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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November 2, 2026

AI 패권 경쟁, 우리는 모델을 만들 것인가 생태계를 지배할 것인가

AI 산업·투자 전략

바이오 AI의 기술적 변화와 엔비디아의 플랫폼 전략에서 찾는 국가 AI 산업·투자정책의 방향

기술 동향 / 산업정책 / 벤처투자 / 지식재산


최근 유튜브 SOD 채널의 「“이런 적을 본 적이 없다” 젠슨 황도 경악한 결과, 인류 역사상 최대 혁명이 시작됐다」라는 영상을 보았습니다. 바이오 AI, 특히 가상세포(Virtual Cell) 연구와 엔비디아의 움직임을 다룬 영상이었습니다. 기술 발전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영상을 보고 나서 오래 생각하게 된 것은 그 기술이 어떤 기업을 성장시키고, 산업의 주도권을 누구에게 가져다줄 것인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막대한 자본과 컴퓨팅 자원을 쏟아붓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연구조직이 딥러닝과 통계기법을 결합해 우수한 성과를 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엔비디아가 그런 연구를 지원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사업 생태계를 넓히는 방식도 눈여겨볼 만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AI 산업정책과 공공투자가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세계적인 빅테크가 주도하는 범용 대규모 언어모델(LLM) 개발 경쟁을 계속 추격해야 할까요. 아니면 아직 해결되지 않은 산업 현장의 문제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할까요. 영상에서 출발한 이러한 의문을 확인하려고 대회 주최 측 발표와 관련 논문, 엔비디아의 공식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얻은 생각을 기술과 산업정책, 벤처투자, 지식재산의 관점에서 정리해 보았습니다.

1. 범용 LLM 추격전과 독자 운영체제의 교훈

AI 경쟁력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독자적인 파운데이션 모델의 확보입니다. 모델의 규모, GPU 확보량, 글로벌 벤치마크 순위가 국가와 기업의 기술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제시됩니다. 우리 정부도 외국 모델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기술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 필요성을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AI는 산업과 공공서비스는 물론 국가안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범용기술입니다. 핵심 기능을 해외 공급자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데에는 위험이 따릅니다. 다만 국가가 전략적으로 확보해야 할 기술과 민간기업이 수익을 내기 위해 승부를 걸어야 할 시장은 같지 않습니다.

과거 운영체제(OS) 시장이 떠오릅니다. 독자 운영체제를 개발한 기업과 국가가 적지 않았고, 일부는 뛰어난 기술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개인용 컴퓨터와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Windows, Android, iOS 등 소수의 생태계가 강력한 지위를 확보했습니다. 그 차이는 운영체제의 기능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사용자가 많아야 개발자가 모이고, 개발자가 응용프로그램을 공급해야 사용자가 늘어나는 네트워크 효과가 작동했기 때문입니다.

범용 LLM 시장도 이와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글로벌 빅테크는 모델 성능뿐 아니라 개발도구, 클라우드, 응용서비스, 기업 고객과의 관계를 함께 쌓고 있습니다. 후발주자가 비슷한 성능의 모델을 만드는 데 성공하더라도 이미 형성된 유통망과 개발자 생태계까지 상대해야 합니다.

물론 운영체제와 AI 모델은 동일하지 않습니다. 오픈소스 모델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서로 다른 모델을 병행하거나 교체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기술 효율화가 후발기업에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독자 모델을 확보해야 할 국가적 이유 역시 유효합니다. 따라서 제가 문제 삼고 싶은 것은 독자 모델 개발 자체가 아니라 제한된 자원을 어디에, 어떤 목적을 가지고 배분할 것인가입니다.

기술주권을 위한 기반기술 투자와 수익성 있는 혁신기업을 육성하는 벤처투자는 구분해야 합니다. 전자는 경제안보와 공급망 안정성까지 고려해야 하지만, 후자는 고객이 돈을 지불할 가치와 경쟁우위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평가해야 합니다. 국가가 기반기술을 확보하는 동안 민간의 기술혁신과 공공 벤처투자는 산업별 전문 플랫폼을 중심으로 성장하도록 길을 열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범용 모델을 하나 더 개발하는 일과 그 모델을 활용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을 키우는 일은 다른 과제입니다.

2. 가상세포 챌린지가 보여준 뜻밖의 결과

2025년 미국 아크연구소(Arc Institute)가 개최한 가상세포 챌린지(Virtual Cell Challenge)는 이 문제를 생각하는 데 좋은 사례입니다. 엔비디아, 10x Genomics, Ultima Genomics 등이 후원했고, 114개국에서 5,000명 이상이 등록했습니다. 300개가 넘는 팀이 최종 결과물을 제출했습니다.[1]

과제는 특정 유전자의 활동을 억제했을 때 세포 안의 다른 유전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하는 것이었습니다. 주최 측은 약 30만 개의 인간 배아줄기세포에서 얻은 단일세포 RNA 시퀀싱 데이터와 300개 유전자에 대한 CRISPR 간섭 실험 데이터를 마련했습니다. 겉으로 보면 하나의 예측 문제이지만, 실제 생물학은 텍스트의 통계적 규칙을 배우는 문제와 성격이 다릅니다.

세포 안에서는 유전자, 단백질, 신호전달 경로와 대사 과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한 유전자의 활동을 억제하면 영향이 다른 경로로 퍼지고, 세포의 종류나 상태에 따라 반응도 달라집니다. 실험 데이터에는 생물학적 변동성과 측정 과정의 잡음도 섞여 있습니다. 관찰된 상관관계를 잘 학습했다고 해서 새로운 유전자 조작의 결과까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2025년 12월 발표된 대회에서 1위는 바이오맵 리서치(BioMap Research)의 BM_xTVC 팀이 차지했습니다. 모델 이름은 xTrimoSCPerturb였습니다. 이 팀은 scFoundation의 구조를 개선하고, 단백질 모델에서 얻은 임베딩 정보와 공개 유전자 교란 데이터를 결합했습니다. 여기에 유전자별 평균 발현 수준과 차등발현 유전자의 빈도처럼 고전적인 통계 특성을 명시적으로 반영했습니다.[1]

이들이 선택한 방법은 순수한 신경망의 규모만 키우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딥러닝이 단순한 통계적 기준모델을 항상 능가하지 못한다는 점을 확인했고, 오히려 그 기준모델이 잘 포착하는 정보를 학습 구조에 받아들였습니다. 하이브리드 접근의 성과였습니다. 3위 팀의 모델인 TransPert 역시 통계적 방법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그러나 이 결과를 딥러닝이나 스케일링 법칙의 실패라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2025년 8월 Nature Methods의 비교연구는 여러 딥러닝 기반 유전자 교란 예측모델이 단순한 기준모델보다 우수한 성능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보고했습니다.[3] 반면 2026년 10월 Nature Biotechnology의 후속 연구는 14개 데이터셋과 18개 평가 지표를 살펴본 뒤, 일부 지표가 모델의 실제 예측 능력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적절히 보정된 지표에서는 딥러닝 모델이 단순 기준모델을 앞설 수 있었습니다.[4]

평가 방법의 중요성은 대회 운영에서도 확인됐습니다. 2025년에는 특정 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것과 실제 생물학적 반응을 충실히 예측하는 것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주최 측은 2026년 대회에서 평가 범위를 넓히고, 학습할 때 교란 반응을 관찰하지 않은 세포 유형에 대한 예측을 요구하는 제로샷(Zero-Shot) 과제를 도입했습니다.[2]

제가 이 사례에서 읽은 교훈은 어느 모델이 우월하다는 단순한 결론이 아닙니다. 모델의 크기보다 어떤 문제를 풀고, 어떤 데이터를 믿고, 어떻게 성능을 검증하느냐가 더 중요해지는 영역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영역에서는 깊은 산업 지식과 정교한 실험설계가 막대한 컴퓨팅 자원만큼 중요한 경쟁요소가 됩니다.

3. 예측모델보다 더 중요한 실험과 검증의 연결

바이오 AI가 산업에서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예측이 실제 연구에 도움이 되어야 합니다. 가령 항암제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스타트업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 기업은 암세포의 유전자 발현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천 개 후보물질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AI가 높은 점수를 준 물질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는 실험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연구진은 예측 결과를 토대로 후보를 선별하고, 실제 세포에 물질을 투여한 뒤 반응을 측정합니다. 예측과 결과가 다르면 그 원인을 분석하고, 검증 데이터를 다시 모델 개선에 사용합니다. 이러한 순환을 폐쇄루프(Closed-Loop), 또는 Lab-in-the-Loop 방식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에 능동학습(Active Learning)을 적용하면 다음에 어떤 실험을 해야 가장 많은 정보를 얻을지까지 모델이 제안할 수 있습니다. 효과가 가장 높을 것으로 보이는 후보뿐 아니라 현재 모델의 불확실성을 줄일 후보도 실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실험을 거듭할수록 공개 데이터만으로는 얻기 어려운 정보와 노하우가 쌓입니다.

그렇게 되면 이 기업의 경쟁력은 알고리즘 하나에 머물지 않습니다. 데이터 접근권, 실험설계 기술, 검증 프로토콜, 고객의 연구 과정과 연동된 소프트웨어가 함께 자산이 됩니다. 후발기업은 코드를 비슷하게 만들 수 있어도 그동안 축적한 실험 경험과 고객의 업무 체계를 단기간에 복제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드시 자체 실험실을 소유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학, 병원, 시험분석기관, 위탁연구기관과 협업해도 폐쇄루프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설의 소유권보다 안정적인 데이터 접근과 검증 과정에 대한 통제력입니다.

이 원리는 로봇과 제조, 소재 산업에도 적용됩니다. 로봇은 시뮬레이션에서 배운 행동을 실제 환경에서 검증해야 합니다. 제조 AI는 생산조건을 예측한 뒤 현장에서 품질과 불량률을 확인해야 합니다. 소재 AI 역시 계산된 물성과 실험으로 측정한 물성을 반복해서 대조해야 합니다.

한국은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정밀기계, 바이오 등 여러 산업에서 오랜 경험과 생산 데이터를 축적했습니다. 이러한 자산은 인터넷에서 긁어모은 일반 데이터와 다릅니다. 물론 데이터를 보유한 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품질과 이용권을 확보하고 이를 실제 문제 해결에 연결해야 합니다. 그래도 우리 기업이 범용 모델 경쟁과 다른 방식으로 승부할 수 있는 출발점임은 분명합니다.

4. 엔비디아가 GPU 너머에서 구축하는 사업

가상세포 챌린지를 보면서 또 하나 눈여겨본 것은 엔비디아입니다. 이 회사의 경쟁력을 GPU 성능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CUDA를 중심으로 개발도구와 라이브러리,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오랫동안 구축해 왔기 때문입니다. 개발자와 기업이 CUDA 환경에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할수록 경쟁 제품으로 옮기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도 커질 수 있습니다.

바이오 분야에서도 유사한 방향이 나타납니다. 엔비디아는 BioNeMo를 통해 생물학적 데이터 처리, 모델 학습·최적화, 추론 및 배포를 지원합니다. 2026년 1월에는 일라이 릴리(Eli Lilly)와 AI 신약개발 공동혁신 연구소를 추진하고, 써모 피셔 사이언티픽(Thermo Fisher Scientific)과 지능형 실험실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협력을 발표했습니다.[5]

GPU를 공급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실험실에서 데이터가 생성되고, 모델이 학습하며, 예측 결과가 다시 검증되는 연구 과정 전반에 자사의 기술을 연결하려는 움직임입니다.

2025년 가상세포 챌린지의 상금에도 현금과 엔비디아 DGX Cloud 사용 크레딧이 포함됐습니다. 연구자에게는 고성능 연산 자원을 이용할 기회를 제공하고, 엔비디아에는 자사 환경을 경험할 잠재 고객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습니다.[1] 크레딧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연구자의 종속이 입증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전환비용은 소프트웨어 호환성, 데이터 이전 가능성, 장기 운영비용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렇지만 사업 전략은 읽을 수 있습니다. 연구자가 한 플랫폼에서 코드와 모델,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면 이후에도 같은 환경을 유지할 유인이 생깁니다. 연구 규모가 커지면 연산과 소프트웨어 사용 수요도 늘 수 있습니다. 여기서 발생하는 비용은 LLM의 토큰 사용료와 동일하지 않습니다. GPU 연산시간, 클라우드 사용료, 소프트웨어 라이선스와 추론 서비스 등 여러 형태로 나타납니다.

제가 더 흥미롭게 보는 것은 엔비디아가 특정 바이오 AI 모델 하나의 성공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어떤 연구팀이 우수한 모델을 개발하든 엔비디아의 인프라를 사용한다면 엔비디아는 그 산업의 성장에서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개별 제품의 승패를 넘어 여러 기업이 참여하는 시장에서 핵심적인 기반 공급자가 되는 전략입니다.

물론 오픈소스, 경쟁 반도체, 다른 클라우드 사업자와 표준 인터페이스가 존재하므로 엔비디아의 지배력이 무한정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배울 점이 있습니다. 뛰어난 기술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다른 기업이 그 기술을 계속 사용할 이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5. 모태펀드는 어떤 AI 기업을 찾아야 할까요

이 문제를 우리나라의 공공 벤처투자에 대입해 보겠습니다. 한국모태펀드는 정부 등의 자금을 바탕으로 자펀드에 출자하고, 전문 운용사가 기업에 투자하는 간접투자 구조입니다. 정부가 정책 방향을 설정하되 투자대상 선별에는 민간의 전문성을 활용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6]

따라서 정부가 모든 스타트업에 동일한 기술개발 방향을 요구해서는 곤란합니다. 범용 파운데이션 모델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산업별 AI 스타트업에 대한 성장투자는 목적과 평가 기준을 달리해야 합니다.

저라면 투자심사에서 모델의 파라미터 수나 특정 벤치마크 순위보다 세 가지를 더 자세히 보겠습니다.

먼저 남들이 쉽게 확보할 수 없는 데이터와 그것을 활용할 권리가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공개 데이터와 오픈소스 모델만 결합한 서비스는 경쟁사가 빠르게 대체할 수 있습니다. 반면 실험·공정 데이터에 안정적으로 접근하고 그 품질을 검증할 수 있다면 경쟁우위가 생길 여지가 있습니다. 데이터가 독자적이라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실제 성능 개선에 기여하는지, 계속 수집할 수 있는지, 법적으로 이용 가능한지 확인해야 합니다.

다음은 문제 해결 능력과 검증의 신뢰성입니다. 복잡한 신경망을 썼는지는 부차적입니다. 기존 통계모델이나 물리모델과 비교해 얼마나 정확한지, 새로운 환경에서 성능이 유지되는지, 같은 성과를 얻는 데 필요한 연산비용이 얼마나 되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동일한 성능을 훨씬 적은 비용으로 구현했다면 상업적으로는 그 편이 더 뛰어난 기술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은 고객이 계속 사용할 경제적 이유입니다. 단발성 분석 용역을 제공하는 기업과 고객의 일상적인 연구개발 과정에 통합되는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의 수익구조는 다릅니다. 예를 들어 가상세포 서비스가 초기 예측에서 출발해 실험결과 관리, 후보물질 비교, 다음 실험 설계까지 지원한다면 고객은 해당 플랫폼에 더 많은 업무를 맡기게 됩니다. 축적된 검증 이력과 고객별 모델, 기존 시스템과의 연계는 전환비용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를 플랫폼 락인(Platform Lock-in)이라고 부르지만, 고객을 기술적으로 가두는 것만을 목표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데이터 이전을 어렵게 만들거나 과도한 종속을 강요하는 구조는 오히려 고객의 신뢰를 해칠 수 있습니다. 고객이 떠날 수 없어서가 아니라 떠날 이유가 없어서 머무르는 플랫폼이 더 좋은 사업입니다.

물론 모든 AI 기업이 거대한 플랫폼을 운영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정 기능에 특화된 기술을 공급하는 기업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투자심사의 핵심은 사업모델의 이름이 아니라, 경쟁사가 대체하기 어려운 가치가 실제로 존재하느냐입니다.

6. 공공자금은 기술개발 이후의 검증까지 살펴야 합니다

바이오 AI가 세포 반응을 정확하게 예측했다고 해서 곧바로 신약의 임상적 효능이 입증되는 것은 아닙니다. 로봇이 시뮬레이션에서 잘 움직였다는 이유로 실제 공장에서도 같은 안정성을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기술개발과 산업적 활용 사이에는 적지 않은 간극이 있습니다.

이 간극을 메우는 과정에는 시간과 자금이 필요합니다. 초기 스타트업이 독자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정부와 공공 연구기관은 이 단계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산업별 데이터 품질과 평가 방법을 표준화하고, 기업이 기술을 시험할 수 있는 실증시설과 검증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바이오 분야라면 독립적인 실험과 재현성 평가가 중요합니다. 로봇 분야에서는 서로 다른 실제 환경에서 작업 성능과 안전성을 검증해야 합니다. 소재와 제조 분야에서도 공통 시험·평가 인프라는 기업의 초기 부담을 줄입니다. 이때 영업비밀과 개인정보, 고객 데이터의 보호는 전제조건입니다. 모든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정책은 아닙니다.

국가 연구개발사업은 장기적인 기술적 위험을 부담하고, 공공기관은 공통 인프라와 객관적인 검증 환경을 마련하며, 정책금융과 민간 벤처투자는 시장성이 확인되는 기업에 성장자금을 공급하는 식의 역할 분담이 적절합니다. 투자 단계에 따라 독립 검증 데이터에서의 성능, 실험 재현성, 고객의 실제 비용절감, 유료 고객과 반복매출을 차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야 공공자금이 모델 개발 성과를 발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에서 살아남을 기업을 육성하는 데 쓰였는지 평가할 수 있습니다.

7. AI 기업의 지식재산 전략은 무엇을 보호해야 할까요

바이오·피지컬 AI 플랫폼의 경쟁력을 생각하다 보면 지식재산의 역할도 달리 보입니다. 독창적인 모델 구조와 학습 방법, 데이터 처리기술, 특정 장치나 공정에 결합된 AI 기술은 여전히 중요한 특허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개별 특허만으로 플랫폼의 경쟁력을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실험 데이터에 대한 이용권, 모델 학습과 개선 과정에서 축적된 노하우, 고객과의 계약, 실험·검증 프로토콜, 기존 시스템과의 연계기술이 함께 사업의 가치를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바이오 AI 스타트업이 제약회사와 공동연구를 하는 경우를 보겠습니다. 연구 성과에 대한 특허권의 귀속만 정해서는 부족합니다. 실험 데이터는 누가 활용할 수 있는지, 다른 고객을 위한 모델 학습에 이용해도 되는지, 공동연구로 개선된 모델의 권리는 어떻게 정할지, 계약 종료 후 데이터와 모델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사전에 협의해야 합니다.

고객의 연구 데이터와 생산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플랫폼이라면 개인정보 보호와 영업비밀 관리, 정보보안과 데이터 이용계약도 중요합니다. 특히 데이터는 종류와 수집 방식, 계약관계에 따라 보호 근거가 달라지므로 추상적인 ‘데이터 소유권’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기술과 권리의 관계도 따져봐야 합니다. 특허를 많이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투자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 특허가 실제 사업의 핵심 기능을 보호하는지, 경쟁사가 우회하기 쉬운지, 제3자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고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지(Freedom to Operate)를 검토해야 합니다.

모델을 잘 만드는 능력과 지속적으로 사업을 할 권리는 별개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특허, 영업비밀, 저작권, 데이터 이용계약을 사업구조에 맞게 결합하는 지식재산 전략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8. 한국의 AI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한국이 독자적인 AI 파운데이션 모델과 컴퓨팅 인프라를 확보하려는 노력은 계속할 가치가 있습니다. 국가의 기술주권과 공급망 안정성을 위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AI 경쟁력을 범용 모델의 성능이나 GPU 숫자로만 평가한다면 산업의 다른 가능성을 놓치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로봇, 바이오, 정밀기계와 소재 분야에서 오랜 시간 기술과 경험을 축적해 왔습니다. 이들 산업에는 인터넷에서 쉽게 확보할 수 없는 공정 데이터와 실험 경험, 현장 전문가의 지식이 남아 있습니다. 글로벌 AI 모델을 활용하더라도 그 위에 이러한 자산을 결합해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은 독자적인 가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생태계에 참여하는 것 자체를 경계할 이유는 없습니다. 이미 구축된 글로벌 기술 인프라를 활용하되 핵심 데이터와 검증 능력, 고객과의 관계를 자신이 통제하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일 수 있습니다. 다만 특정 공급자에 대한 의존이 지나치게 커지지 않도록 호환성과 데이터 이전 가능성, 장기 비용을 살펴야 합니다.

도메인 특화 AI를 무조건 성공 가능성이 높은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좋은 데이터는 비싸고 구하기 어렵습니다. 실험과 검증에는 시간이 들고 고객의 도입 결정도 느릴 수 있습니다. 기존 산업기업이 자체 AI 역량을 강화하면 스타트업이 예상한 시장이 좁아질 위험도 있습니다. 결국 고객의 문제를 얼마나 잘 해결하며, 그 성과를 지속적인 매출과 경쟁우위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가상세포 챌린지는 막대한 연산 자원만으로 풀기 어려운 과학적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엔비디아의 움직임은 그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수많은 기업이 참여하는 산업 생태계에 얼마나 큰 가치가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두 사례를 함께 보면서 저는 우리나라의 AI 산업정책도 기술개발의 성과와 산업적 성과를 좀 더 분명히 구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AI 모델을 개발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지속적인 산업 경쟁력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그 모델을 실험과 생산, 연구개발 현장에 적용하고, 데이터를 축적하며, 고객이 계속 사용할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들이 함께 성장해야 합니다. 공공투자 역시 이러한 기업들의 성장으로 이어지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어떤 AI 모델을 만들 것인가에 못지않게, 그 모델을 활용해 어떤 산업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는 AI를 개발하는 국가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AI로 새로운 산업 생태계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국가가 될 것인가.

앞으로의 AI 산업정책과 투자는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참고자료

이 글은 공개된 연구 및 공식 자료를 검토한 필자의 분석과 의견을 담고 있습니다.

Monday, September 21, 2026

특허의 가치는 숫자로 계산할 수 있는가 — IP Cost Center를 벗어나기 위해 고민했던 것들

DCF·게임이론·AI까지 고민한 기업 IP 가치평가, 그리고 오랜 실무 끝에 다시 생각하게 된 것들

기업의 지식재산(IP) 부서는 오랫동안 예산을 쓰는 부서, 이른바 Cost Center로 인식되어 왔다. 많은 IP 책임자들이 이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러 방법을 고민하고 시도해 왔다.

특허의 출원·유지 여부를 결정할 때 현금흐름할인법(Discounted Cash Flow, DCF)에 기초한 재무평가 모델을 적용해 보기도 하고, 게임이론이나 설명 가능한 AI를 이용해 특허의 기술적·경제적 기여도를 좀 더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려는 시도도 있었다. 나 역시 오랫동안 같은 고민을 해 왔다. 이 글은 그 과정에서 공부하고 생각했던 것을 정리한 것으로, 그런 노력의 한 흔적이다.

다만 오랜 기간 기업의 IP 실무를 경험하고 나니, 이런 방법들이 생각만큼 현실적인 해답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막상 정교한 평가기법을 조직에 도입하면 평가항목과 기준이 생기고,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를 모으고 점수를 매기고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작 집중해야 할 핵심 업무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실질적인 효용은 크지 않은 행정과 관리 업무만 늘어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더 어려운 문제는 미래가 우리가 만든 평가모델을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당시의 재무평가 기준으로는 경제성이 낮아 보여 포기했던 권리가 몇 년이 지난 뒤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후보로 다시 떠오르는 일도 있다. 그럴 때면 과거의 합리적인 결정이 오히려 더 큰 후회로 돌아온다.

미래는 예측의 대상이 아니다.

결국 여러 평가모델과 관리기법을 내려놓고 나면 다시 본질적인 질문으로 돌아가게 된다. 비록 조직 안에서 당장 눈에 띄는 평가를 받지 못하더라도 좋은 특허를 확보해 제품의 경쟁력과 매출에 기여하는 일을 꾸준히 하는 것, 그리고 제품 매출만으로 그 가치를 회수하기 어려운 시장에서는 특허 자체를 수익화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평생 지식재산 업무에 몸담아 왔지만, 대리인으로 일하던 때를 제외하면 아무리 좋은 결과를 만들어도 그다지 좋은 소리를 많이 들었던 것 같지는 않다. 어쩌면 기업의 IP 업무란 본래 그런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누군가를 돕는 일은 즐겁다. 내가 가진 경험과 지식으로 제품과 사업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아직 그런 일을 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분명 행운이다.

그래서 감사하다.

따라서 이 글에서 소개하는 여러 재무모델과 분석기법을 기업 IP 관리의 완성된 해법이나 현실적인 정답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으면 한다. 오히려 Cost Center라는 오래된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 IP 실무자가 얼마나 많은 방법을 고민하고 시험해 보았는지, 그 과정의 한 기록으로 읽어 주었으면 한다.

1. 특허를 투자자산으로 바라보는 시도

기업에서 특허를 관리하다 보면 결국 매우 현실적인 질문과 만난다.

“특허를 출원하고 유지하는 데 쓰는 예산은 과연 그만한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가?”

특허를 단순한 법적 권리가 아니라 하나의 투자자산으로 본다면, 출원 여부도 결국 투자 의사결정으로 생각할 수 있다.

얼마를 투입하고, 그 권리가 어느 정도의 독점적 이익을 만들며, 얼마 동안 유지되고, 그 과정에서 얼마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지를 계산할 수 있다면 보다 합리적인 판단이 가능해 보인다.

이러한 관점에서 흥미로운 모델 가운데 하나가 미국 특허변호사 Nick Beaulieu가 제안한 특허 경제성 분석 방법이다.

2. Nick Beaulieu의 특허 경제성 분석 모델

2.1. 특허의 강도와 시장점유율

Beaulieu 모델의 흥미로운 점은 특허가 확보할 수 있는 독점적 시장점유율을 비교적 단순한 두 변수로 설명하려 한다는 데 있다.

  • 특허의 강도(Strength of Patent): 청구항이 구현 가능한 기술적 실시형태 가운데 얼마나 넓은 범위를 배타적으로 포괄하는지를 본다.
  • 대체 제품 비율(Alternative Products Percentage): 시장에 존재하는 여러 경쟁 설계 가운데 해당 특허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을 평가한다.
독점 시장점유율
= 특허의 강도 × 대체 제품 비율

예컨대 특허의 강도가 50%이고 대체 제품 비율이 33.3%라면, 계산상 독점 시장점유율은 약 16.5%가 된다.

청구범위가 좁고 경쟁사가 쉽게 회피할 수 있다면 그만큼 특허가 방어하는 시장의 범위도 줄어든다는 발상이다.

2.2. 특허 수명주기와 현금흐름

그다음에는 출원비용, 심사 대응비용, 등록료와 유지료를 특허의 수명주기에 따라 배열하고, 그 특허로 얻을 수 있는 미래 현금흐름과 비교한다.

시장수요가 일정한 경우, 기술이 빠르게 진부화하는 경우,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경우 등을 달리 가정하면 특허의 경제성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모델에서 배울 수 있는 중요한 점도 있다.

특허는 등록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존속기간 끝까지 유지해야 하는 권리가 아니다. 기술이 진부화하고 사업적 가치가 사라져 특허가 만들어 내는 가치보다 유지비용이 더 커진다면, 권리를 포기하는 것도 자본 배분의 관점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문제는 기업의 실제 특허 포트폴리오가 이 정도로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3. 기업 실무에서 드러나는 다섯 가지 한계

3.1. 권리를 행사하는 비용

특허의 실질적인 경제적 가치는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막거나, 침해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라이선스 협상에서 실제 영향력을 행사할 때 나타난다.

그러나 바로 그 단계에서 발생하는 소송과 무효절차의 비용은 출원·등록·유지 비용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따라서 특허의 미래 현금흐름을 계산하면서 침해소송이나 무효심판의 발생 가능성과 그에 따른 비용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면 가치는 실제보다 과도하게 높아질 수 있다.

3.2. 특허는 확률적 자산이다

출원했다고 모두 등록되는 것은 아니다. 등록되었다고 언제까지나 그 권리범위가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심사 단계에서는 거절될 수 있고, 등록 뒤에는 무효심판이나 소송에서 권리 전체 또는 일부가 사라질 수 있다.

특허는 본질적으로 상당한 불확실성을 지닌 확률적 자산(Probabilistic Asset)이다.

따라서 특허의 가치를 재무적으로 평가한다면 등록 성공 가능성과 사후 무효 위험 역시 어떤 형태로든 반영할 필요가 있다.

3.3. 복합제품에서 특허 한 건의 몫은 얼마인가

스마트폰, 반도체, 자동차처럼 수많은 기술이 결합된 제품에서는 하나의 특허가 제품 전체의 매출을 만들어 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완제품 매출 전체를 개별 특허의 가치로 귀속시키는 대신, 그 특허가 제품의 기능이나 경쟁력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를 별도로 평가해야 한다.

이른바 기여분 안분(Apportionment)의 문제다.

3.4. 특허비용만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ROI(Return on Investment, 투자수익률)의 착시

제품이 시장에 나오기 위해 필요한 투자는 특허출원 비용만이 아니다.

R&D, 금형과 생산설비, 인증과 규제 대응, 마케팅과 판매관리 등 훨씬 큰 비용이 이미 투입되어 있다.

ROInaive = 특허 독점 제품 매출 ÷ 특허 출원·유지비용

분모에는 특허비용만 넣고 분자에는 완제품 매출을 넣는다면 ROI가 수천 퍼센트 또는 수만 퍼센트로 나타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 숫자가 기업 전체의 자본수익성을 그대로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3.5. 숫자로 잘 드러나지 않는 전략적 가치

반대 방향의 문제도 있다.

특허의 가치를 직접적인 제품 매출로만 평가하면 기업에서 특허가 수행하는 여러 중요한 역할이 빠진다.

  • 크로스 라이선싱을 통한 로열티 지출 방어
  • 경쟁사의 권리 행사에 대응할 협상력
  • 투자·M&A 과정에서 기술 진입장벽을 설명하는 기능
  • 아직 열리지 않은 미래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을 보존하는 기능

특허는 직접 돈을 벌어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돈이 나가는 것을 막고 미래의 선택지를 남겨 둔다.

4. 더 정교한 IP 가치평가를 위한 시도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려면 단순한 DCF(현금흐름할인법, Discounted Cash Flow)보다 훨씬 복잡한 모델이 필요해진다. 나 역시 이런 방향을 오래 고민해 보았다.

다음은 그 과정에서 검토했던 몇 가지 방법이다. 등록과 무효의 위험을 확률로 반영하고, 여러 특허의 기여도를 나누어 보고, 실제 사업화에 들어간 전체 자본을 고려하며,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미래의 가능성까지 가치로 평가해 보려는 시도들이다.

4.1. 위험조정 순현재가치(rNPV)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특허의 등록 가능성, 무효 위험과 분쟁비용을 현금흐름에 함께 반영하는 방법이다.

rNPV = − Cproc + Σ [ Pgrant × {(1 − Pinval(t)) × CFmono(t) − Plit(t) × Clit(t)} ÷ (1+r)t ]

개념적으로는 특허가 실제로 등록되고, 유효하게 살아남으며, 독점적 현금흐름을 창출할 가능성을 확률적으로 조정한다는 것이다.

수식이 복잡해 보이지만, 그 논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먼저 “이 특허가 실제로 등록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가?”를 고려한다. 등록되더라도 다시 “무효되지 않고 살아남을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가?”를 반영한다. 그렇게 살아남은 특허가 만들어 낼 것으로 예상되는 독점적 현금흐름에서 “특허분쟁이 발생할 가능성 × 그때 예상되는 분쟁비용”을 차감한다. 마지막으로 먼 미래에 발생할 현금흐름일수록 현재가치를 낮게 평가하기 위해 할인율을 적용한다.

이 식이 표현하려는 사고과정

특허의 기대가치 = 등록될 가능성 × 유효하게 살아남을 가능성 × 특허가 만들어 낼 경제적 이익 − 예상되는 분쟁비용 − 특허권 확보비용

여기에 각 연도의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환산하는 절차가 추가된다.

예를 들어 어떤 특허가 등록될 가능성이 80%이고, 등록 후 유효하게 살아남을 가능성이 75%이며, 어느 해에 특허로 인해 10억 원의 독점적 현금흐름을 얻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하자.

분쟁비용을 일단 제외하면 위험을 반영한 기대 현금흐름은 단순하게는 10억 원 × 0.8 × 0.75 = 6억 원이 된다. 여기에 예상 분쟁비용을 차감하고, 다시 할인율을 적용하여 현재가치로 환산한다.

일반적인 DCF(현금흐름할인법)가 주로 “앞으로 얼마를 벌 것인가”를 계산한다면, rNPV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돈을 실제로 벌 수 있는 법적·사업적 상태에 도달하고, 그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가”까지 생각하려는 시도다.

다만 수식이 정교하다고 해서 계산 결과까지 객관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특허 가치평가에서는 각 변수에 어떤 데이터를 넣느냐가 더 어려운 문제다.

4.2. 게임이론과 설명 가능한 AI

등록과 무효의 위험을 반영했다고 해도 또 하나의 문제가 남는다. 복합제품에서는 하나의 특허만으로 제품의 가치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이다.

여러 기술과 특허가 서로 결합하여 하나의 제품을 완성한다. 그렇다면 제품이 만들어 낸 가치 가운데 각각의 특허가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보아야 할까?

이 문제를 생각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협력적 게임이론(Cooperative Game Theory)의 샤플리 값(Shapley Value)이다.

협력적 게임이론은 여러 참여자가 함께 하나의 성과를 만들어 냈을 때, 그 성과를 각자의 기여도에 따라 어떻게 나누는 것이 합리적인지를 다룬다.

예를 들어 세 사람이 함께 사업을 해서 1억 원의 이익을 냈다고 하더라도, 항상 세 사람에게 3분의 1씩 나누는 것이 공정한 것은 아니다. A가 없으면 사업 자체가 성립하지 않고, B는 매출을 크게 높여 주며, C는 다른 사람으로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다면 세 사람의 실질적인 기여도는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특허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제품에 10개의 특허가 적용되었다고 해서 제품이 만들어 낸 특허가치를 각 특허에 10분의 1씩 똑같이 나누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다.

어떤 특허는 제품의 핵심기능을 가능하게 하지만, 어떤 특허는 성능이나 편의성을 조금 개선하는 데 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샤플리 값(Shapley Value)은 이러한 경우 각 특허가 전체 가치에 얼마만큼의 추가적인 가치(marginal contribution)를 보탰는가를 따져 그 기여도를 나누는 방법이다.

“이 특허가 추가되기 전과 추가된 후를 비교하면 제품의 가치가 얼마나 증가하는가?”

쉽게 말하면 이 질문을 반복하는 것이다. 다만 특허가 어떤 순서로 결합되는가에 따라 각 특허의 추가 기여도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샤플리 값은 가능한 여러 결합 순서를 고려하여 각 특허의 추가 기여도를 평균한다.

예를 들어 A, B, C라는 세 개의 특허가 하나의 제품에 적용되어 있다고 하자. A는 제품의 핵심기능을 가능하게 하고, B는 성능을 크게 향상시키며, C는 사용편의성을 조금 개선한다고 가정할 수 있다.

세 특허가 함께 만들어 낸 특허 관련 가치가 100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무조건 A 33, B 33, C 33으로 나누지는 않는다. A가 빠졌을 때 제품의 핵심기능 자체가 구현되지 않고, B가 빠졌을 때 제품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며, C가 빠져도 제품의 기본적인 작동에는 큰 영향이 없다면 A와 B에 더 큰 기여도가 배분될 수 있다.

샤플리 값의 핵심

“특허가 몇 개 있는가”가 아니라 “각 특허가 전체 가치의 형성에 실제로 얼마나 기여했는가”를 따져 보자는 데 있다.

이러한 샤플리 값의 사고방식은 설명 가능한 AI(Explainable AI, XAI)에도 활용된다.

AI가 어떤 결과를 제시했을 때 단순히 결과만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입력정보가 그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설명하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I가 어떤 제품의 시장 성공 가능성을 80%라고 판단했다면, 기술성능, 가격경쟁력, 브랜드 등 각각의 요소가 그 판단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를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특허 분석에도 비슷한 접근을 적용할 수 있다. 개별 특허의 청구범위, 제품기능과의 관련성, 인용관계, 기술적 중요성, 다른 특허와의 연결성 등을 분석하여 각 특허가 전체 포트폴리오나 제품의 기술적 가치 형성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를 비교해 보는 것이다.

이를 실제 특허 포트폴리오 분석에 적용한다면 다음과 같은 단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1. 전체 특허가치의 상한을 정한다. 완제품의 매출이나 이익 전체를 특허가치라고 보지 않고, 그중 특허기술에 귀속시킬 수 있는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먼저 정한다.
  2. 제품을 주요 모듈이나 기술군으로 나눈다. 예를 들어 착즙기라면 투입부, 절삭·압착부, 스크루, 필터, 구동부, 세척구조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3. 각 특허가 어느 기능이나 기술에 기여하는지 살펴본다. 해당 특허가 없을 경우 제품의 기능이나 경쟁력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평가한다.
  4. 특허 사이의 상대적 기여도를 분석한다. 여러 특허가 함께 적용되었을 때 각각이 추가하는 가치를 비교하고, 샤플리 값과 같은 방법으로 전체 특허가치를 나누어 볼 수 있다. 이때 특허 인용관계, 청구범위, 기술적 연결성 등의 데이터를 보조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
“제품 전체가 만들어 낸 가치를 특정 특허 하나의 성과라고 할 수 없다면, 여러 특허가 함께 만들어 낸 가치 중 이 특허의 몫은 얼마인가?”

협력적 게임이론과 샤플리 값은 이 문제를 좀 더 체계적으로 생각하기 위한 도구다.

다만 여기에도 중요한 한계가 있다. 샤플리 값을 계산하려면 각 특허가 만들어 내는 추가적인 가치를 어느 정도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특허를 제외했을 때 제품가치가 정확히 얼마 감소하는가”를 객관적인 숫자로 산정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특허 인용횟수나 AI 분석점수가 높다고 해서 그 자체가 곧바로 경제적 기여도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샤플리 값이나 XAI를 이용한 결과는 개별 특허의 객관적인 시장가치 그 자체라기보다, 여러 특허 사이의 상대적 기여도를 구조적으로 비교하기 위한 보조적인 분석도구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러나 여기서부터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계산이 정교해진다고 해서 특허의 객관적인 진실가치가 자동으로 계산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데이터를 넣고 어떤 관계에 가중치를 주느냐에 따라 결과는 상당히 달라진다.

특히 서로 다른 특허권자가 각자의 권리를 행사하는 현실에서는 하나의 제품을 하나의 협력게임처럼 놓고 기여도를 정확하게 나누는 것 자체가 상당히 강한 가정을 필요로 한다.

4.3. 총투입자본을 반영한 ROIC(Corrected Return on Invested Capital, 수정 투하자본수익률)

특허별 기여도를 어느 정도 나누었다고 하더라도, 수익률을 계산할 때 무엇을 ‘투자’로 볼 것인지라는 또 다른 문제가 남는다.

특허 자체의 출원비용이 아니라 실제 상용화에 투입된 전체 자본을 고려하면 평가의 모습은 또 달라진다.

ROICcorrected = ΔEBITpatent ÷ (CAPEXTotal + R&DTotal + IPTotal + SG&ATotal)

특허로 인해 늘어난 영업이익이 제품 개발과 상용화에 실제로 투입된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했는지를 보는 방식이다.

특히 ΔEBITpatent가 중요하다. EBIT(Earnings Before Interest and Taxes)는 통상 이자와 법인세를 차감하기 전의 영업이익을 뜻하고, 앞의 Δ(Delta)는 전체 영업이익이 아니라 특허기술로 인해 추가된 부분만을 의미한다.

예컨대 제품 전체 영업이익이 100억 원이라고 해서 100억 원 전부를 해당 특허의 성과로 잡는 것이 아니다. 그 특허기술이 없었을 경우와 비교해 추가로 발생한 이익만 추정하겠다는 취지다.

수식을 풀어쓰면 다음과 같다.

수정 투하자본수익률 = 특허기술로 인한 추가 영업이익 ÷ (총 자본적 지출 + 총 연구개발비 + 총 지식재산 비용 + 총 판매·관리비)
다만 이 식은 회계·재무 분야의 표준 ROIC 공식 자체는 아니다.

표준적인 ROIC는 일반적으로 NOPAT(세후영업이익)를 투하자본(Invested Capital)으로 나누어 계산한다.

따라서 이 식은 “특허의 사업화에 투입된 비용을 폭넓게 반영하기 위한 수정된 ROIC 개념”이라고 정의해 사용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4.4. 특허를 실물옵션으로 보는 방법

지금까지의 방법은 대체로 현재 관찰할 수 있는 사업가치나 현금흐름을 어떻게 더 정교하게 계산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당장 시장이 없거나 상용화 계획이 없다고 해서 어떤 특허의 가치가 반드시 0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면 지금 당장 제품화에 큰돈을 투자하지 않더라도, 나중에 시장이 성장했을 때 그 기술을 사업화하거나 라이선스할 수 있는 선택권을 확보하게 된다.

예를 들어 제품화에 50억 원이 필요한 기술이 있다고 하자. 현재 시장이 작다면 당장 50억 원을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러나 특허를 유지하면서 시장을 지켜보다가 몇 년 뒤 시장이 커지면 투자를 실행하고, 시장이 형성되지 않으면 투자를 하지 않을 수 있다.

“시장 상황이 좋아지면 사업에 들어가고, 좋지 않으면 들어가지 않을 수 있는 권리” 자체에도 가치가 있다.

이처럼 미래에 투자할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금융의 옵션과 비슷하게 보는 것이 실물옵션(Real Option)이다.

따라서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특허도 단순히 현재 매출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가치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미래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권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돈을 벌지 못하지만 미래의 선택권을 가진 특허에도 가치가 있을 수 있다.”

실물옵션은 바로 이 가능성을 특허 가치평가에 반영하려는 방법이다.

이론적으로는 꽤 매력적이다.

다만 그 가치를 숫자로 계산하려면 미래 시장규모, 기술의 성공 가능성, 상용화 비용과 시장 변동성에 관한 가정이 필요하다.

결국 실물옵션 역시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방법은 아니다.

계산의 정밀도와 미래 예측의 정확성은 동일한 것이 아니다.

5. 6단계 IP 의사결정 관문

이러한 생각을 실제 IP 관리 프로세스로 옮기면 다음과 같은 Stage-Gate 방식도 설계할 수 있다.

Gate 1. 출원할 것인가
예상 사업가치, 권리범위, 등록 가능성, 회피설계 가능성과 전략적 가치를 검토한다.
Gate 2. 어느 국가에 출원할 것인가
현재의 판매시장뿐 아니라 경쟁사의 제조거점, 장래 시장과 실제 권리집행 가능성까지 살핀다.
Gate 3. 어디까지 심사 대응할 것인가
등록 그 자체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거절을 피하기 위해 청구범위를 지나치게 좁힌 결과 경쟁사가 쉽게 회피할 수 있다면 추가 비용을 들일 이유를 다시 검토한다.
Gate 4. 실제로 등록할 것인가
출원 당시와 등록결정 시점 사이에 제품과 사업전략, 경쟁환경이 달라지지 않았는지 확인한다.
Gate 5. 계속 유지할 것인가
기술과 사업이 이미 사라진 특허를 무조건 존속기간 끝까지 유지할 필요는 없다. 다만 현재의 매출이나 정량평가만으로 미래 가치까지 단정하는 것 역시 위험하다.
Gate 6. 권리를 행사할 것인가
침해가 발견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소송으로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예상 배상액, 무효 위험, 소송비용, 사업관계, 라이선싱 가능성과 상대방의 반격수단을 함께 검토한다.
이러한 Gate를 두는 것 자체에는 의미가 있다. 문제는 Gate를 운영하기 위해 만든 평가표와 점수체계가 어느 순간 판단을 돕는 도구에서 판단 자체를 대신하는 규칙으로 변할 때다.

6. 그리고 다시 현실로

여기까지 오면 특허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는 체계는 상당히 정교해 보인다.

단순 현금흐름할인법(DCF)에서 출발해 등록과 무효 가능성을 반영한 rNPV로 가고, 복합제품에서는 기여분 안분과 Shapley Value를 검토하며, 총투입자본을 반영한 ROIC와 미래 가능성을 평가하는 Real Options까지 생각해 볼 수 있다. AI와 데이터 분석을 결합하면 조금 더 정교한 평가도 가능해 보인다.

나도 오랫동안 이런 방법을 고민했다.

Cost Center라는 말을 듣는 IP 부서의 일을 숫자로 설명할 수 있다면, 우리가 하는 일의 가치를 경영진에게 조금 더 설득력 있게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랜 실무 경험 끝에 돌아보면,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다.

평가모델이 정교해질수록 그 모델을 운영하기 위한 일이 늘어났다.

평가항목을 정하고, 자료를 모으고, 점수를 부여하고, 보고서를 만들고,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했다.

그 과정에서 정작 특허팀이 바라봐야 할 제품과 기술, 경쟁사와 시장에서 조금씩 멀어지는 순간도 있었다.

무엇보다 어려웠던 것은 미래가 계산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당시의 평가표에서는 가치가 낮아 유지하지 않기로 결정했던 권리가 몇 년 뒤 시장 상황이 바뀌면서 가장 중요한 무기 후보로 다시 떠오르는 경우도 있었다.

그때의 의사결정이 비합리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 당시 확보할 수 있었던 정보와 기준에 따르면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결과를 알고 난 뒤 돌아보면 후회는 남는다.

미래는 예측의 대상이 아니다.

이 말이 점점 더 마음에 남는다.

그렇다고 현금흐름할인법(DCF)도 필요 없고, 재무모델도 필요 없으며, AI 분석도 의미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도구들은 우리가 현재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가정하고 있으며, 무엇을 아직 모르는지를 더 명확하게 보여 준다.

문제는 모델이 판단을 돕는 도구라는 사실을 잊고 그 숫자를 미래 자체로 받아들이기 시작할 때 생긴다.

결국 나는 다시 아주 단순한 곳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비록 조직 안에서 크게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제품 경쟁력과 매출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권리를 확보하는 일.

경쟁사가 쉽게 피해 갈 수 없는 특허를 만드는 일.

제품 사업을 통해 그 가치를 회수할 수 없는 시장에서는 특허를 라이선싱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수익화하는 일.

그리고 필요할 때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조용히 준비해 두는 일이다.

특허를 몇 건 출원했는지, 평가점수가 얼마인지, ROI가 얼마로 계산되는지보다 결국 더 중요한 질문은 어쩌면 하나인지도 모른다.

“이 특허가 실제 제품과 사업에 무엇을 해 줄 수 있는가?”

아마 이 질문에는 완벽한 공식이 없을 것이다.

기술을 이해해야 하고, 사업을 알아야 하고, 경쟁사를 보아야 하며, 법률과 시장을 함께 읽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결국 사람이 판단해야 한다.

평생 지식재산 업무에 몸을 담아 왔지만, 대리인이었던 시절을 제외하면 아무리 좋은 결과를 만들어도 그리 좋은 소리를 많이 들었던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내가 가진 경험과 지식으로 제품과 사업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아직 그런 일을 할 기회가 있다는 것은 분명 행운이다.

그래서 감사하다.

이 글에서 살펴본 DCF, rNPV, Shapley Value, 설명 가능한 AI, ROIC, Real Options와 Stage-Gate는 나름의 논리와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이것들을 기업 IP 관리의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글은 오히려 IP 부서가 Cost Center라는 오래된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한 실무자가 얼마나 많은 방법을 고민하고, 공부하고, 시험해 보았는지를 보여 주는 기록에 가깝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을 현실적인 해답이라기보다 고민과 노력의 증거로 읽어 주었으면 한다.

참고문헌 및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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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August 15, 2026

특허의 ‘문장’이 아니라 ‘기술적 의미’를 읽는 AI — 청구항과 발명의 설명을 학습시키는 특허 리스크 탐지 기술

발명자 기술 칼럼 · AI와 특허분석

청구항과 발명의 설명을 학습시켜 특허 리스크를 찾는 방법

키워드가 달라도 같은 기술을 가리킬 수 있다. 특허문서가 본래 지닌 구조를 학습 신호로 바꾸고, 긴 설명에서 청구항과 밀접한 부분을 골라내는 AI 특허분석 기술의 아이디어와 작동 원리를 소개한다.

청구항과 발명의 설명의 의미 관계를 AI가 분석하는 모습을 표현한 개념 이미지
청구항과 발명의 설명 사이의 의미적 대응관계를 학습하는 AI 특허분석의 개념도

1. 키워드 검색은 왜 기술의 연결고리를 놓치는가

특허 검색은 ‘같은 단어를 찾는 일’로 끝나지 않는다. 제품 설명과 청구항에 같은 표현이 반복된다면 비교는 어렵지 않다. 실무가 까다로운 이유는 같은 기술을 전혀 다른 말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성의 순서를 바꾸거나 상위개념과 하위개념을 섞고, 하나의 기능을 다른 용어로 풀어내면 키워드 검색만으로는 중요한 연결고리를 놓치기 쉽다.

내가 발명하여 출원한 기술은 바로 이 문제에서 출발했다. 목표는 AI가 특허문서의 단어를 단순 대조하는 수준을 넘어, 청구항에 담긴 기술적 의미와 다른 문서의 설명이 얼마나 밀접하게 대응하는지를 학습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핵심은 특허문서 안에 이미 존재하는 구조적 관계를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는 데 있다. 사람이 수만 건의 문서를 읽고 정답표를 일일이 만드는 대신, 특허문서 자체가 일정 부분 학습 신호를 제공하도록 설계했다.

2. 특허문서 자체를 학습 데이터로 바꾸는 법

출발점은 특허문서의 구조다. 특허의 청구범위는 권리의 경계를 정하고, 발명의 설명은 그 발명이 무엇이며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구체적으로 풀어낸다. 우리 특허법 제42조 제4항 제1호가 청구항이 발명의 설명에 의해 뒷받침될 것을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개되지 않은 내용까지 권리로 독점하는 일을 막고, 통상의 기술자가 청구된 발명과 명세서의 대응관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다.

이 법적 구조를 학습 데이터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동일한 특허문서에서 추출한 청구항과 발명의 설명은 원칙적으로 높은 관련성을 가진다. 반면 서로 다른 특허에서 무작위로 가져온 청구항과 설명 조각은 통계적으로 관련성이 낮을 가능성이 크다. 이 관계를 이용해 동일 특허에서 나온 청구항–설명 쌍에는 레이블 1을, 서로 다른 특허에서 가져온 쌍에는 레이블 0을 부여할 수 있다.

이 설계의 실익은 수작업 레이블링 비용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다. 일반적인 지도학습이라면 전문가가 문서 쌍을 하나씩 읽고 ‘관련 있음’과 ‘관련 없음’을 판정해야 한다. 특허 한 건을 제대로 읽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므로, 데이터가 커질수록 비용은 가파르게 늘어난다. 같은 특허의 청구항과 설명을 자동으로 묶고 다른 특허의 설명을 무작위로 결합하면 이 병목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부정 샘플은 단순한 들러리가 아니다. 관련성이 높은 쌍만 보여 주면 모델은 몇몇 단어가 겹친다는 이유만으로 두 문서가 관련 있다고 오판하기 쉽다. 서로 다른 특허에서 가져온 청구항–설명 쌍을 함께 학습시키면 모델은 단어 몇 개의 일치와 기술적 대응관계를 구별해야 한다. 긍정 샘플이 대응의 모습을 보여 준다면, 부정 샘플은 그 경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다듬는다.

3. 긴 명세서와 512토큰의 벽을 넘는 법

다음 걸림돌은 문서 길이다. BERT는 기본 구조상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입력 길이가 최대 512토큰으로 제한된다. 그러나 특허의 발명의 설명은 수천 단어를 훌쩍 넘는 경우가 흔하다. 청구항과 전체 설명을 한 번에 모델에 넣는 방식은 애초에 성립하기 어렵다.

내가 제안한 방식은 긴 발명의 설명을 약 310토큰 내외의 조각으로 먼저 나눈다. 이어 청구항과 각 조각의 의미적 관련도를 계산해 점수가 높은 부분을 입력 후보로 고른다. 문서의 앞부분부터 기계적으로 잘라 넣는 것이 아니라, 제한된 입력 공간을 청구항과 직접 맞닿아 있을 가능성이 높은 설명에 우선 배정하는 방식이다.

설명 조각을 고르는 과정에는 벡터 간 도트 프로덕트와 같은 연산을 사용할 수 있다. 복잡한 수학식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청구항과 설명 조각을 각각 의미 벡터로 표현한 뒤, 두 벡터가 얼마나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지 점수화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점수가 높을수록 해당 설명 조각이 청구항과 의미적으로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

  1. 분할: 긴 발명의 설명을 약 310토큰 단위의 조각으로 나눈다.
  2. 점수화: 청구항과 각 설명 조각의 의미적 관련도를 계산한다.
  3. 선별: 관련도 점수가 높은 조각을 BERT 입력 후보로 선택한다.

4. BERT가 두 문서의 관계를 읽는 방식

선별된 텍스트는 BERT가 두 문장을 구별해 읽을 수 있는 형식으로 구성한다. 대표적인 입력은 [CLS] + 청구항 + [SEP] + 발명의 설명 + [SEP]와 같은 구조다. [SEP]는 두 텍스트의 경계를 표시하고, 세그먼트 임베딩은 각 토큰이 어느 문장에 속하는지를 알려 준다. [CLS] 토큰의 최종 표현은 두 텍스트의 관계를 분류하는 대표 벡터로 활용할 수 있다.

이 장치는 청구항과 설명이 하나의 긴 문장으로 뒤섞이는 것을 막는다. 사람은 제목과 문단, 줄바꿈을 보고 두 문서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이해하지만 모델에는 그런 직관이 없다. 따라서 입력 구조 자체가 ‘여기까지가 비교 대상 A이고, 여기부터가 비교 대상 B’라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학습 단계에서는 레이블 1과 레이블 0을 번갈아 처리하는 교대 배치 전략을 사용한다. 두 종류를 처음부터 한 바구니에 섞지 않고 그룹별 손실을 따로 계산한 뒤, 두 손실을 함께 줄이는 방향으로 파라미터를 갱신한다. 어느 한쪽 데이터가 더 많거나 쉽게 학습된다는 이유로 모델의 판단 기준이 한 방향으로 기우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5. 실험 결과는 무엇을 보여 주는가

원고에 기록된 실험에서는 15에포크의 학습 과정에서 교차엔트로피 손실값이 0.89에서 0.19로 낮아졌고, 정확도는 약 80% 수준에 도달했다. 특히 서로 다른 표현을 사용한 비교 사례에서는 17개의 텍스트 쌍을 모두 레이블 1로 판별한 결과가 제시되었다.

15에포크실험 학습 횟수
0.89 → 0.19교차엔트로피 손실값
약 80%해당 조건의 정확도

숫자보다 더 눈여겨볼 것은 표현이 달라졌을 때의 반응이다. 특허 검색의 난점은 같은 기술을 다른 말로 숨길 수 있다는 데 있다. 한 문서가 ‘접착 고정 메커니즘’이라고 쓴 구성을 다른 문서가 전혀 다른 용어로 풀어 썼다면, 키워드 검색은 공통 단어가 적다는 이유로 두 문서를 멀리 떨어뜨릴 수 있다. 의미 기반 모델이 노리는 지점은 그 반대다. 표현이 달라도 문맥 안에서 각 구성이 어떤 기능을 하고 서로 어떤 관계를 맺는지를 비교한다.

6. 의미 유사도와 법적 침해판단의 경계

이 대목은 자연스럽게 균등론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 특허침해 판단에서도 청구항의 문언과 침해제품의 표현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판단이 끝나지는 않는다. 대법원 판례는 문언과 달리 변경된 부분이 있더라도 과제의 해결원리, 작용효과, 치환의 용이성 등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고 특별한 제외사유가 없다면 균등침해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제 판단에서는 청구항의 모든 구성요소 충족 여부, 출원경과, 공지기술, 의식적 제외, 균등론의 개별 요건 등을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따라서 이 발명의 실무적 가치는 ‘AI가 판사를 대신한다’는 데 있지 않다. 사람이 읽어야 할 문서를 훨씬 좁혀 주는 데 있다. 수천, 수만 건의 특허와 제품 문서 가운데 청구항과 의미적으로 강하게 대응하는 후보를 먼저 찾아내고, 변리사·변호사·연구개발 담당자가 그 후보를 정밀 검토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7. 실무 활용과 데이터의 가치

활용 장면은 여러 갈래다. 침해 리스크 분석, 특허 모니터링, 선행기술 검색이 모두 같은 의미 비교 구조 위에서 만난다.

  • 신제품 기획: 경쟁사 특허와 제품 사양서를 비교해 위험 후보를 조기에 추린다.
  • 권리 모니터링: 시장에 나온 신제품의 기술 설명과 보유 청구항을 대조해 검토 순서를 정한다.
  • 선행기술 조사: 청구항과 다른 표현을 사용하는 문헌을 의미 관계를 통해 끌어올린다.

특허 AI에서 진짜 비싼 자원은 GPU나 모델 파라미터만이 아니다. 실제로는 ‘좋은 학습 데이터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더 큰 문제일 때가 많다. 전문가가 만든 레이블은 정확하지만 비싸고 느리다. 공개 특허문서는 방대하지만 그 자체가 곧 학습 정답은 아니다. 이 발명은 그 사이에서 특허문서가 원래 지닌 법적·문서적 구조를 활용해 데이터 생성 비용을 낮추려는 시도다.

이를 단순히 ‘법률을 수학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부르면 핵심을 놓친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법률문서가 오랫동안 축적해 온 구조와 규칙에서 AI가 학습할 수 있는 신호를 찾아내는 것이다. 청구범위와 발명의 설명의 관계, 관련 문단의 선별, 긍정·부정 샘플의 구성, 두 텍스트를 구분하는 입력 구조가 결합되면서 특허문서의 의미적 대응관계가 계산 가능한 문제로 바뀐다.

8. 남은 과제와 이 기술이 향하는 곳

남은 과제도 적지 않다. 기술분야가 달라지면 용어와 문장 구조도 달라지므로 도메인별 학습이 필요하다. 무작위 부정 샘플 속에 실제 관련 문헌이 섞이는 문제도 피하기 어렵다. 의미 유사도와 법적 침해판단 사이의 간극을 좁히려면 청구항 구성요소별 분석에 출원경과, 선행기술, 전문가 판정 데이터를 겹쳐야 한다. 512토큰이라는 BERT의 제약 역시 더 긴 컨텍스트 모델이나 계층형 구조를 사용하면 다른 방식으로 풀 수 있다.

그래도 출발점은 선명하다. 특허문서는 단순한 텍스트 덩어리가 아니다. 권리를 정의하는 청구항과 그 권리를 기술적으로 설명하는 본문 사이에는 특별한 관계가 존재한다. 그 관계를 학습 데이터로 바꾸면 AI는 키워드가 같은 문서를 찾는 검색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술적으로 왜 관련 있는가’를 탐색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특허 업무에서 AI의 자리는 인간 전문가의 최종 판단을 빼앗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전문가가 판단해야 할 후보를 더 빠르고 넓게 찾아 주는 자리다. 수많은 문서 속에서 놓치기 쉬운 의미적 연결을 먼저 포착하고, 그다음 사람이 법률과 기술의 기준으로 결론을 내리는 구조다. 내가 출원한 이 발명은 바로 그 경계에서 출발한다. 특허의 문장을 검색하는 기술을 넘어, 특허가 보호하려는 기술적 의미를 읽기 위한 시도다.

참고자료

이진수, 「인공신경망 및 텍스트 쌍 임베딩을 이용한 특허 분석 모델의 생성 방법, 특허 분석 방법 및 컴퓨팅 장치」, 대한민국 특허출원 제10-2024-0075102호, 2024. 6. 10. 출원.

  • 출원번호: 10-2024-0075102
  • 출원일: 2024. 6. 10.
  • 기초출원: 10-2023-0093439 (2023. 7. 18.)
  • 발명자 / 출원인: 이진수
  • 발명의 명칭: 인공신경망 및 텍스트 쌍 임베딩을 이용한 특허 분석 모델의 생성 방법, 특허 분석 방법 및 컴퓨팅 장치

Sunday, November 23, 2025

특허를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프레임에 대하여

한국의 언론은 특허 분쟁을 다룰 때 흔히 감정적이고 피해자 중심의 프레임을 씌워, 기업들이 공격적인 특허 주장으로 ‘괴롭힘을 당하는’ 것처럼 묘사하곤 한다. 이런 서사는 종종 헤드라인에서 더욱 과장되며, 정당한 특허권 행사조차 ‘삥뜯기’와 다를 바 없는 행동으로 표현되기 일쑤다.


반면 해외 주요 언론의 접근 방식은 전혀 다르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기술 매체들은 쟁점이 되는 청구항, 관련 기술, 시장에 미치는 영향, 규제 환경 등 사실에 기반해 사건을 분석한다. 분쟁을 선악의 구도로 단순화하기보다는, 기술적·법적 근거에 따라 중립적으로 보도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 차이는 단순한 보도 방식 이상의 문제를 보여준다. 한국 사회가 여전히 “타인의 발명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을 자연스럽고 정당한 경제 질서로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대부분의 선진 시장에서는 특허를 ‘아이디어를 공개하는 대가로 일정 기간 독점권을 부여하는 사회적 계약’으로 이해한다. 따라서 타인의 발명과 특허를 존중하는 태도는 기술을 상용화하는 기업이 지녀야 할 기본적 준칙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특허를 여전히 장벽이거나 기회주의적 도구로 오해하는 시각이 남아 있다. 이러한 인식은 건전한 혁신 생태계를 지탱하는 문화적 기반을 약화시킨다.


사실 특허의 철학은 매우 단순하다. 발명은 긴 시간의 시도와 오류, 지속적인 투자로 이루어지는 여정이다. 특허는 이 여정에 참여한 사람이 일정 기간 자신의 노력의 결실을 우선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는 장치일 뿐이다. 이는 법이 임의로 부여한 특혜가 아니라, 노력과 성취에는 합당한 보상이 따르는 것이 마땅하다는 자연권적 질서를 반영한다.


만약 누군가의 노동으로 일군 밭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작물을 가져갈 수 있다면, 누가 앞으로 씨를 뿌리고 농사를 지으려 할 것인가. 특허는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한다. 즉 창작과 발명의 위험을 시장의 참여자들이 일정하게 분담하고 정당하게 보상하는 제도적 구조다.


따라서 특허권의 집행은 협박이나 착취가 아니다. 오히려 기술을 공개하게 만들고, 지식이 사회로 확산되도록 촉진하는 균형 잡힌 교환이다.


언론과 기업이 이러한 철학을 이해할 때, 유치한 ‘깡패 특허’ 프레임은 사라지고 기술과 법에 기반한 성숙한 공론장이 자리 잡을 것이다.


특허는 혁신을 억제하는 무기가 아니라, 발명을 가능하게 하고 산업을 성장시키는 도구다. 이 단순한 사실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혁신 생태계를 강화하는 데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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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How Korean Society Frames Patents


Korean media often casts patent disputes in a distinctly emotional, victim-oriented frame—portraying companies as if they are being “harassed” by aggressive patent assertions. Headlines frequently amplify this narrative, and it is not uncommon to see rightful enforcement of patent rights depicted as little more than a shakedown.


Major foreign outlets take a very different approach. In the United States and Europe, financial and technology publications analyze these cases through facts: the claims at issue, the underlying technologies, market impact, and the surrounding regulatory environment. Rather than reducing disputes to a moral drama of good and evil, they focus on the legal and technical merits.


This contrast reveals something deeper: Korean society still struggles to regard “paying for someone else’s invention” as a natural and legitimate part of economic order. In most advanced markets, a patent is understood as a social contract—exclusive rights granted for a limited time in exchange for disclosing an idea. Respecting others’ inventions is considered a basic ethical expectation for any company that seeks to commercialize technology.


In Korea, however, patents are still too often viewed as barriers or opportunistic tools. Such misconceptions weaken the cultural foundation necessary for a healthy innovation ecosystem.


The philosophy behind patents is, in fact, straightforward. Invention is a long journey of trial, error, and sustained investment. A patent merely ensures that those who undertake this journey have the first right to harvest the fruits of their labor for a defined period. This is not an arbitrary privilege created by law; it reflects a natural right—the notion that effort and achievement deserve fair reward.


If anyone could freely take the crops from a field cultivated by another’s labor, who would continue planting seeds? Patents address this very problem. They create a system in which the risks of creativity are shared and fairly compensated by participants in the marketplace.


Patent enforcement, therefore, is not coercion or exploitation. It is a balanced exchange—one that encourages disclosure, disseminates technology, and ultimately returns knowledge to society.


When the media and industry embrace this philosophy, the childish “patent bully” narrative will fade, and public debate will mature into one grounded in technology and law rather than caricature.


Patents are not weapons that suppress innovation; they are the very tools that enable it. Reaffirming this simple truth is essential if we are to strengthen our innovation ecosystem for the future.

Monday, March 7, 2022

[이진수의 ‘특허포차’] ㊺ 인공지능(AI)과 창작(중)… ‘발명자’는 누구인가?

인간의 ‘지적 노동’, ‘창작’을 보호… 지식재산권(IP) 제도

최근 컴퓨팅 비전(Computer Vision) 분야에서 AI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연구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비지니스 영역에서는 벌써 이런 연구결과를 이용한 가상 광고모델이 활동하고 있기도 하고, 의료용 학습데이터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것이 가능하게 된 것은 생성적 대립 신경망(GAN) 발명과 합성곱 신경망(CNN) 발명 덕분이었다. 전편에서는 이러한 GAN 발명과 CNN 발명에 대한 기술적 특징을 알아보았고, 현재 컴퓨팅 비전 분야의 이미지 생성수준을 살펴봄으로 전통적인 “창작”의 개념에 대해 생각해볼 화두를 던져보았다.

본 편에서는 인간의 ‘지적 노동’, ‘창작’이 무엇이며 지식재산권(IP)으로 보호하는 근거와 원리를 살펴보고 호주 법원이 ‘다부스(DABUS)’ AI 기계가 만든 2개의 발명의 귀속을 그 기계를 도구로 사용한 소유자에게 인정한 법원리를 되새겨보려고 한다.

이글은 총 3편으로 나누어 상편은 이미 연재되었고 본 글의 중편에 이어 다음에 하편이 연재될 예정이다.

우리는 과거 어느때보다 더 철학적이고 똑똑하고 현명해져야 한다.

<IPDaily 칼럼읽기>

[이진수의 ‘특허포차’] ㊺ 인공지능(AI)과 창작(중)… ‘발명자’는 누구인가?


Thursday, January 27, 2022

우리나라 지식재산 무역수지에 대한 진실

지식재산 무역수지에 대한 진실


[1탄] 우리나라 지식재산무역수지의 흑자를 견인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

통계청 KOSIS에 공개된 우리나라 지식재산권 무역수지 통계 (출처 : 한국은행,「국제수지통계」) 를 면밀히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지식재산무역수지 흑자를 견인하고 있는 지식재산유형은 K-한류로 시작한 문화예술 저작권이 아니라 "데이터베이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도 매년 2조원이 넘는 흑자를 내고 있는 지식재산이다.

그러나 어떤 데이터베이스가 이렇게 많은 흑자를 내고 있는지 어떤 구조로 내고 있는지 아무도 그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는다.

데이터베이스에서 막대한 흑자(한화 2조 4천억원)를 내고 있다는 데, 그 데이터의 의미와 해석은 무엇일까 궁금하다.

[참고] 데이터베이스(database, DB)는 여러 사람이 공유하여 사용할 목적으로 체계화해 통합, 관리하는 데이터의 집합이다. 작성된 목록으로써 여러 응용 시스템들의 통합된 정보들을 저장하여 운영할 수 있는 공용 데이터들의 묶음이다. 이러한 데이터베이스는 저작권법에 의해서도 보호되는데, 저작권법상 데이터베이스(DB)란 저작물이나 부호·문자·음·영상 그 밖의 형태의 자료(이하 소재)를 체계적으로 배열 또는 구성한 편집물로서, 개별적으로 그 소재에 접근하거나 그 소재를 검색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말한다. 여기서 '편집물'이란 '소재의 집합물'을 말한다. 따라서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데이터베이스는 무의미적이지 않고 ‘체계적으로’ 구성돼 있어야 하며, ‘소재에의 접근 또는 검색이 가능’해야 한다.



[2탄] 우리나라 지식재산무역수지의 적자의 주범 외국인 투자 기업

통계청 KOSIS에 공개된 우리나라 지식재산권 무역수지 통계 (출처 : 한국은행,「국제수지통계」) 를 면밀히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지식재산무역수지 적자의 주범은 국내 기업이나 아니라, 외국인 투자 기업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국내 대기업의 지식재산 무역수지는 2019년부터 흑자로 돌아섰으나 외투기업에서 적자 폭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 이유를 아무도 분석하거나 설명해주지 않는다. 궁금하다.

[참고] 외국인투자 촉진법 상 외국인투자란 외국인이 대한민국 법인 등의 경영활동에 참여하는 등 그 법인 등과 지속적인 경제관계를 위해 그 법인이나 기업의 주식 등을 소유하거나, 해외 모기업 등이 외국인투자기업에 5년이상 장기차관을 대부 또는 외국인이 비영리법인에 대해 출연하는 것을 말한다.




Thursday, March 25, 2021

[작은생각] 지식재산무역수지 적자의 주요 원인과 해결방향

2021년 3월 23일자 매일일보에 2020년 지식재산 무역수지에서 큰 폭의 적자가 발생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대기업의 IP수출 감소가 원인이라는 진단과 함께 말이죠 (이 통계에서 말하는 IP수출이란 특허기술수출이란 의미로 로열티측면에서는 수입입니다. 제품수출과 흐름이 반대입니다).

그동안 정부가 강한특허 확보와 해외지재권 확보를 위해 지원폭을 넓혀 왔음에도 왜 적자가 더 증가하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으나 무엇이 부족한지 고민해보자는 적극적인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지식재산업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 마음이 아픈 결과입니다. 작년 지식재산무역수지가 개선되어 가고 있다는 희망적인 소식을 들었던 것이 떠오르기도 하고, 코비드19 여파로 중견/중소기업 제품 매출도 줄었을 텐데라는 의문도 들어, 기사에서 인용된 한국은행 통계데이터를 들여다 보았습니다.


그런데, 지식재산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은 따로 있었습니다. 지식재산무역수지 적자의 대부분은 "외투 기업"에서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적자폭의 기울기는 점점 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고 통계를 잡은 이후 계속 그랬습니다. 이걸 왜 모른척 했을까요?

기업형태별 통계 데이터 시트를 보면 2020년 적자가 급증한 기업은 "외투 중견/중소기업"이었습니다. "국내기업"은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기관형태별 지식재산권 무역수지 (한국은행)>

우리나라 지식재산 무역수지 적자의 주범(?)은 따로 있었습니다. 

"외투기업 (외국인 투자기업)"

<IP 수입면>에서 외국 투자자들이 로열티 명목으로 가져가는 돈이 주범(?)이었습니다. 물론 <IP 수출면>에서는 공공연구기관의 해외 기술수출을 반대하는 문화도 한 몫했을 겁니다. 기술의 해외이전은 고사하고 해외로 기술의 이전이 없는 특허 라이센싱만 해도 질책하고 국감장에 불러들이니 공공연구기관 책임자와 장들에게 해외 IP수출은 껄끄롭고 뜨거운 감자가 되었을 겁니다.

※ "외투기업(외국인투자기업)"이란, 외국인투자촉진법에 규정된 외국투자자가 출자한 기업을 말하는데, 외국인 1인 주주의 직접투자금액이 1억원이상으로 경영목적의 의결권이 있는 주식총수의 10% 이상을 소유한 경우로 규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신주취득시에는 조세감면대상이 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정확한 사항은 외국인투자촉진법 참조하세요.

일본의 사례가 떠오릅니다. 일본의 지식재산무역수지 역사를 보면 1995년 전까지는 로열티 수입이 없었습니다. 



<1995년 월드뱅크(World bank)에서 보고된 전 세계 TOP15 지식재산권 사용료 수입 순위> 
(출처 : 유튜버 그래프로 보는 세상)

1995년 1년동안 갑자기 로열티 수입이 급증하면서 로열티 수지가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됩니다. 

<1997년 월드뱅크(World bank)에서 보고된 전 세계 TOP15 지식재산권 사용료 수입 순위> 
(출처 : 유튜버 그래프로 보는 세상)

미국은 특허제도를 국가의 기본제도로 입법하였습니다. 미 건국의 아버지들은 발명가의 권리를 천부의 재산권으로 보장해줌으로써, 창작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게 하여, 발명가 개인들의 무형재산을 폭발적으로 증식할 수 있도록 하고, 결국 산업발전이란 국가의 부도 이루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꿈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미국은 이러한 특허제도 덕분으로 전세계 초강대 리더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일본은 미국과 무역전쟁을 치루면서 지식재산의 중요성을 배웠습니다. 무역전쟁에서 참패한 일본은 국가적으로 지식재산에 관심을 돌리고 지식재산권 침해 단속을 강화하였습니다. 미국이 가진 꿈을 일본도 꾸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무역전쟁에서 강력한 무기는 기초과학과 지식재산의 경쟁력이란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이에 강한 기초과학을 목표로 힘을 쏟기 위해 1995년에 과학기술기본법 제정하였고, 강한 지식재산을 목표로 1996년 지식재산추진계획도 수립하였습니다. 모든 직종의 전문가 들이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가 하나되어 고민하고 양보하며 합의하여 새로운 길로 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조치를 시작하자마자 로열티 수입이 갑자기 발생하고 1년 사이에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입니다. 그것도 1년만에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무역수지 세계 2위의 국가가 되었다는 것은 더더욱 이해하기 힘든 현상입니다. 자연세계를 지배하는 관성이란 자연법칙이 무시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를 알게 된 것은 10여년전 일본의 어느 대기업 지재팀 임원과 협상 마치고 갖은 식사자리에서였습니다. 그에게 들었던 일본 흑자전환전략이란 것은 일본의 해외법인으로부터 로열티를 거둬들이는 것이였습니다. 외국투자를 통한 막대한 로열티 수입이었습니다. 제조기업은 물론 투자기업과 국영연구기관도 합세하였다고 합니다. 1999년 우리나라 IMF란 시대적 상황은 좋은 사냥터가 되었을 겁니다.

요즘은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해외에 제조회사를 세워 특허로열티를 받아온다고 합니다.(물론 데이터 수집 및 분류, 산정방식 등에 노하우가 있다고 주장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사실 특허로열티가 늘어난다는 것은 제품의 매출이 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만큼 국내 기업들의 매출이 증가하였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국가 지식재산무역수지를 줄이자고 매출을 줄일 수 없는 것이고 또 특허침해를 용인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다만 한가지 더 짚어 볼 것은 있습니다. 국내에서 특허받지 못한 기술은 훔친 것이 아니라면 그 사용을 막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그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면 특허가 없어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에 로열티를 낼 이유가 없습니다. 따라서 국내 발명자의 특허를 사용한 제품 매출보다 해외 발명자의 특허를 사용한 제품 매출이 더 증가하였을 거란 추정이 가능합니다. 아직 매출을 주도하는 제품의 특허자립도가 부족하단 의미이기도 합니다. 특허건수만으로는 특허자립도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물론 특허의 양적 확장은 해외기업들이 국내 특허를 확보하지 못하게 하는 방어막이 될 겁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단 말입니다. 

우리나라 기업이 세상에 없는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처음 개발하여 시장을 새로 만든 제품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그런 제품을 특허로 보호하여 모방품의 추격을 차단하거나 시장지배기술로 로열티를 받는 사례가 얼마나 있을까요?

다시 주제로 돌아와, <IP 수입>면에서 외투기업이 무역수지 적자의 주범이라고 해도, 제재만 하면 우리나라가 외자유치의 국가로 매력이 없어질 것입니다.

그것은 더 큰 문제입니다. 

그러나 해외 모회사가 로열티 명목으로 자신의 손과 발이 되어 제조와 서비스를 맡고 있는 국내 자회사로부터 과도한 또는 정당한 근거없이 수익을 가져가는 불공정한 사례는 없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아가  <IP 수입면>에서 로열티 수지개선의 한 축이 '국내 특허'라는 점을 기억하여야 합니다. 이 점은 외투기업에 대한 점검은 물론 향후 전략수립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해외특허로 국내에서 특허를 행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외투 모회사가 국내 자회사로부터 로열티를 가져가는 근거이자 무기는 국내특허란 말입니다. 따라서 국내 특허가 없으면서 국내 자회사를 통한 제조 또는 서비스를 이유로 로열티를 받아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노하우는 특허와 달라 한번 공중에 알려지면 더 이상 사적 재산이 아니고 공공의 재산이 됩니다.

그리나 무엇보다도 <IP 수출면>에서 해외 특허 또는 기술 수출을 개방하고 해외 투자를 통한 로열티 수입에 더 적극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본사 소재지인 국내는 물론 해외 자회사 소재지 국가에 특허와 상표를 출원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나가는 돈보다 더 많이 벌어온다면 그만큼 순환하는 경제규모가 커진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바라보고 달려가야할 방향일 겁니다.

※ (참고) 특허수출(이전)과 기술수출(이전)은 본질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특허를 수출(이전)한다고 해서 기술이 수출(이전)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기술은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면 특허와 분리하여 수출(이전)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Friday, February 26, 2021

지식재산설계자와 실무자에게 고합니다

특허제도는 발명이란 짐을 싣고 산업발전이란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화물차(vehicle)와 같다. 그 차에는 "독점보호"와 "자유이용"이란 두 개의 바퀴가 있다.

특허문서는 청구범위(claim)와 명세서(specification)로 구성된다. 청구범위(claim)에 의해 창작물(invnetion)을 독점보호(patent)하고 명세서(specification)에 의해 창작의 소재를 자유이용(public domain)한다.

특허이든 저작권이든 지식재산은 창작물은 창작자의 권리로 독점보호하고 창작의 도구와 소재는 공중의 자유이용이 보장받도록 설계되었다.

그래서 특허제도는 수학규칙이나 실험데이터와 같은 창작(연구)의 도구/소재를 특허로 보호하지 않고, 저작권제도는 단어나 신조어/관용어와 같은 창작(저작)의 소재를 저작권으로 보호하지 않는다.

그러나 특허제도는 기술발전이란 목표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창작물을 공인된 전문가에 의해 심사받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발명을 공중에 공개시키고 등록거절을 통해 현존 기술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명한 기술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선을 그어 공중이 창작의 소재로 자유롭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우리는 공개된 특허문헌과 정보를 보고 마음놓고 창작의 소재로 사용 (개선)할 수 있으며, 공중에 기여된 기술로 명확히 선이 그어지면 그 기술들은 마음껏 사용(활용)할 수 있다.

【참고】 창작의 결과물 인공지능 관련 "컴퓨터프로그램"과 창작의 도구이자 창작의 결과물인 "학습용 데이터 세트"는 재산권으로 보호하자는 논의 

블로그 『Post COVID-19 , 제4차 산업혁명의 CPS시대에 적합한 특허보호대상 확대에 관한 고민』 참조 

역사를 보면 기술발전과 함께 항상 새로운 매체와 구현기술이 탄생하였다. 그 매체가 탄생하면 산업이 태동되는 시기에는 항상 그 매체에 관한 창작물을 독점보호영역에 편입시킬지 아니면 자유이용상태로 둘지에 두고 기득권과 신진세력사이 사이에 다툼이 있었다. 기존 질서에서 기득권을 가진 세력과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는 신진세력은 서로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기득권은 새로운 매체를 독점보호영역으로 편입시켜 신진세력에게 권력을 나누어주는 것을  원하지 않고 신진세력은 미래 시장질서의 기선제압을 위해 처음부터 많은 것을 가지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이 생기고 시장 질서가 생기기 시작할 때즘이면 새로운 매체가 기존의 지식재산제도에 편입되는 역사를 보게 된다. 시장 질서가 형성되기 시작하면 기득권도 새로운 매체에 대한 편입에 반대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불안하였으나 겪어보니 해볼만하다는 느낌이랄까? 그들은 그런 안도감을 갖는 것 같다. 그리고 신진세력도 기득권이 되어 간다.

우리가 오해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특허의 강한 보호가 산업발전을 막는 것이 아니라 특허를 이용한 사업의 카르텔 형성과 같은 권리남용이 산업발전을 막았다는 점이다. 

특허의 강한 보호가 기술발전의 촉진과 산업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는 점은 미국 산업발전의 역사가, 노벨상을 받은 석학이, 또 여러 학자와 산업계가 증명하였다. 지식재산제도는 유형의 자산이 없는 창작자에게 막대한 투자를 끌어들이고 산업을 태동시킬 수 있는 씨앗(seed)이 되고, 기득권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균형추가 되어 준다.

그러나 특허를 이용한 산업의 카르텔이나 NPE의 무분별한 특허공격처럼 특허권의 남용은 산업발전을 막은 것도 사실이다. 지나치면 부족한 것보다 못하다.

그렇다고 특허발명을 공유하는 것이 답일까? 종종 특허권의 공유가 현대사회에 가장 최적의 정책으로 거론될 때가 있다. 특허권의 공유를 통해 산업계 누구나 사용하게 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그 취지라면 "QR코드 특허"의 사례처럼 특허를 소멸시키거나 특허 소유권을 나누어 주어야 한다. 그러나 특허권의 공유를 외치는 사람이나 기업들은 절대 자신의 특허권을 소멸시키지 않고 소유지분을 나누어 주지도 않는다. 그냥 특허로 공격하지 않겠다는 선언만 할 뿐이다. 그 선언이 뜻하는 바를 숙고해보아야 한다. 그 선언이 어떤 구속력을 가지고 누구만을 구속할 수 있는지도 숙고해야 한다. 그러면 그 선언의 행간이 보인다.

칼이 누구의 손에 들려 있냐에 따라 수술실 나이프가 되기도 하고 강도의 흉기가 되기도 한다. 칼을 사용하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따질 것이지 칼날의 강함을 문제삼어서는 안된다.

옆집 과수원에 누구나 들어가 열매를 따 먹을 수 있다면 누가 어렵게 땅을 개간하여 과수원을 만들고 과일을 재배할 것인가? 산업의 발전과 기술혁신은 수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과수원들을 만들고 경쟁하듯 과일을 재배할 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옆 집 담넘어 곶감 빼먹기가 되지 않아야 한다.

미국은 헌법에 기초하여 1790년 연방특허법과 저작권법이 제정되었다. 당시 특허법은 "방법(process)"를 특허의 보호대상에 편입하지 않았고, 저작권법 제도에는 새로운 매체인 영상저작물을 보호대상으로 편입시키지 않았다. 

종래 장치/물질이나 인쇄물에 대한 것만을 보호대상으로 하였다. 또 미국내 창작물만 보호하도록 설계되었다. 국내 창작물만 보호하는 것은 어쩌면 국내 산업이나 문화발전이란 목적을 고려하면 당연한 것이었다. 속지주의를 넘어 국제적인 보호는 베른협약과 같은 국가간 국제조약에 의해 도입되었다.

1) 1790년 미국 특허법 다운로드

2) 1790년 미국 저작권법 다운로드

미국 에디슨의 특허기술은 영화산업을 태동시켰고, 발전산업을 태동시켰을 뿐아니라, 라디오 같은 전자산업을 태동시켰다. 

'에디슨’이 개발한 영사기는 코닥이 개발한 롤 필름을 이용하여 여러 개의 롤러에 순차적으로 감아 사용하는 영사기다 (US 493,426). 그러나 렌즈를 통해 한사람만 볼 수 있는 개인용 재생 장치 수준에 머물렀다. 이를 좀더 발전시켜 프랑스의 뤼미에르 형제는 촬영과 상영을 함께할 수 있는 카메라 겸 영사기인 시네마토그래프 (cinematograph)를 발명하였다 (US 579,882). 시네마의 어원이 여기에서 나왔다고 한다. 여러 사람이 함께 관람할 수 있도록 스크린투사 방식을 채택한 영사기로 발전시켰다. 영화산업의 메카가 프랑스가 되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에디슨은 자신이 개발한 영사기 등 영화관련 특허를 이용하여 특허전쟁을 벌이면서, ‘영화특허권사(Motion Picture Patents Company, 이하 MPPC)’를 세워 뉴욕의 10여개의 영화제작사와 함께 영화 제작 및 배급을 독점하는 카르텔을 형성하였다. 

당시 미국은 영상저작물이 저작권의 보호영역에 편입되지 않았다. 타인의 영상물을 창작의 소재로 자유로운 사용이 가능했던 시기에는 크레딧(창작자의 성명표시)만 보장되면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 사용하는 것은 문제삼지 않는 관행이 생겼다. 이러한 환경에서 카르텔에 들어가지 못한 영화사들은 MPPC의 갑질과 횡포를 벗어나기 위해 서부 캘리포니아로 떠나 새로운 영화제작장소를 만들었다. 이것이 현재의 할리우드(Hollywood)가 되었다.

<참조> 『에디슨으로부터 배우기 - 영화 커런트워(The Current War)로부터 영감을 얻어 (2019)』 글보기

아이러니하게도 에디슨도 미국에서 아직 영상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하여 프랑스의 영화를 무단 복제하여 미국 전역에 판매하였다. 더 아이러니 한 것은 MPPC의 횡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만들어진 할리우드(Hollywood) 영화산업계 역시 미국에서 영상저작물이 보호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였다는 것이다. 미국은 1912년이 되어서야 영상물이 저작권의 보호영역에 편입되는 데, 이는 헐리우드 영화산업계의 강한 요구에 의해 이루어진 것임을 기억하여야 한다.

그렇다. 몇몇 선수들이 특허권을 이용하여 카르텔을 형성하고 갑질을 하는 것이 문제이지 특허를 보호하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지식재산제도의 개선이나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논의하기 앞서 우리는 마음을 열고 지식재산제도에 대해 깊히 성찰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제도의 원리와 이유를 국내 및  국제적인 배경과 연혁을 통해 공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마음을 열고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여야 한다. 특히 제도의 설계자가 되려면 그래야 한다.

그리고 우리 실무자들도 그 공부에 동참하여야 한다. 결국 제도는 산업에서 실행되기 때문이다. 제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응용과 적용이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제안해본다. 

함께 공부하시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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