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문언침해 법리의 이해와 회피설계 방법론 소개
— 미국 특허 Literal Infringement 판례 분석
이 시리즈는 기업 특허 실무자와 변리사·변호사를 대상으로, 미국 특허 회피설계(designing around)를 체계적으로 수행하는 방법을 다룹니다. 참고 교재는 Patrick G. Burns et al., Designing Around Valid U.S. Patents (Patent Resources Group, Inc. 2005)이며, 교재를 바탕으로 실무 경험과 판례 분석을 더해 재구성하였습니다.
지난 제1장에서 회피설계의 개념과 12단계 절차, 9가지 핵심 법리를 개관하였습니다. 이번 제2장에서는 그 중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관문인 문언침해(literal infringement)의 성립 법리를 판례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앞으로 심층적으로 다루게 될 문언침해 회피설계 방법론(cookbook procedure)을 예고합니다.
교재 원문이 다루는 범위는 Chapter 1, Section I(Introduction), Section II(Literal Infringement Generally), Section III(Claim Construction Under Markman) 앞부분입니다. 이 세 섹션은 문언침해 분석의 기초 공식부터 청구항 해석 원칙까지, 회피설계 실무의 법리적 뼈대를 구성합니다.
1. 왜 문언침해가 회피설계의 첫 관문인가
회피설계가 실패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균등론(doctrine of equivalents)을 극복하지 못해서가 아닙니다. 교재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실패의 원인은 문언침해 단계에 있습니다.
일부 실무자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균등론만 피하면 되겠지. 기능이나 방식을 조금 다르게 하면 균등론 주장이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나 이 접근법은 순서가 잘못되었습니다. 문언침해가 인정되는 순간, 균등론과 출원경과 금반언(prosecution history estoppel)에 관한 방어 전략은 모두 실효성을 잃습니다.
회피설계의 첫 번째 질문은 "균등물인가?"가 아니라 "청구항 문언을 충족하는가?"이다. 문언침해가 성립되면 다른 방어 전략은 무력화된다.
교재는 이 점을 다음과 같이 표현합니다. "not all design around efforts have been successful. One of the problems with some design around efforts is that occasionally the accused device is found to be a literal infringement of the patent. In those instances, all consideration of the doctrine of equivalents, prosecution history estoppel, and other aspects of a usual designing around project turns out to have been wasted effort. Claim construction is the overriding concern in these cases."
즉, 문언침해를 먼저 확실히 피한 이후에 균등론 분석으로 넘어가는 것이 올바른 순서입니다. 이것이 이번 장이 문언침해 법리에 집중하는 이유입니다.
2. 문언침해 성립의 기본 공식 — 모든 구성요소 원칙
문언침해의 핵심 공식은 단순하지만 강력합니다.
청구항의 모든 구성요소(every limitation)가 피고 제품 또는 공정에 존재해야 문언침해가 성립한다. 하나라도 빠지면 성립하지 않는다.
이를 All-Elements Rule 또는 All-Limitations Rule이라고 합니다. 아래 표는 이 원칙의 적용을 정리합니다.
| 청구항 | 피고 제품 | 문언침해 가능성 |
|---|---|---|
| A+B+C | A+B+C | 성립 가능 |
| A+B+C | A+B+C+D | 성립 가능 — 추가 요소 D는 침해를 부정하지 않음 |
| A+B+C | A+B | 부정 — C 결여 |
| A+B+C | A+B+X | 문언침해 부정 가능, 그러나 균등론 별도 검토 필요 |
이 원칙이 회피설계에서 갖는 실무적 함의는 명확합니다. 무언가를 더 붙이는 것이 아니라, 청구항의 필수 limitation 중 적어도 하나를 확실히 제거하거나 청구항 문언 밖으로 대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3. Amstar 원칙: 문언침해 판단의 6가지 일반 원칙
Amstar Corp. v. Envirotech Corp., 730 F.2d 1476 (Fed. Cir. 1984)는 문언침해 판단의 일반 원칙을 가장 명확하게 정리한 판례입니다. 교재는 이 사건에서 정리된 6가지 원칙을 회피설계 실무의 기초로 제시합니다.
| # | 원칙 | 실무적 의미 |
|---|---|---|
| 1 | 침해가 주장된 청구항(asserted claims)을 침해 혐의 제품 또는 공정과 비교해야 한다. | 비교의 기준은 항상 "청구항"이다. |
| 2 | 침해는 특허의 부품·명세서 설명과 피고 제품을 비교해서 판단하지 않는다. | 명세서 실시예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비침해가 되지 않는다. |
| 3 | 침해는 당사자의 상업제품끼리 비교해서 판단하지 않는다. | 특허권자 제품과 피고 제품의 차이는 결정적이지 않다. |
| 4 | 소 제기 전에 제조·판매·사용된 피고 제품을 청구항과 비교해야 한다. 소송 후 제품 변경은 최초 비교 필요성을 제거하지 않는다. | 사후적 설계 변경으로 소급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
| 5 | 단순히 구성요소나 기능을 추가한 것만으로는 침해를 부정할 수 없다. | 기능 추가는 회피설계 수단이 아니다. |
| 6 | 구성요소들의 조합으로 된 청구항이라고 해서 다른 청구항과 다르게 취급할 근거는 없다. | 조합 청구항도 동일하게 all-elements rule 적용. |
이 6가지 원칙 중 실무자들이 가장 자주 오해하는 것은 원칙 2와 3입니다. "우리 제품은 특허권자의 제품과 다르다"거나 "명세서 실시예와 다르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는 비침해의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비교의 기준은 언제나 해석된 청구항(interpreted claim)이지 특허권자의 상용제품이나 명세서 실시예가 아닙니다.
4. SmithKline 원칙: 직접침해의 2단계 분석
SmithKline Diagnostics, Inc. v. Helena Laboratories Corp., 859 F.2d 878 (Fed. Cir. 1988)은 직접침해(direct infringement) 분석의 절차적 구조를 명확히 정립했습니다. 이 2단계 구분은 회피설계 실무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 단계 | 내용 | 법적 성격 | 항소심 심사기준 |
|---|---|---|---|
| 1단계 | 청구항의 의미를 해석한다 (claim construction) | 법률문제 (question of law) | De novo (원칙적으로) |
| 2단계 | 해석된 청구항을 피고 제품·공정에 적용한다 | 사실문제 (question of fact) | Substantial evidence (배심원) / Clear error (판사) |
이 구별은 소송 전략과 회피설계 의견서 작성 모두에서 핵심적입니다. 침해 입증 책임은 특허권자에게 있으며, 증거의 우월(preponderance of the evidence) 기준으로 청구항의 모든 제한요소가 피고 제품에 존재한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회피설계 의견서를 작성할 때도 이 두 단계를 명확히 분리해야 합니다. 1단계 청구항 해석을 충분히 수행하지 않은 채 2단계 제품 대비로 넘어가는 것은 실무상 가장 흔한 오류입니다.
한 가지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교재는 2005년 자료로서 Cybor 판례에 따른 전면적 de novo 심사론을 전제합니다. 그러나 현재는 Teva Pharmaceuticals v. Sandoz (2015) 이후, 지방법원이 외부증거(extrinsic evidence)에 기초하여 해결한 하위 사실인정은 항소심에서 명백한 오류(clear error) 기준으로 심사됩니다. 교재의 설명은 이 점을 감안하여 읽어야 합니다.
5. Wahpeton 원칙 ① — 열등한 침해품도 침해다
Wahpeton Canvas Co. v. Frontier Inc., 870 F.2d 1546 (Fed. Cir. 1989)의 각주 2는 회피설계 실무에서 두 번째로 자주 오해되는 착각을 명확히 바로잡습니다.
"Inferior infringement is still infringement." — 성능이 낮거나 품질이 조악한 제품도, 청구항의 모든 구성요소를 충족한다면 문언침해가 성립한다.
현장에서 이런 말을 자주 듣습니다. "우리 제품은 특허권자 제품보다 훨씬 싸고 성능도 낮다. 침해 걱정은 없겠지." 그러나 특허침해 분석에서 성능의 우열은 본질적 기준이 아닙니다.
단, 중요한 예외가 있습니다. 청구항 자체가 특정 성능 수준을 limitation으로 포함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99.9% 이상의 입자를 제거하는 필터"라는 청구항에서 피고 제품이 80%의 제거율만 달성한다면, 그 성능 미달이 곧 limitation 결여가 됩니다. 성능 차이가 침해 방어 수단이 되려면, 그 성능이 청구항의 limitation으로 명시되어 있어야 합니다.
6. Wahpeton 원칙 ② — 독립항·종속항의 침해 관계
같은 판례의 각주 9는 회피설계에서 어떤 청구항을 우선 분석해야 하는지에 관한 핵심 원칙을 제공합니다.
One may infringe an independent claim and not infringe a claim dependent on that claim. The reverse is not true. One who does not infringe an independent claim cannot infringe a claim dependent on (and thus containing all the limitations of) that claim.
번역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독립항(independent claim)을 침해하면서도 그 독립항에 종속된 종속항(dependent claim)은 침해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역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독립항을 침해하지 않는 사람은, 그 독립항에 종속된 종속항도 침해하지 않습니다.
아래 예로 구체적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 청구항 | 구성 | 피고 제품 (A+B, C 결여) |
|---|---|---|
| 청구항 1 (독립항) | A+B+C | 문언침해 없음 |
| 청구항 2 (종속항) | 청구항 1 + D | 문언침해 없음 |
| 청구항 3 (종속항) | 청구항 1 + E | 문언침해 없음 |
이 원칙은 회피설계의 분석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직결됩니다. 가장 넓은 독립항을 확실히 피하면, 그 독립항에 종속된 청구항들도 일반적으로 함께 피할 수 있습니다.
7. Wilson Sporting Goods의 예외와 Becton Dickinson의 확인
Wilson Sporting Goods Co. v. David Geoffrey & Assoc., 904 F.2d 677 (Fed. Cir. 1990)에서 Rich 판사는 Wahpeton 원칙이 "일반적으로 옳지만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특히 균등론(DOE) 분석에서 유효성(validity) 요소 때문에 종속항의 균등범위가 독립항의 균등범위와 달라질 수 있다는 논의가 전개됩니다.
그러나 문언침해 분석에 한해서는, Becton Dickinson & Co. v. C.R. Bard, Inc., 922 F.2d 792 (Fed. Cir. 1990)이 Wahpeton 원칙을 명확히 재확인했습니다. 즉, 회피설계 실무에서 문언침해를 다룰 때는 Wahpeton 원칙을 기본 법리로 적용해도 무방합니다.
문언침해: 독립항을 침해하지 않으면 그 종속항도 침해하지 않는다 (Wahpeton / Becton Dickinson — 확고한 법리).
균등론: 유효성 요소 때문에 독립항과 종속항의 균등범위가 다를 수 있다 (Wilson Sporting Goods — 균등론에서만 적용되는 예외).
8. 회피설계의 집중 대상: 가장 넓은 독립항
교재는 다음과 같이 실무적 결론을 내립니다.
"It is probably safe in 'designing around' literal infringement to concentrate on the broadest independent claim. If the patentee fails to establish that the broadest independent claim is infringed, there is no infringement."
즉, 문언침해 회피설계에서는 가장 넓은 독립항(broadest independent claim)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안전합니다. 가장 넓은 독립항을 확실히 피하면 그 종속항들도 따라서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특허에는 복수의 독립항군이 공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청구항 유형 | 예시 | 회피설계 시 주의점 |
|---|---|---|
| 장치 독립항 (apparatus claim) | 청구항 1: A+B+C를 포함하는 장치 | 제품 구조를 기준으로 분석 |
| 방법 독립항 (method claim) | 청구항 10: A를 수신하고, B를 처리하고, C를 출력하는 방법 | 사용자의 사용 행위가 방법항을 충족할 수 있음 |
| 시스템 독립항 (system claim) | 청구항 20: 서버 X + 단말 Y + DB Z로 구성된 시스템 | 클라우드·네트워크 구조 전체를 분석해야 함 |
장치 독립항을 피하더라도 방법 독립항, 시스템 독립항이 남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올바른 실무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각 청구항 유형(장치·방법·시스템·CRM)별로 가장 넓은 독립항을 각각 식별하고, 각각 별도로 분석하라.
9. 청구항 해석: 회피설계 성패의 분수령
문언침해 분석의 1단계는 청구항 해석(claim construction)입니다. 청구항 해석이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피고 제품이 문언 범위 안에 들어오기도 하고, 밖으로 나가기도 합니다. 회피설계의 성패는 결국 법원이 채택할 가능성이 높은 청구항 해석을 사전에 얼마나 정확히 예측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9-1. 객관적 기준: 통상의 기술자(POSITA)
Markman 판결을 인용하면서 교재는 청구항 해석의 기준을 명확히 합니다.
"The focus is on the objective test of what one of ordinary skill in the art at the time of the invention would have understood the term to mean."
즉, 청구항 해석은 발명자의 주관적 의도가 아니라, 발명 당시 해당 기술분야의 통상의 기술자(POSITA: Person of Ordinary Skill in the Art)가 그 용어를 어떻게 이해했는가라는 객관적 기준에 따릅니다. 발명자가 나중에 "나는 이 단어를 좁게 쓰려고 했다"고 주장하더라도, 출원경과에 객관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은 한 거의 증명력이 없습니다.
이 원칙은 회피설계에서 매우 중요한 함의를 가집니다. 특허권자의 내심 의도를 추측할 수 없는 경쟁사 입장에서, 권리범위는 공개된 특허문서를 통해 예측 가능해야 합니다. 따라서 회피설계도 특허권자의 의도가 아니라 공개 문서를 통상의 기술자 관점에서 읽는 작업입니다.
9-2. 청구항 해석의 출발점: 청구항 문언 자체
청구항 해석에서 가장 먼저 보아야 하는 자료는 청구항 문언 자체입니다. 침해가 주장된 청구항(asserted claims)뿐 아니라 같은 특허 안의 다른 청구항(non-asserted claims)도 해석의 단서를 제공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청구항 차별화 원칙(claim differentiation)이 중요합니다. 서로 다른 청구항은 서로 다른 범위를 갖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예를 들어 독립항에는 "fastener"라고 되어 있고 종속항에는 "wherein the fastener is a screw"라고 되어 있다면, 독립항의 "fastener"는 나사(screw)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가능해집니다.
9-3. 법원의 한계: 청구항을 새로 쓸 수 없다
교재는 중요한 원칙을 제시합니다. "Courts can neither broaden nor narrow the claims to give the patentee something different than what he has set forth."
법원은 청구항의 의미를 확정할 수 있지만, 특허권자에게 청구하지 않은 권리를 새로 부여할 수 없고, 반대로 임의로 청구항을 좁힐 수도 없습니다. 이 원칙은 회피설계자에게 중요한 무기이기도 합니다. 특허권자가 소송에서 주장하는 과도하게 넓은 해석은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9-4. 통상적 의미 vs. 명세서의 특별 정의
청구항 용어는 원칙적으로 해당 기술분야에서 통상적이고 관습적인 의미(ordinary and customary meaning)를 가집니다. 그러나 명세서에서 특별한 정의를 명확히 제시한 경우에는 그 정의가 우선합니다. 이를 "발명자가 자신의 사전 편찬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patentee as lexicographer 원칙이라고 합니다.
주의해야 할 것은 이 둘의 구별입니다. 명세서의 실시예를 청구항에 함부로 읽어 넣는 것은 금지됩니다. 그러나 명세서가 용어 자체를 "As used herein, 'X' means …"와 같이 명시적으로 정의한 경우에는 그 정의를 청구항 해석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
| 구분 | 내용 | 청구항 해석에 미치는 영향 |
|---|---|---|
| 통상적 의미 | 해당 기술분야에서 POSITA가 이해하는 보통 의미 | 원칙적 기준 |
| 명세서의 특별 정의 | "As used herein, X means …" 형식의 명시적 정의 | 통상적 의미를 대체할 수 있음 |
| 명세서의 실시예 | 발명의 구체적 구현 사례 | 원칙적으로 청구항에 읽어 넣기 금지 |
| 출원경과 | 심사 과정에서의 보정·의견서·인터뷰 | 용어 의미를 제한·확인하는 내재적 증거 |
10. Markman 판례: 청구항 해석을 법원의 역할로 정립
Markman v. Westview Instruments, Inc., 52 F.3d 967 (Fed. Cir. 1995)(en banc), aff'd, 517 U.S. 370 (1996)은 미국 특허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적 판례 중 하나입니다. 이 판례의 핵심 명제는 단순합니다.
청구항 해석(claim construction)은 배심원이 아니라 법원(판사)이 담당하는 법률문제다.
10-1. Markman 이전: 배심원 중심 청구항 해석의 문제
Markman 이전에는 청구항 해석이 사실상 배심원에게 맡겨졌습니다. 배심원 지침(jury instructions)에는 일반적인 법리만 포함되었고, 특정 용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안내가 없었습니다. 배심원은 대개 "침해" 또는 "비침해"라는 일반평결(general verdict)만 내렸고, 그 결론에 어떤 청구항 해석이 전제되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이 구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첫째, 항소심에서 de novo로 청구항 해석을 다시 해야 하는데, 배심원의 평결이 이미 내려진 뒤 이루어지다 보니 그 평결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해석이 기울 수 있었습니다. 둘째, 청구항 해석 이유가 기록으로 남지 않아 Federal Circuit이 일관된 청구항 해석 법리를 발전시키기 어려웠습니다.
10-2. Read v. Portec: 회피설계 실패의 교훈
교재는 Markman 이전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Read Corp. v. Portec, Inc., 970 F.2d 816 (Fed. Cir. 1992)를 제시합니다. 이 사건은 회피설계 실무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경고입니다.
문제 청구항 문구: "said short end being closed from an upper edge of said short end to the ground"
피고의 회피 설계: 장치의 short end를 지면에서 6인치(약 15cm) 띄운 설계. 피고는 "to the ground"라는 문구를 피했다고 판단하고, 균등론 방어에 집중했다.
실제 결과: 배심원은 문언침해를 인정했다. "closed … to the ground"가 지면에서 6인치 떨어진 구조까지 포함한다고 해석된 것이다. 균등론과 출원경과 금반언은 결국 문제 될 여지가 없었다.
핵심 교훈: 단어의 직관적·사전적 의미만 보고 회피설계를 하면 위험하다. 법원은 청구항 전체 맥락을 보고 해석한다.
10-3. "Completely open"과 "closed to the ground"의 대비
Federal Circuit이 문언침해 평결을 유지한 핵심 근거는 청구항 내부의 표현 비교였습니다. 같은 청구항 안에서 장치의 다른 부분은 "completely open"(완전히 열려 있는)으로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법원의 논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청구항 작성자는 필요한 경우 "completely"라는 강조 수식어를 사용할 줄 알았다.
- 그런데 "closed to the ground" 앞에는 "completely"를 붙이지 않았다.
- 따라서 "closed to the ground"가 반드시 "completely closed to the ground"(지면에 완전히 닿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 지면에서 6인치 떨어진 구조도 이 문구에 포함될 수 있다.
교재는 비판적으로 덧붙입니다. 만약 배심원이 반대로 비침해 평결을 내렸다면, 법원은 청구항 내 "near"라는 표현을 근거로 "closed"가 "near"보다 좁은 의미라는 해석을 채택했을 수 있고, 그러면 6인치 간격은 청구항 범위 밖에 놓였을 것입니다. 이처럼 동일한 청구항 문구가 배심원 평결 방향에 따라 넓게도 좁게도 해석될 수 있었다는 점이 Markman 이전 시스템의 핵심 문제였습니다.
이 사례는 회피설계자에게 다음 세 가지 교훈을 줍니다.
- 위치 표현("to," "at," "near," "adjacent to")은 안전마진을 크게 확보해야 합니다. 수 인치의 물리적 차이가 법적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청구항의 특정 용어는 같은 청구항 내 다른 표현과의 대비를 통해 해석됩니다. 고립적으로 단어 하나만 보면 안 됩니다.
- 균등론 방어 준비에 집중하다가 문언침해 분석을 소홀히 하는 것은 가장 위험한 실수입니다.
10-4. Markman이 해결하려 한 문제
Markman 판결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구항 해석을 법원의 역할로 명확히 정립했습니다. 법원이 재판 전 또는 재판 중 Markman Hearing을 통해 청구항 용어의 의미를 명시적으로 해석하고 기록으로 남기면, 당사자들은 어떤 해석을 기준으로 침해 여부가 판단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로써 회피설계자도 법원이 채택할 가능성이 높은 해석을 기준으로 설계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Markman이 예측가능성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교재 뒤의 Cybor 논의에서 보듯, 전면적 de novo 항소심 심사는 지방법원 청구항 해석이 자주 뒤집히는 새로운 문제를 낳았습니다. 이 문제는 이후 Teva 판결에서 일부 완화되었습니다. 항소심 리스크는 현재도 회피설계 의견서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입니다.
11. 앞으로 심층적으로 다루게 될 방법론 예고
지금까지 우리는 문언침해의 성립 법리를 판례 중심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이 법리를 바탕으로, 다음 단계에서는 실무에서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문언침해 회피설계 단계별 방법론(Cookbook Procedure)을 심층적으로 다룹니다.
앞으로 다루게 될 문언침해 회피설계 방법론은, '청구항의 권리범위를 최대한 좁게 해석할 수 있는 근거를 찾아 해석해 내고(1~11단계), 이를 바탕으로 실제 제품을 수정하며(12~14단계), 법적인 방어 논리를 완성하는(15~16단계)' 체계적인 설계 지침입니다. 이를 구체적인 회피설계 방법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장 먼저 특허 발행 당시에 출판된 사전, 논문 등 객관적인 외부 자료를 수집하여 청구항 내 단어들의 통상적인 의미(ordinary and customary meaning)를 확정합니다.
만약 단어의 통상적 의미가 명확하지 않거나 기술 분야에서 널리 합의된 의미가 결여되어 있다면(예: "자동화", "선명한 색상 외관"), 이 용어들은 명세서를 통해서만 의미를 파악해야 하므로 권리범위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모호한 용어일수록 회피설계의 공략 지점이 됩니다.
특허권자가 명세서나 출원 과정(포대; prosecution history)에서 특정 용어를 좁게 정의했거나 특정 목적을 강조했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발췌합니다. 일반적인 원칙과 달리 특허권자가 용어를 암시적으로라도 한정했다면, 명세서가 사전의 역할을 대신하여 청구항을 통제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넓은 의미의 단어라도 명세서 상의 발명 목적 달성을 위해 좁은 의미로 해석되어야 한다면, 이 좁은 해석을 기준으로 회피설계를 진행합니다.
명세서 해석이 끝난 후, 전문가의 증언이나 35 U.S.C. § 112(b)(명확성 요건), 청구항 차별화 원칙(Doctrine of Claim Differentiation) 등의 특허 법리를 적용하여 청구항을 좁게 해석할 수 있는 논리를 추가로 발굴합니다. 청구항을 무효화할 수 있는 필수 요소를 찾는 것도 유효한 병행 전략이 됩니다.
법리적 해석이 완료되면 기술(엔지니어) 및 마케팅 팀과 직접 논의를 거칩니다. 청구항의 제한요소(limitations) 중 변경하거나 아예 제거할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각 요소를 회피했을 때 소송에서 방어할 수 있는 성공 확률을 평가하여 순위를 매깁니다.
이를 통해 고객(혹은 자사)이 가장 안전하게 침해를 벗어날 수 있는 최적의 제품 변경 가이드라인을 제공합니다.
문언적으로 모든 요소를 피하기 어려운 최악의 상황이라면, 문언에 읽히더라도 실질적인 작동 원리나 결과가 전혀 다르다는 역균등론(Reverse Doctrine of Equivalents)을 최후의 비침해 논리로 구성합니다.
최종적으로 제품에 청구항의 제한요소가 결여되어 있거나 역균등론에 의해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공식적인 비침해 의견서(Non-infringement Opinion)를 작성함으로써 전체 회피설계 프로세스를 마무리합니다.
12. 결론: 문언침해 법리의 핵심 정리
이번 장에서 다룬 내용을 10가지로 압축합니다.
- 문언침해가 인정되면 균등론과 출원경과 금반언 방어 전략은 실익을 잃는다. 회피설계의 첫 관문은 반드시 문언침해 분석이다.
- 문언침해는 청구항의 모든 구성요소(every limitation)가 피고 제품에 존재할 때 성립한다. 하나라도 결여되면 성립하지 않는다.
- 침해 판단의 기준은 "청구항 대 피고 제품"이다. 특허권자 제품, 명세서 실시예와 피고 제품의 비교는 결정적이지 않다.
- 추가 기능을 붙여도 침해가 될 수 있다. A+B+C+D는 A+B+C를 요구하는 청구항을 침해할 수 있다.
- 열등한 침해품도 침해다. 성능 차이는 그것이 청구항의 limitation으로 명시된 경우에만 방어 수단이 된다.
- 독립항을 문언침해하지 않으면 그 종속항도 문언침해하지 않는다. 가장 넓은 독립항을 우선 분석하라.
- 각 청구항 유형(장치·방법·시스템)별로 가장 넓은 독립항을 각각 별도로 분석해야 한다.
- 청구항 해석은 통상의 기술자(POSITA)가 기준이다. 발명자의 주관적 의도나 사후 진술은 원칙적으로 청구항 범위를 결정하지 못한다.
- 위치 표현("to," "near," "adjacent to")은 직관보다 훨씬 넓게 해석될 수 있다. Read v. Portec의 6인치 실패 사례를 항상 기억하라.
- Markman은 청구항 해석을 법원의 역할로 정립했다. 회피설계 의견서는 지방법원과 항소심(Teva 이후)에서 모두 유지될 수 있는 해석을 기준으로 작성해야 한다.
다음 편부터는 이 법리를 바탕으로 실제 청구항 해석 절차와 회피설계 방법론을 단계별로 상세히 다루겠습니다.
📺 유튜브 해설 영상: 문언침해 회피설계 방법론의 소개
아래 영상에서는 본 글에서 다룬 Amstar 6원칙, SmithKline 2단계 분석, Wahpeton 판례, Read v. Portec 사례, Markman 청구항 해석 원칙을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해설합니다. 블로그와 함께 활용하시면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유튜브] 문언침해 회피설계 방법론의 소개 | YouTube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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