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특허분쟁에서 변호사를 이메일에 CC하거나 문서에 “PRIVILEGED”라고 표시했다고 해서 Attorney-Client Privilege가 자동으로 생기지는 않는다. 제2편은 K-Tech의 내부 이메일을 따라 legal advice와 business advice, 사실과 communication, dual-purpose communication을 구별하고, 변호사가 법률가로서 관여했는지를 어떻게 살펴야 하는지 정리한다.
미국 특허분쟁이 발생하면 기업은 본능적으로 미국 변호사를 communication에 참여시키려 한다.
중요한 이메일에는 사내변호사를 CC하고 기술검토 자료에는 “ATTORNEY-CLIENT PRIVILEGED”라는 문구를 붙인다. 외부 미국변호사에게 자료를 전달한 뒤 “변호사에게 보냈으니 이제 Privileged”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의 Attorney-Client Privilege는 그런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변호사가 이메일의 발신자나 수신인이라는 사실과 그 communication이 Attorney-Client Privilege의 보호를 받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변호사는 법률적 조언뿐 아니라 사업적 판단, 협상, 경영전략, 기술적 의견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기업의 사내변호사는 하루에도 여러 역할을 오간다.
미국 법원이 묻는 것은 단순히 “변호사가 참여했는가?”가 아니다.
변호사가 법률가로서(acting as a lawyer) 관여하였고, 그 communication은 법률적 조언을 구하거나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는가?
Attorney-Client Privilege는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1. K-Tech의 이메일에 미국변호사를 CC하다
제1편에서 살펴본 K-Tech 사례를 이어가 보자.
미국 경쟁사 Alpha Technologies가 K-Tech에 특허침해 경고장을 보내자 회사 내부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K-Tech IP팀은 한국 변리사에게 Alpha 특허의 청구항과 제품구조를 비교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patent attorney에게는 미국법상 infringement와 validity에 관한 검토를 의뢰했고, 분쟁이 소송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별도의 미국 litigation counsel도 선임했다.
회사 내부 communication에서 문제가 생겼다.
IP팀장은 개발팀과 영업팀에 다음과 같은 이메일을 보냈다.
Subject: PRIVILEGED & CONFIDENTIAL — Alpha Patent 대응
Alpha 특허와 당사 제품의 차이점을 정리해 주십시오.특히 설계변경이 가능한 부분과 변경 시 예상되는 원가 상승분을 금요일까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미국변호사도 CC합니다.
개발팀은 제품구조를 설명했고, 영업팀은 설계변경 시 미국 고객사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구매팀은 부품변경 비용을 계산했다.
미국변호사는 별다른 의견을 달지 않았다.
이 이메일 thread 전체가 Attorney-Client Privilege의 보호를 받을까?
이메일 제목에는 분명히 “PRIVILEGED & CONFIDENTIAL”이라고 적혀 있고 미국변호사도 수신인에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2. Attorney-Client Privilege는 ‘변호사가 본 문서’를 보호하는 제도가 아니다
Attorney-Client Privilege는 기업의 중요한 정보를 모두 비밀로 만들어 주는 제도가 아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Upjohn Co. v. United States, 449 U.S. 383 (1981)에서 Attorney-Client Privilege가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충분하고 솔직한 communication을 촉진하여 법의 준수와 사법제도의 운영이라는 공익에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legal advice에 있다.
연방법상 Attorney-Client Privilege의 전형적인 구조를 실무 관점에서 풀면 다음과 같다.
변호사가 문서를 받았다는 사실은 출발점에 불과하다.
회사의 CFO가 사내변호사에게 월별 매출보고서를 보내면서 “참고하세요”라고 했다면 그것이 곧 법률상담은 아니다.
영업팀이 계약가격을 결정하는 회의에 변호사가 참석했다고 해서 회의 전체가 Privileged가 되는 것도 아니다.
특허사건도 다르지 않다.
R&D팀이 미국변호사에게 제품도면을 보냈다는 사정만으로 기존 사실자료인 도면 자체가 Privileged로 바뀌지는 않는다.
Privilege는 사실 자체보다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 confidential communication을 보호한다.
3. ‘사실’과 ‘Communication’을 구별해야 한다
이 구별은 Discovery에서 특히 중요하다.
K-Tech의 제품 A가 특정 온도에서 작동한다는 사실이 있다고 하자.
IP팀이 미국 litigation counsel에게 비밀리에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
“제품 A가 120℃에서 작동한다는 사실이 Alpha 특허의 claim 1에 있는 ‘high-temperature operation’ limitation을 충족하는지 검토해 주십시오.”
이 법률상담을 위한 confidential communication은 Privilege의 보호대상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제품 A가 120℃에서 작동한다”는 기초사실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이 적법한 Discovery를 통해 제품 사양서나 시험결과에서 그 사실을 독립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우리가 그 사실을 변호사에게도 이야기했다”는 이유만으로 기초사실까지 숨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연방대법원도 Upjohn에서 이러한 구별을 강조했다.
Privilege는 관련 사실 자체를 Discovery에서 차단하지 않는다. 일정한 요건을 갖춘 communication이 보호대상이다.
이 차이를 놓치면 기업 내부에서 다음과 같은 착각이 생긴다.
“이 자료는 변호사에게 보냈으니 이제 Privileged입니다.”
그렇게 볼 수 없다.
기존 문서를 변호사에게 전달해도 원래 문서가 자동으로 Privileged document로 바뀌지는 않는다.
4. 핵심은 ‘Acting as a Lawyer’다
Attorney-Client Privilege에서 가장 중요한 요건 가운데 하나가 변호사가 법률가의 자격으로(in his or her capacity as a lawyer) 관여했다는 것이다.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하는 일이 모두 법률업무는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K-Tech의 미국 사내변호사가 다음 업무를 동시에 담당한다고 하자.
- 미국 특허소송 대응
- 라이선스 계약 검토
- 경쟁사와의 사업협상
- 미국시장 진출전략 회의
- 제품가격 승인
- 특허분쟁에 따른 공급망 조정
앞의 두 업무는 법률적 조언의 성격이 강하다.
반면 제품가격, 제품 공급의 우선순위, 설계변경에 따른 원가 증가는 기본적으로 business decision에 해당한다.
그 회의에 변호사가 참석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업적 판단 전체가 법률적 조언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기업이 Privilege를 관리할 때 특히 위험한 생각이 있다.
“Legal을 CC하면 안전하다.”
미국법은 이보다 복잡하다.
5. 특허팀에서는 Legal Advice와 Technical Advice가 더 쉽게 섞인다
특허실무에서는 구별이 더 어렵다.
특허사건의 법률적 판단을 기술적 사실과 떼어 놓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K-Tech가 미국 patent attorney에게 다음과 같이 묻는다고 하자.
“Alpha 특허의 claim 1에 있는 ‘directly bonded’라는 표현이 당사 제품의 구조를 포함하는지 검토해 주십시오.”
변호사는 제품의 단면도, 제조공정, bonding mechanism을 이해하지 않고는 답하기 어렵다.
그래서 엔지니어에게 기술적 설명을 요청한다.
엔지니어가 변호사에게 기술을 설명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설명을 단순한 technical advice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변호사가 특허침해 여부에 관한 법률적 조언에 필요한 사실을 파악하는 과정이라면 그 communication은 법률상담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반대 상황도 있다.
미국 patent attorney가 공학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R&D팀이 이렇게 묻는다.
“Bonding 온도를 250℃에서 220℃로 낮추면 수율이 얼마나 떨어질까요?”
변호사가 자신의 기술적 경험을 토대로 의견을 주었다고 하자.
변호사가 답했다는 사정만으로 당연히 legal advice가 되는 것은 아니다.
특허분야에서 기술과 법률이 밀접하다는 사실 때문에 모든 technical communication이 Privileged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communication의 목적을 더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6. 사내변호사는 왜 특히 문제가 되는가
외부 litigation counsel에게 소송의 승소 가능성을 묻는 경우에는 communication의 법률적 목적이 비교적 뚜렷하다.
하지만 사내변호사(in-house counsel)는 다르다.
기업의 사내변호사는 법률자문과 동시에 경영진의 business adviser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특허분쟁에서도 마찬가지다.
K-Tech의 미국 General Counsel이 회의에서 다음 네 가지 의견을 한꺼번에 제시했다고 하자.
- Alpha 특허의 claim construction에 관한 의견.
- 미국법상 침해 가능성.
- Alpha와 라이선스 협상을 시작할 것인지에 관한 사업적 판단.
- 제품가격과 미국 고객사 대응전략.
하나의 회의에서 legal advice와 business advice가 섞여 있다.
이처럼 legal advice와 business advice가 섞인 dual-purpose communication을 Attorney-Client Privilege가 보호하는지는 어려운 문제다.
7. Dual-Purpose Communication ― 법률과 사업 목적이 섞인 경우
미국 연방법원들은 오랫동안 legal advice와 non-legal advice가 함께 포함된 communication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고민해 왔다.
이때 흔히 거론되는 개념이 “primary purpose”다.
문제의 communication에 법률 목적과 사업 목적이 함께 있다면, 법률적 조언을 구하거나 제공하려는 목적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살핀다.
다만 한 가지를 주의해야 한다.
미국 전역에 적용되는 완전히 통일된 문구가 확립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표적인 판례 가운데 하나가 D.C. Circuit의 In re Kellogg Brown & Root, Inc., 756 F.3d 754 (D.C. Cir. 2014)다.
이 사건에서 기업의 내부조사는 regulatory compliance와 법률적 조언이라는 두 목적을 함께 지니고 있었다.
D.C. Circuit은 법률적 조언을 얻는 것이 communication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one of the significant purposes)였다면, 다른 목적이 함께 있다는 이유만으로 Privilege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이 판례는 기업 내부조사나 compliance 업무처럼 legal purpose와 business purpose를 칼로 자르듯 나누기 어려운 상황에서 특히 중요하다.
그렇다고 모든 Circuit이 dual-purpose communication을 같은 문구와 방식으로 처리한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8. 연방대법원도 이 문제에 최종적인 통일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Dual-purpose communication의 기준은 한때 미국 연방대법원의 심리대상이 되었다.
In re Grand Jury 사건에서 Ninth Circuit은 legal advice와 non-legal advice가 결합된 communication의 Privilege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primary-purpose 분석을 적용했다.
연방대법원은 2022년 이 사건에 certiorari를 허가했고 2023년 1월 구두변론까지 진행했다.
미국의 기업법무와 Privilege 실무에서는 연방대법원이 dual-purpose communication에 관한 통일 기준을 제시하리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본안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연방대법원은 2023년 1월 23일 certiorari를 “dismissed as improvidently granted”, 즉 DIG 처리하여 merits 판결을 내리지 않았다.
따라서 2026년 9월 현재 dual-purpose communication을 다룰 때에는 해당 사건에 적용되는 Circuit의 판례를 확인해야 한다.
이 점은 미국 특허소송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허사건이라고 해서 Privilege에 관한 모든 문제에 언제나 Federal Circuit의 단일 기준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9. Patent Case라면 무조건 Federal Circuit Law를 보면 되는가
특허실무자가 자주 빠지는 또 하나의 함정이 있다.
미국 특허사건의 항소를 Federal Circuit이 담당하므로 Attorney-Client Privilege도 모두 Federal Circuit law에 따라 판단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 분석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Federal Circuit은 privilege 문제가 patent law에 고유한 substantive issue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등을 고려하여 자신의 법을 적용한다. 일반적인 privilege 문제에서는 regional circuit law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In re Spalding Sports Worldwide, Inc., 203 F.3d 800 (Fed. Cir. 2000)에서는 patent prosecution 과정의 invention record에 관한 Privilege가 문제되었고, Federal Circuit은 특허법에 고유한 문제라는 이유에서 Federal Circuit law를 적용했다.
In re Queen’s University at Kingston, 820 F.3d 1287 (Fed. Cir. 2016)의 patent-agent privilege 역시 patent agent의 USPTO practice와 직접 연결된 특허법 고유의 문제였기 때문에 Federal Circuit이 자신의 법을 적용하여 새로운 patent-agent privilege를 인정한 사례다.
반면 기업 내부의 ordinary attorney-client communication이나 dual-purpose communication처럼 특허법에 고유하지 않은 문제에서는 regional circuit의 privilege law를 검토해야 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 특허사건에서 Privilege를 검토할 때에는 먼저 다음 질문이 필요하다.
“이것은 patent law에 고유한 Privilege 문제인가, 아니면 일반적인 Attorney-Client Privilege 문제인가?”
이 질문에 따라 찾아야 할 판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10. K-Tech의 첫 번째 이메일은 어떻게 볼 것인가
이제 첫머리의 이메일로 돌아가 보자.
IP팀장은 개발팀과 영업팀에 Alpha 특허 대응자료를 요청하면서 미국변호사를 CC했다.
내용을 다시 보면 다음과 같다.
“Alpha 특허와 당사 제품의 차이점을 정리해 주십시오. 특히 설계변경이 가능한 부분과 변경 시 예상되는 원가 상승분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서로 다른 목적이 한 이메일에 섞여 있다.
제품과 특허의 차이를 분석하는 것은 미국변호사가 infringement에 관한 법률적 조언을 제공하기 위한 사실조사일 수 있다.
반면 설계변경 비용과 원가 상승분을 계산하는 것은 사업적 판단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 이메일 전체에 “PRIVILEGED”라고 적혀 있다는 이유만으로 thread 전체가 보호된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처음부터 communication을 분리하는 편이 안전하다.
법률자문용 이메일은 다음과 같이 목적을 명확히 할 수 있다.
Subject: Request for Legal Advice — Alpha U.S. Patent Infringement Analysis
미국 counsel의 침해분석 및 법률의견을 받기 위해 아래 기술적 사실을 확인합니다. 개발팀은 claim element별 제품구조와 작동방식을 회신해 주십시오.
반면 원가·납기·고객대응 등 사업적 문제는 별도의 communication으로 처리할 수 있다.
“Privileged”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실제 업무과정에서 법률적 communication과 business communication을 가능한 한 구별해야 한다.
11. 그렇다고 이메일을 인위적으로 ‘Privilege용’으로 꾸며서는 안 된다
반대 방향의 위험도 있다.
모든 이메일 첫 줄에
“법률적 조언을 구하기 위한 것입니다.”
라고 써 놓으면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형식적인 문구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실제로는 가격결정이나 영업전략을 논의하면서 형식적으로만 “legal advice”라고 적어 놓았다고 해서 communication의 실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회사가 모든 문서에 “Privileged”라는 표시를 남발하면 정작 중요한 Privileged communication을 관리하는 의미가 약해질 수 있다.
문구를 꾸미기보다 업무 자체를 제대로 설계해야 한다.
법률적 조언을 구하는 communication이라면 실제로 법률적 질문을 명확히 한다.
그 조언을 위해 기술적 사실이 필요하다면 왜 그 정보를 수집하는지도 분명히 한다.
순수한 business decision은 가능한 한 별도의 communication으로 관리한다.
이것이 Privilege 관리의 기본 원칙이다.
12. ‘Attorney-Client Privilege’와 ‘Confidential’도 같은 말이 아니다
기업 문서에서는 흔히 다음 두 표현을 함께 사용한다.
PRIVILEGED & CONFIDENTIAL
두 표현은 법적으로 같은 개념이 아니다.
회사의 영업비밀 자료는 매우 confidential할 수 있다.
하지만 변호사와 법률상담을 위한 communication이 아니라면 그 이유만으로 Attorney-Client Privilege가 생기지는 않는다.
반대로 Attorney-Client Privilege가 성립하려면 confidentiality가 중요하지만, 단순히 회사의 보안등급이 높다는 사실만으로 Privilege 요건이 충족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다음 두 질문은 구별해야 한다.
“이 정보는 회사가 비밀로 관리하는가?”
“이 communication은 Attorney-Client Privilege의 요건을 충족하는가?”
기업의 confidentiality policy와 미국법상 evidentiary privilege는 서로 연결될 수 있지만 같은 제도는 아니다.
13. 변호사에게 기존 문서를 보내면 그 문서는 Privileged가 되는가
실무에서 자주 생기는 또 하나의 문제다.
K-Tech가 Alpha의 경고장을 받은 뒤 미국 litigation counsel에게 다음 자료를 한꺼번에 보냈다고 하자.
- 3년 전 작성한 제품개발보고서
- 시험성적서
- 제품도면
- 과거 경영회의 자료
- 선행기술 조사보고서
- 발명신고서
변호사에게 보냈으니 이제 이 자료들은 모두 Privileged일까?
원칙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변호사에게 법률적 조언을 구하면서 “이 자료를 검토해 달라”고 전달했다는 communication 자체는 Privilege 분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원래 독립적으로 존재하던 nonprivileged business record나 technical document가 변호사에게 전달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이 다른 적법한 Discovery 경로를 통해 그 원본을 얻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Discovery에서는 이 구별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기업은 공개하기 싫은 모든 기존 문서를 변호사에게 보내는 것만으로 Discovery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Attorney-Client Privilege는 기존 문서를 그런 방식으로 보호하는 제도가 아니다.
14. 한국 변리사가 함께 참여하면 어떻게 되는가
K-Tech의 미국 patent attorney가 infringement analysis를 수행하면서 해당 제품과 관련 특허를 가장 잘 알고 있는 한국 변리사에게 기술적·특허적 배경을 문의했다고 하자.
한국 변리사는 K-Tech의 국내 특허출원과 심판업무를 오랫동안 담당했고, 제품 관련 특허의 청구항 작성과 선행기술 분석에도 참여해 왔다.
이 경우에도 다음과 같이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
“한국 변리사는 미국 attorney가 아니므로 communication에 참여하면 Privilege가 깨진다.”
라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반대로
“한국 변리사는 한국에서 독립된 특허전문자격이므로 미국에서도 당연히 Attorney-Client Privilege가 인정된다.”
반대 방향으로 단정해서도 안 된다.
제1편에서 살펴보았듯 한국 변리사는 U.S. patent agent와 동일한 직역이 아니다. 특허·상표·디자인의 출원뿐 아니라 심판, 심결취소소송, 침해·무효 감정 등 보다 폭넓은 전문업무를 수행한다.
미국법상 Privilege를 분석하려면 한국 변리사의 법적 지위, 실제 수행한 업무, communication의 목적, 미국변호사와의 관계, 적용될 privilege law를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 점에서 한국 변리사법에 한국 변리사의 비밀 유지 특권 및 업무산출물 면책 규정의 도입은 유익하다.
이 문제는 다음 제3편에서 집중적으로 다룬다.
15. 흔한 오해와 반례
“변호사를 CC하면 Privileged다.”
아니다. 변호사가 법률가로서 참여했고 legal advice를 구하거나 제공하는 communication인지가 중요하다.
“사내변호사와의 이메일은 모두 Privileged다.”
아니다. In-house counsel은 legal adviser와 business adviser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으므로 communication의 목적이 특히 중요하다.
“특허변호사에게 기술적인 내용을 설명하면 technical communication이므로 Privilege가 없다.”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기술적 사실의 전달이 변호사가 infringement, validity, patentability 등 법률적 조언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communication이라면 Privilege 분석이 달라질 수 있다.
“변호사에게 기존 자료를 보내면 자료 자체가 Privileged가 된다.”
아니다. 법률상담을 위해 자료를 전달한 communication과 기존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던 underlying document는 구별해야 한다.
“‘Confidential’과 ‘Privileged’는 같은 뜻이다.”
아니다. 회사의 기밀정보라는 것과 Attorney-Client Privilege의 법적 요건을 충족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특허사건의 Privilege는 모두 Federal Circuit law가 적용된다.”
아니다. 문제된 privilege issue가 patent law에 고유한 것인지, 일반적인 privilege 문제인지에 따라 Federal Circuit law와 regional circuit law의 관계를 검토해야 한다.
16. K-Tech IP팀의 실무 체크리스트
미국 특허분쟁이 발생하거나 현실적으로 예상된다면 다음 사항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 법률적 질문을 명확하게 한다. 단순히 “검토 바랍니다”라고 하기보다 어떤 미국법상 쟁점에 관한 legal advice가 필요한지를 가능한 범위에서 분명히 한다.
- Business advice와 legal advice를 가능한 한 분리한다. 침해 가능성 분석과 제품가격 결정, 라이선스 법률분석과 협상금액 결정 등을 하나의 긴 이메일 thread에 모두 섞지 않는 것이 좋다.
- 변호사를 형식적으로 CC하지 않는다. 실제로 법률적 조언이 필요한 사람과 communication하는 구조를 만든다.
- 기술자료를 수집하는 목적을 관리한다. Litigation counsel의 법률분석을 위해 연구원에게 사실을 요청하는 것이라면 그 목적과 전달경로를 명확히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 기존 문서와 법률자문 communication을 구별한다. 기존 business record를 counsel에게 보냈다는 이유만으로 원본까지 Privileged가 되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 수신자를 필요 이상으로 확대하지 않는다. 법률적 조언과 무관한 사람이 communication에 참여하면 confidentiality와 waiver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 관할 Circuit을 확인한다. 특히 dual-purpose communication처럼 Circuit별 접근에 차이가 있을 수 있는 문제에서는 어느 법이 적용되는지를 먼저 검토한다.
- 한국 변리사와 foreign patent practitioner의 참여를 별도로 검토한다. 미국 attorney나 U.S. patent agent와 단순히 동일하게 취급하지 말고, 해당 국가에서의 법적 지위와 업무범위, 실제 communication의 성격을 확인한다.
17. 결국 중요한 것은 ‘변호사의 이름’이 아니라 ‘변호사의 역할’이다
Attorney-Client Privilege를 기업 실무에 적용할 때 기억할 문장은 간단하다.
변호사가 참여했다고 Privileged인 것이 아니라, 변호사가 법률가로서 참여한 confidential legal communication이어야 한다.
Privilege 관리는 이메일 제목에 “PRIVILEGED”를 붙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누구에게 무엇을 묻는지, 왜 질문하는지, 변호사가 어떤 역할로 답하는지, 법률적 조언과 사업적 판단을 실제 업무과정에서 어떻게 구별하는지를 관리해야 한다.
특허실무에서는 이 구별이 더 어렵다.
법률적 판단을 하려면 기술을 알아야 하고, 기술적 사실을 이해해야 claim construction, infringement, validity, patentability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technical communication이라는 이유만으로 Privilege를 부정해서도 안 되고, patent attorney가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technical communication을 Privileged라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분석은 다시 목적과 역할로 돌아온다.
K-Tech 사례에는 아직 더 어려운 문제가 남아 있다.
K-Tech가 Alpha의 경고장을 받은 직후 가장 먼저 상담한 사람은 미국변호사가 아니었다.
회사의 기술과 특허 포트폴리오를 오랫동안 담당해 온 한국 변리사였다.
미국에서는 변호사가 아닌 registered patent agent에게도 제한적인 patent-agent privilege가 인정된다.
그렇다면 한국 변리사는 어떨까?
한국 변리사는 미국 patent agent와 달리 특허·상표·디자인의 출원업무뿐 아니라 심판, 심결취소소송, 침해·무효 감정 등 훨씬 폭넓은 전문업무를 수행한다.
영국, 유럽, 일본에도 각각 고유한 patent attorney 또는 patent practitioner 제도가 존재한다.
이들 외국 특허전문가에게 자국법상 인정되는 전문직 지위와 confidentiality가 미국 Discovery에서도 그대로 존중될까?
아니면 미국 법원이 별도의 기준으로 다시 판단할까?
다음 편에서는 한국 기업과 변리사에게 특히 중요한 이 문제를 다룬다.
다음 편
제3편. 한국 변리사에게 한 상담도 미국에서 보호될까?
— U.S. Patent Agent, Korean Patent Attorney와 Foreign Patent Practitioner Privilege
주요 법령·판례
- Federal Rule of Evidence 501 — Privilege in General (공식 현행 규칙 PDF)
- Upjohn Co. v. United States, 449 U.S. 383 (1981) (미국 의회도서관 U.S. Reports 원문)
- Fisher v. United States, 425 U.S. 391 (1976) (미국 의회도서관 U.S. Reports 원문)
- In re Spalding Sports Worldwide, Inc., 203 F.3d 800 (Fed. Cir. 2000) (판결문 재게시본)
- In re Kellogg Brown & Root, Inc., 756 F.3d 754 (D.C. Cir. 2014) (D.C. Circuit 공식 판결문)
- In re Grand Jury, 23 F.4th 1088 (9th Cir. 2021) (Ninth Circuit 공식 수정 판결문)
- In re Grand Jury, 598 U.S. 309 (2023) — DIG (미국 연방대법원 공식 결정문)
- In re Queen’s University at Kingston, 820 F.3d 1287 (Fed. Cir. 2016) (GovInfo 판결문)
검증 기준일: 2026년 9월 19일
공식 판결문과 규칙 URL은 기준일에 접근 가능 여부를 확인했다. In re Spalding은 공개된 공식 판결문 URL을 확인하지 못해 판결문 재게시본을 연결했다.
※ 미국 연방대법원은 In re Grand Jury에서 dual-purpose communication에 관한 merits 판결을 내리지 않고 2023년 1월 23일 certiorari를 improvidently granted로 기각하였다. 따라서 dual-purpose communication의 구체적인 기준을 적용할 때에는 해당 사건에 적용되는 Circuit의 판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 이 글은 미국 특허소송에서의 Attorney-Client Privilege를 한국 기업의 실무 관점에서 설명하는 일반 정보다. 특정 사건에 관한 미국법상 법률의견을 제공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