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등침해 회피설계 I
균등론(Doctrine of Equivalents) 소개 및 판례법리 개관
이 강좌를 시작하며
앞서 진행한 강좌에서는 문언침해(literal infringement)를 회피하기 위한 방법론을 다루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침해의 또 다른 측면인 균등침해(infringement under the doctrine of equivalents)를 회피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나아갑니다.
이 강좌는 균등침해 관련 판례법리를 선례를 통해 충실히 분석하고, 그 이해를 통해 균등침해 회피 방법론을 자연스럽게 체득하도록 설계하였습니다. 참고한 교재는 Patrick G. Burns et al., Designing Around Valid U.S. Patents (Patent Resources Group, Inc. 2005)입니다. 교재를 스터디하면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담아 이해하기 쉽게 재구성하였습니다.
균등침해 회피 강좌는 총 8편으로 나누어 진행합니다. 이번 편에서는 균등침해가 무엇인지, 그리고 미국 판례법상 균등론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개괄적으로 살펴봅니다.
왜 문언침해 회피만으로는 부족한가
설계회피(design around)를 할 때, 특허청구항의 문언을 피하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청구항에 기재된 특정 구성요소를 다른 재료, 다른 위치, 다른 결합 방식, 다른 작동 구조로 바꾸면 문언상 일치하지 않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특허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성공적인 설계회피는 문언침해를 피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균등론(doctrine of equivalents)에 따른 침해 판단도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좋은 설계회피란 청구항 문언만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균등론상으로도 실질적 차이를 확보하는 것이다."
발명자가 "나사"라고 청구항에 기재했는데, 경쟁자가 "볼트"나 "핀"으로 바꾸어 실질적으로 같은 작용효과를 얻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문언침해는 부정되더라도, 법원은 발명의 실질적 내용을 가져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다루는 법리가 바로 균등론입니다.
따라서 특허 비침해 의견서(non-infringement opinion)를 작성할 때, "청구항의 A 구성요소가 우리 제품에는 없다"는 분석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반드시 "그 A 구성요소와 동일하거나 균등한 구성요소도 없는가?"까지 검토해야 합니다.
47년의 판례 흐름 — Graver Tank에서 Warner-Jenkinson까지
균등론의 현재 상태를 이해하려면 그 역사적 발전을 알아야 합니다. 균등론은 고정된 공식이 아닙니다. 한때 특허권자를 강하게 보호하는 방향으로 작동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청구항의 고지 기능과 경쟁자의 예측 가능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제한되어 왔습니다.
이 강좌는 1950년 연방대법원의 Graver Tank & Mfg. Co. v. Linde Air Products Co., 339 U.S. 605 (1950)에서 시작하여, 1997년 Warner-Jenkinson Co. v. Hilton Davis Chemical Co., 520 U.S. 17 (1997)에 이르는 약 47년간의 판례 흐름을 추적합니다.
| 판례 | 연도 | 균등론상 의의 |
|---|---|---|
| Graver Tank | 1950 | 균등론의 정책적 정당성 확립. function-way-result 테스트 제시. 특허권자 보호 강조. |
| 초기 Federal Circuit | 1980년대 초 | 청구항 전체 대 피고 장치 전체 비교 유지. Graver Tank 기조 계승. |
| Pennwalt | 1987 | 구성요소별 균등성 분석(element-by-element approach)으로 전환. 균등론 제한 시작. |
| Hilton Davis | 1995 | en banc 법원이 균등론의 성격을 재정리. 사실 문제 vs 법률 문제 논쟁. |
| Warner-Jenkinson | 1997 | 균등론 존속 확인, 구성요소별 적용 및 출원경과 금반언을 문턱 문제로 재정리. |
이 흐름에서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쪽에는 특허권자 보호의 논리가 있습니다. 사소한 변경으로 발명을 모방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다른 한쪽에는 경쟁자와 공중의 예측 가능성이 있습니다. 청구항을 읽고 권리범위를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Federal Circuit의 판례 역사는 이 두 가치 사이에서 균형점을 조정해 온 역사입니다.
Federal Circuit의 4가지 핵심 변화
이 강좌에서 검토할 판례들은 Federal Circuit의 균등론에 대한 관점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리고 균등침해 인정에서 멀어지는 경향(trend away from finding infringement)을 어떻게 형성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 핵심 변화는 네 가지입니다.
① 전체 대 전체 비교 → 구성요소별 접근
전통적으로 법원은 피고 제품 전체와 청구항 전체를 비교하며 "전체적으로 보아 실질적으로 같은가?"를 물었습니다. Federal Circuit은 이 접근을 버리고, 청구항의 각 구성요소마다 동일하거나 균등한 대응요소가 피고 제품에 존재하는지를 개별적으로 검토하는 구성요소별 접근(element-by-element approach)을 채택하였습니다.
예컨대 특허발명이 A+B+C+D의 조합인데 피고 제품이 A+B+C+E라면, 전체적으로는 상당히 유사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D에 대응하는 E가 균등물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균등침해는 부정됩니다. 이 접근은 경쟁자에게 청구항 구성요소 중 어느 부분을 실질적으로 다르게 만들면 되는지 분석할 수 있게 합니다.
② 기능·방식·결과 → 구조 중심 분석
Graver Tank식 균등론은 흔히 function-way-result 테스트(기능·방식·결과 테스트)로 설명됩니다. 피고 제품이 실질적으로 같은 기능을, 같은 방식으로 수행하여, 같은 결과를 얻는지를 봅니다.
Federal Circuit의 제한적 접근은 이 테스트에서 특히 "way"(방식)와 "structure"(구조)에 무게를 둡니다. 같은 기능을 하고 같은 결과를 내더라도, 그 작동 방식이나 구조가 다르면 균등침해를 부정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스프링의 탄성력으로 부품을 밀어 올리는 장치"를 "공압 실린더의 압력으로 밀어 올리는 장치"로 대체한 경우, 기능과 결과는 같아도 방식과 구조의 차이가 균등성 부정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③ 특허권자 보호 → 청구항 고지 기능(notice function) 중시
특허청구항은 특허권자와 특허청 사이의 문서가 아닙니다. 경쟁자, 투자자, 연구자, 제조업체가 특허권의 경계를 파악하기 위해 읽는 공적 문서입니다. Federal Circuit이 청구항의 고지 기능(notice function of claims)을 중시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경쟁자가 청구항을 보고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권리범위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의미입니다.
이 변화는 설계회피를 정당화합니다. 청구항을 읽고 그 범위를 피해 새로운 구조를 만든 경쟁자를 쉽게 균등침해자로 보지 않겠다는 방향이기 때문입니다.
④ 청구항에서 특정적으로 제외된 대상에 대한 균등론 적용 금지
균등론은 청구항 문언을 보완하는 법리이지만, 청구항이 명시적으로 또는 구조적으로 제외한 것을 다시 끌어들일 수는 없습니다. 피고 제품이 청구항 범위에서 특정적으로 제외(specifically excluded)된 경우에는 균등론 적용이 금지됩니다.
예컨대 청구항이 "비전도성 플라스틱 하우징"을 요구할 때, "전도성 금속 하우징"을 사용한 피고 제품에 대해 "절연 효과가 있으므로 균등하다"는 주장은 제한될 수 있습니다. 청구항이 선택한 표현이 보호범위의 경계를 형성하며, 균등론은 그 경계와 정면으로 모순될 수 없습니다.
설계회피는 왜 더 성공적이 되었는가
설계회피 자체는 새로운 행위가 아닙니다. 그러나 균등침해에 관한 Federal Circuit의 새로운 접근 방식은 새롭습니다. 위에서 제시한 네 가지 변화가 결합되면서, 설계회피는 단순한 단어 바꾸기를 넘어 법적으로 유효한 전략이 되었습니다.
- 청구항을 구성요소별로 분해한다.
- 피고 제품이 각 구성요소를 문언상 충족하는지 확인한다.
- 문언상 충족하지 않는 요소에 대해 균등물이 있는지 검토한다.
- 기능·방식·결과 중 특히 "방식"과 "구조"의 차이를 강조할 수 있는지 검토한다.
- 청구항의 고지 기능상 경쟁자가 합리적으로 회피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지 판단한다.
- 해당 대체 구성이 청구항에서 특정적으로 제외된 것인지 확인한다.
- 선행기술과 출원경과 금반언(prosecution history estoppel)까지 검토한다.
이러한 새로운 접근은 설계회피를 장려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더 성공적인 설계회피 결과를 낳았습니다. 특허제도는 독점권을 부여하는 대신 기술을 공개하여 후속 혁신을 촉진합니다. 합법적 설계회피는 그 후속 혁신의 일부이며, Federal Circuit의 새로운 접근은 이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합니다.
설계회피의 핵심은 "다르게 보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청구항의 특정 구성요소와 균등하지 않을 만큼 기술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
관련 해설 영상
다음 편 예고
다음 편에서는 이 장의 출발점인 Graver Tank 판결(1950)을 깊이 들여다봅니다. 이 판결이 왜 미국 균등론의 기념비적 출발점으로 취급되는지, 그리고 판결 안에 이미 특허권자 보호와 청구항 고지 기능 사이의 긴장이 어떻게 내재해 있는지를 정책론, 적용 기준, 사실관계, 반대논리의 순서로 분석합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