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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September 13, 2026

특허침해소송을 당했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 미국 Discovery에서 "피고 기업"이 준비해야 할 것들

미국 특허소송에서 피고의 진짜 승부처, Discovery
―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공개하며, 무엇으로 반격할 것인가

미국 특허침해소송에서 피고 기업의 Discovery는 원고의 자료요구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절차가 아니다. 제품의 설계와 작동자료, 매출과 재무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동시에, 원고의 특허 권원과 침해주장, 특허 유효성 및 손해배상 논리를 공격해야 한다. 결국 Discovery는 피고가 비침해와 무효라는 방어논리를 실제 증거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미국에서 특허침해소송을 당한 기업이라면 가장 먼저 이런 생각을 하기 쉽다.

“우리 제품이 정말 이 특허를 침해하는가?”

물론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하지만 소장이 도착한 순간 기업이 실제로 직면하는 문제는 훨씬 넓다.

누구의 이메일을 보존해야 하는가. 어떤 설계도면과 소스코드가 Discovery 대상이 되는가. 매출과 이익자료는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는가. 엔지니어가 과거에 원고 특허를 검토한 기록은 없는가. 누가 Rule 30(b)(6) 증인으로 나가야 하는가.

그리고 동시에 질문해야 한다.

“원고의 특허는 정말 유효한가?”

피고에게 Discovery는 방어만 하는 절차가 아니다. 자신의 기술과 사업자료를 적절히 관리하면서 상대방 특허의 약점을 찾아 반격하는 과정이다.

1. 소장을 받았다면 먼저 ‘삭제’를 멈춰야 한다

특허침해소장을 받거나 소송을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기업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는 관련 자료가 사라지지 않도록 보존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실무에서 말하는 Litigation Hold다.

특허사건에서는 그 범위가 생각보다 넓을 수 있다. 침해 주장 제품의 연구개발 담당자와 설계 엔지니어뿐 아니라 제조, 영업, 마케팅, 재무 담당자도 관련 자료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종이문서만이 아니다. 이메일, 서버 파일, 설계자료, 기술문서와 같은 전자저장정보(Electronically Stored Information, ESI)도 Discovery의 중요한 대상이 된다.

피고가 기억해야 할 첫 번째 원칙

Discovery 대응의 첫 단계는 상대방의 특허를 무효화할 선행기술을 찾는 것이 아니라, 먼저 우리 회사의 증거가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2. Discovery가 시작되면 제품의 ‘속’이 보이기 시작한다

특허권자는 소송을 제기하기 전까지 피고 제품의 내부를 완전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시중 제품을 구입해 분석할 수 있고, 사용설명서와 공개된 기술자료를 조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설계명세서, 내부 회로도, 제조공정, 개발자료와 소스코드까지 외부에서 확인하기는 어렵다.

Discovery가 시작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원고는 침해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피고 제품의 구조와 작동방식, 설계자료, 제조공정, 성능자료 및 연구개발 기록 등을 요구할 수 있다.

피고 입장에서는 바로 이 지점부터 기술적 비밀을 보호하면서도 소송상 필요한 자료는 적법하게 개시해야 하는 어려운 균형 문제가 시작된다.

피고에게 Discovery가 어려운 이유 특허침해 여부를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자료는 대개 기업이 가장 공개하고 싶지 않은 자료이기도 하다.

설계도면, 제조공정, 소스코드와 개발기록이 대표적이다.

3. 그렇다고 영업비밀을 세상에 공개하는 것은 아니다

Discovery 대상이라고 해서 기업의 기밀자료가 곧바로 일반에 공개되는 것은 아니다.

특허소송에서는 민감한 기술·사업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Protective Order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건과 법원의 명령에 따라 접근할 수 있는 사람, 자료의 사용 목적과 보관·반환 방법 등이 제한될 수 있다.

소스코드처럼 특히 민감한 자료에는 더 엄격한 열람조건이 설정되는 경우도 있다. 특정 장소 또는 통제된 환경에서 열람하도록 하거나, 복사·반출과 접근자를 제한하는 방식이 사용될 수 있다.

따라서 소스코드 개시는 “파일을 상대방에게 넘긴다”는 식으로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 구체적인 제공 방식은 해당 사건의 Protective Order와 Discovery Order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4. 피고의 Discovery에는 세 개의 전선이 있다

피고는 방어만 해서는 안 된다. Discovery를 이용하여 원고의 사건 자체도 공격해야 한다.

① 비침해(Noninfringement)
피고 제품이 청구항의 모든 구성요소를 충족하는지를 공격한다.
② 무효(Invalidity)
선행기술과 기타 무효사유를 통해 계쟁 청구항의 유효성을 공격한다.
③ 원고의 권원·구제수단 공격
Chain of Title, 라이선스, 손해배상 산정과 금지청구의 근거 등을 검토한다.

이 세 전선은 서로 독립되어 있지 않다. 좋은 Discovery 전략은 처음부터 이 세 가지를 연결한다.

5. 첫 번째 반격 ― “우리 제품에는 그 구성요소가 없다”

비침해 주장의 출발점은 청구항이다.

특허침해가 인정되려면 적용되는 침해법리에 따라 청구항의 각 구성요소가 피고 제품 또는 방법에서 충족되는지가 문제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가 제시한 Claim Chart를 구성요소별로 분해하여 검토해야 한다.

핵심은 막연하게 “우리 제품은 다르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비침해 분석의 핵심 질문 “어느 청구항의 어느 구성요소가 우리 제품의 어디에 존재하지 않는가?”

문언침해뿐 아니라 원고가 균등론 (Doctrine of Equivalents)을 주장할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

결국 설계도면, 회로도, 제조공정과 소스코드는 원고에게는 침해를 입증하는 자료지만, 동시에 피고에게는 특정 청구항 구성요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비침해 증거가 될 수도 있다.

6. 두 번째 반격 ― “그 특허는 애초에 유효한가?”

비침해와 함께 피고가 구축하는 또 하나의 핵심 방어축은 특허의 무효다.

피고는 선행특허와 간행물뿐 아니라 사건의 사실관계와 적용법에 따라 출원 전 공개, 사용 또는 판매와 관련된 자료 등을 조사할 수 있다.

선행기술을 찾았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선행기술이 어느 청구항을 공격하는지, 청구항의 각 구성요소가 선행기술의 어디에 개시되어 있는지, 복수 문헌을 결합한다면 어떠한 근거로 그 결합을 주장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특허사건에서 흔히 말하는 Invalidity Contentions와 이에 수반되는 Prior Art Claim Chart가 중요한 이유다.

7. 무효 공격은 §102와 §103만의 문제가 아니다

피고의 무효 전략을 선행기술 검색으로만 이해하면 충분하지 않다.

사건에 따라 35 U.S.C. § 101의 특허적격성, § 102의 신규성, § 103의 비자명성, § 112의 기재요건과 명확성 등 여러 쟁점이 검토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의 Invalidity Contentions는 “선행기술 몇 건을 찾아 제출하는 문서”가 아니라 특허의 유효성을 어떤 법적·기술적 논리로 공격할 것인지 구조화하는 방어설계도에 가깝다.

8. 피고도 원고의 내부를 들여다본다

Discovery의 화살표는 양방향이다.

원고가 피고의 제품과 매출자료를 요구한다면, 피고 역시 원고의 특허와 사업에 관한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우선 살펴볼 것은 특허의 권원이다. 특허가 누구에게서 누구에게 이전되었는지, 양도계약과 라이선스의 내용은 무엇인지, 원고가 해당 특허에 관하여 주장하는 권리를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지 등이 쟁점과 관련되는 범위에서 검토될 수 있다.

발명의 역사도 중요하다. 발명의 착상과 개발과정, 연구·실험기록, 출원 전 공개나 판매와 관련된 자료 등이 무효 또는 다른 방어논리와 연결될 수 있다.

손해배상 주장 역시 공격 대상이다. 원고가 일실이익을 주장한다면 시장에 비침해 대체품(Noninfringing Alternatives)이 있었는지, 원고에게 수요를 충족할 생산·판매능력이 있었는지 등이 쟁점이 될 수 있다.

합리적 로열티가 문제라면 기존 라이선스 계약과 실제 로열티 자료가 중요해질 수 있다.

9. Written Discovery ― 문서와 답변이 방어논리를 고정한다

Rule 34의 Request for Production과 Rule 33의 Interrogatories는 피고에게도 중요한 Discovery 절차다.

피고는 관련성과 비례성 등의 적용 기준에 따라 제품 설계·구조·제조공정 자료와 매출, 판매수량, 비용 및 이익 등 손해배상과 관련된 자료를 제출해야 할 수 있다.

Interrogatories에서는 비침해 논리, 무효 주장의 사실적 근거, 선행기술 및 손해배상 관련 쟁점 등에 관하여 서면으로 답변하게 된다.

이 단계가 중요한 이유는 답변이 이후 Deposition과 전문가 보고서, Summary Judgment 및 Trial에서 계속 검증될 수 있기 때문이다.

10. Privilege는 ‘불리한 문서를 숨기는 제도’가 아니다

Discovery 대상 자료 가운데에는 Attorney-Client Privilege 또는 Work-Product Doctrine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자료가 존재한다.

그러나 단순히 변호사가 이메일에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자료가 자동으로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보호 여부는 해당 커뮤니케이션의 성격과 목적, 적용되는 법리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특권을 이유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에는 사건의 Discovery 절차에 따라 Privilege Log가 요구될 수 있다.

특허침해 위험을 검토한 사내·외 변호사 의견, 엔지니어와 변호사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은 고의침해 주장이나 Advice of Counsel 문제와 연결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특히 신중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11. 문서보다 위험할 수 있는 Rule 30(b)(6) Deposition

기업 피고에게 Rule 30(b)(6) Deposition은 Discovery에서 특히 중요한 단계다.

원고가 적절한 범위에서 신문주제를 특정하면, 회사는 그 주제에 관하여 조직을 대표해 증언할 한 명 이상의 증인을 지정한다.

여기에서 흔한 오해가 있다.

그 주제를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을 단순히 지정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Rule 30(b)(6) 증인은 개인 자격의 사실증인과 성격이 다르다.

회사는 지정된 사항에 관하여 합리적으로 이용 가능한 정보를 조사하고 증인이 조직의 지식을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Rule 30(b)(6)의 핵심

증인이 기억하는 것만 말하는 자리가 아니라, 회사가 알고 있는 것을 회사의 입장에서 증언하는 절차라는 점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제품의 설계와 작동방식, 매출과 재무자료, 특허 또는 선행기술에 관한 인지 등은 특허사건에서 중요한 신문주제가 될 수 있다.

12. 전문가 Discovery에서 방어논리가 하나의 체계가 된다

Discovery 후반부에 이르면 비침해와 무효 논리는 전문가 분석으로 구체화된다.

기술 전문가는 피고 제품과 청구항을 비교하여 비침해 의견을 제시하고, 선행기술과 청구항을 분석하여 무효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

손해배상 전문가는 원고가 주장하는 일실이익이나 합리적 로열티의 전제와 계산을 검토한다. 비침해 대체품, 특허기술의 경제적 기여도, 라이선스 자료 등도 쟁점에 따라 분석대상이 될 수 있다.

전문가 보고서가 제출된 뒤에는 상대방이 전문가를 Deposition한다. 따라서 보고서의 가정과 데이터, 분석방법과 결론은 다시 공격받는다.

이 단계에서 기술팀, 법률팀, 손해배상 전문가가 서로 다른 사실관계를 전제로 하고 있다면 소송 전체의 일관성이 흔들릴 수 있다.

13. Discovery의 끝에서 Trial의 모습이 보인다

Discovery가 마무리되고 Trial이 가까워지면 Rule 26(a)(3)에 따른 Pretrial Disclosures 등 재판 준비 절차가 이어진다.

원고가 어떤 증인을 세울 것인지, 피고가 어떤 증인을 부를 것인지, 어떤 Deposition 증언과 서증을 Trial에서 사용할 것인지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특허 무효를 Trial에서 주장하는 경우에는 35 U.S.C. § 282에 따른 통지 문제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Litigation Hold

Initial Disclosures · Discovery Planning

Product / Technical Discovery

Noninfringement Strategy

Invalidity Contentions · Prior Art

Written Discovery · Source Code · Financial Data

Fact / Rule 30(b)(6) Depositions

Expert Discovery

Pretrial Disclosures

Trial

14. 피고의 Discovery 전략은 ‘자료를 덜 주는 기술’이 아니다

미국 특허소송을 처음 경험하는 기업은 Discovery 대응을 문서제출의 문제로 생각하기 쉽다.

“어디까지 제출해야 하는가.”
“이 문서는 안 내도 되는가.”
“소스코드를 꼭 보여줘야 하는가.”

물론 모두 중요한 질문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좋은 Discovery 전략이 되기 어렵다.

피고가 공개하는 제품자료는 원고에게 침해 증거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피고의 비침해를 보여주는 증거가 될 수도 있다.

피고가 찾아낸 선행기술은 특허를 무효화하는 공격수단이 될 수 있다.

원고에게서 확보한 발명기록과 라이선스, 손해배상 자료는 원고의 특허 유효성이나 구제범위를 공격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Discovery 대응의 목표는 자료를 최대한 적게 내는 것이 아니다.

보호할 것은 적법하게 보호하고, 공개해야 할 것은 일관성 있게 관리하며, 확보한 증거를 비침해·무효·손해배상 방어라는 하나의 소송전략으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칼럼의 결론 미국 특허소송에서 피고의 Discovery는 수동적인 방어절차가 아니다.

기업의 기술과 사업자료를 보호하면서 원고의 침해주장과 특허 유효성, 손해배상 논리를 동시에 시험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피고가 던져야 할 질문도 “어떻게 하면 자료를 덜 제출할 수 있을까?”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무엇을 반드시 보존해야 하는가.
무엇을 적법하게 보호할 수 있는가.
무엇을 공개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 증거를 어떻게 비침해와 무효의 논리로 바꿀 것인가.”


이 네 가지 질문을 소송 초기부터 함께 관리할 때 Discovery는 부담스러운 자료제출 절차를 넘어 피고의 가장 중요한 방어수단이 된다.

※ 이 글은 미국 특허침해소송에서 피고가 경험하는 Discovery의 전체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인 실무 설명이다. 구체적인 Discovery 범위와 제출기한, Infringement·Invalidity·Noninfringement Contentions, 소스코드 열람 및 기밀자료의 취급방식 등은 해당 연방법원의 Local Rules와 Patent Local Rules, 담당 판사의 Standing Order, Scheduling Order, Discovery Order 및 Protective Order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면 내 자료도 공개해야 한다 ― 미국 Discovery에서 "특허권자"가 준비해야 할 것들

미국 특허소송의 진짜 승부처, Discovery
― 특허권자는 무엇을 요구하고 무엇을 내놓아야 하는가

미국 특허침해소송에서 Discovery는 단순히 피고의 자료를 받아내는 절차가 아니다. 특허권자가 상대방의 제품 구조와 매출자료를 들여다보는 만큼, 자신의 발명 과정, 특허 권원, 라이선스, 손해배상 자료와 증인도 상대방의 검증대에 올라간다. 그래서 Discovery는 소송의 준비단계가 아니라 소송의 실질적인 승패가 형성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특허권자가 미국에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한다고 가정해 보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피고의 설계도면, 소스코드, 매출자료를 확보하는 일일 것이다.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반대 방향의 화살표도 있다.

피고 역시 특허권자의 발명노트, 출원 전 공개와 판매, 라이선스 계약, 손해배상 자료, 발명자의 증언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미국의 Discovery가 무서운 이유는 바로 이 양방향성에 있다.

1. Discovery는 소장을 제출한 뒤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특허소송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상대방에게 어떤 자료를 요구할 것인가가 아니다. 오히려 먼저 해야 할 일은 내 자료를 보존하는 것이다.

소송이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시점에 이르면 관련 문서와 전자저장정보(Electronically Stored Information, ESI)를 보존해야 할 의무가 문제될 수 있다. 실무에서 흔히 말하는 Litigation Hold가 여기에서 출발한다.

발명자만 대상이 되는 것도 아니다. 연구개발 담당자, 특허업무 담당자, 영업·재무 담당자 등 사건과 관련된 자료를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핵심 보관자(Custodians)를 식별해야 한다. 이메일, 연구기록, 설계자료, 계약서와 재무자료가 통상적인 문서 삭제 정책에 따라 사라지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특허권자가 기억해야 할 첫 번째 원칙

Discovery 전략의 출발점은 상대방 자료의 확보가 아니라 자신의 증거를 온전하게 보존하는 것이다.

2. 초기 단계부터 자신의 사건을 설명할 준비가 필요하다

미국 연방민사소송에서는 Rule 26을 중심으로 초기 단계부터 일정한 정보의 공개와 Discovery 계획이 이루어진다. 특허사건에서는 여기에 각 법원의 Patent Local Rules, Scheduling Order 또는 Case Management Order가 더해질 수 있다.

특허권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누구의 증언에 의존할 것인지, 어떤 자료로 침해와 손해를 입증할 것인지, 어떤 특허와 제품이 사건의 대상인지 등을 일찍부터 체계화해야 한다.

여기에서 특히 중요한 것이 특허의 권리관계다. 양도계약과 라이선스 계약, 특허권의 이전 경위 등 Chain of Title에 문제가 있다면 단순한 Discovery 문제가 아니라 원고적격이나 손해배상 범위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3. 특허소송의 핵심 문서, Infringement Contentions와 Claim Chart

특허침해소송에서 원고가 결국 설명해야 하는 질문은 단순하다.

“피고 제품의 어디가 내 특허청구항의 어느 구성요소를 충족하는가?” 특허침해 주장은 추상적인 유사성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각 청구항의 구성요소와 피고 제품 또는 방법의 대응관계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구조화한 대표적인 자료가 Claim Chart다. 원고는 침해를 주장하는 청구항을 특정하고, 각 구성요소가 피고 제품이나 방법의 어느 부분에서 구현되는지를 대응시킨다.

문언침해(Literal Infringement)를 주장하는지, 균등론(Doctrine of Equivalents)에 의존하는지도 중요한 문제다. 균등론을 주장한다면 단순히 “실질적으로 같다”고 적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적용되는 법리에 맞추어 그 주장의 근거를 설명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 작성된 침해주장은 이후 청구항 해석, 전문가 보고서, Summary Judgment와 Trial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초기 Claim Chart는 단순한 제출서류가 아니라 소송 전체의 기술적 논리를 설계하는 문서에 가깝다.

[본문 이미지 삽입 위치 ― Patent Claim → Claim Elements → Accused Product의 Claim Chart 개념도]

4. 특허권자가 정말 원하는 것은 피고 내부의 자료다

소송 전에는 특허권자가 피고 제품의 내부 구조를 완전히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외부에서 구입한 제품을 분석하거나 공개된 설명서와 특허문헌을 검토할 수 있지만, 제조공정, 내부 회로, 소스코드, 개발자료까지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

Discovery의 가치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다. 원고는 사건의 쟁점과 비례성의 범위 안에서 피고 제품의 설계자료, 제조공정, 작동방식, 개발 이력 등에 관한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손해배상을 입증하려면 재무정보도 중요하다. 판매수량과 매출액, 가격, 비용과 이익 관련 자료, 라이선스 및 협상자료 등은 일실이익(Lost Profits) 또는 합리적 로열티(Reasonable Royalty)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고의침해를 주장하는 사건이라면 피고가 언제 특허를 알게 되었는지, 특허 또는 특허제품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Design-around를 검토했는지 등도 쟁점이 될 수 있다. 다만 변호사 의견서 등에는 Attorney-Client Privilege나 관련 waiver 문제가 얽힐 수 있으므로, 단순히 “요구하면 모두 받을 수 있는 자료”라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

5. 그런데 피고도 똑같이 원고의 약점을 찾는다

Discovery의 진짜 부담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원고가 피고에게 광범위한 자료를 요구하면, 피고 역시 원고의 특허와 침해주장을 공격하기 위한 자료를 요구한다.

가장 먼저 검토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특허권의 권원이다. 특허의 양도 경위, 기존 라이선스, 소송 제기 권한 등은 원고가 해당 특허를 실제로 행사할 수 있는지와 관련될 수 있다.

그 다음에는 발명의 역사가 조사 대상이 된다. 발명의 착상과 개발 과정, 연구노트, 실험자료, 출원 전 공개·사용·판매 또는 판매제안과 관련된 자료가 검토될 수 있다.

손해배상을 크게 청구할수록 원고 자신의 사업자료도 중요해진다. 일실이익을 주장한다면 생산능력과 판매자료, 시장상황 및 비침해 대체품(Noninfringing Alternatives)의 존재 등이 쟁점이 될 수 있다.

Discovery의 역설 상대방에게 더 깊이 들어갈수록 상대방도 내 사건의 더 깊은 곳으로 들어온다.

따라서 미국 특허소송을 제기하기 전에는 “상대방에게서 무엇을 받을 것인가”뿐 아니라 “상대방에게 무엇을 보여주게 될 것인가”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6. Request for Production과 Interrogatories

Discovery의 상당 부분은 서면으로 진행된다. 대표적인 수단이 Rule 34의 Request for Production과 Rule 33의 Interrogatories다.

문서제출요구를 통해 사건과 관련된 문서와 ESI 등을 요구하고, Interrogatories를 통해 특정 사실이나 주장에 대한 서면 답변을 요구할 수 있다.

특허사건에서는 발명의 완성 과정, 우선권과 관련된 사실, 침해·무효 주장, 손해배상 산정의 사실적 근거 등 다양한 문제가 이러한 서면 Discovery를 통해 구체화된다.

그렇다고 모든 문서를 무제한으로 공개하는 것은 아니다. Attorney-Client Privilege 또는 Work-Product Doctrine이 적용되는 자료는 적절한 요건 아래 보호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제출하지 않는 자료의 성격과 특권 주장 근거를 정리한 Privilege Log가 실무적으로 중요해진다.

7. 문서보다 더 어려운 순간, Deposition

문서는 시간을 두고 검토하고 답할 수 있다. Deposition은 다르다. 상대방 변호사의 질문에 증인이 직접 답하고, 그 증언은 기록으로 남는다.

특허권자 측에서는 발명자, 연구개발 담당자, 특허업무 담당자와 기타 핵심 사실증인이 Deposition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업에는 Rule 30(b)(6) Deposition이 특히 중요하다. 상대방이 특정 주제를 지정하면, 회사는 해당 주제에 관한 조직의 지식을 대표하여 증언할 사람을 준비해야 한다. 따라서 단순히 “그 업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을 데려가는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회사가 지정된 주제에 관하여 합리적으로 이용 가능한 정보를 조사하고, 증인이 조직의 입장을 적절히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초기 서면, Claim Chart, 이메일, 연구기록 및 과거의 진술 사이에 모순이 있다면 Deposition에서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8. 전문가 Discovery에서 기술과 손해배상 논리가 완성된다

특허소송은 전문가의 역할이 특히 큰 분야다. 기술 전문가는 침해와 무효 등 기술적 쟁점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고, 손해배상 전문가는 일실이익이나 합리적 로열티 등 손해액 산정에 관한 분석을 수행한다.

Rule 26(a)(2)의 적용을 받는 전문가 보고서에는 전문가의 의견뿐 아니라 그 의견의 근거와 사용한 자료 등이 규칙이 요구하는 범위에서 제시된다.

보고서를 제출하면 끝나는 것도 아니다. 상대방은 전문가를 Deposition하고, 분석방법과 가정, 사용한 데이터와 논리의 약점을 공격한다. 이후 사건에 따라 전문가 증언의 허용 여부 자체가 중요한 다툼이 될 수도 있다.

9. Discovery의 끝은 Trial 준비의 시작이다

Discovery가 끝나면 사건은 Trial을 향해 좁혀진다. Rule 26(a)(3)에 따른 Pretrial Disclosures에서는 Trial에서 제시할 증인과 증언녹취 부분, 서증 등에 관한 정보가 규칙이 정하는 시기에 공개된다.

이 시점이 되면 처음 소장을 제출했을 때의 사건과는 모습이 달라져 있다. 어떤 청구항이 살아남았는지, 어떤 침해이론과 무효이론이 실제 쟁점인지, 어떤 증거와 전문가 의견이 Trial에서 사용될 수 있는지가 상당 부분 구체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Litigation Hold

Initial Disclosures · Discovery Planning

Infringement Contentions · Claim Chart

Written Discovery · Document Production

Fact / Rule 30(b)(6) Depositions

Expert Discovery

Pretrial Disclosures

Trial

10. 특허권자는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Discovery를 준비해야 한다

미국 특허소송에서 흔히 범하기 쉬운 착각은 “일단 소송을 제기한 뒤 Discovery를 통해 필요한 자료를 찾으면 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Discovery는 상대방의 약점을 찾는 과정인 동시에 자신의 특허와 사업, 발명의 역사와 손해배상 논리를 상대방의 검증에 내놓는 과정이다.

따라서 소송 제기 전에는 침해분석만 해서는 부족하다. 특허의 권원은 깨끗한지, 발명과 출원 과정의 기록에는 문제가 없는지, 과거 라이선스가 손해배상 주장과 충돌하지 않는지, 발명자와 임직원의 이메일에는 어떤 내용이 남아 있는지, 손해배상 주장을 실제 재무자료로 뒷받침할 수 있는지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칼럼의 결론 미국 특허소송에서 Discovery는 상대방에게 증거를 요구하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다.

특허권자의 사건 전체를 스트레스 테스트하는 과정에 가깝다.

침해주장이 강하더라도 권리관계에 문제가 있거나, 발명 과정의 기록과 증언이 충돌하거나, 손해배상 이론이 실제 재무자료와 맞지 않는다면 Discovery 과정에서 소송의 약점이 드러날 수 있다.

그래서 미국 특허소송의 Discovery 전략은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서는 부족하다.

“우리가 상대방에게 요구할 자료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 대가로 우리의 무엇이 검증대에 올라갈 것인가.”

이 두 질문에 동시에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제대로 된 Discovery 전략이 시작된다.

※ 이 글은 미국 특허침해소송의 Discovery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인 실무 설명이다. 구체적인 개시 범위와 제출기한, Infringement/Invalidity Contentions 등의 절차는 해당 연방법원의 Local Rules와 Patent Local Rules, 담당 판사의 Standing Order, Scheduling Order 및 사건별 명령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Thursday, August 20, 2026

청구항 해석에 합의했는데 왜 독이 되었나 — Allergan·AstraZeneca 판례로 읽는 합의의 명암

청구항 해석에 합의하고도 불명확성이나 비자명성 다툼은 남을 수 있다. 해석 문제가 모두 끝난 듯 보여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합의 문구가 침해 여부를 가리는 기준이 되고, 항소법원이 판단을 다시 살피는 범위까지 바꾸기 때문이다. 무엇을 끝냈는지만 보아서는 좋은 합의인지 알 수 없다. 어떤 문제를 남겼고, 그 문제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까지 따져야 한다.

1. 해석합의가 소송의 기준선을 정한다

특허소송에서 청구항 해석은 침해 여부를 가리기 전에 청구항의 법적 의미와 범위를 정하는 절차다. 미국에서는 이를 흔히 Markman 절차라고 부른다. 당사자가 모든 용어를 끝까지 다툴 필요는 없다. 중요하지 않은 용어에 합의하면 법원이 판단할 쟁점이 줄고, 전문가 조사와 재판을 핵심 문제에 집중할 수 있다. 기술용어의 뜻이 명세서에서 비교적 분명하거나 양쪽 모두 같은 기준이 필요한 경우에는 특히 유용하다.

해석합의는 동의어 하나를 다른 말로 바꾸는 작업이 아니다. 법원이 받아들인 해석은 청구항과 피고 제품을 비교하는 기준이 된다. 선행기술과 청구발명을 비교할 때도 같은 기준을 쓴다. 불명확성을 따질 때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해석 단계에서 유리해 보인 문구가 침해나 무효 단계에서는 상대방의 공격 수단으로 바뀌는 까닭이다.

당사자가 합의했다고 해서 법원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청구항의 법적 의미와 범위를 정하는 일은 법관의 몫이다. O2 Micro International Ltd. v. Beyond Innovation Technology Co.에 따르면 당사자 사이에 범위를 둘러싼 실질적인 다툼이 있으면 법원이 그 다툼을 풀어야 한다. ‘통상적인 의미에 따른다’고만 하거나 모호한 공통 문구를 받아들여, 배심원 또는 배심원 없는 재판의 법관에게 두 해석 중 하나를 고르게 해서는 안 된다.

법원이 합의 내용을 받아들이고 어느 당사자도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그 해석은 이후 침해와 유효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불명확성·침해·유효성의 결론까지 저절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합의가 정하는 것은 비교 기준이다. 어떤 증거를 그 기준과 비교할지, 비교한 결과가 무엇인지는 따로 판단한다.

절차용어부터 풀어 보기

이 글에서 ‘주장을 유지한다’는 말은 소송이 끝날 때까지 같은 말을 반복하라는 뜻이 아니다. 필요한 신청서·준비서면·재판 전 명령서에 쟁점을 분명히 적고, 법원에 실제 판단을 요청하며, 재판 단계에서도 그 주장을 철회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패소한 뒤 항소법원에 같은 문제를 심사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반대로 주장을 중간에 버리거나 판단을 구하지 않으면 항소법원은 ‘하급심에서 제대로 제기하지 않은 문제’라며 심사를 거절할 수 있다.

‘소송기록에 남긴다’는 표현도 단순히 메모를 남긴다는 뜻이 아니다. 청구항 해석서, 약식판결 신청서, 재판 전 명령서, 증거제출과 이의제기, 최종판결 형성 문서처럼 법원이 공식적으로 접수하거나 재판에서 다룬 자료에 쟁점과 당사자의 입장을 분명히 표시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기록만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법원에 판단을 구하는 일이다.

bench trial은 배심원 재판이 아니라 배심원 없이 법관이 증거를 듣고 사실까지 판단하는 재판이다. 이 글에서는 ‘배심원 없는 법관재판’이라고 부른다. 법관재판 뒤 항소법원은 법률 판단은 처음부터 다시 살피지만, 증언의 신빙성이나 제품의 속성 같은 사실인정은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확신할 정도가 아니면 그대로 둔다.

2. 합의 뒤에 남는 문제와 뒤늦게 생기는 불이익

청구항 해석에 합의한 뒤 생기는 위험은 두 갈래다. 하나는 해석만 끝났을 뿐 다른 법적 문제가 그대로 남는 경우다. MeadWestvaco에서는 용어의 뜻에 합의할 수 있어도 §112(b)의 불명확성 문제가 따로 남았다. Valeant에서도 안정성의 뜻은 정했지만 §103의 비자명성 판단까지 끝난 것은 아니었다. 합의는 무엇을 판단할지 분명하게 해 줄 뿐 결론을 대신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해석 문제가 끝난 듯 보였지만 합의가 나중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다. Allergan에서는 추상적인 유의어 합의가 실제 수치 경계를 정하지 못한 채 침해 여부를 증거에 따라 판단하는 단계로 넘겼다. 그 사실인정은 항소심에서 쉽게 뒤집을 수 없었다. AstraZeneca에서는 법원이 채택한 해석을 전제로 침해를 인정하면서도 그 해석이 잘못되었다는 주장을 철회하지 않았다. 그래서 항소법원이 해석을 바꾸자 그 해석을 전제로 한 침해판결도 취소될 수 있었다.

합의의 좋고 나쁨을 승패만으로 재단할 수는 없다. Valeant의 항소 결과를 합의가 직접 낳았다고 말하기 어렵다. AstraZeneca에서도 침해판결이 취소되었다고 비침해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합의 뒤 남은 문제의 종류, 판단할 사람, 항소심의 심사 범위, 하급심에서 실제로 다툰 내용을 함께 살펴야 한다.

3. 중심 사례 ① Allergan, 뜻은 맞췄지만 범위는 남았다

Allergan v. Sandoz, ‘about’을 ‘approximately’로 바꾼 대가

Allergan은 녹내장 치료제 Lumigan 0.01%에 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었다. Sandoz, Lupin, Hi-Tech 등은 미국 식품의약국에 복제약 허가신청인 ANDA를 내면서 특허 만료 전에 제품을 판매하려 했다. Allergan은 이 ANDA 제출이 특허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해 텍사스 동부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여러 청구항 중 일부는 안과용 수용액의 pH를 ‘about 7.3’으로 한정하고 있었다.

영어 about과 approximately는 모두 ‘약’, ‘대략’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about 7.3’을 ‘approximately 7.3’으로 바꾼 합의는 about에 새로 허용오차를 부여한 것이 아니다. about 자체가 이미 어느 정도의 폭을 전제한다. 문제는 그 폭이 측정오차만큼인지, 제조상 변동까지 포함하는지, 그리고 7.2가 들어가는지를 합의문이 말해 주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Hi-Tech의 ANDA에는 제품의 유효기간 중 pH가 6.8–7.2라고 적혀 있었다. 지방법원은 5일 동안 배심원 없는 법관재판을 열어 침해와 비자명성 등을 심리했다. 양쪽 전문가의 증언을 들은 뒤, Hi-Tech 제품이 ‘approximately 7.3’이라는 한정을 문언 그대로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균등론에 따른 침해도 예비적으로 인정했지만, CAFC는 문언침해 판단을 유지했으므로 균등론까지 판단할 필요가 없었다.

Hi-Tech는 항소심에서 ‘approximately 7.3’을 더 좁게 읽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CAFC는 Hi-Tech가 지방법원에서 수치 경계를 더 정해 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먼저 지적했다. 당사자가 제안하고 법원이 채택한 해석이 그대로 사건을 지배하므로, 항소심에서는 7.2가 그 해석에 들어간다고 본 사실인정이 명백히 잘못되었는지만 살폈다. 양쪽 전문가 증언이 있었던 만큼 CAFC는 지방법원의 판단을 뒤집지 않았다.

합의가 불리하게 작용한 지점은 분명하다. Hi-Tech는 해석 단계에서 ‘approximately 7.3’의 숫자상 한계가 무엇인지 다투지 않았고, 법원에 더 구체적인 해석도 요청하지 않았다. 그러자 쟁점은 ‘법적으로 어디까지가 약 7.3인가’에서 ‘이 제품의 7.2가 합의된 표현에 들어가는가’로 옮겨 갔다. 전자는 법률문제라서 항소법원이 새로 판단할 수 있지만, 후자는 전문가 증거를 평가한 사실문제여서 명백한 오류가 있어야 뒤집을 수 있다.

Allergan이 모든 about 표현의 허용오차를 정한 것은 아니다. CAFC는 pH 6.8–7.2라는 범위 전체가 언제나 ‘약 7.3’에 포함된다는 일반 규칙도 만들지 않았다. 이 사건의 ANDA 내용과 전문가 증언에 비추어 7.2를 포함한다고 본 판단을 유지했을 뿐이다. 수치 경계가 중요하다면 청구항 해석서와 해석심리에서 양쪽이 주장하는 경계를 제시하고, 법원에 그 차이를 판단해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 불리한 해석이 채택되었을 때 그 법률 판단을 항소심에서 다시 다툴 수 있다.

4. 보조 사례 Valeant, 합의 뒤에도 비자명성은 남는다

Valeant v. Mylan, 안정성의 뜻을 정한 뒤 시작된 자명성 다툼

Valeant의 특허는 오피오이드 진통제의 부작용인 변비를 치료하는 주사제 Relistor에 관한 것이었다. 청구항 1은 메틸날트렉손 용액의 pH를 약 3.0–4.0으로 정했고, 청구항 8은 같은 제제가 실온에서 24개월 동안 안정하다는 결과를 덧붙였다. Mylan은 복제약 ANDA를 제출한 뒤 청구항 8의 침해는 인정했지만, 그 청구항이 선행기술에 비추어 자명하므로 무효라고 다투었다.

당사자들은 ‘24개월 동안 안정하다’는 말을 그대로 두지 않았다. 분해 생성물이 전체 메틸날트렉손의 2.0%를 넘지 않고, 24개월 뒤에도 의약품으로 쓸 수 있는 상태라고 합의했다. 이 합의는 무엇을 측정해야 하는지를 구체화했다. 다만 항소의 중심은 2.0% 기준 자체가 아니라,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기술을 보고 메틸날트렉손 용액의 pH 3–4를 선택해 장기 안정성을 얻으려 했을 것인지였다.

Mylan은 날록손과 날트렉손 같은 유사한 오피오이드 길항제의 제제를 공개한 특허와 의약품 제제 교과서를 제시했다. 이 자료들은 pH가 안정성에 영향을 주며, 선행기술의 pH 범위가 청구항의 3–4와 겹친다는 점을 보여 주었다. Valeant는 선행기술이 다른 화합물에 관한 것이고, 24개월 안정성을 실제로 달성하거나 예측하지 못했다고 맞섰다.

뉴저지 연방지방법원은 정식 재판을 열기 전에 Valeant의 비자명성 약식판결 신청을 받아들였다. 약식판결은 중요한 사실을 둘러싼 진정한 다툼이 없을 때만 가능한 절차다. 지방법원은 다른 화합물의 제제가 메틸날트렉손 제제를 가르치지 않는다고 보았고, 안정성을 높이려고 먼저 조절할 변수로 pH를 택했을 것이라는 증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Mylan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청구항 8의 자명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지방법원의 ‘시도해 볼 만했다’는 주장에 관한 설명이 특히 논란이 되었다. KSR 판결에 따른 obvious-to-try 논리는 해결해야 할 기술적 문제가 있고, 통상의 기술자가 시도할 수 있는 확인된 해결책이 유한하며 결과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할 때 적용된다. 지방법원은 서로 다른 두 숫자 사이에는 수학적으로 무한히 많은 부분범위가 존재하므로 pH 선택지가 유한하지 않다고 보았다. 이 전제를 따르면 Mylan은 obvious-to-try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고, 특허권자에게 유리한 비자명성 결론이 나온다.

CAFC는 이런 ‘무한대’ 계산이 실제 제제 개발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pH 측정기에는 정밀도의 한계가 있고, 실무자가 시험하는 값도 일정한 간격을 갖는다. pH 3–4를 소수점 한 자리 단위로 시험하면 열 개, 두 자리 단위로 시험해도 백 개의 값이지 무한대가 아니다. pH가 반드시 기술자가 가장 먼저 바꿀 변수여야 한다는 법적 요건도 없다. 청구항 8에서 조절 가능한 핵심 변수로 적힌 것은 pH였고, 기록상 pH가 안정성에 영향을 준다는 증거도 있었다.

CAFC는 구조와 기능이 비슷한 화합물의 중첩 pH 범위가 일단 자명성을 추정할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지방법원이 약식판결 단계에서 Mylan의 전문가 증거를 법률상 배척한 것도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CAFC가 청구항 8을 곧바로 무효라고 선고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사실관계를 더 심리하도록 비자명성 약식판결을 뒤집어 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Valeant는 합의가 특허를 무효로 만든 사례가 아니다. 안정성의 합의된 뜻은 비교 대상을 분명히 했지만, 자명성 여부는 선행기술의 내용, 세 화합물의 구조와 기능이 얼마나 비슷한지, pH 3–4를 시험할 동기와 성공을 기대할 근거가 있었는지에 달려 있었다. 합의 전에는 그 정의가 선행기술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검토해야 하지만, 항소 결과를 합의문 하나의 탓으로 돌리면 판결의 핵심을 놓친다.

5. MeadWestvaco, 용어에 합의해도 불명확할 수 있다

MeadWestvaco v. Rexam, 뜻을 정할 수 있다는 사실과 청구범위가 명확하다는 결론

MeadWestvaco Corp. v. Rexam Beauty & Closures, Inc.에서는 투명한 액체 흡입관에 관한 특허의 ‘XRD crystallinity’와 ‘quenched’가 불명확한지가 문제 되었다. 지방법원은 당사자들이 두 용어의 뜻에 합의해 청구항을 해석할 수 있다는 사정을 들어 불명확성 주장을 배척했다.

CAFC는 각주에서 지방법원의 논리가 정확하지 않다고 짚었다. 어떤 용어를 말로 정의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불명확성 심사가 끝나지는 않는다. 정의를 읽고도 통상의 기술자가 청구범위의 경계를 충분히 알아낼 수 없다면 여전히 불명확할 수 있다. 오늘날에는 Nautilus, Inc. v. Biosig Instruments, Inc.에 따라 명세서와 출원경과를 읽은 통상의 기술자가 발명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확실하게 알 수 있는지를 묻는다.

MeadWestvaco의 결론은 좁게 읽어야 한다. CAFC는 해당 청구항이 실제로 불명확하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합의된 정의만으로 명확성이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은 각주에 있다. 정작 항소 결과를 좌우한 이유는 피고가 약식판결 단계에서 제기했던 불명확성 주장을 재판에서 더 이상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CAFC는 피고가 그 주장을 포기했다고 보고 실체를 심사하지 않았다.

따라서 특허권자가 합의된 정의를 얻었다고 해서 §112(b) 다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피고 역시 해석 문구에 동의했다는 이유만으로 불명확성 주장을 당연히 잃지 않는다. 다만 합의서에 불명확성 주장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적고, 약식판결 신청이나 재판 전 명령서에서 그 주장을 분명히 제시하며, 재판에서도 법원에 판단을 요청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항소법원은 쟁점을 검토하지 않을 수 있다.

6. 중심 사례 ② AstraZeneca, 조건부 합의로 위험을 줄이다

AstraZeneca v. Mylan, 침해를 인정한 전제가 항소심에서 바뀐 사건

AstraZeneca AB v. Mylan Pharmaceuticals Inc.에서는 흡입용 제제에 든 PVP의 농도 ‘0.001%’가 문제 되었다. 처음에는 두 당사자 모두 별도 해석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Mylan이 균등론에 따른 비침해 약식판결을 신청하면서 그 수치가 어디까지를 가리키는지를 놓고 다툼이 생겼다. 지방법원은 유효숫자 한 자리의 반올림 관례를 적용해 0.0005–0.0014%로 해석했다. Mylan은 모든 해석 아래에서 침해를 인정한 것이 아니다. 지방법원의 넓은 해석을 적용하는 경우 자사 제품이 그 범위에 들어간다고 인정하여 항소할 수 있는 최종판결이 내려지도록 했다.

CAFC 다수의견은 명세서의 실험자료와 출원경과가 PVP 농도의 미세한 차이를 중요하게 취급한다고 보았다. 출원인은 처음의 ‘about 0.0005% to about 0.05%’ 범위를 정확한 ‘0.001%’로 좁히고 ‘about’을 제거했으며, 그 농도의 임계성과 실험결과를 거듭 강조했다. 다수의견은 이 기록에 비추어 0.001%가 사실상 소수 넷째 자리까지 표시된 0.0010%에 가까운 정밀도를 갖는다고 보고, 반올림되는 범위를 0.00095–0.00104%로 한정했다. Taranto 판사는 이 접근이 명시된 0.001을 0.0010으로 다시 쓰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다수의견이 지배하며, 그 결과 종전 해석을 전제로 한 침해판결은 취소·환송되었다.

Mylan의 합의에는 전제가 있었다. 지방법원의 넓은 해석이 적용되는 한 자사 제품이 청구항에 들어간다고 인정했지만, 그 해석이 옳다는 데까지 동의하지는 않았다. Mylan은 해석의 잘못을 항소했고, CAFC가 범위를 좁히자 그 해석에 기대어 내려진 침해판결도 유지될 수 없었다. 그렇다고 CAFC가 Mylan 제품의 비침해를 확정한 것은 아니다. 지방법원이 새 해석에 따라 침해 여부를 다시 판단하도록 사건을 돌려보냈고, 비자명성 판단은 그대로 유지했다.

AstraZeneca를 출원경과상 권리포기의 요건을 전반적으로 낮춘 판례라고 읽어서는 안 된다. 다수의견은 명백한 권리포기가 성립하지 않더라도 출원인의 설명과 보정 내용을 청구항의 뜻을 밝히는 자료로 쓸 수 있다고 보았다. 출원인이 특정 범위를 명백히 포기했는지를 따지는 법리와, 출원기록 전체를 보고 문언의 뜻을 정하는 작업은 구별된다.

7. O2 Micro 이후 법관과 배심원이 나누어 맡는 일

판례들을 나란히 놓으면 합의가 불리해지는 경로가 보인다. 법관이 해결해야 할 범위 다툼을 추상적인 유의어 합의로 덮으면, 나중에는 채택된 문구를 제품에 적용하는 문제가 남는다. Allergan의 ‘about’을 ‘approximately’로 바꾼 합의가 그랬다. AstraZeneca에서는 Mylan이 지방법원의 해석을 전제로 침해를 인정하되 그 해석 자체는 계속 다투었다. CAFC가 해석을 바꾸자 전제에 기대고 있던 침해판결도 함께 취소되었다.

역할을 나누어 보면 이해하기 쉽다. 첫째, 청구항의 법적 의미와 범위를 정하는 일은 법관이 맡는다. 둘째, 확정된 범위와 피고 제품·공정을 비교해 실제로 한정을 충족하는지 가리는 일은 원칙적으로 사실판단이다. 배심원 재판이면 배심원이, 배심원 없는 법관재판이면 법관이 사실판단자 역할을 한다. 같은 법관이 판단하더라도 항소심에서는 법률 판단과 사실인정에 서로 다른 심사기준을 적용한다.

유효성을 따질 때 합의는 다른 방식으로 작용한다. Valeant에서 안정성의 합의된 뜻은 비교 대상을 구체화했다. 그래도 비자명성은 겹치는 pH 범위, 화합물 사이의 유사성, 그 범위를 시험할 동기와 성공을 예상할 근거를 모두 살펴야 했다. MeadWestvaco에서는 용어의 뜻을 정할 수 있어도 불명확성 심사가 끝나지 않았다. 다만 피고가 재판에서 그 주장을 더 다루지 않아 실체 판단을 받지 못했다.

O2 Micro가 모든 기술적 표현을 숫자로 바꾸라고 요구한 것은 아니다. 두 당사자가 청구범위에 관해 서로 다른 법적 기준을 제시한다면 법원이 그 차이를 풀어야 한다는 판결이다. 반대로 양쪽이 하나의 해석을 내고 더 구체적인 범위를 정해 달라고 요구하지 않으면, 법원은 그 문구를 채택한 다음 피고 제품이 이를 충족하는지를 사실판단에 맡길 수 있다. Allergan에서 일어난 일이 바로 이것이다.

해석 단계에서 양쪽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유연한 문구가 제품에 적용될 때 한쪽에 불리하게 구체화될 수 있다. 항소할 때도 차이가 생긴다. 법률문제라면 CAFC가 지방법원의 해석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 판단한다. 배심원 없는 법관재판의 사실인정은 명백한 오류가 있어야 뒤집고, 배심원 평결은 충분한 증거가 있는지를 중심으로 심사한다. 수치 경계를 합의하지 않는 선택은 나중에 누가 판단하고 항소법원이 얼마나 깊이 다시 살필지에도 영향을 준다.

8. 합의서에서 쟁점별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문안

다음 문안은 해석·불명확성·침해·항소권을 한 문장에 섞지 않고 따로 밝히는 예시다. 어느 주장을 계속할지, 어느 사실만 조건부로 인정할지, 어떤 결정을 항소할지를 법원 제출문서에 분명히 표시하려는 목적이다. 실제 문안은 사건의 명령서, 현지규칙, 최종판결의 형성 방식과 항소관할 요건에 맞추어 고쳐야 한다.

A. 해석만 합의하고 나머지 쟁점은 유보
Agreed Construction Only. Solely for purposes of this Action, the Parties agree that ‘[TERM]’ shall be construed as ‘[AGREED CONSTRUCTION].’ This stipulation resolves only the meaning and scope of that term. Except as expressly stated, neither Party admits any fact or legal conclusion concerning infringement, noninfringement, validity, invalidity, enforceability, damages, or any other issue.
한국어 참고 번역
해석에 한정된 합의. 당사자들은 오직 이 소송의 목적상 ‘[용어]’를 ‘[합의된 해석]’으로 해석하는 데 합의한다. 이 합의는 해당 용어의 의미와 범위만을 해결한다. 명시적으로 정한 경우를 제외하고 어느 당사자도 침해, 비침해, 유효, 무효, 권리행사 가능성, 손해배상 또는 그 밖의 사실이나 법적 결론을 인정하지 않는다.
B. §112(b) 불명확성 항변 유보
No Waiver of Indefiniteness. Defendant’s agreement to the foregoing construction does not waive, and expressly preserves, Defendant’s right to contend that the asserted claims, even as construed, fail to satisfy 35 U.S.C. § 112(b). Plaintiff preserves all responses. No Party may argue that entry into this stipulation constitutes a concession of definiteness.
한국어 참고 번역
불명확성 항변의 비포기. 피고가 위 해석에 동의하더라도, 그 해석에 따르더라도 주장 청구항이 미국 특허법 제112조 (b)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피고의 주장을 포기하지 않으며 이를 명시적으로 유보한다. 원고도 이에 대한 모든 반박을 유보한다. 어느 당사자도 이 합의의 체결이 명확성에 대한 양보라고 주장할 수 없다.
C. 특정 해석을 전제로 한 조건부 침해합의
Conditional Stipulation as to Infringement. If and only if the Court adopts [CONSTRUCTION], Defendant stipulates that [ACCUSED PRODUCT] satisfies [LIMITATION] solely to facilitate resolution of the remaining issues and, if otherwise permitted, appellate review. Defendant does not concede infringement under any other construction. If the construction is modified, vacated, or reversed, this stipulation shall have no effect unless the Parties otherwise agree in writing.
한국어 참고 번역
침해에 관한 조건부 합의. 법원이 [해석]을 채택하는 경우에만 피고는 남은 쟁점의 해결과 법이 허용하는 범위의 항소심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피고 제품]이 [청구항 한정]을 충족한다고 합의한다. 피고는 다른 해석 아래의 침해를 인정하지 않는다. 해당 해석이 변경·취소·파기되면 당사자들이 달리 서면 합의하지 않는 한 이 합의는 효력을 잃는다.
D. 재심리·항소심사를 요구할 권리의 유보
Preservation of Review. Each Party preserves, to the extent permitted by law, the right to seek reconsideration or appellate review of any claim-construction ruling identified in Exhibit A. Nothing in this stipulation creates appellate jurisdiction, waives a jurisdictional requirement, or preserves an issue not otherwise properly raised in the record.
한국어 참고 번역
심사를 요구할 권리의 유보. 각 당사자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별지 A에 적힌 청구항 해석 결정의 재검토 또는 항소심사를 요구할 권리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 합의만으로 항소관할이 생기거나 관할요건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하급심에서 적절한 시기에 제기하고 법원에 판단을 구하지 않은 문제까지 나중에 항소할 수 있게 되는 것도 아니다.
E. 법원의 해석권한과 조항의 가분성
Court Authority and Severability. The Parties acknowledge that claim construction remains a matter for the Court. If the Court rejects or materially modifies any agreed construction, the related stipulations shall be severable and shall not bind either Party unless reaffirmed in writing.
한국어 참고 번역
법원의 권한과 가분성. 당사자들은 청구항 해석이 법원의 판단사항으로 남는다는 점을 확인한다. 법원이 합의된 해석을 거부하거나 중대하게 변경하면 관련 합의 조항은 분리 가능하며, 당사자들이 서면으로 다시 확인하지 않는 한 어느 당사자도 구속하지 않는다.

예시 문구만으로 모든 권리가 생기지는 않는다. ‘항소할 권리를 유보한다’고 써도 항소관할이나 최종판결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항소할 수 없다. 불명확성 주장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적는 것만으로도 부족할 수 있다. MeadWestvaco에서 보듯 실제 절차에서 주장을 철회하지 않고, 증거를 내며, 법원에 판단을 구해야 한다. 합의문은 이미 적절하게 제기한 쟁점을 분명히 해 두는 문서이지, 제기하지 않은 권리를 새로 만드는 문서가 아니다.

9. 합의서에 서명하기 전에 답해야 할 질문

첫째, 합의문이 실제 범위 다툼을 끝내는가. ‘about’을 ‘approximately’로 바꾸는 데 그친다면 제품에 적용할 때 같은 문제가 다시 생긴다. 남은 문제를 누가 판단할지도 미리 확인해야 한다.

둘째, 다음 판단은 누가 맡는가. 합의된 문구의 법적 의미는 법관이 정한다. 그 문구를 제품에 적용해 침해 여부를 가리는 일은 배심원이나 배심원 없는 재판의 법관이 맡을 수 있다. 합의 때문에 법률문제가 사실문제로 바뀌는지 살펴야 한다.

셋째, 유효성 다툼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합의된 수치·기능·결과를 선행기술과 직접 비교해야 한다. 겹치는 범위가 있는지, 그 범위를 시험할 이유가 있었는지, 결과가 예상 밖이었는지도 합의 전에 검토한다.

넷째, 불명확성 주장을 계속할 것인가. 정의에 동의하는 것과 §112(b)상 합리적 확실성을 인정하는 것은 다르다. 합의서에 주장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쓰는 데 그치지 말고, 약식판결과 재판에서도 법원에 판단을 요청해야 한다.

다섯째, 합의의 전제가 된 해석을 항소심에서 다시 다툴 것인가. 조건부 침해합의와 최종판결 형성 방식은 사건별 절차와 관할법원의 요구에 맞춰야 한다. 무엇을 인정하고 무엇을 계속 다툴지 합의문에 분명히 적어야 한다.

10. 설명을 위한 분석틀과 실제 판례법은 다르다

한 단어가 여러 뜻을 갖는 경우와 한 뜻의 바깥 경계가 흐린 경우를 나누어 보면 합의가 왜 실패했는지 설명하기 쉽다. Allergan에서는 about과 approximately 가운데 어느 말을 쓸지는 정했지만 숫자상 경계는 정하지 못했다. MeadWestvaco도 용어를 정의할 수 있는지와 청구범위의 경계를 충분히 알 수 있는지는 서로 다른 질문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이는 이해를 돕기 위한 분석법이다. CAFC가 두 단계의 별도 심사방법으로 채택한 법리는 아니다. 법원은 청구항 문언과 명세서, 출원경과를 함께 읽어 범위를 정한다. 불명확성을 판단할 때는 Nautilus의 합리적 확실성 기준을 적용한다. ‘가짜 명확성’이나 ‘합의의 덫’도 설명을 위한 표현일 뿐 판례가 인정한 법리 명칭은 아니다.

판례가 판단하지 않은 결론을 덧붙여서도 안 된다. Valeant의 환송은 최종 무효판결이 아니며, AstraZeneca에서 침해판결을 취소한 것도 최종 비침해판결은 아니다. MeadWestvaco는 청구항이 실제로 불명확한지 판단하지 않았다. Finjan LLC v. ESET, LLC 역시 수정된 해석에 따른 최종 명확성이나 유효성을 확정하지 않았다. 환송은 잘못된 전제를 고치거나 더 심리하라는 뜻이다. 남은 쟁점의 승패를 미리 정한 결정이 아니다.

맺음말, 합의가 남긴 위험까지 살펴야 한다

청구항 해석합의는 특허소송의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유용한 도구다. 좋은 합의는 양쪽이 같은 문장에 서명한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실제 범위 다툼을 해결하고, 침해·유효성·불명확성에 미칠 영향을 따져야 한다. 계속 다툴 문제와 조건부로 인정할 사실, 나중에 항소할 결정을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

Allergan에서는 추상적인 유의어 합의가 피고에게 불리한 사실판단으로 이어졌다. Valeant에서는 구체적인 합의가 유효성 판단의 비교 대상을 밝혔지만 최종 결론까지 정하지는 않았다. MeadWestvaco에서는 합의된 정의가 명확성을 보장하지 않았고, 피고는 재판에서 주장을 이어 가지 않아 항소심의 실체 판단도 받지 못했다. AstraZeneca에서는 잘못된 해석을 전제로 한 조건부 침해합의가 있었지만, 해석을 계속 다툰 덕분에 그 해석이 바뀌자 침해판결도 취소되었다.

합의가 넓은지 좁은지만 보아서는 위험을 알 수 없다. 어떤 법률문제를 끝냈는지, 어떤 사실판단을 남겼는지, 무효와 불명확성을 계속 다툴지, 불리한 해석을 항소할 수 있도록 하급심에서 판단을 구했는지를 함께 보아야 한다. 해석심리에서 얻은 이익이 소송 마지막까지 유리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서명하기 전에 침해·무효·불명확성과 항소 절차까지 차례로 대입해 보아야 한다.

주요 판례와 공식 출처

아래 판례는 모두 구속력 있는 선례다. 다만 판결의 결론을 직접 뒷받침한 법리, 결론에 필요하지 않았던 설명, 환송 뒤 지방법원이 다시 판단할 문제를 구분해서 인용해야 한다.

  1. Markman v. Westview Instruments, Inc., 517 U.S. 370, 388–91 (1996). 청구항 해석이 법관의 역할임을 확립한 연방대법원 판결. 연방대법원 공식 판결집
  2. O2 Micro International Ltd. v. Beyond Innovation Technology Co., 521 F.3d 1351, 1360–63 (Fed. Cir. 2008). 당사자 사이에 실제 범위 분쟁이 있으면 법원이 이를 해결해야 함을 밝힌 CAFC 선례 판결. CAFC 공식 판결문
  3. MeadWestvaco Corp. v. Rexam Beauty & Closures, Inc., 731 F.3d 1258, 1270 n.8 (Fed. Cir. 2013). 정의 가능성만으로 불명확성 심사가 끝나지 않는다고 언급했으나, 해당 사건의 불명확성 쟁점은 포기로 종결. CAFC 공식 판결문
  4. Nautilus, Inc. v. Biosig Instruments, Inc., 572 U.S. 898, 910–11 (2014). §112(b) 불명확성에 관한 합리적 확실성 기준을 제시한 연방대법원 판결. 연방대법원 공식 판결집
  5. Allergan, Inc. v. Sandoz Inc., 796 F.3d 1293, 1311 (Fed. Cir. 2015). 합의된 ‘approximately 7.3’ 해석과 전문가 증거 아래 문언침해 사실인정을 유지한 CAFC 선례 판결. CAFC 공식 판결문
  6. Valeant Pharmaceuticals International, Inc. v. Mylan Pharmaceuticals Inc., 955 F.3d 25, 31–35 (Fed. Cir. 2020). 중첩 pH 범위와 obvious-to-try 분석을 근거로 비자명성 약식판결을 뒤집고 환송한 CAFC 선례 판결. CAFC 공식 판결문
  7. AstraZeneca AB v. Mylan Pharmaceuticals Inc., 19 F.4th 1325, 1328–35 (Fed. Cir. 2021). 0.001%를 내재적 기록에 따라 좁게 해석하고 종전 침해판결을 취소·환송한 CAFC 선례 판결. CAFC 공식 판결문
  8. Finjan LLC v. ESET, LLC, 51 F.4th 1377, 1380–84 (Fed. Cir. 2022). 잘못 추가된 크기 제한에 의존한 불명확성 약식판결을 취소·환송했으나 최종 명확성을 확정하지 않은 CAFC 선례 판결. CAFC 공식 판결문

Monday, August 10, 2026

균등론에도 경계선은 있다

미국 특허 균등론(Doctrine of Equivalents)에서 '구성요소의 역할'과 '장점의 결여'가 비침해 판단에 미치는 영향

미국 특허침해소송에서 균등론(Doctrine of Equivalents, 이하 DOE)은 특허권자에게 강력한 법리다.

균등론(Doctrine of Equivalents, DOE)이란?
특허는 청구항(claim)이라는 문장으로 권리범위를 정의한다. 경쟁사가 청구항의 문언(文言)과 글자 그대로 일치하지는 않지만 실질적으로 같은 역할을 하는 대체 구성으로 제품을 만들었다면 문제가 된다. 이처럼 문언침해(literal infringement)는 아니더라도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평가되는 경우에 침해를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법리가 균등론이다.

피고 제품이 청구항의 문언과 문자 그대로 일치하지 않더라도 대체 구성이 청구된 구성과 실질적으로 동일하다면 침해가 인정될 수 있다.

여기에서 반대 방향의 질문이 생긴다.

피고가 청구된 구조를 다른 구조로 바꾸면서 그 구성요소가 특허발명에서 담당하던 중요한 역할이나 기술적 장점까지 제거했다면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특허가 두 개의 스프링을 이용해 하나가 파손되더라도 다른 하나가 계속 작동하는 중복 안전기능(redundancy, 리던던시)을 구현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피고는 하나의 스프링과 단단한 플러그만 사용해 백업기능 자체를 없앴다. 최종적인 목적이나 일부 기능에서는 두 구조가 비슷할 수 있다. 그러나 특허가 두 번째 스프링을 요구한 이유가 바로 그 백업기능이었다면, 그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않는 피고 구조까지 균등하다고 볼 수 있을까?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Federal Circuit)의 Vehicular Technologies Corp. v. Titan Wheel International, Inc. 사건이 이 문제를 잘 드러낸다.

다만 이 글에서 말하는 "역할 또는 장점의 결여(Missing Role or Advantage)"는 미국 판례가 별도의 이름으로 정립한 독립된 법리(doctrine)가 아니다. 대법원 Warner-Jenkinson 판결의 구성요소별 분석(limitation-by-limitation analysis), Vehicular Technologies가 강조한 특정 청구항 구성요소의 역할(role) 또는 핵심 기능(key function), 그리고 Toro에서 확인되는 적용의 한계를 하나의 실무적 분석틀로 묶어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표현이다.


1. 균등론은 '발명 전체가 비슷한가'를 묻는 법리가 아니다

미국 균등론의 출발점은 연방대법원의 Warner-Jenkinson Co. v. Hilton Davis Chemical Co., 520 U.S. 17 (1997) 판결이다.

대법원은 균등론을 유지하면서도 적용 범위에는 중요한 제약을 두었다. 특허 청구항의 각 구성요소(element) 또는 한정사항(limitation)은 권리범위를 정하는 데 각자 의미가 있으므로, 균등 여부 역시 발명 전체가 아니라 개별 구성요소별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구항(claim)과 구성요소(element / limitation)란?
특허의 청구항(claim)은 특허권자가 독점하고자 하는 기술의 범위를 문장으로 정한 부분이다. 하나의 청구항은 여러 기술적 요소로 이루어지고, 각각의 요소를 구성요소(element) 또는 한정사항(limitation)이라 부른다. 예컨대 "두 개의 동심 스프링으로 이루어진 스프링 조립체"라는 청구항 문구가 있다면 "두 개", "동심", "스프링" 등이 각각 한정사항에 해당한다.

균등론을 적용한 결과 특정 한정사항의 의미가 사실상 완전히 사라져서도 안 된다. 이를 흔히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All-Elements Rule 또는 All-Limitations Rule)이라고 부른다.

여기에서 서로 연결된 두 가지 명제가 나온다.

첫째, 피고 제품에 청구항의 물리적 구성요소가 문자 그대로 없다는 이유만으로 균등론 적용이 곧바로 배제되지는 않는다. 균등론은 오히려 그런 문자적 불일치가 있을 때 문제된다. 법원은 피고의 대체 구성이 청구된 구성과 기능·방식·결과에서 실질적으로 같은지를 살핀다.

기능-방식-결과 테스트(Function-Way-Result Test, 이하 F-W-R 테스트)란?
균등론을 판단하는 핵심 기준 중 하나다. 피고의 대체 구성이 청구된 구성과
  ① 실질적으로 동일한 기능(Function)을,
  ② 실질적으로 동일한 방식(Way)으로 수행하여,
  ③ 실질적으로 동일한 결과(Result)를 내는지를 비교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양자의 차이가 비실질적(insubstantial)인지, 기술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없는지를 살피는 방법이 있다.

둘째, 균등론을 이유로 의미 있는 한정사항을 지워 버릴 수는 없다.

실무에서 질문은 단순히

"피고 제품에 이 부품이 있는가?"

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다음 질문이 더 중요하다.

"이 한정사항은 청구항과 특허 문서의 맥락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가? 피고의 대체 구성은 그 역할을 실질적으로 같은 방식으로 수행하는가?"

미국 특허청(USPTO)의 특허심사절차편람(MPEP, Manual of Patent Examining Procedure)도 Warner-Jenkinson을 인용하면서, 특정 구성요소가 청구항에서 맡는 역할을 파악하는 것이 대체 구성의 기능-방식-결과 분석이나 실질적으로 다른 역할 수행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Vehicular Technologies는 이 원리를 구체적인 기계 구조에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2. Vehicular Technologies — '두 개의 스프링'은 왜 두 개여야 했는가

2.1 사건의 기술적 배경

Vehicular Technologies Corp. v. Titan Wheel International, Inc. 사건은 자동차용 잠금식 차동 장치(locking differential assembly)에 관한 미국 특허 제5,413,015호를 둘러싼 분쟁이었다.

잠금식 차동 장치(locking differential assembly)란?
자동차의 구동축(drive axle)에서 좌우 바퀴의 회전 속도 차이를 제어하는 장치다. 오프로드나 미끄러운 노면에서 한쪽 바퀴만 헛돌지 않도록 잠가 구동력을 양쪽 바퀴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 특허의 핵심 구조에는 핀(pin)을 탄성적으로 지지하는 스프링 조립체(spring assembly)가 포함되어 있었다. 대표 청구항에는 다음 문구가 들어 있었다.

"a spring assembly consisting of two concentric springs"
(두 개의 동심 스프링으로 구성된 스프링 조립체)

동심 스프링(concentric springs)이란?
큰 코일 스프링 안에 작은 코일 스프링이 같은 중심축을 공유하며 겹쳐 배치된 구조다. 스프링 안에 다시 스프링이 들어간 형태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consisting of(~으로 구성된)"는 미국 특허 실무에서 폐쇄형 전환어(closed transition term)라 부른다. 나열된 구성요소 이외의 요소를 원칙적으로 배제한다. 이에 비해 "comprising(~을 포함하는)"은 추가 구성요소도 허용하는 개방형 전환어(open transition term)다.

특허 명세서에 따르면 두 스프링 구조에는 여러 기술적 의미가 있었다. 종래 장치에는 스프링과 핀 사이에 작은 별도 디스크(disk)가 있었고, 조립 과정에서 이 부품이 이탈하거나 분실될 수 있었다. 특허 구조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했다.

두 개의 스프링을 사용한 이유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두 스프링은 함께 탄성력을 제공했고, 한 스프링이 파손되거나 약화되더라도 나머지 스프링이 하중을 부담할 수 있었다. 위치 유지와 조립 편의에 더해 중복성(redundancy)과 신뢰성(reliability)이라는 별도의 기술적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2.2 피고 제품은 단일 스프링 + 플러그(single spring + plug)였다

피고 측 제품인 E-Z Locker는 청구항의 두 동심 스프링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하나의 나선형 스프링(helical spring)과 그 중앙의 단단한 원통형 플러그(solid plug)를 사용했다. 플러그는 핀을 위치시키고 지지할 수 있었고, 별도의 분리 디스크(loose disk)도 필요 없었다.

비교의 수준을 높여 보면 두 구조는 상당히 비슷해 보인다.

  • 특허 구조도 핀을 지지하고, 피고 구조도 핀을 지지한다.
  • 특허 구조도 분리 디스크를 없애고, 피고 구조 역시 분리 디스크가 필요 없다.

이런 이유로 지방법원은 임시 금지 명령(preliminary injunction) 단계에서 피고 구조가 균등물(equivalent)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이 비교가 지나치게 추상적이라고 판단했다. 핵심은 단순히 "핀을 지지하는가?"가 아니었다.

왜 특허 청구항은 하나가 아니라 '두 개의' 스프링을 요구했는가?

균등 여부를 판단하려면 이 질문부터 살펴야 했다.


3. Vehicular I — 한정사항의 '역할(role)'을 빠뜨리면 안 된다

1998년 제1차 항소심인 Vehicular Technologies Corp. v. Titan Wheel International, Inc., 141 F.3d 1084 (Fed. Cir. 1998), 이른바 Vehicular I에서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지방법원의 임시 금지 명령 결정을 파기·환송(vacate and remand)하였다. 하급심 결정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낸 것이다.

연방순회항소법원은 Warner-Jenkinson의 구성요소별 분석을 전제로 했다. 균등론에서는 청구항 구성요소가 해당 청구항에서 맡는 역할을 확인하고, 피고의 대체 구성이 동일한 기능·방식·결과를 갖는지 또는 실질적으로 다른 역할(substantially different role)을 수행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된 것은 두 번째 스프링의 백업(backup) 역할이었다. 특허 명세서는 두 스프링 구조가 강도(strength)와 신뢰성(reliability)을 높이고, 하나의 스프링이 약해지거나(weakened) 파손되더라도(broken) 다른 스프링이 하중을 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고 제품의 단단한 플러그는 핀을 지지할 수 있었지만 스프링은 아니었다. 첫 번째 스프링이 파손될 경우 플러그가 그 대신 탄성력(elastic force)을 제공할 수 없었다.

피고 구조가 특허 구조의 여러 기능 중 일부를 수행한다는 사정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문제되는 한정사항이 특허 문서에서 수행하도록 정해진 중요한 기술적 역할 가운데 하나를 전혀 수행하지 못한다면, 그 차이는 양자의 차이가 실질적(substantial)이라는 판단을 뒷받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구조별로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기능 특허의 두 스프링 구조
(two-spring assembly)
피고 단일 스프링 + 플러그
(single spring + plug)
핀 지지·정렬 수행 수행 가능
분리 디스크(loose disk) 제거 수행 수행 가능
추가적인 탄성력 제공 수행 제2 스프링과 같은 방식으로는 수행하지 않음
스프링 고장 시 백업·중복성(backup / redundancy) 수행 수행하지 못함

가장 중요한 차이는 마지막 행에 있다. 그렇다고 "명세서에 적힌 장점 중 하나가 피고 제품에 없다"는 사실만으로 비침해가 자동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 기능이 문제되는 한정사항과 법적으로 의미 있게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4. Newman 판사의 반대의견 — '모든 장점 요건(All-Advantages Rule)'의 위험

1998년 Vehicular I에서 Newman 판사는 반대의견(dissenting opinion)을 통해 다수의견의 접근을 지나치게 확장할 경우 균등론을 과도하게 좁힐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녀가 비판적인 의미에서 사용한 표현이 이른바 "모든 장점 요건(all-advantages rule)"이다.

특허 명세서에는 통상 여러 목적과 장점이 기재된다. 어떤 구조는 조립이 쉽고, 다른 구조는 비용이 낮으며, 내구성을 높이거나 진동과 소음을 줄이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

명세서에 적힌 장점을 하나하나 피고 제품도 모두 가져야 한다고 요구한다면 균등론의 범위는 크게 축소된다. 균등론은 문언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 구조라도 실질적으로 동일하면 침해를 인정하기 위한 법리인데, 모든 장점까지 완전히 같아야 한다고 요구하면 문언침해와 균등침해 사이의 간격이 지나치게 좁아진다.

Newman 판사의 비판은 다음과 같이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특허 명세서에 어떤 장점이 기재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모든 장점이 피고 제품(accused product)에 존재해야 한다는 독립된 균등론 요건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이 점은 이후 Toro 사건과 비교하면 더 분명해진다.


5. Vehicular II — 환송 후에도 백업 기능(backup function)은 중요했다

환송 후 지방법원은 피고의 단일 스프링 + 플러그 구조가 청구된 두 동심 스프링 한정사항의 균등물이 될 수 없다고 보고 약식 판결(summary judgment)로 비침해를 선언했다.

약식 판결(summary judgment)이란?
쟁점 사실관계에 진정한 다툼이 없어 배심원(jury) 없이 판사가 법률 문제만으로 내리는 판결이다. 침해 여부에 관하여 재판이 필요한 실질적 사실 다툼이 없다고 판단될 때 활용된다.

연방순회항소법원은 2000년 Vehicular Technologies Corp. v. Titan Wheel International, Inc., 212 F.3d 1377, 이른바 Vehicular II에서 이를 원심 인용(affirm)했다. 신뢰성(reliability)과 백업 기능(backup function)은 여기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Vehicular 계열에서 비교적 정확하게 도출할 수 있는 명제는 다음과 같다.

특허의 청구항과 명세서 문맥에서 특정 한정사항(limitation)이 담당하는 중요한 기술적 역할이 명확하게 확인되고, 피고의 대체 구성(accused substitute)이 그 역할을 기술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면, 그 차이는 균등론상 비균등(non-equivalence) 판단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절대 규칙(categorical rule)이 아니다. "명세서의 장점 X가 피고 제품에 없다 → 무조건 균등론 없음"이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 반대쪽 한계를 확인할 수 있는 판례가 Toro Co. v. White Consolidated Industries다.


6. Toro — 명세서에 적힌 모든 기능이 '핵심 기능(key function)'은 아니다

Toro Co. v. White Consolidated Industries, Inc., 266 F.3d 1367 (Fed. Cir. 2001)은 Vehicular의 적용범위를 이해할 때 함께 보아야 할 판례다.

Toro 특허에서는 덮개(cover)와 제한 링(restriction ring)의 특정 구조적 관계가 쟁점이었다. 지방법원은 피고 제품에 특허 명세서가 설명한 제한 링의 자동 배치 기능(automatic placement of restriction ring)이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균등론에 따른 침해를 부정했다.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이 판단을 뒤집었다.

법원은 특허 명세서나 종전 청구범위 해석이 자동 배치(automatic placement)라는 내재적 기능(inherent function)을 발명의 핵심 목표(key objective)로 정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Vehicular과 갈리는 지점이다.

Vehicular에서는 두 스프링 한정사항의 백업·신뢰성 기능이 특허 문서에서 해당 구조의 중요한 기술적 기능과 직접 연결되어 있었다. 반면 Toro의 자동 배치는 특정 구조에서 발생하는 기능이기는 했지만, 발명 전체나 해당 한정사항의 결정적인 목적이라고 볼 정도로 특허 문서에서 확립되어 있지는 않았다.

ToroVehicular을 폐기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떤 명세서 기재 기능(specification-described function)이 Vehicular이 말하는 중요한 역할(role)에 이르는지를 구별한 판례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하다.

구분 Vehicular Technologies Toro
문제 구조 두 동심 스프링(two concentric springs) 덮개–제한 링 관계(cover–restriction ring)
피고 구조 단일 스프링 + 플러그(single spring + plug) 분리형 덮개/링(separate cover/ring)
문제 기능 스프링 고장 시 백업·신뢰성(backup/reliability) 제한 링의 자동 배치(automatic placement)
명세서상 위치 두 스프링 구조의 중요한 신뢰성 기능으로 명확히 설명 구조에 수반되는 기능이나 핵심 목표(key objective)라고 보기 어려움
결과 비균등 판단을 강하게 뒷받침 기능 부재만으로 약식 판결(summary judgment) 불가

핵심 질문은 "피고 제품에 명세서상 장점이 있는가?"가 아니다. 먼저 다음을 살펴야 한다.

그 기능이 청구항 문언 및 내재적 기록(intrinsic record)에서 해당 한정사항에 법적으로 의미 있게 부여된 역할인가?

내재적 기록(intrinsic record)이란?
특허 문서 자체(청구항, 명세서, 도면)와 출원 과정에서 특허청과 주고받은 서류 전체를 통칭한다. 특허 해석에서는 외부 증거(사전, 교재, 전문가 증언 등)보다 우선하여 참조하는 1차 자료다.

7. '중요한 기능'인지 판단하는 방법

어떤 기능이 Vehicular형 핵심 역할(key role)에 해당하고, 어떤 기능은 Toro형 부수적 장점(incidental advantage)에 그칠까? 판례가 이를 공식적인 다요소 테스트로 정리한 것은 아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다음 자료들을 함께 검토할 수 있다.

첫째, 청구항의 문언

그 기능을 수행하게 만드는 구체적인 구조가 청구항 자체에 얼마나 명시되어 있는가를 본다. Vehicular에서는 "two concentric springs(두 개의 동심 스프링)"이라는 명확한 구조적 선택이 있었다.

둘째, 특허 명세서(Specification)

명세서가 해당 구조를 왜 채택했는지 어떻게 설명하는지를 확인한다. 특정 기능이 한 번 부수적으로 언급됐는지, 구조를 채택한 중요한 이유로 반복적이고 일관되게 설명되는지는 서로 다른 문제다.

셋째, 출원 경과(Prosecution History)

출원 경과(prosecution history)란?
특허 출원부터 등록까지 출원인과 특허청 심사관 사이에 오간 거절이유통지서(office action), 보정서(amendment), 의견서(response) 등의 기록이다. 출원인이 어떤 이유로 청구범위를 좁혔는지, 어떤 선행기술과 구별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출원인이 심사 과정에서 해당 구조나 기능에 의존해 선행기술(prior art)과 구별했다면, 후속 균등론 분석에서도 그 기능의 법적 의미가 커질 수 있다.

넷째, 기능-방식-결과 테스트(Function-Way-Result Test)

피고의 대체 구성이 실제로 같은 기능을 같은 방식으로 수행하여 같은 결과를 내는지 비교한다. "둘 다 장치를 작동시킨다"와 같이 지나치게 높은 추상화 수준에서 비교해서는 안 된다. 문제되는 한정사항 수준에서 분석해야 한다.

다섯째, 비실질적 차이(Insubstantial Differences)

두 구조 사이의 기술적 차이가 실제로 미미한지, 아니면 해당 한정사항을 채택한 이유 자체를 제거할 정도로 실질적인지 살핀다.

여섯째, 알려진 상호교환성(Known Interchangeability)

해당 기술 분야의 통상의 기술자(person having ordinary skill in the art, PHOSITA)가 문제되는 두 구조를 기술적으로 상호교환 가능한 것으로 이해했는지도 관련 증거가 될 수 있다.

'기술적 중요도'가 독립된 새로운 균등론 테스트인 것은 아니다. 청구항 문언과 내재적 기록을 토대로 한정사항의 법적으로 의미 있는 역할(legally relevant role)을 먼저 특정한 뒤 기존의 균등론 분석을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8. 한정사항 무력화(Claim Vitiation) — 별도의 '자동 탈락 규칙'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이 문제는 이른바 한정사항 무력화(claim vitiation)와도 맞닿아 있다.

한정사항 무력화(claim vitiation)란?
균등론을 적용한 결과 청구항의 특정 구성요소가 사실상 아무 의미도 갖지 않게 되는 상황을 말한다. 피고의 구성을 균등물로 인정했을 때 해당 구성요소가 청구항에 있든 없든 결과가 같아진다면, 그 한정사항의 의미가 '무력화(vitiated)'된다고 표현한다.

과거 판례를 지나치게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은 도식으로 이해하기 쉽다.

피고 제품이 청구항 구성요소(claim limitation)의 중요한 기능을 갖지 않는다.
→ 해당 한정사항이 무력화(vitiated)된다.
→ 균등론 적용 없음.

현대 연방순회항소법원 판례는 한정사항 무력화를 그런 독립적인 자동 예외로 취급하지 않는다. Deere & Co. v. Bush Hog, LLC, 703 F.3d 1349 (Fed. Cir. 2012) 등에서 법원은 한정사항 무력화가 균등론의 별도 예외(separate exception)가 아니라, 제출된 증거를 기준으로 합리적인 배심원(reasonable jury)이 두 구성요소를 균등하다고 판단할 수 없다는 법적 결론을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분석 순서는 다음과 같이 잡는 편이 정확하다.

  1. 청구항 한정사항(claim limitation)의 역할을 특정한다.
  2. 피고 대체 구성(accused substitute)의 실제 작동을 확인한다.
  3. 기능-방식-결과(F-W-R) 및 구조적 차이를 분석한다.
  4. 그 차이가 실질적(substantial)인지 평가한다.
  5. 증거를 기준으로 합리적인 배심원(reasonable jury)이 균등을 인정할 수 있는지 판단한다.

"기능 X가 없다 → 무력화(vitiation) → 자동 비침해"라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균등론이 존재하는 이유 자체를 훼손할 수 있다. 피고 제품에 청구항 한정사항이 문자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경우야말로 균등론이 문제되는 전형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9. "Consisting of"이면 균등론도 끝나는가?

Vehicular의 청구항에는 다음 문구가 있었다.

"spring assembly consisting of two concentric springs"
(두 개의 동심 스프링으로 구성된 스프링 조립체)

미국 특허 실무에서 "consisting of(~으로 구성된)"는 일반적으로 폐쇄형 전환어(closed transition term)로 분류된다. 청구항에 나열된 구성요소 이외의 요소를 원칙적으로 배제하므로 문언침해 분석에서는 강한 제한 효과가 있다.

그렇다고 "Consisting of가 있으므로 균등론은 법적으로 완전히 소멸한다"는 절대 규칙(categorical rule)은 없다. Vehicular II도 그런 일반 규칙을 채택하지 않았다.

"consisting of"라는 문언은 출원인이 어떤 구성 집합을 폐쇄적으로 선택했는지를 보여주는 강한 청구항 문언 지표(claim-language indicator)다. 균등론의 범위를 판단할 때 무시하기 어려운 사정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질문은 "consisting of가 있는가?"에서 끝나지 않는다.

"무엇을 폐쇄한 것인가, 그리고 피고의 대체 구성(substitute)이 그 폐쇄적으로 정의된 한정사항과 기술적으로 얼마나 다른가?"

까지 살펴야 한다.


10. 발명자의 사후 증언보다 중요한 것은 공적 특허 기록이다

Vehicular에서 또 하나 살펴볼 부분은 소송 이후 제시된 발명자 등의 설명과 특허 문서 자체 사이의 관계다.

소송에 들어간 뒤 발명자가 "그 기능은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한다고 해서 특허 문서에 명확하게 적힌 기술적 의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명세서에 특정 장점이 한 번 언급됐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곧 필수적인 청구항 기능(mandatory claim function)이 되는 것도 아니다.

발명자의 사후(事後) 증언은 내재적 기록(intrinsic record)을 뒤집는 만능 수단이 아니지만, 명세서의 모든 장점 기재가 자동으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도 아니다.

분석의 중심에는 출원 당시부터 공개된 공적 특허 기록(public patent record)이 놓인다.


11. 특허 명세서 작성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

이 판례들을 명세서 작성 관점에서 읽으면 몇 가지 실무적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아래 내용은 연방순회항소법원이 직접 선언한 명세서 작성 규칙이 아니라, 판례에서 도출할 수 있는 실무적 제언이다.

11.1 "본 발명은 반드시…"라는 표현은 필요한 경우에만

명세서에서 특정 구성을 "반드시 필요하다", "항상 수행한다", "유일한 방법이다", "본 발명의 핵심이다"라고 반복적으로 설명하면 훗날 청구범위 해석(claim construction)이나 균등론 분석에서 그 기능이 해당 한정사항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장점을 설명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Toro가 말해 주듯 명세서에 장점이 적혀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청구항 요건(claim requirement)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것은 발명의 필수 작동 원리와 특정 실시예의 장점, 선택적인 효과를 가능한 한 정확하게 구분해 작성하는 일이다.

11.2 청구항 스펙트럼(Claim Spectrum)을 만들어 두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개시 내용(disclosure)이 허용한다면 청구항 계층(claim hierarchy)을 상위 개념에서 하위 개념으로 점차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구성할 수 있다.

  • 탄성 조립체(resilient assembly) — 가장 넓은 개념
  • 스프링 기반 탄성 조립체(spring-based resilient assembly)
  • 이중 동심 스프링 조립체(dual concentric spring assembly)
  • 반대 방향으로 감긴 동심 코일 스프링(oppositely wound concentric coil springs) — 가장 좁은 개념

이렇게 하면 발명의 상위 개념과 구체적인 실시형태 사이에 권리범위의 여러 층위가 생긴다. 다만 "기능적으로 넓게 쓰면 언제나 유리하다"는 식의 접근도 위험하다. 기능적 표현은 미국 특허법 제112조 (f)항에 따른 기능식 청구항 규정(§112(f), means-plus-function claim provision), 명확성 요건(definiteness), 기재 요건(written description), 실시가능 요건(enablement) 등 별도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특허법 제112조 관련 요건 간략 설명
· 기능식 청구항 규정(§112(f), means-plus-function): "~하는 수단(means for doing)"처럼 기능으로만 표현된 청구 요소는 명세서에 기재된 구체적 구조와 그 균등물에 권리범위가 제한된다.
· 명확성 요건(definiteness): 청구항이 기술 분야의 통상의 기술자에게 권리범위를 합리적으로 확실하게 알릴 수 있도록 명확하게 작성되어야 한다는 요건.
· 기재 요건(written description): 명세서가 출원인이 청구한 발명을 충분히 기술하고 있어야 한다는 요건.
· 실시가능 요건(enablement): 통상의 기술자가 명세서를 읽고 과도한 실험 없이 발명을 실시할 수 있도록 충분히 개시되어야 한다는 요건.

12. 침해회피설계의 핵심 — 기능 하나를 없애는 것보다 '다른 원리'를 만들어라

이 판례가 연구·개발(R&D)과 자유실시분석(FTO, Freedom to Operate) 실무에서 특히 유용한 이유는 침해회피설계(design-around)의 방향을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자유실시분석(FTO, Freedom to Operate)이란?
자사 제품이나 기술이 타인의 유효한 특허를 침해하는지를 사전에 체계적으로 검토하는 작업이다. 제품 출시 전에 법적 위험을 확인하고 침해회피설계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데 활용한다.

침해회피설계는 흔히 다음과 같은 생각에서 시작한다.

특허에 부품 A가 있으니 A를 없애자.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A를 없앤 뒤 다른 부품 B가 실질적으로 A와 같은 기능을 같은 방식으로 수행한다면 균등론 문제는 그대로 남을 수 있다. 보다 강한 설계회피는 방향이 다르다.

청구된 한정사항(limitation)이 해결하는 기술적 문제를 다른 원리로 해결한다.

예를 들어 특허의 이중 스프링이 "하나가 파손돼도 다른 하나가 작동하는 중복성(redundancy)"을 중요한 역할로 갖는다면, 두 번째 스프링을 단단한 플러그로 교체하는 것보다 더 분명한 기술적 차별화는 애초에 동일한 고장 모드(failure mode)가 발생하지 않는 별도의 메커니즘을 채택하는 것일 수 있다.

  • 다른 힘 전달 경로(force transmission path)
  • 다른 재료 원리(material principle)
  • 다른 제어 방식(control method)
  • 다른 고장 모드(failure mode)
  • 다른 안전 구조(safety structure)

이러한 차이는 기능-방식-결과(F-W-R) 테스트의 방식(Way)과 비실질적 차이(insubstantial differences) 분석에서 특히 드러날 수 있다. 단순히 기능 하나를 삭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립된 대체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는 실무적 원칙이 여기에서 나온다.


13. 특허를 알고 일부러 설계회피하면 오히려 불리한가?

그 자체만으로는 그렇지 않다. 특허를 분석한 뒤 이를 침해하지 않는 대체기술을 개발하는 침해회피설계(design-around)는 특허제도가 예정한 정상적인 경쟁 행위다.

균등침해에서도 핵심은 기본적으로 피고의 주관적 의도가 아니라 피고 제품(accused product)의 기술적 구조가 청구항 한정사항(claim limitation)과 얼마나 가까운가에 있다. "우리는 경쟁사 특허를 알고 있었다"거나 "그 특허를 피하려고 구조를 바꾸었다"는 사실만으로 균등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

다만 실제 침해가 인정될 경우 특허에 대한 인식과 그 이후의 구체적인 행위는 고의 침해(willfulness) 및 미국 특허법 제284조(35 U.S.C. §284)에 따른 증액 배상(enhanced damages) 문제와 별도로 관련될 수 있다.

고의 침해(willfulness)와 증액 배상(enhanced damages)이란?
고의 침해(willfulness)는 특허 침해 사실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침해를 계속하거나 무모하게(recklessly) 위험을 감수한 경우를 말한다. 고의 침해로 인정되면 법원은 미국 특허법 제284조(§284)에 따라 손해액을 최대 3배까지 증액(enhanced damages)할 수 있다. 다만 특허에 대한 인식(knowledge alone)이 자동으로 증액 배상을 발생시키는 것은 아니다.

자유실시분석(FTO) 실무에서는 단순히 "특허를 피하려고 구조를 바꿨다"는 기록만 남기기보다 다음 내용을 기술적으로 정리해 두는 편이 훨씬 유용하다.

문제되는 한정사항은 특허 문서에서 역할 X를 수행한다.
당사 구조는 X를 수행하지 않는다.
대신 동일한 기술적 문제를 메커니즘 Y로 해결한다.
따라서 구조, 기능(function), 방식(way) 및 기술적 설계 선택(engineering trade-off)에서 실질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이 기록이 침해 여부 자체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설계 과정의 기술적 근거와 비균등 주장의 구조를 분명하게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14. 실무에서 사용할 수 있는 7단계 분석

Warner-Jenkinson–Vehicular–Toro의 흐름을 실제 침해분석이나 침해회피설계에 적용하려면 다음 순서가 유용하다. 판례가 공식적으로 선언한 하나의 7단계 테스트가 아니라, 판례의 구조를 실무용으로 정리한 분석틀이다.

Step 1 — 문제되는 청구항 한정사항(claim limitation)을 특정한다

발명 전체의 추상적 목적부터 논하기보다 어느 한정사항이 실제 쟁점인지를 먼저 정한다.

Step 2 — 한정사항의 법적으로 의미 있는 역할(legally relevant role)을 확인한다

청구항, 명세서(specification), 출원 경과(prosecution history)에서 해당 구조와 기능이 어떻게 설명되어 있는지 검토한다.

Step 3 — 핵심 역할(key role)과 부수적 장점(incidental advantage)을 구별한다

Vehicular형 핵심 역할인지, Toro형 부수적·내재적 효과인지 구별한다.

Step 4 — 피고 대체 구성(accused substitute)의 실제 작동을 확인한다

제품 도면, 회로도, 소스 코드(source code), 시험 결과, 시뮬레이션(simulation), 전문가 증거(expert evidence) 등으로 실제 기능을 확인한다.

Step 5 — 기능-방식-결과(F-W-R) 및 비실질적 차이를 한정사항별로 비교한다

높은 수준의 추상적인 "목적"이 아니라 해당 한정사항의 구체적인 기능과 작동 방식을 비교한다.

Step 6 — 별도의 균등론 제한 법리를 따로 검토한다

  • 출원 경과 금반언(prosecution history estoppel): 출원 과정에서 청구범위를 보정하거나 양보한 경우 그 보정 범위에 대한 균등론 적용을 제한하는 원칙
  • 공개-헌납 원칙(disclosure-dedication rule): 명세서에 공개했지만 청구항에 포함하지 않은 발명을 공중에 헌납된 것으로 보아 균등론 적용을 제한하는 원칙
  • 선행기술 포획 원리(prior-art ensnarement): 균등론을 적용할 경우 선행기술까지 권리범위에 포함하게 되는 경우 그 적용을 제한하는 원칙

Step 7 — 합리적인 사실인정자(factfinder)가 균등을 인정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사실인정자(factfinder)란?
재판에서 사실 문제를 판단하는 주체다. 배심원 재판(jury trial)에서는 배심원(jury)이, 배심원 없는 재판(bench trial)에서는 판사(judge)가 사실인정자 역할을 한다. 균등론은 원칙적으로 사실 문제이므로 배심원 재판에서는 배심원이 균등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한다.

처음부터 "한정사항 무력화(vitiation)"라는 라벨을 붙일 필요는 없다. 제출된 증거를 토대로 합리적인 배심원(reasonable jury)이 균등을 인정할 수 있는지를 최종적으로 살피는 것이 맞다.


15. 결론 — 균등론의 진짜 경계는 '부품의 존재'보다 '그 역할의 실질'에 있다

Vehicular Technologies를 "명세서에 적힌 장점 하나라도 피고 제품에 없으면 균등침해가 아니다"라고 읽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이 사건이 독립적인 "Missing Role Doctrine(역할 결여 법리)"이나 "All-Advantages Rule(모든 장점 요건)"을 만든 것도 아니다.

Warner-Jenkinson이 요구한 구성요소별 균등론 분석(limitation-specific DOE analysis)을 실제 기계 발명에 적용하면서 다음 원칙을 확인한 사례에 가깝다.

특허 문서가 특정 청구항 한정사항(claim limitation)에 명확하게 부여한 중요한 기술적 역할을 균등 비교에서 무시해서는 안 된다.

Toro는 그 원칙의 반대쪽 한계를 제시한다.

명세서에 어떤 기능이나 장점이 기재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기능을 새로운 청구항 요건(claim requirement)처럼 취급할 수는 없다.

VehicularToro는 충돌하는 판례라기보다 함께 읽어야 하는 판례다. 하나는 중요한 역할(role)의 결여가 왜 실질적 차이(substantial difference)가 될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 다른 하나는 명세서에 기재된 모든 장점을 핵심 역할(key role)로 승격시켜서는 안 된다는 한계를 정한다.

현대의 한정사항 무력화(claim vitiation) 판례도 비슷한 방향에 있다. 무력화라는 독립된 형식적 금지 규칙부터 적용할 것이 아니라, 각 한정사항에 대해 피고 대체 구성이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비교하고 합리적인 사실인정자(factfinder)가 균등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증거가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침해회피설계(design-around)에도 같은 관점이 적용된다. 특허의 구성요소 하나를 단순히 삭제하는 것만으로는 강한 침해회피설계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문제되는 한정사항이 왜 존재하는지, 특허에서 어떤 기술적 역할을 맡는지를 먼저 분석해야 한다.

그 역할을 수행하지 않거나, 동일한 기술적 문제를 전혀 다른 구조·원리·고장 모드(failure mode)로 해결하는 독립적인 대체 메커니즘을 설계하는 것

이러한 차이는 보다 강한 비균등(non-equivalence) 논리를 만들 수 있다.

물론 이것도 자동적인 안전지대(safe harbor)는 아니다. 균등론은 본질적으로 사실집약적(fact-intensive)이며 개별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크게 좌우된다. 다만 분석의 출발점만큼은 비교적 분명하다.

"부품이 있느냐 없느냐"에 그치지 말고, 그 청구항 한정사항(claim limitation)이 특허에서 왜 존재하는지부터 보아야 한다.

미국 균등론의 사법적 통제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Thursday, July 30, 2026

미국 특허 청구항 해석의 이중 아키텍처: 해석 규칙 vs. 해석 준칙 — 가상의 실전 사례로 배우는 종합 해설

강행 법정 규칙(Established Rules) vs. 재량적 해석 준칙(Discretionary Canons) — 가상의 실전 사례로 배우는 종합 해설

미국 연방법원 법정의 법봉과 특허 문서 — 청구항 해석(Claim Construction)의 이중 아키텍처를 상징하는 이미지

미국 특허소송에서 특허의 권리범위를 획정하는 청구항 해석(Claim Construction)은 침해 여부 및 특허 유효성을 결정짓는 가장 핵심적인 단계다. "특허 소송의 승패는 청구항에 달려 있다"는 대원칙 아래, 미국 법원은 판사나 소송 당사자가 자의적으로 우회할 수 없는 '확립된 법정 규칙 및 실체법적 법리(Established Rules)'와, 사법적 판단의 유연성과 정합성을 높이기 위해 개별 사안에 따라 선택적으로 활용되는 '사법적 재량하의 해석 준칙 및 격언(Discretionary Canons & Maxims)'의 이중 아키텍처를 발전시켜 왔다.

본 보고서는 이 두 영역을 준엄하게 분리하고, 실제 선례들의 핵심 쟁점을 반영하여 각색한 가상의 실전 사례를 매칭하여 미국 청구항 해석의 사법적 메커니즘을 종합 해설한다.


제1부: 사법부를 반드시 구속하는 확립된 법정 규칙 및 실체법적 법리 (Established Rules)

이 범주에 속하는 법리들은 미국 성문법(Statutes), 연방대법원(Supreme Court)의 최종 판결, 또는 연방순회항소법원(CAFC) 전원합의체(En Banc)가 선언한 강행 규범이다. 판사에게 이를 배척하거나 수정할 사법적 재량이 부여되지 않으며, 위반 시 항소심에서 즉시 파기 사유가 된다.

미국 사법부를 속박하는 8대 실체법적 강행 규칙
  1. 마크먼 법리 (Markman) — 청구항 해석은 법관의 전속적 법률 문제 및 실제 다툼 해결 의무
  2. 필립스 위계 (Phillips) — 내재적 증거(Claims, Spec, PH)의 절대적 최우선 및 외재적 증거 제한 ※ 하위 원칙: 명세서 뒷받침 결여 시 넓은 해석 거부(Converse Reasoning)
  3. 테바 이원화 (Teva) — 최종 해석은 de novo, 외재적 증거 기반 하위 사실인정은 clear error 존중
  4. 기능식 한정 (§ 112(f)) — "Means for" 기재 시 명세서 대응 구조 및 그 균등물로 범위 제한
  5. 사후 재작성 금지 (McCarty 1895 / Source Vagabond 2014) — 결과 회피 목적의 사후적 청구항 재작성 원천 금지
  6. 공중헌납 법리 (Johnson & Johnston) — 명세서 개시 후 청구하지 않은 대안은 공중 헌납 per se rule 적용
  7. 출원경과 금반언 (Festo) — 특허성 목적 축소 보정 시 중간 영역 포기 추정 및 법관의 반박 심리
  8. 묵시적 정의 (C.R. Bard) — 명세서 전체 일관 서사 및 심사 자백 시 청구항 차별화 추정 전면 전복

1. 마크먼 법리 (Markman Rule)

청구항 해석은 사실인정의 문제가 결합되어 있더라도 본질적으로 법적 문서의 해석 영역에 속하므로, 배심원(Jury)이 관여할 수 없는 법관(Judge)의 전속적인 법률 문제(Matter of Law)다. 양 당사자 간에 용어의 범위를 두고 법적 논쟁이 실질적으로 발생한 경우, 법원은 "통상적 의미를 갖는다"고 회피해서는 안 되며 이를 사법적으로 확실하게 규명(Resolve)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 가상의 실전 사례: "탈착형 디스플레이(Detachable Display)"

청구항: 모바일 장치와 결합하는 "탈착형 디스플레이(detachable display)"

대립 정황: 특허권자는 "나사나 전문 도구를 사용해서라도 기계적으로 분리할 수 있다면 넓은 의미의 탈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피고의 나사 결합형 디스플레이 제품을 공격했다. 반면 피고는 "명세서상 도구 없이 손으로 즉시 떼어내는 구조만 탈착으로 기재되어 있으므로 나사식은 비침해"라고 맞섰다.

법리의 작동: 지방법원 판사는 배심원단에게 "이 단어의 의미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기술 상식대로 직접 결정하십시오"라고 배심 평결로 넘길 수 없다. 판사는 배심 재판 전 마크먼 청문회(Markman Hearing)를 열어 스스로 내재적 기록을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판사는 "detachable display란 일반 사용자가 별도의 전문 도구 도움 없이 손으로 직접 결합 및 분리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구조"라고 법적 경계를 확정하여 배심원단에게 평결 지침으로 하달해야 한다.

2. 필립스 법리 (Phillips Rule)

청구항 용어의 의미를 결정하는 가장 공신력 있고 결정적인 원천은 오직 내재적 증거(Intrinsic Evidence: 청구항 문언, 명세서, 출원경과 기록)다. 전문가 증언이나 기술 사전 등 외재적 증거(Extrinsic Evidence)는 기술 배경을 이해하는 보조적 수단일 뿐이며, 공표된 내재적 증거의 기재 사항과 모순되거나 이를 변경 및 수정(Vary or Contradict)하는 용도로 사용될 수 없다.

💡 가상의 실전 사례: "솔더 리플로우 온도(Solder Reflow Temperature)"의 경계

청구항: 반도체 패키징 단계에서 열을 가하는 "솔더 리플로우 온도(solder reflow temperature)"

내재적 기록: 특허 명세서의 발명의 상세한 설명 및 실시예 전반은 가열 챔버 내에서 납이 도달하는 최고 정점 온도인 최고 리플로우 온도(peak reflow temperature) 210°C를 기준으로 수치 제어 조건과 작용 효과를 기술하고 있다.

외재적 증거: 피고는 가열로 용해가 시작되는 시점의 온도인 액상선 온도(liquidus temperature)를 사용해 왔으며, 소송 중 고명한 신소재공학 교수의 증언을 바탕으로 "업계의 일반 사전 및 기술 표준에 따르면 리플로우 온도의 통상적 의미는 액상선 온도를 뜻한다"고 주장했다.

법리의 작동: 법원은 피고의 전문가 증언과 일반 기술 사전이라는 외재적 증거를 전면 배척한다. Phillips v. AWH Corp. 법리에 의거하여, 명세서 전체의 기재가 일관되게 최고 정점 온도를 전제로 기술되어 있다면, 내재적 증거와 모순되는 외재적 증거는 청구항 용어의 Operative 의미를 변경하는 도구로 쓰일 수 없다. 청구범위는 최고 리플로우 온도로 엄격히 획정된다.

⊢ Phillips 방법론 하위 원칙: 명세서 뒷받침 결여 시 넓은 해석 거부 (Converse Reasoning)

일부 단순 문언주의 판결들이 "명세서에 좁게 제한하라는 명시적 권리포기(disclaimer) 기재가 부재하므로 청구항 문언 그대로 가장 넓게 해석한다"는 형식적 입장을 취하는 것과 대비하여, 청구항 문언 자체만 보면 형식적으로 광범위한 해석이 가능할지라도, 명세서(Specification)에 그 포괄적인 의미 범위를 통상의 기술자(POSITA) 관점에서 뒷받침할 만한 기술적 개시(Specification Support)가 결여되어 있다면 법원은 부당한 배타권 확장을 막기 위해 넓은 의미 해석을 전면 거부하고 실제 명세서 범위로 청구항을 좁혀 해석해야 한다(Amdocs, American Calcar, Akamai 판결). 이 원칙은 Phillips 전원합의체가 확립한 "명세서가 최고의 단일 지침"이라는 방법론의 연장선에 있는 하위 추론 원칙이다.

⚠️ 법리적 주석 — 해석(Construction)과 무효(Invalidity)의 경계: 이 추론 방식은 기계적 문언주의를 제어하는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Claim Construction의 범위를 넘어 35 U.S.C. § 112(a) 기재요건(Written Description / Enablement)의 유효성 검토 영역과 혼동을 유발할 위험을 내포한다. 현대 사법부는 청구항 문언이 명확하게 넓다면 이를 억지로 좁혀서 살려줄(Save) 것이 아니라, 넓은 의미 그대로 해석한 뒤 명세서의 기재 뒷받침 부족을 이유로 § 112(a) 무효(Invalidity)를 선언하는 정공법을 지향한다.

💡 가상의 실전 사례: "온라인 통합 관리 방법"의 기술적 공허함

청구항: 다수의 이기종 모바일 기기 사용 로그를 네트워크 상에서 수집하여 "온라인으로 통합 정리하는 방법"

명세서 기재: 상세한 설명에는 데이터를 모바일 기기 내부의 특수한 분산 캐시 구조를 이용해 처리하는 구체적 '분산 메모리 동기화 아키텍처' 딱 한 가지만 기재되어 있으며, 일반적인 중앙 집중식 서버 통신망을 통한 대규모 인터넷 정리 기술은 설명이 전혀 뒷받침되지 않았다.

대립 정황: 특허권자는 피고의 광범위한 클라우드 중앙 서버 데이터 수집 제품을 침해로 몰아가기 위해, 청구항 문언에 "분산 캐시"라는 제한이 없으므로 중앙 집중식 네트워크 전체가 문언상 침해라고 주장했다.

법리의 작동: 법원은 특허권자의 넓은 해석 요구를 거절한다. 청구항 문언이 형식적으로 아무리 넓고 명세서상 명시적 disclaimer가 없을지라도, 명세서에 그 광범위한 중앙 집중 서버 아키텍처 전체를 POSITA에게 가능하게 만들 수준의 기술적 뒷받침(WD/Enablement Support)이 극도로 결여되어 있다면 넓은 해석권은 사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Converse Reasoning 원칙에 의거하여, 청구항의 "통합 정리 방법"을 명세서가 실제 뒷받침하는 '단말기 내 분산 캐시 동기화 방식'으로 엄격히 축소 해석하여 비침해를 선언한다.

3. 테바 법리 (Teva Standard)

청구항 해석의 최종 결론은 항소심에서 전면 재검토(De Novo)하는 법률문제이지만, 1심 판사가 전문가 신빙성 등 외재적 증거(Extrinsic Evidence)를 직접 조사하고 신문하여 확정한 기술적 하위 사실인정(Subsidiary factual findings)에 대해서는 항소심(CAFC)에서 명백한 오류가 없는 한 원칙적으로 존중(Clear Error Deference)해야 한다.

💡 가상의 실전 사례: "생체 적합성 코팅(Biocompatible Coating)"의 사실인정

청구항: 인공 관절 표면에 도포되는 "생체 적합성 코팅(biocompatible coating)"

대립 정황: 특허권자는 "체내 삽입 시 독성이 전혀 검출되지 않는 단순 무독성 상태"를 뜻한다고 넓게 주장하고, 피고는 "무독성을 넘어 대식세포의 면역 염증 반응을 직접 차단하고 제어하는 활성 상태"를 뜻한다고 좁게 주장하여 대립했다.

법리의 작동: 1심 판사는 발명 당시(유효출원일) POSITA가 이를 어떻게 인식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양측의 세포생물학 전문가들을 증인으로 소환하여 3일간 직접 대면 심문을 진행했다. 판사는 증인들의 진술 태도와 업계 학술지 맥락을 평가하여 "유효출원일 당시 통상의 기술자는 인공 관절 분야에서 biocompatible을 단순 무독성이 아닌 '면역 염증 유발 제어성'으로 공통 이해하고 있었다"는 하위 사실인정을 내리고 청구항을 좁게 한정했다.

사법 심사의 흐름: 항소법원(CAFC)은 청구항의 법적 경계를 최종 확정하는 법률문제는 de novo로 전면 재심사한다. 그러나 1심 판사가 직접 증인을 대면하여 그 신빙성을 평가(Credibility judgment)함으로써 도출해 낸 하위 사실인정 부분은 '명백한 오류(Clear Error)'가 없는 한 이를 뒤집지 않고 전적으로 존중해야 한다.

4. 수단-기능 청구항의 법정 제한 규칙 (35 U.S.C. § 112(f) 및 Williamson 법리)

구성요소를 구체적 구조 없이 기능적으로만 기재한 경우(예: ~하기 위한 수단), 그 권리범위는 문언 그대로가 아닌 명세서에 구체적으로 개시된 대응 구조(Corresponding structure) 및 그 균등물(Equivalents)의 범위로 실체법상 제한된다. 또한 "means"라는 법적 표지 단어가 청구항에 사용되지 않았더라도, 실질적 기계 구조가 없는 모호한 명사(Nonce word: module, unit, mechanism 등)를 사용해 기능을 청구했다면 § 112(f)가 강제 발동되어 명세서 상 구조로 엄격히 축소 제한된다.

💡 가상의 실전 사례: "체결 유닛(Fastening Unit)"의 물리적 덫

청구항: 복수의 모듈판을 연결하기 위한 "체결 유닛(fastening unit configured to connect the plates)"

명세서 기재: 연결 기능을 수행하는 구체적 하드웨어 구조로 오직 'ㄷ자형 판스프링 클립' 하나만 개시되어 있다.

피고 제품: 판스프링 클립 대신 나사산이 형성된 '볼트와 너트 쌍'을 체결에 사용했다.

법리의 작동: 특허권자는 "'means'라는 단어가 없으므로 일반 구조 청구항이고, 피고 제품의 볼트 역시 모듈판을 연결하는 기능을 정밀하게 수행하므로 문언 침해"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법원은 Williamson v. Citrix 전원합의체 판결을 적용하여 이를 격퇴한다. "unit"은 실질적 기술 구조가 결여된 껍데기 단어(Nonce word)에 불과하므로 35 U.S.C. § 112(f)가 강제 발동된다. 따라서 해당 청구범위는 명세서에 공개된 'ㄷ자형 판스프링 클립 및 그 구조적 균등물'로 엄격히 축소 제한되며, 볼트/너트는 판스프링 클립과 기계적 구조 및 작동 방식이 균등하지 않으므로 침해 소송은 즉각 기각된다.

5. 사후적 청구항 재작성 원천 금지 규칙 (McCarty 법리 & Source Vagabond 법리)

법원은 특허권자가 자의적으로 청구범위를 넓혀 무단 확장을 꾀하거나, 반대로 선행기술에 부딪혀 특허가 무효가 될 위기에 처했을 때 결과 회피(Outcome-driven)라는 사후적 목적만으로 명세서의 좁은 실시예 제한사항을 청구항에 임의로 읽어 넣어 청구항 문언을 사후에 뜯어고쳐(Redraft/Rewrite) 해석해 줄 수 없다. 이 원칙은 역사적으로 McCarty v. Lehigh Valley Railroad Co.(U.S. 1895)에서 "신규성이나 침해 성립을 위해 청구항에 없는 요소를 명세서에서 사후적으로 읽어넣는 행위는 법정 권한 밖"이라고 선언한 데서 기원하며, 현대 사법 실무에서는 Source Vagabond Systems v. Hydrapak(Fed. Cir. 2014)에 의거하여 "법원은 그것이 작동 가능한 장치를 만들거나 유효성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일지라도 청구항을 대신 재작성할 수 없다"는 엄격한 실체법적 규칙으로 완성되어 적용된다.

💡 가상의 실전 사례: "차량 제동 시스템"의 무효 회피 시도

청구항: 차량 압력을 센싱하는 "차량 제동 시스템(A vehicle braking system comprising a pressure sensor)"

선행 기술: 특허 출원 및 등록 이전에 이미 철도 차량 업계에서 널리 상용화되었던 '전기식 압력 센서 제동 시스템'이 소송 중 발견되어 특허가 신규성 상실로 통째로 무효화될 치명적인 위기에 처했다.

명세서 기재: 도면과 발명의 설명에는 오직 '유압식(hydraulic) 제동 브레이크 아키텍처' 한 가지만 기재되어 있었다.

법리의 작동: 특허권자가 "청구항의 제동 시스템을 '유압식 제동 시스템'으로 좁게 한정하여 해석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법원은 McCarty v. Lehigh Valley Railroad Co.(1895)의 연방대법원 역사적 선례 및 Source Vagabond Systems v. Hydrapak(Fed. Cir. 2014)의 현대적 법리를 적용하여 이 요청을 강력히 배척한다. 청구항 문언 자체에는 'hydraulic'이라는 언어적 한정이 완전히 결여되어 있으며, 사후적으로 특허권자를 무효 위험으로부터 구제하기 위해 명세서의 구체적 구조를 청구항에 강제로 이식하여 청구항을 대신 재작성해 주는 사법 행위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결국 청구항은 넓은 '전체 전기/유압 압력 센서 제동 시스템'으로 해석된 후 선행기술에 저촉되어 무효(Invalid)로 사망 판정을 받게 된다.

6. 공중헌납 법리 (Disclosure-Dedication Rule)

특허출원인이 명세서 상세한 설명에는 대체 가능한 구체적 기술 대안을 기재(개시)해 두었으나, 정작 이를 청구항(Claims)에 담아 권리를 청구하지 않은 경우(미청구), 해당 대체 기술은 출원인이 공중에게 무상으로 기부한 것(Free for the taking)으로 간주하므로 소송 단계에서 균등론(DOE)을 이용해 권리범위로 되찾아올 수 없다. 사안별 사실심리를 거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Per Se Rule이다.

💡 가상의 실전 사례: "알루미늄 기판"과 "강철 기판"의 대체 선택

명세서 기재: "구리 박판을 안정적으로 접착 고정하기 위해 알루미늄 기판을 기저층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외에 대체 재료로서 강철 기판 역시 동등한 차폐 효과와 지지 성능을 발휘하여 대체 사용이 가능하다"고 개시했다.

청구항 기재: 오직 "알루미늄 기판"만을 명시하여 권리를 청구했다.

피고 제품: 명세서에 대체 소재로 기재된 "강철 기판"을 사용하여 특허 우회 제품을 양산했다.

법리의 작동: 특허권자는 "강철 기판도 알루미늄과 실질적 차이가 없는 균등물이므로 균등론 침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Johnson & Johnston 전원합의체 판결을 전면에 적용한다. 상세한 설명에는 대체 기술로 개시하여 공중에게 공개해 놓고도 청구항에서 이를 빠뜨린 경우, 그 즉시 공중에게 헌납된 것으로 본다. 균등론의 적용은 법률문제로서 원천 차단되며 비침해 약식판결이 선언된다.

7. 출원경과 금반언 (Prosecution History Estoppel)

출원인이 특허청 심사 단계에서 특허성 요건(신규성, 진보성, 기재요건 등)을 만족하기 위해 청구항 범위를 축소 보정한 경우, 보정 전후 문언 사이의 중간 영역 전체를 스스로 법적으로 포기한 것으로 강력히 추정(Festo 추정 II)한다. 특허권자는 오직 3대 반박 기준(① 예견 불가능성, ② 단지 주변적인 관련성, ③ 기타 합리적 표현 불가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해야만 이 포기 추정을 뒤집고 균등론 침해 주장을 계속할 수 있으며, 이 반박 심리는 판사(Judge)가 판단하는 전속적 법률 문제다.

[Festo 출원경과 금반언(PHE) 법정 판단 플로우 차트] 청구항의 실질적 축소 보정 발생? │ (Yes) 보정 이유가 특허성과 관련? │ (Yes / 이유불명인 경우 추정 I 발동) [Festo 추정 II (Presumption II) 작동] "보정 전후 사이 중간 영역 전체를 법적으로 포기 추정" │ 지방법원 판사(Judge) 전속의 반박(Rebuttal) 심리 │ ┌──────────────────────┼──────────────────────┐ ▼ ▼ ▼ ① 예견 불가능성 ② 단지 주변적 관련성 ③ 기타 합리적 표현 불가 (Unforeseeability) (Tangential Relation) (Reasonable Expression) │ │ │ └──────────────────────┴──────────────────────┘ │ [반박 요건 입증 성공 여부?] ┌─────────────┴─────────────┐ ▼ (입증 실패) ▼ (입증 성공) 균등론 적용 차단 살아남은 영역 안에서 (비침해 판결 선언) 배심원의 실제 균등론 심리
💡 가상의 실전 사례: "무선 통신모듈" 축소와 "Wi-Fi"의 침해 시도

최초 청구항: 데이터를 송수신하기 위한 "무선 통신모듈(Wireless Communication Module)"

출원경과: 심사관이 Wi-Fi 무선 규격이 기재된 선행기술 특허를 제시하며 진보성 거절이유를 통지하자, 출원인은 이를 피하기 위해 청구범위를 "블루투스(Bluetooth) 통신모듈"로 좁혀 한정 보정하여 등록을 받았다.

피고 제품: 블루투스가 아닌 "Wi-Fi 통신모듈"을 기기에 장착했다.

법리의 작동: 특허권자는 "Wi-Fi와 블루투스는 무선 데이터 통신이라는 실질적 작동 방식과 결과가 동일한 균등물"이라고 균등론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Festo 대법원 판결을 적용한다. 특허성 목적으로 청구항을 '무선 통신'에서 '블루투스'로 축소 보정했으므로, 그 사이 영역인 Wi-Fi 등의 무선 기술 전체를 포기한 것으로 강력히 추정(추정 II)된다. 출원 당시 Wi-Fi 기술은 업계에 이미 완전히 예견 가능(Foreseeable)했으므로 반박 기준에 실패하며, 법원은 법률문제로서 균등론 주장을 단호히 기각하고 소송을 즉각 종료시킨다.

8. 묵시적 정의에 의한 청구항 차별화 추정 전복 법리 (Definition by Implication)

독립항과 종속항의 용어 차이를 근거로 "독립항은 종속항의 제한을 포함하지 않는 넓은 범위를 가져야 한다"는 청구항 차별화 원칙(Claim Differentiation)은 절대적 규칙이 아닌 사법적 추정일 뿐이다. 명세서 전체의 서사를 관통하는 초록(Abstract), 발명의 요약(Summary of Invention)이 특정 구성을 발명의 필수 요소로 일관되게 규정(Definition by Implication)하고 있고, 심사 과정에서 출원인의 선행기술 대비 명확한 기술 배제 진술(Prosecution Disclaimer)이 결합하는 경우, 청구항 차별화 추정은 완전히 무력화되며 독립항은 종속항과 동일하게 좁은 범위로 한정 해석된다(C.R. Bard 판결 법리).

💡 가상의 실전 사례: 외과용 탈장 치료 "플러그(Plug)"의 덫

독립 청구항 20: "탈장을 복수하기 위해 외과용 메시 망으로 제조된 속이 빈 플러그(A hollow plug...)"

종속 청구항 21: "제20항에 있어서, 상기 플러그는 주름진 플러그(wherein the plug is a pleated plug)"

명세서 및 심사 기록: 발명의 요약과 초록에서 발명을 오직 "주름진 표면(pleated surface)을 가진 플러그"로만 일관되고 반복적으로 묘사했다. 또한 재심사 과정에서 출원인은 선행기술을 피하기 위해 "선행기술 플러그들은 주름(pleats)이 없으므로 우리 주름진 플러그와 다르다"고 공식 서면 주장을 개진했다.

피고 제품: 주름이 전혀 없이 매끈하게 성형된 일반 원추형 플러그를 제조 및 판매했다.

법리의 작동: 특허권자는 "종속항 21에 주름진(pleated) 형태가 따로 분화되어 있으므로, 청구항 차별화 원칙에 따라 독립항 20의 플러그는 주름이 없는 매끈한 플러그도 문언상 완벽히 삼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C.R. Bard, Inc. v. U.S. Surgical Corp. 전원합의체 선례를 적용하여 차별화 추정을 무력화한다. 비록 종속항에 pleated가 따로 존재할지라도, 발명의 요약/초록 전체가 발명을 주름진 형태로만 귀착하여 서술(Definition by Implication)하고 있고 심사 과정에서 선행기술 대비 주름 구조만을 자신의 권리로 인정하는 disclaimer(PHE)가 유기적으로 존재한다면 차별화 원칙은 완전히 무력화된다. 법원은 독립항 20 역시 오직 '주름진 플러그'로만 좁게 해석해야 한다고 선언하여 피고 제품에 비침해 면책을 부여한다.


제2부: 사법적 재량에 속하는 해석 준칙 및 격언 (Discretionary Canons & Maxims)

이 범주의 준칙들은 미국 법원이 판결문의 논리를 설득력 있게 보강하고, 자신들이 실질적으로 도달한 결론을 사후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 유연하게 채택하는 격언(Maxims)들이다. 이 준칙들은 절대법이 아니며, 사건의 구체적 맥락에 따라 서로 정면충돌할 수 있고, 더 강력한 내재적 증거 앞에서는 즉각 배척되는 유연한 가이드라인이다.

사법적 재량에 속하는 5대 대표적 해석 격언
  1. 청구항 차별화 추정 — 다른 청구항은 다른 범위를 가질 것이라는 반박 가능한 추정
  2. 실시예 제한 수입 금지 — "명세서 참작" 준칙과 정면 충돌하여 판사가 취사선택하는 양날의 칼
  3. 모든 용어 효력 부여 — 청구항의 모든 단어는 의미가 있고 잉여가 아닐 것이라는 격언
  4. 유효성 보존 해석 — 모호할 때만 살리는 방향으로 읽어주는 최후의 수단 (극히 제한적 작동)
  5. 자신의 사전 편찬자 — 발명자의 독자적 기술 정의 권리 (단, 명확하고 정밀한 표지 기재 요함)

1. 청구항 차별화 준칙 (Doctrine of Claim Differentiation)

동일 특허 내의 서로 다른 청구항들은 원칙적으로 서로 다른 의미와 범위를 가진다고 추정하며, 특히 독립항에 종속항의 좁은 제한사항을 부당하게 삽입하여 독립항의 범위를 좁히는 해석은 자제되어야 한다는 격언이다. 이는 불변의 규칙이 아니라 "반박 가능한 추정(Rebuttable presumption)"에 불과하므로, C.R. Bard 법리처럼 명세서가 전체적으로 용어를 좁은 의미로 한정하고 있거나 심사기록 상 포기가 존재하면 이 준칙은 사법적 판단 하에 즉각 기각된다.

💡 가상의 실전 사례: "유연한 지지 부재"와 "탄성"의 대립

독립 청구항 1: "유연한 지지 부재(flexible support member)"를 포함하는 프레임

종속 청구항 2: "제1항에 있어서, 상기 지지 부재가 탄성 유연 지지 부재(resilient flexible support member)인 프레임"

대립 정황: 피고 제품은 탄성 복원력이 전혀 없고 단순히 손으로 구부리면 구부러진 채 고정되는 금속성 유연 밴드를 사용했다. 특허권자는 "종속항 2에 탄성(resilient)이 분화되어 있으므로 독립항 1은 비탄성 유연 프레임도 당연히 삼킨다"며 침해를 주장했다.

사법적 재량 행사: 판사는 청구항 차별화 준칙을 기꺼이 인용하여 독립항 1을 탄성이 없는 플라스틱/금속 밴드까지 포괄하는 넓은 의미로 판단해 줄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명세서 본문에 "본 발명의 유연 지지 부재는 변형 후 원래 형태로 되돌아가야만 충격을 상쇄할 수 있다"고 탄성을 필수 요소로 못 박은 기재가 발견된다면, 판사는 "차별화 준칙은 약한 추정일 뿐이므로 내재적 기록의 필수 한정 요소를 이길 수 없다"고 선언하며 이 준칙의 적용을 거부하고 독립항 1의 범위를 탄성체로만 좁게 묶을 수 있다.

2. 상충 격언의 대립 준칙 — "명세서 참작" 대 "실시예 제한 수입 금지"

이 두 격언은 미국 청구항 해석에서 가장 첨예하게 충돌하는 대표적 사례다.

  • 격언 A (Invention-Based): 청구항은 명세서 전체의 문맥 속에서 읽어야 하며 명세서는 용어 해석의 "최고의 단일 지침"이다.
  • 격언 B (Plain Meaning): 명세서의 구체적인 실시예(Embodiment)나 도면의 특정 구성을 청구항 문언에 부당하게 읽어 넣어(Importing limitations) 권리범위를 축소해서는 안 된다.

두 격언은 정면으로 대립하지만, 이를 조율하는 상위 '메타규칙(Meta-rules)'이 사법 체계상 확립되어 있지 않다. 판사는 자신이 원하는 타당성 결론에 맞춰 하나의 격언을 완전히 침묵시키고 다른 격언을 앞세울 수 있는 위험하면서도 광범위한 재량적 선택권을 갖는다.

💡 가상의 실전 사례: "안정화 부재(Stabilizing Member)"의 진동 흡수

청구항: 소음을 억제하기 위해 결합 부위에 부착되는 "안정화 부재(stabilizing member)"

명세서 기재: 도면과 상세한 설명에는 오직 탄성 '고무 패드(Rubber pad)' 한 가지만 진동 흡수체로 개시되어 있다.

피고 제품: 고무 재질이 아닌 탄성 '금속 스프링(Metal spring)'을 안정화 장치로 사용했다.

사법적 재량 행사 — 두 가지 결론:

  • A 판사 (격언 A 우선 적용): "발명자가 실제로 발명하여 공개한 고유한 진동 저감 기여도는 고무 패드가 전부이다. stabilizing member는 명세서 문맥에 비추어 고무 패드류의 탄성 흡수체로 좁게 참작되어야 한다"며 비침해를 선언한다.
  • B 판사 (격언 B 우선 적용): "청구항에는 광범위한 기능 단어(stabilizing member)를 명확히 기재해 놓았다. 명세서에 고무 패드만 설명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청구 범위를 축소하는 것은 실시예의 좁은 제한을 수입하는 사법적 과오이다"라며 침해를 선언한다.

3. 모든 용어 효력 부여 준칙 (Giving Effect to All Terms)

법원은 청구항 내에 사용된 모든 단어, 전치사, 문법 구조 하나하나에 고유한 법적 효력과 제한력을 부여해야 하며, 특정 용어를 해석상 아무 의미 없는 무용지물의 불필요한 잉여(Superfluous term)로 만들어 버리는 해석은 지양해야 한다. 다만 문맥상 해당 표현이 단지 형식적이고 관습적인 수식어(Nonce or conventional redundancy)에 불과함이 명백하거나, 다른 명세서의 강한 제한 문맥이 단어의 제한력을 상쇄한다면 무시될 수 있다.

💡 가상의 실전 사례: "영구적 탄성 완충 부재"

청구항: 스마트폰 내부의 충격을 흡수하는 "영구적으로 복원력 있는 탄성 완충 부재(permanently resilient cushioning member)"

피고 제품: 사용을 반복함에 따라 기포가 터져 복원 탄성을 점차 상실하고 압착되는 소모성 발포 우레탄 스펀지를 사용했다.

대립 정황: 피고는 "resilient"와 "cushioning"은 어차피 완충을 뜻하는 동의어로 중복 기재된 것에 불과하며, "permanently" 역시 완충의 유용성을 나타내는 장식적 형용사에 불과하므로 자사 제품도 문언 상 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사법적 재량 행사: 법원은 이 준칙을 적용하여 "permanently"라는 수식어를 아무 기능 없는 장식적 잉여어로 취급하여 폐기해서는 안 되며, 청구항의 모든 단어에는 독자적인 제한적 효력이 부여되어야 한다고 판시한다. 결국 "영구적으로 복원되는 고도의 소재적 물성"이 청구항의 필수 경계로 확정되어 피고의 소모성 스펀지 제품은 문언상 비침해로 풀려난다.

4. 유효성 보존 해석 준칙 (Validity-Preserving Construction)

청구항 문언이 복수의 합리적인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치열하게 충돌할 때, 하나는 특허를 선행기술에 의해 무효화하고 다른 하나는 특허를 유효하게 살릴 수 있다면 가능한 한 특허를 유효하게 보존하는 좁은 해석을 채택한다는 격언이다. 현대 미국 특허법 하에서 이 원칙은 "효용이 극히 제한적인 원칙(a doctrine of limited utility)"으로 완전히 찬밥 신세가 되었다. 내재적 증거를 다 적용했음에도 청구항이 진정으로 애매모호한(Ambiguous) 상황에서만 보조적으로 작동하며, 청구항 문언이 명확하게 넓다면 이를 무효로부터 살려주기 위해 법원이 사후적으로 청구항을 좁게 재단해 주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엄격히 차단된다.

💡 가상의 실전 사례: "금속 체결구"의 무효화 위기

청구항: 기계 케이스를 압착 고정하는 "금속 체결구(fastener made of metal)"

대립 정황: 특허 등록 후, 출원 전에 철제 나사(금속 체결구)를 사용해 만든 동일 장치 선행기술이 발각되어 신규성 상실로 특허 무효 선언을 받기 일보 직전이다. 특허권자는 "명세서 실시예에는 주로 티타늄(Titanium) 나사만 개시되어 있고 티타늄을 써야만 경량 고강도 효과를 달성하므로, 특허를 살리기 위해 금속 체결구를 '티타늄 체결구'로 좁게 보존 해석해 달라"고 애원했다.

사법적 재량 행사: 법원은 유효성 보존 준칙의 적용을 완전히 거부한다. "metal"이라는 청구항 용어 자체는 통상의 기술자 관점에서 직관적이고 완벽하게 명확하며 전혀 애매모호하지 않다. 법원은 무효를 면해 줄 목적으로 청구항을 자의적으로 수정(Redrafting)해 주는 편의를 제공하지 않으며, 명확하게 넓은 그 범위 그대로 선행기술에 부딪혀 통째로 무효화(Invalid)되도록 선언해야 한다.

5. 자신의 사전 편찬자 준칙 (Patentee as Lexicographer)

특허출원인은 일반 사전에 수록된 기술적 의미를 전면 거부하고, 명세서 상세한 설명을 통해 용어에 자신만의 독자적이고 특별한 의미를 선언하여 행사할 수 있다. 이 특권을 법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명세서 본문 기재 사항 내에 제3자가 예측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명확성, 의도성, 그리고 정밀성(Reasonable clarity, deliberateness, and precision)"을 갖춘 명시적 사전식 정의 선언이 존재해야 한다. 단순히 특정 실시예에서 단어를 편향되게 묘사했다는 정황만으로는 사전 편찬자 특권이 작동하지 않는다.

💡 가상의 실전 사례: "무선 연결"의 가두리 양식

청구항: 단말기 사이에서 정보를 동기화하기 위한 "무선 연결(wireless link)"

명세서 기재: "본 발명에서 사용하는 '무선 연결(wireless link)'이란 오직 블루투스(Bluetooth) 표준 프로토콜에 따른 1:1 근거리 통신만을 의미한다."

피고 제품: Wi-Fi 및 5G 광대역 셀룰러 무선 기술을 사용해 정보를 동기화하는 기기다.

사법적 재량 행사: 특허권자는 소송에서 "무선 연결은 전파를 이용한 모든 공중 통신을 뜻하는 광범위한 평이한 의미(plain meaning)를 가지므로 피고의 Wi-Fi 장치도 침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준칙을 강하게 인정한다. 출원인이 명세서 내에서 합리적인 명확성과 고도의 의도성을 가지고 용어의 기술적 의미를 가두어 직접 사전식으로 명시 규정(Lexicography)한 이상, 이 특별 정의는 일반 기술사전이나 통상적 의미를 완전히 압도하고 우선하기 때문이다. 청구항은 오직 블루투스로만 좁게 묶이며 피고 제품은 비침해로 구제된다.


제3부: 두 영역의 핵심 비교 및 실무적 교훈

비교 구분 확립된 법정 규칙 및 실체법적 법리 (Established Rules) 사법적 재량하의 해석 준칙 및 격언 (Canons & Maxims)
법적 성격 성문법, 대법원 및 CAFC 전원합의체 강행 규범 사법적 판단 유연성을 위한 보조 가이드라인 (격언)
판사 재량 재량 원천 부재 (반드시 준수 및 의무적 적용) 광범위한 재량 존재 (사건 맥락에 따라 배척 가능)
작동 메커니즘 배심원 개입 차단, 사법 심사 기준 획정, 권리 한정 및 박탈 사후적 정당화의 도구 및 논증 정합성 강화 수단
상호 충돌성 충돌하지 않는 단일하고 견고한 법적 아키텍처 형성 준칙 간 정면충돌이 흔하며 통제 메타규칙이 결여됨
대표적 선례 Markman, Teva, Phillips, § 112(f), Festo, McCarty/Source Vagabond (사후적 청구항 재작성 금지) Claim Differentiation, 유효성 보존 해석, 실시예 제한 수입 금지 준칙 (No Importing Limitations)
⚖ 실전 소송 및 FTO 실무의 최종 교훈

특허 분쟁 소송이나 회피설계 FTO 분석 단계에서, 단순히 "청구항 차별화 원칙(Claim Differentiation)이 살아 있으므로 넓게 해석되어 침해를 면하기 어렵다"거나, "실시예 제한 수입 금지 준칙이 작동하므로 청구항은 넓다"는 식의 사법적 재량하의 해석 준칙 및 격언(Canons)에만 매몰된 보고서와 논증은 극도로 취약하다.

상대방 특허권자나 피고가 출원 기록과 명세서에 숨겨진 명백한 권리포기(Disavowal/Disclaimer) 기재, 35 U.S.C. § 112(f) 기능식 nonce word의 발동, 또는 Johnson & Johnston식 공중헌납 법리라는 단단한 법정 규칙 및 실체법적 법리(Hard Rules)를 입증하는 순간, 재량적 준칙에 기반한 어설픈 범위 추정은 단숨에 무력화된다.

따라서 완벽한 특허 장벽 우회와 소송 승리를 위해서는 형식적인 Canons의 기계적 열거를 원천 배제하고, 명세서와 출원경과라는 객관적 내재적 증거(Intrinsic Evidence)에 완전히 집중하여, 유효출원일 당시 통상의 기술자(POSITA)가 납득할 수 있는 정교하고 일관된 기술적 서사(Consistent Technical Narrative)를 빌드업하는 것만이 실체법적 사법 규범을 충족하여 승소하는 유일한 경로다.

특허침해소송을 당했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 미국 Discovery에서 "피고 기업"이 준비해야 할 것들

미국 특허소송에서 피고의 진짜 승부처, Discovery ―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공개하며, 무엇으로 반격할 것인가 미국 특허침해소송에서 피고 기업의 Discovery는 원고의 자료요구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절차가 아니다. 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