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善)과 책임(責任)에 관한 사유(思惟)
선(善)과 책임(責任)에 관한 사유(思惟)
오늘 잠시 위 두 주제에 대한 제 생각을 공유하고 함께 사유하기를 희망합니다.
1. 선(善)에 관한 사유(思惟)
선(善)이란 주제는 동양과 서양을 불문하고 고대때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고민한 주제이었습니다.다만, 우리가 선(善)이라고 일컫는 단어는 그 주제마다 그 의미가 조금씩 다른 것이었으나 모두 선(善)이라고 번역하여 배워왔습니다.
善이란 한자는 우리나라 말로 ‘착함’ 또는 ‘좋음’이란 말로 번역되고 이해됩니다. 영어로는 good이라 번역하고, 그리스어로는 agathos라고 번역합니다.
하나님이 세상의 만물을 창조하시면서 ‘보기 좋았더라”(And God saw that it was good)하신 성경말씀에서 볼 수 있듯이 영어 good은 god에서 유래한 단어라고 합니다. 그리스어 agathos 역시 같다고 합니다. Good은 하나님의 관점에서 모두 피조물의 본질이 그대로 잘 나타난 상태, 보기 좋은 상태, 바람직한 상태를 말합니다. 때문에 서양의 good이나 agathos라는 뜻에는 그 피조물 답다는 의미가 숨어 있으며 따라서 유용하다, 휼륭하다, 바람직하다, 옳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영어 good은 good person와 good products 같이 사람 뿐 아니라 물건에 대해서 사용되어도 자연스럽습니다.
반면 동양의 한자 선(善)은 羊(양)라는 단어와 言(말)이란 단어가 결합된 글자로 양의 울음소리처럼 남에게 위협 혹은 불편하게 하는 말을 하지 않는 ‘착함’을 의미합니다. 착함은 관계지향적인 단어로 옳음과 구분되고 유용함이나 바람직하다는 의미와 구분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착한사람 (good person)’이라고 말하기는 하나 ‘착한제품 (good products)’이라고 말하지는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물론 요즘 인터넷에서 ‘착한가격(good price)’라고 사용하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ㅎㅎㅎ 즉 동양에서는 선(善)이란 주로 사람의 성품이나 행위나 동기에 대한 평가로 사용되고 물건에 대해 잘 사용하지 않으며 물건에 대해 사용하더라도 단지 심리적 평가로 사용됩니다.
따라서 서양문화는 동양과 달리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 역시 선(善)을 행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것이 자연스럽고, 그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술 역시 제품을 그 제품의 본질의 기능과 유용성을 그대로 나타나게 하는 수단, 즉 선(good)을 행하는 도구로 평가되고 보호되는 것이 당연하였을 것입니다. 그저 ‘착함’을 넘어서 바람직한 상태, 올바른 상태, 유용한 상태를 목표로 하는 good이란 기준은 많은 영역에서 가치관을 다르게 할 뿐 아니라 현실적인 실행을 하게 하는 동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착한’ 사람으로 자라도록 교육받고 훈련받았습니다. 대부분은 그러했을 것입니다.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어른 말씀 잘 듣고,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 것이 최고의 가치이었습니다.
이제 21세기를 자라는 아이들은 ‘착함’을 넘어서 ‘바람직함’, ‘훌륭함’, ‘유용함’, ‘올바름’이 목표이기를 희망합니다.
2. 책임(責任)에 관한 사유(思惟)
우리는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 종종 책임감(責任感)이 있는지 없는지를 기준으로 합니다. 責任이란 단어는 꾸짖을 책(責)과 맡길임(任)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즉 꾸짖을 수 있느냐, 꾸짖을 자격이 되느냐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때문에 법률용어로 책임이란 비난가능성에 대한 평가가 수반됩니다. 비난받을 자격이 되지 않으면 책임조차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누군가에게 의무가 있는지는 책임의 소재를 따지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책임(責任)을 영어로 번역하면 Responsibility입니다. Responsibility는 response (반응하다)와 ibility(능력)이 결합된 단어로 “응답하여야 하는 자격”을 말합니다. 응답할 의무가 있는지 그럴 자격이 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이때 response는 obligation(의무)란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합니다. 의무감은 어떤 구속감을 말하는 것으로 자기 스스로를 정당하기 위한 감정입니다.
우리가 비난 받을 자격이란 의미에서 책임은 영어로 responsibility보다는 accountability에 더 가깝습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responsibility는 일방적(one-way)인 개인 감정입니다. 반면 accountability는 합의나 계약과 같이 양방향적(two direction) 관계에서의 구속입니다. 넓게 Responsibility는 스스로가 자신의 언행이나 생각이 정당화되기 위한 의무감이라면 accountability는 타인의 관점에서 비난 받을 가능성에서 오는 구속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스스로를 돌아볼 때 어떤 의미의 책임(責任)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았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타인을 평가할 때 어떤 의미의 책임(責任)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았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유를 마치며 거꾸로 자기에게 적용하여야 할 잣대를 타인에게 적용하고 타인에게 적용하여야 할 잣대를 자기에게 적용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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