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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September 22, 2026

민사소송에서 어느 정도까지 증명해야 하는가 — 한미 증명도의 실질적 비교와 한국 민사증명법의 개선 방향

대륙법과 보통법의 역사적·철학적 유산, 법경제학·행동법학적 실증 연구, 그리고 증거개시제도와 연계된 50%+α 개혁 모델

이 글은 한 차례 블로그에서 소개했던 민사소송의 ‘증명도(Standard of Proof)’에 관한 문제를 추가 연구를 통해 한층 더 깊이 들여다본 후속 연구다.

이번에는 단순히 한국과 미국의 증명 기준을 비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륙법과 보통법의 역사적·철학적 배경, 법경제학과 행동법학의 실증 연구, 그리고 증거개시제도와의 구조적 관계까지 함께 살펴보았다.

궁극적인 질문은 단순하다. 한국 민사소송의 ‘고도의 개연성’ 기준을 미국식 50%+α 기준으로 낮추는 것이 과연 올바른 해법인가.

아래에서는 이 문제를 증명도라는 하나의 숫자가 아니라 사법제도 전체의 구조라는 관점에서 검토한다.

I. 서론: 민사 증명도의 법적 개념과 비교법적 문제의식

민사소송법상 증명도(Standard of Proof, 입증의 정도)란 사실인정자(법관 또는 배심원)가 당사자의 증거를 토대로 요증사실의 존재를 인정하는 데 필요한 주관적·객관적 확신의 임계값(Threshold)이다.1

증명도는 단순한 기술적 소송 규칙에 머물지 않는다. 실체적 진실 규명과 절차적 효율성, 나아가 사실 확정의 불확실성에서 비롯되는 사법적 오류비용(Error Costs)을 당사자 사이에 어떻게 배분할지를 결정하는 사법제도의 핵심 지표다.2

대륙법계(Civil Law) 전통을 이어받은 한국 민사소송은 법관에게 ‘통상인이 의심을 품지 않을 정도의 확신’, 곧 ‘고도의 개연성(Highly Likelihood)’을 요구하는 주관적 내적 확신 모델을 유지해 왔다.3

반면 보통법(Common Law)을 따르는 미국은 일반 민사소송에서 ‘증거의 우세함(Preponderance of the Evidence)’을 표준으로 삼는다. 이는 주장하는 사실이 존재할 가능성이 50%를 넘으면 (P > 0.5, more likely than not) 원고 승소를 인정하는 비교적 완화된 객관적 기준이다.4

한국의 ‘고도의 개연성’과 미국의 ‘50%+α’는 단순히 숫자만 다른 두 기준인가, 아니면 서로 다른 소송제도의 산물인가?

최근 국내 학계와 실무 일각에서는 ‘고도의 개연성’ 기준에 따른 구조적 폐단, 즉 원고의 과도한 입증 곤란, 광범위한 진위불명 영역의 발생, 피해 구제 실패에 따른 ‘민사 사건의 형사 고소화’를 해소하고자 미국식 ‘50%+α’ 기준, 즉 우월적 증거설로 전면 전환하자는 입법론이 꾸준히 제기된다.5

그러나 증명도는 단순히 수치를 조정할 문제가 아니다.

각 사법 체계의 사전 증거 수집 제도(Discovery), 법관의 사실인정 심리 구조, 개별 입증 경감 법리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 등)와 유기적으로 맞물린 종합 사법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이에 본 연구는 한미 양국의 민사 증명도 법리와 역사적 배경, 법경제학·행동법학적 실증 연구, 사전 증거 수집 제도와의 연계성을 입체적으로 고찰하여 현실적인 사법 개혁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II. 한미 민사소송 증명도의 기본 개념 및 체계적 구조

1. 미국 보통법계: 3단계 차등 증명 구조

미국 민사증거법은 보호법익의 성격과 오류 위험의 비대칭성에 따라 증명도를 3단계로 명확히 구분하여 운용한다.6

증거의 우세함 (Preponderance of the Evidence)

일반 계약 분쟁, 교통사고, 불법행위 등 통상적인 민사사건에 적용되는 기본 기준이다. 양 당사자의 증거를 저울에 달아 주장사실이 존재할 가능성이 50%를 조금이라도 넘으면(50%+α) 증명책임을 다한 것으로 본다.7

명백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 (Clear and Convincing Evidence)

친권 박탈, 성년후견, 사기, 특허 무효처럼 중대한 신분권·사익·헌법적 가치가 걸린 민사 영역에서 예외적으로 상향 적용하는 중간 기준이다. 이때는 약 70~80% 수준의 높은 개연성을 요구한다.8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 (Beyond a Reasonable Doubt)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하는 엄격한 기준 (약 90% 이상)으로, 민사 기준과는 엄격히 이원화되어 운용된다.9

2. 한국 대륙법계: 자유심증주의와 고도의 개연성

한국 민사소송법 제202조는 자유심증주의를 규정할 뿐 증명도에 관한 명문 조항을 두지 않고 있어, 구체적인 기준은 판례와 통설을 거쳐 정립되어 왔다.10

대법원은 “경험칙에 비추어 통상인이라면 의심을 품지 않을 정도의 고도의 개연성”을 일관되게 요구한다 (대법원 1960. 3. 31. 선고 4292민상247 판결; 대법원 1990. 6. 26. 선고 89다카7730 판결 등).11

학설 역시 이를 ‘십중팔구’ 내지 ‘80~90%의 확률적 확실성’으로 수치화하여 이해한다.12

3. 한미 민사소송 증명도 체계 비교

비교 항목 한국 민사소송
(대륙법계)
미국 민사소송
(보통법계)
법적·실무적 의의
일반 증명도 고도의 개연성
(Highly Likelihood,
80~90%)
증거의 우세함
(Preponderance,
50%+α)
한국은 높은 입증 문턱, 미국은 대칭적 위험 배분
예외적 증명도 명문 규정 없음
(판례상 간접추정 등으로 경감)
Clear & Convincing Evidence
(약 70~80% 개연성)
미국은 사기·특허무효 등에 차등 적용
진위불명 구간 광범위한 구간 발생
(20% < P < 80% 패소)
50% 지점으로 축소
(Low Non-liable region)
고도 개연성하 원고의 패소 위험 대폭 증가

III. 대륙법과 보통법의 역사적·철학적 배경

1. 대륙법계: 법정증거주의 타파와 내적 확신(Intime Conviction)

대륙법계의 자유심증주의는 18세기 프랑스 혁명기, 중세 이래 지속된 가혹한 법정증거주의 (la preuve légale)를 타파하는 과정에서 태동했다.13

중세 로마-캐논법상의 법정증거주의는 증인의 수와 증거의 종류에 따른 증명력을 법률로 획일화하여 규정했다. 예를 들어 목격자 2명이 있으면 ‘완전한 증거’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법관이 확실한 심증을 갖더라도 법정 요건이 미비하면, 법률상 유일하게 ‘완전한 증거’로 인정받는 피고인의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국가 고문(Torture)까지 정당화되는 비인간적 폐단이 일상화되었다.14

프랑스 혁명 세력과 계몽주의 사상가들 (볼테르, 베카리아 등)은 이러한 구습을 혁파하여, 법관과 배심원이 상식과 경험칙에 따라 판단하는 자유심증주의와 ‘내적 확신(intime conviction)’ 제도를 확립했다.15

이후 독일 민사소송법(ZPO §286)과 일본을 거쳐 한국에 계수된 자유심증주의는 직업법관이 자의를 배제한 채 경험칙과 논리칙에 따라 ‘객관적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는 확신에 도달하는 것을 재판 정당성의 근거로 삼게 되었다.16

2. 보통법계: 존 로크의 확률론과 오류 위험 배분 철학

미국 보통법계의 증명도는 존 로크(John Locke)의 계몽주의 확률론(Probable Belief), 그리고 영미 배심제(Civil Jury)와 당사자주의(Adversarial System)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다.17

영미법은 인간 인식의 한계상 법정에서 절대적 진실에 도달하기란 불가능하며, 재판상의 진실 역시 경험에 바탕을 둔 ‘확률적 개연성’에 불과하다고 본다.

18세기 후반 법원의 배심 평결 재심 허가 기준에서 출발한 ‘우월성(Preponderance)’ 개념은 점차 배심원 지시문(Jury Instructions)의 표준 형태로 안착했다.18

법경제학 및 영미 법학, 특히 연방대법원 In re Winship 사건의 Harlan 대법관 동의의견에 따르면, 민사소송은 사적 당사자 간의 대등한 분쟁이므로 ‘원고의 부당 패소(제1형 오류)’와 ‘피고의 부당 승소(제2형 오류)’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 비용은 서로 동등하다 (CI = CII).19

따라서 오류 위험을 50:50으로 대칭 분담하는 50%+α 기준은 전체 사회적 오류비용을 최소화한다는 철학적 정당성을 갖는다.

IV. 법경제학 및 행동법학적 실증 연구

1. 법경제학적 분석: Kaplow의 억제 및 위축 효과 모형

루이스 캘플로(Louis Kaplow)는 증명도가 불법행위자의 사전적 억제 효과 (Ex-ante Deterrence)와 적법한 행위자의 위축 효과 (Chilling Effect)에 미치는 영향을 수식화했다.20

캘플로의 모형에 따르면, 적법 행위가 위축될 우려는 적은 반면 위법 행위의 사회적 폐해가 현저한 영역에서는 증명도를 낮추는 편이 사회적 총효용을 극대화한다.

나아가 그는 획일적인 증명도를 고수하기보다 사건의 성격에 맞춘 가변적 증명도를 적용하는 것이 경제학적으로 한층 효율적임을 규명했다.

2. 행동법학 및 실증 연구: Law in Books vs. Law in Action

실제 재판 현장에서 사실인정자가 적용하는 증명도는 법규범상의 기준과 상당한 괴리를 보인다.

한국 법관 실증 조사 — 설민수(2008)

한국 법관 1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민사재판 시 실제로 요구하는 심증 수준의 평균값은 약 70%로 집계되었다.21

이는 규범적인 80~90% 기준을 밑돌며, 오히려 미국의 ‘명백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 (Clear & Convincing Evidence)’ 기준에 근접한 수치다.

유럽 법관 실증 조사 — Schweizer(2016)

대륙법계의 내적 확신 기준을 따르는 스위스·독일 법관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실효 심증 임계값은 평균 62.9%로 나타났다.22

이는 대륙법계의 실무상 심증 기준이 보통법계의 실제 운용 수준과 실질적으로 수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손실회피 및 부작위 편향 — Zamir & Ritov(2012)

사실인정자는 피고 패소 판결을 기존 상태를 변경하는 ‘적극적 개입(Action)’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이 과정에서 부작위 편향(Omission Bias)과 손실회피 기제가 작동하면서, 내면적인 판단 임계치(Cutoff Point)가 60~75% 수준으로 자연스럽게 상향 조정된다.23

3. 미국 배심원 지시문 문언 차이의 인지적 효과

미국 연방 및 각 주 법원에서 전달되는 배심원 지시문의 문언 차이는 사실인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24

CACI No. 200 — “More likely to be true than not true”

캘리포니아주 등의 직관적 평이 언어(Plain English) 지시문은 배심원이 50%+α의 균형 잡힌 임계값을 가장 정확하게 인식하도록 돕는다.25

고전적 법률용어 — “Preponderance of the Evidence”

McCauliff(1982) 등의 실증 연구에 따르면, 일반 시민은 ‘Preponderance’라는 전통적 법률용어를 접했을 때 평균 70~75% 수준의 높은 확신도가 요구되는 것으로 오인하는 경향이 있다.26

진실 탐색 부가 문구의 위험성 — Cicchini & White

《Columbia Law Review》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지시문에 “진실을 탐색하라(search for the truth)”는 문구를 추가할 경우 배심원의 28%가 입증 기준이 완화된 것으로 오인했다.

그 결과 승소 및 유죄 평결 비율이 21%에서 54%로 약 2.5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27

V. 현행 ‘고도의 개연성’ 기준의 개혁론(50%+α 전환)에 대한 분석

1. 개혁론(찬성론)의 논거

김차동 교수 등 개혁론자들은 현행 고도의 개연성(80~90%) 기준을 미국식 ‘증거의 우세함(50%+α)’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적극 주장한다.28

광범위한 진위불명 구간의 해소

고도의 개연성 기준 하에서는 20% < P < 80%에 이르는 넓은 진위불명 영역에서 원고가 객관적 증명책임의 분배 원칙에 따라 부당하게 패소하는 결과가 발생한다.

반면 증명도를 50%+α로 낮추면 이러한 진위불명 영역이 50% 분기점으로 대폭 축소된다.29

민사적 권리 구제 회복 및 ‘민사사건의 형사화’ 방지

과도하게 높은 입증 장벽으로 인해 민사상 권리 구제가 무력화되면, 피해자가 국가 수사권에 의존하여 민사 분쟁을 형사 고소로 해결하려는 왜곡된 관행과 행정만능주의가 초래된다.30

복잡한 입증책임 완화·전환 법리의 정비

일반 증명도 자체가 합리적 수준으로 완화되면, 개별 소송 유형마다 무리하게 입증책임 전환이나 경감 특칙을 모색해야 하는 법적 혼란과 해석상 부담을 덜 수 있다.31

2. 보수적·신중론의 논거

그러나 사전 증거 수집 제도의 미비를 간과한 채 증명도를 일괄 하향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신중론 역시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32

사전 증거개시제도(Discovery)의 미비

미국에서 50%+α 기준이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배경에는, 소송 초기에 상대방의 증거를 광범위하게 수집할 수 있는 연방민사소송규칙(FRCP)상의 디스커버리 제도가 자리 잡고 있다.

구조적 증거 편재가 심각한 한국 실정에서 디스커버리 도입 없이 증명도만 낮춘다면, 원고의 불분명한 주장만으로도 피고가 부당하게 패소하는 제1형 오류(Type I Error)가 급증할 위험이 크다.33
남소(Frivolous Lawsuits) 및 소송 방어 비용의 급증

입증 장벽이 대폭 완화되면 객관적 근거가 희박한 사실에 편승하여 합의금을 노리는 기획소송이 남발될 수 있으며, 이에 대응하는 피고의 소송 방어 비용 또한 크게 늘어날 수 있다.34

다만 미국 연방소송법 Rule 11의 사실 및 법률 검증 의무를 부여하면 상당부분 남소의 위험은 제거될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법적 안정성 및 기판력에 대한 신뢰 저하

50%+α라는 비교적 낮은 심증 수준에 기초한 판결에 현행과 같은 강력한 기판력(Res Judicata)을 그대로 부여하는 것은 사법 판단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저해할 수 있다.35

3. 현행 입증 경감 법리와의 정합성 검토

한국 민사법은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 (손해배상 액수 산정의 재량), 제조물책임법상 결함 추정, 의료·환경소송에서의 간접사실 추정 및 ‘상당한 개연성’ 법리 등 개별 소송 유형에 맞춘 다양한 입증 경감 장치를 발전시켜 왔다.36

그러나 일반 증명도를 50%+α로 일괄 하향할 경우, 실무와 판례가 축적해 온 ‘상당한 개연성’ 법리가 일반 증명도와 사실상 구별되지 않아 잉여적 개념으로 무력화되는 등 기존 규범 체계와 심각한 법리적 충돌을 빚게 된다.

VI. 입법·제도적 개선 로드맵

증명도 개혁은 단순한 수치 조정을 넘어, 사전 증거 수집 제도 및 개별 특칙 법리와 연계된 단계적 로드맵을 바탕으로 추진되어야 한다.37

1단계. 한국형 증거개시제도(K-Discovery)의 전면 확대

2026년 시행을 앞둔 「상생협력법」상의 한국형 증거개시제도, 즉 전문가 사실조사(Inspection), 법정 외 당사자 신문(Deposition), 자료보전명령을 민사소송법 전반으로 확대하여 소송 당사자 간의 구조적 증거 불균형을 선제적으로 해소한다.38

2단계. 소송 유형별 차등적 증명도의 입법화

획일적인 기준 하향을 지양하고 소송 유형별로 기준을 차등화한다.

즉 통상적인 재산상 계약·상사 소송에는 ‘우월적 증명(50%+α)’을 적용하되, 가사·지식재산·사기·징벌적 손해배상 소송 등에는 ‘명백한 증명(고도의 개연성, 70~80%)’을 요구하는 방식의 입법적 차등화를 추진한다.39

3단계. 기존 입증 경감 법리의 체계적 재구조화

실무와 판례가 축적해 온 ‘상당한 개연성’ 및 ‘인과관계 추정’ 법리를 피고의 ‘증거 제출 및 설명 의무(Burden of Production)’로 재구성함으로써, 본래적 증명책임과 증거제출의무를 체계적으로 준별(峻別)하여 운용한다.40

4단계. 대규모 실증 조사 실시 및 실무 가이드라인 확립

법관, 변호사,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 실증 조사를 바탕으로 『민사재판실무제요』상의 증명도 판단 기준을 표준화하여 구체적인 실무 가이드라인을 확립한다.

VII. 결론: 사법 정의와 실질적 권리구제의 조화

한미 민사소송에서 나타나는 증명도의 차이는 단순한 확률 수치의 격차에 머물지 않는다.

이는 보통법과 대륙법이 각기 축적해 온 역사적 유산과 소송 절차 구조, 그리고 사법부의 역할관에 관한 철학적 토대에서 비롯된 것이다.

향후 한국 민사증명법의 발전 방향은 ‘고도의 개연성’이라는 판례 문언을 기계적으로 폐기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한국형 증거개시제도(K-Discovery)의 실질적 확충, 소송 유형에 따른 차등적 증명도의 입법화, 나아가 기존 입증 경감 특칙의 체계적 정비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 개선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원고의 실질적 권리 구제와 피고의 절차적 방어권 보장이라는 사법의 양대 가치를 균형 있게 실현할 수 있다.

각주 및 참고문헌

1) 이시윤, 『신민사소송법』 (제12판, 박영사, 2018), 534-535면; Louis Kaplow, Burden of Proof, 121 Yale L.J. 738, 742 (2012).

2) C.M.A. McCauliff, Burden of Proof: Degrees of Belief, Quanta of Evidence, or Constitutional Guarantees?, 35 Vand. L. Rev. 1293, 1301 (1982).

3) 대법원 2012. 4. 13. 선고 2011다1828 판결;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8다6755 판결.

4) CACI No. 200 (California Civil Jury Instructions); 4 Leonard B. Sand et al., Modern Federal Jury Instructions: Civil ¶ 73-2 (2015).

5) 김차동, 「민사소송에서의 증명도 기준의 개선에 관한 연구」, 『법조』 제68권 제3호 (2019), 74-106면.

6) Addington v. Texas, 441 U.S. 418, 423-425 (1979); Santosky v. Kramer, 455 U.S. 745, 747 (1982).

7) Brown v. Greene, 577 F.3d 107, 109 n.2 (2d Cir. 2009); Judicature, Legal Standards By The Numbers, Duke University (2020).

8) In re Seagate Tech., LLC, 497 F.3d 1360, 1371 (Fed. Cir. 2007); Woodby v. INS, 385 U.S. 276, 286 (1966).

9) In re Winship, 397 U.S. 358, 362-364 (1970).

10) 박재완, 『민사소송법 강의』 (박영사, 2017), 327면; 김홍엽, 『민사소송법』 (제7판, 박영사, 2018), 687면.

11) 대법원 1960. 3. 31. 선고 4292민상247 판결; 대법원 1990. 6. 26. 선고 89다카7730 판결.

12) 강현중, 『신민사소송법강의』 (박영사, 2015); 이순동, 『민사소송의 사실인정과 증인신문기법』 (진원사, 2010), 69면.

13) Mirjan Damaška, Free Proof and Its Detractors, 43 Am. J. Comp. L. 343, 344-346 (1995).

14) Charles L. Barzun, Rules of Weight, 83 Notre Dame L. Rev. 1957, 1964 (2008).

15) Kevin M. Clermont & Emily Sherwin, A Comparative View of Standards of Proof, 50 Am. J. Comp. L. 243, 254 (2002).

16) 독일 민사소송법 (Zivilprozessordnung) 제286조 제1항; BGHZ 53, 245 = BGH NJW 1970, 946.

17) John Leubsdorf, The Surprising History of the Preponderance Standard of Civil Proof, 67 Fla. L. Rev. 1569, 1578-1586 (2015).

18) Geoffrey P. Miller, Law, Economics, and the Burden(s) of Proof, Columbia Law School Faculty Scholarship (2020).

19) In re Winship, 397 U.S. 358, 371-372 (1970) (Harlan, J., concurring).

20) Louis Kaplow, Information and the Aim of Adjudication, 127 Harv. L. Rev. 1303, 1315-1322 (2014).

21) 설민수, 「민사·형사 재판에서의 입증의 정도에 대한 비교법적·실증적 접근」, 『인권과정의』 제388호 (2008), 80-104면.

22) Mark Schweizer, The Civil Standard of Proof—What Is It, Actually?, 20 Int'l J. Evidence & Proof 217, 220-226 (2016).

23) Eyal Zamir & Ilana Ritov, Loss Aversion, Omission Bias, and the Burden of Proof in Civil Litigation, 21 J. Empirical Legal Stud. 177, 180-185 (2012).

24) Dorothy K. Kagehiro, Defining the Standard of Proof in Jury Instructions, 1 Psychol. Sci. 194, 195-197 (1990).

25) Judicial Council of California Civil Jury Instructions (CACI) No. 200 (Matthew Bender, 2026).

26) C.M.A. McCauliff, Burden of Proof: Degrees of Belief, Quanta of Evidence, or Constitutional Guarantees?, 35 Vand. L. Rev. 1293, 1325 (1982).

27) Michael D. Cicchini & Lawrence T. White, Testing the Impact of Criminal Jury Instructions on Verdicts: A Conceptual Replication, 117 Colum. L. Rev. Online 22, 28-34 (2017).

28) 김차동, 앞의 논문(2019), 88-96면.

29) Kevin M. Clermont, Procedure's Magical Number Three: Psychological Bases for Standards of Decision, 72 Cornell L. Rev. 1115, 1141-1148 (1987).

30) 설민수, 앞의 논문(2008), 97-100면.

31) 김차동, 앞의 논문(2019), 98-102면.

32) 박혜진, 「비교법적, 행동주의적 관점에서 본 민사소송의 증명도」, 『인권과정의』 제494호 (2020), 148-170면.

33) 법무법인(유) 광장,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최초 도입: 기술 침해 관련 소송, 새로운 전환점을 맞다」 (2026. 1. 30.).

34) 법률신문,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과 디지털포렌식 역량 기반 대응 전략」 (2026. 2. 19.).

35) Michele Taruffo, Rethinking the Standards of Proof, 51 Am. J. Comp. L. 659, 667-668 (2003).

36)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 (손해배상 액수의 산정, 2023. 7. 11. 개정); 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다56603 판결.

37) IPDaily, 「'한국형 증거개시 제도' 상생법으로 첫 시행… 재판부 집행 의지와 조사 전문인력 확충 필요」 (2026. 2. 4.).

38)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 (2026. 1. 29. 국회 본회의 통과); 지식재산처, 「한국형 증거개시제도 특허법 도입 필요성」 (2025).

39) David L. Schwartz & Christopher B. Seaman, Standards of Proof in Civil Litigation: An Experiment from Patent Law, 26 Harv. J.L. & Tech. 429, 435-442 (2013).

40) Dan Simon, A Third View of the Black Box: Cognitive Coherence in Legal Decision Making, 71 U. Chi. L. Rev. 511, 516-528 (2004).

Sunday, September 13, 2026

특허침해소송을 당했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 미국 Discovery에서 "피고 기업"이 준비해야 할 것들

미국 특허소송에서 피고의 진짜 승부처, Discovery
―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공개하며, 무엇으로 반격할 것인가

미국 특허침해소송에서 피고 기업의 Discovery는 원고의 자료요구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절차가 아니다. 제품의 설계와 작동자료, 매출과 재무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동시에, 원고의 특허 권원과 침해주장, 특허 유효성 및 손해배상 논리를 공격해야 한다. 결국 Discovery는 피고가 비침해와 무효라는 방어논리를 실제 증거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미국에서 특허침해소송을 당한 기업이라면 가장 먼저 이런 생각을 하기 쉽다.

“우리 제품이 정말 이 특허를 침해하는가?”

물론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하지만 소장이 도착한 순간 기업이 실제로 직면하는 문제는 훨씬 넓다.

누구의 이메일을 보존해야 하는가. 어떤 설계도면과 소스코드가 Discovery 대상이 되는가. 매출과 이익자료는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는가. 엔지니어가 과거에 원고 특허를 검토한 기록은 없는가. 누가 Rule 30(b)(6) 증인으로 나가야 하는가.

그리고 동시에 질문해야 한다.

“원고의 특허는 정말 유효한가?”

피고에게 Discovery는 방어만 하는 절차가 아니다. 자신의 기술과 사업자료를 적절히 관리하면서 상대방 특허의 약점을 찾아 반격하는 과정이다.

1. 소장을 받았다면 먼저 ‘삭제’를 멈춰야 한다

특허침해소장을 받거나 소송을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기업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는 관련 자료가 사라지지 않도록 보존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실무에서 말하는 Litigation Hold다.

특허사건에서는 그 범위가 생각보다 넓을 수 있다. 침해 주장 제품의 연구개발 담당자와 설계 엔지니어뿐 아니라 제조, 영업, 마케팅, 재무 담당자도 관련 자료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종이문서만이 아니다. 이메일, 서버 파일, 설계자료, 기술문서와 같은 전자저장정보(Electronically Stored Information, ESI)도 Discovery의 중요한 대상이 된다.

피고가 기억해야 할 첫 번째 원칙

Discovery 대응의 첫 단계는 상대방의 특허를 무효화할 선행기술을 찾는 것이 아니라, 먼저 우리 회사의 증거가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2. Discovery가 시작되면 제품의 ‘속’이 보이기 시작한다

특허권자는 소송을 제기하기 전까지 피고 제품의 내부를 완전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시중 제품을 구입해 분석할 수 있고, 사용설명서와 공개된 기술자료를 조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설계명세서, 내부 회로도, 제조공정, 개발자료와 소스코드까지 외부에서 확인하기는 어렵다.

Discovery가 시작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원고는 침해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피고 제품의 구조와 작동방식, 설계자료, 제조공정, 성능자료 및 연구개발 기록 등을 요구할 수 있다.

피고 입장에서는 바로 이 지점부터 기술적 비밀을 보호하면서도 소송상 필요한 자료는 적법하게 개시해야 하는 어려운 균형 문제가 시작된다.

피고에게 Discovery가 어려운 이유 특허침해 여부를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자료는 대개 기업이 가장 공개하고 싶지 않은 자료이기도 하다.

설계도면, 제조공정, 소스코드와 개발기록이 대표적이다.

3. 그렇다고 영업비밀을 세상에 공개하는 것은 아니다

Discovery 대상이라고 해서 기업의 기밀자료가 곧바로 일반에 공개되는 것은 아니다.

특허소송에서는 민감한 기술·사업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Protective Order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건과 법원의 명령에 따라 접근할 수 있는 사람, 자료의 사용 목적과 보관·반환 방법 등이 제한될 수 있다.

소스코드처럼 특히 민감한 자료에는 더 엄격한 열람조건이 설정되는 경우도 있다. 특정 장소 또는 통제된 환경에서 열람하도록 하거나, 복사·반출과 접근자를 제한하는 방식이 사용될 수 있다.

따라서 소스코드 개시는 “파일을 상대방에게 넘긴다”는 식으로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 구체적인 제공 방식은 해당 사건의 Protective Order와 Discovery Order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4. 피고의 Discovery에는 세 개의 전선이 있다

피고는 방어만 해서는 안 된다. Discovery를 이용하여 원고의 사건 자체도 공격해야 한다.

① 비침해(Noninfringement)
피고 제품이 청구항의 모든 구성요소를 충족하는지를 공격한다.
② 무효(Invalidity)
선행기술과 기타 무효사유를 통해 계쟁 청구항의 유효성을 공격한다.
③ 원고의 권원·구제수단 공격
Chain of Title, 라이선스, 손해배상 산정과 금지청구의 근거 등을 검토한다.

이 세 전선은 서로 독립되어 있지 않다. 좋은 Discovery 전략은 처음부터 이 세 가지를 연결한다.

5. 첫 번째 반격 ― “우리 제품에는 그 구성요소가 없다”

비침해 주장의 출발점은 청구항이다.

특허침해가 인정되려면 적용되는 침해법리에 따라 청구항의 각 구성요소가 피고 제품 또는 방법에서 충족되는지가 문제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가 제시한 Claim Chart를 구성요소별로 분해하여 검토해야 한다.

핵심은 막연하게 “우리 제품은 다르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비침해 분석의 핵심 질문 “어느 청구항의 어느 구성요소가 우리 제품의 어디에 존재하지 않는가?”

문언침해뿐 아니라 원고가 균등론 (Doctrine of Equivalents)을 주장할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

결국 설계도면, 회로도, 제조공정과 소스코드는 원고에게는 침해를 입증하는 자료지만, 동시에 피고에게는 특정 청구항 구성요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비침해 증거가 될 수도 있다.

6. 두 번째 반격 ― “그 특허는 애초에 유효한가?”

비침해와 함께 피고가 구축하는 또 하나의 핵심 방어축은 특허의 무효다.

피고는 선행특허와 간행물뿐 아니라 사건의 사실관계와 적용법에 따라 출원 전 공개, 사용 또는 판매와 관련된 자료 등을 조사할 수 있다.

선행기술을 찾았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선행기술이 어느 청구항을 공격하는지, 청구항의 각 구성요소가 선행기술의 어디에 개시되어 있는지, 복수 문헌을 결합한다면 어떠한 근거로 그 결합을 주장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특허사건에서 흔히 말하는 Invalidity Contentions와 이에 수반되는 Prior Art Claim Chart가 중요한 이유다.

7. 무효 공격은 §102와 §103만의 문제가 아니다

피고의 무효 전략을 선행기술 검색으로만 이해하면 충분하지 않다.

사건에 따라 35 U.S.C. § 101의 특허적격성, § 102의 신규성, § 103의 비자명성, § 112의 기재요건과 명확성 등 여러 쟁점이 검토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의 Invalidity Contentions는 “선행기술 몇 건을 찾아 제출하는 문서”가 아니라 특허의 유효성을 어떤 법적·기술적 논리로 공격할 것인지 구조화하는 방어설계도에 가깝다.

8. 피고도 원고의 내부를 들여다본다

Discovery의 화살표는 양방향이다.

원고가 피고의 제품과 매출자료를 요구한다면, 피고 역시 원고의 특허와 사업에 관한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우선 살펴볼 것은 특허의 권원이다. 특허가 누구에게서 누구에게 이전되었는지, 양도계약과 라이선스의 내용은 무엇인지, 원고가 해당 특허에 관하여 주장하는 권리를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지 등이 쟁점과 관련되는 범위에서 검토될 수 있다.

발명의 역사도 중요하다. 발명의 착상과 개발과정, 연구·실험기록, 출원 전 공개나 판매와 관련된 자료 등이 무효 또는 다른 방어논리와 연결될 수 있다.

손해배상 주장 역시 공격 대상이다. 원고가 일실이익을 주장한다면 시장에 비침해 대체품(Noninfringing Alternatives)이 있었는지, 원고에게 수요를 충족할 생산·판매능력이 있었는지 등이 쟁점이 될 수 있다.

합리적 로열티가 문제라면 기존 라이선스 계약과 실제 로열티 자료가 중요해질 수 있다.

9. Written Discovery ― 문서와 답변이 방어논리를 고정한다

Rule 34의 Request for Production과 Rule 33의 Interrogatories는 피고에게도 중요한 Discovery 절차다.

피고는 관련성과 비례성 등의 적용 기준에 따라 제품 설계·구조·제조공정 자료와 매출, 판매수량, 비용 및 이익 등 손해배상과 관련된 자료를 제출해야 할 수 있다.

Interrogatories에서는 비침해 논리, 무효 주장의 사실적 근거, 선행기술 및 손해배상 관련 쟁점 등에 관하여 서면으로 답변하게 된다.

이 단계가 중요한 이유는 답변이 이후 Deposition과 전문가 보고서, Summary Judgment 및 Trial에서 계속 검증될 수 있기 때문이다.

10. Privilege는 ‘불리한 문서를 숨기는 제도’가 아니다

Discovery 대상 자료 가운데에는 Attorney-Client Privilege 또는 Work-Product Doctrine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자료가 존재한다.

그러나 단순히 변호사가 이메일에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자료가 자동으로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보호 여부는 해당 커뮤니케이션의 성격과 목적, 적용되는 법리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특권을 이유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에는 사건의 Discovery 절차에 따라 Privilege Log가 요구될 수 있다.

특허침해 위험을 검토한 사내·외 변호사 의견, 엔지니어와 변호사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은 고의침해 주장이나 Advice of Counsel 문제와 연결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특히 신중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11. 문서보다 위험할 수 있는 Rule 30(b)(6) Deposition

기업 피고에게 Rule 30(b)(6) Deposition은 Discovery에서 특히 중요한 단계다.

원고가 적절한 범위에서 신문주제를 특정하면, 회사는 그 주제에 관하여 조직을 대표해 증언할 한 명 이상의 증인을 지정한다.

여기에서 흔한 오해가 있다.

그 주제를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을 단순히 지정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Rule 30(b)(6) 증인은 개인 자격의 사실증인과 성격이 다르다.

회사는 지정된 사항에 관하여 합리적으로 이용 가능한 정보를 조사하고 증인이 조직의 지식을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Rule 30(b)(6)의 핵심

증인이 기억하는 것만 말하는 자리가 아니라, 회사가 알고 있는 것을 회사의 입장에서 증언하는 절차라는 점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제품의 설계와 작동방식, 매출과 재무자료, 특허 또는 선행기술에 관한 인지 등은 특허사건에서 중요한 신문주제가 될 수 있다.

12. 전문가 Discovery에서 방어논리가 하나의 체계가 된다

Discovery 후반부에 이르면 비침해와 무효 논리는 전문가 분석으로 구체화된다.

기술 전문가는 피고 제품과 청구항을 비교하여 비침해 의견을 제시하고, 선행기술과 청구항을 분석하여 무효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

손해배상 전문가는 원고가 주장하는 일실이익이나 합리적 로열티의 전제와 계산을 검토한다. 비침해 대체품, 특허기술의 경제적 기여도, 라이선스 자료 등도 쟁점에 따라 분석대상이 될 수 있다.

전문가 보고서가 제출된 뒤에는 상대방이 전문가를 Deposition한다. 따라서 보고서의 가정과 데이터, 분석방법과 결론은 다시 공격받는다.

이 단계에서 기술팀, 법률팀, 손해배상 전문가가 서로 다른 사실관계를 전제로 하고 있다면 소송 전체의 일관성이 흔들릴 수 있다.

13. Discovery의 끝에서 Trial의 모습이 보인다

Discovery가 마무리되고 Trial이 가까워지면 Rule 26(a)(3)에 따른 Pretrial Disclosures 등 재판 준비 절차가 이어진다.

원고가 어떤 증인을 세울 것인지, 피고가 어떤 증인을 부를 것인지, 어떤 Deposition 증언과 서증을 Trial에서 사용할 것인지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특허 무효를 Trial에서 주장하는 경우에는 35 U.S.C. § 282에 따른 통지 문제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Litigation Hold
↓
Initial Disclosures · Discovery Planning
↓
Product / Technical Discovery
↓
Noninfringement Strategy
↓
Invalidity Contentions · Prior Art
↓
Written Discovery · Source Code · Financial Data
↓
Fact / Rule 30(b)(6) Depositions
↓
Expert Discovery
↓
Pretrial Disclosures
↓
Trial

14. 피고의 Discovery 전략은 ‘자료를 덜 주는 기술’이 아니다

미국 특허소송을 처음 경험하는 기업은 Discovery 대응을 문서제출의 문제로 생각하기 쉽다.

“어디까지 제출해야 하는가.”
“이 문서는 안 내도 되는가.”
“소스코드를 꼭 보여줘야 하는가.”

물론 모두 중요한 질문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좋은 Discovery 전략이 되기 어렵다.

피고가 공개하는 제품자료는 원고에게 침해 증거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피고의 비침해를 보여주는 증거가 될 수도 있다.

피고가 찾아낸 선행기술은 특허를 무효화하는 공격수단이 될 수 있다.

원고에게서 확보한 발명기록과 라이선스, 손해배상 자료는 원고의 특허 유효성이나 구제범위를 공격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Discovery 대응의 목표는 자료를 최대한 적게 내는 것이 아니다.

보호할 것은 적법하게 보호하고, 공개해야 할 것은 일관성 있게 관리하며, 확보한 증거를 비침해·무효·손해배상 방어라는 하나의 소송전략으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칼럼의 결론 미국 특허소송에서 피고의 Discovery는 수동적인 방어절차가 아니다.

기업의 기술과 사업자료를 보호하면서 원고의 침해주장과 특허 유효성, 손해배상 논리를 동시에 시험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피고가 던져야 할 질문도 “어떻게 하면 자료를 덜 제출할 수 있을까?”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무엇을 반드시 보존해야 하는가.
무엇을 적법하게 보호할 수 있는가.
무엇을 공개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 증거를 어떻게 비침해와 무효의 논리로 바꿀 것인가.”


이 네 가지 질문을 소송 초기부터 함께 관리할 때 Discovery는 부담스러운 자료제출 절차를 넘어 피고의 가장 중요한 방어수단이 된다.

※ 이 글은 미국 특허침해소송에서 피고가 경험하는 Discovery의 전체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인 실무 설명이다. 구체적인 Discovery 범위와 제출기한, Infringement·Invalidity·Noninfringement Contentions, 소스코드 열람 및 기밀자료의 취급방식 등은 해당 연방법원의 Local Rules와 Patent Local Rules, 담당 판사의 Standing Order, Scheduling Order, Discovery Order 및 Protective Order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면 내 자료도 공개해야 한다 ― 미국 Discovery에서 "특허권자"가 준비해야 할 것들

미국 특허소송의 진짜 승부처, Discovery
― 특허권자는 무엇을 요구하고 무엇을 내놓아야 하는가

미국 특허침해소송에서 Discovery는 단순히 피고의 자료를 받아내는 절차가 아니다. 특허권자가 상대방의 제품 구조와 매출자료를 들여다보는 만큼, 자신의 발명 과정, 특허 권원, 라이선스, 손해배상 자료와 증인도 상대방의 검증대에 올라간다. 그래서 Discovery는 소송의 준비단계가 아니라 소송의 실질적인 승패가 형성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특허권자가 미국에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한다고 가정해 보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피고의 설계도면, 소스코드, 매출자료를 확보하는 일일 것이다.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반대 방향의 화살표도 있다.

피고 역시 특허권자의 발명노트, 출원 전 공개와 판매, 라이선스 계약, 손해배상 자료, 발명자의 증언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미국의 Discovery가 무서운 이유는 바로 이 양방향성에 있다.

1. Discovery는 소장을 제출한 뒤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특허소송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상대방에게 어떤 자료를 요구할 것인가가 아니다. 오히려 먼저 해야 할 일은 내 자료를 보존하는 것이다.

소송이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시점에 이르면 관련 문서와 전자저장정보(Electronically Stored Information, ESI)를 보존해야 할 의무가 문제될 수 있다. 실무에서 흔히 말하는 Litigation Hold가 여기에서 출발한다.

발명자만 대상이 되는 것도 아니다. 연구개발 담당자, 특허업무 담당자, 영업·재무 담당자 등 사건과 관련된 자료를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핵심 보관자(Custodians)를 식별해야 한다. 이메일, 연구기록, 설계자료, 계약서와 재무자료가 통상적인 문서 삭제 정책에 따라 사라지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특허권자가 기억해야 할 첫 번째 원칙

Discovery 전략의 출발점은 상대방 자료의 확보가 아니라 자신의 증거를 온전하게 보존하는 것이다.

2. 초기 단계부터 자신의 사건을 설명할 준비가 필요하다

미국 연방민사소송에서는 Rule 26을 중심으로 초기 단계부터 일정한 정보의 공개와 Discovery 계획이 이루어진다. 특허사건에서는 여기에 각 법원의 Patent Local Rules, Scheduling Order 또는 Case Management Order가 더해질 수 있다.

특허권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누구의 증언에 의존할 것인지, 어떤 자료로 침해와 손해를 입증할 것인지, 어떤 특허와 제품이 사건의 대상인지 등을 일찍부터 체계화해야 한다.

여기에서 특히 중요한 것이 특허의 권리관계다. 양도계약과 라이선스 계약, 특허권의 이전 경위 등 Chain of Title에 문제가 있다면 단순한 Discovery 문제가 아니라 원고적격이나 손해배상 범위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3. 특허소송의 핵심 문서, Infringement Contentions와 Claim Chart

특허침해소송에서 원고가 결국 설명해야 하는 질문은 단순하다.

“피고 제품의 어디가 내 특허청구항의 어느 구성요소를 충족하는가?” 특허침해 주장은 추상적인 유사성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각 청구항의 구성요소와 피고 제품 또는 방법의 대응관계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구조화한 대표적인 자료가 Claim Chart다. 원고는 침해를 주장하는 청구항을 특정하고, 각 구성요소가 피고 제품이나 방법의 어느 부분에서 구현되는지를 대응시킨다.

문언침해(Literal Infringement)를 주장하는지, 균등론(Doctrine of Equivalents)에 의존하는지도 중요한 문제다. 균등론을 주장한다면 단순히 “실질적으로 같다”고 적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적용되는 법리에 맞추어 그 주장의 근거를 설명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 작성된 침해주장은 이후 청구항 해석, 전문가 보고서, Summary Judgment와 Trial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초기 Claim Chart는 단순한 제출서류가 아니라 소송 전체의 기술적 논리를 설계하는 문서에 가깝다.

[본문 이미지 삽입 위치 ― Patent Claim → Claim Elements → Accused Product의 Claim Chart 개념도]

4. 특허권자가 정말 원하는 것은 피고 내부의 자료다

소송 전에는 특허권자가 피고 제품의 내부 구조를 완전히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외부에서 구입한 제품을 분석하거나 공개된 설명서와 특허문헌을 검토할 수 있지만, 제조공정, 내부 회로, 소스코드, 개발자료까지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

Discovery의 가치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다. 원고는 사건의 쟁점과 비례성의 범위 안에서 피고 제품의 설계자료, 제조공정, 작동방식, 개발 이력 등에 관한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손해배상을 입증하려면 재무정보도 중요하다. 판매수량과 매출액, 가격, 비용과 이익 관련 자료, 라이선스 및 협상자료 등은 일실이익(Lost Profits) 또는 합리적 로열티(Reasonable Royalty)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고의침해를 주장하는 사건이라면 피고가 언제 특허를 알게 되었는지, 특허 또는 특허제품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Design-around를 검토했는지 등도 쟁점이 될 수 있다. 다만 변호사 의견서 등에는 Attorney-Client Privilege나 관련 waiver 문제가 얽힐 수 있으므로, 단순히 “요구하면 모두 받을 수 있는 자료”라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

5. 그런데 피고도 똑같이 원고의 약점을 찾는다

Discovery의 진짜 부담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원고가 피고에게 광범위한 자료를 요구하면, 피고 역시 원고의 특허와 침해주장을 공격하기 위한 자료를 요구한다.

가장 먼저 검토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특허권의 권원이다. 특허의 양도 경위, 기존 라이선스, 소송 제기 권한 등은 원고가 해당 특허를 실제로 행사할 수 있는지와 관련될 수 있다.

그 다음에는 발명의 역사가 조사 대상이 된다. 발명의 착상과 개발 과정, 연구노트, 실험자료, 출원 전 공개·사용·판매 또는 판매제안과 관련된 자료가 검토될 수 있다.

손해배상을 크게 청구할수록 원고 자신의 사업자료도 중요해진다. 일실이익을 주장한다면 생산능력과 판매자료, 시장상황 및 비침해 대체품(Noninfringing Alternatives)의 존재 등이 쟁점이 될 수 있다.

Discovery의 역설 상대방에게 더 깊이 들어갈수록 상대방도 내 사건의 더 깊은 곳으로 들어온다.

따라서 미국 특허소송을 제기하기 전에는 “상대방에게서 무엇을 받을 것인가”뿐 아니라 “상대방에게 무엇을 보여주게 될 것인가”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6. Request for Production과 Interrogatories

Discovery의 상당 부분은 서면으로 진행된다. 대표적인 수단이 Rule 34의 Request for Production과 Rule 33의 Interrogatories다.

문서제출요구를 통해 사건과 관련된 문서와 ESI 등을 요구하고, Interrogatories를 통해 특정 사실이나 주장에 대한 서면 답변을 요구할 수 있다.

특허사건에서는 발명의 완성 과정, 우선권과 관련된 사실, 침해·무효 주장, 손해배상 산정의 사실적 근거 등 다양한 문제가 이러한 서면 Discovery를 통해 구체화된다.

그렇다고 모든 문서를 무제한으로 공개하는 것은 아니다. Attorney-Client Privilege 또는 Work-Product Doctrine이 적용되는 자료는 적절한 요건 아래 보호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제출하지 않는 자료의 성격과 특권 주장 근거를 정리한 Privilege Log가 실무적으로 중요해진다.

7. 문서보다 더 어려운 순간, Deposition

문서는 시간을 두고 검토하고 답할 수 있다. Deposition은 다르다. 상대방 변호사의 질문에 증인이 직접 답하고, 그 증언은 기록으로 남는다.

특허권자 측에서는 발명자, 연구개발 담당자, 특허업무 담당자와 기타 핵심 사실증인이 Deposition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업에는 Rule 30(b)(6) Deposition이 특히 중요하다. 상대방이 특정 주제를 지정하면, 회사는 해당 주제에 관한 조직의 지식을 대표하여 증언할 사람을 준비해야 한다. 따라서 단순히 “그 업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을 데려가는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회사가 지정된 주제에 관하여 합리적으로 이용 가능한 정보를 조사하고, 증인이 조직의 입장을 적절히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초기 서면, Claim Chart, 이메일, 연구기록 및 과거의 진술 사이에 모순이 있다면 Deposition에서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8. 전문가 Discovery에서 기술과 손해배상 논리가 완성된다

특허소송은 전문가의 역할이 특히 큰 분야다. 기술 전문가는 침해와 무효 등 기술적 쟁점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고, 손해배상 전문가는 일실이익이나 합리적 로열티 등 손해액 산정에 관한 분석을 수행한다.

Rule 26(a)(2)의 적용을 받는 전문가 보고서에는 전문가의 의견뿐 아니라 그 의견의 근거와 사용한 자료 등이 규칙이 요구하는 범위에서 제시된다.

보고서를 제출하면 끝나는 것도 아니다. 상대방은 전문가를 Deposition하고, 분석방법과 가정, 사용한 데이터와 논리의 약점을 공격한다. 이후 사건에 따라 전문가 증언의 허용 여부 자체가 중요한 다툼이 될 수도 있다.

9. Discovery의 끝은 Trial 준비의 시작이다

Discovery가 끝나면 사건은 Trial을 향해 좁혀진다. Rule 26(a)(3)에 따른 Pretrial Disclosures에서는 Trial에서 제시할 증인과 증언녹취 부분, 서증 등에 관한 정보가 규칙이 정하는 시기에 공개된다.

이 시점이 되면 처음 소장을 제출했을 때의 사건과는 모습이 달라져 있다. 어떤 청구항이 살아남았는지, 어떤 침해이론과 무효이론이 실제 쟁점인지, 어떤 증거와 전문가 의견이 Trial에서 사용될 수 있는지가 상당 부분 구체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Litigation Hold
↓
Initial Disclosures · Discovery Planning
↓
Infringement Contentions · Claim Chart
↓
Written Discovery · Document Production
↓
Fact / Rule 30(b)(6) Depositions
↓
Expert Discovery
↓
Pretrial Disclosures
↓
Trial

10. 특허권자는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Discovery를 준비해야 한다

미국 특허소송에서 흔히 범하기 쉬운 착각은 “일단 소송을 제기한 뒤 Discovery를 통해 필요한 자료를 찾으면 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Discovery는 상대방의 약점을 찾는 과정인 동시에 자신의 특허와 사업, 발명의 역사와 손해배상 논리를 상대방의 검증에 내놓는 과정이다.

따라서 소송 제기 전에는 침해분석만 해서는 부족하다. 특허의 권원은 깨끗한지, 발명과 출원 과정의 기록에는 문제가 없는지, 과거 라이선스가 손해배상 주장과 충돌하지 않는지, 발명자와 임직원의 이메일에는 어떤 내용이 남아 있는지, 손해배상 주장을 실제 재무자료로 뒷받침할 수 있는지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칼럼의 결론 미국 특허소송에서 Discovery는 상대방에게 증거를 요구하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다.

특허권자의 사건 전체를 스트레스 테스트하는 과정에 가깝다.

침해주장이 강하더라도 권리관계에 문제가 있거나, 발명 과정의 기록과 증언이 충돌하거나, 손해배상 이론이 실제 재무자료와 맞지 않는다면 Discovery 과정에서 소송의 약점이 드러날 수 있다.

그래서 미국 특허소송의 Discovery 전략은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서는 부족하다.

“우리가 상대방에게 요구할 자료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 대가로 우리의 무엇이 검증대에 올라갈 것인가.”

이 두 질문에 동시에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제대로 된 Discovery 전략이 시작된다.

※ 이 글은 미국 특허침해소송의 Discovery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인 실무 설명이다. 구체적인 개시 범위와 제출기한, Infringement/Invalidity Contentions 등의 절차는 해당 연방법원의 Local Rules와 Patent Local Rules, 담당 판사의 Standing Order, Scheduling Order 및 사건별 명령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Monday, June 21, 2021

미국 디스커버리 제도가 특허권자 원고만을 위한 제도라는 오해에서 벗어나기

미국의 디스커버리 제도는 미연방소송규칙 FRCP Rule 26 ~ 37 (그 외 다른 연방민사소송규칙 및 해당 관할 지방법원의 Local Rule)에 의해, 법원의 명령 없이도 당사자 스스로 재판 전에 당사자간 증거를 교환할 의무를 부여한 법정 절차다. 

디스커버리 절차를 하였다고 해서 법원에 대한 당사자 간 증거 제출책임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증명책임이 있는 절차에는 모든 분쟁 절차에 적용된다. 직권심리주의가 적용될 여지가 있는 특허심판원(PTAB)의 절차에도 디스커버리 절차는 존재한다. 증명책임이 있는 자가 증명하지 못한 사실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일방 당사자가 디스커버리 규칙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된 경우 타방 당사자는 신청을 통해 법원의 문서제출명령(order for production of documents)을 얻어 낼 수 있다. 그리고 최근 배터리 특허 및 영업비밀 침해 사건관련 미국 소송에서 본 바와 같이, 위반 혐의 당사자가 증거개시 명령에 불응하거나 성실히 협조하지 않은 경우는 강력한 제재가 내려질 수 있다.

원칙적으로 문서 제출자가 스스로 비용을 부담하나, 대리인이나 당사자가 주장의 근거를 합리적으로 확인하지 않는 등의 남소행위와 같은 예외적인 사유가 있으면 판사는 그 비용을 귀책 상대방에게 부담하게 할 수 있다. 제3자가 소지한 정보와 문서에 대해서도 그 제출 및 증언이 강제될 수 있다.

미국 디스커버리 제도가 원고인 특허권자만을 위한 것이라고 오해해서는 안된다. 나중에 이루어질 사실심리(재판)에서 사실 증거를 현출하여야 하는 양 당사자를 위한 것이다. 따라서 피고도 원고로부터 소송 사건과 관련된 자료를 제공받는다. 이를 통해 원고 특허의 약점을 찾고 주장의 헛점을 찾는다.

원고가 피고에 대한 디스커버리를 통해 달성하려는 목적은 익히 잘 알려져 있고 상식적으로 추정도 가능하므로 본 글에서는 생략하고, 오히려 피고가 원고에 대한 디스커버리를 통해 어떤 것을 달성할 수 있는 지를 과거 경험과 PLI 특허소송 실무교재(주1)를 참고하여 정리해본다.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은 주제와 관련된 것들이다.

- 특허 소유에 대한 특허권자의 주장 및 원고적격과 관련된 권원의 이전 이력 (예컨대 양도 및 라이선스라 같은 권원 사슬에 관한 문서들)

-   재판지 다툼을 위한 원고의 관할법원 선정의 연계 고리에 관한 사실들

-   원고 특허권자가 생각한 청구범위 해석

-   원고 특허권자의 침해에 대한 입장

-   발명자권(Inventorship) 흠결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발명의 착상(conception)과 실현(reduction to practice) 및 개발과정

-   발명자가 특허출원이전에 어떻게 발명을 실행하였는지

-   원고의 제소 특허발명품에 대한 설계변경 이력

-   특허출원 시 발명자가 알게 된 최적의 실시형태 (the best mode)

-   특허출원일 이전에 발명(품)의 판매나 청약 사실

-   발명에 이르는 작업에서의 어려움이나 곤란했던 사실

-   발명의 구체적인 실시예에 관한 불만사항

-   제소 특허의 출원 및 심사 과정 동안 작성한 선언서와 관련된 서류와 기초가 된 실험 (예컨대 Rule 132 선서진술서(affidavit) 등)

-   제소 특허의 심사이력 (file history)과 내부 검토

-  계속 출원이나 분할 출원, 같은 기술이 논의되었던 발명 주제와 관련된 관련 특허 또는 출원의 심사이력 (file history)과 내부 검토

-  해외 패밀리 특허 또는 출원 등에 대한 심사이력 (file history)과 내부 검토

-   모든 선행 참고 문헌

-   선행 참고 문헌에 대한 특허권자의 인식

-   특허권자와 피고사이에 이루어진 제소전 의사소통과 정보교류

-   특허권자가 만든 다른 침해 주장이나 비침해 인정

-   관련산업에서는 모든 라이선스

-   모든 라이선스 협상

-  쟁점이 되는 특허청구범위에 속하는 모든 특허권자의 제품이나 방법에 관한 정보

-   청구범위 해석에 대한 특허권자의 모든 입장

-   제소 특허 또는 관련 특허에 대한 선행 소송

-   발명자의 인사기록

-   발명자의 선행 증언들

-   특허권자가 가지고 있는 고의침해에 대한 입장

-   특허권자의 현재의 고객 또는 장래 고객과의 의사소통과 정보교류

-   만약 침해금지처분이 내려진다면 특허권자가 시장에 적정하게 공급할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   특허권자의 제소 특허에 관한 라이선스 입장

-   같은 시장에서 다른 경쟁자의 존재여부

-   제소 특허에 대한 모든 라이선스

-   제소 특허의 라이선스 관련 특허권자가 받은 모든 로열티

-   비견될 만한 특허의 모든 라이선스

-   비견될 만한 특허로부터 받은 모든 로열티

-  특허권자의 라이선스 허락 또는 배타적 지위 유지와 관련한 정책과 마켓팅 프로그램

-   다른 회사의 제품의 판매에 대한 특허 제품의 판매 영향

-   특허 제품의 상업적 성공

-   다른 장치에 대한 특허발명의 유용성과 장점

-   특허제품이나 방법에 기인한 이익과 관련된 문서와 관련 재무 정보

-   특허된 특징으로부터 파생된 이익 또는 가격 비중

-   시장조사

-   특허제품 또는 방법에 대한 요구사항에 관한 문서

-   비침해 대체품의 존재여부

-   특허권자의 제조 및 판매 능력과 관련한 침해된 판매량

-   침해가 없었던 시절 특허권자가 달성한 이익과 관련 재무 서류

-   경쟁 비특허 또는 비침해 제품 대비 특허 또는 침해 제품의 판매

-   피소 제품 또는 장치의 이익이 되거나 바람직한 특징들

-   제품의 비교

-   제품의 가격 (특허제품 대비 경쟁제품)

-   특허권자의 부수 매출에 대한 정보

 

소송이 시작되면 양 당사자는 FRCP Rule 26(a)(1)에 따라 상대방의 증거개시 요구가 없어도 소송의 당사자는 스스로 후속 디스커버리 절차 진행, 즉 관련 정보의 교환을 위해 초기증거공개(Initial disclosure) 절차를 진행하여야 한다. 크게 디스커버리 대상이 될 증인 목록과 문서 목록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늦어도 변론절차 30일 전에 본격적으로 FRCP Rule 26(a)(3) 변론전 증거공개(pretrial disclosure) 절차에 따라 사실심/재판(trial) 준비절차를 위한 자료를 교환하여야 한다.

그 외 FRCP Rule 26(a)(2) 감정인공개(disclosure of information on expert testimony) 절차에 따라 늦어도 변론절차가 개시되기 90일이전에 장래 소송에 관계 있을지도 모르는 감정인에 대한 인적 정보와 이력 등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여야 한다.

 

특허침해소송사건의 초기증거공개(Initial disclosure) 절차에서 교환의 대상이 되는 정보와 문서들을 구체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1.     원고가 피고에게 제공하여야 하는 문서와 정보로는,

1)     증인 목록

-       발명자

-       특허출원대리인

-       침해사실을 알게 된 증인

-       고의 침해 주장을 지지할 증인

- 자명성(진보성흠결) 항변을 위한 객관적인 고려사항(2ndary consideration등)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자

-       손해와 손해액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자

2)     문서목록

-       제소 특허

-       심사이력

-      침해가 있다는 특허권자(원고)의 믿음에 기초가 되는 문서 (비닉특권의 대상이 아닌 문서)

-      손해배상액에 대한 특허권자(원고)의 산정에 기초가 되는 문서 (비닉특권의 대상이 아닌 문서)

-       자명성(진보성 흠결) 주장과 관련된 문서

-       분쟁과 관련하여 당사자간 주고받은 사전 의사소통내용과 정보

-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손해액의 계산

 

2.     피고가 원고에게 제공하여야 하는 문서와 정보로는,

1)     증인 목록

-       선행 발명자

-       선행 특허출원대리인

-       피소 제품이나 방법을 알 수 있는 증인

-       제소 특허 발명에 대한 선행 발명자로 믿을 수 있는 사람

-       제소 특허 발명 이전에 관련 선행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

-       제소 특허 발명 이전에 판매제안이나 사용했던 사람

-       고의 침해 주장에 대해 방어를 할 수 있는 증인

-       피소 제품의 판매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

-       선행기술을 알고 있는 사람

2)     문서목록

-       특허

-       심사이력과 관련 해외 패밀리 심사이력

-       선행기술자료 (제소특허이전의 판매사실 등)

-       침해가 없었다는 피고의 믿음에 기초가 되는 문서 (비닉특권의 대상이 아닌 문서)

-       분쟁과 관련하여 당사자간 주고받은 사전 의사소통내용과 정보

-       피소 제품이나 방법에 관한 일반적인 정보

-       그 외 방어를 지지할 만한 정보 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민사소송에서 양 당사자의 증거수집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디스커버리 제도는 민사소송의 변론주의와 처분권주의를 보장한 최소한의 제도이다. 결코 원고인 특허권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피고인 실시자만을 위한 제도도 아니다. 

또한 당사자간 관련 정보를 교환하는 디스커버리 절차만으로 법원에서 증거제출 책임이나 설득책임을 다한 것도 아니다. 

디스커버리 제도를 어느 일방 당사자 측면에서만 바라보고 평가하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점들을 우리는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주1> 참고문헌 : Charles S. Barqu, "Patent Litigation", PLI PRESS

[E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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