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September 13, 2026

특허침해소송을 당했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 미국 Discovery에서 "피고 기업"이 준비해야 할 것들

미국 특허소송에서 피고의 진짜 승부처, Discovery
―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공개하며, 무엇으로 반격할 것인가

미국 특허침해소송에서 피고 기업의 Discovery는 원고의 자료요구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절차가 아니다. 제품의 설계와 작동자료, 매출과 재무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동시에, 원고의 특허 권원과 침해주장, 특허 유효성 및 손해배상 논리를 공격해야 한다. 결국 Discovery는 피고가 비침해와 무효라는 방어논리를 실제 증거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미국에서 특허침해소송을 당한 기업이라면 가장 먼저 이런 생각을 하기 쉽다.

“우리 제품이 정말 이 특허를 침해하는가?”

물론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하지만 소장이 도착한 순간 기업이 실제로 직면하는 문제는 훨씬 넓다.

누구의 이메일을 보존해야 하는가. 어떤 설계도면과 소스코드가 Discovery 대상이 되는가. 매출과 이익자료는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는가. 엔지니어가 과거에 원고 특허를 검토한 기록은 없는가. 누가 Rule 30(b)(6) 증인으로 나가야 하는가.

그리고 동시에 질문해야 한다.

“원고의 특허는 정말 유효한가?”

피고에게 Discovery는 방어만 하는 절차가 아니다. 자신의 기술과 사업자료를 적절히 관리하면서 상대방 특허의 약점을 찾아 반격하는 과정이다.

1. 소장을 받았다면 먼저 ‘삭제’를 멈춰야 한다

특허침해소장을 받거나 소송을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기업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는 관련 자료가 사라지지 않도록 보존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실무에서 말하는 Litigation Hold다.

특허사건에서는 그 범위가 생각보다 넓을 수 있다. 침해 주장 제품의 연구개발 담당자와 설계 엔지니어뿐 아니라 제조, 영업, 마케팅, 재무 담당자도 관련 자료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종이문서만이 아니다. 이메일, 서버 파일, 설계자료, 기술문서와 같은 전자저장정보(Electronically Stored Information, ESI)도 Discovery의 중요한 대상이 된다.

피고가 기억해야 할 첫 번째 원칙

Discovery 대응의 첫 단계는 상대방의 특허를 무효화할 선행기술을 찾는 것이 아니라, 먼저 우리 회사의 증거가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2. Discovery가 시작되면 제품의 ‘속’이 보이기 시작한다

특허권자는 소송을 제기하기 전까지 피고 제품의 내부를 완전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시중 제품을 구입해 분석할 수 있고, 사용설명서와 공개된 기술자료를 조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설계명세서, 내부 회로도, 제조공정, 개발자료와 소스코드까지 외부에서 확인하기는 어렵다.

Discovery가 시작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원고는 침해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피고 제품의 구조와 작동방식, 설계자료, 제조공정, 성능자료 및 연구개발 기록 등을 요구할 수 있다.

피고 입장에서는 바로 이 지점부터 기술적 비밀을 보호하면서도 소송상 필요한 자료는 적법하게 개시해야 하는 어려운 균형 문제가 시작된다.

피고에게 Discovery가 어려운 이유 특허침해 여부를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자료는 대개 기업이 가장 공개하고 싶지 않은 자료이기도 하다.

설계도면, 제조공정, 소스코드와 개발기록이 대표적이다.

3. 그렇다고 영업비밀을 세상에 공개하는 것은 아니다

Discovery 대상이라고 해서 기업의 기밀자료가 곧바로 일반에 공개되는 것은 아니다.

특허소송에서는 민감한 기술·사업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Protective Order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건과 법원의 명령에 따라 접근할 수 있는 사람, 자료의 사용 목적과 보관·반환 방법 등이 제한될 수 있다.

소스코드처럼 특히 민감한 자료에는 더 엄격한 열람조건이 설정되는 경우도 있다. 특정 장소 또는 통제된 환경에서 열람하도록 하거나, 복사·반출과 접근자를 제한하는 방식이 사용될 수 있다.

따라서 소스코드 개시는 “파일을 상대방에게 넘긴다”는 식으로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 구체적인 제공 방식은 해당 사건의 Protective Order와 Discovery Order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4. 피고의 Discovery에는 세 개의 전선이 있다

피고는 방어만 해서는 안 된다. Discovery를 이용하여 원고의 사건 자체도 공격해야 한다.

① 비침해(Noninfringement)
피고 제품이 청구항의 모든 구성요소를 충족하는지를 공격한다.
② 무효(Invalidity)
선행기술과 기타 무효사유를 통해 계쟁 청구항의 유효성을 공격한다.
③ 원고의 권원·구제수단 공격
Chain of Title, 라이선스, 손해배상 산정과 금지청구의 근거 등을 검토한다.

이 세 전선은 서로 독립되어 있지 않다. 좋은 Discovery 전략은 처음부터 이 세 가지를 연결한다.

5. 첫 번째 반격 ― “우리 제품에는 그 구성요소가 없다”

비침해 주장의 출발점은 청구항이다.

특허침해가 인정되려면 적용되는 침해법리에 따라 청구항의 각 구성요소가 피고 제품 또는 방법에서 충족되는지가 문제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가 제시한 Claim Chart를 구성요소별로 분해하여 검토해야 한다.

핵심은 막연하게 “우리 제품은 다르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비침해 분석의 핵심 질문 “어느 청구항의 어느 구성요소가 우리 제품의 어디에 존재하지 않는가?”

문언침해뿐 아니라 원고가 균등론 (Doctrine of Equivalents)을 주장할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

결국 설계도면, 회로도, 제조공정과 소스코드는 원고에게는 침해를 입증하는 자료지만, 동시에 피고에게는 특정 청구항 구성요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비침해 증거가 될 수도 있다.

6. 두 번째 반격 ― “그 특허는 애초에 유효한가?”

비침해와 함께 피고가 구축하는 또 하나의 핵심 방어축은 특허의 무효다.

피고는 선행특허와 간행물뿐 아니라 사건의 사실관계와 적용법에 따라 출원 전 공개, 사용 또는 판매와 관련된 자료 등을 조사할 수 있다.

선행기술을 찾았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선행기술이 어느 청구항을 공격하는지, 청구항의 각 구성요소가 선행기술의 어디에 개시되어 있는지, 복수 문헌을 결합한다면 어떠한 근거로 그 결합을 주장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특허사건에서 흔히 말하는 Invalidity Contentions와 이에 수반되는 Prior Art Claim Chart가 중요한 이유다.

7. 무효 공격은 §102와 §103만의 문제가 아니다

피고의 무효 전략을 선행기술 검색으로만 이해하면 충분하지 않다.

사건에 따라 35 U.S.C. § 101의 특허적격성, § 102의 신규성, § 103의 비자명성, § 112의 기재요건과 명확성 등 여러 쟁점이 검토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의 Invalidity Contentions는 “선행기술 몇 건을 찾아 제출하는 문서”가 아니라 특허의 유효성을 어떤 법적·기술적 논리로 공격할 것인지 구조화하는 방어설계도에 가깝다.

8. 피고도 원고의 내부를 들여다본다

Discovery의 화살표는 양방향이다.

원고가 피고의 제품과 매출자료를 요구한다면, 피고 역시 원고의 특허와 사업에 관한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우선 살펴볼 것은 특허의 권원이다. 특허가 누구에게서 누구에게 이전되었는지, 양도계약과 라이선스의 내용은 무엇인지, 원고가 해당 특허에 관하여 주장하는 권리를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지 등이 쟁점과 관련되는 범위에서 검토될 수 있다.

발명의 역사도 중요하다. 발명의 착상과 개발과정, 연구·실험기록, 출원 전 공개나 판매와 관련된 자료 등이 무효 또는 다른 방어논리와 연결될 수 있다.

손해배상 주장 역시 공격 대상이다. 원고가 일실이익을 주장한다면 시장에 비침해 대체품(Noninfringing Alternatives)이 있었는지, 원고에게 수요를 충족할 생산·판매능력이 있었는지 등이 쟁점이 될 수 있다.

합리적 로열티가 문제라면 기존 라이선스 계약과 실제 로열티 자료가 중요해질 수 있다.

9. Written Discovery ― 문서와 답변이 방어논리를 고정한다

Rule 34의 Request for Production과 Rule 33의 Interrogatories는 피고에게도 중요한 Discovery 절차다.

피고는 관련성과 비례성 등의 적용 기준에 따라 제품 설계·구조·제조공정 자료와 매출, 판매수량, 비용 및 이익 등 손해배상과 관련된 자료를 제출해야 할 수 있다.

Interrogatories에서는 비침해 논리, 무효 주장의 사실적 근거, 선행기술 및 손해배상 관련 쟁점 등에 관하여 서면으로 답변하게 된다.

이 단계가 중요한 이유는 답변이 이후 Deposition과 전문가 보고서, Summary Judgment 및 Trial에서 계속 검증될 수 있기 때문이다.

10. Privilege는 ‘불리한 문서를 숨기는 제도’가 아니다

Discovery 대상 자료 가운데에는 Attorney-Client Privilege 또는 Work-Product Doctrine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자료가 존재한다.

그러나 단순히 변호사가 이메일에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자료가 자동으로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보호 여부는 해당 커뮤니케이션의 성격과 목적, 적용되는 법리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특권을 이유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에는 사건의 Discovery 절차에 따라 Privilege Log가 요구될 수 있다.

특허침해 위험을 검토한 사내·외 변호사 의견, 엔지니어와 변호사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은 고의침해 주장이나 Advice of Counsel 문제와 연결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특히 신중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11. 문서보다 위험할 수 있는 Rule 30(b)(6) Deposition

기업 피고에게 Rule 30(b)(6) Deposition은 Discovery에서 특히 중요한 단계다.

원고가 적절한 범위에서 신문주제를 특정하면, 회사는 그 주제에 관하여 조직을 대표해 증언할 한 명 이상의 증인을 지정한다.

여기에서 흔한 오해가 있다.

그 주제를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을 단순히 지정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Rule 30(b)(6) 증인은 개인 자격의 사실증인과 성격이 다르다.

회사는 지정된 사항에 관하여 합리적으로 이용 가능한 정보를 조사하고 증인이 조직의 지식을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Rule 30(b)(6)의 핵심

증인이 기억하는 것만 말하는 자리가 아니라, 회사가 알고 있는 것을 회사의 입장에서 증언하는 절차라는 점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제품의 설계와 작동방식, 매출과 재무자료, 특허 또는 선행기술에 관한 인지 등은 특허사건에서 중요한 신문주제가 될 수 있다.

12. 전문가 Discovery에서 방어논리가 하나의 체계가 된다

Discovery 후반부에 이르면 비침해와 무효 논리는 전문가 분석으로 구체화된다.

기술 전문가는 피고 제품과 청구항을 비교하여 비침해 의견을 제시하고, 선행기술과 청구항을 분석하여 무효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

손해배상 전문가는 원고가 주장하는 일실이익이나 합리적 로열티의 전제와 계산을 검토한다. 비침해 대체품, 특허기술의 경제적 기여도, 라이선스 자료 등도 쟁점에 따라 분석대상이 될 수 있다.

전문가 보고서가 제출된 뒤에는 상대방이 전문가를 Deposition한다. 따라서 보고서의 가정과 데이터, 분석방법과 결론은 다시 공격받는다.

이 단계에서 기술팀, 법률팀, 손해배상 전문가가 서로 다른 사실관계를 전제로 하고 있다면 소송 전체의 일관성이 흔들릴 수 있다.

13. Discovery의 끝에서 Trial의 모습이 보인다

Discovery가 마무리되고 Trial이 가까워지면 Rule 26(a)(3)에 따른 Pretrial Disclosures 등 재판 준비 절차가 이어진다.

원고가 어떤 증인을 세울 것인지, 피고가 어떤 증인을 부를 것인지, 어떤 Deposition 증언과 서증을 Trial에서 사용할 것인지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특허 무효를 Trial에서 주장하는 경우에는 35 U.S.C. § 282에 따른 통지 문제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Litigation Hold

Initial Disclosures · Discovery Planning

Product / Technical Discovery

Noninfringement Strategy

Invalidity Contentions · Prior Art

Written Discovery · Source Code · Financial Data

Fact / Rule 30(b)(6) Depositions

Expert Discovery

Pretrial Disclosures

Trial

14. 피고의 Discovery 전략은 ‘자료를 덜 주는 기술’이 아니다

미국 특허소송을 처음 경험하는 기업은 Discovery 대응을 문서제출의 문제로 생각하기 쉽다.

“어디까지 제출해야 하는가.”
“이 문서는 안 내도 되는가.”
“소스코드를 꼭 보여줘야 하는가.”

물론 모두 중요한 질문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좋은 Discovery 전략이 되기 어렵다.

피고가 공개하는 제품자료는 원고에게 침해 증거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피고의 비침해를 보여주는 증거가 될 수도 있다.

피고가 찾아낸 선행기술은 특허를 무효화하는 공격수단이 될 수 있다.

원고에게서 확보한 발명기록과 라이선스, 손해배상 자료는 원고의 특허 유효성이나 구제범위를 공격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Discovery 대응의 목표는 자료를 최대한 적게 내는 것이 아니다.

보호할 것은 적법하게 보호하고, 공개해야 할 것은 일관성 있게 관리하며, 확보한 증거를 비침해·무효·손해배상 방어라는 하나의 소송전략으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칼럼의 결론 미국 특허소송에서 피고의 Discovery는 수동적인 방어절차가 아니다.

기업의 기술과 사업자료를 보호하면서 원고의 침해주장과 특허 유효성, 손해배상 논리를 동시에 시험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피고가 던져야 할 질문도 “어떻게 하면 자료를 덜 제출할 수 있을까?”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무엇을 반드시 보존해야 하는가.
무엇을 적법하게 보호할 수 있는가.
무엇을 공개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 증거를 어떻게 비침해와 무효의 논리로 바꿀 것인가.”


이 네 가지 질문을 소송 초기부터 함께 관리할 때 Discovery는 부담스러운 자료제출 절차를 넘어 피고의 가장 중요한 방어수단이 된다.

※ 이 글은 미국 특허침해소송에서 피고가 경험하는 Discovery의 전체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인 실무 설명이다. 구체적인 Discovery 범위와 제출기한, Infringement·Invalidity·Noninfringement Contentions, 소스코드 열람 및 기밀자료의 취급방식 등은 해당 연방법원의 Local Rules와 Patent Local Rules, 담당 판사의 Standing Order, Scheduling Order, Discovery Order 및 Protective Order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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