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자의 자연권적 정당화와 특허권의 설권성은 모순되는가
—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와 등록특허권의 층위 구분
“발명을 창작한 사람에게는 그 성과에 대한 우선적인 권리 또는 이익이 법 제정 이전부터 인정되어야 한다.” 자연권론이나 노동이론은 이와 같은 명제를 제시한다. 그런데 등록특허권은 출원·심사·특허결정과 설정등록이라는 법정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발생한다. 그렇다면 자연권적 정당화와 설권적 특허권은 서로 모순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두 명제는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므로 반드시 충돌하지 않는다. 자연권론은 주로 왜 발명자에게 우선적인 귀속과 보호를 인정해야 하는가라는 정당화의 문제를 다룬다. 반면 설권성은 언제 어떠한 요건 아래 제3자 일반을 구속하는 등록특허권이 발생하는가라는 실정법상 권리형성의 문제를 다룬다.
용어상 유의점
이 글은 “발명자권”을 현행 한국법이나 독일법이 명문으로 인정한 독립적·포괄적 자연권이라고 전제하지 않는다. 여기서 다루는 첫 번째 층위는 실제 발명자로서의 지위와 그에 수반될 수 있는 도덕적·인격적 이익이다. 구체적인 양도·상속·대항력·구제수단을 가진 법적 권리의 내용은 실정법에 의해 승인되고 형성된다.
1. 세 층위로 나누어 보는 기능적 분석틀
발명의 완성에서 특허권의 설정등록까지를 설명하기 위해 다음의 세 층위를 구분할 수 있다. 이는 독일 특허법이나 한국 특허법이 세 개의 독립된 권리를 명문으로 창설했다는 뜻이 아니라, 서로 다른 법적 질문을 혼동하지 않기 위한 기능적 분석틀이다.
| 층위 | 법적 지위 | 형성 시점 | 핵심 내용 | 주의할 점 |
|---|---|---|---|---|
| 1층 | 발명자 지위와 도덕적·인격적 이익 | 발명 완성 시 | 실제로 기술적 사상의 창작에 기여한 자연인이라는 지위와 창작자로 인정받을 이익 | 한국법상 포괄적 “발명자인격권”이 명문으로 정립된 것은 아님 |
| 2층 |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와 출원인의 절차적 지위 |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는 발명 완성 시 원시귀속, 출원인의 절차적 지위는 출원으로 구체화 | 발명자 또는 승계인에게 귀속되는 양도 가능한 재산적 권리와 특허청 절차에서의 지위 | 발명자 지위와 달리 승계 가능하며, 직무발명 규정의 적용을 받음 |
| 3층 | 등록특허권 | 설정등록 시 | 법률이 정한 범위에서 제3자의 무단실시를 배제하는 대세적 재산권 | 특허권 보유가 곧 자유로운 실시를 보장하지는 않음 |
1층: 발명자 지위와 창작자적 이익
실제로 발명의 기술적 사상을 창작한 자연인은 발명자이다. 이 지위는 다른 사람에게 양도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며, 권리가 승계된 뒤에도 실제 발명자가 누구인지는 바뀌지 않는다. 다만 발명자로 인정받을 인격적 이익이 존재한다는 것과, 저작권법상 저작인격권과 같은 포괄적인 발명자인격권이 실정법상 확립되어 있다는 것은 구별해야 한다.
2층: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와 절차상 지위
한국 특허법 제33조는 발명을 한 사람 또는 그 승계인이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정한다. 이 권리는 발명자에게 원시적으로 귀속되지만 양도·승계될 수 있다. 출원이 이루어지면 출원인은 특허청 절차에서 심사와 특허부여를 요구하는 절차적 지위를 갖는다. 발명자라는 인적 지위, 특허를 받을 수 있는 재산적 권리, 출원인의 절차적 지위는 서로 밀접하지만 동일하지 않다.
3층: 등록특허권
등록특허권은 설정등록으로 발생한다. 그 핵심은 특허권자가 언제나 발명을 실시할 수 있다는 적극적 자유가 아니라, 타인의 무단실시를 법률이 정한 범위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선행특허, 인허가 규제, 계약 또는 다른 법률 때문에 특허권자 자신도 발명을 실시하지 못할 수 있으므로, 특허권과 실시자유는 구별되어야 한다.
2. 자연권은 도덕적 정당화이고 구체적 권리내용은 실정법이 형성한다
자연권이라는 표현은 적어도 두 의미로 사용된다. 첫째는 국가의 승인에 앞서 인간에게 일정한 도덕적 권리나 정당한 이익이 있다는 철학적 주장이다. 둘째는 법원이 강제할 수 있고 양도·상속·대항력·구제수단이 정해진 구체적 법적 권리이다. 두 의미를 구별하지 않으면 자연권론이 곧바로 현행 특허권의 내용과 효력을 결정한다고 오해하게 된다.
발명자의 자연권적 정당화는 “발명자에게 왜 우선적인 귀속과 보호를 인정해야 하는가”에 답한다. 특허법은 “그 보호를 어떠한 요건·절차·기간·효력으로 구현할 것인가”에 답한다.
노동이론은 발명자의 지적 노동을 보호의 근거로 제시할 수 있고, 인격이론은 창작자와 창작물 사이의 인격적 연결을 강조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 특허제도는 자연권론만으로 정당화되지 않는다. 발명 공개의 촉진, 연구개발 투자회수, 기술거래의 활성화, 혁신경쟁과 사회후생 증진이라는 공리주의적·경제적 설명도 함께 작동한다. 자연권론은 여러 정당화 이론 중 하나이며, 유일하거나 필수적인 토대라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발명 완성 시 발명자에게 인정되는 지위와 이익을 이유로 발명자가 발명을 언제나 실시·처분·공개할 절대적 자유를 가진다고 볼 수는 없다.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의 귀속, 기술정보의 공개, 영업비밀, 계약상 의무 및 실시자유는 각각 별도의 법률관계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3. 등록의 설권성을 설명하는 두 가지 견해
등록의 의미는 두 방향에서 설명할 수 있다.
- 강한 설권적 설명: 등록 전의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와 등록 후의 특허권은 법적 객체와 효력이 다른 권리이며, 대세적 배타권인 특허권은 설정등록으로 새로 발생한다.
- 연속적 설명: 발명자 또는 승계인이 가진 특허취득 지위가 심사와 등록을 거쳐 대세적 배타권으로 전환된다고 본다. 이 설명은 등록 전후의 연속성을 강조한다.
두 설명 모두 자연권적 정당화와 설권적 특허권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일정한 장점이 있다. 다만 등록이 이미 존재하는 자연권에 대세적 효력만을 부가한다는 견해를 현행법상 확립된 다수설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등록특허도 무효심판이나 법원의 판단으로 무효가 될 수 있고, 특허청의 심사가 자연권의 존재를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절차라고 보기도 어렵다.
토지등기 비유의 효용과 한계
창작 성과에 대한 도덕적 귀속과 등록으로 형성되는 대세적 권리를, 토지에 대한 사실상·도덕적 이해관계와 등기된 물권의 관계에 비유할 수는 있다. 그러나 부동산 물권변동의 효력은 국가별로 다르고, 유형물인 토지와 비경합적 정보재인 발명은 구조가 다르다. 따라서 이 비유는 정당화 층위와 법적 권리형식을 구별하기 위한 제한적인 설명도구일 뿐, 양 제도가 법적으로 동일하다는 근거가 될 수 없다.
4. 비교법의 창: 독일·프랑스·미국
독일: 제6조는 실체적 귀속, 제7조는 절차상 적격의 추정
독일 특허법(PatG) 제6조는 “특허에 대한 권리”가 발명자 또는 그 승계인에게 속한다고 규정한다. 공동발명과 독립발명의 경우도 함께 정한다. 이는 실체적으로 누가 특허에 대한 권리를 가지는지를 정하는 규정이다.
반면 제7조 제1항은 발명자 확정 때문에 실체심사가 지연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독일 특허상표청 절차에서는 출원인이 특허부여를 요구할 자격이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정한다. 따라서 제7조가 출원 시 별개의 실체적 “특허부여 청구권”을 새로 창설한다고 설명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독일법도 자연권적 발명자권이라는 별개의 권리를 명문으로 선언하지 않는다.
독일법에서의 정확한 구분
PatG 제6조: 특허에 대한 권리의 실체적 귀속.
PatG 제7조: 특허청 절차에서 출원인의 적격을 추정하는 절차적 규정.
설정등록 이후: 법률이 정한 효력을 가진 등록특허권.
프랑스: 자연권적 언어와 제도설계의 병존
1791년 프랑스 특허법은 새로운 발견을 그 창작자의 재산으로 선언하는 강한 자연권적 언어를 사용했다. 동시에 독점의 효력은 5년·10년·15년 중 선택한 제한된 기간에만 인정했다. 이는 자연권을 선언하면서 영구독점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단순한 모순이라기보다, 창작자의 도덕적 귀속과 제3자 일반을 구속하는 배타권의 범위를 구분한 제도적 절충으로 볼 수 있다.
1844년 법은 1791년 법의 선언적 언어보다 출원·기간·양도·절차의 제도적 규율을 전면에 두었다. 이를 자연권론에서 국가부여설로의 완전한 단선적 전환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철학적 선언보다 산업정책과 행정적 운용이 강조된 변화로 이해하는 편이 신중하다. 구체적인 입법의도에 대해서는 당시 자료와 특허사 연구의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미국: 공익적 헌법문언, 자연권적 역사해석, 공적 권리부여의 긴장
미국 헌법 제1조 제8항 제8호는 과학과 유용한 기술의 진보를 촉진하기 위해 저자와 발명자에게 제한된 기간의 배타권을 보장할 권한을 의회에 부여한다. 이 문언은 공익 목적과 제한된 권리부여를 결합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초기 미국 특허법에서 자연권적 재산관념이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Adam Mossoff는 초기 미국 특허법을 순수한 공리주의적 독점제도로만 설명하는 서사에 도전하며, 노동의 성과에 대한 자연권적 재산관념이 18세기와 19세기 특허법 형성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이는 중요한 수정주의적 학설이지만 미국 특허법사의 유일하거나 확립된 통설로 볼 수는 없다.
McCormick Harvesting: 당시 법제에서의 등록특허 재산권성
McCormick Harvesting Machine Co. v. Aultman(1898)은 재발행특허 절차에서 특허청 심사관이 원특허의 기존 청구항을 무효로 취급할 권한이 있는지가 문제 된 사건이다. 연방대법원은 당시 법제하에서 일단 발행된 특허는 특허권자의 재산이 되고 특허청이 이를 취소할 수 없으며, 무효 판단은 법원의 권한이라고 설명했다.
이 판결은 등록특허의 사적 재산권성을 강조한 역사적 근거로 인용될 수 있다. 그러나 특허가 자연권이라는 점을 직접 판시한 것으로 보거나, 현대의 모든 행정적 무효절차를 금지한 판결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판결은 미국 발명법(AIA)과 현대의 당사자계 재심(IPR) 제도 이전의 법률구조를 전제로 한다.
Oil States: 7대 2와 제한된 헌법 판단
2018년 Oil States Energy Services, LLC v. Greene’s Energy Group, LLC에서 연방대법원은 7대 2로 IPR 제도가 연방헌법 제3조와 수정헌법 제7조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수의견은 특허부여를 공적 권리의 문제로 보고, 특허를 정부가 부여하는 공적 프랜차이즈(public franchise), 즉 공적 권리부여의 한 형태로 설명했다.
그러나 판결의 범위는 제한적이다. 대법원은 IPR이 Article III 법원에서만 다루어야 할 사적 권리분쟁인지, 배심재판권을 침해하는지를 판단했다. 적법절차(Due Process) 또는 수용조항(Takings Clause) 위반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으며, 특허가 그러한 조항의 목적상 재산이 아니라는 결론도 내리지 않았다. 고서치 대법관은 로버츠 대법원장과 함께 반대하며, 일단 부여된 특허의 사적 재산권성과 사법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자료 | 직접 확인되는 내용 | 과도하게 일반화하면 안 되는 내용 |
|---|---|---|
| 독일 PatG §§6–7 | 제6조의 실체적 귀속, 제7조의 출원인 절차상 적격 추정 | 세 개의 독립된 자연권적 권리를 명문으로 창설했다는 주장 |
| McCormick Harvesting | 당시 법제에서 등록특허의 재산권성과 특허청 취소권 부재 | 특허의 자연권성을 직접 판시했다는 주장 |
| Oil States | IPR의 Article III·수정헌법 제7조 합헌성 | Due Process·Takings 쟁점까지 모두 판단했다는 주장 |
5. 한국 특허실무에 대한 함의
직무발명 보상
직무발명에서 사용자에게 귀속되거나 승계되는 것은 발명자라는 인적 지위가 아니다. 승계의 대상은 직무발명에 관한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 또는 등록 후의 특허권이다. 직무발명 보상은 이러한 권리의 귀속·승계에 대한 법정 보상이며, 실제 발명자인 종업원의 발명자 지위는 그대로 남는다.
무권리자 출원과 정당권리자 구제
무권리자 출원은 발명자 지위,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의 귀속, 출원인의 절차상 지위를 구분해야 정확히 분석할 수 있다. 실제 발명자가 누구인지와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적법하게 누구에게 승계되었는지는 별개의 질문이다. 등록 후에는 무효심판이나 특허권 이전청구 등 현행법이 정한 구제수단을 검토해야 한다.
등록특허권의 재산권성과 무효절차
등록특허권은 중요한 재산권이지만 법률이 정한 무효사유와 절차에 구속된다. 등록특허권의 재산권성을 강조하는 것과, 전문 행정기관 또는 법원이 법정절차에 따라 유효성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것은 반드시 모순되지 않는다. 핵심 쟁점은 누가 어떤 절차와 심사기준으로 권리를 제한하거나 소멸시킬 수 있는지에 있다.
결론: 모순이 아니라 서로 다른 질문의 문제
첫째, 발명자에게 창작자로서 우선적인 귀속과 보호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자연권론·노동이론·인격이론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
둘째,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와 출원인의 절차적 지위는 실정법이 구체적인 귀속·승계·절차를 정한 법적 지위이다.
셋째, 제3자 일반을 구속하는 등록특허권은 설정등록으로 발생하는 설권적 권리이며, 그 범위·기간·무효 및 구제수단 역시 실정법이 정한다.
따라서 “발명자의 권리를 자연권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다”는 명제와 “등록특허권은 법률이 정한 설정등록으로 발생한다”는 명제는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한다. 전자는 보호의 도덕적·법철학적 이유를, 후자는 대세적 배타권의 법적 발생요건과 효력을 설명한다. 자연권적 정당화와 설권적 등록특허권은 같은 권리의 존재시점을 두고 충돌하는 진술이 아니므로 논리적으로 모순되지 않는다.
다만 이 결론은 발명 완성 시 포괄적 자연권인 “발명자권”이 실정법상 자동 발생하고, 등록특허권이 그것을 그대로 승계한다는 뜻이 아니다. 발명자 지위,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 출원인의 절차상 지위와 등록특허권은 기능과 효력이 서로 다르다. 자연권론은 이 법적 구조를 설명하는 여러 정당화 이론 중 하나이고, 구체적인 권리내용은 각국의 실정법과 판례에 따라 형성된다.
주요 확인자료
해설 영상: 발명자의 자연권적 정당화와 특허권의 설권성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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