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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September 30, 2025

‘장롱특허’ 막는 산학협력 정책, 핵심은 ‘계약서 포트폴리오 관리’에 있다

 

정부 R&D 계약서의 ‘숨은 조항’, 국가 혁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 글에서는 정부 지원 산학협력의 성공을 좌우하는 계약서의 비밀을 파헤치고, 정책 입안자와 실무자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 연계 방안을 제시합니다.

 

안녕하세요! 정부 지원 산학협력 정책을 담당하시거나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하시면서 ‘과연 이 R&D의 결과물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하는 고민,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최근 아주 의미 있는 해외 논문을 읽고 그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싶어 이렇게 글을 씁니다. 일부는 이미 우리나라에 도입된 정책도 있지만, 여전히 검토할 만한 새로운 시사점이 많더라고요. 이번 글을 통해 정책 입안자와 실무자분들이 산학협력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얻고, 실질적인 정책 아이디어를 얻어 가시길 바랍니다.

 

정부 지원 산학협력, 그 결과는 누구의 것일까?

정부가 대학과 기업의 공동 R&D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기술 혁신을 통한 국가 경제 성장’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 참여하는 주체들은 저마다 다른 속마음을 가지고 있죠.

  • 정부: 세금을 투입했으니 연구 결과가 널리 퍼져 사회 전반에 이익이 되길 원해요. (오픈 사이언스)
  • 기업: 연구 결과를 독점해서 시장 경쟁력을 높이고 싶어 하죠.
  • 대학: 지식 창출과 확산이라는 전통적인 목표와 기술이전 수입이라는 상업적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고요.

이처럼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상황에서, 과연 계약서는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요? 최근 노르웨이 연구위원회(RCN)가 지원한 484개 산학협력 프로젝트의 실제 계약서를 분석한 연구는 이 질문에 대한 흥미로운 답을 제시합니다.

연구 하이라이트!
산학협력의 IP 및 정보공개 방식은 단순히 ‘공개’와 ‘비공개’로 나뉘지 않았습니다. 대신, 세 가지 뚜렷한 유형의 거버넌스 모델이 발견되었죠.

 

산학협력의 세 가지 거버넌스 모델

  1. 독점적 파트너십 (“이건 우리 회사 것” 모델): 연구 결과물의 소유권과 사용권을 모두 기업이 가져가고, 발표나 정보 공개를 강력히 제한하는 방식입니다. 정부 지원금 비중이 평균 53%로 가장 낮았습니다.
  2. 오픈 사이언스 협력 (“모두의 지식” 모델): 연구 결과는 널리 발표되어야 하고, 기밀 유지 의무도 거의 없습니다. 대학이 주도권을 갖는 경향이 있으며, 정부 지원금 비중은 평균 64%로 높았습니다.
  3. 통제된 접근 계약 (“소유는 대학이, 사용은 기업이” 모델): 가장 흔하게 발견된 모델입니다. IP 소유권은 대학이 갖지만, 상업적 활용 권한(실시권)은 기업 파트너에게 독점적으로 부여합니다. 동시에 연구 결과 발표나 비밀 유지는 엄격하게 통제됩니다. 정부 지원금 비중은 ‘오픈 사이언스’ 모델만큼 높았습니다(평균 64%).

이 연구의 가장 중요한 발견은, 정부 지원금 비중이 높을수록 기업이 IP 소유권을 가져갈 확률은 낮아졌지만, 연구 결과의 발표를 제한하는 조항과는 유의미한 관계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즉, 정부가 돈을 많이 내서 대학이 IP를 소유하게는 만들었지만, 그 지식이 사회로 확산되는 데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뜻이죠.

 

정책 입안자를 위한 인사이트 및 제언

이러한 연구 결과는 국가, 대학, 산업체의 입장을 명확히 보여주며, 효과적인 후속 정책을 설계할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이해관계자별 입장 요약

국가: ‘오픈 사이언스’를 통한 지식 확산이라는 정책 목표가 ‘통제된 접근 계약’이라는 현실 앞에서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있습니다. 대학에 IP 소유권을 주는 데는 성공했지만, 특정 기업에 기술이 묶여 확산되지 못하는 ‘지식 독점’ 가능성을 간과했을 수 있습니다.

산업체: 정부 지원을 받으면서도 실질적 이익을 확보하는 데 능숙합니다. IP 소유권을 대학에 양보하는 대신, 독점적 사용권과 강력한 비밀유지 조항으로 기술을 사실상 독점하는 영리한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대학: 학문적 성과와 상업적 이익 사이에서 ‘통제된 접근 계약’이라는 균형점을 찾았습니다. IP 소유권으로 장기적 권리를 지키고, 기업에 독점 실시권을 부여해 단기 수입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후속 정책 연계 방안 제안

  1. ‘계약서 사전 분석’을 통한 R&D 포트폴리오 관리: 정부 R&D 과제 선정 시, 기술 타당성뿐 아니라 참여 주체인 기업과 대학 간의 ‘IP 및 성과 확산 계획(계약 조항)’을 핵심 평가 지표로 포함시켜야 합니다. 이를 통해 정부는 지원 과제를 정책 목표에 따라 균형 있게 구성하는 ‘포트폴리오 관리’가 가능해집니다.
  2. ‘대학 소유 IP’ 후속 기술사업화 활성화: 대학이 소유한 R&D 결과물이 ‘장롱특허’가 되지 않도록 후속 지원을 강화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참여 기업이 기술을 장기간 사업화하지 않을 경우 제3자에게 비독점 실시권을 부여하는 ‘실시권 조정(march-in rights)’ 조항을 표준계약서에 포함시키거나, 대학 TLO의 후속 사업화 활동에 정부 자금을 연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3. 정부 지원 규모와 ‘성과 공개/확산 조항’ 연계 강화: 정부 지원 비중에 따라 성과 확산 의무를 차등적으로 부과하는 정책을 도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부 지원 비중이 75% 이상인 과제는 ‘비독점적 실시’를 원칙으로 하거나, 연구 종료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핵심 결과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계약서에 명시하는 방안입니다.
  4. 신뢰 기반의 ‘유연한 계약’ 모델 개발 및 보급: 초기 계약이 협력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단계적/유연한 계약(flexible contracting)’ 모델을 개발하고 보급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중간 단계에서 상호 협의 하에 공개 조항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내용을 표준계약서에 포함시켜, 보다 개방적인 협력으로 나아갈 공식적인 경로를 열어주는 것입니다.

산학협력 정책 핵심 요약

계약 모델의 현실: 대부분의 산학협력은 ‘통제된 접근’ 모델로, IP는 대학 소유지만 기업이 독점 사용하며 공개는 제한됩니다.
정책의 한계: 정부 지원금이 대학의 IP 소유권 확보에는 도움을 주지만, 기술의 사회적 확산으로 직결되지는 않습니다.
핵심 제언:
단순 자금 지원을 넘어, 계약서의 ‘숨은 조항’을 분석하여 R&D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성과 확산을 유도해야 합니다.
미래 방향: 유연한 계약 모델을 보급하고, 대학 소유 IP의 후속 사업화를 적극 지원하는 정책 연계가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연구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된 산학협력 모델은 무엇인가요?
A: ‘통제된 접근 계약’ 모델이 가장 흔했습니다. 이 모델은 IP 소유권은 대학이 갖되, 상업적 활용 권한은 참여 기업이 독점적으로 가지며 연구 결과의 비밀 유지가 강조되는 형태입니다.
Q: 정부가 기업과 대학 간 계약서의 ‘숨은 조항’까지 신경 써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바로 그 계약서의 세부 조항이 연구 결과물의 소유권, 사용권, 공개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단순히 자금만 지원하고 계약 내용에 관여하지 않으면, 세금으로 개발된 기술이 특정 기업에 독점되어 사회 전체의 이익으로 이어지지 못할 수 있습니다.
Q: 이 연구는 노르웨이 사례인데, 한국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요?
A: 네, 적용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정부 주도로 산학협력 R&D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IP 소유권과 성과 확산에 대한 고민이 깊다는 점에서 한국과 노르웨이는 유사한 정책적 환경을 공유합니다. 따라서 이 연구의 발견과 정책 제언은 한국의 산학협력 정책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결론적으로, 이 연구는 정부가 산학협력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결과물이 어떻게 관리되고 확산되는지에 대한 ‘거버넌스 설계’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계약서의 ‘미세한 조항(fine print)’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교한 정책을 연계할 때, 비로소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R&D 성과가 국가 전체의 혁신 역량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산학협력 정책과 관련하여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이나 경험이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더 풍부한 논의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참고 문헌

Haakon Thue Lie et al., The fine print of collaboration: How contractual provisions govern IP and disclosure in publicly funded research, 54 Research Policy 10533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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