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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August 15, 2026

'산악 가이드'와 '틀린 그림 찾기'의 갈림길: Rolflex 판결이 남긴 미국 디자인 특허법의 대분열

시론 · 심층 법률 칼럼

디자인 특허 침해를 누가, 어떤 관점에서 판단할 것인가. 판사의 사전적 범위 설정과 배심원의 전체적 시각 인상 판단이 정면으로 충돌한 Range of Motion Products v. Armaid 사건을 살펴본다.

🎬 영상 해설 | 디자인특허 침해 판단, 전체를 볼 것인가 기능을 걷어낼 것인가?

Range of Motion Products v. Armaid 사건을 소재로, 디자인특허 침해 판단에서 기능적 요소를 어디까지 분리해 보아야 하는지를 영상으로 살펴봅니다.

이 영상은 Range of Motion Products v. Armaid 사건을 소재로, 디자인특허 침해 판단에서 기능적 요소를 어디까지 분리해 보아야 하는지를 다룹니다.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의 대립을 통해 제품의 전체적 시각적 인상과 세부 기능의 관계, 통상의 관찰자 기준, 법원과 배심원의 역할을 살펴봅니다. 디자인특허가 단순한 ‘틀린 그림 찾기’가 되지 않으려면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 함께 생각해 봅니다. (단 본 영상은 재심리기각 결정이전에 만들어진 점 양해바랍니다)

2026년 8월 11일, 미국 연방항소법원(CAFC)은 Range of Motion Products, LLC v. Armaid Company Inc. 사건의 전원합의체(En Banc) 재심리 청구를 6대 4로 기각했습니다. 자가 마사지기 디자인 특허를 둘러싼 재심리 자체는 무산됐지만,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이 드러낸 충돌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디자인 특허 침해를 누가, 어떤 관점에서 판단할 것인지에 관해 CAFC 내부의 법리적 균열이 선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쟁점은 디자인의 유사성을 둘러싼 판단의 성격입니다. 이를 헌법상 배심원에게 맡겨야 할 사실 문제(Fact)로 볼 것인지, 아니면 특허 범위와 소송 효율을 관리하기 위해 판사가 초기 단계에서 처리할 법률 문제(Law)로 볼 것인지가 정면으로 맞섰습니다. 이 글은 전통적인 침해 기준에서 출발해 양측의 사법 철학, 학계가 제안한 대안과 향후 소송에 미칠 영향을 차례로 살펴봅니다.

1. 전장(戰場)의 지도: 디자인 특허 침해의 전통적 테스트와 심리 기준

미국 디자인특허 침해판단의 기본 기준은 연방대법원이 Gorham Co. v. White, 81 U.S. 511 (1872)에서 제시한 일반 관찰자 테스트(Ordinary Observer Test)입니다. 구매자가 통상 기울이는 주의를 가진 일반 관찰자의 눈에 등록디자인과 피고 디자인이 실질적으로 동일하고(Substantially the same), 그 유사성이 피고 제품을 등록디자인 제품으로 알고 구매하게 할 정도라면 침해가 성립합니다.

CAFC는 Egyptian Goddess, Inc. v. Swisa, Inc., 543 F.3d 665 (Fed. Cir. 2008) (en banc)에서 일반 관찰자 테스트가 디자인특허 침해의 유일한 판단 기준임을 확인하고, 별도의 신규 특징을 찾아 대조하던 point-of-novelty test를 폐기했습니다. 이에 따른 실제 심리의 흐름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청구범위와 기능적 요소의 처리: 디자인특허는 물품의 장식적(Ornamental) 외관을 보호합니다. 따라서 법원은 등록디자인의 도면을 기준으로 보호범위를 파악하고, 실용적 목적에 의해 좌우되는 기능적(Functional) 요소와 장식적으로 구현된 외관을 구분합니다. 다만 이는 기능과 관련된 형상을 기계적으로 삭제하는 작업이 아니라, 일반 관찰자가 비교할 전체적 시각인상의 범위를 분명히 하는 선행 작업입니다.
  2. 전체적 시각인상의 직접 비교와 ‘명백한 상이성’: 법원은 먼저 등록디자인과 피고 디자인이 주는 전체적 시각인상을 비교합니다. 두 디자인이 명백히 상이하여(Plainly Dissimilar) 합리적 배심원이라면 침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법원은 비침해 약식판결(Summary Judgment)을 할 수 있습니다.
  3. 선행기술의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실질적 동일성 판단: 두 디자인이 명백히 상이하지 않고 관련 선행디자인이 존재한다면, 일반 관찰자가 그 선행기술에 친숙하다는 전제에서 선행기술의 맥락을 고려하여 실질적 동일성을 판단합니다. 이때 선행기술은 폐기된 point-of-novelty test처럼 독립된 별도 요건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관찰자의 주의가 어느 공통점과 차이점에 집중되는지를 알려주는 비교의 맥락으로 기능합니다.

2. Rolflex 사건의 사실관계와 다수의견의 ‘산악 가이드(Trail Guide)’ 모델

Rolflex 마사지기 사건은 이 다단계 판단 구조가 실제 소송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 사건의 발단: 원고 Range of Motion(RoM)은 안쪽으로 휜 조개껍데기형(clamshell) 곡선 암(arm)을 특징으로 하는 자가 마사지기 ‘Rolflex’의 디자인 특허 D802,155호를 보유했습니다. 피고 Armaid가 유사한 실루엣의 ‘Armaid2’를 출시하자 RoM은 디자인 특허 침해를 주장했습니다.
  • 다수의견의 판단: Cunningham 판사와 Hughes 판사가 참여한 다수의견은 피고에게 유리한 약식판결을 내린 1심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 기능성의 분리: 다수의견은 RoM의 실용 특허와 마케팅 자료를 근거로 조개껍데기형 곡선 암이 마사지 과정에서 지렛대 힘(leverage)을 전달하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보았습니다. 그 결과 보호 범위의 중심은 전체 곡선 실루엣이 아니라 이랑진 테두리 윤곽(thick ridged outline) 등 세부 장식으로 좁아졌습니다.
    • 세부 차이에 따른 약식판결: 법원은 좁아진 장식적 범위를 기준으로 피소 제품을 비교했습니다. 반직사각형 힌지의 비율, 격벽이 드러나 생기는 분절된 인상(segmented appearance), 큰 크기 조절 홈과 각진 하단 마감 등을 이유로 두 디자인이 명백히 다르다고 보았습니다.
Rolflex 디자인 특허 도면, Armaid2 마사지기와 선행기술 제품의 형태를 나란히 비교한 개념도
[개념도] 기능성 배제(Factor out)를 거치며 보호 범위에서 밀려난 조개껍데기형 곡선 암(clamshell)의 전체 실루엣과, 이후 비교의 중심이 된 힌지 비율·조절 슬롯 등 세부 장식의 차이

🔎 세 디자인을 나란히 놓으면 무엇이 보이는가?

D’155 디자인, Armaid2, Armaid1을 나란히 놓으면, Armaid1의 큰 베이스와 목 구조는 D’155 및 Armaid2와 상당히 달라 보입니다. 특히 D’155는 선행디자인인 Armaid1의 묵직하고 닫힌 ‘항아리형’ 프레임과 달리, 상단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날렵한 유선형 곡선(Shell-like/Tapered curve) 프레임을 취하고 있어 전체적인 시각적 인상(Overall visual impression)에서도 차이가 두드러집니다. 반면 D’155와 Armaid2를 비교하면, 세부적인 힌지·홈·테두리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팔의 구성, 곡선의 흐름과 비례에서는 서로 유사하다고 평가할 여지가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세부적 차이를 먼저 볼 것인지 아니면 선행디자인과 구별되는 전체적 시각 인상의 공통성을 먼저 볼 것인지가 이 사건의 핵심적인 관점 차이로 떠오릅니다.

🗺️ 다수의견의 법리적 요체: “판사는 ‘산악 가이드’가 되어야 한다”

다수의견을 쓴 Cunningham 판사는 판사의 사전 개입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며 ‘산악 가이드(Trail Guide)’라는 비유를 들었습니다.

기능과 장식이 디자인 도면에서 뒤섞여 있을 때 판사는 산악 가이드처럼 법적 표지(flags)와 이정표(signposts)를 세워 배심원이 판단할 경로를 안내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기능적 요소를 미리 구분하지 않으면 배심원이 보호 대상이 아닌 실용적 유사성에 끌려 특허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그 바탕에 있습니다. 다수의견은 Markman v. WestviewTeva v. Sandoz를 들어 청구항의 의미를 확정하는 작업은 궁극적으로 판사에게 맡겨진 법률 문제(Question of law)라고 보았습니다.

3. 킴벌리 무어(Kimberly Moore) 수석판사의 반격: “틀린 그림 찾기”의 사법적 왜곡

“우리는 디자인 특허 침해 법리를 망가뜨렸고, 본질적인 배심원의 사실 판단 권한을 완전히 말살해 버렸다.”

킴벌리 무어 수석 판사(Chief Judge Moore)는 전원합의체 재심리 기각에 반대하며 다수의견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다수의견의 접근이 디자인 특허의 전체적 시각 인상을 해체하고, 모방자가 세부 차이만으로 조기 승소할 통로를 넓힌다는 것이었습니다.

Markman 교리의 본질적 오용과 배심원 권한 침해

무어 판사는 먼저 Markman을 디자인 특허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Markman이 청구해석을 판사에게 맡긴 근거는 법관이 법률 문서(written instruments)의 언어를 해석하는 훈련을 받았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디자인 특허의 청구범위는 일련의 그림(a series of pictures)으로 구성됩니다. 시각적 인상을 평가하는 능력에서 판사가 배심원보다 우월하다고 보기 어렵고, 판사가 덧붙이는 언어적 설명(Verbal descriptions)이 오히려 도면의 전체적 미감을 왜곡할 수 있다는 반론입니다.

② 대법원 Hana Financial (2015) 선례의 직격타

무어 수석 판사는 Teva 다음 날 연방대법원이 만장일치로 선고한 상표 사건 Hana Financial을 제시했습니다. 대법원은 상표의 시각적 연속성(Tacking)이 소비자에게 동일한 인상을 주는지에 관한 사실 판단이므로 원칙적으로 배심원이 판단한다고 보았습니다. 무어 판사는 디자인 침해도 일반 관찰자의 시각적 인상에 기초한 사실 문제(Fact question)이므로, 판사가 초기에 약식판결로 종결하기보다 헌법 제7조가 보장하는 배심원 심리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③ “틀린 그림 찾기(Find the Differences)” 인지 심리학적 프레임 편향

무어 판사는 어린이 잡지 Highlights의 ‘틀린 그림 찾기’ 퍼즐을 예로 들어 질문 방식이 판단을 바꾸는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s)를 지적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유사한가’라고 물으면 전체적 공통점에 주목하지만, ‘명백히 상이한가(Plainly Dissimilar)’라고 물으면 세부 차이를 찾는 데 집중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힌지 비율이나 홈의 크기를 하나씩 떼어 비교하는 방식은 디자인이 주는 전체적인 조화와 인상(Resultant effect)을 훼손하고, 모방자가 작은 차이를 만들어 책임을 피하기 쉽게 한다는 비판입니다.

4. Amici 그룹들의 대안 프레임워크와 과학적 고발

이 논쟁에는 법정조언자(Amici Curiae)들도 참여했습니다. 이들은 판사의 직관에 의존하는 방식이 일으킬 수 있는 인지 편향을 지적하고, 보다 객관적인 대안을 제안했습니다.

① IDSPP(디자인과학공공연구소) 찰스 마우로의 ‘실증적 일반 관찰자 테스트(EOOT)’

인지과학과 인간공학 분야의 찰스 마우로(Charles Mauro) 연구팀은 소비자 실험을 통해 질문 프레임이 판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 실증 연구의 설계: 연구팀은 Gorham의 숟가락 디자인과 Apple v. Samsung의 스마트폰 디자인을 일반 소비자 900명(n=900)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두 사례 모두 법원이 침해 또는 유사성을 인정했던 디자인입니다. 연구팀은 참가자에게 조기 약식판결에서 쓰이는 질문과 유사하게 ‘두 디자인이 명백히 다른가’라고 물었습니다.
  • 연구 결과: 숟가락 디자인에서는 72~74%, 아이폰 디자인에서는 62%가 ‘명백히 상이하다’고 응답했습니다. IDSPP는 이 결과를 ‘명백히 상이함’이라는 질문이 침해 판단을 차이점 중심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대안으로 판사의 직관 대신 대규모 소비자 조사와 다변량 분석을 활용하는 실증적 일반 관찰자 테스트(EOOT)를 제안했습니다.

② Robert Oake 변호사의 ‘객관적 다요소 프레임워크’와 Perry Saidman의 회복론

Egyptian Goddess 사건에 관여했던 로버트 오크(Robert Oake) 변호사는 판사 개인의 즉흥적 인상을 줄이기 위해 객관적인 다요소 체크리스트를 제시했습니다.

  • 첫째, 피소 제품이 선행기술보다 특허 디자인에 시각적으로 가까워졌는지를 확인하는 3자 비교(Three-Way Test)를 의무적으로 실시합니다.
  • 둘째, 시장에서 확인된 실제 혼동 증거(Evidence of actual confusion)를 판단에 반영합니다.
  • 셋째, 개별 요소를 떼어 보기보다 결합된 전체 형태가 만드는 독창적 조합을 우선 평가합니다.

디자인 특허 분야의 페리 세이드먼(Perry Saidman) 변호사는 다수의견이 Egyptian Goddess의 핵심 취지인 선행기술 비교를 뒤로 미룬 채, 판결문의 ‘충분히 구별됨’이라는 표현을 소송 초기의 상시적 방어수단(De Rigueur Defense)으로 바꾸어 놓았다고 비판했습니다.

5. 에필로그: 결론이 미칠 파장과 전망

Range of Motion Products v. Armaid의 전원합의체 재심리 기각은 미국 디자인 특허 소송에서 약식판결의 역할을 둘러싼 논쟁을 더욱 키울 전망입니다.

앞으로 피고는 소송 초기부터 기능적 요소를 보호 범위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구하고, 남은 장식적 차이를 근거로 약식판결(Summary Judgment)을 신청할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원고는 전체적 시각 인상이 사실 문제임을 강조하며 배심원 심리를 요구할 것입니다. Rolflex 판결은 이 두 전략의 대립을 한층 선명하게 만들었습니다.

반대의견이 제기한 헌법적 문제와 마우로 연구팀의 소비자 인지 자료는 향후 연방대법원(SCOTUS) 상고(Certiorari)에서 검토를 요청할 수 있는 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 상고 제기와 심리 여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현재로서는 CAFC 내부의 균열이 명시적으로 기록되었다는 점에 의미가 있습니다.

디자인 특허권자에게 필요한 대응도 달라집니다. 단순히 외관의 아름다움이나 전체적 유사성만 주장해서는 부족합니다. 소송 초기부터 선행기술과의 3자 비교, 기능과 장식의 구분, 실제 혼동 자료와 실증적 소비자 조사(EOOT)를 함께 준비해야 약식판결 단계에서 침해 쟁점을 유지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Tuesday, May 22, 2018

보통법 국가 재판과 시민법 국가 재판에서의 대의제도


배심원 재판제도는 영국과 같이 판결에 의해 법을 만들어가는 보통법(common law) 국가에서 일반시민에 의한 대의제를 도입한 제도였다. 때문에 왕이 하는 형사사건이나 토지분쟁에 처음 도입되었다. 그 이후 대의기구인 의회에 의해 만들어진 시민법(civil law)이 제정된 국가에서도 배심재판제도가 도입되었다.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영국이나 다른 영연방과 달리 배심원 재판제도를 형사사건을 넘어 모든 분야로 확대한 국가이기도 하다.

우리는 보통법 국가를 불문법 국가라고 하고 시민법 국가를 성문법 국가라고도 한다. 보통법 국가에서는 재판장은 경기장의 심판과 같은 자이다. 경기장의 주도적인 싸움은 대리인이 한다. 결국 보통시민의 평결을 이끌어내어 법을 만드는 책임은 대리인에게 있다. 때문에 대리인에게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게 된다. 법률은 물론 사실파악과 판단에 있어서의 전문성도 요구하기도 한다. 미국 민사소송규칙 rule 11의 대리인의 사실조사 및 법적근거 판단의무라던가 미국이나 유럽에서 특허분야의 대리는 기술전공을 요구하는 것이 그 예이다. 특허는 기술적인 이해능력이 없으면 결국 남을 설득하지 못하고 오히려 또 다른 남이 설득해주기를 기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시민법 국가에서는 재판장이 모든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 이미 대의기구 의회에서 만든 code에 따라 이에 능통한 재판장이 판단하면 된다. 그럼에도 형사사건에서 배심원 재판제도를 두고 사실파악 (fact finding)과 사실에 대한 판단을 맡기는 국가도 많다. 재판장에게는 법률 뿐아니라 사실판단에 필요한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그 예가 독일 특허법원의 기술판사제도이다.

어느 제도가 옳은지 틀린 지의 문제는 아니다.
다만 사법시스템에도 일반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는 어떤 형태로든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점과 사실 파악과 판단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 맡기느냐는 매우 중요한 역할분담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오늘의 사유는 여기까지 ~  :-) ^^~


Tuesday, August 26, 2014

배심원 평결(Verdict)이 뭐죠? 막맨(Markman)이 뭐죠?


배심원 평결(Verdict)이 뭐죠? 막맨(Markman)이 뭐죠?

 

1.  들어가는 말

 

우리나라는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를 제외한 법원에서는 재판부가 사실심과 법률심을 모두 다룬다. 미국의 경우 US ITC 소송 역시 행정판사가 사실심과 법률심은 모두 담당하나 민사소송은 당사자 신청 등에 의해서 법률심은 판사가 사실심은 배심원이 담당하는 배심원 재판을 한다.

 

애플 v. 삼성의 미국특허침해소송 덕택에 미국 특허소송의 배심원 제도가 많이 알려졌다. 사실 미국특허침해소송이 배심원 공판(Trial)까지 가는 경우는 그리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0년이 넘게 미국 특허소송을 담당해왔지만 지금까지 배심원 평결에 이른 사건은 딱 2건 밖에 없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들에 의해 특허의 유무효나 침해여부가 결정되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막맨 히어링(Markman hearing)이란 제도에 의해 배심원의 재량판단을 제한하는 등 나름 보완 수단을 두고 있다. 물론 특허의 유무효 및 침해여부의 판단 주체에 대한 기준은 해당 분야에서 통상의 기술에 대한 지식을 가진 자이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특허소송은 특허법과 기술에 전통한 특허심판원이 결정하는 것이 더 타당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 특허침해 판단주체 기준은 논란이 있다).

 

본 글은 미국특허소송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여러분들을 위해서 배심원 제도와 막맨 히어링이 무엇인지를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2. 배심원 제도

 

. 배심원 재판의 역사

 

미국 민사소송에서 배심원 재판은 미국 수정헌법 제7조에 의해 보장되는 제도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원래 배심원 제도는 사법부의 불신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대영제국시절 영국의 판사는 평민을 포함한 모든 당사자에게 공정하게 판결을 내리기 보다 왕과 귀족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 이러한 우려로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이러한 폐단을 막고자 일반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제도를 도입한 것이라고 한다.

 

. 배심원의 선정

 

미국특허소송에서 배심원단은 보통 7명에서 12명으로 구성된다. 애플과 삼성 소송에서는 9명으로 구성되었다. 배심원의 선정 역시 매우 신중하게 심리되며 문제가 있는 배심원은 당사자가 미리 걸러낼 수 있는 길이 보장되어 있다. 배심원은 투표권자 명부에서 임의로 후보를 2~3배수 선정하고 그 선정된 후보를 심리하여 최종 결정한다. 미드를 보면 과장되긴 했지만 배심원의 선정이 곧 소송의 승패를 좌우하는 장면을 자주 본다. 배심원 후보를 심리하면서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알 수 있는 질문을 하고 평결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문지식이 있는 자는 배제한다. 애플 v. 삼성 사건에서 한 배심원이 자신의 특허법 지식을 배심원들에게 설명하여 평결을 영향을 미쳤다거나 삼성의 협력업체와 분쟁 사실이 있었던 이력을 밝히지 않았다고 해서 논란이 된 것을 기억할 것이다.

 

. 공판과 평결

 

미국특허소송에서 공판(trial)은 길게는 일주일이 걸린다. 공판이란 법정 변론을 말한다. 즉 우리나라로 말하면 구두변론 기일인 것이다. 공판이 끝나면 배심원들은 평의실에 모여서 평의(deliberation)를 거듭하고 그 결과를 평결(verdict)로 내린다.

 

. 배심원의 역할

 

미국특허소송의 배심원 재판을 참관하면 판사와 배심원단이 법대에 앉아 있는 것을 본다. 미국 특허소송에서 판사와 배심원은 역할분담이 잘되어 있다. 미국 변리사(Patent Attorney)들은 판사를 향해 변론하는 것이 아니라 배심원단을 향해 변론한다. 미국 배심원 재판에서는 배심원이 사실(Matter of Fact)에 대한 판단을 하고 판사가 법률(Matter of Fact)에 대한 판단을 하는 데, 결국 배심원의 평결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흔히 배심원이 사실을 확정하면 판사가 그 확정된 사실에 법률을 적용한다고 한다. 실제 미국 배심원 재판을 보면 판사가 먼저 법률적용의 기준을 주고 배심원이 그 기준에 따라 사실을 확정하여 최종 법률위반여부를 결정한다. 특허침해소송의 경우 배심원이 침해여부, 유효여부, 손해액을 결정하면 판사는 이를 기초로 법률에 따라 패소자에게 판매금지나 손해배상 명령을 한다.

 

보통 판사는 법정에 증거가 모두 현출된 이후 배심원이 심리에 들어가기 직전에 배심원 지침서(Jury Instruction)을 배심원에게 전달한다. 그 배심원 지침은 법률적용에 관한 지침에 대한 것으로 입증의 정도에 관한 지침(확실하고 명백한 증거에 의한 입증인지 우월한 증거에 의한 입증인지 등등), 청구항에 기재된 구성요소는 어떤 의미이며 그 요소와 동일한 요소가 제소제품에 모두 포함되어 있으면 침해이다 라든지 등이다. 아래는 실제 애플과 삼성 특허소송의 평결문의 일부이다. 아래 평결문은 질문지에 답을 하는 식으로 기재되어 있다.

<'381특허 청구항 19을 침해하였는지에 대한 평결>


예를 들어 좀더 쉽게 설명하자면, 판사는 Z = X + Y + 2 라는 법률적용 방정식을 제시하고 Z > 5 면 유죄라고 평결하라고 지침을 준다. 배심원은 X 값과 Y 값이 무엇인지를 사실 증거를 통해 확정하고 위 법률 적용식에 넣어 Z 5보다 크면 유죄라고 평결하는 것이다. 판사는 이를 기초로 유죄일 때 법률이 부여한 효과(제재)를 판결한다. 특허침해소송에서 배심원 평결문에는 특허 침해 여부, 고의 침해 여부, 손해액에 대한 결정이 기재되어 있고 이를 기초로 판사는 고의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액 3배 증액 여부와 판매금지 여부를 결정한다.


< 우월한 증거에 의해 Trad Dress가 보호대상으로 입증되었는 지 등에 대한 평결>


3. 막맨 히어링의 역할

 

미국특허소송을 보면 막맨 히어링(Markman Hearing)이란 용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막맨 히어링(Markman Hearing)이란 특허청구범위를 해석하는 심리를 말한다. 이는 법률심이다. 따라서 당사자의 주장을 들어 판사가 심리하고 최종 결정한다. 모든 소송에서 막맨 히어링(Markman Hearing)이 있는 것이 아니지만 대부분의 특허소송에서 막맨 히어링(Markman Hearing)을 통해 특허청구범위의 해석이 결정된다.

 

예를 들면, 막맨 히어링을 거쳐 "a master game card" 가 단지 하나의 master game card 인지 아니면 하나 이상의 master game card인지 라든가 (Douglas Press, Inc. v. Arrow International, Inc., 1999 U.S. Dist. LEXIS 23137 (N.D. Ill., Feb. 4, 1999)), "small volume"가 얼마나 작은 크기의 체적을 말하는 것인지 라든가(Innovad Inc. v. Microsoft Corp., et al., 260 F.3d 1326 (Fed. Cir. 2001)), "vertically movable"이 어느 정도 수직으로 움직이는 것을 말하는 가, "adjacent"가 곂쳐있는 것도 해당되는 가, 중간에 다른 작은 층이 있는 경우도 해당되는 가 등등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

 

막맨히어링은 판례법에 의해서 확립된 제도로 다른 민사소송에서 볼 수 없는 제도이다. 이는 보통의 다른 민사소송보다 배심원의 결정을 제한하는 역할을 한다. 예컨대, 앞에서 설명한 법률 적용식 Z = X + Y + 2 에서 판사가 X 1이라고 해석하여야 한다고 이미 결정해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제 배심원은 증거를 살펴 Y 값이 2를 넘어야 유죄라고 평결 할 수 있게 된다.

 

4. 불복 수단

 

. 평결에 대한 불복

 

배심원단의 평결은 사실심이므로 항소의 대상이 아니다. 미국에서 일반 시민이 내린 평결의 권위는 막강하다. 변론에서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거나 평결 결과가 명백하게 오류(clearly wrong)인 경우에 한하여 직권 또는 패소자의 신청에 의해 미국 민사소송 규칙 제50조에서 정한 평결불복심리(Judgement as a Matter of Law(JMOL))를 거쳐 판사는 평결과 다른 판결을 선고할 수 있다. 패소자는 평결 10일 이내에 평결파기판결을 신청할 수 있다. 배심원의 평결을 판사가 뒤집는 경우는 극히 적으며 미국 배심원 판결이자의적이고 독단적이지 않은 이상배심원 평결을 따르고 있다.

 

. 연방법원에 항소

 

평결에 이의가 있는 당사자는 앞에서 설명한 평결불복심리를 신청하여야 한다. 판사의 최종 판결에 대해 연방법원에 항소하는 것이다배심원단의 사실확정에 대한 것을 불복의 대상으로 할 수 없다. 오직 판사의 법률지침이 적법했는지 법률의 적용이 적법했는 지에 대하여 항소하는 것이다. 즉 앞에서 법률적용방정식이 올바르지 않다든지 아니면 X 1이라고 해석해야 한다는 지침이 문제가 있는지, 평결에 기초하여 법적 제재를 제대로 적용하였는 지에 대해 항소하는 것이다.

 

미국 특허소송에서 특허청구범위 해석은 소송의 승패를 좌우한다. 막맨히어링의 결정 역시 법률심이므로 항소의 대상이며 드노보 심리(De novo review), 즉 전면 재심리의 대상이 된다. 항소에서 1심의 청구범위 해석이 뒤집힐 확률이 어느 정도인지는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미국 변리사(Patent Attorney) 말에 따르면 거의 40~60%에 이른다고 한다. 참고로 일반 민사소송의 경우 항소에서 1심 판결을 뒤집을 확률이 20~30% 정도라고 한다.

 

5. 결 어

 

지금까지 미국 배심원 재판 제도와 막맨 히어링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하였다. 이 소개는 단지 실무를 통해 취득한 지식을 정리한 것이고, 미국 특허소송 대리인으로 소송을 수행하는 것이 아닌 다음에야 한국 기업 고객을 위해 이 정도 실무 지식으로 미국 특허소송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쓴 글이다. 그러나 미국 특허소송을 실제 수행하고 있는 미국 변리사(Patent Attorney) 들이 보면 오류가 있을 수 있다. 이 점 양해를 구한다.


[제10편] 불법행위를 변호사에게 상담하면 Privilege가 생기는가? — Crime-Fraud Exception과 보호의 한계

Attorney-Client Privilege는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솔직하게 사실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제도다. 그렇다면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불법행위에 관하여 이야기하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회사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