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특허법상 자명성(Obviousness) 요건과 한국 진보성 법리
— 판단요소와 심리구조의 비교
핵심 요지
미국의 자명성과 한국의 진보성은 모두 관련 시점의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기술로부터 청구발명에 쉽게 도달할 수 있었는지를 묻는다. 차이는 어느 한쪽이 절차만 보고 다른 쪽이 발명의 실체만 본다는 데 있지 않다. 미국은 판단요소를 세분화된 판례용어로 설명하는 경향이 있고, 한국은 기술분야·결합 가능성·구성의 곤란성·효과 등을 종합하여 용이도출 여부를 서술하는 경향이 있다.
1. 자명성 요건과 판단시점 — AIA와 pre-AIA의 구별
자명성(obviousness) 또는 그 역면인 비자명성(nonobviousness)은 미국 특허법상 신규성과 구별되는 실체적 특허요건이다. 단일 선행기술이 청구항을 그대로 공개하지 않아 신규성이 인정되더라도, 선행기술의 변경이나 결합으로 통상의 기술자가 청구발명 전체에 쉽게 도달했을 것이라면 특허를 받을 수 없다.
현행 AIA 제103조는 청구발명과 선행기술의 차이가 청구발명의 유효출원일 전에 통상의 기술자에게 발명 전체로서 자명했는지를 묻는다. 반면 AIA 이전법이 적용되는 출원·특허에서는 판단시점이 발명 당시이다. 따라서 판례를 인용할 때에는 사건이 어느 법률체계에 속하는지와 판단시점을 구분해야 한다. 발명이 장기간 연구의 결과인지 우연한 착상에서 비롯됐는지는 그 자체로 특허성을 결정하지 않는다.
2. 역사적 전개 — Hotchkiss, 1952년법, Graham
(1) Hotchkiss v. Greenwood — 신규성 이상의 기준
Hotchkiss v. Greenwood, 52 U.S. (11 How.) 248 (1851)는 알려진 재료를 다른 재료로 대체한 문손잡이에 대해, 통상의 기술자 수준을 넘어서는 기술적 기여가 없다고 보았다. 이 판결은 신규하다는 이유만으로 특허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판례법적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2) 1952년 특허법과 제103조의 성문화
1952년 특허법은 판례상 형성된 비자명성 원칙을 제103조에 성문화하고 통상의 기술자라는 객관적 판단주체를 명시했다. 당시 특허변호사였던 Giles S. Rich와 미국 특허청의 Pasquale J. Federico는 법안 작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Rich는 뒤에 판사가 되었으므로 1952년 입법 당시부터 그를 판사로 부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1941년 Cuno Engineering 판결의 “flash of creative genius” 문구는 당시 판례 흐름을 상징하지만, 대법원이 그 뒤 모든 사건에서 이를 단일한 일반기준으로 적용했다고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 제103조의 “특허성은 발명이 이루어진 방식으로 부정되지 않는다”는 문언은 순간적인 천재적 영감만을 특허 가능한 발명으로 보는 접근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비자명성 판단을 확립하는 데 의미가 있다.
(3) Graham v. John Deere — 객관적 분석의 기본틀
Graham v. John Deere Co., 383 U.S. 1 (1966)는 자명성의 최종 판단이 법률문제이지만 그 결론은 구체적인 사실인정에 기초해야 한다고 확인했다. 이 판단틀은 KSR 이후에도 유지된다.
3. Graham 판단의 네 범주
실무상 Graham 분석은 다음 네 범주로 정리할 수 있다.
- 선행기술의 범위와 내용을 확정한다.
- 선행기술과 청구발명의 차이를 청구항별로 특정한다.
- 관련 분야 통상의 기술자 수준을 정한다.
- 객관적 비자명성 지표(objective indicia)를 평가한다.
상업적 성공, 장기간 해결되지 않은 과제, 타인의 실패, 예상 밖의 결과 같은 객관적 지표는 기술적 분석이 끝난 뒤 형식적으로 확인하는 부속요소가 아니다. 관련 자료가 기록에 제출되어 있다면 특허청과 법원은 이를 자명성·비자명성의 모든 증거와 함께 전체 판단에 포함해야 한다.
4. 통상의 기술자(PHOSITA)
PHOSITA는 특정 발명자나 실제 전문가가 아니라, 관련 시점의 기술수준과 관련 선행기술을 알고 통상적인 창작능력과 상식을 가진 것으로 상정되는 가상적 판단주체다. 모든 문헌을 현실적으로 읽은 전지적 존재로 묘사하는 것은 과도하며, 발명자와 같은 비범한 통찰을 당연히 전제해서도 안 된다.
통상의 기술자 수준을 정할 때에는 사건에 따라 다음 요소를 고려할 수 있다.
- 해당 분야에서 마주치는 문제의 유형
- 선행기술이 제시한 해결방법
- 기술혁신의 속도
- 기술의 정교성·복잡성
- 해당 분야 종사자의 통상적인 교육 수준
모든 요소가 항상 존재하거나 같은 비중을 갖는 것은 아니다. 발명자 개인의 학력이나 경력은 통상의 기술자 수준을 정하는 일반 요소로 병렬화하기 어렵다. 복합기술에서는 사건의 기술적 현실에 따라 통상적인 협업팀이 판단주체로 상정될 수 있으나, 모든 융복합 사건에서 자동으로 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5. 선행기술의 적격 범위 — Analogous Art
미국에서 제103조 거절에 사용하는 문헌은 청구발명에 관한 유사기술(analogous art)이어야 한다. 판단은 서로 독립적인 두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 문헌이 문제의 동일성 여부와 무관하게 청구발명의 기술분야(field of endeavor)에 속하는가.
- 그 분야 밖의 문헌이라도 청구발명이 다루는 문제에 합리적으로 관련(reasonably pertinent)되어, 통상의 기술자가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합리적으로 참고했을 것인가.
첫 번째 기준은 발명자 개인의 직업이나 실제 연구영역이 아니라 청구발명의 구조·기능·용도와 명세서의 설명을 중심으로 본다. 두 번째 기준에서는 문제를 청구발명의 해결책을 이미 아는 상태에서 지나치게 좁거나 인위적으로 정의하여 사후적으로 문헌을 포함하거나 배제해서는 안 된다.
6. 결합이유와 KSR의 유연한 접근
(1) KSR 이전 TSM 법리의 정확한 위치
KSR 이전의 teaching-suggestion-motivation(TSM) 법리도 결합의 근거를 인용문헌의 명시적 문구에만 제한한 것은 아니다. 통상의 기술자의 지식이나 해결하려는 문제의 성질에서 암묵적인 동기가 도출될 수도 있었다. 다만 일부 사건에서 이를 지나치게 정형적·경직되게 적용한 점이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2) KSR Int’l Co. v. Teleflex — 유연하되 이유 있는 분석
KSR Int’l Co. v. Teleflex Inc., 550 U.S. 398 (2007)는 결합이유를 특허문헌의 명시적 표현에 한정하지 않는 유연한 접근을 강조했다. 통상의 기술자는 자동인형이 아니라 통상적인 창의성(ordinary creativity)을 가진 사람이다. 시장수요, 설계유인, 알려진 문제, 통상의 기술지식과 상식도 변경·결합의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상식”이라는 말만으로 결론을 대신할 수는 없다. 심사관과 법원은 선행기술의 내용, 청구항과의 차이, 통상의 기술자 수준, 결합 또는 변경을 시도할 이유, 기술적 실행 가능성과 결과의 예측 가능성을 사실에 근거하여 특정하고, 그 사실에서 자명성 결론에 이르는 합리적인 설명을 제시해야 한다.
7. Obvious to Try의 범위
“시도해 볼 만했다”는 논리는 자동적인 거절기준도 아니고 언제나 배제되는 논리도 아니다. 다음 사정을 종합해야 한다.
- 관련 시점에 해결할 필요가 인식된 문제나 수요가 있었는가.
- 식별된 해결책이 유한하고 예측 가능한 선택지였는가.
- 통상의 기술자가 그 선택지를 추구할 구체적인 이유를 가졌는가.
- 그 선택에 성공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가 있었는가.
선택지가 사실상 무수하고 탐색 방향이 없거나 결과가 고도로 불확실하다면 단순한 연구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하다. 반대로 알려진 소수의 예측 가능한 해결책 중 하나를 선택할 충분한 이유와 합리적 성공기대가 있었다면 obvious-to-try 논리가 자명성을 뒷받침할 수 있다. 절대적인 성공 예측은 필요하지 않지만, 성공기대는 기록상 합리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8. 객관적 비자명성 지표와 Nexus
객관적 지표는 사후적 고찰을 통제하고 시장과 기술현실이 청구발명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보여준다. 대표적인 지표는 다음과 같다.
- 상업적 성공: 매출 그 자체가 아니라 청구된 기술적 특징이 성공의 원인이었는지가 중요하다.
- 장기간 해결되지 않은 과제와 타인의 실패: 과제가 실제로 존재했고 청구발명이 이를 해결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 경쟁자의 모방과 업계의 찬사: 청구된 특징을 실제로 모방·평가했는지, 다른 사업상 이유가 성공을 설명하는지 살핀다.
- 업계·전문가의 회의론: 관련 시점에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았다는 증거는 비자명성을 뒷받침할 수 있다.
- 예상 밖의 결과: 선행기술에서 합리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성질이나 효과가 있었는지 본다.
선행기술의 부정적 교시(teaching away)와 업계의 회의론(industry skepticism)은 구별해야 한다. 전자는 선행문헌이 특정 결합·변경에서 멀어지도록 가르치는지에 관한 결합분석이고, 후자는 관련 전문가들이 발명의 실현 가능성을 실제로 의심했다는 객관적 지표다.
객관적 지표를 주장하는 출원인 또는 특허권자는 그 지표와 청구발명 사이의 연계성(nexus)을 보여줄 생산부담을 질 수 있다. 반드시 하나의 직접 인과관계만 허용되는 것은 아니며, 판매제품이 청구발명의 특징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경우에는 nexus 추정이 문제될 수 있다. 모든 자료의 무게는 청구범위와의 부합성, 대체원인, 증거의 신뢰성을 고려하여 정한다.
9. 화학발명의 구조적 자명성
화학발명에서 구조적 유사성은 중요한 출발점이지만 그것만으로 자명성이 자동 성립하지는 않는다. 특정 선행화합물을 적절한 출발점 또는 lead compound로 선택할 이유, 청구화합물에 이르는 구조변경을 할 이유, 그 변경으로 원하는 성질을 얻을 합리적 성공기대가 필요하다. 사건에 따라 lead-compound 분석이 적절하지 않은 기술경로도 있으므로 기계적인 체크리스트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In re Papesch, 315 F.2d 381 (C.C.P.A. 1963)는 화합물의 특허성을 평가할 때 구조만 떼어 볼 것이 아니라 그 성질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반면 In re Dillon, 919 F.2d 688 (Fed. Cir. 1990) (en banc)은 구조적·화학적 유사성과 선행기술의 동기가 일응의 자명성 근거가 될 수 있고, 주장된 새로운 용도만으로 항상 이를 뒤집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다뤘다. 예상 밖의 성질이나 효과는 적절한 비교자료로 일응의 근거를 반박할 수 있지만, 자료는 청구범위와 합리적으로 부합해야 한다.
10. 바이오 분야 — Bell과 Deuel 이후
In re Bell, 991 F.2d 781 (Fed. Cir. 1993)과 In re Deuel, 51 F.3d 1552 (Fed. Cir. 1995)는 단백질 정보와 일반적 클로닝 방법만으로 특정 DNA 서열을 곧바로 자명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한 역사적 판례다.
그러나 KSR 이후 이 판례들을 “특정 서열에 직접적인 문언상 지시가 없으면 언제나 비자명하다”는 절대규칙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후보군의 크기와 식별 가능성, 당시 알려진 탐색·클로닝 기술의 예측 가능성, 특정 서열을 선택할 이유, 성공에 대한 합리적 기대, 기술분야의 불확실성과 청구범위의 폭을 종합해야 한다. Federal Circuit도 In re Kubin, 561 F.3d 1351 (Fed. Cir. 2009)에서 Deuel의 경직된 obvious-to-try 표현이 KSR에 의해 제한됐음을 설명했다.
11. 제법·방법발명 — Per Se Rule의 배제
제조방법이나 사용방법의 자명성은 출발물질 또는 생성물의 특허성만으로 자동 결정되지 않는다. 모든 청구한정을 고려하여 청구발명 전체를 선행기술과 비교해야 한다.
- In re Durden, 763 F.2d 1406 (Fed. Cir. 1985): 비자명한 출발물질과 생성물이 관련되어도 공지된 반응을 사용하는 공정이 사건의 사실관계상 자명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모든 제법발명에 적용되는 일률적 거절규칙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 In re Pleuddemann, 910 F.2d 823 (Fed. Cir. 1990): 방법청구항의 물질·사용 한정을 포함한 청구발명 전체를 평가해야 한다는 흐름에 속한다.
- In re Ochiai, 71 F.3d 1565 (Fed. Cir. 1995): 비자명한 특정 물질을 만들기 위한 공정을 단지 반응유형이 알려졌다는 이유만으로 자명하다고 할 수 없고, 제103조는 사실집약적인 전체 분석을 요구한다고 확인했다.
따라서 비자명한 생성물을 만드는 공정도 자명할 수 있고, 알려진 생성물을 만드는 공정도 비자명할 수 있다. 핵심은 출발물질, 공정단계, 생성물, 선행기술의 교시, 해당 변경을 선택할 이유와 성공기대를 사건별로 평가하는 것이다.
12. USPTO 심사단계의 3단계 구조
심사관의 일응 거절근거 — Graham 사실인정, 청구항과 선행기술의 대응관계, 결합·변경의 이유 및 합리적 성공기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출원인의 대응 — 청구항 해석, 선행기술의 미개시, 결합이유 부재, 성공기대 부족, 부정적 교시, 예상 밖 결과나 객관적 지표에 관한 논리 또는 증거를 제시한다.
전체 기록 재평가 — 심사관은 최초 근거와 출원인의 반박논리·증거를 모두 종합하여 거절 유지 여부를 판단하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심사관이 일응의 거절근거를 세우면 출원인은 대응할 생산부담을 지지만, 최종적인 설득책임이 출원인에게 완전히 이전되는 것은 아니다. USPTO 심사에서 적용되는 기준은 증거의 우월(preponderance of the evidence)이다. 전체 기록상 USPTO가 그 기준에 따라 자명성을 뒷받침하지 못하면 제103조 거절은 유지될 수 없다. 다만 다른 거절이유가 없다면 해당 청구항이 허용될 수 있다는 뜻이지, 단순히 증거가 “팽팽하다”는 문구만으로 자동 등록되는 별도 규칙이 있다는 뜻은 아니다.
13. 소송단계 — §282와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
등록특허는 35 U.S.C. §282에 따라 유효한 것으로 추정된다. 침해소송에서 무효를 주장하는 당사자는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clear and convincing evidence)로 무효를 증명해야 하며, 최종 설득책임은 그 당사자에게 유지된다.
Microsoft Corp. v. i4i Ltd. Partnership, 564 U.S. 91 (2011)에 따르면 PTO가 심사하지 않은 새로운 선행기술이 법원에 제출되더라도 증명기준 자체가 증거우월로 낮아지지는 않는다. 다만 사실판단자는 PTO가 그 자료를 검토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여 증거의 실질적 무게를 달리 평가할 수 있다. 즉 “기준의 변경”과 “증거가 갖는 설득력의 변화”를 구별해야 한다.
14. 미국 자명성과 한국 진보성 — 공통점과 상대적 차이
양국 모두 선행기술과 청구발명의 차이가 관련 시점의 통상의 기술자에게 쉽게 도출될 수 있었는지를 판단한다. 미국은 Graham 사실심리, analogous art, 결합이유, 합리적 성공기대와 객관적 지표를 비교적 세분화된 판례용어로 설명한다. 한국은 기술분야의 관련성, 선행기술의 결합 가능성, 구성의 곤란성, 효과와 기술수준을 종합하여 용이도출 여부를 서술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상대적 경향일 뿐 “미국은 절차적 자명성, 한국은 실체적 진보성”이라는 본질적 대립이 아니다. 미국도 청구발명 전체의 기술적 차이와 효과를 평가하고, 한국도 법률·증거·절차에 따라 거절 또는 무효의 근거를 심리한다. 한국 진보성 법리가 발명자의 천재성이나 상승효과를 일반적으로 요구한다고 표현해서도 안 된다.
(1) 현저한 효과의 역할
| 비교 항목 | 미국 | 한국 |
|---|---|---|
| 기본 판단 | 청구발명 전체가 관련 시점의 PHOSITA에게 자명했는지 |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기술로부터 쉽게 발명할 수 있었는지 |
| 효과의 위치 | 예상 밖 결과 또는 객관적 지표로 전체 판단에 반영 | 구성의 곤란성·용이도출 여부를 뒷받침하거나 반박하는 요소 |
| 독립 필수요건 | 아님 | 아님 |
| 자료의 역할 | 효과를 주장하는 측이 nexus와 청구범위에 부합하는 자료 제시 | 현저하거나 예측하기 어려운 효과를 주장하는 측이 명세서·비교자료로 뒷받침 |
한국에서도 현저한 효과는 모든 발명에 공통되는 독립적 일반요건이 아니다. 구성의 곤란성과 용이도출 판단을 보강할 수 있고, 특히 선택발명이나 수치한정발명처럼 효과가 기술적 선택의 의미를 설명하는 사건에서 중요성이 커질 수 있다.
(2) 결합동기와 사후적 고찰
한국 대법원 판례는 결합동기를 경직된 “원칙·예외”의 두 단계로 나누지 않는다. 선행문헌에 조합·결합의 암시나 동기가 제시되어 있는지를 살피되, 명시적 기재가 없더라도 출원 당시의 기술수준, 기술상식, 해당 분야의 기본적 과제, 발전경향과 업계의 요구 등에 비추어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결합에 이를 수 있었는지를 종합한다.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후3284 판결 이후의 판례도 이 틀을 반복하고 있다.
다만 결합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청구발명의 내용을 이미 아는 상태에서 구성요소를 선행기술에서 사후적으로 골라 맞추지 않았는지, 통상의 기술자가 실제로 해당 조합을 선택할 이유와 기술적 가능성을 가졌는지, 선행기술이 반대 방향을 가르치지는 않았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3) 선행기술 범위의 통제
미국은 analogous art라는 독립된 법리명 아래 청구발명의 기술분야와 문제에 대한 합리적 관련성을 심사한다. 한국은 동일한 명칭의 이분법적 테스트보다는 기술분야의 관련성, 과제·기능·작용의 공통성, 통상의 기술자가 해당 문헌을 참고할 가능성을 결합 및 용이도출 분석에 포함하는 경향이 있다.
두 법체계의 표현과 분석순서가 다르므로 어느 나라의 선행기술 범위가 일반적으로 더 넓거나 좁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비교의 초점은 구체적인 사건에서 어떤 문제를 기준으로 문헌의 관련성을 정하고, 사후적 고찰을 어떻게 통제하는지에 두어야 한다.
(4) 입증책임과 실무상 대응부담
한국에서도 진보성 결여를 주장하는 측이 그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원칙이다. 선행기술의 결합과 용이도출에 관한 구체적인 논증이 제시되면 출원인 또는 특허권자는 사실인정과 논리를 반박하거나 예상하기 어려운 효과를 제시할 현실적 대응부담을 질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곧바로 법적 증명책임의 전도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또한 그러한 대응구조가 높은 무효율의 직접 원인이라고 단정하려면 심판사건의 선택효과, 신규 선행기술, 청구항 작성과 심사기록, 산업별 차이, 정정 여부와 통계 분모 등을 통제한 실증분석이 필요하다.
15. 실무 체크리스트
- AIA 적용 여부를 확인하여 자명성의 관련 시점을 정확히 정했는가.
- 청구항별로 선행기술과의 차이를 특정했는가.
- 인용문헌이 청구발명에 관한 analogous art인지 검토했는가.
- 결합·변경의 이유와 합리적 성공기대를 별도로 설명했는가.
- 상식이나 주지관용기술이라는 결론을 구체적 사실로 뒷받침했는가.
- obvious-to-try 분석에서 선택지의 수·식별 가능성·예측 가능성을 확인했는가.
- teaching away와 industry skepticism을 구별했는가.
- 객관적 지표와 청구발명 사이의 nexus 및 대체원인을 검토했는가.
- 화학발명에서 출발화합물의 선택 이유와 구조변경 이유를 모두 확인했는가.
- 출원인의 반박 후 전체 기록을 다시 평가했는가.
결론
미국의 자명성과 한국의 진보성은 서로 다른 이름을 사용하지만 모두 통상의 기술자 관점에서 선행기술로부터 청구발명에 쉽게 도달할 수 있었는지를 묻는다. 미국은 판단요소를 세분화하고 절차상 부담의 이동을 명시적으로 설명하는 반면, 한국은 기술적 관련성·결합 가능성·구성의 곤란성·효과를 종합적으로 서술하는 경우가 많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서는 “절차 대 실체”, “미국의 좁은 선행기술 대 한국의 넓은 선행기술”, “한국의 상승효과 의무” 같은 단순한 대립구도를 피해야 한다. 핵심은 관련 시점, 선행기술 적격성, 결합을 시도할 이유, 합리적 성공기대, 객관적 지표와 전체 기록의 평가가 각 사건에서 충분히 사실화되고 설명되었는지에 있다.
관련 해설 영상
주요 법령·판례·공식 자료
- 35 U.S.C. § 103 — Conditions for patentability; non-obvious subject matter
- 35 U.S.C. § 282 — Presumption of validity; defenses
- USPTO, MPEP § 2141 — Examination Guidelines for Determining Obviousness
- USPTO, MPEP § 2143 — Prima Facie Case and KSR Rationales
- USPTO, MPEP § 2145 — Applicant’s Rebuttal Arguments and Evidence
- USPTO, MPEP § 2116 — Novel, Nonobvious Starting Material or End Product
- Graham v. John Deere Co., 383 U.S. 1 (1966).
- KSR Int’l Co. v. Teleflex Inc., 550 U.S. 398 (2007).
- Microsoft Corp. v. i4i Ltd. Partnership, 564 U.S. 91 (2011).
- In re Papesch, 315 F.2d 381 (C.C.P.A. 1963); In re Dillon, 919 F.2d 688 (Fed. Cir. 1990) (en banc).
- In re Bell, 991 F.2d 781 (Fed. Cir. 1993); In re Deuel, 51 F.3d 1552 (Fed. Cir. 1995); In re Kubin, 561 F.3d 1351 (Fed. Cir. 2009).
- In re Durden, 763 F.2d 1406 (Fed. Cir. 1985); In re Pleuddemann, 910 F.2d 823 (Fed. Cir. 1990); In re Ochiai, 71 F.3d 1565 (Fed. Cir. 1995).
- 지식재산처, 특허·실용신안 심사기준
- 대법원 판례속보 — 2005후3284 판결의 결합동기 법리를 인용한 2024년 중요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