대한 감정, 즉 기술분석 등에 대한 감정까지 변리사가 독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에 대한 감정, 즉 기술분석 등에 대한 감정은 법으로 제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미국 특허소송에서 전문가 감정은 대학교수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유롭게 하나 법률의견서만큼은 변호사나 특허변호사(Patent Attorney)가 아니면 하지 못하며, 미국 특허대리인(Patent agent)도 법률의견서를 작성할 수 없습니다 ( http://m.maierandmaier.com/Patent_Attorney_Lawyer.aspx  참조).

이야기 주제를 다시 공공성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변호사는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이 강조된 대표적인 전문자격사입니다. 따라서 변호사법에서 공공성과 윤리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어떤 규정을 두고 있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으며, 그러한 취지에서 변호사법은 변리사법이 개정되어야 할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믿습니다.

첫째, 변호사의 징계는 징계위원회에서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변호사법 제92), 징계의원회는 대한변협과 법무부에 각각 두도록 하고 있습니다(동법 제92). 나아가 변호사의 징계혐의사실조사를 위하여 별도의 조사위원회를 대한변협에 두도록 하고 있으며(동법 제92조의2) 이 조사결과에 따라 대한변협의 징계위원회는 1차 심의결정을 하고(동법 제95) 법무부의 징계위원회는 대한변협의 징계위원회가 내린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사건을 심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동법 제96).

둘째, 변호사법에 따라 법조윤리협의회를 두고(동법 제88), 법조윤리확립을 위한 법제도,정책 협의, 실태 조사분석, 윤리위반대책을 수립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으며, 대한변협의 회칙을 법무부 장관의 인가사항으로 정하고 (동법 제79), 모든 변호사에게 그 회칙 준수의무를 규정하고 (동법 제25), 그 회칙 위반이 징계사유가 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동법 제91).

마지막으로, 기타 변호사의 결격사유(동법 제5), 등록거부사유, 사무직원의 결격사유(동법 제22), 광고의 제한(동법 제23) 품위유지의무(동법 제24) 등 공공성 및 윤리성을 담보할 수 있는 규정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변리사는 상인이 아닙니다. 따라서 변리사의 영리추구활동은 법 목적 내에서 엄격히 제한되어야 하고 그 직무에 관하여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이 강조되어야 하며, 이를 위하여 그 전문성은 담보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제 결론이었습니다.

[제10편] 불법행위를 변호사에게 상담하면 Privilege가 생기는가? — Crime-Fraud Exception과 보호의 한계

Attorney-Client Privilege는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솔직하게 사실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제도다. 그렇다면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불법행위에 관하여 이야기하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회사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