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December 30, 2024

미래의 컴퓨터, 아날로그 컴퓨팅으로의 대전환 (The Future of Computing: A Radical Shift to Analog Technology)

미래의 컴퓨터, 아날로그 컴퓨팅으로의 대전환 (The Future of Computing: A Radical Shift to Analog Technology)

얼마 전 맨 아래 유튜브에서 아날로그 컴퓨팅을 다룬 영상을 보았다. 이 영상은 한때 ‘과거 기술’로만 여겨졌던 아날로그 컴퓨팅이,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와 함께 폭증하는 딥러닝 행렬 곱셈 연산으로 인해 다시금 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을 흥미롭게 전해주었다. 흔히 디지털을 ‘완성형 기술’이라 여기지만, 영상에서는 아날로그 컴퓨팅이 오히려 대규모 신경망 연산에서 속도와 전력 소모 측면에서 큰 강점을 지닌다고 강조했다.

어릴 적 라디오 다이얼을 돌려가며 주파수를 맞추던 기억이 난다. 미세하게 손을 움직여야만 ‘깨끗한 음질’을 얻을 수 있었고, 그 과정 자체가 감성을 자극하기도 했다. 그런데 디지털 시계가 아날로그 시계를 대체하듯, 라디오 다이얼 감각도 그저 ‘옛 추억’으로 사라질 줄 알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날로그 특유의 감성뿐 아니라, 계산 효율 측면에서도 아날로그가 다시 주목받는 추세다. 세상은 참 돌고 도는 것 같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컴퓨팅 혁신의 중심이 디지털이라고 믿어 왔다. 0과 1의 세계가 음악, 사진, 영상 등 모든 미디어를 평정했으며, 아날로그는 ‘과거의 유물’ 정도로만 취급되었다. 그런데 이 영상에서는 아날로그 컴퓨터의 원리를 자세히 설명하며, 디지털만이 최적의 해결책은 아닐 수 있다고 일깨워 주었다. 스프링에 매달린 질량의 진동을 모사하듯 전압이 실제로 ‘진동’하며 미분방정식을 빠르게 푸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아날로그 컴퓨팅의 핵심은 디지털처럼 0과 1을 스위칭하지 않고, 전압·전류·저항 같은 연속값으로 연산을 수행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저항에 전류를 흘려 I×R 형태로 단숨에 곱셈 연산을 처리할 수 있다. 이 방식으로, 디지털 방식이라면 트랜지스터 수백~수천 개가 필요한 연산을 훨씬 적은 자원으로 빠르게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날로그 컴퓨팅이 연산 중 연속적인 전압 신호를 사용하기에, 미분방정식 같은 연산을 매우 빠르고 에너지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다만 구성 요소의 미세 오차나 잡음으로 인해 완벽히 동일한 결과를 매번 재현하기는 어렵고, 범용 컴퓨터(예: 워드 프로세서 구동)처럼 다방면으로 활용하기엔 제약이 따른다.

반면, 폰 노이만 구조에 기반한 디지털 컴퓨팅은 딥러닝의 핵심 연산인 대규모 행렬 곱셈을 수행할 때 메모리에서 가중치 값을 가져오느라 많은 시간과 전력을 소모한다(이른바 Von Neumann Bottleneck). 그러나 아날로그 회로에선 전압과 저항(또는 전도도)의 곱으로 연산이 즉시 이루어지므로, 행렬 곱셈을 훨씬 빠르고 전력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AI 모델은 일정 수준의 오차를 허용하기 때문에, 1% 정도의 부정확성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아날로그 컴퓨팅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관심을 받을 만하다. 물론 모든 영역에서 디지털을 대체하기는 어렵지만, 특정 AI 작업(특히 대규모 행렬 연산)에서는 탁월한 이점을 제공한다. 트랜지스터 집적도가 원자 단위에 가까워지면서 더 이상의 미세화가 어려워지는 시점(모어의 법칙 둔화)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날로그 방식이 또 다른 발전 가능성을 열어줄 수도 있다는 시각이 제시된다.

이와 맞물려, 멤리스터(Memristor)를 활용한 인공지능 가속기나 뉴로모픽(Neuromorphic) 컴퓨팅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도 떠올랐다. 멤리스터는 전압과 전류의 이력 정보를 기억하는 특성을 지녀, 이를 ‘가변 저항’처럼 활용하면 기존 반도체 소자보다 더 작으면서도 효율적으로 대규모 신경망 연산을 처리할 수 있다. 특히 멤리스터 크로스바 어레이 구조는 앞서 언급한 아날로그 컴퓨팅 원리를 통해 한 번에 행렬 연산을 수행한다. 뉴로모픽 칩은 뇌의 신호 전달 방식을 모사하여 뉴런과 시냅스 간 연결을 물리적으로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아날로그 컴퓨팅의 원리가 적용되어 전력 효율과 연산 속도 측면에서 획기적 발전이 기대된다.

“아날로그가 미래를 이끌 기술이 될 수 있을까?”

디지털 방식이 대부분의 영역을 지배하는 지금, 한때 도태된 듯했던 아날로그가 오히려 폰 노이만 구조의 한계를 극복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뇌의 작동 원리는 0과 1로만 설명하기 어렵고, 대규모 신경망의 연산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그래서 인간의 사고처럼 유연하면서도 전력을 덜 소모하는 아날로그+뉴로모픽 방식이 한층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어쩌면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경쟁하기보다는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할 길이 열릴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복잡한 심층 퍼셉트론이나 대규모 신경망 학습은 디지털 방식에 강점이 있고, 빠른 추론과 실시간 처리는 아날로그 방식이 빛을 발할 수 있다면, 미래의 컴퓨팅은 두 방식을 융합한 하이브리드 형태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빠른 딥러닝 추론을 위해 기존 GPU나 CPU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시도가 계속되는 가운데, 멤리스터 기반 아날로그 칩이나 뉴로모픽 프로세서는 더욱 주목받을 전망이다. 몇 년 뒤에는 가정용 AI 기기나 모바일 기기에도 아날로그 기반의 뉴로모픽 칩이 탑재된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디지털의 정밀함과 아날로그의 에너지 효율, 그리고 멤리스터 같은 차세대 소자의 융합이 만들어낼 새로운 컴퓨팅 패러다임이 점점 더 궁금해진다.

조금은 낯설고 ‘옛날 것’처럼 보이던 아날로그 컴퓨터가 다시금 떠오르는 모습을 보니, 이제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 변화를 지켜보고 싶다.

Future Computers Will Be Radically Different (Analog Computing) - YouTube


The Future of Computing: A Radical Shift to Analog Technology

Recently, I came across a fascinating YouTube video discussing analog computing. It highlighted how this once-dismissed technology, often regarded as a relic of the past, is now making a resurgence in the age of artificial intelligence (AI). With the exponential growth of deep learning and its reliance on massive matrix multiplications, analog computing is gaining attention for its speed and energy efficiency compared to traditional digital systems. The video emphasized that while digital computing is often viewed as the pinnacle of technological progress, analog methods can offer distinct advantages, particularly in neural network computations.

This video brought back memories of manually tuning radio dials as a child. Adjusting the dial with precision to achieve clear audio felt almost artistic, engaging both focus and intuition. Much like digital watches have largely replaced analog ones, I assumed such analog experiences were relegated to nostalgia. Yet, the resurgence of analog computing suggests that its relevance extends beyond sentimental value—its computational efficiency is now capturing serious interest. The cyclical nature of technological trends is indeed remarkable.

For decades, digital computing has dominated the technological landscape, fueled by binary logic and transistor scaling. It has revolutionized fields ranging from media to communications. Analog systems, by contrast, were relegated to the sidelines as outdated and imprecise. However, the video revisited the fundamental principles of analog computing, challenging the assumption that digital systems are inherently superior. It demonstrated how analog circuits can simulate physical systems, such as a mass oscillating on a spring, using continuous voltages to rapidly and elegantly solve differential equations.

The core concept of analog computing lies in processing continuous values, such as voltage and current, instead of discrete 0s and 1s. For instance, passing current through a resistor automatically performs multiplication based on Ohm's law (I × R). This approach enables computations that would otherwise require hundreds or thousands of transistors in digital circuits, offering significant reductions in resource requirements and power consumption.

Analog computing excels at solving differential equations and performing energy-efficient operations, but it does have limitations. Small errors due to noise or component variability can make results less precise, and its applicability is often limited to specialized tasks rather than general-purpose computing. Nevertheless, for AI applications that tolerate minor inaccuracies—such as neural networks—these limitations are less problematic.

In contrast, traditional von Neumann digital architectures face bottlenecks when performing large-scale matrix multiplications, a fundamental operation in deep learning. Retrieving data from memory repeatedly consumes substantial time and energy. Analog circuits, however, compute directly through electrical signals, enabling faster and more power-efficient matrix operations.

AI models inherently allow for a degree of approximation, making analog computing particularly well-suited for tasks involving large neural networks. While analog systems are unlikely to replace digital computing across the board, they present compelling advantages for specific AI workloads. As Moore's law approaches physical limits, with transistors nearing atomic scales, analog approaches may offer a path forward.

This shift is closely tied to ongoing research in memristors and neuromorphic computing. Memristors, a form of resistive memory, can retain information based on their electrical history. They function as variable resistors, enabling efficient storage and computation within the same physical structure. This property has fueled advances in in-memory computing, where data processing occurs directly within memory cells, drastically reducing latency and power consumption.

Neuromorphic chips, designed to mimic the structure and function of biological neural networks, leverage these principles to achieve high-performance, low-power AI processing. Memristor-based crossbar arrays, for example, can perform matrix multiplications in parallel, aligning perfectly with the requirements of deep learning systems. Such architectures promise breakthroughs in efficiency and scalability, particularly for AI inference tasks.

This raises an intriguing question: could analog computing drive the next wave of innovation? 

In a world dominated by digital technologies, the re-emergence of analog methods challenges conventional wisdom. Neural networks, much like the human brain, operate through a combination of discrete and continuous processes. Analog and neuromorphic approaches mirror this duality, offering a more biologically inspired model for computation.

While digital systems remain superior for tasks requiring high precision and flexibility, analog methods shine in scenarios demanding speed and efficiency, such as real-time AI inference and edge computing. The future may belong to hybrid systems that seamlessly integrate digital and analog components, leveraging the strengths of both paradigms.

As efforts to overcome the limitations of GPUs and CPUs continue, memristor-based analog chips and neuromorphic processors are poised to play a pivotal role. It is conceivable that, within a few years, analog neuromorphic chips could become common in AI-powered consumer devices, mobile technologies, and edge computing applications. The convergence of digital accuracy, analog efficiency, and next-generation materials like memristors may define the next chapter of computing.

Reflecting on the resurgence of analog computing, I find myself intrigued by its potential to complement and extend digital technologies. What once seemed like an outdated approach is now positioned as a key enabler of AI and neural network advancements. With curiosity and optimism, I look forward to witnessing how this blend of old and new technologies shapes the future of computation.

Future Computers Will Be Radically Different (Analog Computing) - YouTube

Sunday, December 29, 2024

초보자를 위한 청구범위 해석 법리의 이해 (Understanding Claim Construction Principles for Beginners)

초보자를 위한 청구범위 해석 법리의 이해


[서론]

특허 청구범위 해석의 기본 법리는 전 세계적으로 유사한 측면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별 사건에서 특허심판원 또는 법원은 구체적 타당성을 위해 해석 법리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시각을 보이는 경우가 있으며, 결과적으로 상이한 결론에 이를 때도 있다. 마치 수학 공식처럼 청구범위 해석 법리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실제 사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이해하기 어려운 결론에 이를 위험이 있다.

특히, 특허 청구항 해석은 법률적 문제로 간주되어 최종 결정은 법원이 내리지만, 그 결정은 소송 과정에서 당사자들이 어떤 해석을 주장했는지에 따라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예컨대 당사자가 “명확하고 일반적인 의미”만을 내세우고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그 외 다른 해석 가능성은 제기되지 않은 채 묵시적으로 포기되었다고 보기도 한다 (DoggyPhone LLC v. Tomofun LLC, 23-1791 (Fed. Cir. 2024)).


[당사자 합의에 따른 해석의 특성]

전통적인 법령 해석이나 판례 분석에서는, 법원이 당사자 주장과 관계없이 정확한 법적 의미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특허 청구범위 해석은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형성되고 구속될 수도 있는 법적 쟁점이므로, 법원이 모든 해석 가능성을 스스로 검토하기보다는 당사자가 제공한 틀 안에서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청구범위 해석에서 발생한 작은 실수나 양보가 소송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이는 특허 소송 전략을 세울 때, 법적 판단의 독립성만을 맹신하기보다 초기 주장과 해석 주장을 보다 신중하게 구성해야 함을 시사한다 (Crouch, Dennis (2024)).

Liebel-Flarsheim Co (Fed. Cir. 2007) 사건에서 특허권자는 특정 용어가 넓은 의미로 해석되도록 주장했고, 결국 그 주장이 법원에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그 넓은 해석을 취한 청구항은 명세서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효가 되었는데, 이는 만약 해당 용어를 좁게 해석한다면 침해를 구성하지 못하게 되는 딜레마를 야기했다(정차호, 2008). 이 판례는 특허권자가 너무 넓은 범위로 해석을 주장하면 선행기술과의 차별성이 희석되어 무효 가능성이 높아지고, 반대로 좁게 해석하면 침해를 인정받기 어려운 이중고에 빠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대한민국 법원의 해석 원칙]

대한민국 법원은 청구범위를 해석할 때 두 가지 원칙을 견지한다. 첫째, “특허권의 권리범위는 청구범위에 기재된 사항으로 결정된다”는 것이고, 둘째, “청구범위 밖의 기재(발명의 상세한 설명, 도면 등)를 근거로 청구범위를 임의로 제한하거나 확장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특허법원 실무에서는 청구범위만을 고수하기보다, 발명의 상세한 설명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기술적 의미를 파악한다.

형식적으로는 문언 해석이 원칙이므로, 청구범위 기재만으로 기술 구성을 파악하기 어렵거나 범위를 명확히 확정하기 어려운 경우에 발명의 설명이나 도면을 참작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판례는 발명의 설명 참작을 금지하지 않으며, 명세서에 기재된 용어 역시 전체 맥락에서 통일적으로 해석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발명의 상세한 설명과 도면은 원칙적으로 언제나 참작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가 다수다 (이혜진, 2021).

이러한 원칙은 특허법원의 「지적재산소송실무」(2010) 및 대법원 판결(2005후520, 2006후2240)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결국 권리범위의 확정은 청구범위 기재 사항이 결정하되, 그 문언이 갖는 일반적 의미를 우선 고려하면서도 발명의 상세한 설명과 도면을 참작해 객관적·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법원의 입장이다. 다만, 상세한 설명을 근거로 청구범위를 제한 또는 확장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또한 학계·실무계에서는 “상세한 설명에 의한 제한해석(제안해석)”과 “상세한 설명을 통한 보완해석(보충해석)”을 구분하는데, 전자는 엄격히 금지되는 반면, 후자는 허용된다는 것이 대체적인 입장이다. 김병필 연구(2014)에 따르면, 법원 실무는 청구범위가 불명확할 때만 상세한 설명을 참작해 보완해석하는 편이고, 청구범위가 명확한 경우에는 별도의 해석적 제한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 확인된다.

좀 더 발전적인 관점에서, 청구항에 기재된 발명의 명확성을 기준으로 하되, 기존의 ‘상세한 설명 참작에 의한 보완 해석 법리’와 ‘상세한 설명에 의한 제한 금지 법리’를 유지하더라도, 일본 지재고등법원의 최근 판례처럼 발명의 명확성 여부를 판단할 때 특정 용어만을 분리해 사전적 의미를 검토하는 방식이 아니라, 명세서에서 청구범위에 기재된 발명 전체가 갖는 기술적 의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기술적 의의가 일의적으로 분명한지 판단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있다(김동준, 2012;김병필 연구, 2014). 또한, 미국 Phillips 전원합의체 판결처럼 청구범위의 명확성과 무관하게, 명세서 전체에 나타난 발명의 객관적 의의를 검토하여 청구범위에 기재된 용어의 의미를 해석하는 접근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동준, 2012;김병필 연구, 2014). 최근 우리나라 판례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확인되는데, 필자로서는 이에 일응 공감하는 바이다.


[미국 Phillips 판례와 비교]

미국 Phillips 전원합의체 판결도 앞에서 언급한 청구범위 해석의 원칙과 유사한 접근을 취하고 있다. 

나아가, “상세한 설명을 참작해 청구항의 용어 의미를 해석하는 것”과 “상세한 설명의 한정요소를 청구항으로 끌어들여 범위를 축소하는 것”을 구별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둘 사이의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는 점도 인정하고 있다. 법원은 통상의 기술자가 청구항 용어를 어떻게 이해할지를 중점적으로 살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명세서를 꼼꼼하게 살펴 합리적 범위 내에서 청구범위를 확정해야 한다고 본다.

특허청구범위는 명세서와 도면에 기재된 구체적인 실시예들을 일반화하거나, 반대로 제외하지 않는 범위를 정해 놓은 것이다. 따라서 실시예가 명세서에 개시되어 있다고 해서, 그 실시예 특징이 곧바로 청구항 전체로 편입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출원인이 심사 과정에서 특정 범위를 자진해서 포기했는지 여부(prosecution history estoppel 등)도 매우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된다.


[실시예 예시와 그 한계]

포크 발명을 예로 들어보면, 청구항에는 “음식물을 찍어 들기 위한 찍기부(I)와, 몸체부(II), 손잡이부(III)를 포함한다”고 기재되어 있을 수 있다.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서 포크의 찍기부 막대 끝이 뾰족한 실시예만 제시되었다고 해서, 이 실시예가 곧바로 청구항에 편입되는 것은 아니다. 통상의 기술자가 뭉뚝한 막대로도 음식물을 찍을 수 있다고 인정하면, 그 구조 역시 청구범위에 포함시킬 수 있다. 반면, 다른 도구(예: 오일 브러쉬)처럼 완전히 다른 기능인 경우에는 몸체부나 찍기부 구성 자체가 달라 청구항 문언에서 요구하는 “음식물을 찍어 들기 위한 찍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문언 자체의 의미와 발명의 목적, 명세서 전반의 기술사상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심사 과정에서 특정 구조(예: 찍기부와 손잡이부가 동일 평면에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연장되는 구체적 형상)를 차별적 특징으로 강조하면서 선행기술과 구별해 등록받았다면, 그 범위를 넘어서는 구조(예: 찍기부와 손잡이부가 그외 다른 방향으로 뻗는 포크)는 사후에 포기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명세서와 심사기록(Prosecution History)을 종합적으로 보아야 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예를 들어, 청구항에서 “손으로 음식물을 찍어 들 수 있는 도구”를 청구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도구는 몸체부(II)의 한쪽 끝에는 길쭉하고 평행한 복수의 막대들이 뻗어 있는 찍기부(I)가 연장되고, 다른 쪽 끝에는 길이가 긴 손잡이부(III)가 연장된 구성을 특징으로 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한편,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서는 “포크”가 끝이 두 갈래 이상으로 갈라진 꼬챙이 형태의 식기로서, 음식을 찍어 먹거나 때로는 몸체부에 얹어 먹을 수 있으며, 스테이크나 파스타 등을 섭취하기에 적합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포크 하나만으로 음식을 떠먹거나, 테이블 나이프와 함께 사용하여 음식물을 찌르고 썰어 먹는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도면(그림 1)에 나타난 실시예에서는 음식을 더욱 손쉽게 찍을 수 있도록 찍기부(I)의 막대 끝부분을 뾰족하게 형상화했으며, 도구를 이용하여 음식물을 들기 편하도록 몸체부(II)와 동일 평면상에서 찍기부(I)와 손잡이부(III)가 반대 방향으로 각각 연장되도록 묘사되어 있다.

<그림1> 특허발명의 도면에 개시된 실시예

그 결과, 특허발명은 청구항에 기재된 바와 같이 찍기부(I), 몸체부(II), 손잡이부(III)를 모두 갖춘 구성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이때, 아래 그림 2에 보이는 4세기 동로마 제국 시대의 은(銀) 포크는 그러한 몸체부(II)에 해당하는 구조가 없으므로, 이 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다.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 따르면 특허발명의 “몸체부”는 적어도 음식물을 얹어 먹을 수 있는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데, 옛 포크에는 그와 유사한 구조가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림2> 4세기 동로마 제국 시대 은 포크

상세한 설명을 참작하여 특허발명을 해석하더라도, 명세서와 도면에 나타난 “찍기부(I)와 손잡이부(III)가 몸체부(II)와 동일 평면에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연장된다”는 특징을 청구범위 전체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 이는 단지 하나의 실시예에서 통상의 기술자가 발명을 구현하기에 유리한 예시적 구조를 보여준 것일 뿐, 다른 구조를 모두 배제하려는 의도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실제로 현재 사용하는 대부분의 포크는 이 실시예처럼 찍기부(I)와 손잡이부(III)가 몸체부(II)와 동일 평면에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형성되어 있다. 그렇다 보니 특허발명 역시 동일한 구성을 전제하는 것으로 재해석하기 쉬운데, 이를 ‘후행 판단의 편견(hindsight bias)’이라고 부른다. 특허 청구범위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이러한 오류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아래 그림3과 같이, 찍기부(I)와 손잡이부(III)가 몸체부(II)와 동일 평면에서 서로 다른 방향(예: 90도로 꺾여 연장되는 방향)으로 구성된 포크라 하더라도,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

<그림3> 비교대상발명#1의 도면에 개시된 실시예

다만, 심사 과정에서 비교대상발명#1(그림3)이 선행기술로 인용된 상황을 가정해 보자. 만약 출원인이 “우리 발명의 막대들은 직사각형 시트 형태의 몸체부에 동일 평면상으로 뻗어 있고, 막대들이 뻗어 나온 쪽의 반대측에는 동일 평면으로 손잡이부가 연결된다. 이러한 구조가 비교대상발명#1과 달라 음식물을 찍거나 집어들기 편리하다”라고 주장해 등록받았다면, 이는 곧 비교대상발명#1과 같은 90도로 꺾인 구조의 포크를 명시적으로 포기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특허발명의 청구범위에는 비교대상발명#1과 같은 구조가 배제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

또한, 특허발명을 해석할 때, 발명의 상세한 설명과 도면에 개시된 “찍기부(I)의 막대 끝이 뾰족한 형상”을 그대로 청구범위에 반영하여 제한해서는 안 된다. 막대 끝이 뾰족한 구성이 바람직할 수는 있어도, 음식물을 찍기 위해 반드시 막대 끝이 뾰족해야 하거나 음식물이 꼭 막대 끝에 의해 관통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컨대 그림 4에 제시된 비교대상발명#2처럼 막대 끝이 뭉뚝한 형태의 찍기부(I)를 갖는 포크도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

<그림4> 비교대상발명#2의 도면에 개시된 실시예

그렇다고 해서 그림 5와 유사한 오일 브러쉬까지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한다고 볼 수는 없다. 발명의 상세한 설명 및 도면을 종합적으로 참작하면, 그림 5의 오일 브러쉬는 브러쉬 부분이 음식물을 찍어 들 수 있는 구조가 아니므로, 이는 특허발명에서 말하는 “찍기부의 복수 막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다.

<그림5> 오일 브러쉬


[상세한 설명의 참작 원칙과 제한 금지 법리의 구분]

앞서 든 예시들은 이해를 돕기 위해 사안을 극단적으로 단순화한 것이다. 실제 사건에서는 “상세한 설명을 참작할 때, 어느 경우가 ‘제한 해석’에 해당하며 어느 경우가 ‘보완 해석’으로 허용되는지” 구분하는 일이 그리 쉽지 않다.

실무적으로는, 특허권자든 그 특허에 도전하는 자든 “청구범위에 기재된 문언의 일반적 의미를 우선하되, 상세한 설명 및 도면을 참작하여 객관적·합리적으로 해석한다”는 원칙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 무난하다. 그러나 “상세한 설명에 의한 제한 해석”과 “상세한 설명에 의한 보완 해석”을 명확히 가르고, 그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김동준, 2012).

이 점에서 Phillips 전원합의체 판결을 참고할 만하다. Phillips 판결은 ① 상세한 설명을 통해 청구항 용어의 의미를 해석하는 것과 ② 상세한 설명에 기재된 한정요소를 청구범위에 그대로 끌어들여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것을 구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록 이 둘을 나누는 경계가 언제나 명확한 것은 아니지만, 통상의 기술자가 청구항 용어를 어떻게 이해할지에 초점을 두고, 상세한 설명을 꼼꼼히 검토한다면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명확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시한다.

특히, Phillips 전원합의체는 특허가 단 하나의 실시예만을 제시했더라도, 그 실시예에 청구범위를 한정(제한)해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한다. 물론, 어느 실시예가 “청구항 용어가 포괄할 수 있는 범위를 제한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예시로 제시한 것인지”를 가려내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다. 

그러나 특허청구범위는 명세서와 도면에서 특정 발명을 일반화하여 발명의 보호 범위를 정의한 것이므로, 명세서에 기재된 실시예들만으로 청구범위를 제한하거나, 청구항 용어를 명세서로부터 분리해 판단하기보다는 발명의 전체 취지와 목적을 살펴 범위를 확정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따라서 청구항이 상세한 설명의 특정 실시예에 구속되지 않도록 하려면, 상세한 설명의 주된 목적이 발명을 구현·사용하는 최적 방식을 예시하는 것임을 유념해야 한다. 즉, 발명의 상세한 설명은 통상의 기술자에게 발명을 구현하고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가장 좋은 실시예(best mode)” 또는 “대표적 구조 중 하나”로 제시된 것이지, 그 외 모든 변형예를 명시적으로 배제하는 의도는 아닐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상세한 설명을 재검토하면, 출원인이 특정 예시를 단지 목적 달성을 위한 사례로 제시했는지, 혹은 청구항 및 상세한 설명의 실시예를 제외한 것들은 명백히 포기 혹은 배제하려 했는지가 보다 뚜렷해진다.


[상세한 설명에 의한 보완 해석의 사례]

이러한 기준에 비추어, 발명의 상세한 설명을 참작해 청구범위를 보완 해석해야 할 대표 사례를 예시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청구항 용어가 불명확하거나 다의적인 경우

  • 청구항 용어가 기술 분야에서 여러 해석이 가능하거나 모호한 경우, 명세서와 발명의 배경 맥락을 충분히 참조해 용어 의미를 명확히 해야 한다.
  • 청구항 문언이 외형상 명료해 보이더라도, 명세서가 일관성 없는 다수의 실시예(embodiment)를 제공해 결과적으로 표현이 모호해지는 경우, 청구항 해석 시 모호성 또는 불명확성(indefiniteness)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 Phillips 판례에 따르면, 법원은 명세서 전체를 유기적으로 읽어 발명자가 실제로 달성하고자 하는 실질적 범위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 모호함을 합리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면 청구항 해석이 유지되지만, 모호함이 심각하여 청구항 범위를 특정할 수 없을 정도라면 결국 불명확성 사유로 무효가 선고될 위험이 따른다.
  • 실제 소송·심판 실무에서는, 전문가 증언이나 기술 사전 등의 외적 증거(extrinsic evidence)를 활용해 통상의 기술자가 각 실시예에서 갖는 공통 기능이나 범위를 확인함으로써, 모호함을 해소하기도 한다.

예시: “support”라는 용어가 “받침대” 또는 “지지 구조물” 등 여러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경우, 명세서를 참조하여 해당 용어가 발명 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과 의미를 갖는지 확인한다.

2) 특허권자가 명세서에서 특정 정의를 제공한 경우

  •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서 특정 용어를 독자적으로 정의(lexicography)하거나, 기술 분야에서 통상 인정되는 의미와 다른 의미로 사용한 흔적이 있으면, 그 정의가 우선한다.

예시: 명세서에서 “motor”라는 용어를 “DC motor only”로 정의했다면, 이는 일반적인 “모터”의 의미보다 좁게 해석되어야 한다.

3) 청구항 범위가 명세서에 의해 의도적으로 제한된 경우

  • 발명의 상세한 설명이나 심사 기록(prosecution history)에서 청구범위를 좁히려는 특허권자의 명시적·묵시적 의도가 포착된다면, 명세서를 참조해 청구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 만약 발명자가 심사 과정에서 특정 범위를 포기(disclaimer)했다고 볼 수 있는 기록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청구항 문언에는 그 축소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면, 법원은 일반적으로 심사기록(prosecution history)에 기초하여 청구항 범위를 줄여 해석할 수 있다.

  • 특히, 특허 출원인이 심사관과 의견 교환 중에 특정 범위를 스스로 “포기”한 경우, 이는 그 범위를 청구항에서 배제하겠다는 법적 의사표시로 간주된다. 구체적으로:

    1. 심사기록(disclaimer) 존재 여부 확인

      • 예: “본 발명은 AC 모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라고 명시적으로 언급했다면, 표면상 AC 모터가 청구항에 포함될 것처럼 보여도 결과적으로 AC 모터는 청구항 범위에서 배제된다.
    2. 명세서·청구항과의 정합성 검토

      • 법원은 “명세서나 청구항에 그 축소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disclaimer의 효력을 부인하지 않는다. 오히려 특허권자가 심사 과정에서 분명히 포기했다면, 청구항 문언이 광범위하게 쓰였어도 실제로는 그 포기 내용에 따라 범위가 축소된다고 해석한다.
    3. 영향

      • 결론적으로, 심사기록에서의 디스크레이머(disclaimer)는 법원을 구속한다. 등록 과정에서 ‘A’를 포기했다면, 최종적으로 A는 청구범위에서 제외된다. 이는 출원인이 사후에 주장 범위를 뒤바꾸지 못하도록 하여 일관성을 확보하려는 목적(Prosecution History Estoppel)이기도 하다.

예시: 출원 과정에서 “support structure”를 “metallic structure”로 제한한다는 입장을 명시했다면, 이는 청구항 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근거가 된다.

4) 청구항 용어가 명세서·도면에 의존하여 기술적 의미를 갖도록 설명되는 경우

  • 청구항 용어가 발명의 상세한 설명이나 도면에 의존해 구체적인 기술적 의미를 띠도록 묘사된 경우, 이를 반영해 해석해야 한다.
  • 또한, 청구항 용어가 발명의 상세한 설명이나 도면에서 제시된 기술적 맥락 없이는 이해하기 곤란하다면, 명세서를 면밀히 참조해야 한다.
  • 특정 용어가 “명세서 전체 맥락상 특정 구조나 방식을 의도적으로 내포한다”는 사실이 명백하다면, 청구항 해석 시 그 용어가 제한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
  •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발명자가 의도한 실질적 범위를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서, 단지 “실시예에서 그렇게 구현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청구항 전체 범위를 제한해 버리는 것은 엄격히 금지된다(상세한 설명 참작의 오해).

예시#1: 청구항에서 “channel”이 단순한 “통로”를 의미할 수 있지만, 명세서에서 “rectangular channel for fluid transport”로 구체적으로 설명되고, 그런 구조의 통로만이 발명의 기술적 본질을 이루는 경우에는 그에 따라 한정 해석이 가능하다.

예시#2: “fastening means”라는 청구항 용어가 명세서에서 “bolt and nut system”으로 구체적으로 설명되고, 그 형태가 발명의 핵심 구조 요소로 설명된 경우, 이를 지나치게 넓혀 “모든 고정 수단”으로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

요약하자면, 특허 청구범위 해석 법리는 상당히 복합적이고 까다롭지만, 위와 같은 원칙을 숙지하면 실무에 적용하기 한결 수월해진다. 특히 발명의 상세한 설명을 여러 차례 꼼꼼히 읽어, 통상의 기술자의 관점에서 발명자가 추구하는 기술적 범위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청구항 문언을 합리적으로 해석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결론]

결국 청구범위 해석은 문언을 우선하되, 명세서와 도면에 기재된 전체 맥락을 고려해 객관적·합리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또한, 특정 범위를 포기하거나 축소하는 발언을 심사 과정에서 했는지, 실제로 구체적으로 한정된 실시예만을 청구한 것인지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Phillips 판결에서 강조했듯, 상세한 설명을 참작해 용어를 해석하는 것과 상세한 설명의 요소를 청구범위로 끌어들여 범위를 축소하는 것은 엄연히 구분되어야 한다.

한편, 특허명세서는 발명을 실시하는 최적의 방법이나 특정 구조를 예시로 보여주는 수단이므로, 출원인이 “이외의 구조들은 모두 배제한다”는 명시적·묵시적 표현을 하지 않았다면, 그 실시예만으로 청구범위를 제한해서 해석할 수 없다. 궁극적으로는 통상의 기술자가 해당 발명의 기술사상을 어디까지라고 인식하는지가 중요하다. 이러한 복합적인 점을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금지되는 제한해석”과 “허용되는 보완해석”을 구분할 수 있다.

Saturday, December 28, 2024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과 대통령의 권한에 관한 작은 생각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과 대통령의 권한에 관한 작은 생각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 헌법 질서를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핵심 기관이다. 그 독립성과 기능은 국가의 근간을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로, 특히 헌법 제111조가 규정한 재판관 임명 절차는 이러한 기능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그러나 대통령이 국회에서 선출한 재판관의 임명을 지연하거나 거부할 경우, 헌법재판소의 권위와 기능뿐만 아니라 권력분립이라는 헌법의 기본 원칙마저 흔들릴 위험이 있다.

헌법적 구조와 대통령의 의무

헌법에 따르면 헌법재판관 9인 중 3인은 국회에서 선출되며, 대통령은 이를 임명할 의무가 있다(헌법 제111조 제3항). 이 임명 행위는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라기보다는 국회의 적법한 선출 과정을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공증하는 “형식적 승인”으로 이해된다. 헌법과 법률 어디에도 대통령이 추가로 후보자를 검증하거나 임명을 거부할 권한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헌법 제111조에서 “임명한다”라는 표현은 대통령에게 재량권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이 예정한 절차에 따라 ‘형식적·절차적 임명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국회 몫 재판관의 경우, 국회의 공식 선출 절차가 완료되는 순간 후보자는 이미 적법하게 결정된 상태이다. 대통령의 임명은 재판관 신분을 “최종 부여”하는 형식적 절차에 가까우며, 여기서 대통령이 실질적 인사권을 다시 행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예컨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 또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나, 대통령이 그 지명 후보를 ‘심사·선별’할 권한을 갖는다는 해석은 거의 인정되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해외에서도 헌법재판소나 최고법원 구성에 대통령·의회·사법부가 관여하는 경우, 의회 추천(또는 선출) 몫에 대해서 대통령이 단지 ‘형식적 임명’만 담당하도록 설계하는 사례가 많다. 이는 다양한 국가권력이 사법부 구성에 분산적으로 참여하되, 특정 기관이 이를 독점·왜곡할 수 없도록 하려는 취지이다.

따라서 대통령에게는 임명에 대한 실질적 재량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국회에서 선정한 후보자의 임명을 지연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헌법 제111조를 위반하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고의적인 임명 지연은 헌법재판소의 정족수를 부족하게 만들어 국가 기능을 마비시킬 위험이 있으며, 이는 사실상 임명 거부와 다름없다. 이러한 상황은 정치적, 법적 책임을 수반하게 된다.

책임과 대응 방안

이 같은 상황에서는 대통령 또는 권한대행자는 국회로부터 탄핵소추, 권한쟁의심판, 국정조사 등의 수단을 통해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국민 또한 여론을 통해 정치적 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 이러한 절차는 헌법재판소의 독립성과 권위를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견제 장치다.

특히 탄핵심판이나 위헌법률심판과 같은 긴급한 국가적 사안을 다룰 시기에 재판관 임명이 지연된다면, 헌법재판소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국가 전체가 혼란에 빠질 위험이 크다. 이 때문에 헌법이 재판관 임명 절차를 명확히 규정하고, 대통령이 신속히 임명하도록 의무를 부과한 것은 국가 법치주의와 권력분립 원칙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현실 정치와 제도적 보완책

현실 정치에서는 여야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거나 대통령 또는 권한대행이 임명 처리를 지연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헌법과 법률은 이러한 파행을 방지하기 위해 국회의 재판관 임명 절차와 다수결 원칙에 따른 대통령의 엄격한 의무성을 부여하였다.

헌법 제111조는 국회 선출 절차만을 규정할 뿐, 여야 합의 여부에 대한 요건을 요구하지 않는다. 따라서 여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국회가 법적 절차(재적 과반수 찬성)를 준수했다면 해당 선출은 적법하다.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출이 부적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소수당이 인사청문회와 본회의에 불참했더라도, 다수당이 의결 정족수 요건을 충족했다면 형식적 요건상 선출 자체는 적법하다. 헌법은 여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국회의 의결 방식은 다수결 원칙에 따른다. 어느 정당을 국회의 다수당으로 구성하게 하여 결정하게 한 것도 국민의 의사이다.

소수당의 참여 여부와 상관없이, 다수당이 헌법상의 요건을 충족했는지가 법적 판단의 핵심 기준이 된다. 특히 국가 기능 마비와 비상 사정 원칙을 고려하면, 합의제 민주주의의 절차적 정당성에 일부 흠이 있더라도 긴급 선출의 정당성은 인정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대통령과 그 권한 대행은 국회 선출 결과를 존중하고 임명해야 하며, 여야 합의 부족을 이유로 임명을 지연하거나 거부할 권한은 없다. 임명 지연은 헌법 해석상 권한 남용으로 간주될 수 있다.

물론 향후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적 대안도 고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임명 기한을 법적으로 명시하여 일정 기한이 지나면 임명 효력이 자동으로 발생하도록 하는 방안, 임시 재판관 임명 제도 도입, 중립적 추천기구 구성 등이 검토될 수 있다. 이러한 보완책은 헌법재판소의 기능 마비를 예방하고 제도적 안정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결론: 민주주의의 최후 방어선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 권한은 국회에서 선출된 인사를 공표하는 절차적 역할에 불과하다. 이를 지연하거나 거부할 여지는 헌법상 극히 제한적이며, 자유민주주의 선진 국가에서 이러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중대한 위헌 여부나 탄핵 사건을 다루는 시점에서 재판관 임명이 늦어지면, 법치주의와 권력분립의 가치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안정적이고 신속한 구성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재판관 임명 절차의 엄격한 준수는 국가의 헌법 정신과 사법부 독립성을 보호하는 기본 전제다. 궁극적으로 대통령과 국회 모두 헌법상의 의무를 준수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민주주의 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할 책임이 있다.

[영문버전]

Reflections on the Appointment of Constitutional Court Justices and Presidential Authority

The Constitutional Court stands as a cornerstone of the institution that safeguards constitutional order and protects the fundamental rights of citizens in South Korea. Its independence and functionality form the backbone of the nation’s governance. Article 111 of the Constitution establishes the procedural framework for appointing justices, serving as a safeguard to ensure the Court fulfills its mandate effectively. However, any delay or refusal by the President to nominate justices selected by the National Assembly threatens not only the authority and function of the Constitutional Court but also the fundamental principle of separation of powers enshrined in the Constitution.

Constitutional Framework and Presidential Obligations

Under the Constitution, three of the nine Constitutional Court justices are elected by the National Assembly, and the President is constitutionally obligated to appoint them (Article 111, Paragraph 3). This appointment process is primarily procedural, serving to verify and formalize the National Assembly’s lawful selection. It is more akin to a “ministerial act” than a discretionary power, as neither the Constitution nor statutes grant the President authority to conduct additional vetting or reject appointments.

Given this constitutional framework, the President has no substantive discretion over these appointments. Any delay or refusal to appoint the selected candidates may constitute a violation of Article 111. Intentional delays that lead to a lack of quorum in the Constitutional Court, thereby paralyzing its functions, are effectively equivalent to rejection and carry political and legal accountability.

Accountability and Response Mechanisms

In such cases, the President or acting authority may face measures including impeachment, disputes over authority, or parliamentary investigations initiated by the National Assembly. Public opinion can also impose political accountability, reinforcing the importance of maintaining judicial independence and institutional credibility.

Delays in appointments become especially concerning during times of constitutional crises, such as impeachment proceedings or reviews of unconstitutional laws. In these instances, a fully functioning Constitutional Court is imperative to ensure stability and uphold the rule of law. The constitutional mandate requiring the President to promptly appoint justices thus serves as a critical safeguard for maintaining the principles of constitutionalism and separation of powers.

Practical Challenges and Institutional Reforms

Political deadlocks, stemming from partisan conflicts, sometimes prevent timely consensus on appointments. Delays by the President or acting authority exacerbate these issues. However, the Constitution imposes strict obligations to prevent such impasses and preserve the Court’s ability to safeguard citizens’ rights.

Potential reforms could further address these challenges. For instance, legislating a fixed deadline for appointments—after which the appointments automatically take effect—could ensure timeliness. Proposals such as interim appointments, independent nomination committees, and structured deadlines may also enhance institutional stability and reduce vulnerabilities.

Conclusion: A Pillar of Democracy

The President’s authority to appoint Constitutional Court justices should be understood as a formal, procedural responsibility to affirm the selections made by the National Assembly. The Constitution leaves little to no room for discretionary refusals. Cases of rejection or delay in appointments are rare in advanced democracies, as they undermine the values of the rule of law and separation of powers.

Ensuring the Constitutional Court’s stability and timely composition remains a vital safeguard for democracy. Respecting appointment procedures as mandated by the Constitution reinforces judicial independence and preserves constitutional principles. Ultimately, both the President and the National Assembly must fulfill their constitutional duties to protect citizens’ fundamental rights and uphold the democratic framework.



대한민국 AI 기본법 요약

대한민국 AI 기본법 요약


핵심 요약

  • 제목: "인공지능 발전 및 신뢰 구축을 위한 기본법"
  • 채택: 2024년 12월 26일, 국회에서 ‘AI 기본법’ 통과
  • 주요 목적: 혁신 촉진, 수출 증대, AI 위험 완화, 신뢰할 수 있는 AI 구현을 목표로 한 통합 국가 AI 프레임워크 구축
  • AI 정의: “학습, 추론, 인식, 판단, 언어 이해 등 인간 지적 능력의 전자적 구현”
  • 요구사항: 고위험 AI 시스템 또는 생성형 AI를 제공하거나 사용하는 사업자는 광범위한 준수 요건 적용

고위험 AI 시스템

  • 인간의 생명, 신체 안전 및 기본권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AI.
다음과 같은 영역 포함:
  • 에너지 공급
  • 식량 생산
  • 의료 서비스 제공
  • 의료 기기
  • 핵 물질 관리
  • 법 집행을 위한 생체 인식 및 분석
  • 권리 결정에 영향을 주는 주요 판단(예: 채용, 신용 평가, 대출 등)
  • 주요 교통 시스템
  • 교육 및 학생 평가
  • 정부 의사결정

기본 원칙

AI 기본법에 따른 법적 주체
  • AI 개발 사업자
  • AI 활용 사업자
  • AI 사용자
  • 영향받는 사람
기본 원칙 및 국가 역할
  1. AI는 안전성과 신뢰성을 강화하여 삶의 질을 향상해야 함.
  2. 영향을 받는 사람은 AI 결과 및 의사결정에 대한 명확하고 의미 있는 설명을 제공받아야 함.
  3. 국가 및 지방 정부는 안전한 AI 사용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사업을 지원해야 함.
  4. 국가 및 지방 정부는 AI가 가져올 변화에 모두가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함.

준수 요건

  • 역외적용: 해외에서 발생한 행위라도 국내 시장 또는 사용자에 영향을 미치면 적용됨.
  • AI 윤리: 안전성, 책임, 투명성, 인간 가치에 관한 원칙, 가이드라인 및 기준 설정.
고위험 AI의 핵심 요구사항:
  • 사전 점검, 테스트 및 인증 획득
  • 위험 관리: 위험 식별, 평가, 완화 및 모니터링
  • 투명성 및 정보 공개 의무
  • 생성형 AI 이미지, 음성 및 영상이 AI 생성물임을 사용자에게 고지
  • 인간 감독 및 관리 체계 구축
  • 설명 가능성 및 소통 제공

혁신 촉진

정부의 AI 촉진 이니셔티브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경쟁력 및 혁신 강화를 위한 ‘AI 기본 계획’ 수립 및 시행 의무
  •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 AI 위원회 설립: AI 기본 계획, 정책, R&D 및 투자 전략 관리
  • ‘AI 학습 데이터’의 생산, 관리 및 활용 촉진
  • AI 연구개발, 기술 혁신 및 상업화 프로젝트 지원
  • AI 안전성, 표준화 및 책임 있는 사용 연구 지원
  • 중소기업을 위한 AI 자금 프로그램 운영
  • AI 클러스터 지정 및 자금 지원

처벌 및 집행

  •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 기본법의 집행 권한 보유
  • 조사 수행, 사업장 출입, 자료 검토 및 시정 명령 권한 부여
  • 위반 사항 인지 시 사업자는 정보 제출 의무
  • 법 위반 시 최대 3,000만 원(약 2,030만 원)의 벌금 부과;특정 위반 시 최대 3년의 징역 가능
  • AI 안전 연구소 신설: AI 안전 정책 연구, 위험 관리, 표준화, 국제 협력 및 보안 초점

(면책조항: 본 내용은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인 연구 목적으로 정보를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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