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ing posts with label 양자컴퓨터. Show all posts
Showing posts with label 양자컴퓨터. Show all posts

Sunday, October 26, 2025

양자컴퓨터의 핵심 원리 '양자 터널링', 집에서 확인해보세요

 

서론: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내 손으로 만지다

‘양자물리학’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아마도 이해하기 어려운 수식, 원자보다 작은 입자들의 기묘한 세계,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론 등을 떠올릴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관통하는 이 기묘한 물리 법칙, 특히 ‘양자 터널링’이라는 마법 같은 현상이 사실은 우리 집 부엌에 있는 유리잔 하나로 간단하게 목격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이 글의 목표는 양자컴퓨터와 관련된 가장 놀랍고 반직관적인 사실 네 가지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 알기 쉽게 풀어내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곧 보이지 않는 장벽을 뚫고 지나가는 빛을 직접 목격하고, 양자 세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될 것입니다.

1. 놀라운 사실: 양자 현상은 ‘손바닥만 한’ 거시 세계에서도 일어난다

2025년 노벨 물리학상의 주제는 ‘거시적 양자 터널링’과 ‘에너지 양자화’의 발견입니다. 우리는 양자 현상이 원자나 전자 같은 아주 작은 미시 세계에만 국한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는 양자 현상이 우리 손바닥만 한 크기의 전기 회로, 즉 ‘거시적 세계’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며 통념을 뒤흔들었습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비밀은 ‘초전도체’에 있습니다. 극저온 상태의 초전도체 안에서 개별적으로 움직이던 전자(페르미온)들은 둘씩 짝을 이룬 ‘쿠퍼 쌍’이 됩니다. 이 쿠퍼 쌍은 마치 다른 입자인 것처럼 ‘보손’으로 행동하며, 수십억 개의 쌍이 하나의 거대한 양자 파동처럼 ‘응축’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거시적 양자 상태는 현대 양자컴퓨터의 핵심인 ‘초전도 큐비트’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이 거대한 양자 파동은 두 가지 기적을 보여줍니다. 첫째, 고전적으로는 넘을 수 없는 에너지 장벽을 통째로 ‘터널링’하여 통과합니다. 둘째, 원자처럼 에너지가 계단식으로 나뉜 ‘양자화된 에너지 준위’를 가집니다. 바로 이 에너지 준위의 가장 낮은 상태를 ‘0’, 다음 상태를 ‘1’로 정의함으로써, 단일 입자보다 훨씬 제어하기 쉬운 안정적인 큐비트를 구현하게 된 것입니다.

2. 직접 체험: 유리잔 속 투명인간? ‘양자 터널링’ 직접 목격하기

이제 이 기묘한 양자 터널링 현상을 직접 체험해 볼 시간입니다. 물이 담긴 투명한 유리잔과 당신의 손가락만 있으면 됩니다.

1단계: 장벽 만들기 (손가락이 사라지는 현상)

먼저 물이 담긴 유리잔을 세워 잡아보세요. 이때는 유리잔 바깥을 잡고 있는 당신의 손가락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것은 ‘전반사(Total Internal Reflection)’라는 현상 때문입니다.

이때 빛(광자)이 넘지 못하는 ‘장벽’은 바로 유리잔과 손가락 피부 사이의 매우 얇은 ‘공기층’입니다. 당신의 손가락에서 반사된 빛이 공기층 장벽에 가로막혀 유리잔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100% 반사되기 때문에, 우리 눈에는 손가락이 보이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2단계: 장벽을 통과하는 원리 (에버네슨트 파동)

고전물리학의 관점에서는 입자는 장벽을 통과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입자는 파동이기도 하므로, 장벽을 통과할 ‘확률’을 가집니다.

전반사가 일어날 때, 사실 빛의 파동은 공기층 장벽 경계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대신 ‘에버네슨트 파동(Evanescent Wave)’이라는 형태로 장벽 안쪽에 희미하게 스며들어가 지수적으로 빠르게 사라집니다. 이 파동은 너무 약하고 짧게 존재해서 보통은 감지할 수 없지만, 바로 이 존재가 터널링의 열쇠입니다.

3. 터널링 시연 (사라졌던 손가락이 나타나는 현상)

이제 유리잔을 잡은 손가락에 힘을 주어 아주 세게 눌러보세요. 유리와 손가락 피부 사이의 ‘공기층 장벽’이 극도로 얇아지면서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보이지 않던 손가락의 윤곽과 지문이 희미하게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바로 ‘양자 터널링’의 아날로그 현상입니다. 장벽(공기층)이 충분히 얇아지자, 완전히 소멸하기 전의 에버네슨트 파동의 끝자락이 장벽 반대편에 닿았습니다. 그 결과, 손가락에서 나온 광자들이 고전적으로는 불가능한 공기층 장벽을 확률적으로 ‘터널링’하여 뚫고 나와 우리 눈에 도달한 것입니다. 지금 당신은 자신의 손으로 양자 터널링 현상을 체험한 것입니다.

3. 오해 바로잡기: 양자컴퓨터는 ‘만능 해결사’가 아니다

양자컴퓨터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이것이 기존의 모든 컴퓨터를 대체할 ‘슈퍼 슈퍼컴퓨터’라는 인식입니다. 이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정보입니다.

“양자컴퓨터가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일부 미디어의 과장된 보도는 사실상 가짜 뉴스에 가깝습니다.

양자컴퓨터는 ‘모든 문제를 더 빨리 푸는 컴퓨터’가 아닙니다. 오히려 인수분해나 특정 암호 해독과 같이 ‘특정 유형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특화된 ‘특화형 컴퓨터’입니다. 이런 특정 문제에 한해서만 양자컴퓨터는 고전 컴퓨터가 수십억 년이 걸려도 풀지 못할 계산을 순식간에 해내는 압도적인 효율을 보입니다. 일상적인 작업(이메일 보내기, 영상 보기 등)은 여전히 기존 컴퓨터가 훨씬 효율적입니다.

4. 거인의 어깨 위에서: 양자컴퓨터는 수십 년간 쌓인 노벨상 기술의 집약체다

오늘날 우리가 이야기하는 양자컴퓨터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기술이 아닙니다. 이것은 수십 년, 길게는 한 세기에 걸쳐 쌓아 올린 인류 지성의 결정체입니다. 이 여정은 거인들의 어깨 위에서 한 걸음씩 나아간 역사입니다. 과학자들은 먼저 전자기장으로 단 하나의 이온을 허공에 가두는 법을 배워냈고(1989년 노벨상), 다음으로는 레이저를 이용해 원자를 거의 정지 상태로 얼리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1997년 노벨상). 그리고 마침내 두 입자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연결되는 ‘양자 얽힘’이라는 기묘한 현상을 실험으로 증명해냈습니다(2022년 노벨상). 이 모든 것이 큐비트를 제어하기 위한 필수적인 빌딩 블록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오늘 직접 체험한 바로 그 ‘양자 터널링’ 원리는, 원자 배열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주사 터널링 현미경(STM)’을 탄생시켜 1986년 노벨상을 안겨주었습니다. 이처럼 양자 현상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미시 세계를 보고 제어하는 강력한 도구 그 자체입니다.

결론: 새로운 계산의 패러다임을 향하여

우리는 오늘 유리잔 하나로 양자 터널링을 직접 목격했고, 이 현상이 손바닥만 한 거시 세계에서도 일어나 큐비트의 기반이 된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또한 양자컴퓨터가 만능 해결사가 아니라는 점과, 이 모든 기술이 수많은 노벨상 업적의 집약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양자컴퓨터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마법 지팡이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것이 ‘고전적 계산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도구’라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전 세계의 물리학과 공학계가 바로 그 도구의 구현을 위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고전 컴퓨터가 20세기를 정의했다면, 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양자컴퓨터는 21세기의 어떤 난제를 해결하여 미래를 정의하게 될까요?

참고 자료

  • ActionLabShorts, “Quantum Tunneling At Home,” YouTube (Aug. 1, 2020)
  • Physics Videos by Eugene Khutoryansky, “Quantum Tunneling (animated),” YouTube (Mar. 4, 2015)

 

당신이 알아야 할 데이터 거인: 팔란티어와 스노우플레이크 심층 분석

  시작점부터 데이터 철학, 그리고 AI 전략까지, 두 거대 테크 기업의 핵심을 심층 비교 분석합니다. 데이터가 핵심인 AI 시대, 두 거인의 전략은? 이 글에서는 최근 가장 주목받는 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