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特許)"는 국가가 허락한 특권일까? 아니면 사람이 태어나면서 받은 천부권일까?

 "특허('特許)"란 권리는 국가가 발명가에게 허락한 특권일까? 아니면 사람이 태어나면서 신으로부터 받은 천부권일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발명가가 자신의 발명에 대해 가지는 권리가 국가에 의해 허락된 특권인지 아니면 신에게 의해 허락된 자연권인지를 먼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특허는 발명에 대한 권리에서 나온 것으로, 발명자가 처음부터 자신의 발명에 대한 모든 권리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연권적 사상은 나중에 국가가 특허를 발명자에게 특별히 허락해 주었다는 사상과 서로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발명자의 권리가 자연권이라면 특허법은 국가로 하여금 발명자의 발명에 대한 천부권을 확인하고 보호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이와 관련된 논의 중 하나로 특허제도를 i) 국가정책상 만들어진 제도로 이해하는 분들도 있고 (이하 “전자의 입장”) ii) 사람이 태어나면서 갖는 자연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 이해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하 “후자의 입장”). 저는 후자의 입장입니다. 전자 입장도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나 헌법적인 관점에 볼 때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전자의 입장에 있는 분들 중에는 특허제도에 대한 회의감을 피력하기 위해 토마스 제퍼슨 (Thomas Jefferson)의 특허에 대한 회의적인 말을 인용하곤 합니다. 그는 여러 차례 특허를 부정적으로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제퍼슨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분으로 초기 특허법 초안을 마련하기도 하였고 미국의 초대 특허청장이기도 하였기에 제퍼슨의 말은 무게감이 더 있습니다.

그러나 특허제도와 관련하여 제퍼슨의 이런 부정적인 언급을 인용하는 것은 그리 적절해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제퍼슨이 개인 서신에서 "발명은 본질적으로 재산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특허는 사회의 의지와 편의에 의해서만 부여된 독점권으로 이것을 인정하는 것은 망신스러운 것이다” 라고 적기도 하였고 사적 자리에서 여러 차례 특허제도에 대해 회의적으로 말한 것도 사실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제퍼슨은 초기에는 발명 뿐 아니라 토지 재산권도 자연권으로 인정하는데 소극적이었습니다. 제퍼슨은 그의 서신에서 "개인은 1 에이커의 토지에 대한 어떤 자연권도 갖질 수 없고 별도의 재산을 가지지 못한다. 토지는 물론 다른 모든 재산의 안정적 소유 지위(자격)은 사회법의 선물이다"라고 썼다 합니다. 

그의 개인 생각은 미국 독립 선언서의 초안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는 독립선언서 초안에서 존 로크(John Locke)의 핵심 이념이었던 ‘재산권’을 천부권에서 빼고 대신에 ‘행복추구권’을 자연권으로 넣었습니다.

로크는 소유권을 제일 먼저 자연권으로 주장한 사람입니다. 로크의 사상은 1793년 프랑스의 인권선언에 그대로 반영되어 소유권이 자유, 평등, 안전과 같이 자연권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사람이 처음 경작한 땅을 소유할 권리가 신이 준 권리라면 이런 권리는 양도가 불가능한 천부권이란 말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유권을 이전할 수 있는 권리라고 봅니다. 경작자가 처음 취득하는 소유권이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수 없는 천부권이라는 설명은 이해되지만 그 소유권을 매입한 자의 소유권도 신이 준 것이라는 생각에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학자들은 여기에 도덕률에 의해 소유권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제한받는다면 문제가 없다고 말합니다.

이와 같이 사람이 태어나면서 자기의 재산을 소유할 권리를 가진다는 것, 소유가 자유, 평등, 안전과 같이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자연권이라는 설명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자연권이라면 그것이 왜 사람의 권리인지를 증명할 필요도 없이 당연한 권리라는 것을 의미입니다. 자연권은 별다른 근거를 댈 필요가 없이 신이 사람에게 부여한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당시에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당시는 모든 재산권을 왕만이 가지고 있었기에 이를 박탈하기 위해 모든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재산권을 가질 자격이 있다는 사상을 주장할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다만, 소유의 자연권을 처음 주장한 존 로크(John Locke) 역시 소유가 자연권으로 인정받으려면 다른 사람이 사용할 만큼 재산이 충분히 남겨져 있어야 하고 자신의 생활에 유용하게 이용할 만큼만 소유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상은 재산권이 그 본질상 다른 자연권과 달리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제한될 수 있다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 건국 역사를 보면, 독립 선언서 이전에 작성된 버지니아 권리 장전(Virginia Bill of Rights)에 이미 재산권을 사람이 태어나면서 갖는 권리로 선언하였습니다. 그것도 행복안전추구나 자유보다 우선 순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흐름은 이어져 미연방헌법에도 재산권을 자연권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습니다. 현재는 재산권을 자연권으로 인정하는데 이견이 없습니다.

미연방헌법 제 8 절 (연방 의회에 부여된 권한) 제8조

"저작자와 발명자에게 그들의 저술과 발명에 대한 <배타적인 권리>를 일정 기간 보장함으로써 과학과 유용한 창작물의 발전을 촉진시킨다."

더욱이 미 연방대법원은 발명이 지적 노동의 산물이란 점에서 토지에서 경작한 노동의 열매와 같은 지위를 인정하였습니다. 발명과 같은 무형재산은 토지나 동산과 같은 유형재산과 동등한 법적 지위를 갖게 되었습니다.

《 In a U.S., Patnet is Not “personal privilege” granted by the crown as like English patent But the “incorporeal chattel” in a “personal estate” secured by the people’s representatives. (미국에서 특허는 영국 특허장과 같이 왕이 부여한 '개인적 특권'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가 보장한 '개인적 재산'의 '무형적 소유물'이다) – 미연방대법원

앞의 전자의 입장에서 특허제도의 회의적인 근거로 인용된 제퍼슨의 서신과 생각은 건국의 아버지 답게 미국을 설계하면서 많은 고민을 하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는 결국 특허의 재산권성을 부정하지도 않았고 자연권성을 부정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림>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의 대표적인 발명 일부 (출처 : ConstitutionFacts.com)


특허권과 재산권에 대한 제퍼슨의 내적 갈등은 고민으로만 그쳤고 결국 그가 국무장관이었을 때 특허를 재산권으로서 인정될 초기 특허법의 초안을 작성하였습니다.

미국은 헌법에 따라 발명자의 권리를 특허법이란 적법 절차에 따라 보장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근거로 미연방대법원은 특허법이 없다고 발명자의 권리가 부정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The right of an inventor to use its own creation “existed before and without the passage of law and was always the right of an inventor.” (발명가가 자신의 창작물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는 "법률이 통과되기 전에도 그리고 통과 없이도 존재했고 항상 발명가의 권리였다") – 미연방대법원

미국은 헌법에 직접적으로 자연권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으나 자연권으로 인정되는 권리에는 적법절차 없이는 박탈될 수 없다는 적법절차(Due Process) 조항으로 구체화되어 있습니다. 이에 따라 미 연방대법원은 연방정부가 군사기술이란 이유만으로 발명자의 특허를 무단으로 보상없이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제헌헌법 제14조》"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저작자, 발명가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

대한민국 현행 헌법 제22조 ②》"저작자ㆍ발명가ㆍ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

“발명가의 권리를 법률로 보호한다”는 우리나라 헌법 조문이 제헌 헌법때부터 생긴 것도 그 사상과 원리가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헌법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유럽 대륙의 인권선언의 사상도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논의가 너무 부족합니다. 우리나라 헌법에서 말하는 발명가의 권리가 i) 재산권만 의미하는지 아니면 재산권과 인격권을 모두 의미하는지, 그리고 ii) 발명가의 권리가 자연권이라서 국가가 이를 법률로 보호할 의무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특권이라서 국가가 법률에 따라 허락하여야만 인정될 수 있는지, iii) 발명자의 권리와 승계인의 권리를 헌법상 발명가의 권리의 지위에서 동등하게 취급하여야 하는지 등과 같은 다양한 의문점에 대해 해석과 그 근거를 논의해야 합니다. 

저는, 국가가 발명자의 발명에 대하여 특허요건을 심사한다고 해서, 국가가 특허란 발명자의 권리를 허락해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연권인 발명자의 권리를 국가가 특허로 충실히 보장해주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허는 발명가의 지적노동의 산물을 보호하도록 설계된 것입니다. 따라서 창작의 도구 (일반 공중의 지식재산 포함)나 타인의 지적노동의 산물은 발명자의 창작물이 아니기에 국가가 걸러 주고 충돌을 정리해 주어야 합니다.

또한 특허제도의 목적 역시 국가적 또는 사회법적인 정책적인 고려나 합의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기술이란 무형재산을 증식시키게 한다는 행복추구권의 반영이며 개인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통해 지적산물을 산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더 많은 부를 축적할 있도록 한다는 자유주의적 사고가 담겨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미국은 발명자만이 특허를 출원할 자격이 주어졌습니다. 발명자로부터 발명에 관한 권리를 이전한 경우라도 출원은 발명자가 신청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2011년 미국 발명법(AIA)을 제정하여 특허법을 개정하면서 승계인도 특허를 출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그러나 발명자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원칙은 그대로 남아 승계인이 특허를 출원하더라도 여전히 발명자의 선서진술서(affidavit)와 양도증을 제출하여야 하고 발명자의 성명을 정확하게 기재하여야 합니다. 발명자 기재의 오류는 좀더 쉽게 정정할 수 있으나 그렇다고 의도적인 발명자 누락 등을 허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분쟁 단계에 이르면 의도적인 발명자 누락 등이 있는 경우 정정이 불허될 수 있으며 권리의 집행력도 인정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발명자의 권리가 침해되면 그 특허는 등록요건을 흠결한 것으로 무효될 수도 있습니다.

저의 생각은 계속 이어집니다. 그러나 좀 더 체계적인 연구와 검토와 논쟁과 검증이 필요하기에, 다른 글에서 계속 만나 뵐 것을 약속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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