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명세서 번역 이대로 괜찮은가?
오늘은 특허명세서 오역의 심각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명세서에 기재된 발명을 기초로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출원사건을 보통 incoming 사건 (혹은 inbound 사건)이라고 하고, 국내에서 해외로 나가는 출원사건을 outgoing 사건 (혹은 outbound 사건) 이라고 한다.
출원인 입장에서는 이를 통틀어 해외패밀리(Foreign Family) 출원 (좀더 정확하게는 Counterpart Foreign Application이라고 함)이라고 한다.
보통 incoming 사건의 경우 국내 출원용으로 번역을 할 때 해외 출원 명세서를 직역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outgoing 사건의 경우 해외 출원용으로 (영문) 번역할 때는 국내 출원 명세서를 의역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outgoing 사건에서도 발명의 범위나 발명의 내용이 변경될까봐 직역을 하는 실무가 더 자주 있다.
좀더 나은 발명의 이해를 위해서는 의역이 바람직 할 것이나 Incoming 사건은 발명자가 해외에 거주하고 있어서 의사소통에 제한이 따르고 시간이 걸리는 문제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발명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Incoming 사건은 직역을 하라는 가이드가 마련되어 있다. 의역을 하고 싶다면 반드시 출원인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반면 outgoing 사건은 국내 대리인이 국내 기업의 명세서를 직접 작성하였고 국내에 발명자가 거주하고 있어서 발명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의역이 더 바람직 한 것이다.
그러나 실무적으로 outgoing 사건에서도 의역보다는 직역과 단어와 표현의 기계적 번역이 자주 발생한다. 시간과 돈을 아끼기 위한 취지일 것이다.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 vs "Father is entering the room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
"몸체와 길게 연장된 막대" vs. "a body and bar having a long extension (긴 연장부를 갖는 몸체와 막대)"
앞선 예는 과장된 것이지만 해외 특허소송을 수행하다 보면 제일 먼저 만나는 난관이 번역 오류이다. 해외 명세서와 청구범위를 역번역해보면 당황스러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직역이 난무하다 못해 단어의 선택도 기계어 수준이어서 그러한 영문을 기초로 다시 해당 국가의 다른 언어로 번역된 명세서는 그 뜻을 이해하는 데에 시간이 걸린다.
그 발명을 개발한 출원인 입장에서도 이해하기 힘들다면 제3자는 오죽하겠는가?
서술어와 한정어가 수식하는 위치도 잘못된 경우도 있고 단어의 부적절한 선택으로 예상치 않게 영문 단어만이 가지는 형상으로 한정 해석되는 경우도 자주 있다.
미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들은 단어나 표현 자체에서 오는 의미를 엄격하게 해석하는 편이라 예상하지 않는 저항을 만난다.
명세서의 발명의 상세한 설명 편만이라도 제대로 서술되어 있으면 다행인데, 청구항에 기재된 번역문과 마찬가지로 서술어와 한정어 위치가 잘못되거나 잘못된 단어나 표현으로 기재된 경우가 자주 있다.
명세서 작성시 청구항을 먼저 작성하고 발명의 상세한 설명편에 이를 그대로 복사하여 붙이고 (COPY & PASTE), 살을 추가해가는 방식으로 작성하다보니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최초 국문 명세서가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하는 관용 단어나 관용어구로 작성되거나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지만 일본식 특허명세서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으로 작성된 경우 더 심각하다.
발명을 충실히 이해하고 번역한다면 이러한 단어나 표현의 직역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특허분야에서 '번역'은 단순히 어문학적인 번역이 아니다.
발명의 기술적 사상을 충실히 이해하고 그 이해를 기초로 법률적인 용어를 적절하게 사용하여야 하는 전문적인 제2의 법률사무이다.
본인은 그렇게 생각한다. 해외 소송에서 직역으로 번역된 그것도 기계적으로 사용된 단어와 표현 때문에 청구범위 해석 다툼에 곤란을 겪은 사람은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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