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놓친 기회

어제는 지방에 내려가 모 중견기업 연구소장님을 모시고 중간발표를 하였습니다. 전부터 잘 알고 있는 분이라 업무미팅 끝나고 저녁식사로 이어졌습니다.

이런저런 사적인 이야기가 오고 가다가 우리나라 산업계 이슈로 화두가 넘어가는 순간 그 연구소장님은 울분을 토하며 우리나라 산업 생태계의 위기에 대해 한탄과 한탄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공감되는 내용이라 아무 반박도 못하고 그냥 듣기만 하였습니다.

연구소장님은 미국 스탠포드 박사출신인데다 한국기업에 근무한지 오래되어 한국의 기술연구개발 생태계 역시 넘 잘알고 계셨습니다.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자랑할 만한 글로벌 Top 대기업들이 있다. 그러나 경쟁력 있는 생태계는 조성되지 않았다. 그냥 글로벌 Top 대기업이란 큰 나무만 있을 뿐이다.

반도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2차전지, 자동차, 선박, 항공기, 의약품 등과 같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부품과 소프트웨어, 수많은 정밀 생산장비와 제어/계측 장비가 필요하고 수많은 화학소재가 필요하다. 여기에 글로벌 top에 우리나라 기업은 몇몇이나 있는가?

우리나라는 오랜동안 반도체,스마트폰,디스플레이, 2차 전지, 자동차, 선박 분야에서 글로벌 Top을 지켜왔다. 그렇다면 그 부품.소재.장치,소프트웨어 등 upstream 에서도 단순한 하청업체를 넘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전문기업들이 성장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 기업이 얼마나 있는가?

벌써 5년 전부터 중국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심각한 경쟁사가 되었고 지금은 우리를 넘어서고 있다. 산업구조가 우리와 많이 겹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부품.소재.장치.소프트웨어산업에서 글로벌 시장을 거머쥐고 있는 독일. 미국. 일본 전문기업은 중국의 성장을 더 좋아한다. 자신의 부품 등을 사주기만 하면 그 기업이 중국기업이든 우리나라 기업이든 누구든 중요하지 않다.

지금 아니 앞으로 상당기간 우리나라는 산업 생태계를 제대로 만들지 못한 대가를 치루게 될 것이다.

그러나 신사업분야는 우리에게 다시 기회를 주고 있다. 두번 다시 이런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수많은 다른 생각을 가진 전문가들의 소리를 경청하여야 하고 그냥 쥐어 짜기식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는 한계를 넘어서야한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경쟁력의 정의도 바뀌어야 한다"

............

밤 12시가 넘어 서울로 올라오는 동안 수많은 생각이 났습니다. 그 중 계속 머리속을 맴도는 질문은

"우리는 왜 그 좋은 기회와 시간을 놓쳤을 까?"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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