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July 28, 2018

특허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관련 논의에 불을 당기고 싶다.

2016년 3월 24일 연합뉴스 기사에 따르면 특허침해 소송 손해배상액의 평균은 우리나라가 2009∼2013년 기준 5천900만원인 반면 미국은 2007∼2012년 기준 49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최근 우리나라도 특허침해손해액이 크게 상향되고 있다. 그럼에도 매년 발표되는 미국 pwc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는 손해액 인정에 인색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것은 단지 특허침해소송에서만 한정된 이슈는 아닌 것 같다.

특허침해에 따른 손해액 판결을 한국과 미국을 비교하면, 국민소득이나 시장규모의 차이를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는 손해액 인정에 인색한 편임을 부정할 수 없다.

왜일까? 많은 분들은 그 직접적인 원인을 미국과 같은 징벌적배상제도가 없어서라고 진단한다. 분명 그 진단 역시 타당한 이야기이다. 적극 지지한다.

그럼 징벌적 배상제도가 생긴다고 손해액이 미국수준처럼 오를까? 여기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져본다. 분명 악의적인 침해자에 대해서는 지금보다는 오를 것이고 사회적으로 경종을 울릴만한 본보기 사례도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징벌적 배상의 기초액인 손해액 자체가 작다면 이 역시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고 예외적인 사례에만 적용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어떤 점에서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손해액 인정에 인색해질 수 밖에 없을까? 물건에 관한 특허발명을 무단으로 생산하여 전세계에 수출하는 경우에도 우리나라는 인색해질 수 밖에 없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기업체에서 미국과 한국에서 수많은 특허침해소송을 치뤄본 경험에서 본다면, 제일 먼저 특허침해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액 산정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제도가 부족하다 점을 꼽을 수 밖에 없다.

미국은 디스커버리란 제도가 있다. 미국 특허침해소송에서는 법원의 명령없이 양 당사자는 상대방이 요구하는 자료를 상대방에게 제공하여야 하고 상대방 소송대리인이 직접 관련자신문(디포지션)을 한다. 증거의 교환과 관련자신문에 협력하는 것은 소송당사자의 의무이다. 이를 해태하면 그때 법원의 강제명령과 혹독한 불이익을 받게 된다. 그 제재수준은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나라는 원고가 손해액 산정에 필요한 증거를 특허침해의 손해배상특칙인 특허법 제128조 제2항 내지 제6항의 산정방식에 맞게 제출되지 못하면 판사는 동법 동조 제7항에 따라 국가 통계청 자료 등을 이용하여 재량으로 산정할 수 밖에 없다.

반면 미국은 특허권 침해로 인한 손해액이 산정되지 않거나 산정이 곤란한 경우 합리적 로열티를 기준으로 손해액을 산정한다. 디스커버리에서 피고측으로부터 확보한 다양한 자료와 전문가의 의견등에 의존하여 Georgia-Pacific Test의 15요소에 따른 증거를 가지고 35 USC (미특허법) 제284조에 따라 합리적인 실시료를 산정하는 것과 대비된다.

미국 판사는 자주 Panduit Test를 이용하여 손해액을 일식이익으로 산정할지 합리적인 실시료로 산정할지를 심리하여 배심원에게 어떻게 산정할지 가이드하고 배심원이 손해액을 결정한다. 대체로 이 test를 맞추기 어려워 합리적인 실시료에 의존하는 사례가 많다. 대체품이 없다는 등의 Panduit Test를 통과하였다는 것은 그 기준을 볼때 손해액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물론 우리나라도 지난 2016년에 특허법을 개정하여 특허 침해 및 손해액 입증을 쉽게 하고 침해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강화하였다. 개정 현행법에 따르면 피고는 생산 매뉴얼, 매출장부 등 계쟁특허 및 계쟁사실에 관한 관련자료의 제출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 최근 법원전문심리위원으로 위촉되었을 때 피고로부터 프로그램 소스코드까지 제출받아 심리에 참여한 적이 있다. 만약 침해자가 매출이익이 기재된 장부제출명령에 불응하면, 특허권자가 주장하는 침해자의 매출이익액을 그대로 인정해 손해배상을 결정할 수 있게 되었고, 손해액 산정과 관련해 법원이 감정을 명한 경우 관련 자료 제출 당사자는 감정인에게 자료의 내용을 설명해야 하는 의무가 신설됐다.

그러나 실제 특허침해소송을 하다보면 피고가 입맛에 딱맞는 자료를 작성해두는 경우는 드물고, 산정에 필요한 자료를 손해배상산정에 필요한 기간동안 보관하지 않은 경우도 자주 있다.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여 판매하는 대기업의 경우  계쟁특허발명을 적용한 제품에 관한 이익만을 뽑아내는 것도 어렵다. 독일은 2001년경 디자인권침해 사건에서 피고의 전체 매출에서 계쟁제품의 이익을 뽑아 낼때, 계쟁제품의 변동비는 공제를 허용했으나 고정비의 공제는 허용하지 않은 바 있다.

또한 피고측이 제출한 자료를 원고 소송대리인측이 피고측의 다른 관련 자료를 모두 보면서 감사하지 않고서는 이를 검증하는 것 역시 어려운 경우가 많다. 손해액을 특정하고 증거를 정리하다보면 중요한 수치와 기준들이 온통 추정과 가정으로 가득하게 된다. 미국처럼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되지 않고는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그 결과, 판사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하자면 어느 쪽이 제출한 증거와 주장을 믿을 수 없게 되어 결국 특허법 제128조 제7항에 따라 국가나 공공기관이 공표한 통계청 자료 등에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다.

반면 미국은 원고가 피고측의 관련 자료를 모두 열람할 수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특권의 예외가 있을 뿐이다. 소송초기 어떻게 합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는 해도 전문가들이 관련자료를 들여다보면서 추적해나가며 필요한 자료를 추가로 요구하기를 반복하기도 한다.

바로 이점이 미국과 우리나라 민사소송에서 특허침해 손해액 산정의 차이를 생기게 하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특허법상 손해배상 특칙인 제128조의 체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싶다.

우리나라 특허법상 손해배상 특칙인 제128조의 체계는 일본법의 체계를 수정도입하면서 민법상 불법행위 손해액이론을 그대로 둔채 입증책임의 완화에 관심을 둔 조문으로 구성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현행 특허법 제128조가 그동안 특허보호제도에 기여하고 발전시켜 온 점은 높히 평가하고 싶다.
다만 이제 우리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점프업해야 하는 시점에 와있기에 그리고 이제는 우리나라도 오랜 헌옷을 벗고 새로운 옷을 입을 만큼 어른이 되어가기에 한번 집어보자는 취지이다.

특허침해에 의한 손해배상을 특허침해가 없었다면 특허권자가 얻을 이익으로 할지 아니면 특허침해가 있었기에 특허권자가 잃어버린 이익으로 할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있었는지 찾아보기 어렵다.

나아가 특허권의 본질과 관련하여 특허침해로 침해자가 얻은 이익을 손해액으로 하는 것이 좋을지 현행처럼 공제조항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합당한지도 집어볼 논제일 것이다. 특허권의 본질과 특질을 생각할 때 손해배상을 민법일반의 일실이익청구, 침해자 이익반환, 통상실시료, 이 3가지로 유형화하면서 특허권자의 사정을 고려한 특허권자의 실손해를 산정하기 위한 공제가 규정되어 있는 것도 논의가 필요했다.

우리나라에서 특허권이 독점권이라고 법문에서 선언하고 있다. 따라서 특허발명품의 시장은 특허권자의 독점시장이란 점을 고려할 때, 특허침해의 손해액은 특허권자 기준에서 침해자가 없었다면 발생할 다양한 일식이익으로 산정할지, 침해자가 특허권자이었다면이란 가정적 기준에서 다양한 일실이익으로 산정할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할 것이다.

일실이익에는 매출의 감소 (판매 또는 판가의 감소)와 비용의 증가 또는 감소시키지 못한 요소등을 고려하여 침해행위가 없었다면이란 가정적인 상황을 어떻게 입증하느냐 역시 고민할 문제일 것이다.

중국은 법률분쟁비용을 손해배상액에 포함시킬 수 있다. 또한 국가간예주의와 절대진실주의에 따라 직권탐지주의를 지향한다. 국가가 의지를 가지고 시스템만 제대로 운영할 수 있다면 상대적 진실을 추구하는 대륙법계 국가에서 이를 참고하여 상대적 진실주의를 더 보완할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은 이미 디스커버리제도를 두어 변론주의의 약점을 보완하고 훨씬 절대적 진실에 가까워져있다고 본다.

최근 자주 제안되는 징벌적 배상제도의 도입 논의와 별개로 개인적으로 특허침해 손해액에 특허의 실시에 관련된 손해만을 대상으로 한 한계를 넘어 고민해볼 것을 제안해본다.

그 중 하나는 현재 침해이익청구와 같은 유형은 특허침해 손해액을 부당이득반환의 성격으로도 적용할 수 있도록 개정하는 방안이고,
또 하나는 고의 (또는 중과실) 침해자에 대해서는 특허를 만들어 과정에서 투입한 기술개발비 또는 특허매입비와 특허출원부터 등록, 유지비까지 특허권자의 손해로 포함시키는 방안이며,
다른 하나는 특허무효심판방어를 포함하여 분쟁법률비용을 손해배상액에 포함시키는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이다.

마지막으로 어차피 기술개발 촉진과 산업발전이라 목적으로 우연히 뒤늦게 동일한 기술을 개발하여 생산하는자도 침해자로 보는 것이 특허 제도라는 점을 고려하여, 파생손해가 발생할 것을 알 수 있었던 침해자에 대해서는 침해에 따른 파생손해까지도 전보할 수 있게 명확한 명문규정을 신설하는 방안이다.

한국, 특허침해로 인한 손해액 산정, 함께 마음을 열고 고민하여야 할 문제임이 분명하다.

p.s : 2016년 특허법 개정으로 동법 128조 1항에 특허법상 특허침해손해배상 청구권 조항이 신설되었으므로 이 청구권의 불법손해배상 성질과 부당이득반환 성질을 고려하여 소멸시효를 특칙으로 신설할 것 역시 제언해본다.

Thursday, July 12, 2018

미국과 중국의 상표 유사판단

IP5 대부분 국가는 모두 상표의 유사판단에서 거래소비자의 출처 혼동가능성(Likelihood of Confusion)을 그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미국판례를 보면 표장을 표장끼리, 상품을 상품끼리 비교하여 유사여부를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표장이 상품에 사용된 상태로 전체적인 혼동가능성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실무와 차이가 있습니다. 독특하게 디자인된 동일 표장을 비유사한 상품에 사용된 경우 소비자가 중첩되면 유사하다고 판단한 경우도 있는 반면, 표장은 유사하지만 상품의 소비자층이 다르면 상표가 비유사하다고 판단된 경우도 있습니다.

Lexus (automobiles) vs. Lexis (database services) 비유사

10여전 쯤  제가 로펌 재직시 맥도널드사와 커피에 대한 Mac Cafe vs. M Cafe 표장의 유사성 분쟁을 맡은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미국 변리사와 변호사들은 유사하다고 판단한 반면, 국내 변리사와 변호사들은 비유사하다고 판단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미국 판례의 경향과 상표 유사 판단기준을 잘 요약한 블로그를 발견하고 공유합니다.

아래는 미국 상표 분쟁사건에서 유사하다고 판단이 된 상표들입니다. Native 영어권 국가의 판단인점도 고려해서 보세요. 주의할 점은 미국 법원이 유사하다고 판단한 상표들의 상당수는 중국에서는 비유사판단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LUTEX vs. LUTEXAL 가 유사판단을 받았지만 중국에서는 비슷한 사례에서 비유사판단이 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알파벳의 배열을 고려하여 비유사판단하는 경우도 있고 가끔은 그 판단에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중국에서는 호칭유사보다 외관유사를 더 중시하는 경향 역시 발견하게 됩니다. 유사성 판단주체기준이 거래소비자인 점을 고려하면 국가별로 유사판단의 다름은 당연한지도 모르겠습니다.

Magnavox vs. Multivox
Simoniz vs. Permanize
Platinum Puff vs. Platinum Plus
Zirco vs. Cozirc
Maternally Yours vs. Your Maternity Shop
Audio BSS USA vs Boss Audio Systems
TRUCOOL vs. TURCOOL 
NEWPORTS vs. NEWPORT 실질동일
MILTRON vs. MILLTRONICS (stylized)
LUTEX vs. LUTEXAL
SEYCOS vs. SEIKO         
CANYA vs. CANA           
CRESCO vs. KRESSCO  
ENTELEC vs. INTELECT
MR. CLEAN vs. MR. RUST               
THIRTY FORTY FIFTY vs. 60 40 20
PLEDGE vs. PROMISE

원문 trademarknow블로그 읽기

Sunday, July 8, 2018

특허법원 2017허5290 판결을 통해 살펴본 주지관용기술의 입증방법


지난 2018.06.21. 특허법원은 출원발명 및 선행발명의 명세서에 종래기술로 소개되어 있는 점을 고려하여 별도의 입증 없이 주지관용 기술을 인정하였습니다 [특허법원 20175290 거절결정()].

제목 [특허]구성요소의휠에 고체건조가 있다는 점에 차이가 있으나, 고체전조제를 이용하는 제습기는 당해 기술 분야에서 주지관용의 기술이므로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본 사례 (특허법원 20175290)

l 사건 개요 및 판시 요지

원고의 출원에 대하여 특허청심사관 및 특허심판원은 진보성이 문제된다는 이유로 출원을 거절결정하고, 심판청구를 기각하는 심결을 하였다.

진보성 부정 여부를 본다.  이 출원발명 구성요소의 휠에는 고체 건조제가 있으나, 선행발명 1의 명세서에는 회수 휠이 건조제를 포함하는 구조인지에 대한 기재가 없다. 그러나 이 출원발명의 명세서에는 고체 건조제를 이용하는 제습기는 당해 기술 분야에서 주지관용의 기술임이 기술되어 있고, 통상의 기술자라면 선행발명 1회전하는 회수 휠의 내부로 공기가 통과함에 따라 회수 휠이 공기 중의 수분을 흡수하고 배출하는 것을 반복하는 구조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출원발명 및 선행발명의 명세서에 의하면 '건조제가 포함된 휠에 퍼지섹터(정화부)가 설치된 기술은 이 사건 출원발명의 명세서에서 소개된 다수의 선행문헌 에 이미 소개되어 있고, 선행발명의 명세서에서도 종래기술로 소개되어 있는 점, 퍼지섹터(정화부)는 일반적으로 건조제가 포함된 휠에 있어서 오염된 휠을 정화시키기 위한 수단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통상의 기술자는 선행발명의 명세서와 도면을 통해 선행발명의 회수 휠이 고체 건조제를 포함하는 구조임을 쉽게 이해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위 차이점은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발명으로부터 쉽게 극복할 수 있다.

나아가 이 사건 출원발명과 선행발명은 모두 장치를 통과하는 공기의 온도와 습도 같은 파라미터를 센서를 이용해 측정하고, 위 파라미터 수치에 따라 장치를 적절히 조절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점에서 두 발명의 목적은 동일하므로 이 출원발명의 목적의 특이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원고는 센서의 위치를 달린한다고 주장하나, 통상의 기술자라면 보다 정확한 측정을 위해 센서를 회수 휠에 근접하게 설치할 것임이 자명하므로 원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출원발명과 선행발명 1은 센서에 의해 측정된 온도가 회수 휠의 회전 속도를 제어하는 구성이라 할 것이어서, 그 제어 원리와 데이터 처리 경로가 실질적으로 동일하므로 데이터처리 경로가 다르다는 원고의 주장도 이유없다.


특허 거절결정사건이나 무효사건에서 대부분의 구성이 나타난 선행공지자료들을 찾았으나 몇몇 한정사항 또는 일반적인 구성이 나타나 있지 않거나 이미 찾은 선행공지자료에 명백히 기재되지 않은 사항(상위개념으로만 기재된 경우 포함)에 대해서 주지관용기술임을 주장하거나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 용이하게 도출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됩니다.

이러한 태도는 주지관용기술과 관련된 법규정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심사실무에서 주지기술이나 관용기술의 정의에 일반적으로 알려진 기술이 포함되어 증명이 필요한 주지관용기술과 증명이 필요하지 않은 주지관용기술이 구분없이 사용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심사실무는 심사관이 주지관용기술임을 지적할 경우 그 근거자료를 반드시 제시할 것을 의무화하지 않고 가능한한 근거자료를 제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입증하지 않아도 된다면 출원발명을 거절하거나 특허발명을 무효시키는 입장에서 그것처럼 편한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주지관용기술이라고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고 볼 만큼 현저한 사실이 아니라면 주지관용기술임을 역시 증명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90489, 대법원 20063052 참조). 다만 대법원은 널리 알려진 주지관용기술의 존재를 뒤늦게 제공하는 것은 새로운 공지기술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대법원 20131054). 따라서 거절결정불복사건에서 심사당국인 특허청에게 다소 유리하게 작동할 수 있습니다그러나 이 논리가 선행공지자료의 내용과 중복될 경우 새로 제시하는 선행공지자료 역시 새로운 증거방법으로 보지 않는다고 할 수 있는지는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아무튼 대리인이 주지관용기술이란 주장에만 의존하고 입증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미국처럼 엄격한 증거법칙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오직 심판부나 재판부의 자유심증에 맡겨 두게 되어 당사자 사건의 승소율을 높일 수 없습니다저는 이러한 경우 심사당국이나 대리인이 심판부나 재판부를 설득할 책무를 다한 것이 아니라고 따지기도 합니다

때문에 이번 특허법원 20175290 거절결정() 판례를 계기로 우리나라 몇가지 판례를 기준으로 주지관용기술임을 주장할 때 별도로 주지관용기술의 존재에 관한 증명이 필요 없는 경우와 증명이 필요한 경우를 나누어 보고, 우리나라에서는 증명이 필요 없는 경우에도 어떤 근거로 주장하여야 재판부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는지, 증명이 필요한 경우, 주로 어떤 증거를 제출하여야 하는지를 간단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더 많은 판례를 통해 일반적인 원칙을 넘어 구체적인 기준들이 정립되기를 희망합니다.

법원은 크게 증거없이 주지관용기술을 인정한 경우로, 세가지 이유가 주를 이룹니다

하나는 소송상 공지 또는 현저한 사실이라고 볼 수 있을 만큼 일반적으로 알려진 경우 (대법원 20063052)이고, 둘째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행하여지는 경우 (특허법원20044198)입니다. 나머지는 이번 판결처럼 특허(출원)발명 명세서 또는 그 선행발명의 명세서에서 종래기술로 소개되거나 기재된 경우 (대법원 20063052, 특허법원20025234, 특허법원 20175290 입니다(주1)물론 개별적인 사건에서 특정기술을 아무런 입증없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주지관용기술이라고 한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건을 엄격히 보면 완전히 입증책임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입증이 없어도 이를 이유로 재판부가 합리적인 범위내라면 자유심증으로 주지관용기술로 인정하는 것은 위법이 아닙니다.

다음으로 증거에 의하여 주지관용기술을 인정한 경우, 두가지 분류의 증거자료에 의하여 주지관용기술을 인정한 사례가 주를 이룹니다. 다만 기술용어사전이나 전문용어사전, 백과사전에 기재된 것만으로 주지관용기술로 인정하지 않은 판결도 있다는 점에 주의하여야 합니다 (특허법원 995364). 

증거에 의하여 주지관용기술을 인정한 경우로 첫째는 출원일보다 훨씬 오래전에 출판된 교과서나 대학서적 또는 일반기술서적의 문헌에 기재된 경우 (대법원20001566, 특허법원9955)), 둘째는 KS규격처럼 국가산업표준규정에 기재된 경우(특허법원20076522)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주지기술은 다수의 문헌에 기재된 기술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출원 전 오래전부터 상당한 수의 다수 문헌 (특허공개공보 포함)에 소개되거나 기재되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고 관용기술은 주지기술 중 자주 사용되는 기술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업계 설계가이드(매뉴얼)이나 몇몇의 오랜 업계 경력자들의 증언도 좋은 입증방법이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서면다툼에만 익숙해서 그런지, 아니면 심판대리인 비용이 너무 작아서 그런지 다양한 입증방법을 사용하는 것을 드물게 봅니다. 아쉽습니다입증하지 못하면 그러한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깊히 받아들이고 재판부의 자유심증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좀더 적극적인 입증방법을 강구해보는 활동을 많이 보고 싶습니다. 간략하게 요약해보았습니다. 놓친 사례들이 있다면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보충해주시면 하는 바램입니다.

(다음편에서는 선행공지자료에 기재된 기술(또는 주지관용기술로 인정된 기술)로부터 또는 기술들을 결합할 때 해당 발명이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에게 용이하게 창작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과 관련하여 미국의 실무입장에서 그 용이창작성을 부정하는데 자주 사용하는 구체적인 7가지 주장들과 입증방법에 대해서 그리고 그 주장에 반박하기 위하여 자주 사용하는 구체적인 21가지 주장들과 입증방법에 대해서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주1> 그러나 명세서에 종래기술로 기재한 것만으로 진보성 판단의 인용발명으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 현재 판례임을 주의하여야 합니다. 이를 좀더 자세히 다루면 아래와 같습니다. 

미국 특허법 시행규칙(37 CFR) 1.56은 출원인으로 하여금 선행기술(prior art)을 세밀히 조사하여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고, 1.104 (c)(2)는 거절 결정 또는 재심사를 함에 있어 심사관은 출원인 또는 특허권자의 자인(admission)을 원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 법원 역시 출원인이 명세서에 타인의 기술을 선행기술(prior art)이라고 기재하면 35 U.S.C. 102조의 발명에 해당하는지 추가로 심사하지 않고 진보성 판단에 있어서 원용될 수 있는 선행기술의 존재를 자인(admission)한 것으로 본다 (Riverwood Int’l Corp. v. R.A. Jones & Co., 324 F.3d 1346, 1354, 66 USPQ2d 1331, 1337 (Fed. Cir.2003); Constant v. Advanced Micro-Devices Inc., 848 F.2d 1560, 1570, 7 USPQ2d 1057, 1063(Fed. Cir. 1988). 그 결과, 선행기술(prior art)라는 용어보다 배경기술(background art)라는 용어가 선호된다). 다만, 발명자가 자신의 발명에 기하여 개량한 경우 자신의 발명에 대한 지식을 자인한 것에 불과하므로 그 기초가 되는 발명은 법률적 근거가 없는 한 선행기술로 취급될 수 없다 (Reading & Bates Construction Co. v. Baker Energy Resources Corp., 748 F.2d 645, 650, 223 USPQ 1168, 1172 (Fed. Cir. 1984)). 미국 특허법은 진보성 유무 판단 시 대비대상이 되는 발명이 문헌공지발명인 경우 명세서에 기재된 선행기술(prior art)이 문헌에 공지된 기술이 아닐 경우 진보성 부정의 근거가 되는 35 U.S.C. 102조의 발명이 아닐 수 있다. 또한, ‘선행기술(prior art)’로 기재되지 않고 '배경기술(background art)'로 기재되는 경우 35 U.S.C. 102조의 발명을 자인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 대법원은 2005. 12. 23. 선고 2004후2031 판결에서 명세서에 기재된 종래기술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진보성 판단의 기초가 되는 공지기술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위 대법원 판례도 같은 맥락에서 명세서에 기재된 종래기술(현행 특허법상 배경기술)을 공지기술로 사실상 추정하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그와 같은 추정을 하지 않거나 추정을 복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다만, 출원발명이나 특허발명의 진보성을 부정하는 측에서 명세서에 기재된 배경기술을 근거로 당해 발명의 진보성을 부정하는 주장을 하는 경우 명세서에 기재된 배경기술을 공지기술로 추정하는 것이므로, 그 입증책임이 출원인이나 특허권자에게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출처 : 김승곤 판사(2012), "기재불비 및 진보성유무 판단 시 명세서에 기재된 배경기술의 취급")

그러나 대법원 2017. 1. 19. 선고 2013후3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특허발명의 신규성 또는 진보성 판단과 관련하여 특허발명의 구성요소가 출원 전에 공지된 것인지는 사실인정의 문제이고, 공지사실에 관한 증명책임은 신규성 또는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주장하는 당사자에게 있다. 따라서 권리자가 자백하거나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서 증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가 아니라면, 공지사실은 증거에 의하여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리고 청구범위의 전제부 기재는 청구항의 문맥을 매끄럽게 하는 의미에서 발명을 요약하거나 기술분야를 기재하거나 발명이 적용되는 대상물품을 한정하는 등 목적이나 내용이 다양하므로, 어떠한 구성요소가 전제부에 기재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공지성을 인정할 근거는 되지 못한다. 또한 전제부 기재 구성요소가 명세서에 배경기술 또는 종래기술로 기재될 수도 있는데, 출원인이 명세서에 기재하는 배경기술 또는 종래기술은 출원발명의 기술적 의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선행기술 조사 및 심사에 유용한 기존의 기술이기는 하나 출원 전 공지되었음을 요건으로 하는 개념은 아니다. 따라서 명세서에 배경기술 또는 종래기술로 기재되어 있다고 하여 그 자체로 공지기술로 볼 수도 없다. 
다만 특허심사는 특허청 심사관에 의한 거절이유통지와 출원인의 대응에 의하여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절차인 점에 비추어 보면, 출원과정에서 명세서나 보정서 또는 의견서 등에 의하여 출원된 발명의 일부 구성요소가 출원 전에 공지된 것이라는 취지가 드러나는 경우에는 이를 토대로 하여 이후의 심사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명세서의 전체적인 기재와 출원경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출원인이 일정한 구성요소는 단순히 배경기술 또는 종래기술인 정도를 넘어서 공지기술이라는 취지로 청구범위의 전제부에 기재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만 별도의 증거 없이도 전제부 기재 구성요소를 출원 전 공지된 것이라고 사실상 추정함이 타당하다. 
그러나 이러한 추정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므로 출원인이 실제로는 출원 당시 아직 공개되지 아니한 선출원발명이나 출원인의 회사 내부에만 알려져 있었던 기술을 착오로 공지된 것으로 잘못 기재하였음이 밝혀지는 경우와 같이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추정이 번복될 수 있다."라고 판시하고 그리고 위와 같은 법리는 실용신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하였으며, 이와 달리 출원인이 청구범위의 전제부에 기재한 구성요소나 명세서에 종래기술로 기재한 사항은 출원 전에 공지된 것으로 본다는 취지로 판시한 대법원 2005. 12. 23. 선고 2004후2031 판결을 비롯한 같은 취지의 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모두 변경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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