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특허의 구분

기술과 특허의 본질을 구분하여 이해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특허는 특허발명품을 제조하거나 사용하거나 판매할 수 있는 적극적인 권리가 아니라 특허발명의 사용을 금지시키는 권리입니다. 특허발명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는 따지지 않습니다. 또한 기술라이선스가 허락받은 범위내에서 이전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라면 특허라이선스는 허락받은 범위내에서 특허권자의 권리행사로부터 자유로울 권리입니다. 기술라이선스에는 기술이전이 따라가지만 특허라이선스에는 기술이전이 따라가지 않습니다. 따라서 기술은 국경이 없으나 특허는 국경이 있습니다.

예를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어떤 제품 a을 제조하여 판매하는 제조회사 A가 있다고 합시다. 그 제조회사 A는 기술 a을 독자적으로 개발하여 제품 a에 적용하였습니다. 한편 제조회사 A가 출시한 제품 a가 시장에서 각광을 받자 제조회사 B도 제품 a를 제조 판매하기로 합니다. 그러나 아직 기술 a를 확보하지 못하였습니다. 한편 기술 a를 처음 세상에 내어 놓은 대학 C는 기술 a에 대한 미국 특허 1을 획득하였고, 제조회사들이 기술 a의 매입에 관심을 갖지 않자 특허전문관리회사 D에게 특허권을 양도하였습니다. 

제조회사 A는 국내에서 기술a를 적용한 제품 a를 제조하여 판매하고 있었으나 미국시장으로 진출하면서 특허전문회사 D로부터 특허침해소송을 받고 특허라이센싱 협상을 통해 통상실시권을 획득하였습니다. 제조회사 A는 기술 a를 독자적으로 확보하고 있었으나 미국시장진출을 위해서는 특허라이선스를 받는 것이 불가피하였습니다.

한편 제조회사 B 는 대학 C와 기술이전계약을 체결하고 기술a를 도입하기로 하였습니다. 기술도입 DD (실사)과정에서 기술 a에 관한 특허는 미국에만 등록되었고 특허관리회사 D에게 양도되었다는 것을 알았고, 이전받은 기술 a를 기초로 연구개발을 계속하여 미국시장진출시에는 개량기술 b를 적용한 제품으로 출시하기로 하였습니다 (개량기술 b는 명백하게 특허1의 청구범위에 속하지 않는 기술이라고 전제합니다). 만약 기술b의 개발에 실패한다면 기술 a에 대하여 특허전문관리회사 D로부터 특허라이선스를 받기로 합니다.

앞의 가상의 시나리오에서 볼 수 있듯이, 제조회사 A는 기술a를 독자적으로 가지고 있으므로 그 기술을 적용한 제품 a를 국내에서 제조할 수 있었고 미국을 제외한 국내 및 다른 해외국가에만 판매한다면 이러한 국내 제조행위는 미국특허를 침해하지 않습니다. 특허관리회사 D가 문제 삼을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제조회사 A가  미국시장에 진출하면서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제품만큼은 국내제조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특허제도는 미국내 침해행위와 관련된 역외행위도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라이선스협상시 이왕 미국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면 더 많은 시장장악을 꿈꾸며 제한없는 라이선스를 확보하려고 노력합니다. 제조회사 A는 기술을 이전받을 필요도 없고 특허전문관리회사 D는 기술도 없으므로 기술이전 받을 수도 없습니다. 미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 미국특허에 대한 라이선스가 필요한 것입니다.

한편 제조회사 B는 기술a도 없으므로 기술을 보유한 대학 C로부터 기술부터 이전받아 확보하여야 하고 이전받을 기술을 기초로 좀 더 개량된 기술 b 개발에 성공하면 미국시장진출시 특허전문관리회사 D로부터 특허라이선스를 받을 필요도 없습니다.

대부분의 기업간 특허침해소송과 특허라이선스는 제조회사 A의 경우처럼 기술이전이 수반되지 않는 순수 특허라이선스입니다. 미국특허라이선스가 없으면 국내 제조를 못하는 것도 아니고 국내 제조의 법적 장애물이 존재하는 것도 아닙니다. 미국시장진출을 계획하거나 진출한 경우에야 비로서 특허라이선의 유무가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한편 대학C와 같은 전문연구개발기관은 대부분 처음 개발한 기술과 특허를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학의 기술에 관심이 있는 기업은 특허 라이선스가 포함된 기술이전계약을 체결할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대학의 기술에 기업들이 관심을 갖지 않으면 연구기관은 또 다른 NPE에게 기술과 특허를 분리이전하여야 그 수익으로 다시 연구개발을 계속할 수 있습니다. 혹 시장에 처음 진출한 제조회사의 덕분으로 기술a가 각광을 받으면 나중에 다른 기업들도 대학의 기술이 필요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기술이전은 이전대로 특허라이선스는 라이선스대로 받아야 합니다.

기술이 콘텐츠라고 하면 특허는 그 콘텐츠를 담는 그릇이고, 기술이 사용의 대상이라면 특허는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권리입니다. 기술과 특허의 본질을 구분하지 못하면 정책이나 제도나 전략면에서 실수를 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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