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July 18, 2026

[특허 회피설계 강좌] 제13장. 20세기말, 균등침해 회피설계 법리 — Hilton Davis 판례의 3가지 쟁점 법리

제13장 Hilton Davis 판례의 3가지 쟁점 법리 — 균등침해 회피설계 강좌 VI
6) 균등침해 회피설계  |  Chapter 13

Hilton Davis 판결의 3가지 쟁점 법리

이 글은 미국 특허법의 균등론(Doctrine of Equivalents, DOE) 법리를 판례를 통해 분석하고, 균등침해 회피를 위한 설계 방법론을 체득하는 강좌 시리즈의 여섯 번째 편이다. 앞선 편에서 Graver Tank, Perkin-Elmer·Pennwalt, Slimfold·Laitram 법리를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Federal Circuit이 1993년 직권으로 en banc 심리를 명한 Hilton Davis 판결을 분석한다. 이 판결은 균등론의 정체성을 다시 묻는 사건으로, 세 가지 핵심 쟁점에 대한 법원의 입장을 정리했다.

1. Federal Circuit은 왜 직권으로 en banc를 명했는가

Hilton Davis 사건의 긴 과정은 1993년 12월 3일, Federal Circuit이 sua sponte(당사자의 신청 없이 법원이 직권으로) 사건을 en banc 판결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시작되었다. en banc란 Federal Circuit 전체 또는 다수 판사가 참여하여 중요한 법리를 정리하는 심리 방식이다.

법원이 스스로 이 조치를 취했다는 것은, Hilton Davis가 단순한 개별 특허침해 사건이 아니라 균등론 전체의 방향을 재정립해야 할 사건이라는 인식을 반영한다. Pennwalt의 all-elements 접근, London·Valmont의 제한론, 그리고 International Visual의 형평 trigger 논쟁이 맞부딪히며 패널 판결들이 혼란스러운 흐름을 보이던 시점이었다. 법원 전체가 모여 "앞으로 균등론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할 필요성이 분명했다.

en banc 명령이 설정한 세 가지 검토 쟁점은 이 판결 전체를 관통하는 축이 된다.

En Banc 검토 쟁점 3가지

1 균등론상 침해를 인정하려면 function-way-result 테스트 외에 추가 요건이 필요한가?

2 균등론상 침해는 법원이 판단하는 형평문제인가, 배심이 판단하는 사실문제인가?

3 법원은 사건 사정에 따라 균등론 적용 여부를 재량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가?

2. 사건의 사실관계: 식품염료 정제 공정과 pH 5의 문제

Hilton Davis 특허

Hilton Davis 특허는 식품염료 정제(food dye purification) 공정에 관한 것이다. 불순물이 포함된 염료 용액을 특정 압력, 특정 pH, 특정 기공 직경(pore diameter)을 가진 막(membrane)을 통해 통과시켜 정제하는 ultrafiltration 방식이다. 커피 필터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필터 구멍 크기, 물의 압력, 용액의 성질에 따라 어떤 성분은 통과하고 어떤 성분은 걸러진다.

문제가 된 독립항(Claim 1)의 핵심 수치 조건은 다음과 같다.

  • 막의 nominal pore diameter: 5~15 Angstroms
  • hydrostatic pressure(수압): 약 200~400 p.s.i.g.
  • pH 범위: 약 6.0~9.0

pH 범위가 왜 6.0~9.0이 되었는가: 출원경과의 배경

pH 6.0~9.0이라는 범위는 출원 당초부터 존재했던 것이 아니다. 발명자들은 출원 과정에서 선행기술인 Booth 특허와 구별하기 위해 이 문구를 청구항에 추가했다. Booth 특허는 pH 9 초과, 바람직하게는 pH 11~13 범위에서 작동하는 ultrafiltration 공정을 개시했다. 따라서 상한 9.0은 Booth를 피하기 위한 보정의 결과다.

그렇다면 하한 6.0은? 이쪽은 사정이 다르다. Hilton Davis는 pH 6.0 미만에서 foaming(거품 발생) 문제를 겪었기 때문에 하한을 6.0으로 설정했다. Booth를 피하기 위해 필요했던 것이 아니었다. 이 차이가 나중에 prosecution history estoppel 논쟁의 핵심이 된다.

피고 Warner-Jenkinson의 공정

Warner-Jenkinson은 1986년에 문제 된 ultrafiltration 공정을 개발했다. Hilton Davis 공정과 마찬가지로 막을 통한 ultrafiltration을 사용했고, 압력도 약 200에서 거의 500 p.s.i.g. 범위였다. 그러나 결정적 차이가 있었다.

항목Hilton Davis 청구항Warner-Jenkinson 피고 공정
여과 방식membrane ultrafiltrationmembrane ultrafiltration
압력약 200~400 p.s.i.g.약 200~거의 500 p.s.i.g.
pH약 6.0~9.0pH 5
문언침해없음 — 양측 모두 인정

피고 공정은 pH 5에서 작동했으므로 청구항의 하한 6.0보다 낮다. 문언침해(literal infringement)가 없다는 점은 Hilton Davis도 인정했다. 사건은 온전히 균등론(DOE)만의 문제가 되었다. pH 5가 pH 6의 균등물인가, 그리고 그 판단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해야 하는가가 쟁점이 된 것이다.

3. 다수의견: 3가지 en banc 쟁점에 대한 답변

Federal Circuit 다수의견은 세 가지 en banc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요약하면 균등론을 특허권자에게 상당히 유리한 방향으로, 그러나 형평적 장치가 아닌 객관적·사실적 판단의 영역으로 정리했다.

쟁점 1: function-way-result 외에 추가 요건이 필요한가?

다수의견은 균등론상 침해를 인정하기 위해 "비본질적 차이(insubstantial differences)"가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고 보았다. function-way-result 테스트(기능·방식·결과 3중 일치 테스트)는 종종 이를 보여주기에 충분하지만, 유일한 테스트는 아니라는 것이다.

"function-way-result 테스트를 Graver Tank가 선언한 균등성의 '그' 테스트라고 설명하는 것은 지나치다. 기술이 더 정교해지고 혁신 과정이 더 복잡해짐에 따라, 이 테스트만으로 차이의 실질성을 항상 보여주기 어렵다."

기계 장치에서는 latch와 wedge가 같은 기능·방식·결과를 내는지 비교하기 비교적 쉽다. 그러나 화학 공정에서 pH 5와 pH 6의 "방식(way)"이 같은지 묻는 것은 훨씬 복잡하다. 따라서 다수의견은 중심 기준을 "비본질적 차이"로 설정하고, function-way-result는 그 판단을 돕는 도구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다수의견이 인정한 관련 증거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증거 유형균등론에서의 의미
Known interchangeability (알려진 상호대체 가능성)당업자가 두 요소를 대체 가능하다고 알고 있었다면 비본질적 차이를 강하게 시사
Copying (복제 정황)피고가 특허발명의 실질을 모방했다면 차이가 비본질적임을 시사
Designing around (설계회피 정황)피고가 실질적 변경을 했다는 추론을 가능하게 하여 균등침해 인정에 불리

한편 다수의견은 독립 개발(independent development) 자체는 차이의 실질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했다. 특허를 모른 사람은 "비슷하게 만들려고" 한 것도, "다르게 만들려고" 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균등론에는 형평적(equitable) 또는 주관적(subjective) 요소가 없다고 선언했다. 이는 매우 중요한 법리 선언이다. 균등론은 피고의 악의나 선의가 아니라, 청구항과 피고 제품 사이의 차이가 객관적으로 실질적인지 여부를 묻는다는 뜻이다.

쟁점 2: 법원이 판단하는 형평문제인가, 배심이 판단하는 사실문제인가?

다수의견은 균등론상 침해를 사실문제(issue of fact)로 보았다. 배심재판에서는 배심에게 제출되어야 하고, bench trial에서는 판사가 판단한다. 이는 특허권자에게 유리한 결론이다. 배심이 피고 제품의 차이를 비본질적이라고 보면, 법관이 "형평상 균등론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쉽게 차단할 수 없게 된다.

쟁점 3: 법관은 균등론 적용 여부를 재량으로 선택할 수 있는가?

다수의견의 답은 명확하다. 법관에게는 그러한 재량이 없다. 기록상 문언침해가 없더라도 균등론이 문제될 때, 1심 법관은 균등론을 적용할지 말지 임의로 선택할 수 없다. 이는 London식 접근, 즉 "균등론은 예외이므로 법원이 사건마다 적용 여부를 정한다"는 사고를 배척한 것이다.

4. 다수의견의 사실 적용: pH 5는 pH 6의 균등물

다수의견은 균등론 법리를 정리한 후 사실관계를 검토하여 균등론상 침해를 인정했다. 모든 의견이 압력, pore size, 산성 용액의 차이보다 pH 범위에 집중했다. 피고 공정은 pH 5였고, 청구항은 pH 약 6.0~9.0이었다. 핵심은 이 차이가 비본질적인지였다.

더불어 다수의견은 prosecution history estoppel 문제에 대해 중요한 것은 "무엇을 포기했는가"가 아니라 "왜 포기했는가"라는 입장을 취했다. pH 6.0~9.0으로의 보정은 Booth 특허의 pH 9 초과 공정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 따라서 다수의견에 따르면, 보정으로 포기된 것은 pH 9 초과이고, pH 6 미만은 출원경과 금반언(prosecution history estoppel)으로 막히지 않는다는 결론이 된다.

"이 보정은 pH 9 초과를 포기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pH 6 미만에서 작동하는 공정에 대해 균등론을 주장하는 것을 막지는 않는다."

균등론이 사실문제라는 입장에 따라, 항소심은 배심의 사실판단을 쉽게 뒤집기 어렵다. 배심이 pH 5와 pH 6의 차이가 비본질적이라고 보았고, 이를 뒷받침할 충분한 증거(substantial evidence)가 있다고 판단한 법원은 배심의 균등론상 침해 판단을 유지(affirm)했다.

5. 세 가지 반대의견: 무엇이 쟁점이었나

Plager 판사: 배심에게 통제 불가능한 권한을 준다

Plager 판사는 균등론이 특허법이 부여한 것보다 더 넓은 보호범위를 얻기 위해 정기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수의견이 정의한 균등론은 배심이 원하면 침해를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거의 통제 불가능하고 심사 불가능한 허가증"과 같다는 것이다.

그의 핵심 비판은 명확하다. 특허권자가 "pH 6~9"로 청구항을 받아 놓고 소송에서 "pH 5도 사실상 같다"고 주장하는 것은, 청구항 작성 실패를 사후적으로 배심에게 보완받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 주장은 Graver Tank의 Black 반대의견과 매우 유사하다. 특허권의 범위는 청구항으로 정해져야 하며, 재발행 절차 등 법정 경로를 사용해야 한다는 사고다.

Lourie 판사: piracy와 intent를 고려해야 한다

Lourie 판사는 International Visual 보충의견의 연장선에서 반대했다. 차이의 실질성은 Graver Tank상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이며, 균등론의 전체 목적은 piracy(특허발명 탈취)를 막고 특허권자에게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타인의 발명을 유용하려는 intent(의도)를 배제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입장이다.

다수의견은 이를 거부했다. 균등론에는 형평적 또는 주관적 요소가 없다고 선언했다. 이것이 Hilton Davis 내부의 가장 큰 철학적 충돌 중 하나다. 특허침해는 일반적으로 intent와 무관한 객관적 책임이라는 특허법의 기본 구조를 생각하면, 다수의견의 입장이 더 일관성을 갖는다.

Nies 판사: PTO에서 포기한 범위는 되찾을 수 없다

Nies 반대의견은 prosecution history estoppel을 가장 강하게 적용한다. 청구항이 pH 6.0~9.0으로 좁혀져 허가되었다면, pH 5는 그 범위 밖이다. 특허권자가 pH 5도 보호받고 싶었다면 처음부터 그렇게 청구하거나, 재발행 절차를 사용해야 했다.

"심사관의 거절을 철회시키기 위해 청구항의 pH 범위를 좁혔다면, 이제 균등론을 이용하여 그 범위의 균등물을 포섭할 수 없다."

Nies는 또 다른 중요한 지적을 한다. 재발행(reissue) 절차에는 intervening rights(중간권리)가 있어 특허권자에게 불리하다. 그래서 특허권자들이 재발행 대신 균등론으로 보정 범위를 우회하는 편을 택한다. 균등론이 Congress가 마련한 재발행 제도를 우회하는 사법적 장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핵심 주장이다.

6. Hilton Davis 판결이 남긴 것

Hilton Davis en banc는 균등론을 완전히 넓힌 것도, 완전히 좁힌 것도 아니다. 다수의견은 여러 판례 원칙을 조합하여 균등론의 성격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판례Hilton Davis 이후 평가
Graver Tank (F/W/R, interchangeability, copying)✔ 살아 있음
Pennwalt (all-elements rule)✔ 살아 있음
Slimfold (설계회피 장려, 실질적으로 다른 방식)✔ 살아 있음
Valmont (insubstantial change 기준)✔ 살아 있음
Dolly (all limitations rule)✔ 살아 있음
International Visual (별도 형평 trigger 요구)✗ 배척됨
London ("exception not the rule")△ 다수의견과 긴장 관계
Hughes (claim as a whole 중심)△ 약화 또는 제한

설계회피는 더 중요해졌다

Hilton Davis가 균등침해를 인정한 사건이라고 해서 설계회피(designing around)가 약화된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설계회피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 커졌다.

다수의견이 적절한 설계회피의 증거를 "실질적 변경의 증거"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즉, 설계회피를 제대로 수행하고 그 증거를 남기면 균등침해를 부정할 수 있는 유력한 논거가 된다.

올바른 설계회피가 갖추어야 할 요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청구항의 각 한정사항을 구성요소 단위로 분석한다.
  2. 최소 하나 이상의 한정사항을 실질적으로 다르게 만든다.
  3. 그 변경이 기능·방식·결과 또는 비본질적 차이 기준에서 실질적임을 입증할 자료를 남긴다.
  4. 단순 모방 후 사소한 변경으로 보이지 않도록 독립적 기술 이유를 확보한다.
  5. 출원경과, 선행기술, 명세서상 구조를 분석한다.
  6. 비침해 의견서 및 균등론 리스크 분석 문서를 작성한다.

주의할 점이 있다. "특허와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되 숫자만 살짝 바꾸자"는 식의 내부 문건은 오히려 copying의 증거가 되어 균등론상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다른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조를 변경했다"는 자료는 실질적 변경을 입증하는 유리한 증거가 된다.

7. 다음 편: Supreme Court의 Warner-Jenkinson

Hilton Davis는 Federal Circuit 차원의 정리다. 그러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Supreme Court는 Warner-Jenkinson Co. v. Hilton Davis Chemical Co.를 통해 Federal Circuit의 판단을 다시 검토한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이 다룬 쟁점들은 다음과 같다.

  • Graver Tank의 균등론은 1952년 특허법 이후에도 살아 있는가?
  • 균등론은 청구항 전체가 아니라 각 구성요소별로(element-by-element) 적용되어야 하는가?
  • pH 6.0 하한 보정의 이유가 불명확할 때 prosecution history estoppel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균등론에서 intent가 필요한가?
  • 법원과 배심의 역할은 어떻게 나뉘어야 하는가?

Hilton Davis가 균등론을 특허권자 방향으로 다소 열어두었다면, Warner-Jenkinson은 법적 통제의 틀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두 판결을 함께 읽어야 현재 미국 균등론 법리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다.


참고 교재: Patrick G. Burns et al., Designing Around Valid U.S. Patents (Patent Resources Group, Inc. 2005). 이 강좌는 해당 교재를 스터디하면서 실무 경험과 노하우를 담아 이해하기 쉽게 재구성한 것이다.


관련 해설 영상

© 2026 All rights reserved.  |  특허 회피설계 강좌 시리즈

[특허 회피설계 강좌] 제12장 — Federal Circuit의 균등론 적대감: Slimfold와 Laitram이 설계회피 법리의 기초를 만들다

[특허 회피설계 강좌] 제12장 — Federal Circuit의 균등론 적대감: Slimfold와 Laitram이 설계회피 법리의 기초를 만들다

[특허 회피설계 강좌] 제12장 — Federal Circuit의 균등론 적대감: Slimfold와 Laitram이 설계회피 법리의 기초를 만들다

이 글은 균등침해(Doctrine of Equivalents) 회피설계 강좌의 다섯 번째 편입니다. 앞에서는 균등침해 법리의 역사적 소개, Graver Tank 판결의 법리와 반대의견, Federal Circuit 초기의 균등론 수용(Hughes Aircraft), 1987년의 Perkin-ElmerPennwalt에 의한 구성요소별 접근으로의 전환을 다루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1991년의 판례 흐름을 통해 Federal Circuit의 균등론에 대한 적대감이 어떻게 표면화되었는지, 그리고 이것이 설계회피 전략에 어떤 기초를 제공하는지를 분석합니다. 참고 교재는 Patrick G. Burns et al., Designing Around Valid U.S. Patents (Patent Resources Group, Inc., 2005)입니다.

1. 1991년, 세 개의 판례가 흐름을 바꾸다

1991년은 미국 특허 균등론의 역사에서 중요한 해다. 이 해에 Federal Circuit이 선고한 여러 판결들은 법원이 균등론에 대해 상당히 적대적인 태도를 갖기 시작했음을 보여주었고, 동시에 설계회피(design around) 강좌의 법리적 기초를 마련했다.

물론 오해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1991년 판례들은 균등론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점도 보여주었다. 사실관계가 특허권자에게 충분히 유리하고, 담당 재판부가 균등론에 우호적이라면 여전히 균등침해가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분석하면, 이 판례들은 특허권자에게 큰 위안을 주지 않는다.

특히 주목해야 할 세 사건이 있다. Slimfold Mfg. Co. v. Kinkead Industries, Inc., Laitram Corp. v. Rexnord, Inc., 그리고 London v. Carson Pirie Scott & Co.다. 이 세 판결은 오늘날까지 정당한 설계회피 노력을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기초 판례로 여겨진다. 이번 편에서는 그 중 Slimfold와 Laitram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2. Slimfold v. Kinkead: Judge Rich의 정책 선언

의도적 설계회피는 그 자체로 잘못이 아니다

Slimfold 사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Judge Rich가 남긴 정책 선언이다.

특허청구항을 의도적으로 설계회피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잘못이 아니며, 균등론을 적용하여 보상해야 할 대상도 아니다. 오히려 특허를 설계회피하는 것은 특허제도가 공중의 이익을 위해 작동하는 방식 중 하나이며, 유용한 기술의 발전을 촉진한다는 특허제도의 헌법적 목적에 부합한다.

이 선언은 Graver Tank의 "특허에 대한 사기(fraud on a patent)" 표현과 긴장관계에 있다. Graver Tank는 단순히 문언만 피한 실질적 모방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Slimfold는 모든 회피 설계가 "특허에 대한 사기"는 아니라고 말한다. 핵심 구별은 다음과 같다.

합법적 설계회피 균등침해 위험이 있는 형식적 회피
청구항을 분석하고 실질적으로 다른 구조·방식 채택 청구항 문언만 피하고 실질적으로 같은 발명 이용
기술적 차이가 실질적으로 존재 차이가 겉보기에 불과
공중의 이익과 기술발전에 기여 특허권자의 발명 이익을 실질적으로 탈취

사건의 구조: Ford 특허와 접이식 문의 카트리지 피벗 로드

Slimfold 사건은 금속 접이식문(metal bi-fold door)에 사용하는 피벗 로드 조립체에 관한 것이었다. 특허권자 Slimfold는 재발행 특허 Re 33,553, 이른바 Ford 특허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특허의 핵심은 카트리지형 피벗 로드 조립체(cartridge type pivot rod assembly)였다.

문을 설치할 때 가장 불편한 점 중 하나는 문 상단의 피벗 로드를 트랙에 맞추는 작업이다. 스프링 힘으로 항상 튀어나와 있는 피벗 로드를 트랙에 정확히 맞추기가 어렵다. Ford 특허는 이 문제를 해결했다. 조립과 운송 중에는 피벗 로드의 머리 부분을 수축 위치에 고정해 두었다가, 문을 제자리에 설치한 후 해제하여 피벗 로드가 트랙으로 들어가게 하는 구조였다.

핵심 청구항 구성요소는 releasable latch means였다. 이 수단은 피벗 로드의 head portion과 sleeve 사이에 작동하도록 배치되어, 피벗 로드 머리를 수축 위치에 임시로 고정하고 해제할 수 있었다.

Type I: 거의 복제, 문언침해 인정

피고 Kinkead는 고객들의 요구에 따라 Type I 문에서 Ford 설계를 사실상 복제했다. 당시 Kinkead는 Slimfold 설계를 본 후였지만 특허는 아직 몰랐다. 중요한 차이는 latch 해제 방식 정도였는데, 이 정도로는 Claim 1의 문언침해를 피하지 못했다. 1심도 Type I에 대해 문언침해를 인정했고, Kinkead도 이에 항소하지 않았다.

Type II: 의도적 설계회피 — latch를 없애고 foam wedge를 쓰다

Ford 특허를 알게 된 후, Kinkead는 적어도 문언침해를 피하기 위해 Type I을 포기하고 Type II를 만들었다. 변경의 핵심은 간단했다. latch 64를 제거하고, 대신 피벗 로드의 하단 부분과 문 facing 사이에 foam wedge를 삽입한 것이다.

Slimfold 사건 도표 요약

청구항: 스프링 로드 피벗과 head portion & sleeve 사이의 releasable latch means를 포함하는 카트리지형 피벗 로드 조립체를 가진 접이식문

피고 Type II: 동일한 카트리지형 피벗 로드 조립체이나, 피벗 로드를 pibot rod 하단의 removable wedge로 고정

문언침해: 없음

판결: 균등론상 침해도 없음 — 하나는 latch 방식, 다른 하나는 wedge 방식 — 실질적으로 같은 방식이 아님

1심과 Federal Circuit의 충돌

1심은 Graver Tank에 주로 의존하여 Type II에 대해 균등침해를 인정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았다.

  1. Type II는 청구된 문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기능을 실질적으로 동일한 방식으로 수행한다.
  2. wedge와 latch는 당업자에게 상호대체 가능한 기계 요소다.
  3. 균등론을 적용해도 선행기술을 포섭하지 않는다.
  4. 출원경과 금반언도 없다.

1심의 논리는 Graver Tank의 망간/마그네슘 치환과 유사한 사고방식이다. 청구항 문언은 피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같은 발명의 이익을 가져간 것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Federal Circuit은 Type II에 대한 균등침해 판단을 뒤집었다. 특히 1심이 "way의 실질적 동일성"을 인정한 것이 명백히 잘못이라고 보았다.

핵심 법리: function과 result는 같지만, way가 다르다

Federal Circuit은 Type II 문이 function-way-result 테스트 중 function과 result는 충족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즉 wedge도 피벗 로드를 수축 위치에 유지하고, 설치 후 로드가 트랙으로 들어가게 한다.

그러나 결론은 다음 한 줄로 요약된다.

"One wedges, the other latches." — 서로 다른 위치에 적용된 latch와 wedge는 매우 다른 작동 방식을 가지며, Graver Tank 테스트를 충족하지 않는다.

항목 청구항 Latch 피고 Wedge
위치 head portion과 sleeve 상단 사이 pivot rod 하단과 door facing 사이
작동 원리 걸쇠가 홈에 걸림 쐐기가 마찰력으로 고정
기능(Function) 피벗 로드 수축 위치 유지 피벗 로드 수축 위치 유지
결과(Result) 설치 후 로드 트랙 진입 설치 후 로드 트랙 진입
방식(Way) 걸쇠 결합 쐐기·마찰 압박 → 다름

Judge Rich는 균등론 분석의 첫 질문을 명확히 했다. "실질적 변경(substantial change)이 있었는가?" 이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할 수 있을 때에만 균등물이 인정될 수 있다. Slimfold에서 latch에서 wedge로의 변경은 실질적 변경이었다.

교재의 비판: Graver Tank보다 Pennwalt가 더 적절했다

교재 저자는 이 판결을 상당히 비판적으로 평가한다. Slimfold에서는 Graver Tank가 말한 형평적 요소들이 특허권자에게 유리했다. 피고는 중요한 cartridge type assembly를 거의 그대로 복사했고, 1심의 사실인정도 특허권자 편이었으며, 선행기술이나 출원경과 금반언도 결정적 제한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Federal Circuit은 latch와 wedge라는 하나의 구성요소 차이에만 집중했다.

이는 사실상 Graver Tank보다 Pennwalt 이후의 구성요소별 접근에 더 가깝다. 교재 저자는 그런 맥락에서 Judge Rich가 왜 굳이 Graver Tank를 인용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한다.

결과적으로 Slimfold는 균등론의 추가 침식을 예고했다. 그리고 청구항의 하나의 구성요소를 구조와 방식 면에서 실질적으로 다르게 바꾸면, 나머지 요소를 대부분 유지해도 균등침해를 피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남겼다.


3. Laitram v. Rexnord: 청구항 해석이 균등론을 무너뜨리다

핵심 질문: means-plus-function 문언침해 부정 후 균등론은 가능한가

Laitram 사건은 Slimfold보다 기술적으로 더 복잡한 쟁점을 다룬다. 법원이 청구항의 수단-기능 조항(means-plus-function clause)에 대해 문언침해가 없다고 판단한 뒤, 같은 조항을 다시 균등론으로 검토할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가?

Laitram은 Rexnord를 상대로 미국 특허 제4,501,949호, 즉 '949 특허의 Claim 21과 22 침해를 주장했다. '949 특허는 돌출 리브 구조(raised rib construction)를 가진 모듈식 플라스틱 컨베이어 벨트에 관한 것이었다. 컨베이어 벨트를 여러 개의 플라스틱 모듈을 연결하여 만들고, 각 모듈의 link ends가 핀으로 연결되어 벨트를 형성하는 구조다.

판결의 핵심: 청구항 해석이 잘못되면 침해 분석 전체가 무너진다

Nies 판사가 작성한 의견에서 Federal Circuit은 1심의 문언침해 판단을 뒤집었고, 나아가 직권으로(sua sponte) 기록상 균등침해를 인정할 근거도 없다고 보았다.

Federal Circuit의 논리는 명쾌했다. 1심의 침해 판단은 잘못된 청구항 해석에 기초했다. 청구항을 올바르게 해석하면 문언침해도 균등침해도 존재하지 않는다.

Claim 21의 핵심: subparagraph 2의 joining means

Claim 21은 여러 link modules, link ends, joining means, 돌출된 vanes, 피벗 가능한 연결 수단 등을 포함하는 linked belt를 청구했다. Rexnord는 여러 구성요소의 충족 여부를 다투었지만, Federal Circuit은 특히 subparagraph 2, 즉 "means for joining"에 집중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청구항의 한 한정사항이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침해는 없다는 all-elements rule의 적용이다.

명세서상 구조: joining means는 연결 바 하나가 아니다

'949 특허의 명세서에 따르면 joining means는 두 층위의 구조로 이루어진다.

  1. elongated connecting sections 22: link ends를 길게 연결하여 link-like elements를 형성한다.
  2. cross members 24: 여러 link-like elements를 가로로 묶어 하나의 모듈 단위를 만들고, 이들이 평행 관계를 유지하도록 한다.

사다리에 비유하면, 세로로 긴 두 막대가 connecting sections 22이고, 가로로 연결해 구조를 안정화하는 발판이 cross members 24다. 세로 막대만 있으면 연결은 되지만 구조 전체가 비틀리거나 평행 유지가 어렵다. cross member는 구조적 강도와 평행 유지에 결정적으로 기여한다.

1심의 오류: §112(6)을 적용하지 않았다

Claim 21의 subparagraph 2는 means-plus-function 형식이므로 35 U.S.C. §112(6)이 적용되어야 했다. 그러나 Laitram은 1심에서, 해당 문구 안에 구조가 일부 기재되어 있다는 이유로 §112(6) 적용을 피하려 했다. 1심이 이를 받아들였고, 그 결과 joining means를 지나치게 넓게 해석하여 피고 제품에도 link ends를 연결하는 수단이 있으므로 침해라고 보았다.

Federal Circuit은 이를 정면으로 거부했다.

수단-기능 요소 안에 일부 구조가 언급되어 있다는 것만으로 §112(6)의 적용이 배제되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 joining means 조항의 구조적 설명은 그 수단의 기능을 더 구체적으로 특정할 뿐이다. 청구항에 기재된 구조적 표현은 joining means가 무엇을 하는지를 말할 뿐, 그것이 구조적으로 무엇인지를 말하지 않는다.

이 구별이 Laitram의 핵심 법리다. "축이 평행하게 유지된다"는 것은 joining means가 달성해야 할 기능의 결과이지, joining means가 어떤 구조인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112(6)이 적용되어야 하고, joining means는 명세서상 구조, 즉 connecting sections 22와 cross members 24의 조합으로 제한된다.

claim differentiation 주장의 배척

Laitram은 강력한 반론을 제기했다. cross members는 종속항인 claim 24에 별도로 청구되어 있다. 따라서 독립항인 claim 21에는 cross members가 필수적이지 않다고 해석하는 것이 claim differentiation 원칙에 맞는다는 주장이었다.

Federal Circuit은 동의하지 않았다. Claim differentiation은 해석의 지침이지 절대 규칙이 아니며, §112(6)이라는 법률 규정을 압도할 수 없다. 종속항에 같은 구조를 별도로 청구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수단-기능 청구항의 법정 해석 규칙을 피할 수 없다.

피고 4707 벨트: reach bars는 있지만 cross members는 없다

피고 Rexnord의 4707 컨베이어 벨트에도 link ends를 연결하는 reach bars가 있었다. 이 reach bars는 '949 특허의 connecting members 22와 대응될 수 있었다. 그러나 cross members 24와 유사한 구조가 없었다. 문언침해가 부정된 이유다.

균등론도 마찬가지: cross members의 균등물 또한 없었다

균등론을 주장하려면 Laitram은 피고 장치에 joining means, 즉 connecting elements 22와 cross members 24 모두의 균등물이 대체되어 있음을 입증해야 했다. 그러나 Laitram은 구체적 증거 없이 결론만 주장했다. Federal Circuit은 증거 기록상 균등성을 뒷받침할 근거가 없다고 보아 균등침해도 부정했다.

더불어 Federal Circuit은 Pennwalt를 인용하며 §112(6)의 의미를 확인했다.

§112(6)은 청구항에 특정된 기능을 수행하는 모든 수단이 그 한정사항을 문언상 충족한다는 가능성을 배제한다.

이것이 수단-기능 청구항의 거래 구조다. 특허권자는 청구항에서 구조를 자세히 쓰지 않고 기능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 대신 권리범위는 명세서에 개시된 구조와 그 균등물로 제한된다. Laitram은 이 거래의 대가를 치른 것이다.


4. 균등론의 예측 불가능성: 패널 구성이 결과를 바꾼다

1991년 판례들이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는, 균등론 판단의 예측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이다. 교재가 직접 언급하듯이, "적절한 사실관계와 적절한 Federal Circuit 패널"이 있으면 균등론은 여전히 살아 있다. 이 말을 뒤집으면, 같은 사실관계라도 패널 구성이 달라지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Slimfold에서 1심과 Federal Circuit의 충돌이 이를 잘 보여준다. 1심은 네 가지 균등론 제한 요소를 모두 검토하고 균등침해를 인정했다. Federal Circuit은 같은 사실관계를 보고 균등침해를 부정했다. 두 법원 모두 같은 법리를 적용했지만, way(방식)의 실질적 동일성이라는 핵심 판단에서 갈렸다.

이 예측 불가능성은 특허 실무에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비침해 의견서를 작성하거나 설계회피 전략을 평가할 때, 단순히 "기술적으로 다르다"고 기술자 수준에서 판단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패널이 어떤 수준의 추상화로 방식을 정의할 것인가까지 고려해야 한다.


5. 실무적 시사점: 설계회피를 위한 전략 원칙

Slimfold와 Laitram이 확립한 실무 원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의도적 설계회피는 불법이 아니다. 특허를 알고 회피 설계를 했다는 사실이 곧 균등침해를 의미하지 않는다. Judge Rich는 이를 특허제도의 공익적 기능으로 명확히 선언했다.

둘째, 기능이 같아도 방식이 다르면 균등침해를 피할 수 있다. Slimfold에서 wedge는 latch와 같은 기능을 수행했지만, 방식이 달라 비침해가 되었다. 설계회피 전략의 핵심은 기능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기능을 수행하는 기술적 방식과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셋째, 위치 차이도 중요한 방어 근거가 된다. 같은 방식이라도 청구항이 특정한 위치와 다른 위치에서 구현되었다면, 이는 way가 다르다는 주장의 보조 근거가 될 수 있다.

넷째, 청구항 해석이 균등론 분석 전체를 지배한다. Laitram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잘못된 청구항 해석 위에서는 문언침해도 균등침해도 의미가 없다. 특히 수단-기능 청구항에서는 명세서에 개시된 구조가 권리범위를 실질적으로 결정한다.

다섯째, 특허권자는 청구항을 지나치게 특정 구조에 묶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latch"처럼 특정 작동 방식으로 한정하면, wedge나 자석, 마찰 패드, 캠 잠금 등 대체 구조에 의해 쉽게 회피될 수 있다. 반면 수단-기능 형식으로 쓰면 §112(6)이 적용되어 오히려 권리범위가 명세서 개시 구조로 좁혀지는 역설이 생길 수 있다.

여섯째, 비침해 의견서에서 function-way-result 중 way를 가장 깊이 분석해야 한다. Slimfold 이후 설계회피의 핵심 논리는 "동일 기능을 다른 방식으로 수행한다"는 것이다. 이를 설득력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작동 원리, 구조적 위치, 힘의 전달 방식, 당업자의 기술 상식 등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맺음말: 균등론은 살아 있지만, 좁아지고 있다

1991년의 판례들은 균등론이 폐기된 것이 아님을 확인했다. 그러나 그 적용 범위는 분명히 좁아졌다. Federal Circuit은 청구항의 고지 기능, 경쟁자의 예측 가능성, 합법적 설계회피의 공익성을 점점 더 강조하고 있다.

Slimfold와 Laitram이 남긴 메시지를 한 줄로 정리하면 이것이다. 청구항의 특정 구성요소를 구조적으로, 그리고 방식적으로 실질적으로 다르게 구현하면, 전체적으로 유사한 제품을 만들더라도 균등침해를 피할 수 있다.

다음 편에서는 이 판례 흐름이 London v. Carson Pirie Scott 사건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그리고 Federal Circuit이 균등론에 대한 적대감을 어떻게 더 구체화하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관련 해설 영상

© 2026 IP Strategy Series. 본 콘텐츠는 Patrick G. Burns et al., Designing Around Valid U.S. Patents (Patent Resources Group, Inc., 2005)를 바탕으로 실무 경험을 더해 재구성한 것입니다.

[특허 회피설계 강좌] 제11장 — 균등론의 대전환: Pennwalt 판결과 Element-by-Element 접근론

[특허 회피설계 강좌] 제11장 — Pennwalt 판결과 Element-by-Element 접근론: 균등론의 대전환

[특허 회피설계 강좌] 제11장 — Pennwalt 판결과 Element-by-Element 접근론: 균등론의 대전환

이 글은 균등침해(Doctrine of Equivalents) 회피설계 강좌의 네 번째 편입니다. 앞에서는 균등침해 법리의 역사적 소개, 미국 균등론의 출발점인 Graver Tank 판결의 법리와 반대의견, 그리고 Federal Circuit 초기의 균등론 수용 방식(Hughes Aircraft)을 다루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1987년의 Perkin-ElmerPennwalt 판결이 Federal Circuit의 균등론 접근을 어떻게 근본적으로 바꾸었는지를 분석합니다. 참고 교재는 Patrick G. Burns et al., Designing Around Valid U.S. Patents (Patent Resources Group, Inc., 2005)입니다.

1. 전환점: 1987년, 두 판결이 균등론 판도를 바꾸다

Federal Circuit의 균등론 접근을 근본적으로 바꾼 것은 1987년에 선고된 두 판결이었다. Perkin-Elmer Corp. v. Westinghouse Electric Corp.Pennwalt Corp. v. Durand-Wayland, Inc.가 그것이다.

이 두 판결 이전까지, Federal Circuit의 균등론 판단은 Hughes Aircraft 판결이 보여준 "청구항 전체(claim as a whole)와 피고 장치 전체(accused device as a whole)를 비교"하는 방식을 따랐다. 이 접근에서는 피고 장치가 청구발명 전체와 실질적으로 동일한지 여부가 판단의 중심이었다. 특정 구성요소 하나하나보다는 발명 전체의 기능, 작동 방식, 결과의 유사성이 핵심 고려사항이었다.

1987년의 두 판결은 이 흐름을 바꾸었다. 특히 Pennwalt는 Federal Circuit의 en banc(전원합의체) 판결이었기 때문에 단순한 패널 판결보다 훨씬 큰 법리적 무게를 가졌다. 이 판결들을 통해 균등론은 사실상 더 엄격한 all-elements rule, 즉 구성요소별 균등성 분석(element-by-element approach)으로 이동했다.


2. Perkin-Elmer: 전환의 예고

사건 개요: 거의 복제했지만, 하나가 달랐다

Perkin-Elmer 사건의 구조는 단순하다. 문제 된 청구항은 무전극 방전램프(electrodeless discharge lamp, EDL)를 위한 공진 결합기(resonant coupler)에 관한 것이었다. 피고 장치는 특허권자의 상업 제품을 거의 복제한 것으로 보였지만, 딱 하나가 달랐다. 청구항에 명시된 오토트랜스포머형 탭 결합(auto transformer-type tap coupling) 대신 트랜스포머형 루프 결합(transformer-type loop coupling)을 사용한 것이다.

피고 장치에서 빠진 유일한 청구항 요소는 바로 이 탭 결합이었다. 다수의견은 비침해 판단을 유지했다. "전체적으로 거의 같다"는 사정보다 "청구항의 특정 구성요소가 없다"는 사실에 더 큰 비중을 둔 것이다.

"발명의 본질"만으로는 부족하다

반대의견은 Hughes Aircraft를 인용하며 균등론에서는 청구항 전체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다수의견의 핵심 메시지는 이것이다: 발명의 "essence(본질)", "gist(요체)", "heart(핵심)"를 고려한다는 판례 표현은, 청구항의 구체적 한정사항을 중요하지 않거나 무의미한 것으로 무시해도 된다는 의미로 읽혀서는 안 된다.

이는 청구항 중심주의의 강화다. 특허권자는 발명의 본질을 넓게 설명할 수 있지만, 법적 권리범위는 청구항의 구체적 표현에 의해 정해진다. 따라서 균등론도 청구항의 각 한정사항을 존중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Newman 판사의 문제제기: en banc로 정면 처리해야 한다

Newman 판사는 반대의견에서 날카로운 지적을 남겼다. 다수의견이 실질적으로 균등론에 관한 Federal Circuit 선례를 재정의하고 있다면, 이 중요한 문제는 공공정책의 문제로 정면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허 이용자 공동체는 판례가 법적으로 폐기되기 전까지 기존 판례를 신뢰할 권리가 있다."

균등론은 기업의 설계회피 전략, 라이선스 협상, 소송 전략, 특허청구항 작성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법원이 균등론의 분석 틀을 바꾸면 특허 실무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Newman 판사는 이런 변화를 패널 판결의 각주처럼 처리할 것이 아니라, en banc로 명시적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 문제제기는 곧바로 Pennwalt로 이어진다. 법원은 실제로 Newman 판사가 요구한 대로 en banc로 이 문제를 다루었다.


3. Pennwalt en banc: 불일치를 해결하다

핵심 판시: 구성요소별 비교, 기능 부재 시 균등 부정

Pennwalt에서 법원은 Hughes Aircraft 접근과 Perkin-Elmer 접근 사이의 불일치를 해결했다. 다수의견(7 대 4)은 Perkin-Elmer의 편에 섰고,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균등론상 균등성을 판단할 때 피고 장치를 청구항과 비교하되, 전체 대 전체 방식이 아니라 구성요소별(element-by-element)로 비교해야 한다. 청구항의 단일 구성요소 또는 그러한 구성요소의 기능이 피고 장치에 없으면 균등성은 인정될 수 없다.

이 접근은 균등론을 문언침해 판단에 더 가깝게 만들었다. 문언침해 판단에서는 청구항의 모든 구성요소가 피고 제품에 존재해야 한다. Pennwalt는 균등론에서도 각 구성요소 또는 그 기능이 피고 제품에 존재해야 한다고 보았다.

접근 방식 중심 질문
Hughes Aircraft식 (전체 접근) 피고 장치 전체가 청구발명 전체와 균등한가?
Pennwalt식 (구성요소별 접근) 청구항의 각 구성요소 또는 그 기능이 피고 장치에 존재하거나 균등물로 대체되었는가?

이 변화는 균등론의 보호 기능을 크게 줄이는 효과를 낸다. 피고가 발명의 상당 부분을 이용하더라도, 하나의 구성요소나 기능을 실질적으로 바꾸면 균등침해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4. Pennwalt 사실관계: 과일 선별기와 continuous position indicating means

기술적 배경

Pennwalt 특허는 과일과 같은 물품을 색상, 무게 또는 그 조합에 따라 선별하는 선별기(sorter)에 관한 것이었다. 과일을 컨베이어로 이동시키면서 색상과 무게를 측정하고, 각 과일의 위치를 추적하여 적절한 시점에 분류하는 장치다.

청구항은 여러 "수단(means)"을 요구했는데, 그 중 핵심 쟁점이 된 것은 연속 위치 표시 수단(continuous position indicating means)이었다. 이 기능이 있어야 특정 과일의 색상·무게 정보와 실제 위치를 연결하여 적절한 배출 시점을 정할 수 있다.

청구항이 means-plus-function 형식으로 기재되어 있었으므로, 문언침해 판단에서는 명세서에 개시된 구조 및 그 구조적 균등물과의 비교가 중요했다. 모든 판사는 피고 장치에 그러한 수단 또는 그 균등물이 없다는 데 대체로 동의했다. 따라서 §112(6)에 따른 문언침해는 없었다. 진짜 문제는 균등론으로도 침해를 인정할 수 있는가였다.

Queue pointer: 사용할 수 있었지만 실제로 사용하지 않았다

피고 선별기에는 큐 포인터(queue pointer)가 있었다. 이 포인터들은 공정 중 특정 위치에 있는 과일의 색상과 무게 데이터가 저장된 메모리 위치를 가리켰다. 이론적으로는 이 정보를 이용해 과일의 위치를 추적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법원이 중요하게 본 것은 "사용 가능성"이 아니라 "실제 기능"이었다. 피고 장치에서 queue pointer 데이터의 유일한 기능은 물품이 무게 저울에 도달한 후 색상 기준값과 비교하는 것이었다. 연속 위치 표시 기능은 수행하지 않았다.

어떤 구성요소가 청구항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피고 장치에서 실제로 그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다수의견의 결론

다수의견은 구성요소별 비교에 의존하여 균등론상 침해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피고 장치에는 continuous position indicating function이 없었고, 따라서 청구항의 한 구성요소 또는 그 기능이 빠진 것이므로 균등성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이 접근의 실무적 함의는 크다. 특허권자는 더 이상 "피고 장치는 전체적으로 우리 선별기와 같은 일을 한다"고만 주장할 수 없다. 이제는 청구항의 각 구성요소마다 피고 장치에 동일하거나 균등한 대응 구성 또는 기능이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5. 반대의견의 비판: 균등론의 형평적 기능이 사라진다

Bennett 판사: Graver Tank와 Hughes는 전체 발명을 보라고 했다

Bennett 판사는 반대의견에서 Hughes Aircraft의 "청구된 발명 전체(claimed invention as a whole)"에 대한 균등론 적용이 Graver Tank의 정책에 내재되어 있다고 보았다.

Graver Tank가 요구한 것처럼 어떤 구성요소가 특허에서 수행하는 목적, 다른 구성요소들과 결합했을 때의 성질을 판단하려면, 단순히 구성요소별 비교만 할 것이 아니라 청구항 전체를 하나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조합 발명에서 개별 부품 하나가 아니라 전체 구성의 상호작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떤 구성요소가 독립적으로는 다르게 보이더라도, 전체 조합 속에서는 같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논리다.

Newman 판사: 다수의견은 선례를 명시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Newman 판사는 Pennwalt 다수의견이 Federal Circuit과 연방대법원의 주요 판례와 표면적으로 모순되는 균등론 관점을 채택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법원이 자신의 형평적 권한을 급격히 축소했다고 보았다.

문제의 핵심은 다수의견이 다음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Graver Tank와 어떻게 조화되는지 설명하지 않았고, Hughes Aircraft와 어떻게 구별되는지 설명하지 않았으며, 기존 선례를 변경하는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이 비판은 중요하다. Pennwalt 이후의 균등론 제한 경향이 단순한 기술적 분석 방법의 변화가 아니라, 균등론의 정책적 성격 자체에 대한 논쟁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6. 후속 판례: Spectra와 Corning Glass

Spectra Corp. v. Lutz: 법이 바뀐 것처럼 보이다

1988년 2월, Pennwalt 이후 첫 판시는 법이 실제로 바뀌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듯했다. Spectra Corp. v. Lutz에서 법원은 청구항의 한 구성요소 기능에 차이가 있다고 보고 Pennwalt를 인용하여, 균등론상 침해가 없다는 약식판단(summary determination)을 유지했다.

중요한 점은 균등론상 침해 여부가 사실판단 성격을 강하게 가질 수 있음에도, 법원이 약식판단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구성요소 하나의 기능 차이가 명확하다고 판단되면, 배심이나 본안 심리까지 가지 않고도 균등침해 주장이 배척될 수 있게 되었다. 특허권자에게는 절차적으로도 더 불리한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Corning Glass Works v. Sumitomo: Pennwalt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러나 SpectraCorning Glass Works v. Sumitomo와 함께 보아야 한다. Corning Glass에서 Nies 판사는 all-elements rule이 적용된다고 하면서도, 청구항의 한 구성요소가 피고 구조에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균등론상 침해를 인정했다.

Corning Glass의 기술은 광도파관(optical waveguide)이었다. 청구항은 cladding layer와 core를 포함하고, core에 positive dopant가 추가되어 굴절률이 cladding보다 크도록 하는 구조였다. 피고 제품(S-3 fiber)은 core에 positive dopant가 없었고, 대신 cladding layer에 negative dopant가 있었다. 문언침해는 없었다. 하지만 법원은 cladding에 negative dopant를 넣는 것이 core에 positive dopant를 넣는 것과 발명의 맥락에서 균등하다고 보았다.

이 판결이 확립한 핵심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all-elements rule에서 "elements"는 물리적 부품이 아니라 청구항 한정사항(limitation)의 의미로 사용된다.
  2. 청구항의 모든 한정사항에 대한 균등물은 피고 장치 어딘가에서 발견되어야 하지만, 반드시 청구항의 대응 구성요소와 같은 위치나 같은 부품에 있을 필요는 없다.
  3. cladding layer의 negative dopant가 core의 positive dopant와 균등하다면, 청구항의 어떤 한정사항도 빠진 것이 아니다.

Pennwalt를 너무 단순하게 읽으면 "청구항 구성요소 하나가 피고 제품에 없으면 균등침해는 무조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Corning Glass는 그 단순화를 경계한다. Pennwalt 이후에도 균등론은 살아 있다. 다만 균등물은 청구항의 각 한정사항에 대해 찾아야 하고, 그 균등물이 피고 장치의 어느 위치, 어느 구성 조합에서 구현되는지는 더 유연하게 볼 수 있다.


7. 실무적 결론: 비침해 의견서는 이렇게 작성해야 한다

Corning Glass를 고려하면, 비침해 의견서를 작성할 때 Pennwalt와 청구항 구성요소의 부재만을 근거로 삼는 것은 위험하다. 이는 설계회피 실무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핵심 포인트다.

부족한 분석 필요한 분석
"청구항의 A 요소가 없다" "A 요소 또는 그 실질적 균등물이 피고 제품 어디에도 없다"
"대응 부품이 없다" "다른 부품 또는 조합이 A 한정의 기능·방식·결과를 수행하지 않는다"
"Pennwalt상 비침해" "Pennwalt와 Corning Glass를 모두 고려해도 비침해"

비침해 의견서는 최소한 다음 질문을 포함해야 한다.

  1. 청구항의 각 구성요소는 무엇인가?
  2. 피고 제품에 문언상 동일 구성요소가 있는가?
  3. 없으면 그 구성요소의 기능을 수행하는 균등물이 있는가?
  4. 그 균등물이 대응 부품이 아니라 다른 위치나 조합에 존재하는가?
  5. 피고 제품의 해당 구성은 실제로 그 기능을 수행하는가, 아니면 단지 수행 가능할 뿐인가?
  6. 차이가 기능(function), 방식(way), 결과(result) 중 어디에서 실질적인가?
  7. 선행기술이나 출원경과 금반언이 균등범위를 제한하는가?

설계회피가 성공하려면 단순히 "청구항 구성요소를 제거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구성요소가 하던 기능을 피고 제품의 다른 부분이 실질적으로 같은 방식으로 수행하고 있다면, 균등론 위험은 여전히 남는다.


맺음말: Pennwalt이 가져온 변화의 의미

Pennwalt는 균등론의 중심 질문을 바꾼 판결이다. "피고 장치 전체가 청구발명 전체와 균등한가?"에서 "청구항의 각 구성요소 또는 그 기능이 피고 장치에 존재하거나 균등물로 대체되었는가?"로 질문 자체가 달라진 것이다.

이 변화는 특허권자에게 불리하지만, 청구항의 고지 기능과 경쟁자의 예측 가능성을 강화한다. 경쟁자는 청구항의 특정 기능을 분석하고, 그 기능을 제거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구현함으로써 설계회피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Corning Glass는 그 단순화를 경계한다. 균등론은 Pennwalt 이후에도 폐기되지 않았다. 다만 청구항 한정사항별 균등물 존재를 더 엄격히 요구하는 방향으로 바뀌었고, 그 균등물을 찾는 방식은 1:1 대응 부품 비교로만 제한되지 않는다.

다음 편에서는 이 원칙들이 실제 설계회피 판례, 특히 Slimfold, Laitram, London 등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살펴본다. 기능과 결과가 같더라도 작동 방식(way)이 다르면 균등침해가 부정될 수 있다는 흐름이 더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관련 해설 영상

© 2026 IP Strategy Series. 본 콘텐츠는 Patrick G. Burns et al., Designing Around Valid U.S. Patents (Patent Resources Group, Inc., 2005)를 바탕으로 실무 경험을 더해 재구성한 것입니다.

[특허 회피설계 강좌] 제10장 — 초기 균등론: 전체 비교를 통한 실질 동일성 접근론

[특허 회피설계 강좌] 제10장 — Federal Circuit 초기 균등론과 Pennwalt 전환점

[특허 회피설계 강좌] 제10장
균등침해 회피설계 — Federal Circuit 초기 균등론과 Pennwalt 전환점

이 강좌는 균등침해(infringement under the doctrine of equivalents) 법리의 역사와 판례를 체계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균등침해 회피설계(design-around)의 방법론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참고 교재는 Patrick G. Burns et al., Designing Around Valid U.S. Patents (Patent Resources Group, Inc., 2005)입니다.

앞선 강좌에서는 균등침해 법리의 출발점인 Graver Tank 판결의 법리와 그 반대의견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Graver Tank 이후 Federal Circuit이 초기에 균등론을 어떻게 수용했는지, 그리고 1987년 어떤 계기로 접근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는지를 두 단계에 걸쳐 추적합니다.

첫 번째 단계는 Hughes Aircraft Co. v. U.S.로 대표되는 초기 Federal Circuit의 전통적·전체적 균등론입니다. 두 번째 단계는 1987년 Pennwalt Corp. v. Durand-Wayland, Inc.로 상징되는 구성요소별 접근(element-by-element approach)으로의 전환입니다. 이 두 흐름 사이의 긴장과 대립을 이해하는 것이 현대 균등론과 회피설계 전략 전체의 토대가 됩니다.


III. 초기 Federal Circuit의 균등론 — Hughes Aircraft의 전통적 접근

Federal Circuit은 처음 5년간 전통적 균등론을 따랐다

1982년 설립된 Federal Circuit은 처음 약 5년 동안 균등론에 대해 비교적 일관되게 전통적 접근(traditional approach)을 유지했습니다. 이는 Graver Tank 판결이 확립한 정신, 즉 청구항의 형식보다 발명의 실질을 중시하고, 청구항 전체(claim as a whole)와 피고 장치 전체(accused device as a whole)를 비교하는 방식입니다.

이 시기 균등론을 다룬 가장 중요한 판례가 Hughes Aircraft Co. v. U.S., 717 F.2d 1351 (Fed. Cir. 1983)입니다. 이 판결은 이후 Pennwalt에서 등장할 구성요소별 접근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적인 대비점이 됩니다.

Hughes Aircraft 사건의 구조

사건의 대상 특허(Williams 특허)는 지구 정지 위성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위성의 순간 회전각(instantaneous spin angle)을 지상 컴퓨터(ground computer)가 결정하고, 그에 따라 제트(jets)를 조정하여 위성의 자세를 유지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선행기술인 McLean은 온보드 컴퓨터(on-board computer)를 사용하고 지상 제어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피고 우주선(S/E spacecraft)은 온보드 컴퓨터와 지상 제어를 결합한 구조였습니다. 온보드 컴퓨터가 태양 센서 신호를 처리하고 계산값을 지상 제어소로 전송하면, 지상 제어소가 조정 여부를 결정하고 그 명령은 위성 내부 컴퓨터에 저장된 뒤 나중에 실행되었습니다.

이러한 구현 방식의 차이 때문에 Hughes는 재판에서 문언침해(literal infringement)가 없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균등론상 침해(infringement under the doctrine of equivalents) 여부를 판단해야 했습니다.

7가지 유사점과 선행기술 McLean과의 비교

Federal Circuit은 Williams 특허 위성과 피고 위성 사이의 유사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1. 둘 다 회전 안정화(spin stabilized)된 위성이다.
  2. 둘 다 주변부에 제트(jet)를 가지고 있으며, 유체를 회전축과 실질적으로 평행하게 분출한다.
  3. 둘 다 순간 회전각 위치(ISA position)를 감지하기 위해 태양 센서(sun sensors)를 사용한다.
  4. 둘 다 고정된 외부 좌표계에 대한 방향 정보를 필요로 한다.
  5. 둘 다 지상과 통신하기 위한 무선 장비(radio equipment)를 포함한다.
  6. 둘 다 회전률과 태양각 정보를 지상 요원에게 전송한다.
  7. 둘 다 제트 분사가 순간 회전각 위치와 동기화되어 세차운동(precession)을 제어한다.

결정적으로, 선행기술 McLean에는 이 7가지 유사점 중 1번과 2번만 존재했습니다. 피고 위성은 McLean보다 Williams 특허에 훨씬 가까웠습니다. 이 비교 구조가 균등침해 인정의 핵심 근거가 되었습니다.

이것은 균등론 판단에서 매우 중요한 방법론을 보여줍니다. 피고 장치가 선행기술보다 특허발명에 더 가까울수록 균등침해 가능성은 커지고, 선행기술에 더 가까울수록 균등론 주장은 약해집니다.

단일 구성요소 균등성과 발명 전체 고려의 병존

Hughes Aircraft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원칙을 확립합니다. 피고 제품이 청구항의 단 하나의 구성요소에서만 다를 경우에는 그 단일 구성요소의 균등성을 살펴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균등론 판단에서는 발명 전체(invention as a whole)를 고려해야 합니다.

이는 오해하기 쉬운 지점입니다. 초기 Federal Circuit이 전체적 접근을 취했다고 해서 개별 구성요소 분석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닙니다. 문언침해 판단 단계에서는 여전히 구성요소별 분석을 합니다. 다만, 문언침해가 부정된 뒤 균등론 판단에서는 청구항 전체와 피고 장치 전체의 실질적 등가성을 넓게 보았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Hughes Aircraft 분석의 2단계 구조

Federal Circuit은 Hughes Aircraft에서 다음과 같은 2단계 분석 구조를 제시했습니다.

문언침해 판단에서 구성요소별 분석을 마치고 문언침해가 없다고 판단된 후, 균등론상 침해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적절하다. 이때 균등론 판단은 청구항 전체(claim as a whole)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 쟁점은 피고 장치 전체를 보았을 때 그것이 청구된 장치 전체와 균등한지 여부이다.

이에 따르면, 1단계(문언침해)에서는 청구항 구성요소별 비교를 하고, 2단계(균등침해)에서는 청구항 전체와 피고 장치 전체의 실질적 균등성을 검토합니다. 이 구조는 특허권자에게 유리합니다. 피고가 특정 요소를 다르게 구현했더라도, 전체 시스템이 청구발명의 기능과 작동을 실질적으로 수행한다면 균등침해가 인정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요소가 다르게 작동해도 전체로는 균등할 수 있다

Hughes Aircraft의 특허권자 친화적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원칙은 다음입니다.

피고 장치가 청구항의 문언상 충족되지 않는 특정 구성요소와 비교하여 상당히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요소를 사용하더라도, 청구항 전체를 고려하면 피고 장치가 실질적으로 동일한 기능을 실질적으로 동일한 방식으로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Hughes Aircraft에서 온보드 컴퓨터는 Williams 특허의 지상 컴퓨터와 역할 분담이 달랐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전체적으로 보면 피고 위성이 Williams 발명의 가르침을 현대 컴퓨터를 통해 간접적으로 수행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출원경과 금반언의 한계와 균등론의 범위

법원은 출원경과 금반언(prosecution history estoppel)으로 인해 Hughes가 McLean 구조까지 포섭하거나 펄스 제트를 사용하는 모든 구조까지 포함할 정도로 넓은 청구항 해석을 얻을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럼에도 법원은 피고 S/E 우주선이 McLean보다 Williams 특허에 훨씬 더 가깝다는 점을 확인하며 균등침해를 인정했습니다. 균등론은 선행기술을 포섭할 수 없고, 출원 과정에서 포기한 범위도 주장할 수 없지만, 그 한계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는 특허권자에게 유리하게 작동한 것입니다.

Hughes Aircraft의 결론과 역사적 의미

법원은 최종적으로 정부가 Williams가 직접 하도록 가르친 것을 현대 컴퓨터를 이용하여 간접적으로 수행했다고 보아 균등론상 침해를 인정했습니다. 이것이 초기 Federal Circuit 접근의 요체입니다.

항목 Hughes Aircraft (초기 접근)
대표 판례Hughes Aircraft Co. v. U.S., 717 F.2d 1351 (Fed. Cir. 1983)
청구발명지상 컴퓨터가 위성 순간 회전각을 결정하고 제트를 조정
선행기술McLean — 온보드 컴퓨터 사용, 지상 제어 없음
피고 장치온보드 컴퓨터 + 지상 제어 조합
문언침해없음 (Hughes가 인정)
균등침해있음
핵심 접근claim as a whole vs. accused device as a whole
핵심 표현현대 컴퓨터로 Williams가 직접 가르친 것을 간접 수행

IV. Pennwalt — 균등론의 전환점

1987년 두 판결이 균등론을 바꾸다

Hughes Aircraft로 대표되는 전통적 접근은 1987년 두 판결에 의해 근본적으로 흔들립니다. 그 두 판결이 바로 Perkin-Elmer Corp. v. Westinghouse Electric Corp.Pennwalt Corp. v. Durand-Wayland, Inc.입니다.

핵심 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Hughes Aircraft에서는 청구항 전체(claim as a whole)와 피고 장치 전체를 비교했습니다. 그러나 이 두 판결 이후에는 청구항의 각 구성요소별로 피고 장치의 대응 구성 또는 균등물이 존재하는지를 따지는 구성요소별 접근(element-by-element approach)이 강화됩니다.

Perkin-Elmer: 전환의 예고

Perkin-Elmer 사건에서 문제 된 청구항은 무전극 방전램프(electrodeless discharge lamp, EDL)를 위한 공진 결합기(resonant coupler)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피고 장치는 특허권자의 상업 제품을 거의 복제한 것으로 보였지만, 청구항의 핵심 구성요소인 오토트랜스포머형 탭 결합(auto transformer-type tap coupling) 대신 트랜스포머형 루프 결합(transformer-type loop coupling)을 사용했습니다.

다수의견은 비침해를 인정했습니다. 피고 장치가 특허제품을 거의 복제했다는 사정보다 청구항의 특정 구성요소인 tap coupling의 부재 또는 비균등성에 더 큰 비중을 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다수의견은 다음과 같이 보았습니다. "발명의 본질(gist, essence, heart)"을 고려한다는 판례 표현이 청구항의 구체적 한정사항을 중요하지 않거나 무의미한 것으로 무시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혀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청구항 중심주의의 강화를 의미합니다.

Newman 판사: 선례 변경은 en banc로 다루어야 한다

Perkin-Elmer 반대의견에서 Newman 판사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습니다.

다수의견이 정말로 균등론에 관한 Federal Circuit 선례를 재정의하려는 것이라면, 이 중요한 문제는 공공정책의 문제로 정면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특허 이용자 공동체는 판례가 법적으로 폐기되기 전까지 기존 판례를 신뢰할 권리가 있다.

Newman의 문제의식은 명확합니다. Perkin-Elmer 다수의견이 실질적으로 Hughes Aircraft를 바꾸고 있으면서도 그 점을 정면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균등론의 변화는 기업의 설계회피 전략, 라이선스 협상, 소송 전략, 청구항 작성 전체에 직접 영향을 미치므로, 패널 판결의 각주처럼 처리할 것이 아니라 전원합의체(en banc)로 명시적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Pennwalt: en banc로 불일치를 해결하다

법원은 Pennwalt에서 Newman 판사가 요구한 바로 그 일을 했습니다. 전원합의체로 이 문제를 다루었고, 다수의견(7대 4)은 Hughes Aircraft 접근과 Perkin-Elmer 접근 사이의 불일치를 해결하면서 Perkin-Elmer 쪽에 섰습니다.

Pennwalt 다수의견의 핵심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균등론상 균등성을 판단할 때 피고 장치는 청구항과 비교되어야 하되, 전체 대 전체 방식이 아니라 구성요소별(element-by-element)로 비교해야 한다. 청구항의 단일 구성요소 또는 그러한 구성요소의 기능이 피고 장치에 없으면, 균등성은 인정될 수 없다.

이 법리의 실무적 의미는 큽니다. 특허권자는 더 이상 "전체적으로 발명을 모방했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각 청구항 구성요소별로 피고 제품에 동일물 또는 균등물이 있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반면 설계회피자는 청구항 구성요소 중 하나를 실질적으로 다르게 만들어 비침해 방어 가능성을 높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Pennwalt 사실관계: 과일 선별기와 continuous position indicating means

Pennwalt 특허는 과일을 색상·무게 또는 그 조합에 따라 선별하는 장치(sorter)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청구항에는 여러 "수단(means)"이 포함되었는데, 그중 핵심 쟁점이 된 구성이 연속 위치 표시 수단(continuous position indicating means)이었습니다. 이 기능은 컨베이어 위 각 과일의 위치를 연속적으로 추적하여 색상·무게 데이터와 연결하고, 적절한 시점에 배출기를 작동시키는 데 필수적이었습니다.

피고 선별기에는 이와 같은 연속 위치 표시 수단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문언침해는 부정되었습니다. 그런데 피고 장치에는 큐 포인터(queue pointer)가 있었습니다. 이 포인터는 공정 중 특정 위치의 과일에 관한 색상·무게 데이터가 저장된 메모리 위치를 가리켰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이 정보를 위치 표시자로 사용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피고 장치에서 queue pointer 데이터의 실제 기능은 물품이 무게 저울에 도달한 후 색상 기준값과 비교하는 것이었습니다. 연속 위치 표시 기능을 수행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다수의견은 이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어떤 구성요소가 청구항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피고 장치에서 실제로 그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한 것입니다. continuous position indicating function이 없으므로 균등론상 침해도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반대의견: Graver Tank와 Hughes는 전체 발명을 보라고 한다

Bennett 판사 등 반대의견은 Hughes에서 표현된 "청구된 발명 전체(claimed invention as a whole)"에 대한 균등론 적용이 Graver Tank의 정책에 내재되어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Graver Tank가 요구하는 것처럼 어떤 성분이 특허에서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는지, 다른 성분들과 결합했을 때 어떤 성질을 가지는지 판단하려면, 단순한 구성요소별 비교가 아니라 청구항 전체를 하나로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Newman 판사는 한발 더 나아가 Pennwalt 다수의견이 Federal Circuit과 연방대법원의 주요 선례와 표면적으로 모순되는 균등론 관점을 채택했으며, 법원의 형평적 권한을 급격히 축소했다고 비판했습니다.

Spectra: 법이 바뀐 것처럼 보이다

1988년 2월, Pennwalt 이후 첫 판시인 Spectra Corp. v. Lutz에서 법원은 청구항의 한 구성요소 기능에 차이가 있다는 이유로 Pennwalt를 인용하며 균등론상 침해가 없다는 약식판단(summary determination)을 유지했습니다. 이로써 Pennwalt가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판단에 즉각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Corning Glass: Pennwalt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러나 Corning Glass Works v. Sumitomo는 Pennwalt를 단순화해서 이해하면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Nies 판사는 all-elements rule이 적용된다고 하면서도, 청구항의 한 구성요소가 피고 구조에 직접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균등침해를 인정했습니다.

이 사건의 기술은 광도파관(optical waveguide)이었습니다. 청구항은 코어(core)에 양성 도펀트(positive dopant)를 추가하여 코어의 굴절률이 클래딩(cladding)보다 높도록 하는 구조였습니다. 피고 S-3 fiber는 코어에 양성 도펀트가 없었고, 대신 클래딩에 음성 도펀트(negative dopant)를 사용했습니다. 코어의 굴절률을 올리는 방법 대신 클래딩의 굴절률을 낮추는 방법을 택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코어와 클래딩 사이의 굴절률 차이를 만든다는 기술적 역할은 유사했고, 법원은 이를 균등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Corning Glass는 다음과 같은 핵심 원칙을 정리합니다.

  • all-elements rule에서 "elements"는 청구항의 물리적 부품이 아니라 청구항 한정사항(limitation)의 의미로 사용된다.
  • 청구항의 모든 한정사항에 대한 균등물은 피고 장치 어딘가에서 발견되어야 하지만, 반드시 청구항의 대응 구성요소와 같은 위치나 같은 부품에 있을 필요는 없다.
  • 균등성은 발명의 맥락에서 평가되어야 한다.

실무적 결론: Pennwalt만 믿고 비침해 의견을 쓰면 위험하다

Corning Glass를 고려하면, 비침해 의견서를 작성할 때 Pennwalt와 청구항 구성요소의 부재만을 근거로 삼는 것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는 설계회피 실무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부족한 분석 필요한 분석
"청구항의 A 요소가 없다" "A 요소 또는 그 실질적 균등물이 피고 제품 어디에도 없다"
"대응 부품이 없다" "다른 부품 또는 조합이 A 한정의 기능·방식·결과를 수행하지 않는다"
"Pennwalt상 비침해" "Pennwalt와 Corning Glass를 모두 고려해도 비침해"

III·IV 섹션의 역사적 대비와 시사점

두 섹션을 종합하면 균등론의 역사적 흐름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구분 Hughes Aircraft (초기) Pennwalt 이후
비교 단위 청구항 전체 ↔ 피고 장치 전체 구성요소별 1:1 대응
균등론 문턱 상대적으로 낮음 높아짐
후발 기술 특허발명의 가르침을 간접 수행하면 침해 가능 각 구성요소별 균등물 존재 필요
특허권자 유리 불리 (입증 부담 증가)
설계회피자 불리 유리 (특정 기능 제거로 방어 가능)

그러나 Pennwalt 이후에도 균등론은 폐기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청구항 한정사항별 균등물의 존재를 더 엄격히 요구하는 방향으로 바뀌었습니다. Corning Glass가 보여주듯, 균등물은 청구항의 대응 부품이 아닌 피고 장치의 다른 위치나 조합에서 발견될 수도 있습니다.

비침해 의견서나 설계회피 전략을 수립할 때는 다음 질문들을 체계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1. 청구항의 각 구성요소(한정사항)는 무엇인가?
  2. 피고 제품에 문언상 동일한 구성요소가 있는가?
  3. 없다면, 그 구성요소의 기능을 수행하는 균등물이 있는가?
  4. 그 균등물이 대응 부품이 아닌 다른 위치나 조합에 존재하는가?
  5. 피고 제품의 해당 구성은 실제로 그 기능을 수행하는가, 아니면 단지 수행 가능할 뿐인가?
  6. 차이가 기능(function), 방식(way), 결과(result) 중 어디에서 실질적인가?
  7. 선행기술이나 출원경과 금반언이 균등범위를 제한하는가?

다음 편에서는 Pennwalt가 제공한 설계회피 메시지가 실제 판례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특히 Slimfold, Laitram, London 등의 사건에서 기능(function)과 결과(result)가 같더라도 방식(way)이 다르면 균등침해가 부정될 수 있다는 흐름이 어떻게 강화되는지를 다룰 예정입니다.


관련 해설 영상

© 2026 All rights reserved. 본 콘텐츠는 교육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 법적 판단을 위해서는 전문가의 자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특허 회피설계 강좌] 제9장 균등침해 법리의 시작 GRAVER TANK 사건

균등침해 회피설계 II — Graver Tank: 미국 균등론의 출발점 | 특허 회피설계 강좌 제9장

균등침해 회피설계 II
Graver Tank — 미국 균등론 법리의 출발점

이번 편에서는 미국 균등론(doctrine of equivalents)의 대명사로 불리는 Graver Tank & Mfg. Co. v. Linde Air Products Co. 판결을 깊이 들여다봅니다. 1950년 연방대법원이 내린 이 판결은 왜 70년이 지난 지금도 균등론의 기점으로 인용되는지, 그리고 판결 안에 이미 상반된 두 가치의 긴장이 어떻게 내재해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Graver Tank & Mfg. Co. v. Linde Air Products Co.
339 U.S. 605, 85 USPQ 328 (1950) · 미국 연방대법원

A. 균등론의 정책적 근거 — 두 가치의 긴장

균등론은 처음부터 단순한 기술적 판단 기준이 아닙니다. 특허법이 오래전부터 인정해 온 두 가지 핵심 정책 사이의 균형 문제에서 출발합니다.

한쪽에는 공중의 고지 기능(notice function)이 있습니다. 특허권은 제한된 배타권(limited right to exclude)이므로, 경쟁자와 공중은 청구항을 읽고 "어디까지가 금지 영역이고 어디서부터가 자유로운 기술 공간인지"를 알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35 U.S.C. § 112 제2문단이 청구항의 명확성을 요구하는 이유입니다.

다른 한쪽에는 발명자의 실질적 보호가 있습니다. 미국 헌법에 구현된 특허법의 목적은 발명자에게 그 발명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는 것입니다. 법원은 오래전부터 형식(form)보다 실질(substance)이 우선해야 한다고 인정해 왔습니다.

공중 보호 논리 발명자 보호 논리
청구항은 권리범위를 명확히 알려야 한다 청구항 문언의 사소한 회피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
경쟁자는 청구항을 보고 설계회피할 수 있어야 한다 말장난으로 발명의 이익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 실질적 정의가 중요하다

Graver Tank의 핵심은 이 판결이 균등론을 일방적으로 특허권자에게 유리한 법리로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출발점부터 두 가치 사이의 균형 문제로 접근합니다. 이 긴장은 이후 Federal Circuit의 수십 년 판례 역사를 관통하는 근본 문제이기도 합니다.

언어주의(Verbalism)를 넘어 — 균등론이 생겨난 이유

연방대법원은 Graver Tank에서 균등론이 필요한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합니다.

"노골적이고 정면적인 복제는 단순하고 매우 드문 침해 유형이다. 그런 복제만 금지한다면 발명자는 언어주의(verbalism)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되고, 실질이 형식에 종속될 것이다. 이는 발명자에게 발명의 이익을 박탈하고, 특허제도의 주요 목적 중 하나인 발명의 공개(disclosure)보다 은폐(concealment)를 조장할 것이다. 균등론은 이러한 경험에 대응하여 발전하였다. 이 법리의 본질은 누구도 특허에 대한 사기(fraud on a patent)를 행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 문단에서 핵심 표현은 "at the mercy of verbalism"입니다. 청구항은 언어로 쓰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불완전합니다. 기술은 다양하게 변형될 수 있고,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대체 수단은 무수히 많습니다. 경쟁자가 청구항의 단어 하나만 교묘히 바꾸어 발명의 실질을 가져간다면, 문언만 보아 비침해라고 하는 것은 불합리합니다.

또한 연방대법원은 균등론을 발명의 공개 유인과 연결합니다. 특허제도는 공개의 대가로 배타권을 부여합니다. 그런데 공개된 발명을 경쟁자가 형식적으로만 변형하여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면, 발명자는 발명을 공개할 유인 자체를 잃게 됩니다. "fraud on a patent"는 실제 사기죄가 아니라, 특허제도의 목적을 잠탈하는 실질적 모방을 비유한 표현입니다.


B. 사실관계 — Jones 특허와 Lincolnweld 660

Graver Tank 사건의 기술적 사실관계는 단순하면서도 균등론의 전형적인 구조를 보여줍니다.

Linde Air Products가 보유한 Jones 특허는 전기용접 조성물(flux)에 관한 것으로, 핵심 청구항은 알칼리 토금속 규산염(alkaline earth metal silicate)불화칼슘(calcium fluoride)의 조합을 요구했습니다. 특허 제품 Unionmelt Grade 20은 마그네슘 규산염(magnesium silicate)을 사용했습니다.

피고 Graver Tank의 제품 Lincolnweld 660은 망간 규산염(manganese silicate)을 포함했습니다. 문제는 망간(manganese)이 알칼리 토금속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피고 제품은 청구항 문언을 그대로 충족하지 않습니다.

항목 특허 제품 (Unionmelt Grade 20) 피고 제품 (Lincolnweld 660)
핵심 성분 마그네슘 규산염 (알칼리 토금속) 망간 규산염 (알칼리 토금속 아님)
문언침해 청구항 충족 불충족 — 문언침해 없음
작동 방식 동일 동일
용접 결과 같은 종류·품질 같은 종류·품질
쟁점 망간이 알칼리 토금속 규산염의 균등물인가?

function-way-result 테스트 — 전통적 균등성 판단 기준

연방대법원은 쟁점을 명확히 설정합니다. 마그네슘을 망간으로 대체한 것이 균등론 적용을 불가능하게 할 만큼 실질적인 변경(substantial change)인가, 아니면 그 상황에서 너무 비본질적이어서(so insubstantial) 균등론 적용이 정당한 변경인가?

이 질문을 판단하기 위해 연방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이 바로 이후 균등론의 전통적 테스트로 자리 잡은 function-way-result 테스트입니다.

Function-Way-Result Test (Graver Tank, 1950)
Function 피고 장치가 특허발명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가?
Way 그 기능을 실질적으로 동일한 방식으로 수행하는가?
Result 동일한 결과를 얻는가?

세 요소를 모두 충족하면 피고 제품은 특허발명의 균등물을 사용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테스트는 수학 공식처럼 기계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후속 판례에서 특히 "way"(방식) 요소가 매우 중요해집니다. 같은 기능과 결과를 얻더라도 작동 방식이나 구조가 실질적으로 다르면 균등성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균등성은 "공식의 포로"가 아니다 — 맥락적·종합적 판단

Graver Tank를 function-way-result 테스트로만 기억하면 판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놓칩니다. 연방대법원은 균등성 판단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무엇이 균등에 해당하는지는 해당 특허의 맥락, 선행기술, 그리고 사건의 구체적 사정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 특허법에서 균등성은 어떤 공식의 포로가 아니며, 맥락 없이 추상적으로 판단되는 절대적 개념도 아니다."

균등성은 물질이나 부품 자체의 추상적 동일성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해당 특허의 맥락에서, 해당 기능을 수행하는 데 있어, 당업자(person skilled in the art)가 두 수단을 상호 대체 가능하다고 인식했는지입니다.

망간과 마그네슘은 화학적으로 다른 원소입니다. 그러나 전기용접 플럭스라는 특정 맥락에서, 두 성분이 같은 목적과 기능을 수행하고 당업자가 이를 대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면 균등물로 볼 수 있습니다. 같은 두 물질이라도 배터리 양극재, 의약품, 반도체 등 다른 기술 분야에서는 전혀 다른 균등 판단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증거 평가 — 균등성은 사실(fact) 문제

연방대법원이 Lincolnweld 660에서 균등침해를 인정한 것은 추상적 법리가 아니라 구체적 증거에 기반했습니다.

  • 전문가 증언: 금속학자는 알칼리 토금속이 망간 광석에서 자주 발견되며, 용접 플럭스에서 같은 목적을 수행한다고 증언하였습니다.
  • 선행기술 특허: 마그네슘 규산염과 망간 규산염을 용접 플럭스에 동일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가르친 선행기술 특허 두 건이 있었습니다.
  • 독립 연구 증거의 부재: Lincolnweld가 독자적 연구와 실험의 결과로 개발되었다는 증거가 없었습니다. 법원은 이를 근거로 독립 발명이 아닌 모방으로 추론하였습니다.

연방대법원은 이러한 증거를 검토한 후 "균등론 적용에 이보다 더 적절한 사건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문언침해를 피하기 위한 변경은 "형식적인 것에 불과(colorable only)"하다고 평가하였습니다.

이 대목은 실무적으로 중요합니다. 균등성은 법리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전문가 증언, 선행기술 문헌, 제품 개발 경위, 내부 문서 등 실질적 증거가 균등 판단을 뒷받침하거나 반박할 수 있습니다.


C. Black 대법관의 반대의견 — 청구항 중심주의와 예측 가능성

Graver Tank 다수의견만큼 중요한 것이 Black 대법관의 반대의견입니다. 이 반대의견은 현대 Federal Circuit이 균등론을 제한해 온 논리의 원형(prototype)을 제공합니다.

① 청구항이 권리범위의 기준이다

Black은 균등론이 발명을 "명확하고 특정적으로 청구해야 한다"는 법률상 요건(35 U.S.C. § 112)과 충돌한다고 보았습니다. 그의 논리는 명쾌합니다. 특허권자에게 부여되는 권리의 범위를 정하는 것은 청구항입니다. 명세서에 망간 규산염의 사용이 기재되어 있더라도, 그것을 청구항을 확장하는 데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특정적으로 청구되지 않은 것은 공중에게 바쳐진 것이다 (What is not specifically claimed is dedicated to the public)." — Black 대법관

② 균등론은 경쟁자의 예측 가능성을 해친다

Black은 균등론이 제조업자들로 하여금 법원이 청구항을 어떻게 해석할지 예측하기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우려했습니다. 경쟁자는 청구항을 읽고 설계회피를 했는데, 나중에 법원이 "실질적으로 같다"고 판단한다면 청구항의 고지 기능은 사실상 공허해집니다. 이 불확실성은 연구개발 투자와 시장 경쟁을 위축시킵니다.

③ 재발행(reissue) 제도가 있다

Black은 특허권자가 청구항을 너무 좁게 작성한 실수는 법이 정한 재발행(reissue) 제도를 통해 수정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이 균등론으로 청구항을 사후에 넓혀 주면, 의회가 재발행에 대해 부과한 엄격한 요건과 제한을 우회하는 결과가 됩니다.

Black 반대의견의 핵심 명제 — 현대 균등론 제한의 원형
  • 특허권 범위는 청구항이 정한다. 명세서로 청구항을 확장할 수 없다.
  • 청구되지 않은 것은 공중의 자유 영역이다.
  • 균등론의 예측 불가능성은 경쟁을 해친다.
  • 청구 실수는 재발행 제도로 해결해야 한다. 법원의 사후 확장은 부당하다.
  • 무효로 판단된 넓은 청구항 범위를 균등론으로 사실상 회복해서는 안 된다.

이 반대의견이 후대에 얼마나 중요해졌는지는, 이후 Introduction에서 정리한 Federal Circuit의 네 가지 변화를 떠올리면 알 수 있습니다. 청구항의 고지 기능 중시, 특정적 배제(specific exclusion) 원리, 구성요소별 접근 — 이 모든 흐름의 정책적 뿌리가 Black의 반대의견에 있습니다.


Graver Tank가 남긴 과제

1950년 연방대법원은 Graver Tank에서 균등론 적용의 정책과 지침을 명확히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이 지침은 매우 유연하고 맥락적입니다. 따라서 후속 법원이 이를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균등론의 실제 범위가 달라집니다.

1982년 이후 특허 항소 사건은 Federal Circuit이 전속적으로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Graver Tank의 원칙을 실제 사건에 적용하고 구체화하는 역할은 Federal Circuit의 과제가 된 것입니다.

그 과제의 답은, 앞선 편에서 정리했듯이, 균등론을 점차 제한하는 방향이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초기 Federal Circuit이 Graver Tank의 전통적 접근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그리고 어느 시점에 전환이 시작되었는지를 살펴봅니다.

실무적 시사점 정리

  • 문언침해가 없다고 곧바로 비침해가 아닙니다. 대체 구성요소가 동일한 기능을 같은 방식으로 수행하여 같은 결과를 내고, 당업자가 대체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면 균등침해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 균등성은 증거 문제입니다. 전문가 증언, 선행기술 문헌, 제품 개발 경위, 내부 문서가 모두 중요합니다.
  • 청구항 작성이 결정적입니다. 보호받고 싶은 대체재가 있다면 청구항에 포함시키거나, 명세서와 종속항 전략을 통해 보호 가능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 설계회피는 단순한 명칭 변경으로는 부족합니다. 성공적인 설계회피는 기능·방식·결과 중 특히 방식과 구조에서 실질적 차이를 만들어야 합니다.
  • Black 반대의견을 함께 읽어야 합니다. Graver Tank를 다수의견만으로 이해하면 균등론의 현대적 제한 흐름을 놓치게 됩니다.

관련 해설 영상


다음 편 예고

다음 편에서는 III. The Early Federal Circuit Approach to DOE를 다룹니다. Graver Tank 이후 Federal Circuit이 초기에 균등론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특히 Hughes Aircraft 사건에서 청구항 전체와 피고 장치 전체를 비교하는 전통적 접근을 어떻게 유지했는지를 살펴봅니다. 이 섹션은 다음 IV. Pennwalt에서 등장할 구성요소별 접근(element-by-element approach)으로의 전환을 이해하기 위한 대비점입니다.

본 강좌는 Patrick G. Burns et al., Designing Around Valid U.S. Patents (Patent Resources Group, Inc., 2005)를 기반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 2026 All rights reserved.

AI 특허 전쟁의 새로운 방어선: SAIL 재단 해부와 한국의 선택

AI 특허 전쟁의 새로운 방어선: SAIL 재단 해부와 한국의 선택 IP Strategy & Policy Brie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