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LM으로 어디까지 특허청구범위 해석이 가능한가
그동안 저는 제미나이(Gemini)나 클로드(Claude) 같은 LLM 모델이 특허분석 업무를 어디까지 수행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한계가 어디에 있는지를 꾸준히 시험해 왔습니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이제는 SaaS와 전문가 서비스의 역할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전문가가 사라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전문가의 역할은 직접 모든 일을 수행하는 사람에서, AI가 올바르게 작동하도록 설계하고 검증하는 사람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LLM을 활용해 특허청구범위 해석(Claim Construction)을 어떻게 전문가 수준에 가깝게 수행하게 할 수 있는지를 보여드리려 합니다. 초보자도 따라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설명해보겠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초보자란, 제미나이나 클로드 같은 LLM 인터페이스를 기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특허청구항 해석의 높은 장벽
특허청구범위 해석은 FTO(Freedom-To-Operate) 분석이나 등록 가능성 검토(Patentability Search)를 위한 특허분석의 출발점입니다. 특허문헌은 크게 발명자가 보호받고자 하는 발명을 기재한 특허청구항(Patent Claims)과 그 발명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 발명의 상세한 설명(Detailed Description of the Invention)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특허청구항을 해석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청구항 해석은 결국 특허권의 경계를 설정하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이 경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초보자와 전문가의 수준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정확한 청구항 해석을 위해서는 특허법 법리(Legal Principles)와 판례(Case Law)에 대한 이해, 해당 기술 분야에 대한 배경지식, 그리고 오랜 실무 경험이 필요합니다. 단순한 언어 독해 능력만으로는 실제 분쟁이나 판단 상황에서 적절한 경계를 설정하는 데 실패할 수 있습니다.
이 작업은 숙련된 전문가에게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동료 간 상호검증을 거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특허청구항의 해석은 내가 아니라 제3자에 의해 판단받게 되며, 그 제3자는 사실관계와 기록에 기초하여 객관적으로 해석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LLM을 대하는 올바른 관점: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사원’
이제 이런 고난도의 작업을 LLM에게 시켜보겠습니다. 다만, 특허청구범위 해석은 범용 지식만 학습한 LLM에 그대로 맡겨서는 안 됩니다. 해석 대상이 되는 특허문헌의 내용, 관련 배경기술, 법리, 심사이력(Prosecution History) 등을 충분히 주입하여 사실상 해당 사안에 맞게 조정된 작업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제가 LLM으로 수행한 결과를 보고 놀랍니다. 본인도 비슷한 작업을 해봤지만 결과 수준이 크게 다르다는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저는 아직 LLM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게 늘 이렇게 설명합니다.
“LLM을, 내가 시키려는 업무에 대해 아무 지식과 경험이 없는 신입사원이라고 생각하고 일을 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LLM은 일반적인 용어와 문장에 대해서는 이미 상당한 학습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용어 하나하나부터 가르쳐야 하는 일반 신입사원보다는 오히려 다루기 쉬운 면이 있습니다. 다만 특정 사건이나 특정 기술문맥에서만 쓰이는 의미가 있다면, 그 부분은 반드시 별도로 정의하거나 자료를 통해 학습시켜야 합니다.
특허청구범위 해석 업무의 단계적 지시 (워크플로우)
예를 들어 특허청구범위 해석 업무를 생각해보겠습니다. 신입사원에게 특허공보 하나를 던져주고 곧바로 “특허청구항 제1항을 해석해 보라”고 지시하면, 그 신입사원은 매우 당황할 것입니다. 결과는 대체로 부실할 가능성이 큽니다.
우선 특허청구범위 해석에 관한 법리와 판례를 조사해 정리해 오라고 시킬 것입니다. 그리고 조사한 내용을 발표하게 하여 실제로 어느 정도 이해했는지 확인할 것입니다. 이때 경험 많은 실무자는 판결문이나 교과서에 명시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실무상 관행과 판단 포인트도 함께 알려줄 수 있습니다.
특허청구항 해석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는, 청구항은 해당 특허의 발명의 상세한 설명, 그 발명이 속한 통상의 기술적 상식(Common General Knowledge), 그리고 심사과정에서 드러난 출원인의 의사(Applicant's Intent)에 기초하여 발명자의 의도를 객관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다른 특허나 외부 기술문헌의 기재를 끌어와 임의로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됩니다.
그 다음에는 이러한 기본 법리를 토대로, 실제 청구항 해석을 위한 워크프레임과 워크플로우를 설계해보라고 지시할 것입니다.
특허 해석에 필요한 기본 입력자료는 특허공보와 심사이력(File Wrapper)입니다. 심사이력에는 주로 심사관의 거절이유통지서(Office Action), 이에 대한 출원인의 의견서(Remarks)와 보정서(Amendments)가 포함됩니다. 이를 통해 심사과정에서 등록을 받기 위해 출원인이 포기한 권리범위의 경계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관련 선행 사건, 유사 특허, 특히 패밀리 특허(Patent Family)나 해외 대응특허에 관한 심결과 판결도 함께 조사하여 정리하게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최종 결과물은 Claim Chart 형태로 작성해보라고 할 것입니다.
NotebookLM과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결합
이러한 워크플로우는 거의 그대로 LLM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적절한 자료와 절차만 제공하면 신입사원에게 일을 가르치는 것보다 더 빠르게 안정적인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모델의 지능이 아니라, 무엇을 입력하고 어떤 순서로 작업시키며 어떤 형식으로 검증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저는 이 작업을 구글의 NotebookLM에서 자주 수행합니다. NotebookLM은 입력된 소스에 기반하여 응답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근거 없는 외삽(Extrapolation)을 줄이고 자료기반 작업을 유도하기에 적합합니다.
NotebookLM의 딥리서치 기능을 활용해 법리와 판례를 조사하고, 공통된 방법론을 정리하게 합니다. 이렇게 검증된 결과는 다시 제미나이(Gemini)의 GEM이나 클로드(Claude)의 Skill 초안 작성을 위한 지침(프롬프트)으로 주입합니다. 이때 특허청구범위 해석에 필요한 입력자료의 예시와 Claim Chart 샘플을 함께 참고시키면 훨씬 좋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LLM에게 특허청구범위 해석 작업을 실제로 어떻게 지시하는지, 그리고 제가 실제로 사용한 프롬프트, 워크플로우, 프레임을 단계별로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보겠습니다. 또한 실제 사건에서 판결이 있었던 특허를 하나 선정하여 법원이나 심판원이 수행한 청구범위 해석과 비교해보겠습니다.
물론 이런 작업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특히 실제 분쟁 사건과 달리 상대방 당사자의 반박 논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만 실제 사건에서는 상대방의 주장, 반박 자료, 관련 선행기술(Prior Art) 등을 추가로 입력하여 해석의 정밀도를 계속 보완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