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ing posts with label IP경영. Show all posts
Showing posts with label IP경영. Show all posts

Monday, September 21, 2026

특허의 가치는 숫자로 계산할 수 있는가 — IP Cost Center를 벗어나기 위해 고민했던 것들

DCF·게임이론·AI까지 고민한 기업 IP 가치평가, 그리고 오랜 실무 끝에 다시 생각하게 된 것들

기업의 지식재산(IP) 부서는 오랫동안 예산을 쓰는 부서, 이른바 Cost Center로 인식되어 왔다. 많은 IP 책임자들이 이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러 방법을 고민하고 시도해 왔다.

특허의 출원·유지 여부를 결정할 때 현금흐름할인법(Discounted Cash Flow, DCF)에 기초한 재무평가 모델을 적용해 보기도 하고, 게임이론이나 설명 가능한 AI를 이용해 특허의 기술적·경제적 기여도를 좀 더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려는 시도도 있었다. 나 역시 오랫동안 같은 고민을 해 왔다. 이 글은 그 과정에서 공부하고 생각했던 것을 정리한 것으로, 그런 노력의 한 흔적이다.

다만 오랜 기간 기업의 IP 실무를 경험하고 나니, 이런 방법들이 생각만큼 현실적인 해답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막상 정교한 평가기법을 조직에 도입하면 평가항목과 기준이 생기고,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를 모으고 점수를 매기고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작 집중해야 할 핵심 업무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실질적인 효용은 크지 않은 행정과 관리 업무만 늘어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더 어려운 문제는 미래가 우리가 만든 평가모델을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당시의 재무평가 기준으로는 경제성이 낮아 보여 포기했던 권리가 몇 년이 지난 뒤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후보로 다시 떠오르는 일도 있다. 그럴 때면 과거의 합리적인 결정이 오히려 더 큰 후회로 돌아온다.

미래는 예측의 대상이 아니다.

결국 여러 평가모델과 관리기법을 내려놓고 나면 다시 본질적인 질문으로 돌아가게 된다. 비록 조직 안에서 당장 눈에 띄는 평가를 받지 못하더라도 좋은 특허를 확보해 제품의 경쟁력과 매출에 기여하는 일을 꾸준히 하는 것, 그리고 제품 매출만으로 그 가치를 회수하기 어려운 시장에서는 특허 자체를 수익화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평생 지식재산 업무에 몸담아 왔지만, 대리인으로 일하던 때를 제외하면 아무리 좋은 결과를 만들어도 그다지 좋은 소리를 많이 들었던 것 같지는 않다. 어쩌면 기업의 IP 업무란 본래 그런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누군가를 돕는 일은 즐겁다. 내가 가진 경험과 지식으로 제품과 사업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아직 그런 일을 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분명 행운이다.

그래서 감사하다.

따라서 이 글에서 소개하는 여러 재무모델과 분석기법을 기업 IP 관리의 완성된 해법이나 현실적인 정답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으면 한다. 오히려 Cost Center라는 오래된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 IP 실무자가 얼마나 많은 방법을 고민하고 시험해 보았는지, 그 과정의 한 기록으로 읽어 주었으면 한다.

1. 특허를 투자자산으로 바라보는 시도

기업에서 특허를 관리하다 보면 결국 매우 현실적인 질문과 만난다.

“특허를 출원하고 유지하는 데 쓰는 예산은 과연 그만한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가?”

특허를 단순한 법적 권리가 아니라 하나의 투자자산으로 본다면, 출원 여부도 결국 투자 의사결정으로 생각할 수 있다.

얼마를 투입하고, 그 권리가 어느 정도의 독점적 이익을 만들며, 얼마 동안 유지되고, 그 과정에서 얼마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지를 계산할 수 있다면 보다 합리적인 판단이 가능해 보인다.

이러한 관점에서 흥미로운 모델 가운데 하나가 미국 특허변호사 Nick Beaulieu가 제안한 특허 경제성 분석 방법이다.

2. Nick Beaulieu의 특허 경제성 분석 모델

2.1. 특허의 강도와 시장점유율

Beaulieu 모델의 흥미로운 점은 특허가 확보할 수 있는 독점적 시장점유율을 비교적 단순한 두 변수로 설명하려 한다는 데 있다.

  • 특허의 강도(Strength of Patent): 청구항이 구현 가능한 기술적 실시형태 가운데 얼마나 넓은 범위를 배타적으로 포괄하는지를 본다.
  • 대체 제품 비율(Alternative Products Percentage): 시장에 존재하는 여러 경쟁 설계 가운데 해당 특허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을 평가한다.
독점 시장점유율
= 특허의 강도 × 대체 제품 비율

예컨대 특허의 강도가 50%이고 대체 제품 비율이 33.3%라면, 계산상 독점 시장점유율은 약 16.5%가 된다.

청구범위가 좁고 경쟁사가 쉽게 회피할 수 있다면 그만큼 특허가 방어하는 시장의 범위도 줄어든다는 발상이다.

2.2. 특허 수명주기와 현금흐름

그다음에는 출원비용, 심사 대응비용, 등록료와 유지료를 특허의 수명주기에 따라 배열하고, 그 특허로 얻을 수 있는 미래 현금흐름과 비교한다.

시장수요가 일정한 경우, 기술이 빠르게 진부화하는 경우,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경우 등을 달리 가정하면 특허의 경제성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모델에서 배울 수 있는 중요한 점도 있다.

특허는 등록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존속기간 끝까지 유지해야 하는 권리가 아니다. 기술이 진부화하고 사업적 가치가 사라져 특허가 만들어 내는 가치보다 유지비용이 더 커진다면, 권리를 포기하는 것도 자본 배분의 관점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문제는 기업의 실제 특허 포트폴리오가 이 정도로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3. 기업 실무에서 드러나는 다섯 가지 한계

3.1. 권리를 행사하는 비용

특허의 실질적인 경제적 가치는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막거나, 침해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라이선스 협상에서 실제 영향력을 행사할 때 나타난다.

그러나 바로 그 단계에서 발생하는 소송과 무효절차의 비용은 출원·등록·유지 비용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따라서 특허의 미래 현금흐름을 계산하면서 침해소송이나 무효심판의 발생 가능성과 그에 따른 비용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면 가치는 실제보다 과도하게 높아질 수 있다.

3.2. 특허는 확률적 자산이다

출원했다고 모두 등록되는 것은 아니다. 등록되었다고 언제까지나 그 권리범위가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심사 단계에서는 거절될 수 있고, 등록 뒤에는 무효심판이나 소송에서 권리 전체 또는 일부가 사라질 수 있다.

특허는 본질적으로 상당한 불확실성을 지닌 확률적 자산(Probabilistic Asset)이다.

따라서 특허의 가치를 재무적으로 평가한다면 등록 성공 가능성과 사후 무효 위험 역시 어떤 형태로든 반영할 필요가 있다.

3.3. 복합제품에서 특허 한 건의 몫은 얼마인가

스마트폰, 반도체, 자동차처럼 수많은 기술이 결합된 제품에서는 하나의 특허가 제품 전체의 매출을 만들어 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완제품 매출 전체를 개별 특허의 가치로 귀속시키는 대신, 그 특허가 제품의 기능이나 경쟁력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를 별도로 평가해야 한다.

이른바 기여분 안분(Apportionment)의 문제다.

3.4. 특허비용만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ROI(Return on Investment, 투자수익률)의 착시

제품이 시장에 나오기 위해 필요한 투자는 특허출원 비용만이 아니다.

R&D, 금형과 생산설비, 인증과 규제 대응, 마케팅과 판매관리 등 훨씬 큰 비용이 이미 투입되어 있다.

ROInaive = 특허 독점 제품 매출 ÷ 특허 출원·유지비용

분모에는 특허비용만 넣고 분자에는 완제품 매출을 넣는다면 ROI가 수천 퍼센트 또는 수만 퍼센트로 나타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 숫자가 기업 전체의 자본수익성을 그대로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3.5. 숫자로 잘 드러나지 않는 전략적 가치

반대 방향의 문제도 있다.

특허의 가치를 직접적인 제품 매출로만 평가하면 기업에서 특허가 수행하는 여러 중요한 역할이 빠진다.

  • 크로스 라이선싱을 통한 로열티 지출 방어
  • 경쟁사의 권리 행사에 대응할 협상력
  • 투자·M&A 과정에서 기술 진입장벽을 설명하는 기능
  • 아직 열리지 않은 미래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을 보존하는 기능

특허는 직접 돈을 벌어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돈이 나가는 것을 막고 미래의 선택지를 남겨 둔다.

4. 더 정교한 IP 가치평가를 위한 시도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려면 단순한 DCF(현금흐름할인법, Discounted Cash Flow)보다 훨씬 복잡한 모델이 필요해진다. 나 역시 이런 방향을 오래 고민해 보았다.

다음은 그 과정에서 검토했던 몇 가지 방법이다. 등록과 무효의 위험을 확률로 반영하고, 여러 특허의 기여도를 나누어 보고, 실제 사업화에 들어간 전체 자본을 고려하며,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미래의 가능성까지 가치로 평가해 보려는 시도들이다.

4.1. 위험조정 순현재가치(rNPV)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특허의 등록 가능성, 무효 위험과 분쟁비용을 현금흐름에 함께 반영하는 방법이다.

rNPV = − Cproc + Σ [ Pgrant × {(1 − Pinval(t)) × CFmono(t) − Plit(t) × Clit(t)} ÷ (1+r)t ]

개념적으로는 특허가 실제로 등록되고, 유효하게 살아남으며, 독점적 현금흐름을 창출할 가능성을 확률적으로 조정한다는 것이다.

수식이 복잡해 보이지만, 그 논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먼저 “이 특허가 실제로 등록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가?”를 고려한다. 등록되더라도 다시 “무효되지 않고 살아남을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가?”를 반영한다. 그렇게 살아남은 특허가 만들어 낼 것으로 예상되는 독점적 현금흐름에서 “특허분쟁이 발생할 가능성 × 그때 예상되는 분쟁비용”을 차감한다. 마지막으로 먼 미래에 발생할 현금흐름일수록 현재가치를 낮게 평가하기 위해 할인율을 적용한다.

이 식이 표현하려는 사고과정

특허의 기대가치 = 등록될 가능성 × 유효하게 살아남을 가능성 × 특허가 만들어 낼 경제적 이익 − 예상되는 분쟁비용 − 특허권 확보비용

여기에 각 연도의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환산하는 절차가 추가된다.

예를 들어 어떤 특허가 등록될 가능성이 80%이고, 등록 후 유효하게 살아남을 가능성이 75%이며, 어느 해에 특허로 인해 10억 원의 독점적 현금흐름을 얻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하자.

분쟁비용을 일단 제외하면 위험을 반영한 기대 현금흐름은 단순하게는 10억 원 × 0.8 × 0.75 = 6억 원이 된다. 여기에 예상 분쟁비용을 차감하고, 다시 할인율을 적용하여 현재가치로 환산한다.

일반적인 DCF(현금흐름할인법)가 주로 “앞으로 얼마를 벌 것인가”를 계산한다면, rNPV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돈을 실제로 벌 수 있는 법적·사업적 상태에 도달하고, 그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가”까지 생각하려는 시도다.

다만 수식이 정교하다고 해서 계산 결과까지 객관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특허 가치평가에서는 각 변수에 어떤 데이터를 넣느냐가 더 어려운 문제다.

4.2. 게임이론과 설명 가능한 AI

등록과 무효의 위험을 반영했다고 해도 또 하나의 문제가 남는다. 복합제품에서는 하나의 특허만으로 제품의 가치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이다.

여러 기술과 특허가 서로 결합하여 하나의 제품을 완성한다. 그렇다면 제품이 만들어 낸 가치 가운데 각각의 특허가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보아야 할까?

이 문제를 생각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협력적 게임이론(Cooperative Game Theory)샤플리 값(Shapley Value)이다.

협력적 게임이론은 여러 참여자가 함께 하나의 성과를 만들어 냈을 때, 그 성과를 각자의 기여도에 따라 어떻게 나누는 것이 합리적인지를 다룬다.

예를 들어 세 사람이 함께 사업을 해서 1억 원의 이익을 냈다고 하더라도, 항상 세 사람에게 3분의 1씩 나누는 것이 공정한 것은 아니다. A가 없으면 사업 자체가 성립하지 않고, B는 매출을 크게 높여 주며, C는 다른 사람으로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다면 세 사람의 실질적인 기여도는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특허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제품에 10개의 특허가 적용되었다고 해서 제품이 만들어 낸 특허가치를 각 특허에 10분의 1씩 똑같이 나누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다.

어떤 특허는 제품의 핵심기능을 가능하게 하지만, 어떤 특허는 성능이나 편의성을 조금 개선하는 데 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샤플리 값(Shapley Value)은 이러한 경우 각 특허가 전체 가치에 얼마만큼의 추가적인 가치(marginal contribution)를 보탰는가를 따져 그 기여도를 나누는 방법이다.

“이 특허가 추가되기 전과 추가된 후를 비교하면 제품의 가치가 얼마나 증가하는가?”

쉽게 말하면 이 질문을 반복하는 것이다. 다만 특허가 어떤 순서로 결합되는가에 따라 각 특허의 추가 기여도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샤플리 값은 가능한 여러 결합 순서를 고려하여 각 특허의 추가 기여도를 평균한다.

예를 들어 A, B, C라는 세 개의 특허가 하나의 제품에 적용되어 있다고 하자. A는 제품의 핵심기능을 가능하게 하고, B는 성능을 크게 향상시키며, C는 사용편의성을 조금 개선한다고 가정할 수 있다.

세 특허가 함께 만들어 낸 특허 관련 가치가 100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무조건 A 33, B 33, C 33으로 나누지는 않는다. A가 빠졌을 때 제품의 핵심기능 자체가 구현되지 않고, B가 빠졌을 때 제품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며, C가 빠져도 제품의 기본적인 작동에는 큰 영향이 없다면 A와 B에 더 큰 기여도가 배분될 수 있다.

샤플리 값의 핵심

“특허가 몇 개 있는가”가 아니라 “각 특허가 전체 가치의 형성에 실제로 얼마나 기여했는가”를 따져 보자는 데 있다.

이러한 샤플리 값의 사고방식은 설명 가능한 AI(Explainable AI, XAI)에도 활용된다.

AI가 어떤 결과를 제시했을 때 단순히 결과만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입력정보가 그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설명하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I가 어떤 제품의 시장 성공 가능성을 80%라고 판단했다면, 기술성능, 가격경쟁력, 브랜드 등 각각의 요소가 그 판단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를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특허 분석에도 비슷한 접근을 적용할 수 있다. 개별 특허의 청구범위, 제품기능과의 관련성, 인용관계, 기술적 중요성, 다른 특허와의 연결성 등을 분석하여 각 특허가 전체 포트폴리오나 제품의 기술적 가치 형성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를 비교해 보는 것이다.

이를 실제 특허 포트폴리오 분석에 적용한다면 다음과 같은 단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1. 전체 특허가치의 상한을 정한다. 완제품의 매출이나 이익 전체를 특허가치라고 보지 않고, 그중 특허기술에 귀속시킬 수 있는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먼저 정한다.
  2. 제품을 주요 모듈이나 기술군으로 나눈다. 예를 들어 착즙기라면 투입부, 절삭·압착부, 스크루, 필터, 구동부, 세척구조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3. 각 특허가 어느 기능이나 기술에 기여하는지 살펴본다. 해당 특허가 없을 경우 제품의 기능이나 경쟁력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평가한다.
  4. 특허 사이의 상대적 기여도를 분석한다. 여러 특허가 함께 적용되었을 때 각각이 추가하는 가치를 비교하고, 샤플리 값과 같은 방법으로 전체 특허가치를 나누어 볼 수 있다. 이때 특허 인용관계, 청구범위, 기술적 연결성 등의 데이터를 보조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
“제품 전체가 만들어 낸 가치를 특정 특허 하나의 성과라고 할 수 없다면, 여러 특허가 함께 만들어 낸 가치 중 이 특허의 몫은 얼마인가?”

협력적 게임이론과 샤플리 값은 이 문제를 좀 더 체계적으로 생각하기 위한 도구다.

다만 여기에도 중요한 한계가 있다. 샤플리 값을 계산하려면 각 특허가 만들어 내는 추가적인 가치를 어느 정도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특허를 제외했을 때 제품가치가 정확히 얼마 감소하는가”를 객관적인 숫자로 산정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특허 인용횟수나 AI 분석점수가 높다고 해서 그 자체가 곧바로 경제적 기여도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샤플리 값이나 XAI를 이용한 결과는 개별 특허의 객관적인 시장가치 그 자체라기보다, 여러 특허 사이의 상대적 기여도를 구조적으로 비교하기 위한 보조적인 분석도구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러나 여기서부터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계산이 정교해진다고 해서 특허의 객관적인 진실가치가 자동으로 계산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데이터를 넣고 어떤 관계에 가중치를 주느냐에 따라 결과는 상당히 달라진다.

특히 서로 다른 특허권자가 각자의 권리를 행사하는 현실에서는 하나의 제품을 하나의 협력게임처럼 놓고 기여도를 정확하게 나누는 것 자체가 상당히 강한 가정을 필요로 한다.

4.3. 총투입자본을 반영한 ROIC(Corrected Return on Invested Capital, 수정 투하자본수익률)

특허별 기여도를 어느 정도 나누었다고 하더라도, 수익률을 계산할 때 무엇을 ‘투자’로 볼 것인지라는 또 다른 문제가 남는다.

특허 자체의 출원비용이 아니라 실제 상용화에 투입된 전체 자본을 고려하면 평가의 모습은 또 달라진다.

ROICcorrected = ΔEBITpatent ÷ (CAPEXTotal + R&DTotal + IPTotal + SG&ATotal)

특허로 인해 늘어난 영업이익이 제품 개발과 상용화에 실제로 투입된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했는지를 보는 방식이다.

특히 ΔEBITpatent가 중요하다. EBIT(Earnings Before Interest and Taxes)는 통상 이자와 법인세를 차감하기 전의 영업이익을 뜻하고, 앞의 Δ(Delta)는 전체 영업이익이 아니라 특허기술로 인해 추가된 부분만을 의미한다.

예컨대 제품 전체 영업이익이 100억 원이라고 해서 100억 원 전부를 해당 특허의 성과로 잡는 것이 아니다. 그 특허기술이 없었을 경우와 비교해 추가로 발생한 이익만 추정하겠다는 취지다.

수식을 풀어쓰면 다음과 같다.

수정 투하자본수익률 = 특허기술로 인한 추가 영업이익 ÷ (총 자본적 지출 + 총 연구개발비 + 총 지식재산 비용 + 총 판매·관리비)
다만 이 식은 회계·재무 분야의 표준 ROIC 공식 자체는 아니다.

표준적인 ROIC는 일반적으로 NOPAT(세후영업이익)를 투하자본(Invested Capital)으로 나누어 계산한다.

따라서 이 식은 “특허의 사업화에 투입된 비용을 폭넓게 반영하기 위한 수정된 ROIC 개념”이라고 정의해 사용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4.4. 특허를 실물옵션으로 보는 방법

지금까지의 방법은 대체로 현재 관찰할 수 있는 사업가치나 현금흐름을 어떻게 더 정교하게 계산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당장 시장이 없거나 상용화 계획이 없다고 해서 어떤 특허의 가치가 반드시 0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면 지금 당장 제품화에 큰돈을 투자하지 않더라도, 나중에 시장이 성장했을 때 그 기술을 사업화하거나 라이선스할 수 있는 선택권을 확보하게 된다.

예를 들어 제품화에 50억 원이 필요한 기술이 있다고 하자. 현재 시장이 작다면 당장 50억 원을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러나 특허를 유지하면서 시장을 지켜보다가 몇 년 뒤 시장이 커지면 투자를 실행하고, 시장이 형성되지 않으면 투자를 하지 않을 수 있다.

“시장 상황이 좋아지면 사업에 들어가고, 좋지 않으면 들어가지 않을 수 있는 권리” 자체에도 가치가 있다.

이처럼 미래에 투자할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금융의 옵션과 비슷하게 보는 것이 실물옵션(Real Option)이다.

따라서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특허도 단순히 현재 매출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가치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미래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권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돈을 벌지 못하지만 미래의 선택권을 가진 특허에도 가치가 있을 수 있다.”

실물옵션은 바로 이 가능성을 특허 가치평가에 반영하려는 방법이다.

이론적으로는 꽤 매력적이다.

다만 그 가치를 숫자로 계산하려면 미래 시장규모, 기술의 성공 가능성, 상용화 비용과 시장 변동성에 관한 가정이 필요하다.

결국 실물옵션 역시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방법은 아니다.

계산의 정밀도와 미래 예측의 정확성은 동일한 것이 아니다.

5. 6단계 IP 의사결정 관문

이러한 생각을 실제 IP 관리 프로세스로 옮기면 다음과 같은 Stage-Gate 방식도 설계할 수 있다.

Gate 1. 출원할 것인가
예상 사업가치, 권리범위, 등록 가능성, 회피설계 가능성과 전략적 가치를 검토한다.
Gate 2. 어느 국가에 출원할 것인가
현재의 판매시장뿐 아니라 경쟁사의 제조거점, 장래 시장과 실제 권리집행 가능성까지 살핀다.
Gate 3. 어디까지 심사 대응할 것인가
등록 그 자체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거절을 피하기 위해 청구범위를 지나치게 좁힌 결과 경쟁사가 쉽게 회피할 수 있다면 추가 비용을 들일 이유를 다시 검토한다.
Gate 4. 실제로 등록할 것인가
출원 당시와 등록결정 시점 사이에 제품과 사업전략, 경쟁환경이 달라지지 않았는지 확인한다.
Gate 5. 계속 유지할 것인가
기술과 사업이 이미 사라진 특허를 무조건 존속기간 끝까지 유지할 필요는 없다. 다만 현재의 매출이나 정량평가만으로 미래 가치까지 단정하는 것 역시 위험하다.
Gate 6. 권리를 행사할 것인가
침해가 발견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소송으로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예상 배상액, 무효 위험, 소송비용, 사업관계, 라이선싱 가능성과 상대방의 반격수단을 함께 검토한다.
이러한 Gate를 두는 것 자체에는 의미가 있다. 문제는 Gate를 운영하기 위해 만든 평가표와 점수체계가 어느 순간 판단을 돕는 도구에서 판단 자체를 대신하는 규칙으로 변할 때다.

6. 그리고 다시 현실로

여기까지 오면 특허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는 체계는 상당히 정교해 보인다.

단순 현금흐름할인법(DCF)에서 출발해 등록과 무효 가능성을 반영한 rNPV로 가고, 복합제품에서는 기여분 안분과 Shapley Value를 검토하며, 총투입자본을 반영한 ROIC와 미래 가능성을 평가하는 Real Options까지 생각해 볼 수 있다. AI와 데이터 분석을 결합하면 조금 더 정교한 평가도 가능해 보인다.

나도 오랫동안 이런 방법을 고민했다.

Cost Center라는 말을 듣는 IP 부서의 일을 숫자로 설명할 수 있다면, 우리가 하는 일의 가치를 경영진에게 조금 더 설득력 있게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랜 실무 경험 끝에 돌아보면,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다.

평가모델이 정교해질수록 그 모델을 운영하기 위한 일이 늘어났다.

평가항목을 정하고, 자료를 모으고, 점수를 부여하고, 보고서를 만들고,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했다.

그 과정에서 정작 특허팀이 바라봐야 할 제품과 기술, 경쟁사와 시장에서 조금씩 멀어지는 순간도 있었다.

무엇보다 어려웠던 것은 미래가 계산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당시의 평가표에서는 가치가 낮아 유지하지 않기로 결정했던 권리가 몇 년 뒤 시장 상황이 바뀌면서 가장 중요한 무기 후보로 다시 떠오르는 경우도 있었다.

그때의 의사결정이 비합리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 당시 확보할 수 있었던 정보와 기준에 따르면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결과를 알고 난 뒤 돌아보면 후회는 남는다.

미래는 예측의 대상이 아니다.

이 말이 점점 더 마음에 남는다.

그렇다고 현금흐름할인법(DCF)도 필요 없고, 재무모델도 필요 없으며, AI 분석도 의미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도구들은 우리가 현재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가정하고 있으며, 무엇을 아직 모르는지를 더 명확하게 보여 준다.

문제는 모델이 판단을 돕는 도구라는 사실을 잊고 그 숫자를 미래 자체로 받아들이기 시작할 때 생긴다.

결국 나는 다시 아주 단순한 곳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비록 조직 안에서 크게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제품 경쟁력과 매출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권리를 확보하는 일.

경쟁사가 쉽게 피해 갈 수 없는 특허를 만드는 일.

제품 사업을 통해 그 가치를 회수할 수 없는 시장에서는 특허를 라이선싱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수익화하는 일.

그리고 필요할 때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조용히 준비해 두는 일이다.

특허를 몇 건 출원했는지, 평가점수가 얼마인지, ROI가 얼마로 계산되는지보다 결국 더 중요한 질문은 어쩌면 하나인지도 모른다.

“이 특허가 실제 제품과 사업에 무엇을 해 줄 수 있는가?”

아마 이 질문에는 완벽한 공식이 없을 것이다.

기술을 이해해야 하고, 사업을 알아야 하고, 경쟁사를 보아야 하며, 법률과 시장을 함께 읽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결국 사람이 판단해야 한다.

평생 지식재산 업무에 몸을 담아 왔지만, 대리인이었던 시절을 제외하면 아무리 좋은 결과를 만들어도 그리 좋은 소리를 많이 들었던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내가 가진 경험과 지식으로 제품과 사업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아직 그런 일을 할 기회가 있다는 것은 분명 행운이다.

그래서 감사하다.

이 글에서 살펴본 DCF, rNPV, Shapley Value, 설명 가능한 AI, ROIC, Real Options와 Stage-Gate는 나름의 논리와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이것들을 기업 IP 관리의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글은 오히려 IP 부서가 Cost Center라는 오래된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한 실무자가 얼마나 많은 방법을 고민하고, 공부하고, 시험해 보았는지를 보여 주는 기록에 가깝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을 현실적인 해답이라기보다 고민과 노력의 증거로 읽어 주었으면 한다.

참고문헌 및 출처

[1] Yang, X., Chen, H. W., Chen, M. S., & Pei, J. (2026). A Framework for Graph-Conditioned Hierarchical Shapley Attribution in Patent Valuation.

[2] Potter Clarkson. (2022). Appealing against an Opposition Division decision at the EPO.

[3] Senate Judiciary Committee. (2007). Bernstein Responses to Kyl Questions: Legal Standards for Patent Damages & Mandatory Apportionment.

[4] Kluwer Patent Blog. (2024). EPO Patent Quality: Where do we come from, where do we stand, and where are we going?

[5] OXON IP. (2021). EPO opposition statistics: a five-year review.

[6] OXON IP. (2025). EPO Publishes Annual Compendium of Statistics for 2024.

[7] 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 (WIPO). FRAND Economics: Valuation Methods in Licensing Standard Essential Patents — The Top-Down Framework.

[8] IP5 Offices. (2021). IP5 Statistics Report 2021 Edition.

[9] European Patent Office / IP5 Offices. (2024). IP5 Statistics Report 2023.

[10] China National Intellectual Property Administration / IP5 Offices. (2025). IP5 Statistics Report 2024 Edition.

[11] The Rapacke Law Group. (2018). IPR Can Be Expensive, But Can Be Worth It.

[12] LeanLaw. (2026). IPR/PGR Rates: Litigation or Prosecution Billing?

[13] 특허뉴스. (2025. 6. 18.). 「K-특허의 경고… 절반 '특허 무효화'의 덫」.

[14] Joint Research Centre / European Commission. (2017). Licensing Terms of Standard Essential Patents: A Legal and Economic Analysis.

[15] Beaulieu, Nick. Patent Economic Analysis — Is it Financially Worth it to get a Patent?

[16] Australasian Lawyer / AIPLA. (2017). Patent-litigation costs nosedive in the US.

[17] IP.appify Blog. (2025). Some statistics — Figures derived from published BA decisions in 2024.

[18] Sidak, J. Gregory. (2014). The Proper Royalty Base for Patent Damages.

[19] University of Minnesota Law School. The Value of the Standard.

[20] BARDEHLE PAGENBERG. (2025). UPC Fact Check — success rates, revocation rates & grounds for revocation.

[21] OC Patent Lawyer. (2024). USPTO Patent Allowance Rates: Calculation, Trends, and Key Influences.

[22] McAndrews, Held & Malloy, Ltd. (2019). Why Patent Litigation Costs Appear To Be Going Down.

민사소송에서 어느 정도까지 증명해야 하는가 — 한미 증명도의 실질적 비교와 한국 민사증명법의 개선 방향

대륙법과 보통법의 역사적·철학적 유산, 법경제학·행동법학적 실증 연구, 그리고 증거개시제도와 연계된 50%+α 개혁 모델 이 글은 한 차례 블로그에서 소개했던 민사소송의 ‘증명도(Stan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