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PS Actions 8–10 무형자산 가이드: 국제 이전가격 원칙과 국내 모기업을 위한 실무 지침
1. 서론: 무형자산 중심 경제와 글로벌 조세 거버넌스
현대의 글로벌 경제에서 무형자산(Intangible Assets)은 기업 경쟁력과 수익 창출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다. 특허기술, 노하우, 브랜드, 소프트웨어, 데이터, 고객관계 및 독점적 사업정보와 같은 무형자산은 유형자산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초과수익과 기업가치를 창출한다. 이에 따라 다국적 기업이 창출한 이익을 어느 국가의 어느 법인에 귀속시키고 과세할 것인지는 국제조세(International Taxation)와 이전가격(Transfer Pricing) 분쟁의 중심적 쟁점으로 부상하였다.
과거에는 다국적 기업이 지식재산권의 법적 소유권을 저세율 국가의 계열회사에 집중시키고, 다른 국가의 제조법인이나 판매법인으로부터 로열티(Royalty)를 수취하는 방식으로 상당한 이익을 해당 법인에 귀속시키는 구조를 활용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식재산권을 명목상 보유한 법인이 무형자산의 개발, 관리 및 사업화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지 않음에도 단지 계약과 법적 소유권만을 근거로 초과이익의 대부분을 보유하는 구조는 이전가격상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려워졌다.
OECD와 G20은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하여 BEPS(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프로젝트의 Actions 8–10을 통해 무형자산, 위험 및 고위험 거래에 관한 이전가격 원칙을 개편하였다. 그 핵심 목적은 특수관계기업(Related Parties) 간 이전가격 결과가 계약의 외형이나 권리의 명목상 귀속에 머무르지 않고, 각 계열회사가 실제로 수행한 경제활동과 가치 창출에 부합하도록 하는 데 있다.
이러한 원칙 아래에서는 무형자산의 법적 소유권이 여전히 중요한 분석의 출발점이 되지만, 법적 소유권만으로 모든 수익의 귀속이 결정되지는 않는다. 무형자산의 개발·향상·유지·보호·활용, 즉 DEMPE 기능을 누가 실제로 수행하는지, 해당 기능을 누가 통제하는지, 관련 위험을 어느 법인이 실질적으로 부담하고 관리하는지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정상가격에 따른 보상을 결정하여야 한다.
분석의 핵심은 무형자산을 어느 법인이 명목상 보유하고 있는지가 아니라, 각 계열회사가 무형자산의 가치 형성 및 사업화 과정에 어떠한 실질적 기여를 하였는지를 확인하는 데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국내 모기업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국내 모기업이 연구개발, 특허 포트폴리오의 형성, 브랜드 전략, 기술보호, 제품사업화 및 글로벌 라이선스 정책을 실질적으로 주도하면서도 그 기능과 통제관계가 계약서, 조직체계 및 이전가격 문서에 적절히 반영되어 있지 않다면, 해외 과세당국과의 분쟁에서 모기업의 이익 귀속을 충분히 방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반대로 해외 자회사가 현지 제품개발, 마케팅 무형자산의 형성 또는 기술 현지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였다면, 국내 모기업이 법적 IP 소유자라는 이유만으로 관련 이익 전부를 국내에 귀속시키는 구조 역시 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글로벌 IP 전략은 특허권과 상표권의 명의 배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연구개발 의사결정, 예산 승인, 위험 통제, 기술보호, 라이선스 협상, 브랜드 관리 및 사업화 기능을 누가 수행하는지를 조직·계약·회계·세무 문서 전반에 일관되게 반영하여야 하며, 특허 라이선스, 기술이전, 연구개발용역, 비용분담약정, 공동개발, 제조 및 유통 거래를 하나의 글로벌 가치사슬 안에서 통합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전가격(Transfer Pricing)과 관세평가(Customs Valuation)는 서로 연관되어 있으면서도 법적 목적과 적용기준이 서로 다른 제도라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이전가격은 특수관계기업 간 거래에서 각 법인에 귀속될 과세소득을 정상가격 원칙에 따라 배분하는 문제인 반면, 관세평가는 수입물품의 과세가격과 로열티 등 가산요소를 관세법상 기준에 따라 산정하는 문제이다. 기업은 동일한 거래에 대하여 이전가격, 원천징수 및 관세평가가 서로 모순되지 않도록 관리하되, 각 제도의 고유한 판단기준에 따라 별도의 분석과 문서화를 수행하여야 한다.
2. BEPS Action 8: 무형자산의 정의와 이전가격 원칙의 재정립
이전가격(TP, Transfer Pricing) 목적상 무형자산은 회계상 자산 계상 여부나 법적 등록 상태보다 '경제적 가치'와 '독립된 제3자 간 거래 시 보상 가능성'에 집중하여 광범위하게 정의된다. OECD 가이드라인에 따른 무형자산의 4대 요건은 다음과 같다.
- 비금융/비물리적 자산: 물리적 형태가 없으며 금융 자산이 아닐 것.
- 소유/통제 가능성: 상업적 활동에 사용하기 위해 소유하거나 통제할 수 있을 것.
- 상업적 사용: 상업적 활동에서 사용 가치가 있을 것.
- 보상 대상: 독립된 제3자 간의 거래라면 대가가 지급되었을 항목일 것.
| 분류 | 주요 항목 (예시) | 이전가격 실무상 시사점 |
|---|---|---|
| 무역 무형자산 (Trade Intangibles) |
특허(Patents), 노하우, 영업비밀, 독점적 제조 공정 | R&D 활동에 따른 기술 라이선싱 및 제품 가격 결정의 핵심 |
| 마케팅 무형자산 (Marketing Intangibles) |
상표권(Trademarks), 브랜드명, 로고 | 현지 유통법인의 마케팅 투자에 대한 수익 배분 기준 |
전문가적 유의사항: 이전가격 실무에서는 회계상 자산이 아닌 '고객 리스트'나 '네트워크 효과'도 무형자산으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러나 '그룹 시너지(Group Synergies)'는 무형자산이 아님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OECD는 그룹 시너지를 소유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비교가능성 요소(Comparability Factor)'로 규정하므로, 이를 무형자산으로 오인하여 과도한 가치를 부여할 경우 세무조사 시 취소될 위험이 크다.
3. 가치 창출의 핵심: DEMPE 프레임워크와 수익 배분 원칙
법적 소유권과 경제적 실질의 분리는 현대 이전가격 전략의 핵심이다. 무형자산에서 발생하는 잔여 이익(Residual Profit)을 누가 수취할 것인가는 DEMPE 분석에 의해 결정된다.
DEMPE 프레임워크와 '위험에 대한 통제'
- Development (개발): 초기 생성 및 R&D 활동.
- Enhancement (개선): 가치 증대를 위한 업그레이드.
- Maintenance (유지): 가치 하락 방지 및 관리.
- Protection (보호): 법적 권리 등록 및 침해 대응.
- Exploitation (활용): 실제 수익 창출 활동.
단순히 자금만 지원하는 '현금함(Cash Box)' 법인은 무형자산 수익의 주인이 될 수 없다. DEMPE 기능을 직접 수행하거나, 외주 시에도 해당 활동을 실질적으로 지휘하고 관련 위험을 통제(Control over Risk)하는 주체가 잔여 이익을 배분받아야 한다. 실질적 통제권이 없는 단순 펀더(Funder)는 무위험 수익률(Risk-free Return) 수준의 제한된 보상만을 기대할 수 있다.
미국 판례를 통한 방법론의 충돌: Medtronic 및 Coca-Cola
최근 미국 판례에서는 '최선의 방법 원칙(Best Method Rule)'을 둘러싼 과세당국(IRS)과 납세자의 전략적 대립이 두드러진다.
- IRS의 선호 — CPM: 대다수 케이스에서 IRS는 '비교가능이익법(CPM/TNMM)'을 통해 현지 법인의 이익률을 루틴하게 묶고 잔여 이익을 본국으로 회수하려 한다.
- 납세자의 선호 — CUT: 기업들은 '비교가능 미통제 거래법(CUT)'을 통해 외부 라이선스 사례와 비교하며 보다 높은 로열티를 정당화하려 한다.
전문가적 관점에서 볼 때, 단순한 계약서보다 DEMPE 기능 분석을 통해 CUT의 비교가능성을 보완하는 것이 방어 전략의 핵심이다.
4. 특수 거래 구조: HTVI 관리 및 비용분담약정(CCA)
불확실성이 높은 초기 단계 무형자산 거래는 과세당국의 사후적 검증(Ex post) 위험에 노출된다.
HTVI(Hard-to-Value Intangibles)와 입증 책임
평가가 어려운 무형자산(HTVI) 규정에 따라, 과세당국은 거래 당시의 예측치와 실제 사후 성과가 크게 다를 경우 사후적 결과를 근거로 이전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가진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거래 시점의 합리적 예측 근거(Ex ante)를 정교하게 문서화하고, 예측과 결과의 차이가 통제 불가능한 외부 요인에 의한 것임을 입증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비용분담약정(CCA, Cost Contribution Arrangement) 실무 체크리스트
공동 IP 개발 시 활용되는 CCA 구조는 참여자들의 기여도와 기대 편익이 팔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에 부합함을 증명해야 한다. 필수 문서화 항목은 다음과 같다.
- 참여 주체 간의 구체적인 DEMPE 기능 분담 내역
- 각 참여자의 자산 기여 및 직접/간접 분담 비용
- 기대 편익(Expected Benefits) 산정 방법론 및 합리적 근거
- Buy-in/Buy-out 규정: 신규 참여 시의 진입 대가 및 탈퇴 시의 지분 양도 대가 산정 로직 (독립된 제3자 간 거래 조건 준용)
5. 이전가격과 관세평가의 충돌: "The Cold War"와 대응 전략
이전가격(TP) 조정은 종종 관세(Customs) 당국과의 '냉전'을 초래한다. TP는 기업 전체의 이익률을 보지만, 관세는 개별 '거래 가격(Transaction Value)'을 기준으로 과세하기 때문이다.
- Berry Ratio의 함정: TP 목적상 '베리 비율(Berry Ratio)'을 사용할 경우, 비용이 높은 법인은 더 많은 이익을 배분받아야 한다. 그러나 관세 당국은 '이익+비용' 전체를 벤치마킹하므로, 비용이 높은 법인이 많은 이익까지 가져가면 수입 단가가 지나치게 낮게 설정된 것으로 간주하여 관세를 추징할 수 있다.
- 말레이시아 WWM 사례와 시사점: 본사의 공격적 마케팅 비용 지원으로 현지 이익률이 낮아지자 소급적으로 TP 조정을 단행했던 WWM사는 관세 당국으로부터 막대한 가산세를 부과받았다. 그러나 WWM은 조정액 중 상당 부분이 '수입 이후 활동(Post-importation Activities)'과 관련되었음을 입증함으로써 대응에 성공했다. 이는 TP 조정 시 관세 영향을 분리해내는 논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 한국 관세청(KCS, Korea Customs Service)의 성향: 한국 관세 당국은 전문성이 매우 높으며, 수입 물품 가격에 내재된 무형자산 로열티를 '사후 지급액'으로 보아 관세를 추징하는 데 매우 공격적이므로 세심한 사전 준비가 필수적이다.
6. 한국 대법원 최신 판례 분석: 국내 미등록 특허권과 원천징수(WHT)
국내 모기업이 반드시 주목해야 할 법리 변화는 202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21두59908)이다.
| 구분 | 종전 법리 (33년간 유지) | 변경 법리 (2025년 전원합의체) |
|---|---|---|
| 핵심 원칙 | 등록주의 · 속지주의 | 국내에서의 실질적 사용 |
| 과세 여부 | 국내 미등록 특허는 한국 내 권리가 없으므로 사용료 과세 불가 | 국내 등록 여부와 무관하게 국내에서 제조·판매에 사용했다면 과세 |
| 법리 근거 | 특허법상 권리의 발생 중시 | 조세조약상 '사용' 개념을 국내 법인세법에 따라 해석 |
법리적 가교: 대법원은 한미조세조약상 '사용'의 정의가 부재한 경우, 국내 법인세법의 정의를 인용하여 이를 '기술의 사용'으로 확장 해석하였다. 이로써 미국 법인의 미등록 특허에 대해 지불하는 대가 역시 국내원천소득으로서 원천징수(Withholding Tax, WHT) 의무가 발생하게 되었다.
7. 국내 모기업을 위한 글로벌 IP 수익 수취 및 관리 가이드
이상의 글로벌 원칙과 국내 법리 변화를 종합하여, 국내 모기업을 위한 4대 실무 전략을 제언한다.
1) DEMPE 기반 기능 분석 및 Buy-in/Buy-out 관리
로열티 수취 시 단순히 '특허권자'임을 강조하는 것은 불충분하다. 모기업이 R&D 전략을 지휘하고 위험을 관리했다는 증거를 문서화하여야 한다. 특히 CCA나 IP 이전 거래 시 'Buy-in/Buy-out' 로직을 명확히 설정하여 초기 투자 기여도가 HTVI 조사를 통해 부정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2) 내재된 IP(Embedded IP)와 "Customs-First" 전략
제품 판매가에 기술료를 포함할 경우, 관세 당국은 이를 로열티의 사후 지급으로 의심한다. 계약서 작성 시 '관세 우선 가격 결정 조항(Customs-First Pricing Clause)'이나 미국·EU 등에서 활용되는 공식적 정산 메커니즘(Reconciliation Mechanism)을 도입하여 투명성을 확보하고 관세 추징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여야 한다.
3) 원천징수(WHT) 리스트 및 사용 현황 상시 모니터링
미등록 특허라 하더라도 국내 제조 공정에서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면 원천징수 대상이 됨을 명심하여야 한다. 조세조약 혜택을 받기 위한 거주자 증명 자료를 철저히 관리하고, '기술의 사용' 범위를 법인세법 정의에 따라 보수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4) 세무-관세 통합 대응 체계(Integrated Governance) 구축
TP 조정은 관세에, 관세 조정은 WHT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친다. 세무 부서와 물류/관세 부서 간의 상설 소통 채널을 구축하여, 이전가격 조정이 발생하기 전 관세 영향을 반드시 시뮬레이션하고 '포스트 임포테이션(Post-importation)' 논리를 사전에 개발해두어야 한다.
결론
글로벌 IP 전략은 이제 단순한 비용 배분을 넘어, 세무와 관세의 충돌 지점을 관리하는 고차원적인 경영 전략이다. 실질 기반의 가치 창출 입증과 정교한 문서화만이 급변하는 조세 환경에서 기업의 브랜드 가치와 법적 안전성을 보장할 것이다.
