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전시물 사진촬영은 허락없이 할 수 있는가?
몇년 전 미국에 출장을 갔다 생긴 일이었다. 로펌에서 미팅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석양에 물든 현대 건축물이 멋있어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려는데 갑자기 경찰이 자전거를 타고와서 저작권침해라며 사진촬영을 저지한 적이 있다.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하였던 기억이 있다.
우리나라 현행 저작권법은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 개방된 장소에 상시 전시되어 있는 미술 저작물에 대해서는 어떠한 방법으로든 누구든지 그것을 복제할 수 있다. 다만 건축물을 건축물로, 조각 또는 회화를 다시 조각이나 회화로, 개방된 장소상시 전시할 목적으로, 또는 판매의 목적으로 복제하는 것은 허락받아야 한다 (저작권 제35조 2항).
프랑스 문화유산에 관한 법률은 국유 부동산에 해당하는 건축물의 이미지를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경우 이용하려는 매체에 관계없이 건축물 관리자의 사전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정하고 있고 이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헌법재판소는 합헌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적어도 사진작가들에게는 불행한 일이다.
그럼 대량생산되는 상품의 외형 디자인을 사진촬영하여 광고에 사용하려고 할 때 디자이너 또는 그 상품 디자인개발사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걸까?
상품 역시 매장에 상시 전시되어 있을 뿐 아니라 상품 디자인에 대해 저작물성을 인정할 것인지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저작물성이 인정되어 보호된다면 그 상품을 팔 목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보통 디자인에 물품성이 있는 경우는 디자인보호법으로 보호받아야 맞다. 그러나 디자인의 물품성 또는 실용성을 판단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미국은 실용품의 디자인은, 회화, 그래픽 및 조각의 특성을 가지고 그 물품의 실용적인 면과 별도로 구별될 수 있고, 그와 독립하여 존재할 수 있는 범위에 한해서만 회화, 그래픽 및 조각저작물로 본다(미국 저작권법 제101조).
과거 미연방법원은 치어리더 유니폼의 장식적인 디자인에 대해 저작물성을 인정한 바 있다. 그럼 유니폼을 무단으로 사진 찍어서 판촉물을 만드는 것도 저작권 침해가 아닐까? 상품판매자가 재판매를 위해 구매한 그 상품에 대한 저작권은 어느 범위에서 어떤 권능까지 소진되었을까? 또 전시란 어떤 의미일까? 차라리 상품제작사가 만든 홍보 광고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하면 어떨까? 또 다른 저작권 침해이슈가 생기는 게 아닐까? 점점 걱정이 많아진다.
상품 판매자가 오픈마켓에서 상품 사진을 올릴 때 한번쯤 생각해보아야 하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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