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v. 삼성 소송비용청구사건의 진실과 특허소송비용 부담원칙


애플 v. 삼성 소송비용청구사건의 진실과 특허소송비용 부담원칙

 

1.  들어가는 말

 

’14. 8. 22. 미국과 우리나라 대부분의 일간지와 경제지에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특허소송비용 청구 소송에서 미국법원이 애플의 청구를 기각하고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는 짧은 기사가 실렸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미국의 언론 매체의 기사 내용에서 후술하는 바와 같이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그러한 차이는 법률적으로 지나칠 수 없는 쟁점이었다.


우리나라 언론매체는 대부분 애플이 청구한 특허소송이 제품의 전체적인 외관이나 이미지 문제에 대한 것으로 매우 예외적인 소송으로 판단되므로 삼성전자는 애플이 사용한 소송비용에 대한 부담할 의무가 없다고 판시했다』 고 전하였다. ***신문 인터넷판 기사에서는 말미에 한편 재판부는 애플이 삼성전자 갤럭시탭10.1 제품에 대한 판매금지를 신청함에 따라 발생한 삼성전자의 각종 비용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260만달러 수준의 채권을 애플이 발행하라고 명령했다』라고 전하였다. 미국 소송절차와 소송비용부담원칙을 알고 있는 사람이면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 기사다. 


그러나 미국 뉴스 기사(1)에 따르면 루시 고판사가 애플의 청구를 기각한 이유는삼성이 아이폰과 아이패드 외관을 고의적으로 모방한 사실은 인정되었으나 삼성의 모방제품이 출시되기 전에 그 외관이 이미 주지되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는 등 상대방의 소송비용을 부담할 만큼 삼성의 부정행위가 인정되는지에 대한 입증이 불충분하다는 취지라고 보도하고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 언론매체가 배포한 뉴스내용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하게 되었고, 애플과 삼성의 소송비용청구사건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위하여 루시 고판사가 내린 본 사건의 판결문을 확인하였다. 이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전문적인 내용이므로 우선 우리나라와 미국의 소송비용부담원칙을 잠깐 소개하고 루시 고판사의 판결내용 중 핵심 논점을 분석해보도록 하겠다.
 

2.  우리나라 민사소송에서의 소송비용부담원칙

 
가.     법원칙

우리나라 민사소송에서 소송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본안의 패소이유나 패소자의 고의 또는 과실을 따지지 아니한다. 여기서 소송비용은 재판비용 전액과 대법원 규칙이 정한 변호사 및 변리사 보수를 포함한 당사자 비용을 의미한다.

나.     법정예외

그러나 승소자가 적시제출원칙을 위반하여 소송이 지연하는 등의 법정 사유가 있을 때에는 예외적으로 그 해당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지 아니한다.

 

3.  미국 민사소송에서의 소송비용부담원칙

 
가.    원칙

미국 민사소송에서 소송비용은 각각의 당사자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어느 누구도 소송을 성실히 진행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금전적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     법정 예외

미국특허법 USC 35 285조는 예외적인 사건(exceptional case)”에 한하여 패소자가 합리적인소송비용을 부담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으며, 이때 예외적인 사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승소자가 패소자에게 소송에서 고의로 부정행위를 계속하였음을 보여야 한다.

이러한 예외는 i) 침해가 아님을 알고도 악의적으로 소송을 제기한 특허권자 또는 ii) 침해가 아님을 알고도 악의적으로 소송을 계속 진행하는 침해자를 제재하여 미국특허소송절차와 실무상 막대한 소송비용이 들어가는 소송을 중단시키려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다.     판례 및 실무

i) 미국 특허법 USC 285(예외적인 패소자 부담) 해당여부를 입증하기 위하여 필요한 증거는 주로 소송대리인과 의뢰인간에 주고받은 대화나 의견 등에 담겨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서는 비밀보호특권이 깨질 가능성이 높아 객관적인 사실의 입증이 불가능한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비밀보호 특권에 따른 보호대상의 다툼이 극렬하여 소송상 증거제출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고, 판사 역시 증거에 의하여 악의적인 부정행위의 존재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아니하는 한(‘분명하고 확실한 증거로 입증하여야 함), 미국특허소송에서 패소자가 소송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사례는 쉽게 찾아 보기 어렵다. 그러나 일본 다케다 v. 밀란 특허소송비용청구사건에서 패소자 밀란이 소송 중 부정행위가 존재하였던 점을 인정하여 무려 1700만불의 소송비용을 부담하라는 판결도 있으므로 미국 소송 진행 시 주의가 요구된다.

 
ii) 미국 순회항소법원 판례는 이러한 악의적인 부정행위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사기(fraudulent)이고, 계획적(deliberate)이며, 고의적(willful)일 때 한하여 패소자가 소송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는 기준을 제시하였고, 나아가 패소자의 고의 행위가 있었을 뿐 아니라, 그런 행위 자체가 위법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는 요건을 추가하였다.

 

4.  미국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es)의 이해


미국에서 트레이드 드레스는 상표와 함께 규정한 란함법(Lanham Act)에 의해 보호된다. 즉 트레이드 드레스는 외관의 식별력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디자인보호법과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해서 보호된다.


트레이드 드레스가 란함법에 따라 보호받기 위해서는 두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데, 하나는 비기능성(non-functionality)이고 나머지 하나는 식별성(Distinctiveness)이다

비기능성은 트레이드 드레스를 구성하는 형상, 디자인, 색깔, 재질이 소비자로 하여금 상품의 기능이나 유용성을 인식하게 해서는 아니된다는 것이며, 식별성은 상품의 출처로 인식하게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상품의 포장과 달리 상품 자체의 디자인은 내재적 식별력이 없으므로 2차적 의미(secondary meaning), 즉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하여야 한다.  2차적 의미를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적어도 소비자들 사이에 그 상품의 출처로 주지되어야 한다. 식별성과 관련하여 타인의 트레이드 드레스를 침해하였는지에 대한 중요한 판단기준은 타인의 식별력을 희석시켰는지이다.


란함법에서도 특허법과 마찬가지로 예외적으로 패소자가 소송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경우를 정하고 있는데, ‘일반적이지 않은 사건에 한하여 패소자에게 합리적인 소송비용을 부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5.  판결문 검토의견


가.    관련 사건의 개요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새너제이 지방법원에서 이미 삼성이 아이폰 외관에 관한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es)를 고의적으로 모방하여 애플의 등록 및 미등록 트레이드 드레스를 침해하였다는 평결이 있었다. 2013년 6월 6일 애플은 불연듯 삼성에게 특허소송에 들어간 소송비용의 지급을 청구하는 신청을 법원에 제출하였다. 

 
. 원고 애플의 주장

따라서 애플은 삼성에게 소송비용을 청구함에 있어서 이미 2012년 사건에서 나온 증거와 평결을 이용하여 추가 입증의 부담 없이 i) 삼성이 고의적으로 애플의 아이폰 트레이드 드레스를 모방한 사실이 인정되었고, ii) 삼성이 알고 의도적으로 모방하였으므로 위법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예외적인 사건에 해당함을 주장하였다. 이를 입증하기 위하여 애플의 아이폰 트레이드 드레스에 대한 사용증거들과 소비자 인식도에 대한 조사자료를 제출하였다.
 

. 피고 삼성의 주장

반면 삼성은 애플의 트레이드 드레스가 i) 실용적인 기능을 인식하게 하여 보호대상이 아니며, ii) 삼성제품 출시 시점에 소비자들에게 주지하지도 않아 2차적 의미(secondary meaning)’ 즉 사용에 의하여 식별력을 취득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식별력을 희석시키지도 않았다는 주장도 포함).

 
. 루시 고 판사의 판단

루시 고 판사는 애플이 사용증거로 제출한 자료를 기초로 애플의 아이폰 트레이드 드레스가 유명해진 것은 2011년인 반면, 삼성이 제출한 증거에 의할 때 삼성은 그 한달 전에 이미 스마트폰을 시장에 출시했다는 점을 들어, 비록 삼성이 트레이드 드레스를 고의로 모방하였다고 하더라도 삼성이 제품을 출시함에 있어서 트레이드 드레이스를 침해하였을 것이라고 인식할 가능성에 대하여 확신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즉 애플의 입증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삼성이 고의로 모방한 점은 인정되나 현출된 증거로는 삼성이 악의적으로 부정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없는 바, 애플의 소송 비용을 부담할 정도로 예외적인 사건은 아니라는 취지로 판결하였다.

이 사건을 들여도 보면 결국 민사소송에서 입증책임과 입증방법을 포함한 대리인의 공격방어방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하게 한다. 이 사건은 원래 본 안에 대한 싸움이 아니고 소송비용청구사건이었다. 그러나 쟁점은 단지 소송에서의 부정행위여부를 넘어서 본안의 논점이었던 트레이드 드레스의 인정여부가 재 거론되었다.
 
6.  기타 기사 내용의 오보?

끝으로 애플이 삼성제품 판매금지 신청을 철회하였었던 사실과 민사소송 전반의 절차 및 소송물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언론매체의 인터넷판 기사 말미에 기재한 재판부가 애플이 판매금지를 신청함에 따라 발생한 삼성전자의 각종 비용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260만달러 수준의 채권을 애플이 발행하라고 명령했다.”는 취지의 기사는 애플이 삼성 제품에 대한 판매금지 신청 때 법원에 납부한 공탁금을 돌려 줬다는 의미가 맞을 것으로 추정된다. 어떤 이유로 기사가 이렇게 기재되었는지 이해가 되지 아니한다.


 

<1> Jeff Gamet, “Samsung Doesn’t Have to Pay Apple Attorney Fees Because iPhone wasn’t Famous, Aug 21st, 2014. The Mac Observer News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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