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법원판결속보] 특허권자의 경고할 권리에 대하여 (특허법원 2020나1100)
상표권자라도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누구에게 어떠한 행위를 임의로 요구할 권리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재판상 청구권을 가지는 것이라는 취지 (특허법원 2020나1100)
2021년 6월 28일 오늘 특허법원의 판결속보를 받고
실무차원에서 의미 있는 판결 몇 건을 정리해봅니다.
<요약>
피고의
경고장 발송행위와 영업방해 행위를 불법행위로 판단하여 손해배상을 산정한 사례(특허법원 2020나1100)
<판시요지>
“등록상표권자라고 하더라도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누구에게나 어떠한 행위든 임의로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볼 수는 없고, 재판받을
권리에 의해 원칙적으로 정당화되는 제소 및 소송수행과 달리 이 사건의 내용증명과 같이 경쟁회사의 거래처에 경고장을 발송하는 행위는 사법적 구제절차를
선취 또는 우회할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자력구제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법적 제도를 통한 분쟁 해결이라는 법치주의의 이념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 또한 경쟁업자로부터 거래처를 탈취하거나 경쟁업자의 영업을 방해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등 정당한 권리행사의 범위를
넘은 것으로 볼 여지가 있으므로, 이러한 경고장을 발송할 때는 매우 신중할 것이 요구된다.”
<주요배경사실과 판단>
피고 미스킨이 2016. 3.에서 2016. 6.경까지 원고 거래처인 temtem 소공동 지하상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갤러리아 면세점, 지에스홈쇼핑, 신라면세점 등에 ‘피고
미스킨이 이 사건 상표의 상표권자이고, 위 거래처에서 판매되고 있는 원고 제품은 이 사건 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를 사용하여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므로 그 사용을 중단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민·형사상 법적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취지의 경고장을 내용증명으로
발송하였고, 2016. 6.경 위 면세점 등 거래처에서 원고 제품의 판매가 중단되었으며, 그 이후 거래가 재개되지 않았다. 피고 미스킨의 면세점 등 거래처에
대한 경고장 발송행위는 앞서 본 사실 및 사정에 갑 제57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정당한 권리행사를
벗어나 고의 또는 과실로 위법하게 원고의 영업 활동을 방해한 것으로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시사점>
이 사건 이외에도 우리나라 법원은 계속해서
특허권자 등이 사법적 구제절차를 취하지 않고 침해를 단정하여 실시행위의 중단을 요구하는 위협(경고장)을 적법하지 않은 부당한 행위로 보고 있다 (특허법원 2017나2417 판결, 대전지법 2008가합7844 판결, 서울중앙지법 2014가합551954 판결).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특허권자라고 하더라도 침해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경고장의 발송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 볼 것은 있다. 우리나라 법원의 이러한 입장은 미국의 태도와 사뭇 다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특허권자에게 경고할 권리가 없으면 특허는 무의해진다고 판시하고, 특허권자는 침해 의심자에게 경고할 권리를 가지며 이러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하였다 [Virtue v. Creamery Package Mfg. Co., 227
U.S. 8 (1913)].
“Patents would be of little
value if infringers of them could not be notified of the consequences of
infringement, or proceeded against in the courts. Such action, considered by
itself, cannot be said to be illegal. Patent rights, it is true, may be
asserted in malicious prosecutions as other rights, or asserted rights, may be.
But this is not an action for malicious prosecution. It is an action under the
Sherman antitrust act for the violation of the provisions of that act, seeking
treble damages. This, indeed, plaintiffs take special pains to allege, that
there may be no confusion about the right or grounds or extent of recovery. The
testimony shows that no wrong whatever was committed by the Owatonna Company,
and the fact that it failed in its suit against plaintiffs does not convict it
of any.” (Virtue v. Creamery Package Mfg. Co., 227 U.S. 8 (1913))
그렇다고 미국도 특허권자의 무분별한 경고장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정당한 권리행사이어야 한다. 여기에는 “Good Faith”이어야
한다는 제한이 따른다. 경고장을 보내는 행위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침해판단의 성실성과 경고의
내용(요구사항)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미국은 2014년부터 주별로 Bad-faith
특허침해주장금지 법안을 시행하고 있다 (Alabama, Georgia, Idaho, New
Jersey, Oklahoma, Oregon, Tennessee, Utah, Vermont, Verginia, Wisconsin 등 18개주 법 통과, 11개주 진행 중). 주로 소기업이나 창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이다. 이 법에는 “bad Faith assertion”를 판단하는 기준을 명확히 정하고 있다.
대체로 경고장을 발송한 특허권자가 그 특허발명을
실제 실시하고 있으면 “bad Faith assertion”으로 잘 보지 않는다. 반면, 처음부터 특허를 실시하지 않는 자가 돈의 지급을 요구하거나
실시중단을 강하게 요구하는 경우에는 “bad Faith assertion”으로 본다. 경고장에 침해를 판단한 청구발명이나 침해제품이 특정되어 있지 않아도 “bad
Faith assertion”으로 본다.
우리나라도 특허권자가 잠재적인 침해자에 대해
보내는 경고장 자체를 사적 구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다른 법률에 따른 위법행위를 따지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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