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September 27, 2026

57억 달러 햅틱 평결이 말해 주는 것 — 택션 대 애플 소송의 기술과 회피 설계

1. 평결의 크기와 아직 남은 절차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연방지방법원에서 진행된 Taction Technology, Inc. 대 Apple Inc. 사건의 배심원은 2026년 9월 25일, 애플의 탭틱 엔진이 택션의 미국 특허 제10,659,885호(이하 ‘885 특허) 청구항 17·19와 제10,820,117호(이하 ‘117 특허) 청구항 16을 침해한다고 판단하고 5,721,961,750달러의 손해배상액을 평결한 것으로 보도됐다. 배심원은 심리 대상 청구항에 관한 애플의 무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고의침해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 액수는 약 57억 2,196만 달러다.[1]

평결은 사건의 중요한 분기점이지만 곧바로 확정판결이나 실제 지급액이 되는 것은 아니다. 평결 후 지방법원의 판결과 후속 신청, 항소 과정에서 침해 판단과 배상액이 다시 다투어질 수 있다. 특히 애플은 평결에 동의하지 않으며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지금의 정확한 표현은 ‘애플이 57억 달러를 확정적으로 배상한다’가 아니라 ‘배심원이 그 액수를 평결했다’이다.[1]

2. 숫자 뒤에 있는 기술 문제

택션 특허가 다루는 문제는 진동을 단순히 더 강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다. 작은 장치에서 이동 질량체를 움직일 때 특정 주파수 부근에서 응답이 지나치게 솟거나 잔진동이 이어지면, 원하는 촉각 신호를 충실히 전달하기 어렵다. 명세서는 질량체가 장치의 평면을 따라 움직이도록 하고 자성유체로 공진을 감쇠하여, 실시예에서 40~200Hz 구간의 가속도 응답을 비교적 고르게 만드는 구성을 설명한다.[2]

여기서 ‘평면 운동’은 장치의 하우징·코일을 기준으로 한 운동 방향이다. 모든 제품에서 그 방향이 곧바로 피부 표면과 평행하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헤드폰 실시예에서는 피부에 접선 방향의 자극을 주고 불필요한 소리를 줄이려는 배치를 설명하지만, 소송에서 침해를 판단할 때에는 실제 제품의 구조와 해당 청구항의 문언을 대조해야 한다.[2]

3. 햅틱 장치의 설계 다양성

‘편심 회전 질량 모터(ERM)’, ‘선형 공진 액추에이터(LRA)’, ‘압전 액추에이터’, ‘오디오에 연동되는 촉각 변환기’, ‘신체 접촉형 트랜스듀서’는 햅틱을 구현하는 서로 다른 대표적인 설계 유형이다. 다만 이 목록은 작동 원리와 제품 용도가 섞인 실무적 구분이며, 서로 배타적인 ‘세대’ 분류는 아니다.

택션 특허의 분석에서는 장치가 ‘LRA’인지, ‘헤드셋용’인지보다, 이동부, 코일, 자석, 서스펜션, 자성유체의 접촉 관계와 공진 감쇠가 청구항에 맞게 구현되는지가 중요하다. 마케팅 용어가 비슷해도 내부 구조가 다르면 침해 판단도 달라진다.[2][3]

4. 평결 대상 청구항을 정확히 읽기

‘885 특허의 독립항 17은 하우징 또는 프레임, 도전성 코일, 복수의 자석과 관성 질량체를 포함한 이동부, 평면 운동을 안내하는 복수의 플렉셔, 이동부와 물리적으로 접촉하는 자성유체, 그리고 40~200Hz 범위에서 자성유체가 기계적 공진을 줄이는 구성을 규정한다. 청구항 19는 청구항 17에 종속하며, 길쭉한 타원형이고 양쪽 면이 대체로 평평한 코일이라는 추가 한정을 둔다.[2]

‘117 특허의 독립항 16은 공통적인 이동부·플렉셔·자성유체 구조에 더해 플렉셔의 돌출부와 배치, 하우징의 상대적인 두께, 자석 공간을 마련하는 포켓 등을 구체적으로 적고 있다. 한편 직육면체 하우징과 상·하부 자속 가이드 등은 ‘117 특허의 다른 청구항 9에 나타나지만, 평결 대상인 청구항 16에 모두 들어 있는 요소는 아니다. 회피 설계를 논할 때 여러 청구항의 특징을 한꺼번에 ‘공통 필수 요소’로 묶으면 분석이 틀어질 수 있다.[3]

특허 명세서의 실시예가 곧바로 모든 청구항의 한정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이 사건에서 특히 중요한 질문은 기술의 매력이 아니라, 평결 대상 청구항 각각에 실제 제품이 어떻게 대응하는가이다.

5. 항소법원이 남겨 둔 경계선

2023년 지방법원은 택션 전문가의 일부 침해 의견을 배척하고 애플에 비침해 약식판결을 내렸다. 2025년 8월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이를 파기환송했다. 지방법원이 지역 특허 규칙의 문언에 없는 ‘어떻게(how)’ 설명 요건을 읽어 넣어 전문가 의견을 배척한 부분에 문제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4]

청구범위 해석에서는 양쪽 주장 중 일부씩 받아들였다. 출원 과정의 명시적 진술 때문에 ‘고도로 감쇠된 출력(highly damped output)’이라는 제한은 유지했다. 반면 그 출력을 반드시 기계적 감쇠만으로 달성해야 한다거나 품질계수(Q-factor)가 1.5 미만이어야 한다는 추가 제한은 배제했다. 즉 자성유체 접촉이라는 명시적 청구항 요건은 살아 있지만, 전체 출력의 고감쇠 특성을 자성유체만의 단독 작용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4]

이 구별은 소프트웨어 폐루프 제어를 쓰는 장치에서 실무적으로 중요하다. 제어가 주파수 응답의 평탄화에 기여한다는 이유만으로 청구항의 자성유체 요건을 대비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거꾸로 자성유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구성과 출력 제한이 자동 충족되는 것도 아니다.

6. 애플의 설계 변경과 역설계 주장의 위치

소송 자료에는 애플의 탭틱 엔진에서 코일 스프링·중앙 가이드 구조와 플렉셔·자성유체 구조를 둘러싼 공방이 나타난다. 택션은 애플이 자사의 Kannon 헤드셋을 구매해 역설계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는 택션 측의 주장이므로, 배심원의 비고의침해 판단과 구별할 필요가 있다.[1]

애플이 특정 시점에 설계를 전면 교체했다거나, 택션 기술을 알았기 때문에 물리 홈 버튼을 없애고 Core Haptics 생태계를 만들었다는 인과관계는 아직 확인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택션의 특허 명세서가 제시한 공학적 문제, 애플 제품의 세대별 구조, 실제 개발 경위는 각각 별도의 증거를 통해 입증해야 한다.

7. 다른 기업의 위험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이번 사건은 오직 Apple에 대한 소송이므로 평결이 Razer, Skullcandy, 삼성전자, Meta의 특정 모델까지 침해한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브랜드의 ‘저위험·고위험’ 등급을 매기려면 대상 제품과 출시 시기, 미국 내 행위, 부품 구조, 각 청구항의 구성요소별 대응, 유효한 라이선스의 범위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 공개된 제품 소개만으로 자성유체의 존재나 이동부와의 물리적 접촉을 확정하기는 어렵다.

Corsair HS60 Haptic에 관해서는 택션이 자사 Transporter 기술이 탑재됐다고 공개하고 있다. 라이선스를 확보한 것으로 이해된다. 다만 그 사실만으로 모든 Corsair 제품이나 모든 특허·지역·기간에 관한 라이선스 범위까지 확인되지는 않는다.[5] 이 사건이 다른 제조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자동적으로 침해가 추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유사한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자신의 부품 구조와 권리 관계를 점검할 이유가 커졌다.

8. 회피 설계의 출발점은 청구항별 대조

문언침해를 피하려면 해당 청구항의 적어도 한 요소가 실제 설계에서 빠져야 한다. 그러나 명칭만 바꾸거나 기능이 사실상 같은 부품으로 대체했다면 균등론이 다시 문제 될 수 있다. 따라서 ‘한 요소를 제거하면 즉시 안전하다’는 표현은 성급하다. 설계 변경의 기능·작용 방식·결과와 출원 경과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6]

첫째, 자성유체를 쓰지 않고 건식 점탄성 재료, 유체가 없는 구조적 감쇠 또는 제어 알고리즘으로 응답을 다듬는 방안이 있다. 평결 대상 청구항은 이동부와 물리적으로 접촉하는 자성유체를 요구하므로 이 요건을 실제로 없앴는지가 출발점이다. 다만 대체 재료가 요구 성능·열 관리·내구성을 만족하는지는 시험으로 확인해야 하며, 균등론 검토도 남는다.

둘째, 코일·이동 자석·플렉셔의 결합을 다른 구동 원리로 바꿀 수 있다. 압전 구동은 비교할 만한 후보지만 목표 변위, 구동 전압, 소비전력과 촉감이 달라진다. 플렉셔 대신 다른 안내 기구를 쓰는 경우에도 청구항의 ‘flexures’ 해석과 대체 부품의 실제 기능을 따져야 한다.

셋째, 자석 수와 배열을 바꾸거나, ‘117 특허 청구항 16의 포켓·플렉셔 형상·두께 관계를 변경하는 방안이 있다. 다만 단일 자석이라는 이름만으로 ‘복수의 자석’ 요건을 벗어났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실제 자화 영역과 물리적 구성, 다른 청구항의 적용 가능성까지 분석해야 한다. 포켓을 없애는 방안도 ‘885 특허 청구항 17에는 같은 방식으로 적용되지 않는다.[2][3]

9. 현실적인 회피설계와 특허 범위 사이의 긴장

자성유체는 실시예에서 공진을 조정하는 수단으로 설명된다. 평면 운동과 플렉셔 또한 얇은 장치에서 이동 방향을 제어하는 유용한 수단이다. 하지만 이 세 가지가 모든 스마트폰·웨어러블에 ‘물리적으로 유일한 해법’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위 세가지를 피하면서 초소형화 설계가 쉽지 않으리라는 것도 명확하다. 자성유체 제거 시 small form factor 설계에 미치는 악영향을 반드시 검토하여야 한다.[2]

공학적으로 더 설득력 있는 접근은 목표 성능을 정한 다음 대체 구조를 같은 조건에서 비교하는 것이다. 예컨대 40~200Hz 주파수 응답, 잔진동과 소음, 모듈 두께, 온도 상승, 구동 전력, 수명과 제조 수율을 함께 측정할 수 있다. 특정 대안이 양산에 부적합하다는 결론은 이 시험을 거쳐야 한다. 특허상 가능한 회피안과 제품으로서 쓸 만한 회피안은 서로 다른 검토를 요구한다.

10. 이 평결이 남기는 실무 질문

택션 사건의 무게는 한 기술을 모든 햅틱 장치의 필수 표준으로 인정했다는 데 있지 않다. 작은 부품 안에서 이동부의 운동과 감쇠를 구현하는 구체적 조합이, 청구항 해석과 전문가 증거를 거쳐 거액의 배심원 평결로 이어졌다는 데 있다. 특히 출원 과정에서 한 ‘고도로 감쇠된 출력’이라는 설명은 권리 범위를 제한했지만, 법원은 그 표현에 명시되지 않은 기계적 감쇠 방식과 특정 Q-factor 수치까지 더하지는 않았다.[4]

기업이 지금 확인할 것은 세 가지다. 자사 제품의 실제 구동 구조가 무엇인지, 그 구조가 어느 청구항의 각 요소와 대응하는지, 성능을 유지하면서 다르게 설계하거나 필요한 범위에서 라이선스를 받을 수 있는지다. 평결의 액수는 주의를 끈다. 장기적인 대응을 좌우하는 것은 부품의 물리적 사실과 청구항 문언, 그리고 이를 입증하는 시험 자료다.

주요 참고 자료

  1. 배심원 평결 보도 및 애플 입장, AppleInsider (2026. 9. 26.), https://appleinsider.com/articles/26/09/26/apple-owes-taction-57b-after-losing-haptic-feedback-ip-trial (평결문 원본의 공개 확인은 별도로 필요)
  2. US 10,659,885 B2, 청구항 17·19 및 명세서, https://patents.google.com/patent/US10659885B2/en
  3. US 10,820,117 B2, 청구항 9·16, https://patents.google.com/patent/US10820117B2/en
  4. Taction Technology, Inc. v. Apple Inc., No. 2023-2349, slip op. (Fed. Cir. Aug. 13, 2025) (nonprecedential), https://www.cafc.uscourts.gov/opinions-orders/23-2349.OPINION.8-13-2025_2558003.pdf
  5. Taction Technology, Company, https://tactiontechnology.com/company/
  6. USPTO, MPEP § 2186 (구성요소별 균등 분석 관련 판례 인용), https://www.uspto.gov/web/offices/pac/mpep/s218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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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억 달러 햅틱 평결이 말해 주는 것 — 택션 대 애플 소송의 기술과 회피 설계

목차 평결의 크기와 아직 남은 절차 숫자 뒤에 있는 기술 문제 햅틱 장치의 설계 다양성 평결 대상 청구항을 정확히 읽기 항소법원이 남겨 둔 경계선 애플의 설계 변경과 역설계 주장의 위치 다른 기업의 위험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