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팅 대중화 시대의 도래, 특허법 제127조 간접침해 규정을 다시 고민하다
우연히 3D 프린터 Bamboo-Lab A1의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너무 매력적이라 하마터면 쿠팡에 들어가 주문 버튼을 누를 뻔 했습니다.
몇 년 전, 특허법 제127조(간접침해) 개정 위원회에 참여했을 때,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획일형 대량생산에서 맞춤형 개인생산의 시대로 전환될 것이며, 데이터 전송을 통한 특허품의 개인적 복제(생산)가 일상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3D 프린팅이 모델링 기법이나 엔지니어링에 대한 배경지식을 요구했기 때문에, 일반 대중이나 법률 전문가들에게 다소 먼 이야기처럼 들렸고, 이에 대한 공감대도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제, 이 제품의 사용기를 보면 생각이 많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3D 프린터는 그 특허품의 생산만을 위한 전용 장치가 아닙니다. 반면,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3D 모델링 데이터는 특정 특허품을 제작하는 데 사용되는 전용 데이터입니다. 더욱이, 특허품을 반복적으로 생산하지 않는 한, 개인적 실시가 ‘업(業)’으로 평가되기도 어렵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느끼시겠지만, 침해를 회피할 수 있는 법적 허점이 많은 특허법 제127조에 더욱 큰 구멍이 뚫린 셈입니다.
사실상 특허발명의 본질을 그대로 채택한 경우에도, 특허 침해를 ‘업으로 하는 행위’로 한정하거나, 간접침해를 ‘생산’에만 국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빼면 이제 쉽게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특허법이 발명가에게 ‘방법’과 ‘물건’이라는 두 갈래의 물길만 허락하고서, 정작 어느 하나의 물길은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에 끊어 놓고, 계속 선택은 자유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구조입니다.
우리는 인터넷-first 시대를 지나 모바일-first 시대를 거쳐, 이제 AI-first 시대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간접침해 규정 개정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특허법> 제127조(침해로 보는 행위) [전문개정 2014.6.11.]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 행위를 업으로서 하는 경우에는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을 침해한 것으로 본다.
1. 특허가 물건의 발명인 경우: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을 생산·양도·대여 또는 수입하거나,
그 물건의 양도 또는 대여의 청약을 하는 행위.
2. 특허가 방법의 발명인 경우:
그 방법의 실시에만 사용하는 물건을 생산·양도·대여 또는 수입하거나,
그 물건의 양도 또는 대여의 청약을 하는 행위.
<관련 영상>: Bamboo-Lab A1 사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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