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anRui Group Co. v.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661 F.3d 1322 (Fed. Cir. 2011)는 미국 밖에서 도용된 영업비밀를 토대로 제조된 제품이 미국으로 수입될 때,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nited States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USITC 또는 ITC)가 관세법 제337조(Section 337)에 따라 수입을 차단할 수 있는지를 본격적으로 다룬 판결이다. 이 판결은 외국에서 벌어진 도용행위 자체를 일반적으로 처벌한 것이 아니라, 그 도용의 성과가 미국으로 유입되어 미국 산업에 피해를 주는 경우 국경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보았다.
최근에는 한국 기업 간에 한국 현지에서 발생한 영업비밀 침해를 근거로 미국 ITC에 조사를 신청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배터리 분쟁에서 한국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주장된 인력 이동과 영업비밀 취득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제품과 결부되어 Section 337 절차의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실무 흐름은 해외 도용과 미국 수입을 하나의 불공정 수입행위로 연결한 TianRui 판결의 법적 토대와 밀접하다.
핵심은 행위지가 아니라 연결고리다. 영업비밀을 어디에서 빼냈는지만으로 ITC 관할 여부가 결정되지는 않는다. 도용된 정보가 수입물품의 제조·개발에 사용되었는지, 해당 물품이 미국으로 수입되었는지, 그 수입이 미국 산업을 파괴하거나 실질적으로 침해했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지가 함께 문제 된다.
1. 사건의 출발점 철도 바퀴 제조공정의 해외 유출
미국 기업 Amsted Industries는 주강(鑄鋼) 철도 바퀴를 제조하면서 이른바 ABC 공정에 관한 영업비밀을 보유하고 있었다. Amsted는 미국 공장에서는 주로 Griffin 공정을 사용했지만, 중국의 Datong사에는 ABC 공정을 라이선스하여 사용하게 했다. Datong의 직원들은 해당 기술에 관한 비밀유지의무를 부담하고 있었다.
중국 기업 TianRui는 자체 철도 바퀴 제조기술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Datong 출신 직원들을 채용했다. ITC는 TianRui가 이들을 통하여 Amsted의 ABC 공정에 관한 비밀정보를 취득하고 이를 중국 내 제조에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생산된 철도 바퀴는 미국으로 수입되었다.
Amsted는 Section 337 위반을 주장하며 ITC에 조사를 신청했다. ITC는 영업비밀 도용을 인정하고 TianRui 등이 제조한 대상 제품의 미국 수입을 막는 한정배제명령(limited exclusion order)을 발령했다. TianRui는 도용행위가 중국에서 이루어졌으므로 미국법을 적용할 수 없고, Amsted가 미국에서 ABC 공정을 직접 사용하지 않으므로 보호할 국내산업도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연방순회항소법원은 다수의견으로 ITC의 판단을 유지했다.
2. TianRui 판결이 세운 세 가지 기준
2.1 역외적용 배제 추정만으로 ITC 권한을 막을 수 없다
미국법에는 의회가 명확히 달리 정하지 않은 한 연방법률은 미국 영토 밖의 행위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역외적용 배제 추정(presumption against extraterritoriality)’이 있다. TianRui도 영업비밀 취득과 사용이 중국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을 들어 이 원칙을 원용했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Section 337의 초점이 외국에서 벌어진 행위를 그 자체로 제재하는 데 있지 않다고 보았다. 규율대상은 불공정한 방법으로 생산된 물품의 미국 수입과 그 수입이 미국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다. 외국에서의 도용은 미국 국경에서 수입을 배제할지를 판단하기 위한 선행사실 또는 전제사실로 고려된다. 법원이 Section 337의 문언·구조·목적과 오랜 행정실무를 종합하여 해외 도용을 고려할 수 있다고 본 이유다.
다만 이 결론을 ‘미국 영업비밀법이 전 세계 모든 도용행위에 적용된다’는 의미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Section 337에 따른 구제는 미국으로의 수입 또는 수입을 위한 판매, 수입 후 판매라는 관할사실과 미국 산업에 대한 법정 수준의 피해가 결합될 때 가능하다. Moore 판사의 반대의견도 역외적용 배제 추정을 더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 판결은 해외행위에 대한 무제한 관할을 선언한 것이 아니라, 불공정한 해외행위와 미국 수입 사이에 충분한 연결이 있는 사안을 다룬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2.2 영업비밀 도용에는 통일된 연방 기준을 적용한다
연방순회항소법원은 Section 337에 따른 영업비밀 도용 여부를 특정 주의 법만으로 판단하기보다 통일된 연방 보통법 기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 수입거래를 전국적으로 규율하는 Section 337의 성격상, 어느 주와 연결되는지에 따라 보호범위가 달라지면 제도의 통일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준은 영업비밀의 존재, 부정한 수단에 의한 취득, 비밀유지의무 위반, 무단 사용·공개와 같은 공통 요소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당시 ITC가 참고한 Illinois 영업비밀법과 일반적인 영업비밀 원칙 사이에 결과를 바꿀 정도의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법원은 판단을 뒤집지 않았다.
2.3 미국 내에서 바로 그 비밀공정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Section 337(a)(1)(B) 이하의 특허·저작권·상표 등 성문 지식재산권 사건에서는 흔히 해당 권리를 실시하는 국내산업의 기술적 요건과 경제적 요건이 문제 된다. 반면 영업비밀 도용과 같은 Section 337(a)(1)(A)의 불공정행위 사건에는 그 구조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TianRui 법원은 Amsted가 미국에서 ABC 공정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 국내산업을 부정하지 않았다. Amsted는 미국에서 다른 공정인 Griffin 공정으로 같은 종류의 철도 바퀴를 생산하고 있었고, TianRui의 수입품은 그 미국산 제품과 경쟁했다. 따라서 보호대상 국내산업은 반드시 도용된 영업비밀을 미국 내에서 직접 실시하는 사업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3. ITC 영업비밀 사건에서 실제로 입증해야 할 것
조사 개시 단계에서는 위반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충분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주장해야 하고, 최종적인 위반 판단 단계에서는 신청인이 다음 요소들을 증거로 입증해야 한다. 조사 개시와 최종 위반 판단의 문턱은 같지 않으므로, 두 단계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 요소 | 주요 내용 | 실무상 핵심 증거 |
|---|---|---|
| 수입 연결 | 문제 물품의 미국 수입, 수입을 위한 판매 또는 수입 후 판매 | 통관·선적자료, 구매계약, 미국 판매자료, 공급망 문서 |
| 보호 가능한 영업비밀 |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고 비밀성에서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얻으며 합리적으로 비밀이 관리된 정보 | 영업비밀 특정목록, 접근권한, NDA, 보안규정, 기술·사업 자료 |
| 도용 및 사용 | 부정한 수단에 의한 취득 또는 비밀유지의무를 알면서 한 취득·사용·공개 | 퇴직자 자료반출, 접속기록, 이메일, 개발기간 단축, 소스·도면 비교 |
| 미국 국내산업 | 수입품의 불공정행위로 보호받을 현실의 미국 산업 | 미국 내 생산·고용·판매·시설·연구개발 및 시장활동 자료 |
| 피해 또는 위협 | 국내산업을 파괴하거나 실질적으로 침해하는 효과 또는 그러한 위협 | 가격하락, 판매·고객 상실, 시장점유율, 수입량, 생산능력, 대체가능성 |
특히 Section 337(a)(1)(A)는 특허침해 사건과 달리 피해 입증을 면제하지 않는다. 신청인은 불공정 수입행위가 미국 산업을 파괴하거나 실질적으로 침해하는 효과가 있거나, 그러한 위협이 있음을 보여야 한다. 단순히 영업비밀이 도용되었고 관련 제품이 미국에 들어왔다는 사실만으로 언제나 충분한 것은 아니다.
4. 직접 경쟁은 독립요건이 아니라 피해를 보여주는 강한 증거다
자칫‘직접 경쟁 관계’를 별도의 법정 판단 요건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보다 정확히 말하면 직접 경쟁과 대체가능성은 Section 337(a)(1)(A)의 피해 또는 피해위협을 입증하는 강력한 사실요소다. 사건마다 시장구조와 피해 양상이 다르므로, 직접 경쟁이 모든 영업비밀 사건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요구되는 독립요건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TianRui에서 두 제품은 제조공정이 달랐지만 미국 시장에서 같은 용도의 철도 바퀴로 경쟁했다. Amsted의 미국 내 제품은 Griffin 공정으로, TianRui의 수입품은 도용된 ABC 공정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구매자의 관점에서 서로 대체될 수 있었고, 신규 수입품은 Amsted가 보유하던 미국 시장의 지위와 판매에 현실적인 위협이 되었다. 이처럼 ITC는 공정 이름의 일치 여부보다 수입품이 미국 시장에서 누구의 매출·가격·고객관계를 잠식하는지를 본다.
실무상으로는 시장점유율, 가격압박, 고객 전환, 판매 감소, 수입량 증가, 생산능력, 납기와 품질, 제품 간 대체가능성을 종합하여 피해를 설명해야 한다. 기술 비교표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고, 경제자료와 시장증거를 함께 구성해야 하는 이유다.
5. 영업비밀 사건의 수입금지 기간은 어떻게 정해지는가
특허권은 법정 존속기간이 있지만 영업비밀은 비밀성이 유지되는 한 보호될 수 있다. 그렇다고 ITC의 수입금지명령이 언제나 무기한 내려지는 것은 아니다. 영업비밀 도용으로 얻은 부당한 선행이익을 제거하는 데 필요한 기간, 즉 피신청인이 영업비밀을 사용하지 않고 독자 개발이나 적법한 역설계로 같은 기술적 위치에 도달하는 데 걸렸을 기간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Certain Crawler Cranes and Components Thereof, Inv. No. 337-TA-887에서 ITC는 크레인 설계·제조와 관련된 영업비밀 도용을 인정하고 10년의 한정배제명령과 중지명령(cease and desist order)을 내렸다. 이 사건은 개발기간 단축이라는 부당한 이익을 제거하기 위해 장기간의 수입제한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구제기간은 영업비밀의 내용, 독자 개발에 필요한 시간, 이미 소멸한 비밀의 범위, 도용으로 얻은 경쟁상 이익에 관한 사건별 증거에 따라 정해진다.
한정배제명령은 통상 조사대상 피신청인과 관련된 물품의 수입을 막는다. 피신청인이 미국 내에 상당한 재고나 상업활동을 보유한 경우에는 수입 후 판매·유통을 금지하는 중지명령이 병행될 수 있다. ITC는 손해배상을 명하는 법원이 아니라, 불공정 수입물품을 국경과 미국 내 유통단계에서 차단하는 행정기관이라는 점이 제도의 핵심적 차이다.
6. DTSA 제정 이후에도 TianRui의 의미는 남아 있다
2016년 제정된 영업비밀방어법(Defend Trade Secrets Act, DTSA)은 연방 영업비밀보호법(Economic Espionage Act)을 개정하여 영업비밀 소유자가 연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연방 청구원인을 마련했다. 영업비밀과 도용의 정의, 금지명령·손해배상 등 연방 민사구제의 기본틀도 제공한다.
그러나 DTSA가 Section 337을 개정하거나 TianRui의 연방 보통법 기준을 그대로 성문화한 것은 아니다. ITC 영업비밀 조사의 직접적인 법적 근거는 여전히 19 U.S.C. § 1337(a)(1)(A)이고, ITC의 구제수단도 DTSA 소송의 손해배상·금지명령과 다르다. DTSA의 정의와 판례는 현대적인 연방 영업비밀법을 해석하는 중요한 참조점이 될 수 있지만, Section 337의 수입요건·국내산업·피해요건을 대체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해외 영업비밀 분쟁에서 DTSA 소송과 ITC 조사는 경쟁하는 단일 절차라기보다 목적과 구제수단이 다른 경로다. 연방법원 소송은 손해배상과 사법적 금지명령을 구할 수 있고, ITC 절차는 미국 수입을 신속하게 차단하는 데 초점이 있다. 사실관계에 따라 양 절차가 병행되기도 한다.
7. 한국 기업이 TianRui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TianRui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인력 스카우트, 서버 접근, 자료반출, 기술사용이 모두 한국에서 이루어졌더라도 그 결과물이 미국 시장으로 들어가면 미국 ITC 절차가 작동할 수 있다. 미국 법인이나 공장이 사건의 중심에 있지 않더라도, 미국 수입과 국내산업 피해라는 연결고리가 형성되면 조사대상이 될 수 있다.
신청인에게는 미국 시장과 국내산업의 피해를 구체화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영업비밀의 특정과 비밀관리 자료뿐 아니라 수입경로, 제품별 매출, 고객 대체, 가격효과, 미국 내 사업활동을 처음부터 하나의 증거체계로 묶어야 한다. 반대로 피신청인은 독자개발의 시간표와 기록, 정보차단 조치, 채용 전후의 자료관리, 제품과 주장된 비밀 사이의 비사용 관계, 피해 및 수입 연결의 단절을 조기에 확보해야 한다.
이번 글에서는 TianRui 판결을 중심으로 ITC 영업비밀 사건의 특이점을 살펴보았다. 다음 글부터는 Section 337이 어떠한 역사적 배경에서 출발하여 오늘날의 지식재산·불공정무역 구제수단으로 발전했는지를 짚고, 이어 미국 ITC와 우리나라 무역위원회의 관할, 조사절차, 국내산업 및 피해요건, 수입배제와 시정조치를 차례로 비교해 볼 예정이다.
주요 참고자료
- TianRui Group Co. v.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661 F.3d 1322 (Fed. Cir. 2011).
- 19 U.S.C. § 1337, Unfair Practices in Import Trade.
- U.S.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About Section 337.
- Certain Crawler Cranes and Components Thereof, Inv. No. 337-TA-887, USITC Investigation Record.
- 18 U.S.C. § 1836, Civil Proceedings under the DTSA.
※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정책 해설을 위한 것이며,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률의견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