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등록 특허와 지식재산권 거래의 과세
— 대법원 2021두59908 및 2023두54761 판결 평석
I. 대법원 2025. 9. 18. 선고 2021두59908 전원합의체 판결
1. 사건의 배경사실 (Background Facts)
당사자: 원고는 반도체소자 제조 및 판매업을 영위하는 내국법인(SK하이닉스)이고, 피고는 이천세무서장입니다.
소송 제기 및 화해 계약 체결 (2011년~2013년): 원고는 2011년 6월경 특허관리전문회사(NPE, Non-Practicing Entity)인 미국법인으로부터 미국에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당하였습니다. 이후 원고는 2013년 12월 23일, 미국법인과 미국에 등록된 40개의 특허권에 관하여 사용료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소송을 종료하고, 지역적 범위를 '전 세계'로 하는 라이선스(License)를 허여받는 화해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원천징수세 납부: 원고는 2014 사업연도에 약정된 사용료 미화 160만 달러를 지급하면서, 한미 조세조약상 제한세율(15%)을 적용하여 계산한 원천징수분 법인세(약 3억 원 상당)를 피고 세무서에 납부하였습니다.
경정청구 및 거부처분: 원고는 해당 사용료가 국내에는 등록되지 않은 이른바 '국내 미등록 특허권'에 대한 대가이므로 한미 조세조약 및 국내법상 과세 대상(국내원천소득)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2015년 6월 9일 기납부한 법인세의 환급을 구하는 경정청구를 제기하였습니다. 그러나 피고 세무서장은 2019년 2월 25일 이를 거부하였습니다.
하급심 판단: 1심과 2심 법원은 기존 30여 년간 유지되던 사법부의 특허 속지주의(Territoriality Principle) 법리를 원용하여,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특허는 국내에서 '사용'을 관념할 수 없으므로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고(납세자)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에 피고가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하였습니다.
2. 당사자의 주장 (Parties' Arguments)
원고 (납세자 측)의 주장
- 특허권은 특허 속지주의 및 등록주의 원칙에 따라 오직 등록된 국가의 영역 내에서만 효력이 미칩니다.
- 따라서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미국 특허권은 대한민국 내에서 독점적 효력을 가지는 특허권의 '실시' 또는 '사용' 자체를 관념할 수 없으므로, 해당 지급액은 한미 조세조약 및 법인세법상 원천징수 대상이 되는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피고 (과세관청 측)의 주장
- 한미 조세조약상 사용료 소득의 원천이 되는 '사용'의 의미는 특허권 자체의 형식적·법률적 등록 유무에 국한되지 않고, 그 대상이 되는 제조방법, 도면, 정보 등 '특허기술'의 국내 실질적·사실상의 사용(De facto use)을 포함합니다.
- 원고가 국내 공장에서 해당 특허기술을 활용하여 반도체 제품을 실제로 제조·생산하였다면,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에 따라 국내 등록 여부와 상관없이 국내원천 사용료 소득에 해당하여 적법한 과세 대상이 됩니다.
3. 사건의 핵심 쟁점 (Key Issues)
- 한미 조세조약에서 정의하지 않은 용어인 '사용' 또는 '특허의 사용'의 의미를 조약 제2조 제2항 전문에 따라 조세가 결정되는 국가인 우리나라의 국내법(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을 기준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 여부.
- 특허권이 국내에 등록되지 않았더라도 그 대상인 특허기술을 국내에서 사실상 사용한 경우, 그 대가를 한미 조세조약상 '국내에 원천을 둔 소득'으로 보아 우리나라가 과세권(원천징수 의무)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 — 기존 판례 법리의 변경 여부.
4. 적용 법리 (Applicable Legal Principles)
- 한미 조세조약 제2조 제2항 전문 (용어의 해석): 협약에서 사용되나 정의되지 아니한 기타의 용어는, 달리 문맥에 따르지 아니하는 한, 그 조세가 결정되는 체약국의 법에 따라 내포하는 의미를 가집니다.
- 한미 조세조약 제6조 제3항 및 제14조 제4항 제a호 (사용료의 원천): 특허, 비밀공정, 의장, 지식 등의 사용 또는 사용할 권리에 대해 지급되는 사용료는, 해당 재산이 사용되는 국가(사용지)에 원천을 둔 소득으로 취급합니다 — 사용지주의(Source Country Principle).
-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 (국내원천소득): 특허권 등 권리의 행사에 등록이 필요한 권리는 해당 특허권 등이 국외에서 등록되었고 국내에서 제조·판매 등에 사용된 경우에는 국내 등록 여부에 관계없이 국내에서 사용된 것으로 봅니다.
5. 대법원의 판단 (Supreme Court's Decision)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기존 33년간 일관되게 유지되던 비과세 판례 법리를 완전히 폐기하고, 다수의견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환송하였습니다.
- 국내법 적용을 통한 조약 해석: 한미 조세조약은 특허의 '사용'이라는 용어의 의미를 별도로 정의하고 있지 않으므로, 조약 제2조 제2항 전문에 따라 우리나라의 법(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에 따라 해석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 '특허기술'의 실질적 사용 기준 정립: 구 법인세법 조항에서의 '사용'은 특허법상 독점적 권리 자체의 사용뿐만 아니라, 그 대상이 되는 제조방법·기술·정보 등 '특허기술'을 실제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 특허 속지주의의 한계 소명: 특허권 속지주의는 특허권의 배타적 효력 범위와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특허법상 원칙일 뿐, 조세법상 특허기술의 사실상 사용 장소를 제한하는 원칙이 아닙니다.
- 판단: 따라서 국내 미등록 특허권이라 하더라도 해당 특허기술이 국내 제조·판매 등에 사실상 사용되었다면 그 대가는 국내원천 사용료 소득에 해당합니다. 원심이 실질적으로 기술이 국내에서 사용되었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심리하지 않고 단지 미등록 특허라는 이유만으로 국내원천소득이 아니라고 본 것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습니다.
- 특허 속지주의 원칙 고수: 특허권은 법령에 의해 등록됨으로써 비로소 발생하는 권리이므로 등록되지 않은 국가에서는 특허권의 '사용'이나 '실시'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 조약배제 및 유동적 해석의 한계 위반: 한미 조세조약의 문맥상 '등록국 내에서의 사용'을 뜻함이 명확함에도, 사후에 제정된 국내 세법을 통해 용어의 본질을 '사실상 기술 사용'으로 확장하여 과세하는 것은 유동적 해석의 한계를 넘은 사실상의 조약배제(Treaty Override)에 해당합니다.
- 대가관계의 부존재: 이 사건 계약은 미국 내에서의 특허 수입·판매 분쟁(특허침해소송)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므로, 사용료의 진정한 실질은 미국 등록 특허권의 미국 내 실시에 대한 대가일 뿐이며 국내 사용에 대한 대가로 해석할 수 없습니다.
II. 대법원 2026. 4. 9. 선고 2023두54761 판결
대법원 2026. 4. 9. 선고 2023두54761 판결은 다국적 기업의 무형자산(Intangible Assets) 양도 대가에 대해 한미 조세조약을 어떻게 해석하고 과세할 것인지를 다룬 기념비적인 판결입니다.
1. 사건의 배경사실 (Background Facts)
당사자: 원고는 미국 법인인 A회사(A Inc.)이며, 피고는 동작세무서장입니다.
기술이전 계약의 체결 (2016년): 원고 A회사는 2016년 10월 12일, 한국의 제약회사인 소외 회사 B와 자신이 연구개발한 간암 표적치료용 화합물 기술 및 노하우 등(이하 '이 사건 노하우 등')에 관한 기술이전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대가의 약정: 계약의 대가로 B사로부터 정액기술료(Lump-sum, 고정 계약금)와 향후 완제의약품 매출액에 연동되는 경상기술료(Running Royalty)를 나누어 지급받기로 약정하였습니다.
세금 납부 및 경정청구: B사는 2016년 11월 10일 원고에게 정액기술료 중 계약금에 해당하는 5억 원(이하 '이 사건 소득')을 지급하면서, 한미 조세조약상 제한세율(15%)을 적용하여 원천징수한 법인세를 세무서에 납부하였습니다. 원고 A회사는 이 소득이 한미 조세조약에 따른 국내원천소득이 아니므로 과세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환급을 구하는 경정청구를 하였으나, 세무서가 이를 거부하자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하급심(원심)의 판단: 서울고등법원(원심)은 이 소득이 자본적 자산의 매각으로 인한 소득에 해당하여 한국에서의 과세가 면제된다고 판단하여 납세자(원고)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2. 당사자의 주장 (Parties' Arguments)
원고 (미국 A회사)의 주장
- 이 사건 소득(5억 원)은 무형자산 자체의 양도에 따른 확정적인 고정대가이므로, 생산성이나 사용 여부에 비례해 지급되는 '조건부 변동대가(Contingent Payment)'가 아닙니다. 따라서 한미 조세조약 제14조 제4항 제b호의 사용료소득(Royalty Income)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 사용료소득이 아니라면, 이는 한미 조세조약 제16조 제1항에 명시된 '자본적 자산(Capital Asset)'의 처분 소득에 해당하므로 한국에서의 과세가 전면 면제되어야 합니다.
피고 (동작세무서장)의 주장
- 설령 이 사건 소득이 면세 대상이 되는 자본적 자산의 양도소득처럼 보이더라도, 한미 조세조약 제6조 제9항(원천 판정 일반조항)에 따라 우리나라 국내법(법인세법)을 적용하여 과세할 수 있습니다.
- 이 사건 노하우 등은 사업에 사용되는 감가상각 대상 자산이므로 조약상 '자본적 자산'에 해당하지 않아 과세 면제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3. 사건의 핵심 쟁점 (Key Issues)
- [사용료소득 여부] 무형자산 양도에 대한 확정적 고정대가(계약금 5억 원)가 한미 조세조약 제14조 제4항 제b호에서 규정하는 사용료소득에 해당하는지 여부.
- [조약 규정의 우선순위] 조약상 개별 소득 면세 조항(제16조 제1항)이 존재할 때, 원천 판정 일반조항(제6조 제9항)을 내세워 국내법을 우선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
- [자본적 자산의 범위] 사업에 사용되는 노하우(Know-how)가 한미 조세조약상 과세가 면제되는 '자본적 자산'의 범주에 포함되는지 여부.
4. 적용 법리 (Applicable Legal Principles)
- 한미 조세조약 제14조 제4항 제b호 (사용료): 무형자산 양도소득 중에서도 대금이 자산의 '생산성, 사용 또는 처분에 상응(contingent on)하여 지급되는 부분'만을 사용료소득으로 취급합니다. 이는 장래의 불확정적인 조건 성취를 전제로 하는 '조건부 변동대가'만을 의미합니다.
- 조약의 해석 기준 (제2조 제2항): 조약에서 정의되지 않은 용어는 달리 문맥에 따르지 않는 한 조세결정국(우리나라)의 국내법에 내포된 의미를 따릅니다. 단, '자본적 자산(Capital Asset)'이라는 용어는 한국 세법에 존재하지 않으므로, 조약 체결 당시(1976년)의 미국 내국세법(IRC)의 일반적인 의미를 문맥상 참고하여 해석해야 합니다.
- 미국 내국세법 제1221조 제2호 (자본적 자산의 제외): 조약 체결 당시 미국 세법에 따르면 '사업 또는 영업에 사용되는 재산으로서 감가상각(Depreciation) 공제가 허용되는 재산'은 자본적 자산에서 제외됩니다.
5. 대법원의 판단 (Supreme Court's Decision)
대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여 과세를 면제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
- 정액기술료는 사용료소득이 아님 (원심 유지): 이 사건 5억 원은 노하우의 매각 대가로 수취한 확정적인 고정대가일 뿐, 매출액의 일정 비율과 같은 '조건부 변동대가'가 아니므로 한미 조세조약상 사용료소득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 조약 개별 조항의 우선 적용 (원심 유지): 이 사건 소득이 자본적 자산의 양도소득에 해당하는 경우 면세 규정인 제16조 제1항이 우선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며, 곧바로 일반 원천 조항인 제6조 제9항을 적용하여 국내법에 따라 원천징수 여부를 결정할 수 없습니다.
- 노하우는 '자본적 자산'이 아니므로 과세 면제 대상이 아님 (원심 파기): 노하우 및 기술정보가 시간 경과나 진부화에 따라 감가상각 공제가 허용되는 재산임을 확인하였습니다. 따라서 조약 체결 당시 미국 세법의 문맥에 비추어 볼 때, 사업에 사용되는 노하우는 한미 조세조약 제16조 제1항의 '자본적 자산' 범위에서 제외되므로 과세 면제 혜택을 적용받을 수 없습니다.
- 최종 과세 여부는 '매각 장소'에 따라 판단 (추가 심리 지시): 대법원은 이 사건 노하우 등이 조약 제6조 제7항의 '무형의 개인재산(Personal Property)'에 포함될 여지가 있음을 지적하였습니다. 만약 무형의 개인재산에 해당한다면, 이 소득은 그 자산이 '매각된 장소'를 원천으로 취급하므로, 환송 후 원심(고등법원)에서 이 사건 노하우의 매각 장소를 우리나라로 볼 수 있는지 추가로 심리하여 최종 과세 여부를 판단하도록 명령하였습니다.
이번 판결은 다국적 기업들이 IP 이전(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설계할 때 대가 지급 구조를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세무상 취급이 극적으로 달라질 수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고정 계약금(Lump-sum)을 수취할 때 무조건 '자본이득'으로 분류되어 면세될 것이라 안심해서는 안 되며, 자산의 상각 여부와 실질적인 '자산의 매각 장소(계약 체결지 및 권리 이전 지점)'를 꼼꼼히 관리해야 합니다.
III. 대법원의 2025년 및 2026년 두 판결에 대한 평석과 시사점
1. 서론
대법원 2025. 9. 18. 선고 2021두59908 전원합의체 판결과 그 법리를 무형자산 양도거래에 적용·구체화한 대법원 2026. 4. 9. 선고 2023두54761 판결은 다국적 기업의 무형자산 거래와 크로스보더 조세 실무에 중대한 전환을 가져온 판결들이다.
2021두59908 전원합의체 판결은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외국 특허라 하더라도 그 특허에 구현된 기술이 국내의 제조·생산 등에 이용되었다면, 그 대가로 지급된 사용료가 한미조세협약상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한미조세협약이 특허의 "사용"을 별도로 정의하고 있지 않으므로, 협약 제2조 제2항에 따라 우리나라 세법을 기준으로 그 의미를 해석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구 법인세법상 "사용"은 특허권 자체의 사용이 아니라 특허기술의 사용을 의미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특허권 속지주의를 근거로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외국 특허의 국내 사용을 부정하였던 종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특허가 국내에 등록되어 있는지라는 형식적 권리 상태보다, 특허발명에 관한 제조방법·도면·기술정보 등 특허기술이 국내의 제조·생산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이용되었는지를 기준으로 사용료소득의 원천을 판단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판단은 특허기술의 사실상 사용이라는 경제적 실질을 중시하였다는 점에서, 무형자산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을 실질적인 가치 창출 활동과 연계하려는 OECD의 BEPS Actions 8-10과 일정 부분 문제의식을 공유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OECD의 BEPS Actions 8-10은 무형자산, 위험 및 자본과 관련한 이전가격 결과가 실질적인 가치 창출과 부합하도록 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한다.
다만 이러한 유사성만으로 전원합의체 판결이 곧바로 OECD의 DEMPE(Development, Enhancement, Maintenance, Protection, Exploitation) 프레임워크를 채택하거나 적용하였다고 평가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DEMPE는 무형자산의 개발·향상·유지·보호·활용과 관련된 기능, 자산 및 위험을 분석하여 특수관계기업 간 이익의 귀속과 정상가격을 판단하기 위한 이전가격 프레임워크이다. 반면 2021두59908 판결의 직접적인 쟁점은 특수관계기업 간 정상가격 산정이나 무형자산 이익의 귀속이 아니라, 국내 미등록 외국 특허와 관련하여 지급된 사용료가 한미조세협약상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따라서 양자의 관계는 동일한 법리를 적용한 것이라기보다, 권리의 형식보다 경제적 이용과 실질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나타나는 방향성의 유사성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후속 판결인 2023두54761 판결은 국내 미등록 특허권과 노하우에 관한 권리의 양도대가가 한미조세협약상 사용료소득에 해당하는지를 다루었다. 대법원은 특허권과 노하우에 관한 권리 자체가 양도되어 양도인이 더 이상 해당 권리를 보유하거나 사용할 수 없게 된 경우, 그 양도대가는 한미조세협약 제14조 제4항 제b호에서 정한 사용료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아울러 한미조세협약상 개별 소득조항과 소득원천에 관한 일반조항의 적용 관계, 사업에 사용되는 노하우가 자본적 자산에 포함되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도 판단하였다.
두 판결은 무형자산 거래에 붙여진 계약의 명칭만으로 소득의 성격과 원천지를 판단해서는 안 되며, 계약에 따라 당사자 사이에 실제로 이전되거나 허용된 권리의 내용과 대가의 경제적 실질을 구체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한다. 라이선스와 양도, 특허권과 노하우, 사용료와 자산양도대가는 서로 구별되어야 하며, 각각의 거래구조에 따라 원천징수 및 과세관계도 달라질 수 있다.
특허법적 비판 — 특허권의 '사용'과 특허기술의 '사용' 구별
다만 2021두59908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해서는 특허법상 특허권의 본질과 조세법상 "사용" 개념의 관계를 충분히 정교하게 구분하였는지에 관한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특허권은 특허권자에게 자신의 발명을 적극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일반적·포괄적 권원을 부여하는 권리라기보다, 일정한 범위에서 제3자의 무단 실시를 배제할 수 있도록 하는 배타적·금지적 권리(Negative Right)이다. 특허권자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선행 특허, 규제법령 또는 제3자의 권리로 인하여 해당 발명을 적법하게 실시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특허권은 발명을 적극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완전한 자유를 보장하는 권리와 구별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특허 라이선스는 특허권자가 라이선시에게 존재하지 않던 적극적 실시권능을 새롭게 창설해 주는 행위라기보다, 약정된 지역·기간·제품 및 실시행위의 범위에서 특허권을 행사하지 않거나 침해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허락, 면책 또는 부제소 약정(Covenant Not to Sue)의 성격을 가진다고 설명할 수 있다. 다만 전용실시권이나 법정실시권과 같이 법률상 별도의 권리로 구성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모든 특허 라이선스를 단순한 부제소 약정으로만 환원하는 것 역시 적절하지 않다.
그렇다면 특허권의 "사용"과 특허에 기재된 기술의 "사용"은 개념적으로 구별할 필요가 있다. 전자는 특허권에 기초한 배타권의 행사·허락·처분과 관련된 법적 개념인 반면, 후자는 제품의 제조·생산·판매 과정에서 발명의 기술적 사상이나 정보를 경제적으로 이용하는 사실적 개념이다.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은 한미조세협약과 구 법인세법의 해석상 후자의 의미를 중심으로 특허의 "사용"을 파악하였다. 그러나 특허권이 존재하지 않는 국내에서 외국 특허기술이 이용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외국 특허권이 국내에서 "사용"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해석이 한미조세협약상 특허의 "사용 또는 사용할 권리"라는 문언 및 특허권 속지주의와 충분히 조화를 이루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검토할 여지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는 특허권과 특허기술을 구별하여야 한다고 본 전원합의체 반대의견의 문제 제기에 공감할 부분이 적지 않다.
아울러 특허 라이선스 로열티, 특허침해에 대한 손해배상금이나 화해금, 기술이전료, 노하우 사용료 및 상표·브랜드 로열티는 각각 법적 발생 원인과 경제적 기능이 다르다. 특히 화해계약에 따라 지급되는 금액은 과거 특허침해로 발생한 손해의 배상인지, 장래의 특허실시를 허용하는 대가인지, 특허침해 책임의 면제나 부제소 약정의 대가인지, 또는 특허권·노하우 자체의 양도대가인지에 따라 조세법상 소득의 성격과 원천지가 달라질 수 있다. 하나의 화해금에 이러한 성격의 대가가 혼재되어 있다면, 계약서의 명칭이나 일괄 지급방식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각 지급원인을 합리적으로 구분하고 배분하여야 한다.
따라서 특허 로열티, 손해배상금, 합의금, 기술이전료, 노하우 사용료 및 브랜드 로열티를 단순히 "무형자산 사용의 대가"라는 동일한 평면에 놓고 획일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계약에 따라 이전된 권리가 무엇인지, 지급자가 어떠한 법적·경제적 이익을 취득하였는지, 대가가 과거의 행위와 장래의 행위 중 무엇에 대응하는지, 기술정보와 특허권이 일체로 제공되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구분하여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특허법적 비판과 국제조세법상 특허 "사용" 개념의 한계는 추후 별도로 다루기로 한다. 본 편에서는 우선 두 판결이 다국적 기업의 특허·노하우 거래에 던지는 핵심 시사점과 기업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계약상·세무상·법률상 실무 과제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2. 두 판결이 기업들에게 남긴 핵심 시사점
① 법적 형식(등록 여부)에서 '경제적 실질(실질적 기술 사용)'로의 대전환
과거 33년간 한국 세무 실무와 법원은 특허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특허는 국내에서 사용될 수 없으므로 원천징수할 수 없다"는 비과세 관행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2021두59908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를 전면 폐기하고, 세법상 특허의 사용은 권리의 형식적 등록 여부가 아니라 제조방법, 도면, 정보 등 '특허기술' 자체가 국내 제조·생산 공정에서 사실상 사용되었는지(De facto use)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립했습니다. 이는 실질 가치 창출(Value Creation)을 중시하는 BEPS Action 8-10(DEMPE 프레임워크)과 방향성을 같이하는 세무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② 무형자산 거래 대가의 성격 규명 기준 구체화 (고정대가 vs. 변동대가)
2023두54761 판결은 미국 법인이 국내 제약사에 노하우와 미등록 특허를 이전하면서 받은 5억 원의 정액기술료(고정 계약금)의 세무상 지위를 명확히 정리했습니다.
- 사용료(로열티) 불인정: 한미 조세협약상 무형자산 양도소득이 사용료가 되려면 생산성, 사용, 처분에 상응하여 지급되는 '조건부 변동대가'여야 하므로, 확정적 고정대가는 사용료 소득이 아닙니다.
- 자본이득(면세) 불인정: 사업에 사용되고 감가상각 공제가 허용되는 기술 노하우는 조약 체결 당시 미국 세법 문맥상 '자본적 자산(Capital Asset)' 범위에서 제외되므로 자본이득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 개인재산 매매소득 판정: 이 고정대가는 '무형의 개인재산 매매 소득'에 해당할 여지가 크며, 이 경우 자산이 실질적으로 '매각된 장소(장소적 원천)'가 어디냐에 따라 과세 여부가 판가름 납니다.
3. 남은 실무 및 법률 과제
① 국내외 사용분의 합리적 안분(Allocation)과 입증책임 전환 방어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통합 로열티를 지급하거나, 국내에서 기술을 사용해 제조한 완제품을 다시 국외로 판매하는 하이브리드 비즈니스의 경우 안분 계산(Allocation)이 세무 조사의 최대 격전지가 될 것입니다.
- 입증책임의 전환: 대법원 전원합의체 보충의견 및 후속 법리에 따르면, 과세관청이 특허기술의 '국내 관련성(사실상 사용 사정)'을 일부라도 증명하면 전체 로열티가 국내원천소득으로 사실상 추정됩니다. 사용료 중 일부가 국외 사용분에 상응하는 비과세 소득이라는 점을 합리적 안분 산식으로 나누어 증명해야 하는 입증 책임은 납세자(기업)에게 고스란히 전가됩니다.
- 따라서 기업은 매출액 비중, 생산량 비중, 제품군 비중, 또는 기술 기여도 등 객관적인 안분 기준을 정립해야 합니다.
② 라이선스 및 자산거래 계약 구조의 전면 재설계
과거 계약서에 의존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세무 방어를 위한 계약 체결 방식의 고도화가 필수적입니다.
- 원천징수세(WHT) 공제 및 Gross-up 조항 조율: 원천징수 조항을 누락한 채 해외 권리권자에게 사용료를 전액 송금(Net 방식)했다가 추후 세무조사로 과세당국에 추징당하면 가산세를 포함한 세금 부담을 국내 기업이 독박 쓸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세액공제 협조 및 원천징수 부담 주체를 사전에 정교하게 조율해야 합니다.
- 고정-변동 대가의 계약서상 물리적 분리: 기술 양도 계약 체결 시 2023두54761 판결 법리에 맞춰 '확정 정액 계약금'과 '매출 연동 경상기술료' 조항을 명확히 구분 기재하고, 계약 체결지 및 권리 이전 지점(매각 장소)을 철저히 한국 외의 장소로 관리해야 합니다.
③ 철저한 사실상 사용(De facto use) 관련 실체적 증빙 아카이빙
NPE(특허관리전문회사) 등으로부터 라이선스를 얻은 경우 기술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정교한 증빙이 필요합니다. 대상 기술이 실제로 어떤 부품 및 공정에 기여했는지 입증하기 위해 제품군별 BOM(부품명세서, Bill of Materials), 공정도, 기술 기여도 설명서, R&D 회의록 및 내부 기술 사용 보고서를 상시 보관해야 합니다. 이를 게을리하면 사후 원천징수세 환급을 구하는 경정청구는 기각될 수밖에 없습니다.
④ 관세-이전가격(TP-Customs Valuation) 간의 상충 리스크 방지
해외 모자회사 간 핵심 부품 공급 계약(Model B)과 별도 기술 라이선스 계약(Model D)을 병행하는 제조업 구조의 경우 관세청의 기습적인 사후 권리사용료 가산세 부과 리스크가 증폭됩니다.
관세당국은 별도로 지급되는 특허 기술료가 수입 부품을 사기 위한 '거래조건(Condition of Sale)'이라고 판단하면 관세를 추가 추징하려 합니다. 따라서 부품 수입 단가와 기술료의 경제적 기능을 정교하게 이원화하고, APA(사전가격승인제도, Advance Pricing Agreement)와 ACVA(관세평가 사전심사, Advance Customs Valuation Arrangement)를 선제적으로 동시에 패키지화하여 확보하는 일원화된 방어가 요구됩니다.
⑤ 2019년 개정 법인세법과의 해석 조화 및 침해소송 합의금 처리 과제
대법원의 사법적 판단 외에도, 입법적으로 대응하여 신설된 2019년 개정 법인세법(2020. 1. 1. 이후 지급분 적용)과의 정합성 관리를 지속해야 합니다.
개정안은 미등록 특허 침해로 지급하는 손해배상금 중 국내 실질 사용과 관련된 부분을 국내원천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도록 규정했습니다. 그러나 손해배상금 중 일실이익 상당액이나 징벌적 배상금(Punitive Damages) 등 사용료 조항(Art. 12)에 속하지 않는 소득 구분을 조세조약 제6조 제9항(기타소득)을 통해 한국이 적법하게 과세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법률 해석과 공방이 실무상 계속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