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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July 18, 2026

[특허 회피설계 강좌] 제7장 문언침해 회피를 위한 마지막 단계— 최후의 방어 논리 및 의견서 작성

제7장 문언침해 회피를 위한 마지막 단계 — 최후의 방어 논리 및 의견서 작성

제7장 문언침해 회피를 위한 마지막 단계
— 최후의 방어 논리 및 의견서 작성

들어가며: 회피설계의 최종 관문

이 시리즈는 미국 특허 실무에서 문언침해(literal infringement)를 회피하기 위한 체계적 절차를 단계별로 살펴왔다. 용어의 객관적 의미 확정부터 시작해 내재적 증거(명세서·출원경과) 활용, 외부 법리 적용, 그리고 실무 부서와의 협업을 통한 제품의 실질적 변경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는 고객의 제품이 특허청구항의 문언적 범위(literal scope) 밖에 있음을 논증하는 방향으로 누적되어 왔다.

그러나 현실 소송에서는 이 모든 방어 논리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 존재한다. 제품이 청구항 문언 안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고, 좁은 해석도 어렵고, 제품 변경도 여의치 않을 때 — 바로 이 시점에서 최후의 방어 논리가 등장한다. 역균등론(reverse doctrine of equivalents, RDOE)이다. 그리고 모든 분석의 최종 산출물은 하나다. 비침해 의견서(non-infringement opinion)다.

"모든 수단이 실패하면 역균등론을 검토하라. 그리고 반드시 의견서로 마무리하라."

이번 글에서는 15단계(역균등론에 기반한 비침해 이론 공식화)와 16단계(비침해 의견서 작성), 그리고 이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결론적 학습 포인트를 종합한다.


제15단계: 역균등론(Reverse Doctrine of Equivalents)에 기반한 비침해 이론 공식화

Step 15

역균등론이란 무엇인가

균등론(doctrine of equivalents)은 특허권자에게 유리한 법리다. 피고 제품이 청구항 문언(literal language)에는 들어가지 않더라도, 실질적으로 동일한 기능을 동일한 방식으로 동일한 결과를 달성하는 방식으로 수행한다면 침해가 인정된다는 이론이다.

역균등론은 그 대칭적 반면이다. 피고 제품이 청구항 문언 안에 형식적으로는 들어가더라도, 특허발명과 원리상 매우 달라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기능을 실질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수행한다면, 침해를 피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이 법리는 특허권자가 발명으로 공개한 것보다 훨씬 더 넓은 독점권을 행사하려 할 때 작동하는 형평법적 안전장치(equitable brake)다.

구분 균등론 (Doctrine of Equivalents) 역균등론 (Reverse Doctrine of Equivalents)
문언 충족 여부 문언에 불포함 문언에 포함
유리한 당사자 특허권자(원고) 피고 (피침해 주장 당사자)
핵심 논리 "실질적으로 동일하면 침해" "원리상 너무 다르면 비침해"
판례 적용 빈도 상대적으로 빈번 매우 드묾 (최후 수단)

역균등론의 판례적 기반

역균등론의 뿌리는 연방대법원의 Graver Tank & Manufacturing Co. v. Linde Air Products Co.(1950) 판결에 있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균등론을 정면으로 다루면서, 그 논리적 대칭으로서 역균등론의 존재를 언급하였다. Federal Circuit은 이후 SRI International, Inc. v. Matsushita Electric Corp. of America 사건에서 역균등론의 법리적 유효성(validity)을 명시적으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Federal Circuit은 역균등론 적용에 전반적으로 소극적(reluctant)이었다. 관련 판례의 절대적 숫자가 적고, 법원이 이 법리를 실제로 인용하여 비침해 결론을 내린 사례는 드물다. 실무 교재가 이를 "최후 수단(last resort)"으로 명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Texas Instruments 사건이 주는 실무 시사점

Texas Instruments Inc. v. United States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사건은 역균등론과 관련하여 중요한 판례로 언급된다. 문제가 된 특허는 각 키가 개별 신호를 생성하는 키보드, 반도체 장치 배열, 써멀 잉크젯 프린터를 갖춘 핸드 계산기를 다루고 있었다. 이에 반해 피고 제품은 키보드 스캔 방식, 단일 반도체 장치, LCD 디스플레이를 사용했다.

법원은 청구항이 외관상 넓어 보였음에도 비침해를 인정하면서, 청구항이 명세서의 개시(disclosure)가 정당화하는 것보다 넓게 쓰인 경우 원래 의도된 범위(originally intended scope)로 해석될 수 있다는 원칙을 확인하였다. 이는 역균등론이 단순히 "기술 원리가 다르다"는 주장 이상의 근거, 즉 명세서와 청구항 사이의 범위 불일치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역균등론 적용의 5가지 전제조건

실무 교재는 역균등론을 다음 다섯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될 때만 조심스럽게 검토하라고 경고한다.

  1. 문언침해 회피가 어렵다: 제품이 청구항의 모든 한정사항(claim limitations)을 문언적으로 충족할 가능성이 높다.
  2. 좁은 청구항 해석도 어렵다: 앞선 1~3단계에서 검토한 청구항 해석 수단이 충분한 한정 효과를 제공하지 못한다.
  3. 보조 방어 논리도 약하다: Written description 위반, enablement 문제, 심사경과 제한(prosecution history estoppel) 등 보조 방어 수단도 효력이 불충분하다.
  4. 피고 제품의 기술 원리가 특허발명과 현저히 다르다: 단순한 구조적 차이를 넘어, 발명의 근본 원리(underlying principle)가 본질적으로 달라야 한다.
  5. 그 차이를 기술적으로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다: 법원과 배심원에게 기술 원리의 차이를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 전문가 증언과 증거가 확보되어야 한다.

주의: 역균등론은 이론적으로 유효한 법리이지만, Federal Circuit의 적용 사례가 극히 드물다. 의뢰인에게 역균등론을 주된 방어 논리로 제시하는 것은 소송 위험을 과소평가하게 만들 수 있다. 반드시 "최후 수단"임을 명확히 하고, 다른 모든 방어 논거와 함께 계층적으로(in a layered manner) 제시해야 한다.

역균등론과 균등론 위험의 관계

역균등론을 주장하는 상황은 역설적으로 균등론 위험(doctrine of equivalents risk)이 가장 낮은 경우와 일치한다. 피고 제품의 기술 원리가 특허발명과 현저히 달라야 역균등론이 성립하는데, 그 조건이 충족된다면 균등론에 의한 침해도 인정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즉 역균등론의 방어 논리가 강한 사건에서는 애초에 균등론 침해 위험도 낮다. 이 두 법리가 동일한 기술 원리 차이를 서로 다른 방향에서 평가한다는 점에서 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제16단계: 비침해 의견서(Non-Infringement Opinion) 작성

Step 16

의견서의 법적 기능과 실무적 의의

비침해 의견서는 회피설계 분석 전체의 최종 산출물(final deliverable)이다. 이 문서는 세 가지 법적·실무적 기능을 수행한다.

첫째, 의뢰인의 경영 의사결정 지원이다. 제품 출시, 설계 변경, 라이선스 협상, 소송 대비 중 어느 전략을 선택할지 판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공한다. 둘째, 고의 침해(willful infringement) 방어다. 특허 침해 소송에서 피고가 법률 전문가의 비침해 의견에 기반하여 제품을 생산·판매하였음을 입증하면, 고의 침해에 따른 3배 손해배상(treble damages) 청구에 대한 방어 근거가 된다. 셋째, 소송 리스크의 기록화다. 의견서는 어느 시점에서 어떤 법리에 기반하여 어느 수준의 위험이 평가되었는지를 기록하므로, 향후 분쟁에서 법적 방어 수단으로 활용된다.

의견서의 기본 구조 (10개 항목)

실무 교재가 제시하는 비침해 의견서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1. 대상 특허: 특허번호, 관련 청구항 번호, 우선일(priority date), 존속기간(expiration date)을 명기한다.
  2. 대상 제품: 의뢰인 제품의 구조, 작동 방식, 도면, 규격(specification)을 상세히 기술한다. 나중에 제품이 변경될 경우 의견서의 효력이 미치지 않을 수 있음을 명시해야 한다.
  3. 청구항 해석(Claim Construction): 쟁점이 되는 청구항 용어 각각에 대하여 Federal Circuit의 해석 방법론에 따른 해석을 제시한다. 이 부분이 의견서의 법적 핵심이다.
  4. 청구항 대비표(Claim Chart): 각 청구항 한정사항과 의뢰인 제품 구성요소의 대응 여부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대비표 형식으로 제시한다.
  5. 결여 요소(Missing Limitations): 의뢰인 제품에 존재하지 않는 청구항 한정사항을 명확히 특정한다. 이것이 문언침해 부재(no literal infringement)의 직접적 근거다.
  6. 문언침해 부재 결론: 모든 청구항 한정사항을 충족하지 않으므로 문언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명시한다.
  7. 균등론 검토: function-way-result 테스트 및 insubstantial differences(비실질적 차이) 분석을 통해 균등론에 의한 침해 가능성도 검토한다. 문언침해를 피해도 균등론 위험은 별도로 존재함을 기억해야 한다.
  8. 보조 방어 논리: 심사경과 제한(prosecution history estoppel), §112 정책, written description 위반 가능성, 역균등론 검토 결과를 보조적으로 기술한다.
  9. 위험 평가: 잔존 침해 위험을 높음(High) / 중간(Medium) / 낮음(Low)으로 등급화하여 의뢰인이 리스크 수준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10. 최종 권고: 제품 출시, 추가 설계 변경, 라이선스 협상, 추가 선행기술 조사 등 의뢰인이 취해야 할 구체적 행동을 권고한다.

의견서 작성의 핵심 원칙

의견서를 작성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법률적 분석과 경영 의사결정 권고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률가는 법적 분석의 결과를 제공하고, 그에 기반한 권고를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최종 출시 여부, 라이선스 협상 여부는 의뢰인 경영진이 결정해야 할 사항이다. 의견서가 지나치게 낙관적이거나 비관적인 어조를 취하면 의뢰인의 판단을 왜곡할 수 있다.

원문 교재 참고: 실무 교재 §16은 의견서를 "고객 제품에 특정 청구항 한정사항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또는 역균등론을 근거로" 작성하라고 명시한다. 원문에는 "based on the literal infringement"라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이는 문맥상 "based on the absence of literal infringement(문언침해의 부재를 근거로)"의 오식(誤植)으로 판단된다. 의견서의 근거는 침해의 존재가 아니라 침해 요건의 불충족임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균등론 검토: 의견서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이유

문언침해를 피하는 것과 균등론(doctrine of equivalents)에 의한 침해를 피하는 것은 별개의 법률 문제다. 많은 실무자들이 문언침해 부재 결론에 안주하여 균등론 분석을 소홀히 하는 오류를 범한다. 그러나 실제 소송에서 특허권자가 문언침해와 균등론 침해를 동시에 주장하는 것은 매우 일반적이다.

균등론 검토를 위한 대표적인 분석 방법은 다음 두 가지다.

  • Function-Way-Result 테스트: 피고 제품이 특허발명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기능(function)을 동일한 방식(way)으로 동일한 결과(result)를 달성하는지 분석한다.
  • 비실질적 차이(Insubstantial Differences) 테스트: 피고 제품과 특허발명의 차이가 해당 기술 분야 통상의 기술자(PHOSITA)의 관점에서 비실질적(insubstantial)인지 평가한다.

이 두 테스트 중 하나라도 균등론 침해 가능성을 시사한다면, 비침해 의견서는 그 위험을 명시하고 의뢰인에게 고지해야 한다.


V. 결론: 문언침해 분석의 어려움과 회피 가능성

핵심 질문: 특허권자의 주장은 정당화되는가

이 시리즈 전체를 통해 탐색해 온 회피설계의 핵심 질문을 정리하면 하나다.

"특허권자가 지금 주장하는 청구항 범위가 명세서(specification), 심사경과(prosecution history), 청구항 체계(claim structure), §112의 공시 기능(notice function)에 의해 정당화되는가?"

정당화된다면 피고 제품은 침해 위험이 크다. 정당화되지 않는다면 회피설계자는 좁은 해석, 구성요소 결여, written description 무효, material aspect 제한, 역균등론 등의 방어 논리를 통해 의뢰인을 보호할 수 있다.

실무상 암기해야 할 12가지 핵심 명제

# 핵심 명제
1 청구항은 문언만으로 끝나지 않고, 명세서·심사경과·다른 청구항과 함께 해석된다.
2 일반 해석 도구로 해결되지 않는 모호성은 §112의 notice function에 따라 좁게 해석될 수 있다.
3 특허청구항은 명확하게 공시된 범위(unambiguous scope)까지만 넓게 해석된다.
4 넓은 용어도 written description이 좁으면 좁게 해석될 수 있다.
5 Essential element(필수 요소)가 빠진 넓은 청구항은 written description 위반으로 무효가 될 수 있다.
6 Preferred embodiment는 원칙적으로 청구항을 제한하지 않지만, 그것이 essential/material aspect이면 제한 효과가 생길 수 있다.
7 회피설계는 법률 분석뿐 아니라 기술·마케팅 판단을 포함한다.
8 비침해 가능성은 claim limitation별로 순위화해야 한다.
9 Summary judgment 가능성은 비침해 주장 강도의 좋은 실무 기준이다.
10 역균등론은 이론상 가능하지만 판례가 극히 적고 적용이 드물어 반드시 최후 수단으로만 활용한다.
11 최종 산출물은 고객이 경영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비침해 의견서다.
12 문언침해를 피해도 균등론 위험은 반드시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판례별 핵심 요약

판례 핵심 법리
Athletic Alternatives v. Prince Mfg. 해석 도구로 해결되지 않는 모호성 → §112 공시 정책 → 좁은 해석
Ethicon 청구항은 명확하게 공시된 범위까지만 넓게 해석된다
Digital Biometrics "array"도 명세서상 메모리 저장 2차원 이미지 구조로 제한 가능
Laitram v. Morehouse "driving surfaces"를 명세서의 평면 구조로 제한
Gentry Gallery Essential element가 빠진 넓은 청구항 → written description 위반 → 무효
ATD v. Lydall Material aspect인 point contact embossments → 청구항 용어를 제한
Graver Tank 역균등론의 판례적 원형
SRI International Federal Circuit이 역균등론의 법리적 유효성을 명시적 인정
Texas Instruments 명세서 개시보다 넓은 청구항 → 원래 의도된 범위로 해석 가능

시리즈 전체 마무리: 회피설계 16단계 절차도

지금까지 이 시리즈에서 다룬 문언침해 회피설계의 전체 16단계 절차를 한 번에 조망하면 다음과 같다.

단계 핵심 작업 분류
1~3 용어의 객관적 의미 확정 및 모호성 공략 청구항 해석 (1단계)
4~9 명세서·출원경과를 통한 권리범위 축소 내재적 증거 활용 (2단계)
10~11 §112 정책·written description·essential element 법리 적용 외부 법리 활용 (3단계)
12~14 기술·마케팅 협업, 성공 가능성 순위화, 고객 권고 실무 부서 협업 (4단계)
15 역균등론에 기반한 비침해 이론 공식화 최후 방어 논리 (5단계)
16 비침해 의견서 작성 최종 산출물

문언침해 분석은 어렵다. 청구항 해석은 사실심과 항소심이 다르게 판단할 수 있고, 균등론과 역균등론이 교차하며, 명세서와 청구항 사이의 범위 불일치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러나 체계적인 Federal Circuit 청구항 해석 법리를 이용하면, 많은 특허에 대해 문언침해를 높은 확신으로 회피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교재의 결론이다.

결국 최고의 회피설계는 한 가지 천재적 아이디어가 아니다. 단계별로 누적된 법적 분석과 기술적 판단, 그리고 의뢰인과의 긴밀한 협업이 만들어 낸 체계적 종합 작업이다. 그리고 그 모든 노력의 끝에는 반드시 비침해 의견서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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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회피설계 강좌] 제6장 문언침해 회피를 위한 네번째 단계― 실무 부서와의 협업 및 제품의 실질적 변경

제6장 문언침해 회피를 위한 네번째 단계 — 실무 부서와의 협업 및 제품의 실질적 변경

제6장 문언침해 회피를 위한 네번째 단계
— 실무 부서와의 협업 및 제품의 실질적 변경

들어가며: 법률 분석만으로는 부족하다

앞선 글들에서는 회피설계(design around)의 개념과 일반 방법론을 살펴보고, 문언침해(literal infringement)의 성립 법리와 이를 회피하기 위한 단계적 접근을 설명하였다. 구체적으로는 첫 번째 단계로 용어의 객관적 의미 확정 및 모호성 공략, 두 번째 단계로 명세서와 출원경과(내재적 증거, intrinsic evidence)를 통한 권리범위 축소, 세 번째 단계로 외부 증거 및 특허 법리(§112 정책, written description, essential element, material aspect 등)를 활용한 한정을 다루었다.

이제 네 번째이자 실전의 핵심에 해당하는 단계로 나아간다. 바로 실무 부서와의 협업, 그리고 제품의 실질적 변경(substantial modification of the product)이다. 이 단계는 순수한 법률 분석을 넘어, 기술·마케팅·경영 판단을 통합하는 작업이다. 미국 특허 실무 교재는 이를 12단계, 13단계, 14단계로 구분하여 제시하고 있다.

"회피설계는 법률가/특허팀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다(Design around is not a task for lawyers alone)."

이 명제는 단순한 수사(修辭)가 아니다. 법적으로 안전한 설계가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 제품이라면 아무 의미가 없고, 반대로 시장성이 있어도 침해 위험을 제거하지 못하면 회피설계는 실패한다. 세 개 부서의 시각이 동시에 필요한 이유다.


제12단계: 기술·마케팅 담당자와 협업하여 변경·제거 가능한 구성요소 식별

Step 12

실무 교재는 청구항 해석과 무효 가능성 검토를 마친 뒤, 고객(client)의 기술 담당자 및 마케팅 담당자와 반드시 직접 만나 제품에서 변경하거나 제거할 수 있는 구성요소를 식별하라고 권고한다. 이 회의의 목적은 단 하나다. 가능한 한 많은 청구항 제한 요소(claim limitations)를 회피할 수 있도록, 제품 내 조정 가능한 부분을 최대한 많이 도출하는 것이다.

왜 법률팀/특허팀 단독으로는 안 되는가

법률가/변리사는 특허청구항의 각 한정사항(limitation)이 고객 제품의 어느 구성요소에 대응되는지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구성요소를 실제로 바꿀 수 있는지, 바꾸면 성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제조 공정은 가능한지, 시장에서 수용될 수 있는지는 법률가의 판단 영역 밖이다.

엔지니어는 "기술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것(what can be changed)"을 안다. 마케팅 담당자는 "바꿔도 팔릴 수 있는 것(what will still sell)"을 판단한다. 이 두 판단이 교차하는 영역에서만 실질적인 회피설계 옵션이 탄생한다.

부서별 확인 사항

담당 부서 주요 확인 내용
기술팀 대체 구조의 존재, 제조 가능성, 성능에 대한 영향, 개발 일정
마케팅팀 고객 선호도, 핵심 판매 포인트,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대한 영향
특허법무팀(IP) 변경안이 청구항 한정사항을 실제로 회피하는지 여부, 균등론(doctrine of equivalents) 위험
경영진 변경에 따른 비용, 출시 일정 리스크, 경쟁사 대응

실무 포인트: 회의 전에 특허 청구항의 각 한정사항을 구성요소별로 도표화하여 참석자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단순히 "이 특허가 문제입니다"라고 설명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각 구성요소가 어느 한정사항에 대응하는지를 Claim Chart(청구항 대비표) 형태로 시각화하면 기술팀·마케팅팀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이끌어 내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ATD v. Lydall이 주는 실무 교훈

자동차 하부용 단열 패드 사건인 ATD v. Lydall은 이 단계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해당 특허의 청구항은 금속 포일(foil) 층 사이의 에어 갭(air gap)을 형성하는 embossments(돌기)를 핵심 구성으로 요구하고 있었다. ATD의 피고 제품은 foil 자체의 돌기 대신 니트/직조 메시(knitted/woven mesh)로 층을 분리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Federal Circuit은 이 구조적 차이를 인정하며 비침해(non-infringement) 결론을 내렸다.

이처럼 동일한 기능을 완전히 다른 구조로 수행하는 설계 변경은, 기술팀이 대안적 구조를 제안해 주어야만 법률팀이 그 비침해 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다. 협업이 없으면 이런 변경 아이디어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


제13단계: 청구항 한정사항별 비침해 성공 가능성의 순위화

Step 13

12단계에서 변경·제거 가능한 구성요소 목록이 나왔다면, 이제 법률팀의 고유한 작업이 시작된다. 바로 각 쟁점 청구항 한정사항(claim limitation in issue)별로 침해 회피 주장이 성공할 가능성을 순위화하는 것이다.

실무 교재는 이 작업이 가장 어려운 부분일 수 있다고 명시한다. 판례법(case law)과 기술 양쪽을 모두 깊이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제품과 청구항이 다르다"는 진술로는 부족하다. 그 차이가 소송에서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지, 나아가 약식판결(summary judgment)에서 승소할 수 있을 정도의 강한 논거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순위화의 두 가지 축

각 한정사항에 대한 비침해 주장은 두 가지 축에서 평가된다.

  1. 비침해 주장의 강도(strength of non-infringement argument): 해당 한정사항이 제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법원에서 얼마나 수용될 가능성이 높은가.
  2. 균등론 위험(risk of doctrine of equivalents): 문언침해(literal infringement)를 피하더라도, 균등론에 의해 침해가 인정될 위험이 얼마나 되는가.

이 두 축을 함께 평가해야 실질적인 회피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다. 비침해 주장이 강하더라도 균등론 위험이 높으면 완전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순위화 실무 예시

아래 표는 실제 사건들에서 도출된 순위화 사례다.

청구항 한정사항 (Claim Limitation) 제품과의 차이점 비침해 주장 강도 균등론 위험
point contact embossments
(점접촉 돌기)
제품은 mesh(메시) 구조 사용 강함 중간
array stored in memory
(메모리에 저장된 배열)
제품은 특징 벡터(feature vector)만 저장 강함 낮음~중간
control on console
(콘솔 위의 조절장치)
제품은 armrest(팔걸이)에 위치 강함 낮음
wireless transmitter
(무선 송신기)
제품은 다른 무선 방식 사용 약함~중간 높음
substantially parallel
(실질적으로 평행)
제품은 약간 기울어진 구조 약함 높음

위 사례에서 보듯, 비침해 주장이 강하면서 균등론 위험도 낮은 한정사항(예: control on console)이 최선의 회피 포인트가 된다. 반면 주장도 약하고 균등론 위험도 높은 한정사항(예: substantially parallel)에 의존하는 전략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Summary Judgment를 기준으로 삼아라

실무 교재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가능하면 약식판결(summary judgment)에서 승소할 수 있을 정도의 강한 비침해 포인트를 확보하라"는 것이다. 이 기준은 단순한 이상론이 아니라 실용적인 판단 잣대다.

Summary judgment 수준의 강도란, 사실 관계에 진정한 다툼(genuine dispute of material fact)이 없어 법적으로 비침해가 명백한 경우를 말한다. 이 기준을 충족하는 비침해 포인트가 있다면, 장기간의 침해소송으로 이어지지 않고 조기에 분쟁을 종결할 수 있다. 반대로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포인트만 있다면, 소송 리스크(litigation risk)를 분명히 고객에게 고지해야 한다.

판례 연결: Gentry Gallery 사건에서 조절장치 위치(control on console)를 청구항에서 제외한 넓은 청구항이 written description 위반으로 무효가 된 것처럼, 청구항 한정사항이 명세서의 핵심 구조와 강하게 연결된 경우일수록 그 한정사항의 결여를 주장하는 비침해 논거가 강해진다. 반면 그 한정사항이 단순히 선호 실시예(preferred embodiment)에만 언급된 수준이라면, 법원이 이를 한정으로 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제14단계: 침해 회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설계안을 고객에게 권고

Step 14

12단계와 13단계의 분석을 통합하여, 마지막으로 고객이 실제로 채택할 수 있는 최선의 회피설계 방안을 권고한다. 이 권고는 법적 분석과 기술·마케팅·경영 판단을 모두 포괄하는 종합적 조언이어야 한다.

권고의 구성 요소

실무적으로 효과적인 권고는 다음 요소를 포함해야 한다.

  1. 최우선 회피 포인트 제시: 13단계에서 순위화한 결과 중 비침해 주장이 가장 강하고 균등론 위험이 가장 낮은 한정사항의 회피를 중심으로 권고한다.
  2. 복수의 한정사항을 동시에 회피하는 설계안 우선: 하나의 구조 변경으로 여러 claim limitation을 동시에 충족하지 않는 설계를 달성할 수 있다면, 그 방안이 더 강력한 보호를 제공한다.
  3. 균등론 위험에 대한 명시적 경고: 문언침해를 피하는 것과 균등론(doctrine of equivalents)에 의한 침해를 피하는 것은 별개다. 이 점을 혼동하지 않도록 고객에게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4. 위험 등급 부여: 최종 권고에는 "높음(High) / 중간(Medium) / 낮음(Low)"의 잔존 리스크 등급이 수반되어야 한다.
  5. 추가 조치 사항 명기: 라이선스 협상, 추가 선행기술 조사, 설계 변경 이후의 후속 FTO(Freedom to Operate) 검토 필요성 등을 포함한다.

권고 유형의 스펙트럼

회피설계 권고는 단일한 형태가 아니라, 분석 결과에 따라 다음과 같은 스펙트럼 위에 위치한다.

상황 권고 방향
summary judgment 수준의 강한 비침해 포인트 확보 해당 설계 변경안 채택 후 출시 권고 (출시 전 재검토 조건부)
비침해 주장은 가능하나 균등론 위험이 중간 수준 설계 변경 채택 + 균등론 방어 논거 별도 준비 권고
복수의 약한 포인트만 존재 설계 변경의 조합(combination design around) 또는 라이선스 협상 권고
문언침해 회피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경우 역균등론(reverse doctrine of equivalents) 최후 수단 검토 후 라이선스 또는 특허 무효화 전략 권고

비침해 의견서(Non-Infringement Opinion)와의 연계

14단계의 권고는 최종적으로 비침해 의견서(non-infringement opinion letter)로 구체화된다. 이 의견서는 단순한 "침해 아님" 선언이 아니라, 아래의 구조적 요소를 갖춘 법적 문서여야 한다.

  • 대상 특허(특허번호, 청구항, 우선일, 존속기간)
  • 고객 제품의 구조, 작동 방식, 도면, 사양
  • 쟁점 용어별 청구항 해석(claim construction)
  • 청구항 대비표(Claim Chart): 각 한정사항별 대응 여부
  • 결여 요소(missing limitation): 제품에 존재하지 않는 한정사항
  • 문언침해 부재(no literal infringement) 결론
  • 균등론 검토: function-way-result 테스트, insubstantial differences 분석
  • 보조 방어: 심사경과 제한, §112 정책, written description, 역균등론
  • 위험 평가(높음/중간/낮음)
  • 최종 권고: 출시, 설계 변경, 라이선스 협상, 추가 조사

"고객이 법률적 결론이 아닌 경영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의견서는 법적 분석과 실무적 권고를 모두 포함해야 한다."


12~14단계의 통합: 핵심 원칙의 정리

12단계, 13단계, 14단계는 순차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실무 프로세스다. 이를 관통하는 핵심 원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법률 분석이 끝난 후에는 반드시 기술·마케팅 담당자와 직접 회의하여 변경 가능한 구성요소를 도출해야 한다. 법률가 혼자 할 수 없는 단계다.
  2. 각 청구항 한정사항에 대한 비침해 주장의 성공 가능성은 동일하지 않다. 강도와 균등론 위험을 기준으로 반드시 순위화해야 한다.
  3. 비침해 주장의 최소 기준은 summary judgment에서 승소할 수 있는 강도다. 이 기준에 미달하는 포인트에만 의존하는 것은 과도한 리스크를 수반한다.
  4. 문언침해 회피가 균등론 위험을 자동으로 제거하지 않는다. 이 두 가지는 항상 별도로 검토·설명해야 한다.
  5. 최종 권고는 단일 최적안을 제시하되, 복수의 대안과 각각의 잔존 리스크를 함께 제공하는 것이 고객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한다.

핵심 명제 요약:

① 회피설계는 법률 분석뿐 아니라 기술·마케팅 판단을 포함한다.

② 비침해 가능성은 claim limitation별로 순위화해야 한다.

③ Summary judgment 가능성은 좋은 실무 기준이다.

④ 역균등론은 이론상 가능하지만, 판례가 매우 적고 적용이 드물어 최후 수단으로만 활용한다.

⑤ 최종 산출물은 고객이 경영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비침해 의견서다.


결론: 회피설계는 법률·기술·경영의 교차점에서 완성된다

문언침해 회피를 위한 네 번째 단계는, 앞선 세 단계(용어 해석·내재적 증거 활용·외부 법리 적용)가 순수한 법률 작업이었던 것과 달리, 조직 내 여러 부서와의 협업과 경영 판단이 결합되어야 비로소 완성된다.

특허 회피설계는 결코 특허권자의 독점을 단순히 회피하는 편법이 아니다. 이는 특허제도의 본질적인 기능 중 하나다. 특허청구항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그 경계 밖에서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도록 시장을 열어 두는 것이 특허 제도의 목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 경계선을 체계적으로 탐색하고, 의뢰인이 그 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바로 이 단계의 역할이다.

다음 글에서는 모든 회피 수단이 실패했을 경우 최후 수단으로 검토하는 역균등론(reverse doctrine of equivalents)과, 분석의 최종 산출물인 비침해 의견서(non-infringement opinion) 작성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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