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침해에 대한 미국/한국/독일의 비교법적 고찰
복수의 주체에 의한 공동침해에 대한 미국/한국/독일의 비교법적 고찰
1. 들어가는 말
자유무역협정과 인터넷의 발달로 전세계 시장이 통합되는 현상이 가속화된지 어느덧 십수년이 흘렀다. 세계적인 글로벌기업들은 이제 어느 한 국가의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다국적 기업의 모습을 갖춘지 오래다. 한 국가 내에 한 지역에 소재한 기업의 활동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고 큰 규모가 되었고 글로벌 기업은 전세계에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사업구조 때문에 특허침해 소송에 필요한 정보를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게 되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대안적인 제도를 제공하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었고 ICT 글로벌 기업이 앞다투어 다른 어느 국가보다 미국에 특허출원하고 미국에서 특허소송을 제기하는 이유가
되었다.
미국은 디스커버리 제도덕분에 특허권자가 상대방이 보유하고 있는 필요한 증거를 확보하여 확인할 수 있게 되었으며, 미국 특허법에서 단일의 주체에 의한 실시가 아님에도 특허침해를 인정하는 예외적인 규정이 존재할 뿐아니라 미국내 및 미국외에 존재하는 복수의 주체에 의한 공동침해를 인정하는 판례가 다수 존재하여 다양한 특허침해유형을 포섭하고 있다. 물론 친특허보호정책이나 막대한 특허소송비용 역시 미국특허우선 주의 유행을 일으키는 데 한 몫을 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러한 탓이었는지 미국 시장에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면 미국 밖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다른 국가의 기업들조차도 미국의 디스커버리제도를
국제절차규범으로 여기게 되었으며,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복수의 주체가 협력하여 분산 실시하는 사업을 한다고 해도 미국 판례를 검토하여 특허공격에 대비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사물인터넷(IOT)의 시대가 도래한다고 한다. Big Data를 기반으로 한 사물인터넷은 복수의 중앙처리장치와 복수의 단말장치, 복수의 서버와 데이터베이스, 통신중계기 및 사이트가 결합되어 국내와
함께 해외 소재한 복수의 주체에 의해 실현될 가능성이 높은 기술영역이다.
한편 특허권자입장에서는 IOT 플랫폼이나 통신시스템에 관한 특허을 출원 할 때 불가피하게 복수의 주체가 실시되는 구성으로 발명을 특정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종종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복수주체에 의한 공동침해이론이나 실무는 낯선 영역이다. 더욱이 해외에서의 일부 구성이 실시된다면
이를 현행법으로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실 복수의 주체에 의한 공동침해가 발생한 경우 그 중 가장 핵심적인 발명의 구성을 실시하고있는 자 또는 귀책
사유있는 자의 행위만 금지시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손해배상책임을 누가 지느냐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특허와는 무관한 일부 범용품이나 범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자가
선의로 공동침해에 관여된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은 구체적인 타당성이 없고 특허의 특성 및 공동침해을 반영한 별도의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규정도 없기 때문이다.
본 글에서는 우선 복수의 주체가 특허발명의 구성요소를 분산 실시하는 경우, 한국,미국,독일이 어떻게 특허침해를 인정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살피고, 다음 호에서 해외의
분산 실시에 대해서도 비교법적으로 연구해보도록 하겠다.
2. 각국
특허법 등 법규정의 비교
가. 미국 특허법 규정 및 해석
(1)
미국 특허법 제271(a)direct은 “누구든지 특허권자의 동의 없이 특허발명을 미국 내에서 실시할 수 없다”는
방식으로 특허침해를 규정하고 있다. 이때 누구든지란 “whoever” 단어를 단수형으로 사용하여 단일의
주체에 의한 실시행위만을 침해로 구성하고 있다. 이를 Single
Entity Rule이라고도 한다.
(2)
그 외에 미국 특허법 제271; (b)
Inducement; (c) Contributory (e) Experimental use exception/drug patent
provision, (f) Sale of Kit for assembly outside U.S., (g) Import of product
made outside United States by patented method은 단일의 주체에 의한 실시가 아님에도 특허침해를
인정하는 예외적인 규정들이다.
나. 독일 특허법 규정 및 해석
(1)
독일은 복수의 주체에 의한 분산실시의 태양을 간접침해규정으로 포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독일특허법 Sec. 10
A patent shall have the further effect that a person not having
the consent of the patentee shall be prohibited from supplying or offering to
supply within the territory to which this Law applies a person, other than a
person entitled to exploit the patented invention, with means relating to an essential element of such invention for
exploiting the invention, where
such person knows or it is obvious from the circumstances that such means are
suitable and intended for exploiting the invention.
|
(2)
독일특허법에 따르면 특허발명의 일부 구성요소를 분산 실시하는 자가 그 구성요소품이 발명의
필수구성요소와 관련된 것이고(범용품 여부는 불문하나 전용품인 경우 아래 사용목적이 추정된다), 정황증거로 그 필수구성요소품이 발명을 이용할 목적에 부합하고 또 그러한 사용의도만 인정된다면, 그 일부 필수구성요소를 분산 실시하는 자의 행위는 특허침해를 성립한다.
(3)
독일법의 규정은 마치 1990년대 생략발명의
특허침해를 인정한 한국의 판례의 태도와 유사해보인다 (대법원 1998.
1. 23. 선고 97후2330 판결 등). 독일법은 미국의 판례에서 요구하는 “Direct and Control”요건도
필요하지 않고 직접침해가 존재할 것을 요하지도 않는다.
다. 한국 특허법 규정 및 해석
(1)
현행 한국의 법에 따르면 특허침해가 성립하면(특허법
제127조의 간접침해포함), 특허법 제126조에 따라 침해금지 또는 예방을 청구할 수 있으며, 민법 제750조, 제760조 및
제741조에 따라 손해배상청구 또는 부당이득반환청구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다. 특허법에서 특허침해에 따른 별도의 손해배상청구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2)
한국의 특허법 조문에서 미국처럼 단일주체에 의한 모든 구성요소의 실시만이 특허침해를 성립한다는 근거는 찾기 어렵다. 억지로 끼워 맞춘다면 동법 제126조에서 특허권자는
자기의 권리를 침해한 자에 대하여 그 침해의 금지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할 때 “권리를 침해한 자”를 “권리를
침해한 자들”과 같은 복수로 정의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특허법 제126조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특허법이 개정된다면
이러한 세세한 부분까지 고려한 법기술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3)
어찌되었든 복수의 주체가 특허발명을 분산실시 하는 경우 이를 특허침해가 성립되도록 구성한
명시적인 법규정은 오직 동법 제127조의 침해로 간주하는 행위뿐이다.
제127조(침해로 보는
행위)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업으로서 하는
경우에는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을 침해한 것으로 본다.
1. 특허가 물건의 발명인 경우에는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을 생산·양도·대여 또는 수입하거나 그 물건의 양도
또는 대여의 청약을 하는 행위
2. 특허가 방법의 발명인 경우에는 그 방법의 실시에만 사용하는
물건을 생산·양도·대여 또는 수입하거나 그 물건의 양도
또는 대여의 청약을 하는 행위
|
(4)
한국특허법은 특허발명에만 사용되는 전용품인 경우에 한하여 그 대상물의 특허침해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미국특허법 271 (c)
Contributory와 유사한 기술방식으로 독일법보다 간접침해를 제한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또한 “업으로” 실시할 때만 특허침해가 성립하여 특허발명이
분산 실시될 때, 어느 한 당사자가 업으로 실시하지 아니하는 경우 침해를 인정받기 어렵게 되어 있다.
(5)
미국은 다양한 태양의 간접침해를 포섭하는 규정과 판례법이 존재하지만 한국은 오직 동법 제127조만으로 간접침해를 규정하고 있는 현실에서, 미국법의 기여침해규정과
유사한 규정만 도입한 것은 개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ICT나
컴퓨터 기술 분야에서 사용되는 장치나 소프트웨어가 상당부분 범용성을 가지므로 향후 IOT 미래 시장을
고려할 때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믿는다.
(6)
한편 특허권의 공동침해행위를 민법 제760조의
공동불법행위로 구성할 여지가 남아있으나 이론 구성에 논란이 많이 있다.
민법 제760조 【공동불법행위자의 책임】① 수인이 공동의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연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② 공동 아닌 수인의 행위중 어느 자의 행위가 그 손해를 가한 것인지를 알 수 없는 때에도 전항과 같다. ③ 교사자나 방조자는 공동행위자로 본다.
|
(7)
그러나 설사 복수의 주체에 의한 특허발명의 분산실시를 민법상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더라도
불법행위에 기인한 침해금지청구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미약하다. 현행 법상 손해배상청구만 가능한 근거가 될 것이다.
나아가
공동불법행위 판례의 경향을 고려하여 객관적인 공동침해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민법 제760조 제1항에 따라 선의의 당사자도 손해배상의 연대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그 구체적 타당성과 형평성이 부족해보인다.
3. 각국
판례의 비교
가. 미국 판례의 태도
(1)
미국 특허법이 단일주체침해성립원칙을 정하고 있지만 판례는 복수의 주체에 의한 공동침해를
부정하고 있지 않는다. 미국의 공동침해에 관한 판례를 흐름을 보면,
BMC Resources, Inc. v. Paymentech 498 F.3d 1373(Fed. Cir. 2007)과 Muniauction, Inc. v. Thomson Corp. 53 F 3d. 1318(Fed. Cir. 2008) 판결이전에는
침해행위에 관련된 복수의 주체간에 일련의 관계가 인정되면 공동침해를 인정하였으나 위 판결 이후부터는 요건을 강화하여 피고가 제3자가 수행하고 있는 구성요소(피고 입장에서는 생략된 구성요소)를 어떻게 수행하는지를 direct하고 control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여야 그 피고에게 특허침해을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었다.
(2) 한때 2012. 8. 31. Akamai v.
limelight 사건에 대하여 미국 연방순회법원의 전원합의체가 Limelight가 Contents service provider와 같은 제3자를 “direct and control”하지 않음에도 Limelight의
유인침해 (Inducement infringement)를 인정하여, 마치 유인침해의 전제조건인 제3자의 직접침해를 요건으로 하지 않거나 위 Direct and Control 요건을 만족하여야만 공동침해를 인정한 종래의 판례를 뒤집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대법원에선 단일주체에 의한 직접침해를 요건으로 한다고 판결하였습니다.
나. 독일 판례의 태도
(1)
독일은 악의적인 복수의 주체에 의한 특허발명의 분산실시가 있는 경우 독일특허법 Sec10에 따라 필수구성품을 실시하는 자의 행위를 침해로 구성할 수 있다.
(2)
독일 드셀도르프 항소법원의 판결(Appeal Court
Dusseldorf, 2 U 51/08)을 보면 아래와 같이 독일내의 복수주체에 의한 분산실시에 대한 침해구성에 한걸음 더 나아가
해외에서 특허발명의 일부 구성이 다른 주체에 의하여 분산 실시하는 경우도 특허침해를 구성한 사례가 있다. 단
귀책성에 관한 요건이 추가되었다.
1. 방법발명의
직접침해는 독일 내에서 모든 단계가 실시될 것을 요하지 않는다.
2. 독일
외에서의 단계는 독일 내에서 단계를 실시하는 자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어야 한다.
3. 귀책성은
독일 내에서 그 특허발명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혜택이 독일에서 발생하도록 그 행위자의 의도적인 행위를 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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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한국 판례의 태도
(1)
1990년 한때 일부 구성요소를 생략한 실시의
경우도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일부 구성요소를 용이하게 생략할 수 있고, 그러한 생략에도 불구하고
작용효과에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경우에는 발명의 동일성을 인정하여 특허침해로 볼 수 있다는 판례가 존재하였다 (대법원 1998. 1. 23. 선고 97후2330
판결, 1997. 4. 11. 선고 96후146 판결 참조).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는 대법원은 확고하게 이러한 생략발명을 침해로 구성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지 않고 있다.
생각하건대, 복수의 주체에 의한 분산실시의 태양에서 특허침해를 막는 방법은 그 중 중요 구성요소의 실시자의 실시행위를 금지시키면
족하므로, 엄격한 요건 아래 예외적으로 생략발명을 특허침해로 인정할 수 있다면 악의적으로 복수의 주체가
분산 실시하는 경우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현행 간접침해 규정을 독일법처럼 개정하는 것이 더 확실한 방법일 수 있을 것이다.
(2)
IOT 등을 포함하여 최근 ICT기술은 그 기술적 사상이 동일한 테두리 안에 있음에도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역할이 분담되어 복수의 주체에
의한 분산실시가 대다수를 이루고 자회사나 협력업체를 통하여 고의적으로 분산실시가 행해지는 등 악의적은 회피수단이 종종 등장한다. 이러한 이유로 하급심 판례이긴 하지만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하여 적극적으로 복수의 주체에 의한 악의적인 특허발명의
분산실시를 특허침해로 구성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그 법리 구성에서 적극적으로 복수의
주체에 의한 공동침해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급심 판결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3) 서울중앙지법 2007. 9. 7. 2006가합73442 침해금지청구사건의 판결에서
외국 회사의 국내 자회사(피고)가 kr도메인을 보유하고 있고 특허발명 각 구성요소의 실시가 외국 서버에서 행하여 지고 국내사용자들은 피고의 kr도메인을 통하여 이용하는 상황이었으나, 법원은 서비스가 피고에
의하여 국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피고의 특허발명 불실시 항변을 배척하여 피고의 국내 실시를 인정하였다.
(4)
현재 한국에서 특허침해의 공동책임을 인정한 사례로는 실용신안권 침해를 결정하고 실행하게
한 주식회사 대표이사의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을 인정한 사례(대법원
2003. 3. 11. 선고 2000다48272 판
결) 및 하청업체에 물품을 자신에게만 납품하게 하였는데 하청업체의 물품 제조 과정에서 특허침해가 된
경우 납품 의뢰자를 교사자로 보아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을 지게 한 판례(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3다15006 판결)등이 있으나, 이는
모두 복수 행위의 필요적 경합이 아니므로 복수주체의 분산실시에 의한 공동침해이론으로 바로 구성하기는 어렵다.
(5)
주목할 것은 대법원 2010. 8. 25.자 2008마1541결정 이후
민법상 불법행위에 대해 금지청구를 적용할 가능성이 제한적으로 열리게 되어 공동실시행위가 공동불법행위요건을 만족하는 경우 특허법상이
아닌 민법에 근거하여 공동침해자에 대한 침해금지청구가 완전히 배제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2008마1541결정이전까지만 해도 대법원은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만 허용될 뿐 금지청구는 인정되지 않았다.
<참조문헌>
1.
Alexander Harguth, Divided
Patent Infringement in Germany, 2012년 3월, McDermott Will&Emery
2.
Stephen R. Schaefer, Update on
Divided and Inducing Infringment, Fish&RICHARDSON P.C.
3.
정재훈, 소프트웨어 특허 침해에 관한 고찰, 2008년 10월, 지식재산21
4.
특허법원 지적재산소송 실무연구원, 지적재산소송실무, 제3판, 박영사
5.
대한민국 대법원 판결문 및 BMC Resources,
Inc. v. Paymentech 498 F.3d 1373(Fed. Cir. 2007)과
Muniauction, Inc. v. Thomson Corp. 53 F 3d. 1318(Fed. Cir. 2008), Akamai Tech.
v. Limelight Networks 692 F3d. 1301(Fed, Cir. Aug. 31,202) 판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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