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로이드와 코닥의 특허전쟁으로부터 재조명해본 세기의 교훈.

이번에 소개하려는 글은 듀크 대학의 애나 존스 (Anna Johns) 교수가 쓴 <천재의 승리 : 에드윈 랜드, 폴라로이드, 코닥 특허 전쟁 > [저자 :피얼스틴 (Fierstein)]에 대한 서평입니다.


Anna Johns. Review of Fierstein, Ronald K., A Triumph of Genius: Edwin Land, Polaroid, and the Kodak Patent War. H-Sci-Med-Tech, H-Net Reviews. April, 2016. 




1938년부터 1970년대 초까지 이어진 미국 기업의 '반특허'(anti-patent) 정서는 우리나라와 유사한 점이 많기에 폴라로이드와 코닥의 특허전쟁은 우리에게 반면교사가 되기에 충분합니다.

이 서평에 따르면 1930년대 특허의 무효율은 약 90%에 가까웠으며, 1970년대에 이르러 특허의 무효율이 약 65 %로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1990년대 무효율 30%에 비하면 생존율은 턱없이 낮은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1970년대까지는 법원에서 특허침해를 주장하면 비침해보다는 특허가 무효로 죽는 경우가 더 많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기업들이 타 기업인의 발명을 그냥 가져다 써도 된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코닥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당시 코닥은 수십 년 동안 사진 분야에서 독점 금지 규제 기관으로부터 감시와 정기적인 조사를 받을 정도로 시장 지배력을 가진 선도기업이었습니다. 따라서 코닥의 경영진들은 기술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들은 성공스토리의 덫에 빠져 있었던 것입니다.

코닥은 폴로라이드 뤤드(Land)의 특허발명들이 자신의 기술수준에 비추어 독창성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코닥의 법률전문가들도 당시 '반특허'(anti-patent)적인 정서에 힘입어 뤤드(Land)의 특허는 등록요건인 신규성 또는 진보성 요건을 만족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심지어 폴로라이드의 뤤드(Land)는 다른 경쟁자들이 뚫을 수 없을 정도로 특허(포트폴리오)의 벽을 촘촘히 만들어 자유경쟁시장을 독점하려고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코닥은 이러한 이유로 즉석 카메라를 개발할 때부터 소송이 끝날때 까지 뤤드(Land)의 특허 포트폴리오 전부가 무효라고 믿었습니다.

코닥의 경영진들의 오만한 의사결정의 결과는 참으로 참담한 것이었습니다.

1976  폴로라이드의 뤤드(Land)는 법원에 코닥의 카메라에 대하여 10건의 특허권 침해 혐의로 제소하였고, 법원은 폴라로이드는 특허 침해를 주장한 10 건 중 7 건이 유효하고 침해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15년이라는 긴 싸움 동안 미국의 반특허(anti-patent) 정서는 친특허(pro-patent)쪽으로 바뀌었고, Kodak의 즉석 사진 촬영 분쟁을 촉발한 주요 의사 결정권자는 1990년 이 사건이 끝날 무렵 이미 은퇴하고 자리에 없었습니다코닥은 당시 10억 달러라는 거액의 배상금을 지급하여야 했고, 즉석 필름 및 카메라 제작에 대한 2 억 달러의 투자금을 잃었으며, 800 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었고, 1,600 만 대의 즉석 카메라가 하루 아침에 쓰레기가 되었습니다.

뤤드(Land)는 폴로라이드의 창업자이자 엔지니어입니다. 전통적인 엔지니어로서 기업을 일군 표본입니다폴로라이드의 뤤드(Land)는 하바드 대학 박사과정을 그만두고 폴로라이드를 설립하고 눈부심을 방지하기 위한 '플라스틱 편광시트'를 개발하였습니다. 이것을 시작으로 죽을 때까지 총 533건의 특허를 출원하였고 토마스 에디슨과 엘리후 톰슨에 이어 "미국에서 가장 많은 발명가 목록에 3 "에 올랐다고 합니다.

뤤드(Land) 폴로라이드 '편광시트'는 자동차 라이트 눈부심을 방지하기 위한 선글라스용 편광 렌즈에 사용되었고, 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 원자 폭탄을 떨어 뜨렸을 때 군관계자들은 폴라로이드 특수안경을 착용했다고 합니다. 현재는 3D입체영화 관람용 "3D안경"에 채용되고 있는 발명입니다. 1943 뤤드(Land)는 한걸음 더 나아가 즉석 사진을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특허제도를 이용하여 꼼꼼하게 특허포트폴리오를 구축하였습니다. 거대 공룡 코닥을 이긴 폴로라이드 특허는 한 건이 아니었습니다. 탄탄하게 포진된 특허군이었습니다.

이러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모두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믿은 코닥의 법률전문가와 경영진의 실수이었습니다.

이번에 소개한 서평의 대상이 된 <천재의 승리 : 에드윈 랜드, 폴라로이드, 코닥 특허 전쟁>을 쓴 사람은 폴로라이드를 대리한 지식재산 전문 부티크 로펌의 변호사 피얼스틴 (Fierstein)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기업의 소송전략도 생생하게 엿볼 수 있습니다. 이미 많은 강연에서 소개된 폴로라이드와 코닥의 특허전쟁그러나 알려진 이야기 뒤에 숨은 이야기들이 더 재미있는 법,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와 내부서신 등이 폭로(?)되어 있다고 합니다서평을 읽고 있으니 구입해서 꼭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무효될 가능성만 믿고 타인의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자신이 가진 경쟁력을 과신하면 얼마나 후행판단의 오류에 빠지기 쉬운지, 그렇게 의사결정에 이르는 과정은 얼마나 많은 확증편향에 빠져 있을지를 돌아보게 합니다.

역사는 반복되고 현재 누군가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지 않을까 걱정이 듭니다.

그러한 실수에 빠지지 않으려면 내부의 반대 목소리를 무시하지 말고 나의 장자방(Adverse Advocate)로 활용하여야 합니다.

.EOB.

IP Daily에서 읽기

[이진수의 ‘특허포차’] ⑬ 자신의 ‘기술 경쟁력’을 과신하면… 폴라로이드 vs. 코닥 특허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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