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법원 2017허5290 판결을 통해 살펴본 주지관용기술의 입증방법


지난 2018.06.21. 특허법원은 출원발명 및 선행발명의 명세서에 종래기술로 소개되어 있는 점을 고려하여 별도의 입증 없이 주지관용 기술을 인정하였습니다 [특허법원 20175290 거절결정()].

제목 [특허]구성요소의휠에 고체건조가 있다는 점에 차이가 있으나, 고체전조제를 이용하는 제습기는 당해 기술 분야에서 주지관용의 기술이므로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본 사례 (특허법원 20175290)

l 사건 개요 및 판시 요지

원고의 출원에 대하여 특허청심사관 및 특허심판원은 진보성이 문제된다는 이유로 출원을 거절결정하고, 심판청구를 기각하는 심결을 하였다.

진보성 부정 여부를 본다.  이 출원발명 구성요소의 휠에는 고체 건조제가 있으나, 선행발명 1의 명세서에는 회수 휠이 건조제를 포함하는 구조인지에 대한 기재가 없다. 그러나 이 출원발명의 명세서에는 고체 건조제를 이용하는 제습기는 당해 기술 분야에서 주지관용의 기술임이 기술되어 있고, 통상의 기술자라면 선행발명 1회전하는 회수 휠의 내부로 공기가 통과함에 따라 회수 휠이 공기 중의 수분을 흡수하고 배출하는 것을 반복하는 구조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출원발명 및 선행발명의 명세서에 의하면 '건조제가 포함된 휠에 퍼지섹터(정화부)가 설치된 기술은 이 사건 출원발명의 명세서에서 소개된 다수의 선행문헌 에 이미 소개되어 있고, 선행발명의 명세서에서도 종래기술로 소개되어 있는 점, 퍼지섹터(정화부)는 일반적으로 건조제가 포함된 휠에 있어서 오염된 휠을 정화시키기 위한 수단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통상의 기술자는 선행발명의 명세서와 도면을 통해 선행발명의 회수 휠이 고체 건조제를 포함하는 구조임을 쉽게 이해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위 차이점은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발명으로부터 쉽게 극복할 수 있다.

나아가 이 사건 출원발명과 선행발명은 모두 장치를 통과하는 공기의 온도와 습도 같은 파라미터를 센서를 이용해 측정하고, 위 파라미터 수치에 따라 장치를 적절히 조절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점에서 두 발명의 목적은 동일하므로 이 출원발명의 목적의 특이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원고는 센서의 위치를 달린한다고 주장하나, 통상의 기술자라면 보다 정확한 측정을 위해 센서를 회수 휠에 근접하게 설치할 것임이 자명하므로 원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출원발명과 선행발명 1은 센서에 의해 측정된 온도가 회수 휠의 회전 속도를 제어하는 구성이라 할 것이어서, 그 제어 원리와 데이터 처리 경로가 실질적으로 동일하므로 데이터처리 경로가 다르다는 원고의 주장도 이유없다.


특허 거절결정사건이나 무효사건에서 대부분의 구성이 나타난 선행공지자료들을 찾았으나 몇몇 한정사항 또는 일반적인 구성이 나타나 있지 않거나 이미 찾은 선행공지자료에 명백히 기재되지 않은 사항(상위개념으로만 기재된 경우 포함)에 대해서 주지관용기술임을 주장하거나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 용이하게 도출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됩니다.

이러한 태도는 주지관용기술과 관련된 법규정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심사실무에서 주지기술이나 관용기술의 정의에 일반적으로 알려진 기술이 포함되어 증명이 필요한 주지관용기술과 증명이 필요하지 않은 주지관용기술이 구분없이 사용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심사실무는 심사관이 주지관용기술임을 지적할 경우 그 근거자료를 반드시 제시할 것을 의무화하지 않고 가능한한 근거자료를 제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입증하지 않아도 된다면 출원발명을 거절하거나 특허발명을 무효시키는 입장에서 그것처럼 편한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주지관용기술이라고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고 볼 만큼 현저한 사실이 아니라면 주지관용기술임을 역시 증명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90489, 대법원 20063052 참조). 다만 대법원은 널리 알려진 주지관용기술의 존재를 뒤늦게 제공하는 것은 새로운 공지기술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대법원 20131054). 따라서 거절결정불복사건에서 심사당국인 특허청에게 다소 유리하게 작동할 수 있습니다그러나 이 논리가 선행공지자료의 내용과 중복될 경우 새로 제시하는 선행공지자료 역시 새로운 증거방법으로 보지 않는다고 할 수 있는지는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아무튼 대리인이 주지관용기술이란 주장에만 의존하고 입증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미국처럼 엄격한 증거법칙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오직 심판부나 재판부의 자유심증에 맡겨 두게 되어 당사자 사건의 승소율을 높일 수 없습니다저는 이러한 경우 심사당국이나 대리인이 심판부나 재판부를 설득할 책무를 다한 것이 아니라고 따지기도 합니다

때문에 이번 특허법원 20175290 거절결정() 판례를 계기로 우리나라 몇가지 판례를 기준으로 주지관용기술임을 주장할 때 별도로 주지관용기술의 존재에 관한 증명이 필요 없는 경우와 증명이 필요한 경우를 나누어 보고, 우리나라에서는 증명이 필요 없는 경우에도 어떤 근거로 주장하여야 재판부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는지, 증명이 필요한 경우, 주로 어떤 증거를 제출하여야 하는지를 간단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더 많은 판례를 통해 일반적인 원칙을 넘어 구체적인 기준들이 정립되기를 희망합니다.

법원은 크게 증거없이 주지관용기술을 인정한 경우로, 세가지 이유가 주를 이룹니다

하나는 소송상 공지 또는 현저한 사실이라고 볼 수 있을 만큼 일반적으로 알려진 경우 (대법원 20063052)이고, 둘째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행하여지는 경우 (특허법원20044198)입니다. 나머지는 이번 판결처럼 특허(출원)발명 명세서 또는 그 선행발명의 명세서에서 종래기술로 소개되거나 기재된 경우 (대법원 20063052, 특허법원20025234, 특허법원 20175290 입니다(주1)물론 개별적인 사건에서 특정기술을 아무런 입증없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주지관용기술이라고 한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건을 엄격히 보면 완전히 입증책임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입증이 없어도 이를 이유로 재판부가 합리적인 범위내라면 자유심증으로 주지관용기술로 인정하는 것은 위법이 아닙니다.

다음으로 증거에 의하여 주지관용기술을 인정한 경우, 두가지 분류의 증거자료에 의하여 주지관용기술을 인정한 사례가 주를 이룹니다. 다만 기술용어사전이나 전문용어사전, 백과사전에 기재된 것만으로 주지관용기술로 인정하지 않은 판결도 있다는 점에 주의하여야 합니다 (특허법원 995364). 

증거에 의하여 주지관용기술을 인정한 경우로 첫째는 출원일보다 훨씬 오래전에 출판된 교과서나 대학서적 또는 일반기술서적의 문헌에 기재된 경우 (대법원20001566, 특허법원9955)), 둘째는 KS규격처럼 국가산업표준규정에 기재된 경우(특허법원20076522)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주지기술은 다수의 문헌에 기재된 기술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출원 전 오래전부터 상당한 수의 다수 문헌 (특허공개공보 포함)에 소개되거나 기재되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고 관용기술은 주지기술 중 자주 사용되는 기술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업계 설계가이드(매뉴얼)이나 몇몇의 오랜 업계 경력자들의 증언도 좋은 입증방법이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서면다툼에만 익숙해서 그런지, 아니면 심판대리인 비용이 너무 작아서 그런지 다양한 입증방법을 사용하는 것을 드물게 봅니다. 아쉽습니다입증하지 못하면 그러한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깊히 받아들이고 재판부의 자유심증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좀더 적극적인 입증방법을 강구해보는 활동을 많이 보고 싶습니다. 간략하게 요약해보았습니다. 놓친 사례들이 있다면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보충해주시면 하는 바램입니다.

(다음편에서는 선행공지자료에 기재된 기술(또는 주지관용기술로 인정된 기술)로부터 또는 기술들을 결합할 때 해당 발명이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에게 용이하게 창작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과 관련하여 미국의 실무입장에서 그 용이창작성을 부정하는데 자주 사용하는 구체적인 7가지 주장들과 입증방법에 대해서 그리고 그 주장에 반박하기 위하여 자주 사용하는 구체적인 21가지 주장들과 입증방법에 대해서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주1> 그러나 명세서에 종래기술로 기재한 것만으로 진보성 판단의 인용발명으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 현재 판례임을 주의하여야 합니다. 이를 좀더 자세히 다루면 아래와 같습니다. 

미국 특허법 시행규칙(37 CFR) 1.56은 출원인으로 하여금 선행기술(prior art)을 세밀히 조사하여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고, 1.104 (c)(2)는 거절 결정 또는 재심사를 함에 있어 심사관은 출원인 또는 특허권자의 자인(admission)을 원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 법원 역시 출원인이 명세서에 타인의 기술을 선행기술(prior art)이라고 기재하면 35 U.S.C. 102조의 발명에 해당하는지 추가로 심사하지 않고 진보성 판단에 있어서 원용될 수 있는 선행기술의 존재를 자인(admission)한 것으로 본다 (Riverwood Int’l Corp. v. R.A. Jones & Co., 324 F.3d 1346, 1354, 66 USPQ2d 1331, 1337 (Fed. Cir.2003); Constant v. Advanced Micro-Devices Inc., 848 F.2d 1560, 1570, 7 USPQ2d 1057, 1063(Fed. Cir. 1988). 그 결과, 선행기술(prior art)라는 용어보다 배경기술(background art)라는 용어가 선호된다). 다만, 발명자가 자신의 발명에 기하여 개량한 경우 자신의 발명에 대한 지식을 자인한 것에 불과하므로 그 기초가 되는 발명은 법률적 근거가 없는 한 선행기술로 취급될 수 없다 (Reading & Bates Construction Co. v. Baker Energy Resources Corp., 748 F.2d 645, 650, 223 USPQ 1168, 1172 (Fed. Cir. 1984)). 미국 특허법은 진보성 유무 판단 시 대비대상이 되는 발명이 문헌공지발명인 경우 명세서에 기재된 선행기술(prior art)이 문헌에 공지된 기술이 아닐 경우 진보성 부정의 근거가 되는 35 U.S.C. 102조의 발명이 아닐 수 있다. 또한, ‘선행기술(prior art)’로 기재되지 않고 '배경기술(background art)'로 기재되는 경우 35 U.S.C. 102조의 발명을 자인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 대법원은 2005. 12. 23. 선고 2004후2031 판결에서 명세서에 기재된 종래기술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진보성 판단의 기초가 되는 공지기술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위 대법원 판례도 같은 맥락에서 명세서에 기재된 종래기술(현행 특허법상 배경기술)을 공지기술로 사실상 추정하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그와 같은 추정을 하지 않거나 추정을 복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다만, 출원발명이나 특허발명의 진보성을 부정하는 측에서 명세서에 기재된 배경기술을 근거로 당해 발명의 진보성을 부정하는 주장을 하는 경우 명세서에 기재된 배경기술을 공지기술로 추정하는 것이므로, 그 입증책임이 출원인이나 특허권자에게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출처 : 김승곤 판사(2012), "기재불비 및 진보성유무 판단 시 명세서에 기재된 배경기술의 취급")

그러나 대법원 2017. 1. 19. 선고 2013후3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특허발명의 신규성 또는 진보성 판단과 관련하여 특허발명의 구성요소가 출원 전에 공지된 것인지는 사실인정의 문제이고, 공지사실에 관한 증명책임은 신규성 또는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주장하는 당사자에게 있다. 따라서 권리자가 자백하거나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서 증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가 아니라면, 공지사실은 증거에 의하여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리고 청구범위의 전제부 기재는 청구항의 문맥을 매끄럽게 하는 의미에서 발명을 요약하거나 기술분야를 기재하거나 발명이 적용되는 대상물품을 한정하는 등 목적이나 내용이 다양하므로, 어떠한 구성요소가 전제부에 기재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공지성을 인정할 근거는 되지 못한다. 또한 전제부 기재 구성요소가 명세서에 배경기술 또는 종래기술로 기재될 수도 있는데, 출원인이 명세서에 기재하는 배경기술 또는 종래기술은 출원발명의 기술적 의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선행기술 조사 및 심사에 유용한 기존의 기술이기는 하나 출원 전 공지되었음을 요건으로 하는 개념은 아니다. 따라서 명세서에 배경기술 또는 종래기술로 기재되어 있다고 하여 그 자체로 공지기술로 볼 수도 없다. 
다만 특허심사는 특허청 심사관에 의한 거절이유통지와 출원인의 대응에 의하여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절차인 점에 비추어 보면, 출원과정에서 명세서나 보정서 또는 의견서 등에 의하여 출원된 발명의 일부 구성요소가 출원 전에 공지된 것이라는 취지가 드러나는 경우에는 이를 토대로 하여 이후의 심사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명세서의 전체적인 기재와 출원경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출원인이 일정한 구성요소는 단순히 배경기술 또는 종래기술인 정도를 넘어서 공지기술이라는 취지로 청구범위의 전제부에 기재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만 별도의 증거 없이도 전제부 기재 구성요소를 출원 전 공지된 것이라고 사실상 추정함이 타당하다. 
그러나 이러한 추정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므로 출원인이 실제로는 출원 당시 아직 공개되지 아니한 선출원발명이나 출원인의 회사 내부에만 알려져 있었던 기술을 착오로 공지된 것으로 잘못 기재하였음이 밝혀지는 경우와 같이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추정이 번복될 수 있다."라고 판시하고 그리고 위와 같은 법리는 실용신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하였으며, 이와 달리 출원인이 청구범위의 전제부에 기재한 구성요소나 명세서에 종래기술로 기재한 사항은 출원 전에 공지된 것으로 본다는 취지로 판시한 대법원 2005. 12. 23. 선고 2004후2031 판결을 비롯한 같은 취지의 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모두 변경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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