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24일 연합뉴스 기사에 따르면 특허침해 소송 손해배상액의 평균은 우리나라가
2009∼2013년 기준 5천
900만원인 반면 미국은
2007∼2012년 기준 49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최근 우리나라도 특허침해손해액이 크게 상향되고 있다. 그럼에도 매년 발표되는 미국 pwc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는 손해액 인정에 인색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것은 단지 특허침해소송에서만 한정된 이슈는 아닌 것 같다.
특허침해에 따른 손해액 판결을 한국과 미국을 비교하면, 국민소득이나 시장규모의 차이를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는 손해액 인정에 인색한 편임을 부정할 수 없다.
왜일까? 많은 분들은 그 직접적인 원인을 미국과 같은 징벌적배상제도가 없어서라고 진단한다. 분명 그 진단 역시 타당한 이야기이다. 적극 지지한다.
그럼 징벌적 배상제도가 생긴다고 손해액이 미국수준처럼 오를까? 여기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져본다. 분명 악의적인 침해자에 대해서는 지금보다는 오를 것이고 사회적으로 경종을 울릴만한 본보기 사례도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징벌적 배상의 기초액인 손해액 자체가 작다면 이 역시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고 예외적인 사례에만 적용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어떤 점에서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손해액 인정에 인색해질 수 밖에 없을까? 물건에 관한 특허발명을 무단으로 생산하여 전세계에 수출하는 경우에도 우리나라는 인색해질 수 밖에 없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기업체에서 미국과 한국에서 수많은 특허침해소송을 치뤄본 경험에서 본다면, 제일 먼저 특허침해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액 산정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제도가 부족하다 점을 꼽을 수 밖에 없다.
미국은 디스커버리란 제도가 있다. 미국 특허침해소송에서는 법원의 명령없이 양 당사자는 상대방이 요구하는 자료를 상대방에게 제공하여야 하고 상대방 소송대리인이 직접 관련자신문(디포지션)을 한다. 증거의 교환과 관련자신문에 협력하는 것은 소송당사자의 의무이다. 이를 해태하면 그때 법원의 강제명령과 혹독한 불이익을 받게 된다. 그 제재수준은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나라는 원고가 손해액 산정에 필요한 증거를 특허침해의 손해배상특칙인 특허법 제
128조 제2항 내지 제6항의 산정방식에 맞게 제출되지 못하면 판사는 동법 동조 제7항에 따라 국가 통계청 자료 등을 이용하여 재량으로 산정할 수 밖에 없다.
반면 미국은 특허권 침해로 인한 손해액이 산정되지 않거나 산정이 곤란한 경우 합리적 로열티를 기준으로 손해액을 산정한다. 디스커버리에서 피고측으로부터 확보한 다양한 자료와 전문가의 의견등에 의존하여 Georgia-Pacific Test의 15요소에 따른 증거를 가지고 35 USC (미특허법) 제
284조에 따라 합리적인 실시료를 산정하는 것과 대비된다.
미국 판사는 자주 Panduit Test를 이용하여 손해액을 일식이익으로 산정할지 합리적인 실시료로 산정할지를 심리하여 배심원에게 어떻게 산정할지 가이드하고 배심원이 손해액을 결정한다. 대체로 이 test를 맞추기 어려워 합리적인 실시료에 의존하는 사례가 많다. 대체품이 없다는 등의 Panduit Test를 통과하였다는 것은 그 기준을 볼때 손해액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물론 우리나라도 지난
2016년에 특허법을 개정하여 특허 침해 및 손해액 입증을 쉽게 하고 침해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강화하였다. 개정 현행법에 따르면 피고는 생산 매뉴얼, 매출장부 등 계쟁특허 및 계쟁사실에 관한 관련자료의 제출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 최근 법원전문심리위원으로 위촉되었을 때 피고로부터 프로그램 소스코드까지 제출받아 심리에 참여한 적이 있다. 만약 침해자가 매출이익이 기재된 장부제출명령에 불응하면, 특허권자가 주장하는 침해자의 매출이익액을 그대로 인정해 손해배상을 결정할 수 있게 되었고, 손해액 산정과 관련해 법원이 감정을 명한 경우 관련 자료 제출 당사자는 감정인에게 자료의 내용을 설명해야 하는 의무가 신설됐다.
그러나 실제 특허침해소송을 하다보면 피고가 입맛에 딱맞는 자료를 작성해두는 경우는 드물고, 산정에 필요한 자료를 손해배상산정에 필요한 기간동안 보관하지 않은 경우도 자주 있다.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여 판매하는 대기업의 경우 계쟁특허발명을 적용한 제품에 관한 이익만을 뽑아내는 것도 어렵다. 독일은
2001년경 디자인권침해 사건에서 피고의 전체 매출에서 계쟁제품의 이익을 뽑아 낼때, 계쟁제품의 변동비는 공제를 허용했으나 고정비의 공제는 허용하지 않은 바 있다.
또한 피고측이 제출한 자료를 원고 소송대리인측이 피고측의 다른 관련 자료를 모두 보면서 감사하지 않고서는 이를 검증하는 것 역시 어려운 경우가 많다. 손해액을 특정하고 증거를 정리하다보면 중요한 수치와 기준들이 온통 추정과 가정으로 가득하게 된다. 미국처럼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되지 않고는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그 결과, 판사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하자면 어느 쪽이 제출한 증거와 주장을 믿을 수 없게 되어 결국 특허법 제
128조 제7항에 따라 국가나 공공기관이 공표한 통계청 자료 등에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다.
반면 미국은 원고가 피고측의 관련 자료를 모두 열람할 수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특권의 예외가 있을 뿐이다. 소송초기 어떻게 합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는 해도 전문가들이 관련자료를 들여다보면서 추적해나가며 필요한 자료를 추가로 요구하기를 반복하기도 한다.
바로 이점이 미국과 우리나라 민사소송에서 특허침해 손해액 산정의 차이를 생기게 하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특허법상 손해배상 특칙인 제
128조의 체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싶다.
우리나라 특허법상 손해배상 특칙인 제
128조의 체계는 일본법의 체계를 수정도입하면서 민법상 불법행위 손해액이론을 그대로 둔채 입증책임의 완화에 관심을 둔 조문으로 구성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현행 특허법 제128조가 그동안 특허보호제도에 기여하고 발전시켜 온 점은 높히 평가하고 싶다.
다만 이제 우리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점프업해야 하는 시점에 와있기에 그리고 이제는 우리나라도 오랜 헌옷을 벗고 새로운 옷을 입을 만큼 어른이 되어가기에 한번 집어보자는 취지이다.
특허침해에 의한 손해배상을 특허침해가 없었다면 특허권자가 얻을 이익으로 할지 아니면 특허침해가 있었기에 특허권자가 잃어버린 이익으로 할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있었는지 찾아보기 어렵다.
나아가 특허권의 본질과 관련하여 특허침해로 침해자가 얻은 이익을 손해액으로 하는 것이 좋을지 현행처럼 공제조항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합당한지도 집어볼 논제일 것이다. 특허권의 본질과 특질을 생각할 때 손해배상을 민법일반의 일실이익청구, 침해자 이익반환, 통상실시료, 이 3가지로 유형화하면서 특허권자의 사정을 고려한 특허권자의 실손해를 산정하기 위한 공제가 규정되어 있는 것도 논의가 필요했다.
우리나라에서 특허권이 독점권이라고 법문에서 선언하고 있다. 따라서 특허발명품의 시장은 특허권자의 독점시장이란 점을 고려할 때, 특허침해의 손해액은 특허권자 기준에서 침해자가 없었다면 발생할 다양한 일식이익으로 산정할지, 침해자가 특허권자이었다면이란 가정적 기준에서 다양한 일실이익으로 산정할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할 것이다.
일실이익에는 매출의 감소 (판매 또는 판가의 감소)와 비용의 증가 또는 감소시키지 못한 요소등을 고려하여 침해행위가 없었다면이란 가정적인 상황을 어떻게 입증하느냐 역시 고민할 문제일 것이다.
중국은 법률분쟁비용을 손해배상액에 포함시킬 수 있다. 또한 국가간예주의와 절대진실주의에 따라 직권탐지주의를 지향한다. 국가가 의지를 가지고 시스템만 제대로 운영할 수 있다면 상대적 진실을 추구하는 대륙법계 국가에서 이를 참고하여 상대적 진실주의를 더 보완할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은 이미 디스커버리제도를 두어 변론주의의 약점을 보완하고 훨씬 절대적 진실에 가까워져있다고 본다.
최근 자주 제안되는 징벌적 배상제도의 도입 논의와 별개로 개인적으로 특허침해 손해액에 특허의 실시에 관련된 손해만을 대상으로 한 한계를 넘어 고민해볼 것을 제안해본다.
그 중 하나는 현재 침해이익청구와 같은 유형은 특허침해 손해액을 부당이득반환의 성격으로도 적용할 수 있도록 개정하는 방안이고,
또 하나는 고의 (또는 중과실) 침해자에 대해서는 특허를 만들어 과정에서 투입한 기술개발비 또는 특허매입비와 특허출원부터 등록, 유지비까지 특허권자의 손해로 포함시키는 방안이며,
다른 하나는 특허무효심판방어를 포함하여 분쟁법률비용을 손해배상액에 포함시키는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이다.
마지막으로 어차피 기술개발 촉진과 산업발전이라 목적으로 우연히 뒤늦게 동일한 기술을 개발하여 생산하는자도 침해자로 보는 것이 특허 제도라는 점을 고려하여, 파생손해가 발생할 것을 알 수 있었던 침해자에 대해서는 침해에 따른 파생손해까지도 전보할 수 있게 명확한 명문규정을 신설하는 방안이다.
한국, 특허침해로 인한 손해액 산정, 함께 마음을 열고 고민하여야 할 문제임이 분명하다.
p.s : 2016년 특허법 개정으로 동법 128조 1항에 특허법상 특허침해손해배상 청구권 조항이 신설되었으므로 이 청구권의 불법손해배상 성질과 부당이득반환 성질을 고려하여 소멸시효를 특칙으로 신설할 것 역시 제언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