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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August 15, 2026

특허의 ‘문장’이 아니라 ‘기술적 의미’를 읽는 AI — 청구항과 발명의 설명을 학습시키는 특허 리스크 탐지 기술

발명자 기술 칼럼 · AI와 특허분석

청구항과 발명의 설명을 학습시켜 특허 리스크를 찾는 방법

키워드가 달라도 같은 기술을 가리킬 수 있다. 특허문서가 본래 지닌 구조를 학습 신호로 바꾸고, 긴 설명에서 청구항과 밀접한 부분을 골라내는 AI 특허분석 기술의 아이디어와 작동 원리를 소개한다.

청구항과 발명의 설명의 의미 관계를 AI가 분석하는 모습을 표현한 개념 이미지
청구항과 발명의 설명 사이의 의미적 대응관계를 학습하는 AI 특허분석의 개념도

1. 키워드 검색은 왜 기술의 연결고리를 놓치는가

특허 검색은 ‘같은 단어를 찾는 일’로 끝나지 않는다. 제품 설명과 청구항에 같은 표현이 반복된다면 비교는 어렵지 않다. 실무가 까다로운 이유는 같은 기술을 전혀 다른 말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성의 순서를 바꾸거나 상위개념과 하위개념을 섞고, 하나의 기능을 다른 용어로 풀어내면 키워드 검색만으로는 중요한 연결고리를 놓치기 쉽다.

내가 발명하여 출원한 기술은 바로 이 문제에서 출발했다. 목표는 AI가 특허문서의 단어를 단순 대조하는 수준을 넘어, 청구항에 담긴 기술적 의미와 다른 문서의 설명이 얼마나 밀접하게 대응하는지를 학습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핵심은 특허문서 안에 이미 존재하는 구조적 관계를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는 데 있다. 사람이 수만 건의 문서를 읽고 정답표를 일일이 만드는 대신, 특허문서 자체가 일정 부분 학습 신호를 제공하도록 설계했다.

2. 특허문서 자체를 학습 데이터로 바꾸는 법

출발점은 특허문서의 구조다. 특허의 청구범위는 권리의 경계를 정하고, 발명의 설명은 그 발명이 무엇이며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구체적으로 풀어낸다. 우리 특허법 제42조 제4항 제1호가 청구항이 발명의 설명에 의해 뒷받침될 것을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개되지 않은 내용까지 권리로 독점하는 일을 막고, 통상의 기술자가 청구된 발명과 명세서의 대응관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다.

이 법적 구조를 학습 데이터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동일한 특허문서에서 추출한 청구항과 발명의 설명은 원칙적으로 높은 관련성을 가진다. 반면 서로 다른 특허에서 무작위로 가져온 청구항과 설명 조각은 통계적으로 관련성이 낮을 가능성이 크다. 이 관계를 이용해 동일 특허에서 나온 청구항–설명 쌍에는 레이블 1을, 서로 다른 특허에서 가져온 쌍에는 레이블 0을 부여할 수 있다.

이 설계의 실익은 수작업 레이블링 비용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다. 일반적인 지도학습이라면 전문가가 문서 쌍을 하나씩 읽고 ‘관련 있음’과 ‘관련 없음’을 판정해야 한다. 특허 한 건을 제대로 읽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므로, 데이터가 커질수록 비용은 가파르게 늘어난다. 같은 특허의 청구항과 설명을 자동으로 묶고 다른 특허의 설명을 무작위로 결합하면 이 병목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부정 샘플은 단순한 들러리가 아니다. 관련성이 높은 쌍만 보여 주면 모델은 몇몇 단어가 겹친다는 이유만으로 두 문서가 관련 있다고 오판하기 쉽다. 서로 다른 특허에서 가져온 청구항–설명 쌍을 함께 학습시키면 모델은 단어 몇 개의 일치와 기술적 대응관계를 구별해야 한다. 긍정 샘플이 대응의 모습을 보여 준다면, 부정 샘플은 그 경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다듬는다.

3. 긴 명세서와 512토큰의 벽을 넘는 법

다음 걸림돌은 문서 길이다. BERT는 기본 구조상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입력 길이가 최대 512토큰으로 제한된다. 그러나 특허의 발명의 설명은 수천 단어를 훌쩍 넘는 경우가 흔하다. 청구항과 전체 설명을 한 번에 모델에 넣는 방식은 애초에 성립하기 어렵다.

내가 제안한 방식은 긴 발명의 설명을 약 310토큰 내외의 조각으로 먼저 나눈다. 이어 청구항과 각 조각의 의미적 관련도를 계산해 점수가 높은 부분을 입력 후보로 고른다. 문서의 앞부분부터 기계적으로 잘라 넣는 것이 아니라, 제한된 입력 공간을 청구항과 직접 맞닿아 있을 가능성이 높은 설명에 우선 배정하는 방식이다.

설명 조각을 고르는 과정에는 벡터 간 도트 프로덕트와 같은 연산을 사용할 수 있다. 복잡한 수학식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청구항과 설명 조각을 각각 의미 벡터로 표현한 뒤, 두 벡터가 얼마나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지 점수화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점수가 높을수록 해당 설명 조각이 청구항과 의미적으로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

  1. 분할: 긴 발명의 설명을 약 310토큰 단위의 조각으로 나눈다.
  2. 점수화: 청구항과 각 설명 조각의 의미적 관련도를 계산한다.
  3. 선별: 관련도 점수가 높은 조각을 BERT 입력 후보로 선택한다.

4. BERT가 두 문서의 관계를 읽는 방식

선별된 텍스트는 BERT가 두 문장을 구별해 읽을 수 있는 형식으로 구성한다. 대표적인 입력은 [CLS] + 청구항 + [SEP] + 발명의 설명 + [SEP]와 같은 구조다. [SEP]는 두 텍스트의 경계를 표시하고, 세그먼트 임베딩은 각 토큰이 어느 문장에 속하는지를 알려 준다. [CLS] 토큰의 최종 표현은 두 텍스트의 관계를 분류하는 대표 벡터로 활용할 수 있다.

이 장치는 청구항과 설명이 하나의 긴 문장으로 뒤섞이는 것을 막는다. 사람은 제목과 문단, 줄바꿈을 보고 두 문서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이해하지만 모델에는 그런 직관이 없다. 따라서 입력 구조 자체가 ‘여기까지가 비교 대상 A이고, 여기부터가 비교 대상 B’라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학습 단계에서는 레이블 1과 레이블 0을 번갈아 처리하는 교대 배치 전략을 사용한다. 두 종류를 처음부터 한 바구니에 섞지 않고 그룹별 손실을 따로 계산한 뒤, 두 손실을 함께 줄이는 방향으로 파라미터를 갱신한다. 어느 한쪽 데이터가 더 많거나 쉽게 학습된다는 이유로 모델의 판단 기준이 한 방향으로 기우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5. 실험 결과는 무엇을 보여 주는가

원고에 기록된 실험에서는 15에포크의 학습 과정에서 교차엔트로피 손실값이 0.89에서 0.19로 낮아졌고, 정확도는 약 80% 수준에 도달했다. 특히 서로 다른 표현을 사용한 비교 사례에서는 17개의 텍스트 쌍을 모두 레이블 1로 판별한 결과가 제시되었다.

15에포크실험 학습 횟수
0.89 → 0.19교차엔트로피 손실값
약 80%해당 조건의 정확도

숫자보다 더 눈여겨볼 것은 표현이 달라졌을 때의 반응이다. 특허 검색의 난점은 같은 기술을 다른 말로 숨길 수 있다는 데 있다. 한 문서가 ‘접착 고정 메커니즘’이라고 쓴 구성을 다른 문서가 전혀 다른 용어로 풀어 썼다면, 키워드 검색은 공통 단어가 적다는 이유로 두 문서를 멀리 떨어뜨릴 수 있다. 의미 기반 모델이 노리는 지점은 그 반대다. 표현이 달라도 문맥 안에서 각 구성이 어떤 기능을 하고 서로 어떤 관계를 맺는지를 비교한다.

6. 의미 유사도와 법적 침해판단의 경계

이 대목은 자연스럽게 균등론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 특허침해 판단에서도 청구항의 문언과 침해제품의 표현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판단이 끝나지는 않는다. 대법원 판례는 문언과 달리 변경된 부분이 있더라도 과제의 해결원리, 작용효과, 치환의 용이성 등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고 특별한 제외사유가 없다면 균등침해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제 판단에서는 청구항의 모든 구성요소 충족 여부, 출원경과, 공지기술, 의식적 제외, 균등론의 개별 요건 등을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따라서 이 발명의 실무적 가치는 ‘AI가 판사를 대신한다’는 데 있지 않다. 사람이 읽어야 할 문서를 훨씬 좁혀 주는 데 있다. 수천, 수만 건의 특허와 제품 문서 가운데 청구항과 의미적으로 강하게 대응하는 후보를 먼저 찾아내고, 변리사·변호사·연구개발 담당자가 그 후보를 정밀 검토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7. 실무 활용과 데이터의 가치

활용 장면은 여러 갈래다. 침해 리스크 분석, 특허 모니터링, 선행기술 검색이 모두 같은 의미 비교 구조 위에서 만난다.

  • 신제품 기획: 경쟁사 특허와 제품 사양서를 비교해 위험 후보를 조기에 추린다.
  • 권리 모니터링: 시장에 나온 신제품의 기술 설명과 보유 청구항을 대조해 검토 순서를 정한다.
  • 선행기술 조사: 청구항과 다른 표현을 사용하는 문헌을 의미 관계를 통해 끌어올린다.

특허 AI에서 진짜 비싼 자원은 GPU나 모델 파라미터만이 아니다. 실제로는 ‘좋은 학습 데이터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더 큰 문제일 때가 많다. 전문가가 만든 레이블은 정확하지만 비싸고 느리다. 공개 특허문서는 방대하지만 그 자체가 곧 학습 정답은 아니다. 이 발명은 그 사이에서 특허문서가 원래 지닌 법적·문서적 구조를 활용해 데이터 생성 비용을 낮추려는 시도다.

이를 단순히 ‘법률을 수학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부르면 핵심을 놓친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법률문서가 오랫동안 축적해 온 구조와 규칙에서 AI가 학습할 수 있는 신호를 찾아내는 것이다. 청구범위와 발명의 설명의 관계, 관련 문단의 선별, 긍정·부정 샘플의 구성, 두 텍스트를 구분하는 입력 구조가 결합되면서 특허문서의 의미적 대응관계가 계산 가능한 문제로 바뀐다.

8. 남은 과제와 이 기술이 향하는 곳

남은 과제도 적지 않다. 기술분야가 달라지면 용어와 문장 구조도 달라지므로 도메인별 학습이 필요하다. 무작위 부정 샘플 속에 실제 관련 문헌이 섞이는 문제도 피하기 어렵다. 의미 유사도와 법적 침해판단 사이의 간극을 좁히려면 청구항 구성요소별 분석에 출원경과, 선행기술, 전문가 판정 데이터를 겹쳐야 한다. 512토큰이라는 BERT의 제약 역시 더 긴 컨텍스트 모델이나 계층형 구조를 사용하면 다른 방식으로 풀 수 있다.

그래도 출발점은 선명하다. 특허문서는 단순한 텍스트 덩어리가 아니다. 권리를 정의하는 청구항과 그 권리를 기술적으로 설명하는 본문 사이에는 특별한 관계가 존재한다. 그 관계를 학습 데이터로 바꾸면 AI는 키워드가 같은 문서를 찾는 검색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술적으로 왜 관련 있는가’를 탐색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특허 업무에서 AI의 자리는 인간 전문가의 최종 판단을 빼앗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전문가가 판단해야 할 후보를 더 빠르고 넓게 찾아 주는 자리다. 수많은 문서 속에서 놓치기 쉬운 의미적 연결을 먼저 포착하고, 그다음 사람이 법률과 기술의 기준으로 결론을 내리는 구조다. 내가 출원한 이 발명은 바로 그 경계에서 출발한다. 특허의 문장을 검색하는 기술을 넘어, 특허가 보호하려는 기술적 의미를 읽기 위한 시도다.

참고자료

이진수, 「인공신경망 및 텍스트 쌍 임베딩을 이용한 특허 분석 모델의 생성 방법, 특허 분석 방법 및 컴퓨팅 장치」, 대한민국 특허출원 제10-2024-0075102호, 2024. 6. 10. 출원.

  • 출원번호: 10-2024-0075102
  • 출원일: 2024. 6. 10.
  • 기초출원: 10-2023-0093439 (2023. 7. 18.)
  • 발명자 / 출원인: 이진수
  • 발명의 명칭: 인공신경망 및 텍스트 쌍 임베딩을 이용한 특허 분석 모델의 생성 방법, 특허 분석 방법 및 컴퓨팅 장치

Monday, August 10, 2026

균등론에도 경계선은 있다

미국 특허 균등론(Doctrine of Equivalents)에서 '구성요소의 역할'과 '장점의 결여'가 비침해 판단에 미치는 영향

미국 특허침해소송에서 균등론(Doctrine of Equivalents, 이하 DOE)은 특허권자에게 강력한 법리다.

균등론(Doctrine of Equivalents, DOE)이란?
특허는 청구항(claim)이라는 문장으로 권리범위를 정의한다. 경쟁사가 청구항의 문언(文言)과 글자 그대로 일치하지는 않지만 실질적으로 같은 역할을 하는 대체 구성으로 제품을 만들었다면 문제가 된다. 이처럼 문언침해(literal infringement)는 아니더라도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평가되는 경우에 침해를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법리가 균등론이다.

피고 제품이 청구항의 문언과 문자 그대로 일치하지 않더라도 대체 구성이 청구된 구성과 실질적으로 동일하다면 침해가 인정될 수 있다.

여기에서 반대 방향의 질문이 생긴다.

피고가 청구된 구조를 다른 구조로 바꾸면서 그 구성요소가 특허발명에서 담당하던 중요한 역할이나 기술적 장점까지 제거했다면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특허가 두 개의 스프링을 이용해 하나가 파손되더라도 다른 하나가 계속 작동하는 중복 안전기능(redundancy, 리던던시)을 구현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피고는 하나의 스프링과 단단한 플러그만 사용해 백업기능 자체를 없앴다. 최종적인 목적이나 일부 기능에서는 두 구조가 비슷할 수 있다. 그러나 특허가 두 번째 스프링을 요구한 이유가 바로 그 백업기능이었다면, 그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않는 피고 구조까지 균등하다고 볼 수 있을까?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Federal Circuit)의 Vehicular Technologies Corp. v. Titan Wheel International, Inc. 사건이 이 문제를 잘 드러낸다.

다만 이 글에서 말하는 "역할 또는 장점의 결여(Missing Role or Advantage)"는 미국 판례가 별도의 이름으로 정립한 독립된 법리(doctrine)가 아니다. 대법원 Warner-Jenkinson 판결의 구성요소별 분석(limitation-by-limitation analysis), Vehicular Technologies가 강조한 특정 청구항 구성요소의 역할(role) 또는 핵심 기능(key function), 그리고 Toro에서 확인되는 적용의 한계를 하나의 실무적 분석틀로 묶어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표현이다.


1. 균등론은 '발명 전체가 비슷한가'를 묻는 법리가 아니다

미국 균등론의 출발점은 연방대법원의 Warner-Jenkinson Co. v. Hilton Davis Chemical Co., 520 U.S. 17 (1997) 판결이다.

대법원은 균등론을 유지하면서도 적용 범위에는 중요한 제약을 두었다. 특허 청구항의 각 구성요소(element) 또는 한정사항(limitation)은 권리범위를 정하는 데 각자 의미가 있으므로, 균등 여부 역시 발명 전체가 아니라 개별 구성요소별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구항(claim)과 구성요소(element / limitation)란?
특허의 청구항(claim)은 특허권자가 독점하고자 하는 기술의 범위를 문장으로 정한 부분이다. 하나의 청구항은 여러 기술적 요소로 이루어지고, 각각의 요소를 구성요소(element) 또는 한정사항(limitation)이라 부른다. 예컨대 "두 개의 동심 스프링으로 이루어진 스프링 조립체"라는 청구항 문구가 있다면 "두 개", "동심", "스프링" 등이 각각 한정사항에 해당한다.

균등론을 적용한 결과 특정 한정사항의 의미가 사실상 완전히 사라져서도 안 된다. 이를 흔히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All-Elements Rule 또는 All-Limitations Rule)이라고 부른다.

여기에서 서로 연결된 두 가지 명제가 나온다.

첫째, 피고 제품에 청구항의 물리적 구성요소가 문자 그대로 없다는 이유만으로 균등론 적용이 곧바로 배제되지는 않는다. 균등론은 오히려 그런 문자적 불일치가 있을 때 문제된다. 법원은 피고의 대체 구성이 청구된 구성과 기능·방식·결과에서 실질적으로 같은지를 살핀다.

기능-방식-결과 테스트(Function-Way-Result Test, 이하 F-W-R 테스트)란?
균등론을 판단하는 핵심 기준 중 하나다. 피고의 대체 구성이 청구된 구성과
  ① 실질적으로 동일한 기능(Function)을,
  ② 실질적으로 동일한 방식(Way)으로 수행하여,
  ③ 실질적으로 동일한 결과(Result)를 내는지를 비교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양자의 차이가 비실질적(insubstantial)인지, 기술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없는지를 살피는 방법이 있다.

둘째, 균등론을 이유로 의미 있는 한정사항을 지워 버릴 수는 없다.

실무에서 질문은 단순히

"피고 제품에 이 부품이 있는가?"

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다음 질문이 더 중요하다.

"이 한정사항은 청구항과 특허 문서의 맥락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가? 피고의 대체 구성은 그 역할을 실질적으로 같은 방식으로 수행하는가?"

미국 특허청(USPTO)의 특허심사절차편람(MPEP, Manual of Patent Examining Procedure)도 Warner-Jenkinson을 인용하면서, 특정 구성요소가 청구항에서 맡는 역할을 파악하는 것이 대체 구성의 기능-방식-결과 분석이나 실질적으로 다른 역할 수행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Vehicular Technologies는 이 원리를 구체적인 기계 구조에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2. Vehicular Technologies — '두 개의 스프링'은 왜 두 개여야 했는가

2.1 사건의 기술적 배경

Vehicular Technologies Corp. v. Titan Wheel International, Inc. 사건은 자동차용 잠금식 차동 장치(locking differential assembly)에 관한 미국 특허 제5,413,015호를 둘러싼 분쟁이었다.

잠금식 차동 장치(locking differential assembly)란?
자동차의 구동축(drive axle)에서 좌우 바퀴의 회전 속도 차이를 제어하는 장치다. 오프로드나 미끄러운 노면에서 한쪽 바퀴만 헛돌지 않도록 잠가 구동력을 양쪽 바퀴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 특허의 핵심 구조에는 핀(pin)을 탄성적으로 지지하는 스프링 조립체(spring assembly)가 포함되어 있었다. 대표 청구항에는 다음 문구가 들어 있었다.

"a spring assembly consisting of two concentric springs"
(두 개의 동심 스프링으로 구성된 스프링 조립체)

동심 스프링(concentric springs)이란?
큰 코일 스프링 안에 작은 코일 스프링이 같은 중심축을 공유하며 겹쳐 배치된 구조다. 스프링 안에 다시 스프링이 들어간 형태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consisting of(~으로 구성된)"는 미국 특허 실무에서 폐쇄형 전환어(closed transition term)라 부른다. 나열된 구성요소 이외의 요소를 원칙적으로 배제한다. 이에 비해 "comprising(~을 포함하는)"은 추가 구성요소도 허용하는 개방형 전환어(open transition term)다.

특허 명세서에 따르면 두 스프링 구조에는 여러 기술적 의미가 있었다. 종래 장치에는 스프링과 핀 사이에 작은 별도 디스크(disk)가 있었고, 조립 과정에서 이 부품이 이탈하거나 분실될 수 있었다. 특허 구조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했다.

두 개의 스프링을 사용한 이유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두 스프링은 함께 탄성력을 제공했고, 한 스프링이 파손되거나 약화되더라도 나머지 스프링이 하중을 부담할 수 있었다. 위치 유지와 조립 편의에 더해 중복성(redundancy)과 신뢰성(reliability)이라는 별도의 기술적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2.2 피고 제품은 단일 스프링 + 플러그(single spring + plug)였다

피고 측 제품인 E-Z Locker는 청구항의 두 동심 스프링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하나의 나선형 스프링(helical spring)과 그 중앙의 단단한 원통형 플러그(solid plug)를 사용했다. 플러그는 핀을 위치시키고 지지할 수 있었고, 별도의 분리 디스크(loose disk)도 필요 없었다.

비교의 수준을 높여 보면 두 구조는 상당히 비슷해 보인다.

  • 특허 구조도 핀을 지지하고, 피고 구조도 핀을 지지한다.
  • 특허 구조도 분리 디스크를 없애고, 피고 구조 역시 분리 디스크가 필요 없다.

이런 이유로 지방법원은 임시 금지 명령(preliminary injunction) 단계에서 피고 구조가 균등물(equivalent)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이 비교가 지나치게 추상적이라고 판단했다. 핵심은 단순히 "핀을 지지하는가?"가 아니었다.

왜 특허 청구항은 하나가 아니라 '두 개의' 스프링을 요구했는가?

균등 여부를 판단하려면 이 질문부터 살펴야 했다.


3. Vehicular I — 한정사항의 '역할(role)'을 빠뜨리면 안 된다

1998년 제1차 항소심인 Vehicular Technologies Corp. v. Titan Wheel International, Inc., 141 F.3d 1084 (Fed. Cir. 1998), 이른바 Vehicular I에서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지방법원의 임시 금지 명령 결정을 파기·환송(vacate and remand)하였다. 하급심 결정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낸 것이다.

연방순회항소법원은 Warner-Jenkinson의 구성요소별 분석을 전제로 했다. 균등론에서는 청구항 구성요소가 해당 청구항에서 맡는 역할을 확인하고, 피고의 대체 구성이 동일한 기능·방식·결과를 갖는지 또는 실질적으로 다른 역할(substantially different role)을 수행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된 것은 두 번째 스프링의 백업(backup) 역할이었다. 특허 명세서는 두 스프링 구조가 강도(strength)와 신뢰성(reliability)을 높이고, 하나의 스프링이 약해지거나(weakened) 파손되더라도(broken) 다른 스프링이 하중을 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고 제품의 단단한 플러그는 핀을 지지할 수 있었지만 스프링은 아니었다. 첫 번째 스프링이 파손될 경우 플러그가 그 대신 탄성력(elastic force)을 제공할 수 없었다.

피고 구조가 특허 구조의 여러 기능 중 일부를 수행한다는 사정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문제되는 한정사항이 특허 문서에서 수행하도록 정해진 중요한 기술적 역할 가운데 하나를 전혀 수행하지 못한다면, 그 차이는 양자의 차이가 실질적(substantial)이라는 판단을 뒷받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구조별로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기능 특허의 두 스프링 구조
(two-spring assembly)
피고 단일 스프링 + 플러그
(single spring + plug)
핀 지지·정렬 수행 수행 가능
분리 디스크(loose disk) 제거 수행 수행 가능
추가적인 탄성력 제공 수행 제2 스프링과 같은 방식으로는 수행하지 않음
스프링 고장 시 백업·중복성(backup / redundancy) 수행 수행하지 못함

가장 중요한 차이는 마지막 행에 있다. 그렇다고 "명세서에 적힌 장점 중 하나가 피고 제품에 없다"는 사실만으로 비침해가 자동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 기능이 문제되는 한정사항과 법적으로 의미 있게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4. Newman 판사의 반대의견 — '모든 장점 요건(All-Advantages Rule)'의 위험

1998년 Vehicular I에서 Newman 판사는 반대의견(dissenting opinion)을 통해 다수의견의 접근을 지나치게 확장할 경우 균등론을 과도하게 좁힐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녀가 비판적인 의미에서 사용한 표현이 이른바 "모든 장점 요건(all-advantages rule)"이다.

특허 명세서에는 통상 여러 목적과 장점이 기재된다. 어떤 구조는 조립이 쉽고, 다른 구조는 비용이 낮으며, 내구성을 높이거나 진동과 소음을 줄이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

명세서에 적힌 장점을 하나하나 피고 제품도 모두 가져야 한다고 요구한다면 균등론의 범위는 크게 축소된다. 균등론은 문언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 구조라도 실질적으로 동일하면 침해를 인정하기 위한 법리인데, 모든 장점까지 완전히 같아야 한다고 요구하면 문언침해와 균등침해 사이의 간격이 지나치게 좁아진다.

Newman 판사의 비판은 다음과 같이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특허 명세서에 어떤 장점이 기재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모든 장점이 피고 제품(accused product)에 존재해야 한다는 독립된 균등론 요건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이 점은 이후 Toro 사건과 비교하면 더 분명해진다.


5. Vehicular II — 환송 후에도 백업 기능(backup function)은 중요했다

환송 후 지방법원은 피고의 단일 스프링 + 플러그 구조가 청구된 두 동심 스프링 한정사항의 균등물이 될 수 없다고 보고 약식 판결(summary judgment)로 비침해를 선언했다.

약식 판결(summary judgment)이란?
쟁점 사실관계에 진정한 다툼이 없어 배심원(jury) 없이 판사가 법률 문제만으로 내리는 판결이다. 침해 여부에 관하여 재판이 필요한 실질적 사실 다툼이 없다고 판단될 때 활용된다.

연방순회항소법원은 2000년 Vehicular Technologies Corp. v. Titan Wheel International, Inc., 212 F.3d 1377, 이른바 Vehicular II에서 이를 원심 인용(affirm)했다. 신뢰성(reliability)과 백업 기능(backup function)은 여기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Vehicular 계열에서 비교적 정확하게 도출할 수 있는 명제는 다음과 같다.

특허의 청구항과 명세서 문맥에서 특정 한정사항(limitation)이 담당하는 중요한 기술적 역할이 명확하게 확인되고, 피고의 대체 구성(accused substitute)이 그 역할을 기술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면, 그 차이는 균등론상 비균등(non-equivalence) 판단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절대 규칙(categorical rule)이 아니다. "명세서의 장점 X가 피고 제품에 없다 → 무조건 균등론 없음"이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 반대쪽 한계를 확인할 수 있는 판례가 Toro Co. v. White Consolidated Industries다.


6. Toro — 명세서에 적힌 모든 기능이 '핵심 기능(key function)'은 아니다

Toro Co. v. White Consolidated Industries, Inc., 266 F.3d 1367 (Fed. Cir. 2001)은 Vehicular의 적용범위를 이해할 때 함께 보아야 할 판례다.

Toro 특허에서는 덮개(cover)와 제한 링(restriction ring)의 특정 구조적 관계가 쟁점이었다. 지방법원은 피고 제품에 특허 명세서가 설명한 제한 링의 자동 배치 기능(automatic placement of restriction ring)이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균등론에 따른 침해를 부정했다.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이 판단을 뒤집었다.

법원은 특허 명세서나 종전 청구범위 해석이 자동 배치(automatic placement)라는 내재적 기능(inherent function)을 발명의 핵심 목표(key objective)로 정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Vehicular과 갈리는 지점이다.

Vehicular에서는 두 스프링 한정사항의 백업·신뢰성 기능이 특허 문서에서 해당 구조의 중요한 기술적 기능과 직접 연결되어 있었다. 반면 Toro의 자동 배치는 특정 구조에서 발생하는 기능이기는 했지만, 발명 전체나 해당 한정사항의 결정적인 목적이라고 볼 정도로 특허 문서에서 확립되어 있지는 않았다.

ToroVehicular을 폐기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떤 명세서 기재 기능(specification-described function)이 Vehicular이 말하는 중요한 역할(role)에 이르는지를 구별한 판례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하다.

구분 Vehicular Technologies Toro
문제 구조 두 동심 스프링(two concentric springs) 덮개–제한 링 관계(cover–restriction ring)
피고 구조 단일 스프링 + 플러그(single spring + plug) 분리형 덮개/링(separate cover/ring)
문제 기능 스프링 고장 시 백업·신뢰성(backup/reliability) 제한 링의 자동 배치(automatic placement)
명세서상 위치 두 스프링 구조의 중요한 신뢰성 기능으로 명확히 설명 구조에 수반되는 기능이나 핵심 목표(key objective)라고 보기 어려움
결과 비균등 판단을 강하게 뒷받침 기능 부재만으로 약식 판결(summary judgment) 불가

핵심 질문은 "피고 제품에 명세서상 장점이 있는가?"가 아니다. 먼저 다음을 살펴야 한다.

그 기능이 청구항 문언 및 내재적 기록(intrinsic record)에서 해당 한정사항에 법적으로 의미 있게 부여된 역할인가?

내재적 기록(intrinsic record)이란?
특허 문서 자체(청구항, 명세서, 도면)와 출원 과정에서 특허청과 주고받은 서류 전체를 통칭한다. 특허 해석에서는 외부 증거(사전, 교재, 전문가 증언 등)보다 우선하여 참조하는 1차 자료다.

7. '중요한 기능'인지 판단하는 방법

어떤 기능이 Vehicular형 핵심 역할(key role)에 해당하고, 어떤 기능은 Toro형 부수적 장점(incidental advantage)에 그칠까? 판례가 이를 공식적인 다요소 테스트로 정리한 것은 아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다음 자료들을 함께 검토할 수 있다.

첫째, 청구항의 문언

그 기능을 수행하게 만드는 구체적인 구조가 청구항 자체에 얼마나 명시되어 있는가를 본다. Vehicular에서는 "two concentric springs(두 개의 동심 스프링)"이라는 명확한 구조적 선택이 있었다.

둘째, 특허 명세서(Specification)

명세서가 해당 구조를 왜 채택했는지 어떻게 설명하는지를 확인한다. 특정 기능이 한 번 부수적으로 언급됐는지, 구조를 채택한 중요한 이유로 반복적이고 일관되게 설명되는지는 서로 다른 문제다.

셋째, 출원 경과(Prosecution History)

출원 경과(prosecution history)란?
특허 출원부터 등록까지 출원인과 특허청 심사관 사이에 오간 거절이유통지서(office action), 보정서(amendment), 의견서(response) 등의 기록이다. 출원인이 어떤 이유로 청구범위를 좁혔는지, 어떤 선행기술과 구별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출원인이 심사 과정에서 해당 구조나 기능에 의존해 선행기술(prior art)과 구별했다면, 후속 균등론 분석에서도 그 기능의 법적 의미가 커질 수 있다.

넷째, 기능-방식-결과 테스트(Function-Way-Result Test)

피고의 대체 구성이 실제로 같은 기능을 같은 방식으로 수행하여 같은 결과를 내는지 비교한다. "둘 다 장치를 작동시킨다"와 같이 지나치게 높은 추상화 수준에서 비교해서는 안 된다. 문제되는 한정사항 수준에서 분석해야 한다.

다섯째, 비실질적 차이(Insubstantial Differences)

두 구조 사이의 기술적 차이가 실제로 미미한지, 아니면 해당 한정사항을 채택한 이유 자체를 제거할 정도로 실질적인지 살핀다.

여섯째, 알려진 상호교환성(Known Interchangeability)

해당 기술 분야의 통상의 기술자(person having ordinary skill in the art, PHOSITA)가 문제되는 두 구조를 기술적으로 상호교환 가능한 것으로 이해했는지도 관련 증거가 될 수 있다.

'기술적 중요도'가 독립된 새로운 균등론 테스트인 것은 아니다. 청구항 문언과 내재적 기록을 토대로 한정사항의 법적으로 의미 있는 역할(legally relevant role)을 먼저 특정한 뒤 기존의 균등론 분석을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8. 한정사항 무력화(Claim Vitiation) — 별도의 '자동 탈락 규칙'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이 문제는 이른바 한정사항 무력화(claim vitiation)와도 맞닿아 있다.

한정사항 무력화(claim vitiation)란?
균등론을 적용한 결과 청구항의 특정 구성요소가 사실상 아무 의미도 갖지 않게 되는 상황을 말한다. 피고의 구성을 균등물로 인정했을 때 해당 구성요소가 청구항에 있든 없든 결과가 같아진다면, 그 한정사항의 의미가 '무력화(vitiated)'된다고 표현한다.

과거 판례를 지나치게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은 도식으로 이해하기 쉽다.

피고 제품이 청구항 구성요소(claim limitation)의 중요한 기능을 갖지 않는다.
→ 해당 한정사항이 무력화(vitiated)된다.
→ 균등론 적용 없음.

현대 연방순회항소법원 판례는 한정사항 무력화를 그런 독립적인 자동 예외로 취급하지 않는다. Deere & Co. v. Bush Hog, LLC, 703 F.3d 1349 (Fed. Cir. 2012) 등에서 법원은 한정사항 무력화가 균등론의 별도 예외(separate exception)가 아니라, 제출된 증거를 기준으로 합리적인 배심원(reasonable jury)이 두 구성요소를 균등하다고 판단할 수 없다는 법적 결론을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분석 순서는 다음과 같이 잡는 편이 정확하다.

  1. 청구항 한정사항(claim limitation)의 역할을 특정한다.
  2. 피고 대체 구성(accused substitute)의 실제 작동을 확인한다.
  3. 기능-방식-결과(F-W-R) 및 구조적 차이를 분석한다.
  4. 그 차이가 실질적(substantial)인지 평가한다.
  5. 증거를 기준으로 합리적인 배심원(reasonable jury)이 균등을 인정할 수 있는지 판단한다.

"기능 X가 없다 → 무력화(vitiation) → 자동 비침해"라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균등론이 존재하는 이유 자체를 훼손할 수 있다. 피고 제품에 청구항 한정사항이 문자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경우야말로 균등론이 문제되는 전형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9. "Consisting of"이면 균등론도 끝나는가?

Vehicular의 청구항에는 다음 문구가 있었다.

"spring assembly consisting of two concentric springs"
(두 개의 동심 스프링으로 구성된 스프링 조립체)

미국 특허 실무에서 "consisting of(~으로 구성된)"는 일반적으로 폐쇄형 전환어(closed transition term)로 분류된다. 청구항에 나열된 구성요소 이외의 요소를 원칙적으로 배제하므로 문언침해 분석에서는 강한 제한 효과가 있다.

그렇다고 "Consisting of가 있으므로 균등론은 법적으로 완전히 소멸한다"는 절대 규칙(categorical rule)은 없다. Vehicular II도 그런 일반 규칙을 채택하지 않았다.

"consisting of"라는 문언은 출원인이 어떤 구성 집합을 폐쇄적으로 선택했는지를 보여주는 강한 청구항 문언 지표(claim-language indicator)다. 균등론의 범위를 판단할 때 무시하기 어려운 사정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질문은 "consisting of가 있는가?"에서 끝나지 않는다.

"무엇을 폐쇄한 것인가, 그리고 피고의 대체 구성(substitute)이 그 폐쇄적으로 정의된 한정사항과 기술적으로 얼마나 다른가?"

까지 살펴야 한다.


10. 발명자의 사후 증언보다 중요한 것은 공적 특허 기록이다

Vehicular에서 또 하나 살펴볼 부분은 소송 이후 제시된 발명자 등의 설명과 특허 문서 자체 사이의 관계다.

소송에 들어간 뒤 발명자가 "그 기능은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한다고 해서 특허 문서에 명확하게 적힌 기술적 의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명세서에 특정 장점이 한 번 언급됐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곧 필수적인 청구항 기능(mandatory claim function)이 되는 것도 아니다.

발명자의 사후(事後) 증언은 내재적 기록(intrinsic record)을 뒤집는 만능 수단이 아니지만, 명세서의 모든 장점 기재가 자동으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도 아니다.

분석의 중심에는 출원 당시부터 공개된 공적 특허 기록(public patent record)이 놓인다.


11. 특허 명세서 작성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

이 판례들을 명세서 작성 관점에서 읽으면 몇 가지 실무적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아래 내용은 연방순회항소법원이 직접 선언한 명세서 작성 규칙이 아니라, 판례에서 도출할 수 있는 실무적 제언이다.

11.1 "본 발명은 반드시…"라는 표현은 필요한 경우에만

명세서에서 특정 구성을 "반드시 필요하다", "항상 수행한다", "유일한 방법이다", "본 발명의 핵심이다"라고 반복적으로 설명하면 훗날 청구범위 해석(claim construction)이나 균등론 분석에서 그 기능이 해당 한정사항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장점을 설명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Toro가 말해 주듯 명세서에 장점이 적혀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청구항 요건(claim requirement)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것은 발명의 필수 작동 원리와 특정 실시예의 장점, 선택적인 효과를 가능한 한 정확하게 구분해 작성하는 일이다.

11.2 청구항 스펙트럼(Claim Spectrum)을 만들어 두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개시 내용(disclosure)이 허용한다면 청구항 계층(claim hierarchy)을 상위 개념에서 하위 개념으로 점차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구성할 수 있다.

  • 탄성 조립체(resilient assembly) — 가장 넓은 개념
  • 스프링 기반 탄성 조립체(spring-based resilient assembly)
  • 이중 동심 스프링 조립체(dual concentric spring assembly)
  • 반대 방향으로 감긴 동심 코일 스프링(oppositely wound concentric coil springs) — 가장 좁은 개념

이렇게 하면 발명의 상위 개념과 구체적인 실시형태 사이에 권리범위의 여러 층위가 생긴다. 다만 "기능적으로 넓게 쓰면 언제나 유리하다"는 식의 접근도 위험하다. 기능적 표현은 미국 특허법 제112조 (f)항에 따른 기능식 청구항 규정(§112(f), means-plus-function claim provision), 명확성 요건(definiteness), 기재 요건(written description), 실시가능 요건(enablement) 등 별도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특허법 제112조 관련 요건 간략 설명
· 기능식 청구항 규정(§112(f), means-plus-function): "~하는 수단(means for doing)"처럼 기능으로만 표현된 청구 요소는 명세서에 기재된 구체적 구조와 그 균등물에 권리범위가 제한된다.
· 명확성 요건(definiteness): 청구항이 기술 분야의 통상의 기술자에게 권리범위를 합리적으로 확실하게 알릴 수 있도록 명확하게 작성되어야 한다는 요건.
· 기재 요건(written description): 명세서가 출원인이 청구한 발명을 충분히 기술하고 있어야 한다는 요건.
· 실시가능 요건(enablement): 통상의 기술자가 명세서를 읽고 과도한 실험 없이 발명을 실시할 수 있도록 충분히 개시되어야 한다는 요건.

12. 침해회피설계의 핵심 — 기능 하나를 없애는 것보다 '다른 원리'를 만들어라

이 판례가 연구·개발(R&D)과 자유실시분석(FTO, Freedom to Operate) 실무에서 특히 유용한 이유는 침해회피설계(design-around)의 방향을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자유실시분석(FTO, Freedom to Operate)이란?
자사 제품이나 기술이 타인의 유효한 특허를 침해하는지를 사전에 체계적으로 검토하는 작업이다. 제품 출시 전에 법적 위험을 확인하고 침해회피설계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데 활용한다.

침해회피설계는 흔히 다음과 같은 생각에서 시작한다.

특허에 부품 A가 있으니 A를 없애자.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A를 없앤 뒤 다른 부품 B가 실질적으로 A와 같은 기능을 같은 방식으로 수행한다면 균등론 문제는 그대로 남을 수 있다. 보다 강한 설계회피는 방향이 다르다.

청구된 한정사항(limitation)이 해결하는 기술적 문제를 다른 원리로 해결한다.

예를 들어 특허의 이중 스프링이 "하나가 파손돼도 다른 하나가 작동하는 중복성(redundancy)"을 중요한 역할로 갖는다면, 두 번째 스프링을 단단한 플러그로 교체하는 것보다 더 분명한 기술적 차별화는 애초에 동일한 고장 모드(failure mode)가 발생하지 않는 별도의 메커니즘을 채택하는 것일 수 있다.

  • 다른 힘 전달 경로(force transmission path)
  • 다른 재료 원리(material principle)
  • 다른 제어 방식(control method)
  • 다른 고장 모드(failure mode)
  • 다른 안전 구조(safety structure)

이러한 차이는 기능-방식-결과(F-W-R) 테스트의 방식(Way)과 비실질적 차이(insubstantial differences) 분석에서 특히 드러날 수 있다. 단순히 기능 하나를 삭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립된 대체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는 실무적 원칙이 여기에서 나온다.


13. 특허를 알고 일부러 설계회피하면 오히려 불리한가?

그 자체만으로는 그렇지 않다. 특허를 분석한 뒤 이를 침해하지 않는 대체기술을 개발하는 침해회피설계(design-around)는 특허제도가 예정한 정상적인 경쟁 행위다.

균등침해에서도 핵심은 기본적으로 피고의 주관적 의도가 아니라 피고 제품(accused product)의 기술적 구조가 청구항 한정사항(claim limitation)과 얼마나 가까운가에 있다. "우리는 경쟁사 특허를 알고 있었다"거나 "그 특허를 피하려고 구조를 바꾸었다"는 사실만으로 균등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

다만 실제 침해가 인정될 경우 특허에 대한 인식과 그 이후의 구체적인 행위는 고의 침해(willfulness) 및 미국 특허법 제284조(35 U.S.C. §284)에 따른 증액 배상(enhanced damages) 문제와 별도로 관련될 수 있다.

고의 침해(willfulness)와 증액 배상(enhanced damages)이란?
고의 침해(willfulness)는 특허 침해 사실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침해를 계속하거나 무모하게(recklessly) 위험을 감수한 경우를 말한다. 고의 침해로 인정되면 법원은 미국 특허법 제284조(§284)에 따라 손해액을 최대 3배까지 증액(enhanced damages)할 수 있다. 다만 특허에 대한 인식(knowledge alone)이 자동으로 증액 배상을 발생시키는 것은 아니다.

자유실시분석(FTO) 실무에서는 단순히 "특허를 피하려고 구조를 바꿨다"는 기록만 남기기보다 다음 내용을 기술적으로 정리해 두는 편이 훨씬 유용하다.

문제되는 한정사항은 특허 문서에서 역할 X를 수행한다.
당사 구조는 X를 수행하지 않는다.
대신 동일한 기술적 문제를 메커니즘 Y로 해결한다.
따라서 구조, 기능(function), 방식(way) 및 기술적 설계 선택(engineering trade-off)에서 실질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이 기록이 침해 여부 자체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설계 과정의 기술적 근거와 비균등 주장의 구조를 분명하게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14. 실무에서 사용할 수 있는 7단계 분석

Warner-Jenkinson–Vehicular–Toro의 흐름을 실제 침해분석이나 침해회피설계에 적용하려면 다음 순서가 유용하다. 판례가 공식적으로 선언한 하나의 7단계 테스트가 아니라, 판례의 구조를 실무용으로 정리한 분석틀이다.

Step 1 — 문제되는 청구항 한정사항(claim limitation)을 특정한다

발명 전체의 추상적 목적부터 논하기보다 어느 한정사항이 실제 쟁점인지를 먼저 정한다.

Step 2 — 한정사항의 법적으로 의미 있는 역할(legally relevant role)을 확인한다

청구항, 명세서(specification), 출원 경과(prosecution history)에서 해당 구조와 기능이 어떻게 설명되어 있는지 검토한다.

Step 3 — 핵심 역할(key role)과 부수적 장점(incidental advantage)을 구별한다

Vehicular형 핵심 역할인지, Toro형 부수적·내재적 효과인지 구별한다.

Step 4 — 피고 대체 구성(accused substitute)의 실제 작동을 확인한다

제품 도면, 회로도, 소스 코드(source code), 시험 결과, 시뮬레이션(simulation), 전문가 증거(expert evidence) 등으로 실제 기능을 확인한다.

Step 5 — 기능-방식-결과(F-W-R) 및 비실질적 차이를 한정사항별로 비교한다

높은 수준의 추상적인 "목적"이 아니라 해당 한정사항의 구체적인 기능과 작동 방식을 비교한다.

Step 6 — 별도의 균등론 제한 법리를 따로 검토한다

  • 출원 경과 금반언(prosecution history estoppel): 출원 과정에서 청구범위를 보정하거나 양보한 경우 그 보정 범위에 대한 균등론 적용을 제한하는 원칙
  • 공개-헌납 원칙(disclosure-dedication rule): 명세서에 공개했지만 청구항에 포함하지 않은 발명을 공중에 헌납된 것으로 보아 균등론 적용을 제한하는 원칙
  • 선행기술 포획 원리(prior-art ensnarement): 균등론을 적용할 경우 선행기술까지 권리범위에 포함하게 되는 경우 그 적용을 제한하는 원칙

Step 7 — 합리적인 사실인정자(factfinder)가 균등을 인정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사실인정자(factfinder)란?
재판에서 사실 문제를 판단하는 주체다. 배심원 재판(jury trial)에서는 배심원(jury)이, 배심원 없는 재판(bench trial)에서는 판사(judge)가 사실인정자 역할을 한다. 균등론은 원칙적으로 사실 문제이므로 배심원 재판에서는 배심원이 균등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한다.

처음부터 "한정사항 무력화(vitiation)"라는 라벨을 붙일 필요는 없다. 제출된 증거를 토대로 합리적인 배심원(reasonable jury)이 균등을 인정할 수 있는지를 최종적으로 살피는 것이 맞다.


15. 결론 — 균등론의 진짜 경계는 '부품의 존재'보다 '그 역할의 실질'에 있다

Vehicular Technologies를 "명세서에 적힌 장점 하나라도 피고 제품에 없으면 균등침해가 아니다"라고 읽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이 사건이 독립적인 "Missing Role Doctrine(역할 결여 법리)"이나 "All-Advantages Rule(모든 장점 요건)"을 만든 것도 아니다.

Warner-Jenkinson이 요구한 구성요소별 균등론 분석(limitation-specific DOE analysis)을 실제 기계 발명에 적용하면서 다음 원칙을 확인한 사례에 가깝다.

특허 문서가 특정 청구항 한정사항(claim limitation)에 명확하게 부여한 중요한 기술적 역할을 균등 비교에서 무시해서는 안 된다.

Toro는 그 원칙의 반대쪽 한계를 제시한다.

명세서에 어떤 기능이나 장점이 기재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기능을 새로운 청구항 요건(claim requirement)처럼 취급할 수는 없다.

VehicularToro는 충돌하는 판례라기보다 함께 읽어야 하는 판례다. 하나는 중요한 역할(role)의 결여가 왜 실질적 차이(substantial difference)가 될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 다른 하나는 명세서에 기재된 모든 장점을 핵심 역할(key role)로 승격시켜서는 안 된다는 한계를 정한다.

현대의 한정사항 무력화(claim vitiation) 판례도 비슷한 방향에 있다. 무력화라는 독립된 형식적 금지 규칙부터 적용할 것이 아니라, 각 한정사항에 대해 피고 대체 구성이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비교하고 합리적인 사실인정자(factfinder)가 균등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증거가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침해회피설계(design-around)에도 같은 관점이 적용된다. 특허의 구성요소 하나를 단순히 삭제하는 것만으로는 강한 침해회피설계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문제되는 한정사항이 왜 존재하는지, 특허에서 어떤 기술적 역할을 맡는지를 먼저 분석해야 한다.

그 역할을 수행하지 않거나, 동일한 기술적 문제를 전혀 다른 구조·원리·고장 모드(failure mode)로 해결하는 독립적인 대체 메커니즘을 설계하는 것

이러한 차이는 보다 강한 비균등(non-equivalence) 논리를 만들 수 있다.

물론 이것도 자동적인 안전지대(safe harbor)는 아니다. 균등론은 본질적으로 사실집약적(fact-intensive)이며 개별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크게 좌우된다. 다만 분석의 출발점만큼은 비교적 분명하다.

"부품이 있느냐 없느냐"에 그치지 말고, 그 청구항 한정사항(claim limitation)이 특허에서 왜 존재하는지부터 보아야 한다.

미국 균등론의 사법적 통제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Friday, August 7, 2026

회피설계의 본질은 '다른 발명'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 특허의 법적 경계를 기술적 설계공간으로 바꾸는 기업의 Design-Around 실무

특허의 법적 경계를 기술적 설계공간으로 바꾸는 기업의 Design-Around 실무

청사진 위에 놓인 제도용 펜 — 특허의 법적 경계를 기술적 설계공간으로 변환하는 회피설계 실무를 상징하는 이미지

기업이 경쟁사의 특허를 발견했을 때 가장 흔히 듣게 되는 말이 있다.

"우리 제품은 저 제품과 모양이 완전히 다릅니다."

조금 더 기술적인 조직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발명은 상대방 발명과 전체적으로 완전히 다릅니다."

두 표현 모두 회피설계의 출발점으로는 위험하다. 특히 두 번째 표현은 더 위험할 수 있다. 제품의 외형이 다르다는 판단이 시각적인 오해라면, "발명이 전체적으로 다르다"는 판단은 기술적 우월성이나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확신 때문에 정작 특허침해 판단에서 필요한 분석을 생략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특허침해에서 중요한 것은 두 제품이나 두 발명이 전체적으로 얼마나 다른가가 아니다. 먼저 보아야 할 것은 관련 청구항(claim)이 요구하는 개별 한정요소(limitation)와 그 결합관계가 대상 제품에 존재하는가이다. 제품의 외관이 완전히 달라져도 청구항의 필수 한정이 모두 구현되어 있다면 침해 문제는 남는다. 반대로 제품의 핵심 기능이나 전체적인 인상이 비슷해 보이더라도 청구항의 특정 한정요소가 빠져 있거나, 구성요소 사이의 관계와 작동원리가 실질적으로 변경되어 있다면 비침해 논리는 훨씬 강해질 수 있다.

예컨대 기존 특허가 A+B+C라는 결합을 보호하고 있는데 당사가 그보다 훨씬 뛰어난 A+B+C+D+E라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하자. 당사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기능도 개선되었고 새로운 부품도 추가되었으니 "전혀 다른 발명"이라고 느낄 수 있다. D와 E 때문에 별도의 특허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A+B+C를 실시하고 있다는 문제가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특허받을 수 있다는 것(patentability)과 타인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freedom to operate)은 다른 질문이다. 새로운 설계가 독자적인 특허성을 갖더라도 선행특허의 넓은 청구항을 실시할 수 있다.

회피설계 회의에서 "우리 발명은 전체적으로 다르다"는 말이 나오면 특허팀은 바로 다음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렇다면 상대방의 각 독립항(independent claim)에서 어느 한정요소가 우리 제품에 존재하지 않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아직 회피설계 분석은 시작되지 않은 것이다.


회피설계는 제품을 조금 바꾸는 일이 아니라 기업의 위험관리 프로세스다

회피설계(design-around)는 경쟁자의 특허발명을 그대로 실시하지 않으면서도 시장이 요구하는 기능과 가치를 달성하도록 제품의 구조, 결합관계, 작동방식 또는 공정을 변경하는 활동이다. 그 목적은 단순히 경쟁제품과 다른 제품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정확히는 특허가 법적으로 보호하는 기술적 관계를 파악하고, 그 관계의 외부에서 사업성이 있는 다른 해결책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 기업의 회피설계에서는 법률문제와 기술문제만 다루어서는 안 된다. 관련 독립항은 무엇인지, 어느 한정을 제거할 수 있는지, 문언침해(literal infringement)를 피하더라도 균등론(doctrine of equivalents)의 위험이 남는지, 심사과정에서 특허권자가 출원경과 금반언(prosecution history estoppel)의 관점에서 어떤 범위를 포기하거나 좁혔는지, 선행기술이 어떤 대체방향을 보여주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동시에 그 대체구조가 실제로 양산 가능한지, 제조원가를 감당할 수 있는지,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능을 유지하는지, 출시일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살펴야 한다.

좋은 회피설계가 반드시 법률위험이 가장 낮은 설계인 것은 아니다. 법률위험이 매우 낮더라도 새로운 금형과 공정 때문에 사업성이 사라질 수 있다. 반대로 일정한 잔존 특허위험이 있더라도 기존 설비를 활용하고 고객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면 경영진은 그 대안을 선택할 수 있다. 회피설계의 최적해는 법률위험, 기능, 가격, 제조성, 시장성의 균형점에서 결정되는 일이 많다.

특허팀의 결과물도 단순한 "침해/비침해" 의견이어서는 부족하다. 서로 다른 복수의 설계대안을 마련해 각각의 법률위험, 균등론 위험, 기술적 실행가능성, 제조비용, 시장성, 출시일정과 잔존위험을 비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특허팀의 역할은 사업을 대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진이 무엇을 얻고 무엇을 감수하는지를 이해한 상태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위험을 구조화하는 것이다.


외형을 바꾸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은 '전체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회피설계를 처음 접하는 조직에서는 색상, 크기, 형상, 부품의 위치를 바꾸는 데 많은 관심을 둔다. 하지만 청구항이 그러한 외관적 특징을 한정하고 있지 않다면 그 차이는 침해 판단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지 않을 수 있다.

명칭 변경도 마찬가지다. 특허청구항에 "고정나사"라고 쓰여 있는데 당사 도면에서는 동일한 구조를 "고정볼트" 또는 "잠금핀"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법적 차이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허에서 중요한 것은 부품에 붙인 이름이 아니라 실제 구조, 기능 및 다른 구성과의 관계다. 단순한 명칭 변경은 회피설계가 아니다.

더 주의해야 할 것은 기술자 스스로 "전체적으로 다른 발명"이라고 판단하는 경우다. 새로운 기능이 많이 추가되고 시스템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전체적인 기술적 차이는 커진다. 하지만 특허침해 판단에서는 그 많은 차이가 아니라 상대방 청구항에 포함된 특정 구성관계가 여전히 남아 있는가가 문제될 수 있다.

회피설계에서는 "얼마나 많이 바꿀 것인가"보다 "무엇을 바꿀 것인가"가 중요하다.

실무적으로는 단순한 명칭변경이나 외형변경보다 위치와 결합관계의 변경이 중요할 수 있다. 더 강한 차이는 힘·신호·물질의 전달경로나 작동원리를 바꿀 때 생긴다. 가능하다면 특허가 요구하는 특정 요소 자체가 필요 없는 새로운 원리를 찾는 것이 좋다.

물론 "작동원리를 바꾸면 언제나 비침해"라는 공식은 없다. 최종 판단은 언제나 청구항 문언과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이루어진다. 다만 R&D에 전달할 설계질문은 "비슷한 부품을 무엇으로 교체할 것인가"보다 "이 구성 자체가 필요 없는 해결책을 만들 수 없는가"에 가까워야 한다.


제품을 먼저 만들고 특허팀이 나중에 비침해 논리를 만드는 방식은 가장 비싼 회피설계다

많은 기업에서 특허검토는 아직도 개발절차의 마지막 단계에 위치한다.

제품을 설계하고, 시제품을 만들고, 금형을 제작하고, 부품을 발주하고, 생산계획까지 수립한 다음 출시 직전에 특허팀에 검토를 요청한다. 문제는 특허팀이 검토를 시작할 때 이미 제품을 바꾸기 어려워졌다는 데 있다.

이 단계에서 위험한 특허가 발견되면 문제는 더 이상 순수한 법률문제나 기술문제가 아니다. 금형비, 인증비, 부품 선발주, 개발일정, 판매계획 등 상당한 매몰비용이 이미 발생해 있다. R&D와 사업부서는 "지금 와서 어떻게 다시 설계하느냐"고 반발하고, 특허팀은 제품을 실제로 변경하는 대신 이미 만들어진 제품을 비침해라고 설명할 수 있는 논리를 찾아야 한다는 압력을 받는다.

이때 회피설계는 쉽게 사후 정당화(post-hoc rationalization)로 변한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러한 업무방식 때문에 향후 분쟁에서 회사의 행동을 설명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경쟁특허의 존재와 상당한 침해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의도적으로 실질적인 검토를 뒤로 미루거나, 설계변경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시점에서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한 분석만을 진행하고, 문제를 인식한 뒤에도 별다른 대응 없이 제품을 계속 판매하였다면, 향후 고의침해(willful infringement, 의도된 무시 포함; 미국 특허법 기준) 또는 고의(미필적 고의포함) 침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한국 특허법 제128조 제9항, 손해액의 5배 범위)이 문제되는 상황에서 회사가 합리적이고 선의의 위험관리 절차를 거쳤다고 설명하기 어려운 사실관계가 쌓일 수 있다.

다만 여기서도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 특허를 알았다는 사실만으로 고의침해가 자동으로 성립하는 것도 아니고, 반드시 사전에 특정 형식의 의견서를 받아야만 위험을 피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이해해서도 안 된다. 중요한 것은 특허위험을 인식했을 때 회사가 실제로 무엇을 조사하고, 누구와 논의하고, 어떤 대안을 검토하고, 그 결과 제품을 어떻게 변경하거나 위험을 관리했는가, 그 위험을 알고도 어쩔 수 없다고 용인했는지 여부이다.

올바른 순서는 반대여야 한다.

권장 프로세스 (Recommended Process Flow)
특허분석 법적 경계 파악 설계조건 도출 복수 대안 개발 재검토 시제품 양산설계 확정 출시

특허팀은 완성된 제품에 법률논리를 붙이는 마지막 검수부서가 아니라 개발 초기부터 설계조건을 제공하는 참여자다. 회피설계의 첫 회의를 기술개발이 완료된 뒤가 아니라 개발 초기의 법적 경계 설정 단계에 배치해야 하는 이유다.


회피설계는 네 번의 다른 회의로 운영해야 한다

실무적으로 회피설계 프로젝트를 하나의 회의에서 끝내려고 하면 역할이 섞인다. 특허팀, R&D, 생산, 마케팅과 경영진은 같은 질문에 답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회의의 목적을 네 단계로 분리하면 무엇을 준비하고 누가 결정해야 하는지가 명확해진다.

특히 적대적 검증(adversarial stress test)의 위치가 중요하다. 이 단계는 R&D와의 협업 이전, 즉 법적 경계조건이 엔지니어에게 전달되기 전에 배치되어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법적 경계조건을 설계질문으로 내려보내면, 이후 엔지니어가 만든 설계 전체가 잘못된 전제 위에 서게 되기 때문이다.

Meeting 1. 특허팀이 먼저 법적 경계선을 설정한다

첫 회의는 아이디어 회의가 아니다. 특허팀 내부에서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가"를 정리하는 법률적 준비단계다.

가장 먼저 모든 관련 독립항을 확인해야 한다. 하나의 독립항을 피했다고 특허 전체를 회피한 것이 아니며, 특정 종속항(dependent claim)의 요소를 제거했다고 상위 독립항까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독립항이 여러 개라면 서로 다른 보호축이 존재할 가능성을 전제로 각각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만약 독립항의 비침해 이유가 명백하게 구성요소 하나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선행 공지기술을 포함하여 균등침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면 이를 인용하는 종속항도 회피의 대상으로 살펴야 한다 (본 주제는 다른 블로거 참조).

청구항은 한정요소별로 분해한다. 단순히 부품명만 표에 옮겨서는 부족하다. 어느 구성요소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과 연결되는지, 어떤 힘이나 신호를 전달하는지, 특정 기능이 어떤 관계로 구현되는지를 함께 분석해야 한다.

심사경과(prosecution history)도 시간순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최초 청구항은 무엇이었는지, 어떤 선행기술 때문에 거절되었는지, 출원인이 무엇을 주장했는지, 어떤 표현을 추가하거나 좁혔는지, 최종 청구항이 무엇을 통해 선행기술과 구별되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단순한 청구항 요약표보다 "왜 그 문언이 청구항에 들어왔는가"가 회피설계에서는 더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선행기술은 무효자료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회피설계와 무효분석은 서로 다른 작업이지만, 선행기술을 보면 특허권자가 어떤 영역에서 벗어나야 등록을 받을 수 있었는지 알 수 있다. 특허가 선행기술과 구별되면서 현재의 범위를 얻었다면 경쟁자는 경우에 따라 그 선행기술 방향으로 되돌아가는 설계를 검토할 수 있다.

Meeting 1의 최종 산출물은 "침해 가능성이 있습니다"라는 보고가 아니다. R&D가 실제 설계에 사용할 수 있는 법적 경계조건과 변경 우선순위여야 한다.

Meeting 2. 법적 경계분석을 적대적 관점에서 먼저 검증한다

Meeting 1에서 특허팀이 법적 경계조건을 정리했다고 해서 그 분석이 충분히 검증된 것은 아니다. 특허팀 내부에서 오래 검토할수록 자신의 청구항 해석에 확신이 생기고,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자신에게 유리한 청구항 해석만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심사경과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읽으며, 선행기술이 현재 분석을 지지한다고 과도하게 확신하기 쉽다.

이 편향을 R&D 회의에 들어가기 전에 깨는 것이 두 번째 회의의 목적이다. 검증되지 않은 법적 경계조건이 설계질문으로 내려가면, 이후 엔지니어가 만드는 설계 전체가 잘못된 전제 위에 서게 된다. 그때 가서야 취약점이 드러나면 이미 R&D 자원이 낭비된 뒤다.

두 번째 회의는 의도적으로 역할을 뒤집는 적대적 검증(adversarial stress test)이어야 한다. 특허팀 내부에서, 또는 외부 전문가와 함께 Meeting 1에서 도출한 법적 경계분석 자체를 상대방 특허권자의 관점에서 가장 강하게 공격해 본다.

"우리가 missing element로 분류한 요소는 이름만 바뀌었을 뿐 실질적으로 동일한 구성이다."

"우리가 different element로 표시한 구성은 위치만 약간 이동한 것으로, 동일한 기술적 관계가 유지된다."

"function·way·result 기준(미국 균등론 테스트) 또는 과제해결원리 동일성 기준(한국 대법원 기준)으로 볼 때 균등론이 적용될 수 있다."

"심사과정에서 포기한 범위는 우리가 의존하는 방향만큼 넓지 않다."

"우리가 회피 근거로 인용하는 선행기술은 현재 분석 대상 구조와 실질적으로 다르다."

이런 공격을 가장 강하게 구성한 뒤에도 법적 경계분석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그때 비로소 R&D에 전달할 설계조건으로서의 신뢰성이 확보된다. Meeting 2의 최종 산출물은 취약점이 보완되거나 명시적으로 표시된 검증된 법적 경계조건이다. 이 조건만 Meeting 3으로 넘어간다.

Meeting 3. 검증된 법적 경계를 엔지니어링 질문으로 번역한다

세 번째 회의부터 R&D와 필요한 경우 생산·마케팅 담당자가 참여한다. 이 단계에서 특허팀은 검증된 청구항 분석을 설계 가능한 질문으로 바꿔야 한다. 청구항 설명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 특허를 침해하지 않도록 만들어 달라"고만 하면 엔지니어는 어디를 바꾸어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 설계질문은 다음처럼 구체적이어야 한다.

  • "본체 내부의 지지관계를 없앨 수 있는가?"
  • "직접결합을 다른 힘의 전달경로로 변경할 수 있는가?"
  • "회전운동 대신 선형운동으로 같은 기능을 만들 수 있는가?"
  • "특정 고정요소 자체가 필요 없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는가?"

법률가는 권리범위와 위험요소를 설명하지만 실제 구현 가능성, 성능, 안전성, 제조성까지 혼자 판단해서는 안 된다. R&D가 법적 경계 밖의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특허팀이 이를 다시 청구항별로 검증하는 반복구조가 가장 바람직하다.

이 단계에서는 반드시 복수의 설계안을 만들어야 한다. 하나의 회피안만 가지고 있으면 법률검토 결과가 좋지 않거나 제조원가가 높게 나오거나 고객 요구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때 선택지가 사라진다.

회피설계는 하나의 정답을 찾는 작업보다 선택 가능한 설계공간(design space)을 넓히는 작업에 가깝다.

Meeting 4. 특허문제를 경영의 선택문제로 바꾼다

네 번째 회의에서는 기술적으로 가능한 복수의 설계안을 법률·기술·사업 관점에서 함께 비교해야 한다. Meeting 2에서 이미 법적 경계분석 자체를 적대적으로 검증했으므로, 여기서는 각 설계안의 상대적 방어력과 사업적 실행 가능성을 비교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모든 관련 독립항에 대해 문언침해를 피하는지부터 본다. 하나의 한정요소만 달라졌다면 그 한 요소에 대한 청구항 해석이 불리해지는 순간 전체 방어가 무너질 수 있다. 가능하다면 복수의 missing 또는 different element를 만드는 것이 좋다.

균등론 위험도 검토해야 한다. 명칭만 달라졌는지, 위치만 약간 이동했는지, 아니면 기능을 달성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는지를 공격자의 관점에서도 살핀다. 심사경과와 선행기술이 현재 설계를 얼마나 지지하는지도 본다.

이제 법률가가 판단할 수 없는 문제가 등장한다. 제조 가능한가. 신규 금형이 필요한가. 부품수가 늘어나는가. 수율은 떨어지지 않는가. 고객이 원하는 핵심 성능은 유지되는가. 출시가 얼마나 지연되는가. 기존 재고와 설비의 매몰비용은 얼마인가.

이 단계부터 "가장 안전한 설계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회사에 가장 좋은 설계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바뀐다.

특허팀은 여기서 결정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 특허팀은 어떤 설계가 상대적으로 강한 방어를 갖는지, 어떤 논리가 취약한지, 어느 정도의 잔존위험이 있는지를 설명한다. R&D는 기술적 feasibility를, 생산부서는 양산성과 원가를, 마케팅은 고객가치의 마지노선을 제시한다. 최종적으로 어느 위험을 감수할지는 경영진이 결정해야 한다. 이처럼 역할을 나누면 회피설계가 법무적 금지절차가 아니라 기업 의사결정 체계로 작동한다.

좋은 회피설계는 하나의 차이에 모든 것을 걸지 않는다. 복수의 missing/different element, 독립항별 별도 방어, 심사경과의 지지, 선행기술의 지지, 기술원리의 실질적 차이가 서로 겹치는 다층적 방어구조가 훨씬 안정적이다.


"절대로 침해하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에는 답하는 방법부터 달라져야 한다

회피설계 프로젝트가 상당히 진행되면 CEO나 연구소장이 마지막으로 묻는다.

"그러면 이 제품은 이제 절대로 침해하지 않는 것인가?"

이 질문에 "예"라고 답하기는 어렵다.

첫째, 청구항 해석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둘째, 문언침해를 피하더라도 균등론이라는 별도의 문제가 남을 수 있다. 셋째, 분석대상으로 삼지 않은 다른 특허가 존재할 수 있다. 특정 특허를 회피했다는 것과 제품 전체에 대한 FTO(Freedom to Operate)가 확보되었다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현실이 있다.

실제 판매제품이 지금 특허팀이 검토한 제품과 같다는 보장이 없으며, 결국 침해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제3자이다. 특허팀과 기술진이 아무리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비침해라고 판단하더라도, 실제 분쟁에서 판단권을 가진 판사가 우리와 같은 청구항 해석과 법적 평가에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특허팀의 보고는 "이 제품은 침해하지 않습니다"라는 단정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정확히 보고하려면 다음과 같이 표현해야 한다.

"현재 검토된 특허와 확정 설계도면을 전제로 할 때 이 설계가 가장 다층적인 비침해 방어를 제공한다. 다만 이러한 평가는 현재 확보된 자료와 당사의 법률적·기술적 분석을 기초로 한 것이며, 실제 분쟁에서 법원이 동일한 청구항 해석과 침해 판단을 채택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실제 양산·판매제품의 사양이 변경되는 경우에는 다시 검토해야 한다."

회피설계에서는 확신의 숫자보다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그 판단이 어떤 사실과 전제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회피설계는 Design Freeze에서 끝나지 않는다

아무리 훌륭한 회피설계를 하더라도 특허팀이 검토한 제품과 실제 판매제품이 달라지면 분석의 전제가 무너진다.

출시 후 원가절감을 위해 구매팀이 대체부품을 채택할 수 있다. 생산팀이 조립성을 높이기 위해 구조를 조금 변경할 수도 있다. 협력업체가 부품수급 문제 때문에 다른 사양을 사용할 수도 있고, 엔지니어가 성능개선을 위해 예전 구조 일부를 되돌릴 수도 있다.

그 작은 변경이 공교롭게도 회피설계를 위해 의도적으로 제거한 청구항 요소를 다시 제품 안으로 가져올 수 있다.

Design Freeze는 단순히 개발일정을 관리하기 위한 절차가 아니다. 특허위험 관리에서도 중요한 통제점이다. 법률검토의 전제가 된 CAD, BOM, 시제품과 실제 양산사양이 일치해야 하고, 이후 중요한 설계변경은 특허팀의 재검토 없이 바로 양산에 반영되지 않도록 변경관리(change control) 절차를 두어야 한다. 제품 출시 이후 사양이 변경되는 경우 다시 관련 독립항 전체와 비교해야 한다.

회피설계는 의견서를 완성하는 날 끝나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실제 판매제품이 회피된 구조를 유지하는 동안 계속되는 lifecycle 관리 활동이다.


특허팀의 역할은 '위험 발견'에서 '설계공간 창출'로 바뀌어야 한다

기업에서 특허팀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말은 "위험하니 하지 마십시오"이다. 그러나 사업부는 위험의 존재를 알리는 데 그치지 않는 답을 기대한다.

한 단계 더 나아간 특허팀은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구조는 이 독립항에 의해 위험하다. 하지만 이 결합관계를 제거하거나 작동원리를 바꾸면 상대적으로 강한 비침해 방어가 가능하다. 첫 번째 방법은 원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고, 두 번째 방법은 성능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R&D와 생산에서 복수의 대안을 만들어 달라."

이때 특허팀은 설계자가 아니다. 엔지니어 역시 청구항 해석자가 아니다.

특허팀은 법적 경계와 위험요인을 제시하고, R&D는 그 경계 밖에 존재하는 기술적 해결책을 만든다. 생산부서는 양산성과 원가를 확인하고, 마케팅은 고객가치와 사양의 마지노선을 제시한다. 경영진은 남아 있는 위험과 사업적 이익을 비교하여 최종적으로 선택한다.

특허팀의 역할은 risk detection을 넘어 risk translation, risk structuring, design-space creation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회피설계에서 선행기술은 '특허를 죽이는 자료'만이 아니다

회피설계에서 선행기술(prior art)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통상 특허실무에서 선행기술을 검색하는 직접적인 목적은 신규성이나 진보성을 공격하는 데 있다. 그러나 회피설계에서는 선행기술이 "어디로 제품을 움직일 것인가"를 알려주는 설계지도 역할도 한다.

특허권자가 기존기술 A와 차별화하기 위하여 B라는 관계를 청구항에 추가하고 "우리 발명은 A와 다르다"고 주장하여 등록받았다고 하자. 경쟁기업에게 B를 조금 변형하는 것만이 유일한 길은 아니다. 오히려 B를 제거하고 A의 기술공간 또는 그 주변으로 돌아가는 설계가 더 안정적인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접근은 청구항 문언을 피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특허권자가 균등론을 이용하여 자신의 권리범위를 지나치게 넓혀 당사 설계까지 포섭하려 할 경우, 그 확대된 범위가 선행기술과 충돌하는지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선행기술 항변(ensnarement defense)이라 하며, 미국에서는 Wilson Sporting Goods Co. v. David Geoffrey & Assocs. (Fed. Cir. 1990) 이후 확립된 법리다. 한국에서도 대법원은 균등론 적용 시 확장된 권리범위가 선행기술의 영역을 포함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적용이 제한될 수 있다는 법리를 인정하고 있다.

회피설계에서 반드시 던져야 할 질문은 다음과 같다.

"이 특허는 기존 기술의 무엇과 구별되어 현재의 권리범위를 얻었는가?"

이어서 물어야 한다.

"우리는 그 경계의 반대편으로 돌아갈 수 있는가?"

그래서 등록청구항의 단어만 읽어서는 특허권의 실질적인 경계를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 그 단어가 선행기술과의 논쟁 속에서 왜 들어왔는지를 이해해야 하고, 좋은 회피설계는 바로 그 역사를 기술적 설계공간으로 변환한다.


기업의 특허전문가는 미래의 사실관계를 바꾸는 사람이다

법학 교육에서는 보통 이미 일어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한다. 제품은 이미 존재하고, 특허청구항도 확정되어 있으며, 학생은 둘을 비교해서 침해 여부를 판단한다.

기업의 회피설계는 다르다.

아직 제품을 바꿀 수 있다.

즉 미래의 분쟁에서 법원이 보게 될 사실관계를 회사가 지금 만들어 가고 있다.

그래서 기업의 IP 책임자는 단순히 "법원이 이 제품을 침해라고 판단할 것인가"를 예측하는 사람에 그쳐서는 안 된다. 더 중요한 일은 법원이 훗날 판단하게 될 제품의 구조 자체를 지금 더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도록 개발과정에 개입하는 것이다.

청구항을 분해하고, 심사경과를 통해 권리의 경계를 파악하고, 선행기술에서 대체공간을 찾고, 이를 기술적 설계조건으로 바꾸어 엔지니어에게 전달한다. 엔지니어가 새로운 구조를 제안하면 다시 청구항과 비교하고, 공격자의 관점에서 검증하고, 경영진에게 남은 위험과 비용을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특허법의 언어를 엔지니어링의 언어로 옮기고, 엔지니어링의 선택지는 다시 경영의 언어로 풀어낸다.

이것이 기업에서 회피설계를 제대로 운영한다는 의미다.


좋은 회피설계의 목표는 "경쟁제품과 전혀 다르게 보이는 제품"도 아니고 "전체적으로 완전히 다른 발명"도 아니다.

경쟁특허가 법적으로 보호하는 기술적 관계를 정확히 찾아내고, 그 관계 밖에서 시장성이 있는 다른 기술적 해결책을 만들며, 그 선택에 남아 있는 위험까지 회사가 알고 관리하는 것.

그것이 회피설계의 본질이다.

Thursday, August 6, 2026

더 넓은 청구항은 비침해인데, 더 좁은 청구항은 균등침해가 될 수 있다

― '3바퀴 조향차'로 이해하는 균등론(Doctrine of Equivalents), 선행기술 포섭 금지(Ensnarement)와 청구항 작성 전략

특허침해의 일반적인 직관은 단순하다. 독립항이 침해되지 않으면 그 독립항의 모든 한정을 포함하는 종속항도 침해되지 않는다. 문언침해(literal infringement)에서는 이 명제가 거의 정의에 가깝다. 예컨대 독립항이 "네 개의 바퀴를 포함하는 차량"이고 피고 제품이 세 바퀴 차량이라면, 피고 제품은 독립항의 '네 개'라는 문언을 충족하지 않는다. 그 독립항을 인용하면서 조향장치를 추가한 종속항도 당연히 문언침해가 아니다.

그런데 독립항의 비침해 이유가 단순히 구성요소 하나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그 구성요소를 피고 제품까지 균등론으로 확장하면 선행기술까지 포섭하게 된다는 점이라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독립항보다 좁은 종속항에는 선행기술과 구별되는 추가 한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 추가 한정까지 포함한 종속항의 가상청구항(hypothetical claim)은 선행기술을 피하면서도 피고 제품을 포괄할 수 있다. 이때 "더 넓은 독립항은 균등 비침해, 더 좁은 종속항은 균등침해"라는 역설이 이론상 성립한다.

이 명제는 단순한 사고실험이 아니다.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Federal Circuit)은 Wilson Sporting Goods Co. v. David Geoffrey & Associates, 904 F.2d 677, 684–85 (Fed. Cir. 1990)에서 독립항의 균등범위가 선행기술에 막히더라도, 추가 한정을 가진 종속항은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다만 Wilson 사건 자체에서는 종속항의 추가 한정도 선행기술에 나타나 있었으므로 최종적으로 어느 종속항도 침해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 글의 차량 사례는 Wilson의 법리를 설명하기 위해 사실관계를 단순화한 가상 사례이지, 실제 판결의 사실관계나 결론은 아니다.


1. 균등론은 왜 생겼고, 왜 다시 제한되었나

균등론(Doctrine of Equivalents)은 청구항 문언의 사소한 변경만으로 특허를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발전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Graver Tank & Manufacturing Co. v. Linde Air Products Co., 339 U.S. 605, 607–09 (1950)에서 문언을 그대로 복제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으로 동일한 요소를 치환한 경우 침해가 성립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흔히 대체요소가 실질적으로 동일한 기능(function)을, 실질적으로 동일한 방식(way)으로 수행하여, 실질적으로 동일한 결과(result)를 내는지를 보는 F-W-R 분석이나 '비실질적 차이(insubstantial differences)' 분석이 사용된다.

그러나 균등론은 청구항의 공시 기능과 긴장한다. 경쟁자는 등록된 청구항을 읽고 무엇이 금지되는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연방대법원은 Warner-Jenkinson Co. v. Hilton Davis Chemical Co., 520 U.S. 17, 29–30, 40 (1997)에서 균등론의 존속을 확인하면서도, 발명 전체를 막연히 비교할 것이 아니라 청구항의 각 한정요소별로 균등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all-elements rule)을 연방대법원 차원에서 재확인했다. 즉, 피고 제품에는 각 청구요소 자체 또는 그 균등물이 존재해야 하며, 균등론으로 특정 한정을 사실상 삭제해서는 안 된다.

이 균형은 추가로 여러 제한 법리로 강화되었다. 심사 중 특허성을 확보하기 위해 좁힌 범위는 출원경과 금반언(prosecution history estoppel)으로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Festo Corp. v. Shoketsu Kinzoku Kogyo Kabushiki Co., 535 U.S. 722 (2002)는 특허성과 관련된 보정이 있는 경우 포기된 범위에 대해 균등론 회복 불가능 추정이 적용되며, 이를 번복하려면 특허권자가 ① 보정 당시 해당 균등물이 예측 불가능했거나, ② 포기가 균등물과 단지 주변적으로 관련될 뿐이거나, ③ 출원인이 보정으로 해당 균등물까지 포기했다고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없었음을 입증해야 한다고 확인했다. 한편 명세서에 구체적으로 개시했지만 청구하지 않은 대안은 공중에 제공된 것으로 취급될 수 있고(Johnson & Johnston Associates Inc. v. R.E. Service Co., 285 F.3d 1046, 1054–55 (Fed. Cir. 2002) (en banc)), 이 글의 중심인 선행기술 포섭 금지(ensnarement)는 특허권자가 애초에 특허청에서 문언으로 받을 수 없었던 범위를 균등론을 통해 법정에서 얻지 못하게 한다.

균등침해 판단의 네 관문

  1. 피고 제품이 청구항 문언을 충족하는가.
  2. 충족하지 않는 각 한정에 대응하는 대체요소가 실질적으로 균등한가.
  3. 출원경과 금반언, 공중 제공(dedication to the public),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 등 별도의 제한에 걸리는가.
  4. 주장하는 균등범위가 선행기술을 포섭하는가.

이 네 관문은 서로 대체되지 않는다. 가상청구항이 선행기술을 피한다는 사실만으로 균등침해가 성립하는 것도 아니고, F-W-R이 같다는 사실만으로 선행기술 장벽을 넘는 것도 아니다.


2. Wilson Sporting Goods: 가상청구항 분석의 탄생

Wilson 사건은 골프공 표면의 딤플 배열에 관한 분쟁이었다. 특허청구항은 특정 큰원(great circle)을 딤플이 교차하지 않는 구조를 요구했지만, 피고 골프공에는 큰원과 미세하게 교차하는 딤플이 있었다. 따라서 문언침해는 아니었다. 특허권자는 그 차이가 비실질적이라고 주장했지만, 피고 제품을 포함할 정도로 균등범위를 넓히면 당시의 Uniroyal 선행 골프공과 구별하기 어려워졌다.

자일스 리치(Giles S. Rich) 판사는 이 문제를 익숙한 특허성 분석으로 바꾸었다. 첫째, 피고 제품을 문언상 포함할 정도로 실제 청구항을 필요한 만큼만 넓힌 '가상청구항(hypothetical claim)'을 만든다. 둘째, 그 가상청구항이 관련 선행기술에 대해 신규하고 비자명하여 특허청에서 허여될 수 있었는지를 묻는다. 허여될 수 없었다면 특허권자가 요구하는 균등범위는 허용되지 않는다. 법원이 실제 청구항을 고쳐 쓰는 것이 아니라, 주장된 균등범위의 외곽선을 특허성의 언어로 검증하는 분석 도구인 셈이다.

후속 판례는 이 도구를 정교화했다. Conroy v. Reebok International Ltd., 14 F.3d 1570, 1576–77 (Fed. Cir. 1994)은 가상청구항 분석이 유용하지만 유일하거나 의무적인 방법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반면 Jang v. Boston Scientific Corp., 872 F.3d 1275, 1285–87 (Fed. Cir. 2017)은 특허권자가 이 방법을 선택한다면 적법한 가상청구항을 제시하고 그 특허 가능성을 설득해야 한다고 확인했다. 피고는 문제 되는 선행기술을 제시할 생산책임(burden of production)을 지지만, 가상청구항이 그 선행기술에도 불구하고 특허 가능하다는 최종 설득책임(burden of persuasion)은 특허권자에게 있다. 또한 가상청구항은 피고 제품을 포섭하기 위해 실제 청구항을 넓힐 수만 있을 뿐, 다른 부분에 새로운 한정을 덧붙여 선행기술을 교묘히 피하도록 '넓혔다 좁혔다' 할 수 없다.

중요한 점은 ensnarement가 실제 청구항의 무효 판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청구항은 그대로 유효할 수 있다. 다만 특허권자가 특정 피고 제품에 대해 요구한 균등범위만 선행기술 때문에 허용되지 않는다.


3. 가상청구항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 무엇이 '빠진 요소'인가

네 바퀴 청구항과 세 바퀴 제품을 비교하면 "바퀴 하나가 없으므로 균등론도 진입하지 못하고 끝나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이 자연스럽다. 이 문제를 풀지 않고 곧바로 가상청구항을 만들면 분석 순서가 뒤바뀐다. 먼저 피고 제품에 문제의 청구항 한정 또는 그 균등물이 있는지를 요소별로 판단하고, 그 관문을 통과한 뒤에야 주장된 균등범위가 선행기술을 포섭하는지 검토해야 한다.

3.1 물리적 부품, 요소와 한정사항

특허문헌에서 element는 때로 물리적 부품을, 때로 청구항의 법적 한정사항을 가리켜 혼란을 일으킨다. 이 글에서는 다음과 같이 구별한다.

개념 의미 차량 사례
물리적 부품
(physical component)
실시제품을 실제로 구성하는 물체 개별 바퀴, 차축, 조향링크
청구항 요소
(element)
문맥에 따라 부품 또는 한정사항을 지칭하는 다의적 표현 "주행부", "제4 바퀴"
청구항 한정사항
(claim limitation)
청구범위를 제한하는 단어·구·수치·공간적 또는 기능적 관계 "네 개의", "차체를 지지하도록 구성된"
균등물
(equivalent substitute)
문언상 한정을 충족하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대응한다고 주장되는 피고 측 구조 세 바퀴 주행부가 네 바퀴 주행부와 균등한지

하나의 물리적 부품에 여러 한정사항이 붙을 수 있고, 여러 부품의 결합이 하나의 한정사항에 대응할 수도 있다. 따라서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all-elements rule)은 청구항에 적힌 물리적 명사의 개수를 기계적으로 세는 규칙이 아니라, 올바르게 해석된 모든 청구항 한정 또는 그 균등물이 피고 제품의 어딘가에 존재하는지를 묻는 규칙이다.

3.2 Corning Glass: 물리적 부품과 청구항 한정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이 구별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판례가 Corning Glass Works v. Sumitomo Electric U.S.A., 868 F.2d 1251, 1259 (Fed. Cir. 1989)이다. 청구항은 광섬유의 코어에 양의 도펀트를 첨가하여 굴절률을 높이는 구성을 요구했다. 피고 제품은 코어에 도펀트를 넣지 않고 클래딩에 음의 도펀트를 넣어 같은 굴절률 차이를 만들었다. 피고는 "도핑된 코어라는 요소가 완전히 없다"고 주장했다.

연방순회항소법원은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에서 말하는 element는 청구항의 한정사항을 뜻하며, 그 균등물이 반드시 피고 제품의 일대일 대응 부품이나 동일한 위치에 있을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코어 도핑이라는 물리적 구성이 없더라도 그 한정의 기술적 역할이 클래딩 도핑에 의해 실질적으로 구현될 수 있었다. 법원은 모든 한정 또는 그 균등물이 피고 장치의 "어딘가"에서 발견되어야 하지만 반드시 대응 부품에서 발견될 필요는 없다고 판시했다.

이 판례는 물리적 부품 하나가 없다는 사실만으로 균등론이 자동 배제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어떤 명확한 한정도 무시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Warner-Jenkinson은 각 청구항 한정이 모두 중요하며, 균등론을 적용하여 한정을 사실상 제거해서는 안 된다고 재확인했다.

3.3 문언상 부재와 요소 무시(Vitiation)는 동일하지 않다

Deere & Co. v. Bush Hog, LLC, 703 F.3d 1349, 1356–57 (Fed. Cir. 2012)은 피고 제품에 청구요소가 문언상 없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요소 무시(vitiation)을 선언하면 균등론 자체를 삼키게 된다고 경고했다. 균등론은 원래 문언상 빠진 한정이 대체구조에 의해 실질적으로 충족되는지를 묻기 때문이다. 요소 무시는 독립된 자동 금지규칙이라기보다, 증거상 합리적인 배심원이 청구된 한정과 피고의 대체구조를 균등하다고 판단할 수 없는 경우 법원이 비침해로 정리하는 법적 결론이다.

Vitiation은 DOE의 "예외"가 아니라, "어떠한 합리적인 배심원도 두 요소를 균등하다고 볼 수 없을 때"의 법적 결론(legal determination)이다.

DOE는 본질적으로 "문언상 요소가 빠져 있고, 이를 등가물로 채우는 상황"을 전제하므로, 그냥 '요소가 없다'는 사실만으로 vitiation을 선언하면 DOE가 스스로를 삼키게 된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vitiation 논점은 "문언상 부재"를 근거로 자동적으로 적용되는 별도 금지규칙이 아니라, 증거 전체를 봤을 때 등가성이 성립할 여지가 전혀 없다는 요약적 판단에 가까운 법적 레이블이다.

문언상 부재와 요소의 무시의 차이는 크게 두 축에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개념·위치의 차이 (사실 vs. 법적 결론)

  • 문언상 부재(literal absence): 청구항 특정 한정사항이 피고 제품·방법에서 문자 그대로 대응부가 없는 사실 상태를 말한다. 예컨대 청구항에 "세 번째 센서"가 있지만 피고 제품에는 센서가 두 개뿐인 경우, 세 번째 센서 한정은 문언상 부재다.
  • 요소 vitiation(element vitiation): DOE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특정 청구요소를 사실상 완전히 삭제·무시해 버려, 그 요소가 더 이상 범위 제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Deere 등 연방순회항소법원 판례가 말하는 vitiation은 "어떠한 합리적인 배심원도 두 요소를 균등하다고 볼 수 없을 때" 법원이 내리는 법적 결론이지, 단순히 문언상 요소가 없다는 사실 그 자체를 의미하지 않는다.

정리하면: 문언상 부재 = 사실 관계, vitiation = DOE 평가 후 등가성이 성립할 여지가 전혀 없다는 법적 요약·레이블이다.

둘째, DOE·all-elements rule과의 관계 차이

  • DOE는 본질적으로 "청구요소가 문언상 빠져 있고, 그 자리를 대체구조가 실질적으로 채우는지"를 묻는 법리다. 따라서 문언상 부재는 DOE의 출발점이지, DOE를 금지하는 사유가 아니다.
  • all-elements rule /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은 "청구항의 각 요소를 독립적으로 고려해서, 어느 한 요소라도 문언·균등으로 충족되지 않으면 침해가 없다"고 요구한다.
  • vitiation은 이 두 원칙이 충돌하는 경계에서 작동한다. 균등론으로 특정 요소를 충족시킨다고 주장하지만, 그 주장을 받아들이면 해당 요소가 사실상 완전히 무시되어 all-elements rule을 사실상 생략하는 정도로 범위 제한 기능을 잃는 경우, 법원이 "그건 균등이 아니라 요소 vitiation이므로 허용할 수 없다"고 비침해를 선언한다.

반대로 명확한 구조·수치 한정의 반대편을 균등물로 주장하면 균등론이 차단될 수 있다. Freedman Seating v. American Seating, 420 F.3d 1350, 1358–62 (Fed. Cir. 2005)은 "미끄럼 가능하게 장착"된 구조와 회전축을 이용한 "회전 가능 장착" 구조의 운동학적 차이 때문에 균등침해를 부정했다. Moore U.S.A. v. Standard Register, 229 F.3d 1091, 1106 (Fed. Cir. 2000)은 청구된 "과반(majority)"에 대해 피고의 47.8%라는 소수 범위를 균등물로 인정하면 과반이라는 수치적 경계를 무의미하게 만든다고 보았다.

판례 문언상 차이 결과 핵심 이유
Corning Glass 코어 도핑 없음, 클래딩 도핑 존재 균등 인정 한정의 기술적 역할이 다른 위치에서 구현
Deere 직접 접촉 대신 중간 연결부 균등 판단 가능 단순한 문언상 부재는 자동적 요소 소멸이 아님
Freedman Seating 미끄럼 장착 대신 회전 장착 균등 부정 근본적으로 다른 운동학적 방식
Moore 과반 대신 47.8% 균등 부정 명확한 수량 범주를 사실상 삭제
네 바퀴 사례 네 바퀴 대신 세 바퀴 사실관계에 따라 다름 복합 주행부의 대체인지, "네 개" 한정의 소멸인지가 쟁점

4. 가상 사례: 네 바퀴 특허와 세 바퀴 조향차

4.1 청구항, 선행기술과 피고 제품

가상의 특허가 다음 청구항을 가진다고 하자.

청구항 1(독립항): 차체와, 상기 차체를 지지하며 지면을 따라 이동시키도록 구성된 '네 개의 바퀴로 이루어진 주행부'를 포함하는 운반차.

청구항 2(종속항): 청구항 1의 운반차로서, 운전자의 회전 입력을 좌우 조향륜의 상이한 조향각으로 변환하는 원형 조향휠 및 차동 조향링크를 더 포함하는 운반차.

이 청구항에서 "네 개의 바퀴로 이루어진 주행부"는 명세서를 참작할 때 네 개의 개별 바퀴를 각각 독립된 기능요소로 나열한 것이 아니라, 차체 지지·주행 기능을 수행하는 하나의 복합 주행부 한정으로 사용되었다고 가정한다. 또한 명세서는 네 개라는 수량 자체를 발명의 본질이라고 선언하지 않았고, 심사 중 세 바퀴 선행기술을 피하기 위해 네 개로 보정한 사실도 없다고 가정한다.

관련 선행기술 P세 바퀴 주행부와 막대형 조향레버인 막대형 틸러(tiller)를 가진 운반차이다. 피고 제품 Q도 세 바퀴지만 원형 조향휠과 차동 조향링크를 채택한다. 다음 사실도 전문가 시험과 증거에 의해 입증되었다고 가정한다.

  • Q의 세 바퀴 주행부는 청구항 1의 네 바퀴 주행부와 실질적으로 같은 차체 지지·이동 기능을 수행한다.
  • 두 주행부는 하중을 복수의 접지점에 분산하고 바퀴의 회전접촉으로 차체를 이동시키는 실질적으로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 Q의 능동 자세제어와 바퀴 배치로 인해 적재하중·회전반경·전복 안정성의 차이는 비실질적이고, 실질적으로 같은 운반 결과를 낸다.
  • 합리적인 사실판단자는 세 바퀴 주행부를 네 바퀴 주행부의 균등물로 인정할 수 있으며, 그렇게 인정해도 "네 개"라는 한정이 모든 차량에서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가정한다. 이는 이 사건의 구체적 구조·용도·효과를 놓고 봤을 때 세 바퀴가 네 바퀴와 거의 동일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 기초한 사안 특수적 판단이다.
  • P는 세 바퀴 주행부를 개시하지만 원형 조향휠이나 차동 조향링크는 개시하지 않는다.
  • 통상의 기술자가 P의 틸러를 청구항 2의 조향구조로 변경할 동기나 합리적 성공 기대가 없었고, 그 조합은 예상하기 어려운 고속 안정성 향상을 보였다. 즉 종속항 가상청구항의 비자명성도 입증된 것으로 가정한다.
구분 바퀴 주행부 조향구조 법적 역할
실제 청구항 1 네 바퀴의 복합 주행부 제한 없음 넓은 독립항
실제 청구항 2 네 바퀴의 복합 주행부 원형 조향휠 + 차동 조향링크 좁은 종속항
선행기술 P 세 바퀴 주행부 틸러 균등범위의 장벽
피고 제품 Q 세 바퀴 주행부 원형 조향휠 + 차동 조향링크 침해 판단 대상

4.2 제1 관문: 세 바퀴 주행부는 네 바퀴 주행부의 균등물인가

Q는 세 바퀴이므로 "네 개의 바퀴"를 문언상 충족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사실만으로 균등론이 종료되지는 않는다. Corning GlassDeere에 따라 문제는 빠진 물리적 바퀴 하나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Q의 세 바퀴 주행부가 청구된 복합 주행부 한정과 실질적으로 같은 기능을 같은 방식으로 수행하여 같은 결과를 내는지, 그리고 그 판단이 "네 개"라는 한정을 완전히 소멸시키는지이다.

이 사례에서는 위 사실들이 입증되어 요소별 균등성 관문을 통과한 것으로 가정한다. 다만 실제 사건에서 네 바퀴가 하중분산이나 고장안전성을 위한 본질적 구조라면 세 바퀴와의 차이는 실질적일 수 있다. 청구항이 "제1 바퀴, 제2 바퀴, 제3 바퀴 및 제4 바퀴"를 각각 별도 한정으로 나열했다면, 제4 바퀴에 대응하는 균등물을 찾지 못해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에서 끝날 가능성도 훨씬 높다.

따라서 이 첫 관문에서 세 바퀴 주행부가 균등물이 아니거나 수량 한정을 소멸시킨다고 판단되면, 독립항 1뿐 아니라 이를 인용하는 종속항 2도 동일한 이유로 균등 비침해가 된다. 그 경우에는 가상청구항이나 선행기술 포섭을 논할 필요가 없다.

4.3 제2 관문 ― 독립항 1: 선행기술 포섭으로 인한 균등 비침해

제1 관문을 통과했다는 전제에서 Q를 문언상 포섭하는 최소 가상청구항을 만든다. 예컨대 "세 개 또는 네 개의 바퀴로 이루어진 주행부를 포함하는 운반차"이다. 이 가상청구항은 세 바퀴 주행부를 가진 선행기술 P를 그대로 포섭한다. 신규성 단계에서 이미 막히므로, 특허권자는 청구항 1의 균등범위를 Q까지 확장할 수 없다. 따라서 청구항 1은 문언 비침해이자 ensnarement에 의한 균등 비침해이다.

가상청구항을 단순히 "바퀴의 집합을 포함하는 차량"으로 만들면 안 된다. 피고 제품을 포섭하는 데 필요한 범위를 넘어 두 바퀴·한 바퀴 차량까지 포함하기 때문이다. Jang이 강조하듯 가상청구항은 주장하는 등가범위를 충실히 반영해야 하며, 소송상 편의를 위해 다른 부분을 새로 좁혀 선행기술을 피해서도 안 된다.

4.4 제3 관문 ― 종속항 2: 추가 한정으로 인한 균등침해 가능

Q는 청구항 2가 인용하는 "네 개의 바퀴"를 충족하지 않으므로 종속항 2도 문언 비침해다. 그러나 독립항 1의 균등 비침해 이유는 대응 균등물이 없어서가 아니라, 제1 관문에서 균등성을 잠정 인정했음에도 그 균등범위가 선행기술 P를 포섭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Wilson에 따라 종속항의 추가 한정을 포함하여 별도로 분석한다.

종속항 2의 가상청구항은 "세 개 또는 네 개의 바퀴로 이루어진 주행부원형 조향휠 및 차동 조향링크를 포함하는 운반차"가 된다. 이 가상청구항은 Q를 문언상 포섭하지만 틸러만 가진 P에는 읽히지 않는다. 또한 가정된 증거 아래에서는 다른 선행기술과의 결합에 의한 비자명성 공격도 극복한다. 따라서 선행기술은 종속항 2에 대해 주장된 균등범위를 차단하지 않는다.

출원경과 금반언, 공중 제공 등 다른 제한도 없다는 전제에서는 종속항 2의 균등침해가 성립할 수 있다. 논리구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선행 전제: 세 바퀴 주행부가 복합 주행부 한정의 균등물이고, "네 개"라는 한정을 무시(vitiation)하지는 않는다.

독립항 1의 실패 이유: 기술적 균등성이 없어서가 아니라 주장된 균등범위가 선행기술 P를 포섭하기 때문이다.

종속항 2의 생존 이유: 추가된 조향구조가 종속항의 가상청구항을 P와 특허적으로 구별한다.

따라서: 위 전제들이 모두 증명된 특수한 경우에만 더 넓은 독립항은 균등 비침해이고 더 좁은 종속항은 균등침해가 될 수 있다.


5. "독립항 비침해인데 종속항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 반대 사례

이 역설은 "모든" 독립항 비침해 사건에 적용되지는 않는다. 독립항이 비침해인 이유가 결정적이다. Wilson은 독립항에서 특정 한정 또는 그 균등물을 피고 제품에서 찾을 수 없어서 비침해라면, 그 한정을 그대로 포함하는 종속항도 같은 이유로 비침해라고 구별했다.

실제로 Antonious v. Spalding & Evenflo Cos., 44 F. Supp. 2d 732, 742–43 (D. Md. 1998)은 독립항과 피고 골프클럽 사이의 실질적 차이가 종속항의 추가 한정으로 줄어들지 않았으므로 종속항 균등침해 주장도 배척했다. 반대로 독립항의 요소별 균등성은 인정될 수 있지만 그 범위가 선행기술을 포섭한다는 이유만으로 막힌 경우에만, 종속항의 추가 한정이 선행기술과 거리를 만들어 주는지 별도로 살펴볼 실익이 생긴다.

결국 "독립항 비침해 → 종속항 비침해"라는 일반명제가 폐기되는 것이 아니다. 대응 균등물의 부재로 인한 비침해선행기술 포섭으로 인한 균등범위 제한을 구별해야 한다는 의미다.


6. 청구항 작성 노하우: 넓이보다 '살아남는 층'을 설계하라

팁 1. 독립항 하나에 모든 기대를 걸지 말고 계단식 청구항군을 만든다

가장 넓은 독립항은 사업상 중요하지만 선행기술과 가장 가깝다. 반대로 지나치게 좁은 실시예 청구항은 유효하더라도 회피하기 쉽다. 따라서 상위개념의 독립항, 핵심 결합관계를 추가한 중간 종속항, 상업적 실시형태를 보호하는 좁은 종속항을 단계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각 종속항의 추가 한정은 단순 장식이 아니라, 예상 선행기술 조합과 예상 회피설계 사이에 실제 특허적 거리를 만드는 특징이어야 한다.

차량 사례에서는 다음과 같은 스펙트럼을 검토할 수 있다.

  • 독립항: 복수 바퀴 주행부를 가진 운반차.
  • 중간 종속항: 조향 입력을 좌우 조향각 차이로 변환하는 링크.
  • 병렬 종속항: 능동 자세제어 또는 하중에 따른 조향비 보정.
  • 좁은 종속항: 특정 링크의 기하관계와 제어범위.

단, 종속항 수만 늘리는 것은 전략이 아니다. 각 항이 서로 다른 선행기술 장벽과 회피경로를 담당하도록 '역할'을 배분해야 한다.

팁 2. 수량을 개별 부품 나열로 쓸지, 기능적 집합으로 쓸지 의식적으로 선택한다

"제1 바퀴, 제2 바퀴, 제3 바퀴 및 제4 바퀴"와 "차체를 지지하는 바퀴 주행부"는 분석 단위와 해석의 여지가 다르다. 전자는 네 개의 개별 구성을 명확히 고지하지만 한 개를 제거한 설계에 취약할 수 있다. 후자는 다양한 바퀴 수를 포괄할 가능성이 있지만 선행기술도 넓게 끌어들인다. 실무적으로는 상위항에서 기능적 집합을 청구하고, 종속항에서 "네 개", "적어도 세 개", 특정 배치관계 등을 병렬로 구체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미국 실무에서 comprising은 개방형 전이어이므로 "네 개의 바퀴를 포함한다"가 반드시 정확히 네 개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추가 바퀴를 배제하려면 문언과 명세서의 일관된 설계가 필요하다.

팁 3. 명세서에는 대체수단을 충분히 개시하되, 중요한 대안은 실제로 청구한다

대체수단을 명세서에 적지 않으면 지원요건·실시가능요건과 후속출원에서 문제가 생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개시한 대안을 어느 청구항에서도 포착하지 않으면 Johnson & Johnston의 공중 제공 법리에 따라 그 대안을 균등론으로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스프링, 자석, 탄성체' 또는 '3바퀴, 4바퀴, 궤도'처럼 상업적으로 중요한 대안은 상위개념과 병렬 종속항으로 실제 청구하는 것이 안전하다. 예산상 모든 대안을 당장 청구하기 어렵다면 계속출원(continuation) 전략과 청구 우선순위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팁 4. 명세서에서 불필요한 필수성 표현을 줄인다

"반드시", "본 발명의 핵심은 오직 네 바퀴에 있다", "다른 수량으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와 같은 표현은 나중에 세 바퀴를 균등물로 주장할 때 치명적이다. 실시예의 장점과 발명의 필수요건을 구별하고, 특정 실시형태의 설명을 전체 발명의 정의로 오해하지 않도록 작성해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표현을 모호하게 만들라는 뜻은 아니다. 해결하려는 기술적 과제, 각 구성의 기능, 대체 가능한 구조와 대체하기 어려운 구조를 구분하여 설명해야 균등성의 기능·방식·결과 분석에도 도움이 된다.

팁 5. '동일한 결과'뿐 아니라 방식과 상호작용을 써 둔다

균등론은 "결과가 비슷하다"는 한 문장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명세서에는 각 요소가 어떤 입력을 받아, 어떤 물리·화학·논리 작용을 거쳐, 다른 요소와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어떤 결과를 내는지를 기록하는 것이 좋다. 대체요소가 출원 후 등장하더라도 그 작동원리를 기존 요소와 비교할 언어가 생기기 때문이다. 차량 사례라면 단순히 '안정성이 향상된다'고 쓰기보다, 조향입력이 링크를 통해 좌우 바퀴에 상이한 각도로 전달되고 회전반경과 전복모멘트를 줄이는 과정을 설명하는 편이 강하다.

팁 6. 심사 대응 때 미래의 균등범위를 함께 계산한다

거절이유를 피하기 위해 수치, 위치, 재료를 쉽게 추가하면 등록은 빨라질 수 있지만 출원경과 금반언의 대가가 생긴다. 보정 전에는 적어도 다음을 검토해야 한다.

  • 이 한정은 어느 선행기술을 피하기 위해 필요한가.
  • 더 좁지 않은 다른 구별점으로 대응할 수 있는가.
  • 보정 이유를 기록상 정확하고 제한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 보정 후 경쟁사가 선택할 가장 쉬운 대체수단은 무엇인가.
  • 그 대체수단을 다른 청구항 또는 계속출원에서 문언으로 잡을 수 있는가.

팁 7. 장치·방법·제어 청구항을 병행한다

구조 수량을 바꾸기 쉬운 분야에서는 장치항만으로 부족할 수 있다. 동일한 상업적 행위를 조향방법, 하중분산 제어방법, 센서 신호 처리방법 등 다른 침해 축에서 포착할 수 있는지 검토한다. 다만 방법항은 모든 단계의 단일주체 수행, 입증 가능성, 해외 수행 단계 등 별도의 집행 리스크가 있으므로 실제 공급망과 로그 확보 가능성을 기준으로 선택해야 한다.


7. 균등침해 대비 종합 체크리스트 — 출원·심사·침해 분석

  • 청구항의 각 물리적 명사와 법적 한정사항을 구별하고, 침해 대비표를 한정사항별로 작성했는가.
  • 피고 제품에서 문언상 빠진 부품만 확인한 것이 아니라, 그 한정의 기술적 역할을 수행하는 대체구조가 다른 위치나 부품 조합에 있는지도 검토했는가.
  • 주장하는 균등물이 명확한 수량·공간·구조 한정을 사실상 삭제하는지 검토했는가.
  • 가장 가까운 선행기술을 기준으로 독립항과 각 종속항의 '가상청구항'을 미리 만들어 보았는가.
  • 예상 경쟁제품을 포함하도록 최소한으로 넓혔을 때 어떤 선행기술이 포섭되는가.
  • 각 종속항의 추가 한정이 신규성뿐 아니라 비자명성까지 지탱하는가.
  • 숫자·방향·위치·재료 한정이 기술적으로 필수인지, 단지 실시예의 습관적 표현인지 구별했는가.
  • 명세서에 개시한 핵심 대안을 실제 청구항 또는 계속출원 계획으로 포착했는가.
  • 각 요소의 기능·작동방식·결과와 요소 간 상호작용을 설명했는가.
  • 심사 중 보정이 특허성 관련 보정인 경우 Festo 추정에 따른 포기 범위와 반증 가능성을 검토했는가.
  • 심사 중 포기한 범위와 그 이유가 기록상 명확한가.
  • 침해소송에서 필요한 전문가 시험, 도면, 역설계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가.

8. 결론: 가장 넓은 항이 항상 가장 강한 항은 아니다

균등론은 청구항을 사후에 마음대로 넓히는 제도가 아니다. 문언의 사소한 변경으로 특허의 실질을 탈취하는 행위를 막되, 선행기술·심사기록·청구항의 공시 기능이 정한 경계 안에서만 작동한다. Wilson의 가상청구항 분석은 바로 그 경계를 가시화한다. "피고 제품을 문자적으로 포함하는 청구항을 출원 당시 실제로 받을 수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아니오'라면, 그 범위는 균등론으로도 얻을 수 없다.

그러나 그 질문에 앞서 "피고 제품에 각 청구항 한정 또는 그 균등물이 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물리적 부품 하나가 없다는 사실은 출발점이지 결론이 아니다. 대체구조가 해당 한정의 기술적 역할을 실질적으로 수행하는지, 그리고 이를 균등물로 인정하면 명시적인 수량·구조 한정이 소멸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 요소별 균등성 관문에서 실패하면 독립항과 종속항 모두 비침해이고, 가상청구항 분석으로 넘어갈 수 없다.

그러나 독립항의 균등범위가 선행기술 때문에 막혔다고 해서 모든 종속항이 자동으로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종속항의 추가 한정이 선행기술과 의미 있는 특허적 거리를 만들면, 더 좁은 종속항의 가상청구항은 살아남을 수 있다. 이것이 "더 넓은 청구항은 비침해인데 더 좁은 청구항은 균등침해"가 가능한 정확한 이유다. 따라서 좋은 청구항 세트는 단순히 넓은 권리 하나가 아니라, 서로 다른 선행기술과 회피설계를 견디는 여러 층의 방어선이다.

다만 실제 사건에서는 가상청구항의 문안, 관련 선행기술의 범위, §102·§103 판단, 요소별 균등성, 출원경과 금반언과 공중 제공 여부가 모두 증거에 따라 달라진다. 이 칼럼의 차량 사례는 법리를 설명하기 위한 가정이며, 구체적 미국 특허의 침해·유효성 의견을 대신하지 않는다.


주요 판례 및 논문

  1. Wilson Sporting Goods Co. v. David Geoffrey & Associates, 904 F.2d 677 (Fed. Cir. 1990) — 가상청구항 분석과 선행기술 포섭 금지, 독립항과 종속항의 별도 검토.
  2. Warner-Jenkinson Co. v. Hilton Davis Chemical Co., 520 U.S. 17 (1997) — 균등론의 존속과 요소별 분석, all-elements rule의 연방대법원 차원 재확인.
  3. Corning Glass Works v. Sumitomo Electric U.S.A., 868 F.2d 1251 (Fed. Cir. 1989) —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의 element는 청구항 한정사항을 뜻하며, 균등물이 반드시 대응 물리부품에 존재할 필요는 없다.
  4. Jang v. Boston Scientific Corp., 872 F.3d 1275 (Fed. Cir. 2017) — 적법한 가상청구항, 입증책임 배분 및 가상청구항의 확장 한계.
  5. Deere & Co. v. Bush Hog, LLC, 703 F.3d 1349 (Fed. Cir. 2012) — 요소 소멸은 독립된 기계적 예외가 아니며, 단순한 문언상 부재로 균등론을 단축해서는 안 된다.
  6. Freedman Seating Co. v. American Seating Co., 420 F.3d 1350 (Fed. Cir. 2005) — 미끄럼 장착과 회전 장착의 구조·작동방식 차이로 균등침해를 부정한 사례.
  7. Moore U.S.A. v. Standard Register Co., 229 F.3d 1091 (Fed. Cir. 2000) — '과반'과 47.8%의 차이에서 수량 한정의 소멸을 이유로 균등침해를 부정한 사례.
  8. Antonious v. Spalding & Evenflo Cos., 44 F. Supp. 2d 732 (D. Md. 1998)Wilson의 독립항·종속항 구별을 적용하고, 사실관계상 종속항 균등침해를 부정.
  9. Johnson & Johnston Associates Inc. v. R.E. Service Co., 285 F.3d 1046 (Fed. Cir. 2002) (en banc) — 명세서에 개시했으나 청구하지 않은 주제의 공중 제공 법리.
  10. Jorge L. Contreras, "Wilson Sporting Goods and Hypothetical Patent Claims: A New Slice at the Doctrine of Equivalents," 1 Fed. Cir. B.J. 11 (1991) — 가상청구항 테스트의 방법론과 특허성 분석을 침해 판단에 도입한 의미에 관한 초기 논평.

Friday, July 31, 2026

특허권자를 위한 명세서·청구범위 작성 전략: Do & Don't 통합 가이드

특허 명세서와 청구범위 작성 전략을 상징하는 대표 이미지

특허권자가 명세서와 청구범위를 작성할 때 진짜로 마주하는 문제는 세 가지 목표가 서로를 잡아당긴다는 데 있습니다. 청구항을 넓게 써야 권리범위가 커지지만, 넓을수록 심사 단계의 신규성·진보성 거절과 등록 후 기재요건 공격에 취약해집니다. 반대로 좁게 한정하면 등록은 쉬워지지만 침해자가 쉽게 회피할 수 있는 종이호랑이가 됩니다. 이 긴장관계를 관리하려면 먼저 명세서 기재요건 자체를 정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흔히 "기재불비"라는 한 단어로 뭉뚱그리지만, 한국 특허법과 미국 특허법은 이를 서로 다른 세 가지 요건으로 나누어 심사·판단합니다: ① 실시가능요건(Enablement), ② 청구범위 뒷받침요건(Written Description Support), ③ 청구항 명확성요건(Definiteness)이 그것입니다. 이 세 요건을 구분하지 못하면 판례를 잘못 인용하게 되고, 명세서 작성 전략도 엉뚱한 곳을 겨냥하게 됩니다.

0. 명세서 기재요건 3분류: 실시가능·뒷받침·명확성

많은 실무자가 "명세서를 충실히 써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막연히 하나의 요건으로 이해하지만, 아래 세 가지는 조문도 다르고 판단 기준도 다릅니다. 셋을 구분하지 못하면 거절이유 대응 전략이 엉뚱해질 수 있습니다.

① 실시가능요건(Enablement) — 특허법 제42조 제3항 제1호 / 35 U.S.C. §112(a) enablement

발명의 설명이 통상의 기술자가 과도한 실험 없이 발명을 정확히 이해하고 재현할 수 있는 정도로 적혀 있는지를 묻습니다. "청구항을 넓게 쓸수록, 그만큼 넓게 실시가능하게 하라"는 원칙이 핵심입니다.

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3후2072 판결은 "명세서 기재의 정도는 통상의 기술자가 출원 시의 기술 수준으로 보아 과도한 실험이나 특수한 지식을 부가하지 않고서도 명세서의 기재에 의하여 당해 발명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고 동시에 재현할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는 기준을 정식화했고, 이 기준은 대법원 2024. 10. 8. 선고 2021후10886 판결대법원 2026. 1. 15. 선고 2024후10658 판결(발사르탄·사쿠비트릴 초분자 복합체 사건 — 실시례가 청구항이 포섭하는 다양한 고체 형태 전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실시가능요건 위반이 인정되어 상고기각)에서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Amgen Inc. v. Sanofi, 598 U.S. 594 (2023): 연방대법원은 "더 많이 청구할수록 더 많이 실시가능하게(enable) 해야 한다"고 판시하며, PCSK9 항체를 결합·차단 기능만으로 포괄 청구하면서 대표 서열은 26개만 개시한 사안에서 §112(a) 실시가능요건 위반으로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은 청구범위 뒷받침요건(Written Description)이 아니라 실시가능요건만을 다룬 판례입니다.

② 청구범위 뒷받침요건(Written Description Support) — 특허법 제42조 제4항 제1호 / 35 U.S.C. §112(a) written description

발명의 설명에 기재되지 않은 사항을 청구항에 적어 등록받으면, 공개하지 않은 발명에 특허권을 부여하는 부당한 결과가 되므로 이를 막기 위한 요건입니다. 실시가능요건과 조문 위치(제42조 4항 vs 3항)부터 다르고, 판단 방식도 "통상의 기술자가 청구범위에 대응하는 사항이 발명의 설명에 실제로 기재되어 있는지"를 봅니다.

대법원 2004. 10. 14. 선고 2002후2839 판결은 "특허청구범위가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 의하여 뒷받침되고 있는지 여부"의 판단 방법을 제시한 대표 판례이며, 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4후776 판결대법원 2006. 5. 11. 선고 2004후1120 판결이 "출원 시의 기술상식에 비추어 발명의 설명에 개시된 내용을 청구범위 기재 발명의 범위까지 확장·일반화할 수 없는 경우에는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기준을 구체화했습니다. 2021후10886 판결도 같은 취지를 재확인했습니다.

미국법에서는 같은 §112(a) 조문 안에 있지만 Enablement와는 별개의 요건으로 취급됩니다.

Ariad Pharmaceuticals, Inc. v. Eli Lilly & Co., 598 F.3d 1336 (Fed. Cir. 2010, en banc): 연방순회항소법원은 Written Description이 Enablement와 별도의 독립적 요건임을 재확인하며, 명세서가 청구된 발명을 "실제로 소지(possession)"하고 있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가상 예시명세서에는 "특정 촉매 X를 사용해 반응온도 80~90℃에서 수율 92%를 얻은 실시례" 하나만 기재해 놓고, 청구항은 "임의의 촉매를 사용해 화합물 A와 B를 반응시켜 화합물 C를 제조하는 방법"으로 촉매 종류를 한정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청구하는 경우 — 명세서가 그 넓은 범위의 촉매 전부를 "소지"하고 있었다고 볼 근거가 없으므로 뒷받침요건 위반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③ 청구항 명확성요건(Definiteness) — 특허법 제42조 제4항 제2호 / 35 U.S.C. §112(b)

청구항 자체의 문언이 통상의 기술자에게 발명의 범위를 명확하게 인식시키는지를 묻는 요건입니다. 실시가능·뒷받침요건이 "명세서가 청구항을 얼마나 잘 지지하는가"를 보는 반면, 명확성요건은 "청구항 문언 자체가 경계를 분명히 긋고 있는가"를 봅니다.

2003후2072 판결은 명확성요건에 대해서도 함께 판단하여, "청구항에는 명확한 기재만이 허용되고, 발명의 구성을 불명료하게 표현하는 용어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기준을 제시했고, 이는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2후1613 판결대법원 2022. 1. 27. 선고 2019다277751 판결로 이어졌습니다. 즉 2003후2072 판결은 실시가능요건과 명확성요건 두 쟁점을 모두 다룬 판결이어서, 두 법리 모두의 근거로 인용될 수 있습니다.

Nautilus, Inc. v. Biosig Instruments, Inc., 572 U.S. 898 (2014): 청구항 용어가 통상의 기술자에게 "합리적 확실성(Reasonable certainty)"을 주지 못하면 불명확성으로 무효라고 판시했습니다.

아래 I~III장에서는 이 세 요건을 각 상황에 맞게 적용하면서, 명세서상 권리포기·공중헌납·출원경과 금반언 같은 별도 법리도 함께 다룹니다.

I. 명세서(발명의 설명) 작성 — Do & Don't

1. [DO] 실시가능요건 확보를 위해 다각화된 대안 실시예와 개방형 표현을 명시한다

넓은 청구항을 유지하려면 그 전체 범위를 실시가능하게 하는 대표 실시예를 다각적으로 개시해야 합니다(위 ① 실시가능요건).

가상 예시"본 발명의 무선 통신부는 Wi-Fi 모듈일 수 있으나, 이에 한정되지 않고 Bluetooth, Zigbee, LTE, 5G 등 다양한 근거리·광역 무선 통신 수단 중 하나 이상이 채택될 수 있으며, 각 통신 수단에 대응하는 프로토콜 스택과 전력 관리 방식을 각각 기재한다"와 같이 복수의 대안을 개별 작동원리와 함께 명시적으로 열어둡니다.

2. [DO] 청구범위 뒷받침요건 확보를 위해 명세서가 청구항의 전체 범위를 실제로 지지하도록 기재한다

실시가능요건과는 별개로, 청구항에 쓴 문언이 명세서에 개시된 내용을 벗어나 확장·일반화된 것은 아닌지 별도로 점검해야 합니다(위 ② 뒷받침요건). 청구항 문언을 넓게 쓰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그 넓은 문언에 대응하는 기술적 사상이 명세서 어디에도 나타나 있지 않다면 뒷받침요건 위반이 됩니다.

가상 예시청구항에 "탄성 재질의 고정 부재"라고 쓰려면, 명세서에 고무·실리콘·스프링강 등 복수의 탄성 재질 실시례와 그 공통된 탄성계수 범위(예: 1~50 MPa)를 함께 제시해야 "탄성 재질"이라는 상위개념 전체가 뒷받침됩니다. 실리콘 실시례 하나만 적어두고 "탄성 재질" 전체를 청구하면 뒷받침요건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3. [DO] 정도 표현(Terms of Degree)에는 객관적 측정 기준을 함께 제시한다

substantially, about, near와 같이 경계가 불분명한 표현을 쓸 경우, 명세서에 정량적 허용 오차나 측정 조건을 반드시 제시해야 명확성요건(위 ③)을 충족합니다.

가상 예시"substantially parallel(실질적으로 평행)이라 함은 두 기판 사이의 교차 각도가 0도 내지 ±2도 이내인 상태를 의미하며, 레이저 변위 센서 A 모델로 측정된다"처럼 수치와 측정 방법을 함께 명시합니다.

4. [DON'T] "본 발명은 반드시 X이다"식 단정적 기재와 종래기술 비판

명세서 본문에서 특정 구성을 발명의 필수 요소로 단정하거나 대안 기술을 "불가능·열등하다"고 배척하면, 청구항 문언에 그 한정이 없더라도 법원은 명세서에 의한 권리포기(Specification Disclaimer)로 보아 권리범위를 강제로 축소합니다.

SciMed Life Systems v. Advanced Cardiovascular Systems, 242 F.3d 1337 (Fed. Cir. 2001): 명세서가 동심원(Coaxial) 구조만 "본 발명"의 필수 구성으로 반복 강조하고 병렬(Dual) 구조를 열등하다고 비판한 사안에서, 청구항에 동심원 한정이 없어도 권리범위를 동심원 구조로 제한했습니다.

C.R. Bard, Inc. v. U.S. Surgical Corp., 388 F.3d 858 (Fed. Cir. 2004): 명세서 본문 두 곳에서 임플란트 표면을 "pleated(주름진)"로 반복 정의하고, 나아가 출원경과에서도 선행기술을 회피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pleats를 근거로 주장한 사안이 결합되어, 청구항 문언에 "pleated" 한정이 없었음에도 권리범위가 주름 구조로 제한되었습니다. 즉 이 판례는 명세서상 정의와 출원경과 금반언이 함께 작동한 사례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가상 예시(금지)"종래의 나사(screw) 체결 방식은 진동에 취약해 사용이 불가능하며, 본 발명은 반드시 자성체(magnet) 잠금 구조를 필수 요소로 사용한다." → 청구항에 넓은 용어 "체결 부재(fastening member)"를 써도 소송에서 자성체 구조로 축소 해석됩니다.

실무 조치: 단정적 표현은 "In one embodiment, the apparatus may include..."와 같은 개방형 수식어로, "must / only / essential / required / always"는 "exemplary / optionally / preferably / alternatively"로 전면 교체합니다.

5. [DON'T] 명세서에 대안을 개시하고도 청구항에 반영하지 않고 방치

상세한 설명에는 대안 기술 B를 구체적으로 개시하면서 청구항에는 A만 청구하고 등록받으면, B는 공중에게 헌납(Dedicated to the public)된 것으로 간주되어 소송에서 균등론(DOE)으로도 회복할 수 없습니다(Public Dedication Doctrine).

Johnson & Johnston Associates v. R.E. Service Co., 285 F.3d 1046 (Fed. Cir. 2002, en banc): 명세서에 알루미늄·강철 기판이 모두 언급되었으나 청구항에는 알루미늄만 기재된 경우, 강철 기판 실시 제품에 대한 균등침해 주장을 전원합의체로 배척했습니다.

가상 예시(금지)명세서에 "방열판 소재로 알루미늄 또는 구리를 쓸 수 있다"고 써놓고 독립항·종속항 모두 "알루미늄 방열판"으로만 한정해 등록받는 행위 — 구리 소재가 통째로 공중헌납됩니다. 최소한 종속항 하나는 "구리 방열판"으로 남겨두어야 합니다.

6. [DON'T] 사후 축소해석을 유도하는 모호한 언어적 연결고리(Hook) 방치

독립항에 명세서의 구체적 제어 파라미터를 강제로 끌어당길 위험이 있는 모호한 단어를 방치하면, 심사·소송 단계에서 특정 실시예의 조건이 청구항에 그대로 수입됩니다.

Renishaw PLC v. Marposs Societa' per Azioni, 158 F.3d 1243 (Fed. Cir. 1998): 청구항의 접속사·전치사(예: "when")가 모호할 경우 명세서의 특정 실시예 조건이 청구항 해석에 끌려 들어올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으로, 이 판결은 또한 "특허권자의 사전적 정의(lexicography)는 합리적 명확성·의도성·정밀성을 갖추어 기재되어야 청구항 해석에 영향을 미친다"는 기준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실무 조치: 시간적·물리적 결합 관계를 나타내는 전치사·접속사는 명세서의 특정 지연 속도나 즉시성 기재에 귀속되지 않도록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용어로 획정합니다.

II. 특허청구범위(청구항) 작성 — Do & Don't

1. [DO] 소프트웨어·AI·기능적 표현에는 명세서상 알고리즘·순서도를 반드시 연결한다

청구항에 기능적 표현을 쓰면 미국법상 §112(f)가 발동되어 권리범위가 "명세서에 개시된 구체적 대응 구조(알고리즘/순서도) 및 그 균등물"로 대폭 축소됩니다. 대응 구조가 없으면 불명확성(위 ③ 명확성요건)으로 원천 무효화됩니다.

Aristocrat Technologies v. International Game Technology, 521 F.3d 1328 (Fed. Cir. 2008): 범용 프로세서와 결합된 기능식 청구항에서 명세서에 구체적 알고리즘(순서도, 수식, 순차적 단계)을 개시하지 않은 경우 §112(b) 불명확성으로 무효라고 판시했습니다.

가상 예시청구항에 "~하도록 구성된 프로세서"를 기재할 경우, 명세서에 해당 처리 단계(Step 1: 센서 데이터 수신 → Step 2: 임계값 비교 → Step 3: 경보 신호 생성)와 의사코드(Pseudocode), 블록도를 상세히 기재합니다.

2. [DO] 다단계 방어선을 위한 계층적 청구항 세트(Claim Set)를 구축한다

독립항은 가능한 넓게 쓰되, 선행기술에 의한 무효 위험에 대비해 기술적 특징을 단계적으로 한정한 종속항 세트를 촘촘히 쌓습니다.

Phillips v. AWH Corp., 415 F.3d 1303 (Fed. Cir. 2005, en banc): 종속항에 특정 한정(예: 특정 각도의 배플)이 추가되어 있다면, 독립항의 상위 용어는 원칙적으로 그 한정을 포함하지 않는 더 넓은 의미로 추정된다고 재확인했습니다.

가상 예시청구항 1(독립항) "금속 판재 및 상기 판재에 결합된 고정 부재를 포함하는 장치" → 청구항 2(종속항) "고정 부재는 나사(screw)인 장치" → 청구항 3(재종속항) "나사는 티타늄 재질인 장치".

더 나아가 병렬적 독립항군(Parallel Independent Claims)을 다양한 수치 경계·구조적 결합 관계로 미리 설계해 두면, 하나의 독립항이 보정되어도 다른 독립항이 Festo/Honeywell 포기 추정의 영향권 밖에 남는 fallback position이 됩니다(Honeywell Int'l Inc. v. Hamilton Sundstrand Corp., 370 F.3d 1131, Fed. Cir. 2004, en banc — 종속항을 독립항으로 승격하고 원 독립항을 취소하는 보정도 균등론 포기 추정을 발생시킨다는 취지).

3. [DO] 독립항과 종속항의 차이를 쟁점 한정사항 하나에 집중시켜 청구항 분화 추정을 강화한다

독립항의 특정 용어와 종속항의 추가 한정이 정확히 하나의 쟁점 한정사항에만 대응하는 구조는, 오히려 청구항 분화 원칙(Doctrine of Claim Differentiation) 추정을 가장 강하게 만드는 유리한 설계입니다. 종속항이 "잉여(Superfluous)"가 되지 않도록 독립항을 좁게 읽어서는 안 된다는 압력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SunRace Roots Enterprise Co. v. SRAM Corp., 336 F.3d 1298 (Fed. Cir. 2003): "청구항 분화 원칙에 따른 추정은, 다투어지는 한정사항이 독립항과 종속항 사이의 유일하고 실질적인 차이일 때 특히 강하게 작동한다(especially strong when the limitation in dispute is the only meaningful difference between an independent and dependent claim)"고 판시했습니다.

가상 예시독립항이 "고정 부재를 포함하는 장치"이고 종속항이 "고정 부재는 나사인 장치"라면, 그 유일한 차이(나사 여부)가 명확하기 때문에 법원은 독립항의 "고정 부재"를 나사에 한정되지 않는 넓은 의미로 해석할 강한 유인을 갖습니다. 이런 구조를 여러 종속항에 걸쳐 반복 설계하면, 독립항이 소송에서 부당하게 좁게 해석될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4. [DON'T] 구조적 의미가 없는 모호한 명사(Nonce Word)에 기능만 결합한 단순 기능식 청구항

"means for"를 쓰지 않아도 module, unit, mechanism, device, element, logic처럼 구조적 의미가 결여된 명사에 기능 표현만 결합하면 §112(f)가 적용(추정 번복)되어 권리범위가 명세서상 실시예로 엄격히 좁아집니다.

Williamson v. Citrix Online, LLC, 792 F.3d 1339 (Fed. Cir. 2015, en banc): "distributed learning control module"에서 'module'은 구조를 나타내지 않는 Nonce Word이므로 'means'가 없어도 §112(f)가 강제 적용된다고 판시하며 종래의 강력한 비적용 추정을 폐기했습니다.

가상 예시(금지 → 회피)"생체 신호를 수신하여 위험도를 계산하는 분석 유닛(analysis unit)" → "메모리; 및 상기 메모리와 연결되고 [A 단계 → B 단계]를 실행하도록 프로그래밍된 프로세서(processor)"처럼 통상의 기술자가 구조로 인식할 수 있는 하드웨어 결합 관계를 직접 기재합니다.

5. [DON'T] 청구범위 뒷받침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청구항만 지나치게 넓게 쓰는 행위

문언을 아무리 넓게 써도 명세서가 그 범위를 기술적으로 지배·설명하지 못하면 법원은 넓은 해석을 배척하거나(Converse Reasoning) 뒷받침요건(위 ②) 위반으로 무효화합니다.

McCarty v. Lehigh Valley Railroad Co., 160 U.S. 110 (1895) 및 Cisco Systems, Inc. v. Cirrex Systems, LLC, 856 F.3d 997 (Fed. Cir. 2017): 법원은 광범위한 청구항을 구제하기 위해 명세서의 좁은 제한을 임의로 읽어 넣는(Importing limitations) 재작성을 엄격히 금지하므로, 뒷받침 없는 넓은 청구항은 구제받지 못하고 무효가 됩니다.

대법원 2004. 10. 14. 선고 2002후2839 판결도 같은 취지로, 청구범위가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 의하여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 판단을 수긍했습니다.

가상 예시(금지)명세서에는 "폐 CT 영상에서 딥러닝 CNN으로 암을 진단하는 방법" 1개만 기술해 두고, 청구항은 "모든 의료 영상에서 모든 질병을 진단하는 인공지능 모델"로 포괄 청구하는 경우입니다.

III. 심사경과(Prosecution) 단계 — Do & Don't

1. [DO] 거절이유 대응 시 대비 차이점만 개별적으로, 절제된 표현으로 기재한다

심사관에게 진보성을 주장할 때는 "선행기술 A에는 본 발명의 B 구성요소가 없다"처럼 개별 차이점만 명시합니다. 진보성 주장은 오직 청구항에 기재된 조합이 달성하는 고유한 기술적 상승효과에만 집중해야 이후 소송에서 균등론 범위를 최대한 보존할 수 있습니다.

2. [DON'T] 과도한 선행기술 비하 및 포괄적 권리배제 진술

의견서·보정서에서 "본 발명은 X 기술을 완전히 제외하며 오직 Y 방식만을 의미한다"처럼 명확하고 틀림없는 포기 진술(Clear and unmistakable disavowal)을 남기면, 소송 단계에서 그 영역 전체가 균등론으로도 회복되지 않는 출원경과 금반언(Prosecution History Estoppel)이 성립합니다.

Festo Corp. v. Shoketsu Kinzoku Kogyo Co., 535 U.S. 722 (2002) 및 Warner-Jenkinson Co. v. Hilton Davis Chemical Co., 520 U.S. 17 (1997): 특허성 확보를 위해 청구범위를 축소 보정하거나 명확한 포기 주장을 하면, 감축된 범위 사이의 영역 전체를 포기한 것으로 강력히 추정(Festo Presumption)합니다.

한국 대법원도 같은 취지의 판례 계보를 축적해 왔습니다. 대법원 2002. 9. 6. 선고 2001후171 판결이 "의식적 제외"를 균등침해 배제 요건으로 처음 제시했고, 대법원 2006. 6. 30. 선고 2004다51771 판결이 "대상제품이 특허발명의 출원·등록과정 등에서 특허청구범위로부터 의식적으로 제외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 이를 다시 침해라고 주장하는 것은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되지 않는다"는 법리를 재확인하면서, 의식적 제외 여부는 명세서뿐 아니라 심사관의 견해, 보정서·의견서에 나타난 출원인의 의도까지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기준은 대법원 2017. 4. 26. 선고 2014후638 판결대법원 2023. 2. 2. 선고 2022후10210 판결로 이어지며 정교화되었습니다.

가상 예시(금지)"본 발명은 A 계열의 모든 기술을 사용할 수 없다"처럼 감정적·포괄적으로 진술하는 대신, "선행기술 A에는 상기 B 구성요소에 대응하는 구성이 없다"처럼 대비 차이점만 특정하여 대응합니다.

3. [DON'T] 독립항 취소·종속항 승격 보정을 Festo/Honeywell 추정 인지 없이 단행

넓은 독립항이 거절되어 종속항을 독립항으로 승격하는 보정을 하면 Honeywell 법리에 따라 균등론 포기 추정이 작동합니다. 이를 대비해 출원 시점부터 병렬적 독립항군을 설계해 두면, 하나의 독립항이 보정되더라도 다른 독립항이 포기 추정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fallback position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IV. 신규성·진보성 다툼에서 유리한 포지션을 만드는 통합 전략

위 개별 규칙들을 관통하는 핵심은 세 가지 기재요건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Full Scope Disclosure입니다. 넓은 기능적 청구항(Genus Claim)을 유지하려면 명세서에 ① 도메인별 대표 실시예(Representative Species)의 다각적 나열로 실시가능요건을, ② 그 대표 실시예들이 공유하는 구조적 모티프(Structural Motif)나 수학적 상관관계·설계 알고리즘의 명시로 뒷받침요건을, ③ 정도 표현에 대한 객관적 측정 기준의 제시로 명확성요건을 각각 만족시켜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Amgen v. Sanofi 유형의 실시가능성 공격과, 2002후2839 유형의 뒷받침요건 공격, Nautilus 유형의 명확성 공격을 동시에 방어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계층적 청구항 세트와 병렬적 독립항군을 결합하면, 심사 단계의 신규성·진보성 거절에 대응하는 보정이 등록 후 균등론 범위를 갉아먹지 않도록 구조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습니다.

V. 핵심 법리·판례 요약표

구분쟁점주요 판례(한국)주요 판례(미국)실무 가이드
명세서① 실시가능요건대법원 2003후2072; 2021후10886; 2024후10658Amgen v. Sanofi (2023)[DO] 대표 실시예 다각적 개시로 전체 범위 실시가능성 확보
명세서② 청구범위 뒷받침요건대법원 2002후2839; 2004후776; 2004후1120Ariad v. Eli Lilly (2010, en banc)[DON'T] 소수 실시예만으로 무제한 상위개념 청구 금지
명세서③ 청구항 명확성요건대법원 2003후2072; 2012후1613; 2019다277751Nautilus v. Biosig (2014)[DO] 정도 표현에 객관적 오차범위·측정기준 명시
명세서명세서상 권리포기(Disclaimer)SciMed Life Systems (2001); C.R. Bard (2004)[DON'T] 단정적 필수 기재·경쟁기술 비판 금지
명세서공중헌납 법리Johnson & Johnston (2002, en banc)[DO] 개시한 대안은 종속항으로라도 청구
청구항기능식·Nonce WordWilliamson v. Citrix (2015, en banc); Aristocrat (2008)[DON'T] 구조 없는 명사+기능 결합 금지, 알고리즘 개시 필수
청구항청구항 분화(Claim Differentiation)Phillips v. AWH (2005, en banc); SunRace Roots (2003)[DO] 독립항·종속항 차이를 쟁점 한정사항 하나에 집중
청구항출원경과 금반언(PHE)대법원 2001후171; 2004다51771; 2014후638; 2022후10210Festo (2002); Warner-Jenkinson (1997); Honeywell (2004, en banc)[DON'T] 필요 이상의 포괄적 권리배제 진술 금지

맺음말

명세서 기재요건을 실시가능·뒷받침·명확성 세 갈래로 구분하면, 어떤 거절이유에는 실시례 보강이 필요하고 어떤 거절이유에는 구조적 공통점 서술이 필요한지가 분명해집니다. 여기에 청구항 분화 원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계층적 청구항 세트, 그리고 심사경과에서의 절제된 진술을 결합하면, 신규성·진보성 다툼에서 특허권을 지켜내는 가장 확실한 방어선을 세울 수 있습니다.

※ 본 글은 특허·IP 실무자를 위한 일반적인 법리 정리이며 특정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인용된 판례의 최종 확인은 국가법령정보센터, 종합법률정보, CAFC/USPTO 공식 자료를 통해 별도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청구항 해석에 합의했는데 왜 독이 되었나 — Allergan·AstraZeneca 판례로 읽는 합의의 명암

청구항 해석에 합의하고도 불명확성이나 비자명성 다툼은 남을 수 있다. 해석 문제가 모두 끝난 듯 보여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합의 문구가 침해 여부를 가리는 기준이 되고, 항소법원이 판단을 다시 살피는 범위까지 바꾸기 때문이다. 무엇을 끝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