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보조 디자인의 저작권 문제를 다룰 때 흔히 “세 나라 모두 인간 저작자 원칙을 취한다”고 간단히 정리합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은 저작권법상 human authorship을 강하게 요구합니다. 한국 역시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이해하고 AI 산출물 자체와 인간이 추가한 창작적 부분을 구별합니다. 유럽연합은 표현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CJEU 판례는 작품이 저자 자신의 지적 창작물(author's own intellectual creation)이어야 하고, 저자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선택과 개성이 표현되어야 한다는 기준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세 법역 모두 인간의 창작적 기여를 중요하게 본다는 큰 방향은 유사하지만, 이를 곧바로 동일한 법리라고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유럽연합: 자유롭고 창의적인 선택과 Mio/Konektra 판결
유럽연합 저작권법에서 저작물성을 판단하는 핵심 개념은 AOIC(Author's Own Intellectual Creation), 즉 “저자 자신의 지적 창작물”입니다.
CJEU 판례에서 중요한 질문은 작품의 표현이 저자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선택을 반영하는지, 그 결과 저자의 개성이 드러나는지입니다. 반대로 기술적 기능이나 다른 제약 때문에 표현방식이 사실상 하나로 결정되어 저자에게 실질적인 창작적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 보호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이 기준이 실제로 적용된 사례로 덴마크의 GANNI 신발 디자인 사건이 언급됩니다. 2024년 덴마크 해사상사법원은 GANNI의 버클 발레리나 디자인과 관련하여, 기존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사실만으로 저작권 보호가 당연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며 구체적인 창작적 선택이 존재하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을 하였습니다.
Mio/Konektra: 전체적 인상이 아니라 창작적 요소의 인지 가능한 재현
CJEU는 2025년 12월 4일 병합사건 Mio/Konektra 사건(C-580/23 및 C-795/23)에서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 디자인법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단순한 전체적 인상(overall impression)을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핵심은 보호되는 저작물의 창작적인 표현 요소가 피고의 대상물에서 인지 가능한(recognisable) 형태로 재현되었는가입니다.
EU AI Act와 학습데이터 투명성
EU AI Act Article 53은 general-purpose AI(GPAI) model provider에게 EU 저작권법을 준수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모델 학습에 사용한 콘텐츠에 관한 충분히 상세한 공개 요약을 작성하도록 요구합니다.
관련 GPAI 의무는 2025년 8월 2일부터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이는 학습데이터 전체의 개별 목록 공개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요구되는 것은 일정한 수준의 training-content summary이며, 그 자체가 특정 저작물이 실제 학습에 사용됐다는 사실을 자동으로 입증하는 것도 아닙니다.
미국: 인간 저작자성과 표현 요소에 대한 통제
Thaler v. Perlmutter
Stephen Thaler는 자신이 개발한 AI 시스템이 인간의 창작적 개입 없이 생성한 이미지 A Recent Entrance to Paradise의 저작권 등록을 신청했으나, 미국 저작권청은 인간 저작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했습니다.
2023년 연방지방법원은 저작권 보호에는 인간 저작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2025년 3월 D.C. Circuit 역시 저작권법상 보호되는 저작물은 인간 저자에 의해 창작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저작권청의 결정을 유지했습니다.
Thaler는 연방대법원에 certiorari를 신청했지만 대법원은 2026년 3월 2일 이를 기각했습니다.
Zarya of the Dawn
Kristina Kashtanova의 그래픽노블 Zarya of the Dawn 사건에서 미국 저작권청은 작가가 직접 작성한 텍스트와 인간이 창작한 선택·배열 부분은 보호될 수 있다고 보았지만, Midjourney가 생성한 개별 이미지 자체는 보호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미국 저작권청은 2025년 1월 29일 Copyright and Artificial Intelligence, Part 2: Copyrightability를 발표했습니다.
기존 human-authorship 원칙을 유지하면서 최종 결과물의 expressive elements를 인간이 실제로 결정하고 통제했는가를 중심으로 판단방법을 구체화했습니다.
- 프롬프트 작성만으로는 일반적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 인간이 직접 창작한 요소가 최종 결과물에 남아 있다면 그 부분은 보호될 수 있습니다.
- AI 산출물의 창작적 선택·배열·수정에는 별도의 저작물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 판단은 사안별로 이루어집니다.
Part 3: AI 학습 문제
미국 저작권청은 2025년 5월 9일 Part 3: Generative AI Training의 pre-publication version도 공개했습니다.
미국의 논의는 AI 결과물의 저작물성뿐 아니라 기존 저작물의 AI 학습 이용, fair use, 라이선싱 및 시장효과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AI 산출물에 저작권이 있는가와 AI를 학습시키기 위해 기존 저작물을 이용하는 것이 적법한가는 별개의 법률문제입니다.
한국: 추가 작업·창작적 배열과 최근 정책 변화
한국에서도 인간의 창작적 기여 없이 AI가 생성한 결과물 자체와 인간이 추가로 창작한 부분을 구별하는 것이 기본 접근입니다.
인간이 AI 결과물에 수정·증감 등 창작적인 작업을 추가했다면 그 인간 창작 부분의 보호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고, 여러 AI 산출물을 인간이 창작적으로 선택·배열했다면 편집저작물 보호 가능성도 문제될 수 있습니다.
2025~2026년의 안내서
2025년에는 AI 활용 저작물의 저작권 등록과 관련된 안내가 더 구체화되었고, 2026년 2월에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저작물 학습에 대한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안내서」가 발간되었습니다.
다만 이러한 안내서는 법원의 판결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갖는 것이 아니라, 현행 법률과 판례를 토대로 행정·실무상 판단기준을 설명하는 참고자료입니다.
지식재산처 출범
2025년 10월 1일 기존 특허청은 국무총리 소속 지식재산처로 개편되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저작권 행정까지 지식재산처로 이관되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2026년 현재 생성형 AI와 저작권 관련 주요 행정지침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계속 중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한눈에 보는 비교
| 분류 | 유럽연합 | 미국 | 한국 |
|---|---|---|---|
| 저작물성 | AOIC: 저자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선택과 개성 | Human authorship 원칙 | 인간의 사상·감정을 표현한 창작물 |
| AI 보조 결과물 | 인간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선택이 최종 표현에 반영됐는지 판단 | 인간이 expressive elements를 실제로 결정한 범위에서 보호 가능 | 인간의 추가 작업 또는 창작적인 선택·배열 부분 보호 가능 |
| 최근 핵심 변화 | Mio/Konektra 및 AI Act Article 53 | Thaler, USCO Part 2·3 | AI 등록·공정이용 안내 구체화 및 지식재산처 출범 |
실무자를 위한 체크리스트
- 기획 단계에서 인간의 창작적 결정을 명확히 합니다.
- AI 산출물을 그대로 채택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 AI가 생성한 부분과 인간이 창작한 부분을 구별합니다.
- 초안·프롬프트·선택·수정 과정을 기록합니다.
앞으로의 전망
AI 저작권 문제는 이제 “AI 그림에 저작권이 있는가?”라는 단일한 질문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앞으로는 다음 문제를 서로 구별해야 합니다.
- AI 산출물 자체에 저작권이 있는가?
- 그 가운데 인간이 창작한 부분은 어디인가?
- AI 학습 과정에서 기존 저작물을 적법하게 이용했는가?
- AI 산출물이 기존 저작물의 보호되는 표현을 재현했는가?
- 인간과 AI의 창작과정을 기업이 어떻게 기록해야 하는가?
핵심은 “AI를 사용했는가”보다 인간과 AI가 각각 무엇을 만들었고, 보호되는 표현이 실제로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를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데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 Q. AI 그림을 수정하면 무조건 저작권이 생기나요?
- 아닙니다. 인간이 실제로 어떤 창작적인 표현을 추가하거나 결정했는지가 중요합니다.
- Q. 상세한 프롬프트만으로 미국에서 이미지 저작권을 받을 수 있나요?
- 현재 미국 저작권청의 접근에서는 일반적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 Q. Mio/Konektra는 AI 저작권 판결인가요?
- 아닙니다. 응용미술 저작권 사건입니다. 다만 향후 AI 관련 유사성 분쟁에서도 참고될 수 있습니다.
- Q. 한국에서 AI 결과물을 편집저작물로 보호할 수 있나요?
- 인간의 소재 선택·배열 자체에 창작성이 인정된다면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 CJEU, Joined Cases C-580/23 and C-795/23, Mio/Konektra (4 Dec. 2025).
- Regulation (EU) 2024/1689, Article 53.
- U.S. Copyright Office, Copyright and Artificial Intelligence, Part 2: Copyrightability (2025).
- U.S. Copyright Office, Copyright and Artificial Intelligence, Part 3: Generative AI Training (2025).
- Thaler v. Perlmutter, D.C. Circuit (2025), cert. denied, U.S. Supreme Court No. 25-449 (Mar. 2, 2026).
- 한국저작권위원회, 「생성형 인공지능의 저작물 학습에 대한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안내서」(2026. 2.).
| 2026.08 | CJEU Mio/Konektra, EU AI Act Article 53, Thaler 사건, 미국 저작권청 Part 2·3, 한국 AI 저작권 관련 지침 및 지식재산처 출범을 반영하여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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