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리즈는 기업 특허 실무자와 변리사·변호사를 대상으로, 미국 특허 실무에서 회피설계(designing around)를 체계적으로 수행하는 방법을 다룹니다. 참고 교재는 Patrick G. Burns et al., Designing Around Valid U.S. Patents (Patent Resources Group, Inc. 2005)이며, 교재를 바탕으로 실무 경험과 판례 분석을 더해 재구성하였습니다.

이번 제1장에서는 회피설계의 개념과 방법론 일반을 소개하고, 문언침해(literal infringement)의 성립 법리와 이를 피하기 위한 실무적 접근법을 정리합니다. 이후 시리즈에서는 균등론(doctrine of equivalents), 출원경과 금반언(prosecution history estoppel), 특정 청구항 유형별 심화 분석으로 이어집니다.


1. 회피설계란 무엇인가

회피설계(designing around)는 경쟁사의 유효한 특허를 무시하거나 우회적으로 침해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공개된 특허문헌을 분석하여 청구항(claim)의 권리범위 밖에 있는 대체 제품·공정·시스템을 설계하는 합법적 경쟁 전략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오해가 있습니다. "조금만 다르게 만들면 침해가 되지 않겠지"라는 직관입니다. 그러나 교재의 핵심 메시지는 단호합니다. 회피설계의 실패는 대개 균등론(DOE) 단계가 아니라, 그보다 앞선 문언침해(literal infringement) 단계에서 발생합니다. "조금 다르게 만들었다"고 생각했지만 법원이 청구항을 넓게 해석하여 피고 제품이 여전히 청구항의 모든 요소를 충족한다고 판단하는 경우입니다.

미국 특허법상 기본 침해행위는 권한 없이 미국 내에서 특허발명을 제조(making), 사용(using), 판매 제안(offering for sale), 판매(selling)하거나 미국으로 수입(importing)하는 행위입니다. 이 직접침해(direct infringement) 구조는 35 U.S.C. § 271(a)에 근거합니다.

2. 회피설계가 중요한 이유: 실무적 위험의 본질

경쟁사 제품이 출시되면 특허권자는 침해 소송을 제기합니다. 이때 피고 입장에서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세 가지입니다. 특허가 유효한가? 우리 제품이 특허를 침해하는가? 침해한다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가?

회피설계는 두 번째 질문, 즉 침해 여부를 사전에 통제하는 전략입니다. 소송이 시작된 뒤에 제품 설계를 바꾸는 것은 비용·시간·시장 손실 측면에서 매우 비효율적입니다. 따라서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경쟁사 특허를 분석하고, 청구항 밖으로 설계를 유도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미국 법원, 특히 Federal Circuit은 청구항 해석에 있어 종종 직관보다 훨씬 넓은 해석을 채택합니다. 단어 하나의 의미 차이가 수십억 원의 손해배상과 직결됩니다. 이것이 회피설계를 법적·기술적으로 엄밀하게 수행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3. 회피설계의 전체 절차: 12단계

회피설계는 감이나 경험에만 의존하지 않습니다. 아래 12단계 절차를 체계적으로 밟아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순서를 지키는 것입니다. 제품을 먼저 바꾼 뒤 그에 맞춰 청구항을 해석하지 말고, 청구항을 먼저 공정하게 해석한 뒤 그 해석된 범위 밖으로 제품을 설계해야 합니다.

단계 절차 핵심 질문 주요 산출물
1위험 특허 식별어떤 특허가 제품 출시를 막을 수 있는가?FTO 특허 목록
2청구항군 구조 파악독립항·종속항·장치항·방법항·시스템항은 어떻게 구성되는가?Claim dependency chart
3가장 넓은 독립항 선별우선 피해야 할 청구항은 무엇인가?Broadest claim map
4청구항 해석각 용어는 통상의 기술자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Claim construction chart
5구성요소 분해청구항의 각 limitation은 무엇인가?Element-by-element chart
6제품·공정 대비우리 설계에 각 limitation이 존재하는가?Infringement chart
7문언침해 회피안 도출어떤 요소를 제거·대체·변경해야 하는가?Design-around proposal
8변경 후 재대비변경 설계가 정말 청구항 밖에 있는가?Revised non-infringement chart
9균등론 검토빠진 요소가 균등물로 주장될 수 있는가?DOE risk memo
10출원경과·금반언 검토특허권자가 포기한 범위가 있는가?Prosecution history memo
11항소심 리스크 평가Markman/Cybor/Teva 관점에서 해석이 바뀔 위험은?Litigation risk memo
12사업 판단법적 위험, 기술 성능, 비용, 시장성을 종합하면 출시 가능한가?FTO opinion / Decision memo

4. 문언침해 성립 법리 — 9가지 핵심 원칙

문언침해를 피하기 위한 회피설계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먼저 문언침해가 어떻게 성립하는지 그 법리를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아래 9가지 원칙은 교재가 판례를 통해 정리한 핵심입니다.

법리 1: 침해 판단은 "제품 대 제품" 비교가 아니다 — Amstar 원칙

문언침해 분석의 첫 번째이자 가장 많이 오해되는 원칙입니다.

특허권자의 제품과 피고 제품을 비교하지 않는다. 해석된 청구항(claim)과 피고 제품을 비교한다.

교재가 Amstar 원칙으로 정리한 이 내용은 회피설계에서 매우 중요한 실무적 함의를 가집니다. 침해 판단은 특허권자의 상용제품, 명세서의 특정 실시예, 도면의 예시와 피고 제품을 비교하는 작업이 아닙니다. 오직 해석된 청구항과 피고 제품 또는 공정의 비교입니다.

예를 들어 특허권자의 실제 제품이 A+B+C+D를 포함하더라도, 청구항이 A+B+C만 요구한다면 피고 제품이 A+B+C를 포함하는 한 D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비침해가 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명세서 실시예가 A+B+C+D를 설명하더라도 청구항이 A+B+C만 요구하면 D는 권리범위의 필수요소가 아닐 수 있습니다.

법리 2: 모든 구성요소 원칙 (All Elements Rule)

문언침해의 핵심 공식입니다.

청구항의 모든 구성요소(limitation)가 피고 제품 또는 공정에 존재해야 문언침해가 성립한다.

청구항 피고 제품 문언침해 가능성
A+B+CA+B+C있음
A+B+CA+B+C+D있음 — 추가 요소는 보통 침해를 부정하지 않음
A+B+CA+B없음 — C 결여
A+B+CA+B+X문언침해 부정 가능, 그러나 균등론 검토 필요

이 원칙 때문에 회피설계의 핵심은 무엇을 더 붙이는가가 아니라, 청구항의 필수 limitation 중 무엇을 확실히 제거하거나 문언 밖으로 대체하는가입니다.

법리 3: 추가 요소·열등한 성능은 보통 침해를 피하게 해주지 않는다

실무상 두 가지 착각을 명확히 바로잡아야 합니다.

첫째, 추가 기능을 붙여도 침해를 피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청구항이 A+B+C를 요구하는데 피고 제품이 A+B+C+D라면, D의 존재는 원칙적으로 침해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둘째, 성능이 낮아도 침해는 침해입니다. Wahpeton 판결의 표현을 빌리면, "inferior infringement is still infringement"입니다. 피고 제품이 특허권자 제품보다 조악하거나 저성능이어도, 청구항의 모든 요소를 충족하면 침해가 됩니다.

단, 예외가 있습니다. 청구항 자체가 특정 성능을 limitation으로 요구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99.9% 이상의 입자를 제거하는 필터"라는 청구항에서 피고 제품이 80%만 제거한다면, 성능 차이가 바로 limitation 결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법리 4: 독립항과 종속항의 회피 우선순위

회피설계에서는 보통 가장 넓은 독립항(broadest independent claim)을 먼저 분석합니다. 종속항(dependent claim)은 독립항의 모든 limitation을 포함하고 추가 limitation을 붙이므로, 독립항을 침해하지 않으면 그 독립항에 종속된 종속항도 침해하지 않습니다.

청구항 구성 피고 제품 A+B (C 결여)
청구항 1 (독립항)A+B+C문언침해 없음
청구항 2 (종속항)청구항 1 + D문언침해 없음
청구항 3 (종속항)청구항 1 + E문언침해 없음

주의: 특허에는 여러 독립항군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장치항(apparatus claim)을 피했더라도 방법항(method claim), 시스템항(system claim), 컴퓨터 판독가능 매체항(CRM claim), 서버-클라이언트 구조항이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실무 원칙은 다음과 같이 수정됩니다.

각 청구항군별로 가장 넓은 독립항을 먼저 분석하라.

법리 5 & 6: 청구항 해석이 회피설계의 중심이다 — Markman 원칙

회피설계의 성패는 결국 청구항 해석(claim construction)에 달려 있습니다. 청구항 해석의 기본 기준은 무엇일까요?

  1. 발명자의 주관적 의도가 아니라,
  2. 발명 당시 해당 기술분야의 통상의 기술자(POSITA: Person of Ordinary Skill in the Art)가,
  3. 청구항·명세서·출원경과를 보고,
  4. 해당 용어를 어떻게 이해했을 것인가입니다.

청구항 해석에 사용하는 자료는 크게 내재적 증거와 외재적 증거로 나뉩니다.

구분 자료 역할
내재적 증거청구항권리범위의 출발점
내재적 증거명세서문맥, 특별 정의, 실시예, 발명의 성격
내재적 증거출원경과심사 중 포기·구별·한정
외재적 증거전문가 증언통상의 기술자 관점 설명
외재적 증거발명자 증언배경 설명 가능, 사후 의도는 증명력 낮음
외재적 증거사전·전문서기술용어의 통상 의미 보조

Markman v. Westview Instruments (U.S. Supreme Court 1996)의 핵심은 명확합니다.

청구항 해석은 배심원이 아니라 법원(판사)이 담당한다.

이전에는 배심원이 침해 여부를 판단하면서 사실상 청구항 해석까지 묵시적으로 수행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배심원이 "침해" 또는 "비침해"라는 일반평결(general verdict)만 내리면 어떤 청구항 해석을 전제로 했는지 알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Read v. Portec 사례가 이 위험을 잘 보여줍니다. 피고는 "closed to the ground"라는 문구를 피하려고 장치 일부를 지면에서 6인치 띄웠습니다. 그러나 배심원은 문언침해를 인정했습니다. "to the ground"가 "on or near the ground"까지 포함한다고 해석된 것입니다. 이 사건은 단어의 직관적 의미만 보고 회피설계를 하면 위험하다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법리 7: Exxon 원칙 — 먼저 설계하지 말고 먼저 해석하라

교재의 실무적 핵심은 이 부분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잘못된 순서와 올바른 순서를 대비해 봅니다.

❌ 잘못된 순서 (실패 패턴)

  1. 기술팀이 먼저 설계를 변경한다.
  2. 그 후 법무팀이 "비침해라고 설명할 수 있는 청구항 해석"을 만든다.
  3. 소송에서 법원이 그 해석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4. 문언침해가 인정된다.

✅ 올바른 순서 (Exxon 원칙)

  1. 청구항을 먼저 공정하게 해석한다.
  2. 그 해석에 따라 limitation을 분해한다.
  3. 제품이 어느 limitation을 충족하는지 확인한다.
  4. 침해를 피하려면 어떤 limitation을 제거·대체해야 하는지 설계한다.
  5. 변경 설계를 다시 청구항에 대비한다.

회피설계는 "제품을 조금 다르게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법원이 채택할 가능성이 높은 청구항 해석을 전제로 제품을 청구항 밖으로 이동시키는 작업이다.

법리 8: Cybor/Teva — 항소심 리스크까지 고려해야 한다

청구항 해석은 법률문제(question of law)입니다. Cybor Corp. v. FAS Technologies(1998)는 Markman 이후 Federal Circuit이 지방법원의 청구항 해석을 de novo(새로 심사)로 검토한다고 보았습니다. 즉, 지방법원에서 유리한 해석을 얻어도 항소심에서 뒤집힐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후 Teva Pharmaceuticals v. Sandoz(U.S. Supreme Court 2015)는 이를 보정했습니다. 최종적인 청구항 해석은 법률문제로서 de novo 심사 대상이지만, 지방법원이 외부증거에 근거하여 해결한 하위 사실분쟁(subsidiary factual dispute)은 명백한 오류(clear error)가 있어야 뒤집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쟁점 Cybor (1998) Teva 이후 현재
최종 청구항 해석de novode novo
내재적 증거만으로 한 해석de novo대체로 de novo
외부증거 기반 하위 사실인정de novoclear error 기준
회피설계 실무 함의항소심 리스크 큼여전히 항소심 리스크 고려 필요

따라서 회피설계 의견서는 지방법원 관점만이 아니라, 항소심에서 문서 기록만 보고도 유지될 수 있는 해석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법리 9: Means-Plus-Function 청구항은 별도 절차로 분석한다

청구항에 "means for…" 형식 또는 구조가 충분히 특정되지 않은 기능식 표현이 있으면 35 U.S.C. § 112(f)(구 § 112 ¶6)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112(f) 청구항은 겉으로는 넓게 보이는 기능 표현이지만, 권리범위는 명세서에 기재된 대응 구조·재료·행위 및 그 균등물로 제한됩니다. 분석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단계 질문
1해당 limitation이 § 112(f)에 해당하는가?
2청구된 기능은 정확히 무엇인가?
3명세서의 대응 구조는 무엇인가?
4피고 구조가 동일 기능을 수행하는가?
5피고 구조가 대응 구조와 동일하거나 구조적 균등물인가?
6문언침해가 없더라도 일반 균등론 위험이 남는가?

§ 112(f)의 구조적 균등물(structural equivalent)과 일반 균등론(doctrine of equivalents)의 균등물은 같은 개념이 아닙니다. 양자를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5. 문언침해를 피하기 위한 실무 방법론

5-1. 특히 위험한 청구항 표현들

아래 표현 유형은 회피설계 시 직관과 다르게 해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표현 유형 예시 위험 대응
위치 표현 to, at, on, near, adjacent to 거리 차이가 문언 밖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음 수치·기능·문맥 함께 검토
정도 표현 substantially, generally, approximately 허용 오차 범위 불명확 실시예·출원경과 확인
기능 표현 configured to, adapted to 구조가 달라도 기능 충족 가능 기능 제거 또는 작동 방식 변경
연결 표현 coupled, connected 직접·간접 연결 쟁점 다른 청구항의 "directly coupled" 확인
폐쇄·밀봉 표현 closed, sealed, open 완전 상태인지 기능적 상태인지 쟁점 명세서의 목적 확인
수단 표현 means for… § 112(f) 적용 가능 대응 구조 별도 분석
모듈 표현 module, engine, unit 소프트웨어 구조 불명확 알고리즘·기능·구조 확인

5-2. 회피설계 전략별 효과와 주의점

전략 효과 주의점
필수 구성요소 제거 문언침해 회피에 강함 기능 유지 어려움
구성요소를 다른 원리로 대체 문언침해 회피 가능 균등론 위험 잔존
작동 순서 변경 방법항 회피 가능 실질 동일 방식인지 검토 필요
입력·출력 변경 시스템항 회피 가능 기능적 표현이면 위험
물리적 위치 변경 위치 limitation 회피 가능 Read v. Portec식 넓은 해석 위험
기능 자체 제거 강한 회피 제품 경쟁력 저하 가능
구조를 명세서 대응 구조와 멀리 변경 § 112(f) 회피 가능 일반 균등론 별도 검토 필요

5-3. 핵심 질문표: 단계별 자가 진단

① 청구항 식별 단계

  • 특허에 독립항이 몇 개인가? → 장치항만 보고 방법항을 놓치는 위험
  • 종속항은 어떤 추가 limitation을 붙이는가?
  • 청구항 유형은 무엇인가? (시스템·방법·소프트웨어항 혼재 여부)
  • 해외 패밀리 특허도 있는가? (미국 외 판매·수입 리스크)

② 청구항 해석 단계

  • 문제 용어의 통상 의미는 무엇인가? → 일반 영어 의미만 보고 판단하는 위험
  • 명세서가 특별 정의("as used herein")를 두는가?
  • 실시예가 단순 예시인가, 발명의 본질인가? (반복적·배타적 설명 여부)
  • 출원경과에서 범위 포기가 있었는가? (선행기술과 구별한 발언)
  • 다른 청구항이 claim differentiation 이슈를 만드는가?

③ 제품 대비 단계

  • 우리 제품에 각 limitation이 있는가? → 이름만 바꾼 동일 구성 주의
  • 하나의 부품이 여러 limitation을 충족하는가?
  • 여러 부품이 하나의 limitation을 함께 수행하는가? (분산 구현)
  • 추가 기능만 붙인 것은 아닌가? (A+B+C+D 구조의 함정)
  • 성능을 낮춘 것뿐인가? (inferior infringement 위험)

6. 문언침해와 균등론: 최종 판단 구조

회피설계는 문언침해 분석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문언 범위를 벗어났더라도 균등론이라는 2차 관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관문 핵심 질문 결론
1차: 문언침해 해석된 청구항의 모든 limitation이 피고 제품에 존재하는가? 예 → 문언침해 위험 높음 / 아니오 → 다음 단계
2차: 균등론 결여된 limitation과 피고의 대체 요소가 실질적으로 동일한 기능·방식·결과를 가지는가? (Function-Way-Result test) 예 → 균등론 침해 위험 / 아니오 → 비침해 가능성 증가
3차: 균등론 제한 출원경과 금반언, 선행기술, 명세서 disclaimer가 균등론 주장을 제한하는가? 예 → 균등론 위험 감소 / 아니오 → 위험 유지
4차: 잔여 리스크 직접침해 외에 유도침해, 기여침해, 고객 사용 방법항 침해가 있는가? 별도 분석 필요

7. 통합 사례: 가상의 휴대용 정수 장치 특허

지금까지의 법리를 하나의 가상 사례로 통합해 보겠습니다.

경쟁사 특허 청구항 1:

"A portable filtration device comprising: (a) a housing; (b) a removable cartridge disposed within the housing; (c) a sealing member positioned adjacent to the cartridge; and (d) a sensor configured to detect cartridge replacement."

우리 회사 초기 설계:

  • housing: 있음
  • cartridge: 나사로 고정되어 있음
  • sealing member 대신 액체 실란트 사용
  • sensor 대신 사용시간 기반 소프트웨어 카운터 사용

청구항 해석 및 문언침해 위험 분석:

limitation 우리 설계 문언침해 위험
housing있음충족
removable cartridge나사로 분리 가능"removable"이 넓게 해석되면 충족 가능 — 위험
sealing member액체 실란트"member"가 고체 부재로 제한되면 비충족, 넓으면 위험 — 불명확
sensor소프트웨어 카운터"sensor" 해석에 따라 다름 — 불명확

초기 설계는 애매합니다. "removable," "sealing member," "sensor"가 넓게 해석되면 문언침해 위험이 남습니다.

더 안전한 회피안:

  1. cartridge를 사용자가 분리할 수 없는 영구 모듈(permanent module)로 바꾼다.
  2. sealing member라는 물리적 부재 대신 하우징 일체형 용융 접합 구조를 사용한다.
  3. cartridge replacement를 감지하지 않고, 전체 장치 수명 종료 방식으로 설계한다.
  4. 방법항이 있는지 확인하여 고객의 교체 행위가 방법항을 충족하지 않도록 한다.
  5. 그래도 균등론상 "교체 감지 기능"이 균등물로 주장될 가능성이 있는지 별도 검토한다.

8. 최종 실무 알고리즘

회피설계를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청구항을 통상의 기술자 관점에서 공정하게 해석하고, 그 해석된 각 limitation 중 적어도 하나 이상을 문언상 충족하지 않도록 제품·공정의 구조, 기능, 작동방식 또는 관계를 변경한 뒤, 그 변경이 균등론·출원경과·항소심 해석 리스크까지 고려해도 안전한지 재검토한다.

단계별로 펼치면 다음 18단계 의사결정 흐름이 됩니다.

  1. 문제 특허를 찾는다.
  2. 모든 독립항을 청구항군별로 분류한다.
  3. 가장 넓은 독립항을 우선 분석한다.
  4. 청구항 용어를 해석한다.
  5. 내재적 증거(청구항·명세서·출원경과)를 먼저 본다.
  6. 필요한 경우 외재적 증거를 보조적으로 본다.
  7. 각 limitation을 제품 구성과 대비한다.
  8. 모든 limitation이 있으면 회피설계가 필요하다.
  9. limitation 하나를 제거하거나 대체한다.
  10. 단순 추가 요소나 성능 저하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11. 위치·정도·기능 표현은 안전마진을 크게 둔다.
  12. means-plus-function 요소는 대응 구조와 균등물을 별도 분석한다.
  13. 변경 설계를 다시 문언침해 관점에서 검토한다.
  14. 균등론 관점에서 다시 검토한다.
  15. 출원경과 금반언과 disclaimer를 확인한다.
  16. 다른 독립항, 방법항, 시스템항도 검토한다.
  17. 항소심에서 넓은 해석이 나올 위험을 평가한다.
  18. 법적 위험과 제품 성능·비용·시장성을 함께 종합 판단한다.

9. 결론: 회피설계의 본질 세 가지

지금까지의 분석을 통합하면, 회피설계의 본질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회피설계는 청구항 해석에서 시작한다. 기술적으로 다르게 보이는 제품도 청구항 해석상 동일 limitation을 충족하면 문언침해가 될 수 있습니다.

둘째, 문언침해 회피는 모든 limitation 중 하나를 확실히 벗어나는 작업이다. 추가 기능, 낮은 성능, 특허권자 제품과의 차이, 실시예와의 차이는 그 자체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셋째, 문언침해를 피한 뒤에도 균등론과 항소심 리스크가 남는다. 좋은 회피설계는 "문언상 빠졌다"에서 멈추지 않고, 균등론, 출원경과, means-plus-function, 다른 청구항군, Markman/Teva식 심사 구조까지 통합적으로 검토합니다.

공정하게 해석된 가장 넓은 청구항의 필수 구성요소를 하나 이상 실질적으로 제거하라. 그리고 그 제거가 단순한 명칭 변경이나 사소한 거리·형상 변경이 아니라, 기능·방식·구조·법적 의미에서 청구항 밖으로 나가는 변경인지 확인하라.

다음 제2장에서는 균등론(doctrine of equivalents)의 성립 요건과 회피설계 과정에서 균등론 위험을 최소화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다룹니다.


📺 유튜브 해설 영상: 제1장 회피설계 일반론

아래 영상에서는 본 글에서 다룬 12단계 절차와 9가지 핵심 법리를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해설합니다. 블로그와 함께 활용하시면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유튜브] 제1장 회피설계 일반론 | YouTube에서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